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366
“궁금한 게 있소.”
내 말에 소충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말씀하시오.”
“일전에 북방의 와랄부가 침공해왔고, 황상께서 친정을 떠나셨잖소. 그러다가 어처구니없게도 토목보인가 하는 곳에서 적에게 사로잡히셨고.”
“아. 그거. 후…….”
소충광이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 다시 말했다.
“그 후에 황성 방어를 위해 무림맹의 정혼대가 차출되었고, 그 외에도 자발적으로 모여든 이류무인들로 의혈단을 조직했다고 알고 있소. 그 수가 수천을 헤아린다고 들었고, 그 전력이 황성으로 향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소.”
소충광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한데 우리는 구월 초에 비룡장에서 떠나왔기에 그 후의 소식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모든 일도 와랄부의 침공과 황상께서 포로가 되신 상황으로 인해 벌어진 일인 만큼, 이후의 소식이 궁금해서 말이오.”
내 말이 끝나자 소충광이 대꾸했다.
“남창지부를 떠나온 후에도 중간중간 무림맹 지소들에 들렀었기에 대강은 알고 있소. 일단 병부시랑께서 황성 방어군의 총지휘관이 되어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하오. 각 지역의 지방군을 황성으로 불러들여 방비를 단단히 하고, 투옥되어 있던 장수들 사면·복권시키고, 군량도 충분히 비축하고 있다고 들었소. 그리고…….”
잠시 말을 멈췄던 소충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황상의 아우께서 새로운 황제 폐하로 옹립되셨소.”
그 말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포로로 잡혔던 황상께서 붕어하기라도 하신 것이오?”
내가 작은 목소리로 묻자 소충광이 고개를 저었다.
“거기까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소. 단, 포로로서의 값어치를 떨어트리기 위함인 건 확실한 듯하오.”
“아.”
비정해 보이기는 하나, 조정에서는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황제가 포로인 상황에서는 나라의 힘을 한데로 모으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와랄부에게도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들은 소식은 와랄족의 대군이 황성으로 진격해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었소. 이달 상순에 들은 소식이오. 그 후부터는 지소에 들르지 못해서 소식도 듣지 못했소.”
참고로 오늘은 시월 열엿새다.
“하면 황성 쪽에서는 이미 전투가 개시되었을 수도 있겠구려.”
“그렇거나, 대치하고 있거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여준 후에 물었다.
“아, 그리고 천마신교 쪽의 동향은 어떻다고 하오? 그들이 서부지맹 권역을 위협해오지 않았느냐는 뜻이오. 맹에서 천마신교의 움직임에 대비하고자 청해, 감숙, 섬서 쪽에 전력을 집중시켰었잖소.”
비룡장을 떠나온 후로 그쪽에 관련된 소식도 들을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물은 것이다.
“남창지부에서도 늘 그쪽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적어도 우리가 확인했을 때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소.”
“첩보대 간의 사소한 교전 같은 것도 없었다고 하오?”
“마교에서 그쪽으로 전력을 이동시키는 움직임조차 포착되지 않은 모양이오.”
의외다.
황성이 소란스럽고 무림맹의 전력이 남쪽으로 분산된 요즘이야말로 침공의 적기일 텐데.
대체 위지광 놈의 꿍꿍이가 뭘까.
대화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소충광도 산책하러 가겠다며 떠났다.
나는 남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중에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돌아보니 임려현이었다.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자 임려현이 말했다.
“푹 쉬었나요?”
“예. 잘 쉬었습니다. 선배님도 편히 쉬셨습니까.”
“뭐, 그럭저럭요.”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임려현이 내 옆에 와서 섰다.
잠시 뒷동산 아래쪽을 바라보던 그녀가 말했다.
“실은 지금껏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뒤척였어요. 진금이 걱정 때문이었죠. 염려를 떨쳐내려고 해도 그게 잘 안되더군요. 물론 가족과 함께 이 전장에 있는 게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어요. 또한 이 전장에 있는 모두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는 것도 잘 알죠.”
임려현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이렇듯 아들과 같이 전장에 서게 되는 상황은, 나로서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상황이거든요. 어미로서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가 갑자기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니 당황스럽다고 할까. 그렇다 보니 염려되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서 잠이 잘 안 오더군요.”
임려현이 고개를 돌려 내게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내겐 아직 너무 어린 아들인 거죠.”
