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365
면구 착용을 마친 민화영에게 물었다.
“성수곡의 제자가 왜 서부지맹 잠룡관으로 안 가고, 정체를 감춘 채로 동부지맹 잠룡관에까지 왔는지 물어봐도 될까?”
“스승님의 뜻이었습니다.”
“성수곡주께서?”
“예. 사실 저는 다른 사형제들보다 의술 쪽 실력은 부족한 편이고, 무공 실력은 가장 나은 편입니다. 저도 다른 사형제들처럼 의술, 연단술, 약학을 열심히 공부했지만, 희한하게도 그쪽 실력은 잘 늘지 않고 무공 성취만 잘 늘었습니다. 의술 공부 때문에 무공 수련은 딱히 열심히 하지 못했는데도요.”
민화영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신 스승님께서 이제 의술은 됐으니 무공 쪽으로 길을 잡으라 하셨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동부지맹 잠룡관에 입관하라고 하신 겁니다.”
성수곡주의 제자들은 다수가 의술 위주로 익히며 명의의 길을 밟지만, 소수는 무인으로 성장한다. 성수곡 자체의 무력도 유지, 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왜 서부지맹 잠룡관이 아닌 동부지맹 잠룡관이냐고 여쭸더니, 근래에는 강호의 기운이 동부지맹 쪽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후 수십 년간의 강호 질서는 동부지맹을 중심으로 흘러가게 될 거라며, 이왕이면 기운이 모여드는 곳으로 가라 하셨어요. 그 후의 입관 문제는 모두 스승님께서 알아서 처리하셨습니다.”
성수곡주가 주도적으로 나섰다면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을 수밖에 없다. 그 사실에 대해서는 육남춘과 노양홍 등 동부지맹 잠룡관의 수뇌부 소수와 동부지맹의 수뇌부 소수만 알고 있을 테고.
얘기를 들어보니 성수곡주 경현옥의 시류를 읽는 역량이 보통이 아닌 듯하다.
“계반으로 들어가라고 하셨던 분도 스승님이셨습니다. 두 가지 이유를 드셨어요. 하나는 정체를 감추고 동부지맹 잠룡관으로 입관하는 상황에서, 초년 차부터 상위 반으로 가면 당연히 정체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맞는 말이다.
당장 장우혜와 유은무도 비슷한 경우였다.
만약 그 둘이 초년 차부터 갑을반으로 입관했다면 당연히 온 잠룡관의 주목을 받았을 테고, 두 사람의 정체에 대한 갑론을박들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도 그런 상황을 피하려고 일단 계반으로 입관했었다. 나중에 상황을 봐서 승반할 생각으로.
“다른 하나는 송유겸 선배님의 지인들이 계반에 있다는 이유셨습니다. 송풍장에 소속되어 그곳의 내로라하는 분들과 함께 수련해온 관도들의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계반에서 그걸 직접 보고 느껴보라는 의도셨습니다. 그 외의 다른 의도는 없었으니 오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해할 이유가 없지. 성수곡쯤 되면 훨씬 쉬운 방식으로 내게 접근할 수 있잖아. 곡주님 또는 곡의 주요 인사가 그냥 우리 장원에 한 번 방문하면 끝나는 일인데.”
내 말에 민화영이 미소를 띤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포연월이 민화영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우리 근처로 다가오지 않았던 거야? 개학 전날 총교관님을 통해서 안면도 익혔겠다, 적어도 나한테는 어렵지 않게 다가올 수 있었잖아. 선배인 내게 잠룡관 생활에 관해 물어보는 식으로.”
“동부지맹 잠룡관은 먼 타지고 낯선 환경이어서, 일단은 스스로의 힘으로 잠룡관 생활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잠룡관 경내의 산을 돌아다니느라 바빴기 때문이에요.”
“산? 혹시 약초 같은 걸 구하러?”
“맞아요.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무슨 약초들이 있는지 파악만 해볼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당장 계반 뒷산에만 가도 쓸 만한 약초들도 널려 있고 귀한 약재들도 종종 눈에 띄는 거예요. 그래서 잠룡관 경내의 모든 산을 다 돌아다녔어요. 그것들을 채집해서 약을 제조하느라 바빴죠.”
“아하.”
잠룡관의 경내에는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당연히 누군가가 약초를 채집하려는 용무 따위로 들어갈 수도 없다.
