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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91화 (391/416)

내 안에 마교있다 391

갑자기 묵룡이 등장하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황스럽다.

내가 멀뚱멀뚱 바라만 보자 묵룡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경계 근무자요. 이 초소에 근무자가 한 명 더 필요하다고 해서.”

“아…….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내가 대꾸하자 묵룡이 초소 안으로 들어섰다. 그 후 곧장 근무 위치로 향하더니 전방의 숲을 바라보며 섰다.

나도 약간 떨어져서 전방의 숲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눈동자만 살짝 돌려 묵룡의 옆모습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일전에 확인했던 대로 키가 나보다 크고 체구는 날렵하다.

새벽에는 멀리에서 얼핏 봤을 뿐이었고, 묵룡이 죽립을 푹 눌러쓴 상태였다. 그렇다 보니 생김새까지 제대로 확인하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가깝고, 죽립을 눌러쓰지도 않았다. 그렇다 보니 생김새를 확인할 수가 있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삼십 대 후반에서 마흔쯤이다. 내공 경지가 있으니 보이는 것보다는 나이가 많을 것이다.

분위기 있게 생긴 장년 미남이며, 특히 쭉 뻗은 눈썹과 평균보다 큰 코가 인상적이다.

의외인 점은 아무리 살펴봐도 인피면구를 착용한 얼굴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본래의 용모인 것이다.

천풍단의 기동대로 신분을 위장하고 있다고는 해도, 신룡대의 묵룡쯤 되는 인물이 이렇듯 본래의 용모로 다니는 중이라니.

다소 의외다.

마침 묵룡은 전방만 주시하고 있는 상태.

이 기회에 그의 용모를 더 자세히 살펴두고 머릿속에 잘 기억해둬야겠다.

반 각이 지나고 일각이 지났는데도 묵룡에게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웬만한 사람들은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불편해하겠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이런 분위기는 전생에 사부님의 제자가 된 후로 숱하게 겪어봤다.

그러한 침묵의 시간이 이각 정도 이어졌을 때쯤, 언제까지고 말이 없을 것만 같았던 묵룡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만나게 되어 반갑소.]

[아, 저야말로 반갑습니다.]

[내 정체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계신다고 들었소.]

길초량이 귀띔해줬을 것이다.

[예……. 길 형이 묵룡조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보니 길 형의 동료들도 당연히 묵룡조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중에서 기도가 남다른 분이 계시기에 조장님으로 추측한 겁니다.]

내가 대꾸하자 묵룡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음을 보내왔다.

[나는 신화준이라고 하오.]

신화준.

멋진 이름이다.

본명일까, 가명일까.

그 유명한 신룡대의 묵룡이 초면에 본명을 툭 밝혔으리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말하는 분위기를 보면 왠지 본명 같기도 하다.

뭐, 나중에 길초량에게 물어보고 반응을 살펴보면 되겠지.

[송유겸입니다.]

내가 대꾸하자 신화준이 옅은 미소를 보이더니 전음을 보내왔다.

[별호가 창천비룡으로 바뀌셨더구려. 축하드리오. 바뀐 별호가 더 멋진 것 같소.]

[아하하. 가, 감사합니다.]

내가 민망해하며 대꾸하자 신화준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감사하다고 말씀하셔서 말인데, 나야말로 언젠가 송 소협을 만나면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소.]

‘소협’이라는 호칭에 대해 짚고 넘어가기 전에, 고개를 먼저 갸웃할 수밖에 없다.

[예? 조장님께서 제게 그러실 일이…….]

[우리 막내 조장을 구해줬던 일 말이오. 그 일에 대해 자세히 들었는데 여러모로 정말 대단한 활약을 펼치셨더구려.]

신화준이 말한 ‘막내 조장’이란 도예주다.

즉, 몇 년 전에 청여홍의 장원에서 있었던 사건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일을 같이 겪었던 길초량을 통해 더욱 자세한 보고를 받았을 테고.

[그때는 백송학 형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대로 구하지 못했을 겁니다. 백룡조장님뿐만 아니라 제 친우들까지도요.]