실제로 유진금은 갓 잠룡관에 입학한 열여섯 살 소년에 불과하다.
심정에 공감한다는 의미에서 나도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임려현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금 고개를 돌려 먼 산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잠시 뜸을 들였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 주변의 친우들과 후배들은 실전 역량이 매우 빼어납니다. 그리고 선배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실전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아무리 적을 많이 처치했어도, 내가 적에게 당해버리면 모든 게 의미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그토록 대단한 무력을 갖춘 단목 조장님도, 추소륵 공자를 비롯한 기동타격조 출신의 친우들도, 초창기에는 다들 최악의 상황에 대처하는 역량이 매우 낮았습니다. 또한 저는 설 매와 린 매가 첫 실전에서 얼마나 경직되어 있었는지를 똑똑히 기억합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최악의 상황에 대처하는 역량이 높았던 건 친우들 중에 단 한 명, 길 형뿐이었습니다.”
임려현이 옆얼굴에 미소를 띤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길초량이 신룡대라는 사실을 알기에 저러는 것이다.
“그런데 저와 가까운 후배들 중에는 그 역량이 이미 몸에 배어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네 명이나 됩니다. 그 후배들은 전투 중에 최악의 상황을 맞아도 어떻게든 대처할 수 있을 테고, 그 경험을 통해 실력이 무섭게 늘어갈 겁니다. 바로 추엽이, 휘명이, 진금이가 그렇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는 제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우수한 신룡대원의 후예.
그게 바로 그 녀석들의 공통점이다.
임려현이 미소 띤 얼굴로 몇 차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런데 네 명이라고 해놓고 세 명밖에 말해주지 않는군요?”
이에 내가 대꾸하려 하자 임려현이 검지를 세워 보이며 먼저 말했다.
“나머지 한 명은 내가 맞혀봐도 될까요?”
“그러시죠.”
내가 대꾸하자 임려현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소거법을 적용해보니 포 소저만 남는군요.”
“그렇습니다.”
“포 소저는 추엽이나 휘명이나 우리 애와는 약간 궤가 다른 느낌인데.”
“연월이는 무공 자체가 되치는 형식의 무공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채로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요.”
“아.”
임려현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그녀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송 공자와 대화를 나누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아질까 싶어서 다가온 건데, 역시 오길 잘했네요.”
나는 대답 대신 씩 웃어 보였다.
한동안 먼 산을 바라보던 임려현이 화제를 전환했다.
“어제 만났던 적들의 기운은 대부분 혈교, 사파 쪽인 것 같더군요.”
“제가 느끼기에도 그랬습니다.”
“귀주 쪽이라고 해서 천마신교 측이 개입하지 않았을 리는 없겠죠. 그렇다면 귀주 쪽에 아직 남아 있는 적들은 천마신교 측 마인들의 비중이 높다고 봐야겠죠?”
“예. 그럴 가능성이 클 듯합니다.”
내가 대꾸하자 임려현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적측에서도 이제는 이쪽의 전력이 상당히 강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거예요. 무림맹에서 광서 쪽을 정리했다는 사실도 들었을 테고요. 그러니 적측의 이후 행보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네요. 귀양지부에 계속 머물지, 아니면 철수할지를.”
“형세로 보면 철수할 가능성이 크긴 합니다.”
“형세?”
“예. 귀주에 있는 적들로서도 퇴각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광서는 이미 우리 쪽에서 접수했고, 사천 쪽은 무림맹에서 단단히 방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로 적들이 선택할 수 있는 퇴각로는 운남 방향뿐이지요. 한데 운남 수복전단마저 임무를 완수하여 운남을 장악해버릴 경우, 귀주의 적들로서는 유일한 퇴각로가 끊기는 꼴이 됩니다. 그 상황만은 피하고 싶겠지요.”
“아, 듣고 보니 그러네요.”
임려현이 수긍하며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녀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또한 이곳의 적들이 남은 전력을 유지해서 철수할 경우, 그들과 운남 쪽에 있는 적들이 연계하여 운남 수복전단을 노릴 만한 기회도 생깁니다.”
“그렇군요. 이곳의 적들로 인해 운남 수복전단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거군요.”
“예. 물론 그 정도는 이미 우리 쪽 지휘부에서도 파악했을 테고, 본맹에도 연락을 취했을 겁니다.”
“네. 그랬겠죠.”