잠룡관 내에도 약초를 캐러 다니는 이들은 없다. 필요한 약 같은 건 바로 옆에 있는 동부지맹에서 지원받기 때문이다.
아마도 근래 잠룡관 경내에서 약초를 캐러 다녔던 이들은 공은림과 하조혁 정도였을 것이다. 그게 벌써 삼 년 전이다.
포연월이 말했다.
“그럼 능우희 소저랑은 무슨 관계야? 말수가 적은 능 소저가 그나마 오래 대화하는 상대는 너뿐인 것 같던데.”
“사실 우희 언니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몰라요. 스승님의 지인인 모양인데, 저도 동부지맹 잠룡관에서 처음 본 사이예요. 스승님이 우희 언니를 한 번씩 챙기라고 하셔서 종종 찾아가서 대화를 나눈 거고요.”
“그래도 스승님의 지인인데, 능 소저가 어느 문파나 가문 출신인지는 알지? 다들 궁금해하거든.”
“죄송해요. 말씀드릴 수 없는 게 아니라, 정말 몰라요. 저도 물어봤는데 그냥 멀리에서 왔다고만 했어요. 워낙 말수가 적고 소통하기가 쉽지 않은 언니다 보니 재차 물어보기도 어려웠어요. 제가 아는 거라고는 나이뿐이에요.”
“와! 너도 그것밖에 몰라?”
“네.”
민화영이 대꾸하자 포연월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설명했다.
“이번에 전투지원대에 선발된 잠룡관도들 중에서 계반 관도는 여덟 명이에요. 여섯 명은 저희고, 한 명은 순영이……, 그러니까 화영이고, 나머지 한 명이 그 능우희라는 소저예요.”
지금껏 ‘순영이’라고 불렀었다 보니 아직은 민화영의 본명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올해 초년 차인데, 열일곱 살이라고 하더라구요. 그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어요. 계반에서 생활할 때는 말수가 극도로 적고 친화력도 거의 없어서 존재감이 매우 희미한 소저였어요. 뭐, 존재감이 희미한 건 화영이도 비슷했지만요.”
포연월의 말에 민화영이 민망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전투지원대에 떡하니 선발돼버렸으니 다들 두 사람의 출신을 궁금해할 수밖에요. 하지만 본인들이 밝히기 싫어하니 어쩔 수 없었던 거죠. 계반 관도에게 그런 걸 캐묻는 건 의미가 없으니까. 계반은 그런 곳이니까.”
포연월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다른 반은 출신을 밝히지 않으면 친분을 쌓지 못하고 소외당하겠지만 계반은 그렇지 않다. 애초에 서로에게 관여하지 않는,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가 바로 계반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포연월 또한 본인의 사문을 밝히지 않은 채로 계반 생활을 계속하는 중이다.
이러고 보니 얘네 둘 다 ‘곡(谷)’ 출신이다.
백도에서 ‘곡’이라고 하면 일곡一谷으로 대표됐었다. 성수곡이다.
청선곡은 무림 세력이라는 느낌이 희미했기에 곡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한데 근래 호사가들이 이곡二谷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는 모양이다. 여기에서의 이곡은 청선곡이 아닌 소요곡이 포함된 개념이다.
아마도 미래에는 청선곡까지 포함되어 삼곡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청선곡도 이제는 무림 세력으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쪽에 삼곡의 후예가 다 모여 있는 셈이다.
들을 얘기는 다 들었으니 이후에는 잠시 민화영의 소비도술을 봐줬다.
직접 지도하면서 보니 짧은 기간 익힌 것치고는 상당한 발전이어서, 성수곡주 경현옥이 왜 민화영의 무공 자질을 높이 샀는지 잘 알 것 같았다.
지도해주면서 유심히 관찰했는데, 민화영의 경지는 대강 일류의 초중반쯤인 듯하다. 물론 이 부분은 본격적으로 공력 쓰는 모습을 확인해 봐야 확실해질 것이다.
짧게 지도해준 후, 익히는 속도가 빨라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말을 해줬다.
애들에게는 역시 칭찬 아니겠는가.
역시나 민화영은 매우 기뻐하더니 감사의 의미라며 나와 포연월에게 작은 목갑을 하나씩 건넸다.
“본곡의 성활단입니다. 공력이 소진됐을 때 복용하시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공력을 회복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드신 후에 운기조식을 취하시면 훨씬 더 많은 양의 공력을 회복할 수 있을 테고요. 감사의 의미이기도 하고,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아냐, 아냐. 괜찮아. 이런 거 바라고 가르쳐주는 거 아니야.”