[백 호법이 등장한 건 나중의 일이고, 그 전까지 모두를 지킨 건 송 소협이었음을 잘 알고 있소.]

말을 마친 그가 또다시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미 소상하게 알고 있으니 백송학 핑계는 그만 대라는 의미다.

이에 나도 더는 그 부분에 대해 대꾸하지 않은 채로 희미한 미소만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말했다.

[백룡조장님과 친분이 상당하신 모양입니다. 묵룡조장님께서 따로 고마움까지 표하시는 걸 보면.]

[조장들끼리는 두루두루 친한 편이라서 그중 누구와 더 친하다, 덜 친하다 할 것은 없소. 다만, 개인적으로 백룡조장이 신룡대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인재가 허망하게 죽을 뻔한 걸 송 소협이 구했으니 그게 고마운 것이오.]

도예주에 대한 평가가 나와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호감이 든다.

미소를 지어 보인 후에 말했다.

[호칭 말씀입니다만, 그냥 ‘공자’ 정도면 됩니다.]

[별호로 불리거나 소협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면 민망해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이구려. 알았소. 원하시는 대로 불러드려야지.]

길초량이 얘기해준 모양이다.

내가 살짝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하자 신화준이 또다시 옅은 미소를 짓더니 전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에 나도 전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동안 묵묵히 전방을 주시하던 신화준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어제 남부지맹의 비밀 거점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르던 중에, 내 시선을 사로잡은 일류고수가 한 명 있었소. 전투 중에 계속 그 일류고수를 지켜보다가 부상도 두 군데나 더 입었지 뭐요. 물론 둘 다 잔부상 정도긴 하지만.]

신화준은 최절정고수다. 그런 그가 절정고수도 아니고 일류고수에게 시선을 빼앗겼다고?

[묵룡조장님의 시선을 사로잡은 일류고수라니, 누군지 궁금하군요.]

[엄청난 궁술 솜씨를 보여준 소저였소.]

나는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일행 중에 일류고수면서 여자인 궁사는 송유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화준이 입가에 미소를 보이며 전음을 이었다.

[나중에 그 소저가 누군지 물어보니 송 공자의 누이라고 하더구려.]

[아하하……, 그, 그렇습니다.]

[정말 대단했소. 격이 다른 궁술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겠더구려.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적재적소에 화살을 날리는데, 정확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연사 속도도 엄청났소. 화살에 담긴 힘도 만만치 않았는데, 그 부분은 아마도 활시위가 좋은 물건인 듯하더구려. 어쨌거나 분명한 점은, 일류고수인 송 소저가 웬만한 절정고수보다 더 큰 활약을 펼쳤다는 사실이오.]

천하의 묵룡에게 저런 극찬을 듣다니.

우리 송유하, 출세했네.

사실 우리는 다들 송유하의 대단한 궁술에 익숙해진 상태다. 그렇다 보니 송유하의 그러한 활약을 어느새 당연하게 여기게 된 면이 있다.

그러나 송유하의 궁술을 처음 접한 이들이라면, 특히 전투 중에 처음 접한 이들이라면, 당연히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신화준의 전음이 이어졌다.

[일류의 경지에서도 그런 수준의 궁술을 펼치는 궁수는 내 평생 두 번째요. 과거에 우리 조의 후임 중에도 그런 궁수가 있었거든. 그 후임은 신룡대 생활을 짧게 마치고 전역하긴 했는데, 역시나 후일에 명궁으로 인정받더구려. 필시 송 소저도 그렇게 될 것이오.]

[누이가 들으면 기뻐할 것 같습니다.]

내가 그렇게 대꾸했을 때쯤, 누군가가 계단을 밟고 우리 초소 쪽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건 제갈수광의 기척이다.

명궁 얘기를 하던 중에 마침 명궁이 나타나다니.

이렇게 공교로울 데가 있나.

이윽고 초소의 문밖으로 제갈수광이 모습을 드러냈다.

곧장 그에게 고개 숙였다가 펴며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어.”