아침에 지휘부 회의가 있었다고 들었다. 증원 전력의 지휘부까지 모두 참여했었으니 당연히 저 얘기가 오갔을 것이다.
“본맹에서 운남 수복전단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하면 우리로 하여금 운남 쪽을 지원하게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쪽의 전력이 상하면 무림맹으로서도 큰 손실이니까요.”
“맹으로서는 무조건 지켜내야 하는 전력이죠.”
그렇게 말한 임려현이 살짝 한숨을 내쉬더니 미소 띤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거야 원, 조만간 전투가 일단락되고 비룡장으로 복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자칫 더 길어질 수 있겠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내가 대꾸하자 임려현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쯤 뒤쪽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제갈수광이었다.
경계 근무를 마치고 복귀한 듯하다.
곧 제갈수광이 우리 곁에 도착했다.
임려현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잠도 못 주무시고 근무 서느라 고생 많으셨겠어요.”
제갈수광이 대꾸했다.
“버틸 만했습니다. 나이 먹은 제가 고생해서 혈기 왕성한 제자 한 명이 푹 쉴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보람된 일입니까.”
저건 나를 비꼬는 소리다.
편한 사람들끼리 있으니 농담조로 비꼰 것이다.
제갈수광에게 말했다.
“하핫, 송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오후 경계 근무를 더 열심히 서도록 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을 거다. 이제부터는 귀주 수복전단의 정찰조 쪽에서 맡는다는 모양이니까. 원래 자기들 일이라면서.”
“아…….”
그건 그렇기는 하다.
어쨌든 나한테는 더 잘된 일이다. 이러면 오후 시간을 온전히 운기조식에 할애할 수 있을 테니까.
제갈수광이 임려현에게 말했다.
“말씀드릴 게 있어서 선배님과 송유겸을 찾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아, 뭔가요?”
“우리는 돌아오는 새벽에 즉시 다시 이동하기 시작할 겁니다. 목적지는 귀양지부 인근입니다.”
그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임려현도 놀란 표정이다.
그녀가 물었다.
“그, 그러니까, 내일 날이 밝기 전에요?”
“예. 출발 시각은 인시 초(새벽 3시)쯤으로 보고 있습니다.”
“목적지가 귀양지부 인근이면……, 이쪽에서 귀양지부의 적들을 선제공격하려는 건가요?”
제갈수광이 대꾸했다.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게 있는데, 그곳의 적들은 현재 퇴각을 계획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유는…….”
그러자 임려현이 제갈수광의 말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만약 운남 수복전단이 실제로 운남을 수복해버리면 현재 귀주에 있는 적들로서는 퇴로가 끊기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미리 퇴각하면 퇴로가 끊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이왕 퇴각하는 길에 운남의 적들과 함께 운남 수복전단을 노릴 기회도 생기죠.”
제갈수광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임려현이 나를 일별하더니 제갈수광에게 말했다.
“실은 송 공자가 해준 말이에요. 우리도 직전까지 그 얘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아.”
그렇게 대꾸한 제갈수광이 나를 바라보며 피식 웃어 보였다.
‘제법인데?’라는 의미다.
제갈수광이 임려현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철수를 결정했다 해도, 그들은 귀주 수복전단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으리라 여기며 다소 느긋한 상태일 겁니다. 그 방심을 노리기 위해, 비밀리에 신속하게 진격하려는 겁니다. 부상자를 포함한 소수의 인원만이 이곳에 남아, 귀주 수복전단 전체가 이곳에 머무는 척할 겁니다.”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벌어진 전투로 인해 우리 쪽 무인들도 다소 피곤한 상태일 텐데……, 괜찮을까요?”
“이곳이라고 해서 편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은 아닙니다. 그러느니 차라리 사나흘 후에, 아예 귀양지부를 되찾고 나서 쉬는 편이 낫습니다. 물론 본격적으로 귀양지부를 공격하기 전에 어느 정도의 휴식은 보장할 겁니다.”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수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증원 전력인 우리가 먼저 출발하고, 이후에 귀주 수복전단이 출발할 겁니다. 열 명씩 조를 나눠서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혹여 소수의 조가 적의 첩보조에게 발각되어도, 우리 또한 귀주 수복전단의 첩보조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함입니다. 조별로 간격을 적절히 유지할 겁니다.”
“소수의 조원들끼리 이동하면 유대감이 커지면서 정신적인 피로도 또한 줄어들 수 있죠.”
“그렇습니다.”
