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361화 (361/416)

내 안에 마교있다 361

내 앞에서 달리고 있는 여섯 사람을 더 자세히 살폈다.

실은 남궁찬과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면서도 시선으로는 줄곧 여섯 사람을 관찰하는 중이었다.

경지를 파악해 보기 위함이었다.

나는 경지를 파악하는 역량 면에서도 남들보다 훨씬 자신이 있는 사람이다.

일단, 신룡대의 적룡조 선임조원 출신이라는 모승언의 경지는 절정의 중후반쯤으로 보인다. 임려현의 경지에는 살짝 못 미치는 듯하다.

그는 평균보다 약간 작은 신장에 체형은 통통한 편이며, 무기는 검을 차고 있다.

여문광은 신룡대의 백룡조에서 무공서열로 중상위권이었다고 했는데, 그의 경지도 절정의 중후반 근처로 보인다. 단, 그의 경지는 모승언에는 약간 못 미치는 듯하다.

그는 평균보다 약간 큰 신장에 근육질 체형이며, 무기는 쌍수도다. 쌍수도는 양손으로 쥐고 휘두르는 도刀다. 도신도 길쭉하고 손잡이도 상당히 길다.

최자경 역시 절정의 중후반 근처이며, 여문광과 비슷한 경지인 듯하다. 아까 임려현이 최자경의 암기술을 언급했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암기를 매우 많이 지니고 있다.

그는 평균 신장에 날렵한 체형이며, 암기 외에 검 한 자루를 차고 있다. 일반적인 장검보다 규격이 살짝 작아 보이는 검이다.

신룡대 청룡조 출신이라는 국청현은 절정의 중반 남짓으로 보인다.

그는 키가 크고 체구도 당당하다. 창을 들고 있다.

백영대 출신이라는 이영소는 아무리 봐도 절정의 후반인 듯하다. 경지도 높고 기도도 매우 차분하다. 백영대 시절에 한자리했을 듯한 풍모다.

그는 평균보다 큰 키에 체형은 날렵하며, 평범한 길이의 검을 차고 있다.

백영대 출신의 장휘택도 국청현처럼 절정의 중반 남짓으로 보인다.

그는 평균보다 살짝 큰 신장에 통통한 체형이며, 무기는 협봉도다. 협봉도는 도신의 볼이 좁은 기형도다.

이렇듯 여섯 명의 경지를 대강이나마 파악하고 나니 맹에서 전투지원조의 관도들에게 신경을 많이 썼음을 알 것 같다.

기동타격조 시절의 우리처럼, 이 기회에 될성부른 관도들을 제대로 키워내겠다는 확고한 방향성이 느껴진다.

속으로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멀리에서 전투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전장에 가까워진 것이다.

한동안 가늘어졌던 빗줄기가 다시금 굵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향하고 있는 전장은 귀주 수복전단의 지휘부를 기준으로 좌측 전선의 가장자리다.

아까 단목진, 문숙경과 함께 서둘러 우리 인원들을 찾으러 가던 상황에서 저 근처를 확인했었는데, 그때보다 전선이 능선 아래로 상당히 많이 후퇴해 있다.

귀주 수복전단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달리고 있는 단목진과 문숙경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를 따라오던 타격조와 지원조가 능선 아래의 경사면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전선이 능선 아래의 경사면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탓이다.

특수타격조는 능선의 위쪽으로 향했다.

현 상황에서는 능선 위쪽이 적측 전선의 후방이다.

곧 적진에서 외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측 후방! 조심!”

“우측 후방! 적이다! 수십 명쯤!”

“적의 측면 공격에 대비하라!”

이 와중에도 ‘고수’ 또는 ‘정예’라고 외치는 소리가 없는 걸 보면, 적어도 저 앞에 있는 적들 중에는 우리의 경지를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고수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선두에서 꼭짓점 역할을 하는 단목진이 적들에게 그대로 짓쳐 들었다.