“부상도 있으신데 좀 더 쉬시지 않고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제갈수광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짜식이 또 외부 인사 앞이라고 예의 바른 척하기는.”

이에 농담조로 대꾸했다.

“제자의 진심 어린 염려를 그런 식으로 곡해하시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푸……!”

제갈수광이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기운을 일으켜서 초소의 공간을 기의 막으로 감쌌다.

음파를 차단하는 막이다.

갑자기 왜 저래?

내가 의아해하는 사이, 제갈수광이 신화준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

“수고 많으십니다, 신 선배.”

신 선배……?

뭐야? 오늘 새벽에 함께 싸우면서 관계를 튼 건가?

신화준이 대꾸했다.

“수고는 뭘.”

하대하고 있다. 그것도 너무 편하게.

아무리 봐도 원래 알던 손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뭐야, 이거?

제갈수광이 신화준에게 물었다.

“부상은 좀 어떻습니까? 신 선배도 여기저기 다쳤었잖습니까.”

“제대로 치료했고, 간단하게 움직이는 정도는 괜찮으니까.”

신화준이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이어진 대화를 통해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원래부터 알던 사이라는 사실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 저 제갈수광이 신룡대의 묵룡씩이나 되는 존재와 지인 관계였다고?

물론 제갈수광의 인맥이 의외로 넓다는 사실이야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인맥에 신룡대의 묵룡까지 포함되어 있을 줄이야.

신화준과 제갈수광이 모종의 눈빛을 교환하고 있다.

이후에 제갈수광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자 신화준도 짧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말했다.

“과거에 우리 조의 후임 중에도 송 소저처럼 빼어난 일류고수 궁수가 있었다고 했었잖소? 신룡대 생활을 짧게 마치고 전역했다던.”

그 말에 절로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하면 그 후임이……!”

“그렇소. 그 후임이 바로 제갈 교관이오.”

너무나도 놀라워서 나는 멍하니 제갈수광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 제갈수광이 신룡대원, 그것도 묵룡조원이었다고?

제갈수광이 말했다.

“두 해도 제대로 못 채우고 방출됐으니 그렇게 놀랄 거 없다. 어디 가서 호들갑 떨 것도 없고.”

그러자 신화준이 끼어들었다.

“결과적으로는 방출로 처리됐지만, 실제로는 자네가 스스로 방출되려고 용을 썼던 거잖나. 틈만 나면 폭음을 해서 비상 출동 시에 차질을 주질 않나, 대체 어디에서 구했는지 작전 중에도 술을 숨기고 다니질 않나. 그런 감점 요소들이 누적돼서 결국 방출됐던 거잖나.”

무공을 익혔다고 해서 마음만 먹으면 주독을 곧바로 몰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초고수가 아닌 이상, 주독을 제대로 몰아내기 위해서는 운기조식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면 당연히 여러모로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제갈수광이 신화준에게 말했다.

“신 선배, 그때도 말씀드렸었지만, 일부러 방출되려고 그랬던 게 아닙니다. 저도 최소 오 년은 채울 생각이었습니다. 단지, 당시에는 음주를 좀……, 자제하지 못한 것뿐입니다.”

제갈수광이 대꾸하자마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자식은 제자라는 놈이 선생 앞에서 대놓고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네. 하여튼 저거, 싸가지하고는.”

실제로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표정으로 드러나 있었던 모양이다.

“하핫,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술 때문에 신룡대에서 방출되다니, 역시 우리 교관님이야말로 하늘 아래 최고의 애주가시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러자 제갈수광이 째진 눈을 하고는 대꾸했다.

“이 자식이 그래도 관도 때는 조금이나마 귀여운 맛이라도 있었는데, 나이도 먹고 고수도 되고 하더니 이제는 아주 능글능글해져서는. 으휴, 저 웬수.”

이에 신화준에게 말했다.

“우리 교관님이 말씀하시는 ‘웬수’는 ‘애제자’라는 의미입니다.”

“아하, 그렇구려.”

신화준이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보이며 그렇게 대꾸했다.