포연월이 손사래 치며 거절했다.
공력은 무인에게 있어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보니, 성활단과 같은 약은 매우 귀하고 값어치도 높다. 그래서 사양하는 것이다.
민화영이 대꾸했다.
“부담스러워하실 필요 없어요. 잠룡관에서 채집한 약재들로 직접 만든 거라서요. 저는 몇 개 더 갖고 있고, 잠룡관의 제 거처에도 많이 있어요.”
이에 나는 민화영에게 곧바로 고마움을 표했다.
“고마워, 민 후배. 잘 쓸게.”
“혹시 나중에도 필요해지면 말씀하세요, 선배님.”
“아냐,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고마워.”
천섬무를 최대로 펼칠 때의 무지막지한 공력 증발을 생각하면 솔직히 하나 더 달라고 하고 싶다.
그래도 염치없이 그럴 수야 있나.
이후에는 두 사람과 인사하고 헤어졌다.
산책하고 내려오는데 멀리 소충광이 보였다.
그도 나를 발견하고는 내 쪽으로 다가왔다.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절정고수답게 여유롭게 어슬렁거리고 계시는구려.”
“푸하핫! 하여튼 나만 보면 꼭 그 어슬렁거린다는 표현을 쓰시는구려.”
내가 어슬렁거린다는 표현을 주로 쓰는 상대는 길초량이고, 그다음이 소충광과 황보충이다. 내가 가장 편하게 농담을 건넬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나저나 길초량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그놈의 신룡대는 한번 사라지면 도통 소식을 알 길이 없으니 원.
소충광이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우리 동천비룡 소협께서는 일찍 일어나셔서 산책까지 마치신 모양이구려. 어쩜 저리 부지런하신지.”
내가 동천비룡이라는 별호와 소협이라는 호칭을 들으면 민망해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농담하는 것이다.
대답 대신 빙그레 웃어 보인 후, 멀리 보이는 큰 나무를 바라보며 턱짓했다. 그러자 소충광이 나와 함께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잠시 걷다가 소충광에게 말했다.
“광서에서 낙 문주님을 뵈었소.”
“아, 그렇지 않아도 성락이한테서 얘기 전해 들었소.”
“인사드렸더니 매우 반가워하시더구려.”
“하핫. 그간 내가 송 공자 얘기를 워낙 많이 해놔서.”
소충광이 대꾸하더니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성락이와 엄상평 공자가 이쪽에 있는 걸 보고 놀랐는데, 알고 보니 특전반에 들어갔더구려.”
“그렇소. 묵 형님이 잽싸게 영입하셨소.”
“성락이의 무공이 크게 발전해 있어서 놀랐소. 특전반에 들어갔으니 앞으로도 더 많이 발전할 테고.”
고개를 끄덕여준 후에 말했다.
“나는 소 공자에게도 놀랐소. 이미 절정에 올라 있을 줄이야.”
소충광은 두 달쯤 전에 절정에 올랐다고 했다.
즉, 광서 수복전을 치르며 절정에 오른 친우들보다 한발 앞서 절정에 오른 것이다.
몇 년 전에 소충광은 통합 잠룡대전에서 황보충에게 아쉽게 패했었다.
그런데 절정에 진입한 시기는 미세하게나마 황보충보다 빨랐던 셈이니, 이래서 사람 일이란 어찌 될지 알 수 없다고 하는 모양이다.
물론 절정에서의 성장치는 또 다른 문제라서, 앞으로도 소충광이 황보충을 앞서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황보충이 앞질러 나가리라는 게 내 추측이다. 소충광보다 절정 진입이 늦었던 강하령, 제갈건, 모용리 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뿌리 깊은 백도 명문의 무학은 본디 초중반에는 안정적으로 기틀을 다지며 더디게 발전하되, 중후반부터는 그 탄탄한 기틀을 바탕으로 쭉쭉 나아갈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충광이 말했다.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소. 남궁 지부장님과 송학 형님의 도움이 컸고, 그전에 송 공자의 도움도 컸고.”
“내 도움이 크기는 뭘.”
내가 대꾸하자 소충광이 빙그레 웃었다. 내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그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송학 형님은 잘 계시오? 아마도 찬 형님 대신 남창지부에 남은 듯한데.”
“잘 계시오. 송 공자의 말마따나 찬 형님 대신 남창지부를 지키기 위해 남으신 거고.”