이어서 문숙경이 단목진의 좌측에 자리를 잡으며 적들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내 옆에 있던 남궁찬이 눈 깜짝할 새에 전방으로 나서며 단목진의 우측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여문광이 문숙경의 좌측으로 나서며 기다란 쌍수도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국청현이 창을 들고 남궁찬의 우측으로 나서며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완성된 전열은 좌측부터 여문광, 문숙경, 단목진, 남궁찬, 국청현이다.

전열이 완성되자마자 후열도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모승언이 중앙에 자리 잡자 이영소와 장휘택이 모승언의 좌우에 자리 잡았고, 최자경이 우측 가장자리에 자리 잡았다.

나는 일부러 자리를 찾아가지 않고 후열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유심히 지켜봤는데, 모승언이 중앙에 서자마자 나머지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원들끼리 진형 얘기를 나눈 적이 없는데도 이렇듯 순식간에 전투 진형이 완성되다니.

지금껏 수많은 단체에 속해서 전투를 치러왔지만, 이런 수준의 전투조에 속해보는 건 처음이다.

어쨌거나 후열에는 좌측 가장자리만 남았기에, 나도 서두르는 척하며 그 위치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완성된 후열은 좌측부터 나, 이영소, 모승언, 장휘택, 최자경이다.

능선 아래쪽의 상황을 살펴보니 타격일조가 막, 전선의 좌측 가장자리를 공격하기 시작한 상태였다.

뒤이어 타격이조도 타격일조를 지나치며 전선의 다음 구역으로 향하고 있다.

저쪽도 별문제 없이 전선을 따라 전진할 수 있을 듯하다.

나는 틈틈이 철비정을 한두 개씩 던지며 신룡대와 백영대 출신의 고수들이 싸우는 모습을 관찰했다.

일단, 내 앞에 있는 여문광부터가 인상적이다.

도신이 긴 쌍수도를 양손으로 쥐고 휘두르는데, 도가 의미 없이 궤적을 크게 그리는 일이 없다. 간결한 길로만 맹렬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도법이 위력이 상당하다.

실전에 특화된 도법이다.

도법의 위력이 강력하다 보니 병장기로 쌍수도를 비껴내려던 적들의 손목이나 팔이 뒤로 확확 젖혀지고 있다.

나는 그 시점에 맞춰서 철비정을 던져, 여문광이 더 쉽게 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여문광의 양손 도법은 위력만 있는 게 아니라 휘두르는 순간의 속도 또한 매우 빨랐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지가 낮은 적들은 병장기를 맞대기도 전에 먼저 몸이 베이기 일쑤였다.

내 옆의 이영소는 그의 앞에 있는 문숙경이 좋은 각을 만들어줄 때마다 한 번씩 소비도를 던지고 있다.

한 번에 딱 하나씩만, 그것도 왼손으로만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가 소비도 하나를 던질 때마다 적이 정확히 한 명씩 죽어 나갔다.

여러 개를 던질 때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소비도를 하나씩 던지는 실력만큼은 수준급이다. 소비도를 놓는 타점도 좋고, 손목의 힘을 이용하는 과정도 좋다. 고수답게 소비도를 던지는 순간의 공력 흐름도 매우 좋다.

기술이 매우 좋다 보니 소비도에 담긴 힘도 강력하다. 날아간 소비도가 적의 몸에 묵직하게 박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후열의 중앙에 있는 모승언은 양손으로 철비정을 하나씩 던지며 전열을 지원하고 있다. 참고로 전열의 전투력이 매우 강하여 적들이 금세 죽어 나가고 있다 보니, 지금은 후열에서 암기를 여러 개씩 날릴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신룡대의 선임 조원 출신답게 그의 철비정술도 매우 정확하고 위력적인 모습이다. 여러 개를 날려도 지금의 저 위력과 정확도가 달라질 일은 없을 듯하다.

모승언의 우측에 있는 장휘택도 오른손에 협봉도를 쥔 채, 각이 나올 때마다 왼손으로만 암기를 던지고 있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암기는 소형 비표다. 고수일수록, 그리고 암기술의 경지가 높을수록, 같은 암기라도 소형을 쓰는 경우가 많다.