말을 마친 제갈수광이 사방을 둘러보았다.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 탓이다.
제갈수광이 임려현에게 물었다.
“전해드릴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궁금한 점 있으십니까?”
“딱히 없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쉬러 가보겠습니다.”
“아! 그러셔야죠. 많이 피곤하실 텐데 얼른 가서 푹 쉬세요. 실은 나도 뒤척인 바람에 잠을 제대로 못 잔 터라, 가서 다시 쉬어야겠어요.”
이에 두 사람에게 말했다.
“편히 쉬십쇼.”
곧 두 사람이 내게서 멀어져갔다.
나는 단목강과 함께 낮 내내 운기조식을 취했고, 저녁 무렵에는 떠날 채비를 마치고는 일찍 잠들었다.
새벽녘에 문득 깨어 보니 막사를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출발할 때쯤에는 비가 그치기를 바랐는데 일단은 다행이라 하겠다.
취침 중인 단목강을 방해하지 않은 채로 막사를 벗어났다.
아직 다들 잠들어 있는지 사위가 고요하기만 하다.
밤하늘을 확인해보니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는 중에 얼핏얼핏 별과 달이 보였다. 시간은 축시 정(새벽 2시)에서 인시 초(새벽 3시) 사이인 듯하다. 다들 곧 기상할 시간이다.
막사 옆에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기를 잠시, 번을 서던 인원들이 막사들을 차례로 돌아다니며 모두를 기상시키기 시작했다.
이에 나도 막사의 출입구를 열고는 단목강을 기상시킨 후, 인근의 다른 막사에 있는 인원들도 기상시켰다.
증원 전력 아흔네 명 모두가 뒷동산의 공터에 집합했다.
제갈수광이 허리 높이의 바위 위에 올라서서 말했다.
“예고했듯, 작전 계획에 따라 조별로 이동합니다. 조는 몇몇 분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지휘부에서 미리 편성해둔 상태입니다. 총 열 조로, 한 조당 인원은 아홉 명에서 열 명씩입니다.”
제갈수광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럼 조 편성을 발표할 테니 호명되면 즉시 해당 조의 조장 쪽으로 모이겠습니다. 참고로 각 조에서 처음으로 호명되는 이가 조장, 두 번째로 호명되는 이가 부조장입니다.”
이어서 제갈수광이 일 조부터 빠르게 호명하기 시작했고, 호명된 이들은 해당 조의 조장들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구 조의 인원들까지 모두 호명되었다.
그 후에 제갈수광이 말했다.
“지금까지 호명되지 않은 인원들이 십 조입니다. 십 조의 조장이 누구고 부조장이 누구인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테니 알아서 찾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그 순간 나는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갈수광이 구 조까지 호명하는 동안 내심으로 설마설마하고 있었는데, 그 설마가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제갈수광은 지금껏 나를 호명하지 않았다.
즉 나는 십 조다.
물론, 조가 몇 조인지는 상관이 없다.
조의 구성이 문제일 뿐이다.
금세 내 쪽으로 여러 사람이 다가왔다.
십 조원들이다.
당연히 내가 조장일 수밖에 없다고 여기고 모여든 것이다.
하나, 둘, 셋, 넷……, 여덟, 아홉.
나 빼고 아홉 명이니 다 모였다.
일단 그 아홉 명 중에서 내가 아는 사람들과 한 차례씩 시선을 맞췄다.
한 명은 추소륵이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미소 속에 난감함이 깃들어 있다.
다음으로 시선을 맞춘 사람은 단목지다. 그녀의 표정에는 반가움과 난감함이 공존하고 있다.
그게 끝이다.
십 조에서 내가 아는 사람은 딱 저 둘뿐이다.
나머지 일곱 명은 내가 모르는 이들이다.
참고로 현재의 우리 증원 전력 전체 아흔네 명 중에서, 내가 모르는 인원들이라고는 십여 명의 잠룡관도들밖에 없다.
즉, 우리 조의 나머지 일곱 명은 모두, 내 입장에서는 누군지도 모르는 잠룡관도들인 것이다.
고개를 들어 바위 위에 서 있는 제갈수광을 바라보았다.
마침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이보쇼, 칠절사군 대협!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 같은 고급 전력에게, 누군지도 모르는 애들 뒤치다꺼리나 시키시기요?
이건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요!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갈수광은 무심한 눈으로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휙 돌아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