고개를 끄덕여준 후에 말했다.
“그나저나 진 소저가 안 보이는구려. 잠룡관 전투지원대에 지원하지 않은 것이오? 진 소저의 실력이면 지원만 했으면 무조건 차출됐을 텐데.”
진운령 얘기다.
참고로 진운령은 오 년 차였던 작년에 통합 잠룡대전에 진출했었는데, 첫 대결인 삼십이강에서 패하여 십육강에도 오르지 못한 바 있다.
그래서 육 년 차인 올해에는 통합 잠룡대전을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 여름 방학 때도 비룡장에 와서 열심히 수련하다가 잠룡관으로 복귀했었다.
한데 그 직후부터 강호의 사정이 급변하며 각 지맹의 잠룡대전과 통합 잠룡대전이 전면 취소돼버린 상황이다.
소충광이 대꾸했다.
“잠룡관이 비상 대비 체제로 전환되자, 이참에 아예 동검대에 지원해버린 육 년 차 관도들이 많소. 강호의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동검대 측에서도 특별히, 모집 기간이 아닌데도 신입 대원을 받는 중이고. 령 매도 올해의 잠룡대전이 전면 취소됐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동검대에 지원했소. 시기상으로 그 후에 잠룡관 전투지원대가 결성된 것이고.”
동검대는 동부지맹의 정예 무력 조직이다. 소충광도 동검대 소속이고.
“아, 진 소저도 동검대에…….”
“즉시 전력으로 분류됐으면 이미 훈련소를 퇴소하고 내게 연락을 취해왔을 텐데, 딱히 연락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여전히 훈련소에 있는 게 아닐까 싶소. 나는 사실, 령 매 정도면 즉시 전력으로 분류될 거라 예상했었소. 송 공자도 아시다시피 근래 령 매도 실력이 많이 상승했으니까.”
“그러게 말이오.”
“령 매도 이왕이면 내가 있는 남창지부로 발령받고 싶다고 하더구려. 그러면 틈틈이 송풍장에 들르기도 좋으니까. 한데 남창지부가 요새 남궁 지부장님 때문에 인기가 너무 많아져서, 령 매의 바람대로 될지는 모르겠소.”
“나도 진 소저를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구려.”
섣달그믐날 모임의 친우들 중에서 아직 잠룡관도인 사람은 진운령뿐이었다.
이제 그녀마저 관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잠룡관에서의 내 추억도 이제는 완전한 과거의 일이 되어버리는 듯해서 기분이 묘하다.
잠시 걷다가 소충광이 말했다.
“그나저나 근래 동천비룡의 명성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더구려. 광서 수복전에서 아주 그냥, 어마어마한 활약을 펼치셨다고.”
“풋. 어마어마하기는 무슨.”
피식 웃으며 대꾸하자 소충광이 말했다.
“역시, 아직 잘 모르시는 눈치군.”
“응? 무슨 말이오?”
“내가 방금 한 얘기, 농담이 아니오. 실제로 동천비룡에 관한 소문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자자하오. 광서 수복전단이 압도적인 전과를 올리며 적도들을 무찔렀고, 그 일등 공신이 바로 동천비룡이라는 소문이.”
나는 걸음을 우뚝 멈출 수밖에 없었다.
소충광도 나를 따라 걸음을 멈추며 다시 입을 열었다.
“광서 수복전단에서 본맹에 종합 보고서를 올렸고, 본맹에서는 그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중이오. 무림맹과 백도 전체의 사기를 북돋울 목적으로.”
광서 수복전단의 단주인 종리표는 광서 수복전에서 공훈이 가장 큰 사람으로 나를 꼽았었고, 내 활약상에 대해 보고서에 상세히 기록할 거라고 했었다.
그 보고서가 올라가는 것까지는 예정된 수순이기는 했는데, 그걸 또 무림맹 측에서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하고 있을 줄이야.
“후우우우…….”
내가 긴 한숨을 내쉬자 소충광이 깔깔대며 말했다.
“푸하하핫! 역시 송 공자는 특이하다니까. 다른 사람들 같으면 들뜨며 좋아할 사안인데 오히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있다니. 꼭 누군가가 공을 가로채주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것 같소.”
이렇게까지 과하게 명성이 높아질 것이면 차라리 그편이 나을 듯하다.
아니, 다른 데는 부하나 타인의 공을 가로채고 평가절하하려는 쓰레기들이 넘쳐나던데, 왜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없는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