비표의 꼬리 부분에는 안정적인 탄도를 유지하기 위한, 작고 길쭉한 천이 붙어 있다.

역시나 장휘택의 암기술 실력도 상당하여, 그의 손을 떠난 비표들도 멋지게 날아가서 적들에게 박히고 있다.

전열의 우측 끝에 있는 국청현은 자신의 전방뿐만 아니라 우측에 있는 적들까지 담당하며 부지런히 창술을 펼치는 중이다.

매우 든든하게 전열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살펴보니 화려하거나 멋진 창술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창의 긴 공격 거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간결하고 담담한 창술이다.

효율성을 극대화한 실전 창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저런 식의 무공을 좋아한다.

현재 내 시선을 가장 많이 끌고 있는 이는 국청현의 뒤, 후열의 우측 가장자리에 있는 최자경이다.

그도 때때로 암기를 날리는 중인데, 그 암기가 다소 의외다.

동전이다.

최자경은 동전을 오른손으로 날렸다가 왼손으로 날리기를 반복하며 하나씩만 날리고 있는데, 그 동전들이 깔끔하게 날아가서 적들의 신체에 박히고 있다.

저 최자경의 모습만 보면 동전을 암기로 쓰는 기술이 쉬워 보이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난도가 매우 높은 암기술 중 하나다.

참고로 나도 동전을 암기로 날릴 수는 있는데 잘하지는 못한다. 기본 정도만 하는 수준이다.

전생에 동전 날리기도 많이 연습했었는데, 안타깝게도 다른 암기술에 비해 잘 늘지 않았었다. 그래서 중간에 그만두고 강탄술에 더 치중했었다.

동전 날리기와 강탄술 모두 난도가 매우 높은 기술인데, 나한테는 강탄술 쪽이 더 적성에 맞았다고 할까.

내가 못 하는 걸 잘해서인지, 최자경에게 더 호감이 간다.

특수타격조는 거침없이 적진을 누볐다.

적진은 금세 혼란에 빠졌다.

그렇다 보니 타격조와 지원조도 빠른 속도로 전선을 정리해갔다.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우리는 정예 이상의 무인들로만 거의 백 명에 이르는 전력이다. 그중 절정고수가 쉰 명이 넘고, 최절정고수도 세 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전투쯤은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전력이다.

적들이 전선을 따라 서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본인들만으로는 도무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이니, 동료들의 지원을 받기 위해 전선의 중심부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때맞춰 제갈수광의 외침이 들려왔다.

“전원 즉시 추격! 탄과 독침을 조심한다!”

아니나 다를까, 제갈수광의 외침이 들린 직후 도주하던 적들 몇 명이 우리 쪽으로 조막만 한 구체들을 날리기 시작했다.

추격의 선봉인 특수타격조에게 금세 따라잡힐 상황이다 보니, 벽력탄이나 독탄을 터트려서라도 우리와의 간격을 벌리려는 것이다.

구체가 여섯 개나 된다.

“탄!”

똑같은 외침이 여러 개 겹쳤는데, 제일 먼저 외친 사람은 나다.

그리고 그 순간,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구체들이 날아오고 있는데도, 특수타격조원 중 단 한 사람도 측면으로 이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다수가 탄이 날아오고 있는 방향으로 튕기듯 뛰쳐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튀어 나간 인원은 일곱 명이다.

전열에서 뛰쳐나간 이들은 네 명으로 여문광, 문숙경, 단목진, 남궁찬이고, 후열에서는 세 명으로 이영소, 모승언, 최자경이다. 절정의 중후반 이상인 고수들은 다 뛰쳐나갔다.

나는 천섬무를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던 중, 일곱 사람의 움직임을 확인하고는 굳이 뛰쳐나가지 않았다.

남궁찬, 단목진, 문숙경이 먼저 날아오고 있는 구체를 하나씩 낚아챘다.

낚아챔과 동시에 팔을 부드럽게 뒤로 빼며 신형을 빙글 돌리고 있다. 구체에 전해질 충격을 완화하기 위함이다.

그즈음, 다른 세 개의 인영이 남궁찬, 단목진, 문숙경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이영소, 모승언, 최자경이다.

그 세 사람도 이후에 날아온 구체를 하나씩 낚아챔과 동시에 팔을 부드럽게 뒤로 빼며 신형을 빙글 돌렸다.

모승언과 최자경의 순간 속도도 매우 빨랐지만, 나는 이영소의 속도를 보고 내심 놀랐다.

순식간에 바람처럼 여문광을 지나쳐서 먼저 구체를 낚아챘기 때문이다. 분명히 여문광도 빠른 속도로 구체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는데도.

적어도 속도만큼은 이미 절정의 후반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이영소의 검술은 또 어떨지 기대된다.

도주하던 적들이 뒤쪽을 확인하며 경악하는 모습이 보인다.

여섯 개의 구체 중 터진 게 단 하나도 없으니, 저런 표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특수타격조에게 위협이 되려면, 같은 탄이라도 최소한 절정의 중반 이상 되는 고수가 던졌어야 했다.

한데 겨우 절정의 초중반, 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자들이 구체를 던졌고, 심지어 일류고수도 던졌다.

그러니 저 탄들을 우리에게 헌납한 꼴이 될 수밖에.

그때쯤 전선 쪽에서도 세 줄기의 외침이 들려왔다.

“탄!”

“탄!”

“탄!”

고개를 돌려 보니, 실제로 세 개의 구체가 타격조 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외치는 목소리들이 익숙하다 싶었는데, 마침 타격삼조가 선두에 있을 때 구체가 날아든 모양이다. 즉, 친우들의 외침이었던 것이다.

친우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지며 예상 폭발 범위에서 이탈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들 구체에 대한 대처가 매우 능숙하다.

노련미까지 엿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친우들은 나이가 대부분 이십 대 초반, 중반에 불과하나, 실전 경험만큼은 매우 풍부한 최정예들이다. 기동타격조 시절부터 독탄과 벽력탄을 수없이 경험했다 보니 대처도 능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친우들 몇 명은 추격하기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탈함과 동시에 전방으로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

남궁설, 단목강, 추소륵, 풍세학, 선의림이다.

확실히 저들이 다른 친우들보다는 수준이 한 단계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순간 구체들이 땅바닥에 닿았다.

콰아앙! 콰아아앙! 퍼엉!

벽력탄 두 개에 독탄 하나다.

하지만 이미 그 인근에는 아무도 없다.

모두가 넉넉한 반경으로 우회하며 경공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보아하니 저쪽의 추격전도 무난하게 진행될 듯하다.

다시 특수타격조에 집중하기 시작한 직후, 나는 재차 친우들이 있는 방향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려야 했다.

그쪽에서 대자연의 기운이 한데로 모여들기 시작하는 게 느껴진 탓이다.

누군가가 절정에 진입할 때의 현상.

대자연의 기운이 모여드는 중심에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모용리다.

악미조와 함께 이제나저제나 했었는데, 드디어 절정에 오른 것이다.

흐뭇하다.

이따가 제대로 축하해줘야겠다.

참고로 모용리의 경우 내 예상보다는 살짝 늦게 절정에 오른 건데, 절대적인 기준으로는 오히려 매우 빠른 절정 진입이다.

그녀의 나이는 이제 겨우 스물두 살이다.

스물두 살에 절정 진입이면 모용세가의 역사를 뒤져봐도 손꼽힐 정도가 아닐까 싶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절정에 진입할 때마다 당연히 마음이 든든한데, 특히 기동타격조 시절부터 함께해왔던 친우들이 절정에 오르는 순간에는 그 든든함이 더하다.

실전 경험이 매우 풍부한 절정고수의 탄생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모용리의 경우에는 궁술 실력도 뛰어나다 보니 절정고수로서의 가치도 더 높다.

절정고수 궁사는 매우 귀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빗방울이 더 거세어진 가운데, 특수타격조, 타격조, 지원조가 질풍처럼 추격하며 적들을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