제갈수광이 또다시 핀잔을 줄 것 같은 기색이었기에 서둘러 신화준에게 물었다.

“그러면 조장님께서 우리 교관님의 선임이셨던 겁니까?”

“그렇소. 바로 윗선임이었소.”

“오호. 그럼 당시에 바로 윗선임이셨던 조장님에게 있어 우리 교관님은 어떤 후임이셨습니까?”

“으음…….”

내 질문에 신화준이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하더니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당시에는 구타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소.”

“컥……!”

순간적으로 제갈수광이 크게 당황하며 휘청했다.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하하핫!”

그러는 사이에 신화준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두 가지 이유에서 결국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소. 첫째, 출신 때문이었소. 제갈 교관은 제갈가주님의 사촌 아우잖소. 나는 신룡대 생활을 오래 이어갈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제갈세가의 심기를 건드리면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잖소.”

“그렇지요.”

“둘째, 제갈 교관과 일대일로 싸운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었소. 혹시라도 반항했을 때 확실하게 밟아주지 못하면 그때부터는 만만하게 여겨지는 거잖소. 그러면 조만간 계급장 떼고 붙자며 대들 텐데, 그 경우에도 내 신룡대 생활에 큰 차질이 생길 것 같았소.”

신화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제갈수광이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

“애초에 선임 중 누구에게든 대든다고 생각해 본 적조차 없거니와, 혹여 신 선배한테 맞았다고 해도 제가 왜 반항했겠습니까. 신 선배가 겉으로는 무뚝뚝했어도 실제로는 은근히 저를 배려해줬다는 걸 잘 아는데.”

그 말에 신화준이 미소를 보이더니 내게 말했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반항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었소. 제갈 교관이 그때는 좀……, 방황하는 야수 같은 느낌이었거든. 잘못 건드리면 오히려 내가 물릴 것 같았다고 할까.”

“야수는 무슨 야숩니까. 후…….”

제갈수광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고, 신화준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청년이었던 제갈수광은 윤단영과의 연애가 파국을 맞는 과정에서, 세가에 대한 실망감을 느끼고 방황하기 시작했었다.

그 내용을 알고 있다 보니 이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

제갈수광과 윤단영이 다시 이어져서 잘 살고 있으니 이 이야기가 안타깝지 않고 흥미로울 수 있는 것이다.

제갈수광에게 말했다.

“교관님이 신룡대원이셨다니, 아직도 신기합니다. 정말이지 조금의 눈치조차 못 챘습니다.”

“알 수가 없지. 밝히거나 드러낸 적이 일절 없으니까. 혹여 신룡대 얘기가 나와도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척, 철저하게 모르는 척하며 지냈으니까. 그래서 다들 그 시기에 내가 방황하며 방랑한 줄로만 알고 있는 거고.”

제갈수광이 바로 말을 이었다.

“당시에 나는 머리와 수염을 잔뜩 길러서 용모를 최대한 감춘 채, 가명으로 신룡대에 입대했었다. 그리고 우리 조원들에게만 정체를 밝혔었지. 당시의 조원들도 신룡대답게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은 것이다.”

“아.”

“유일하게 그 사실을 아는 분은 가주이신 사촌 형님뿐이었다. 신룡대 수뇌부의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내 입대에 관련된 사안을 세가에 알릴 수밖에 없었겠지. 무림맹에서 제갈세가가 차지하는 위치라는 게 있으니까. 언젠가 사촌 형님이 조용히 면회를 오셨기에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드렸었다. 결국 사촌 형님도 비밀을 지켜주셨던 거지.”

제갈수광이 말을 마치자 신화준이 내게 말했다.

“우리도 그간 서로 연락 한 번 안 하고 지냈었소. 그러다가 새벽의 전투에서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마주친 것이오. 과거에는 제갈 교관과 딱히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매우 반갑더구려.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까.”

그러자 이번에는 제갈수광이 내게 말했다.

“새벽에 잠시나마 전음으로 서로 안부를 주고받았었는데,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네 녀석을 만나러 온 것처럼 하고 선배하고 대화 좀 하려고. 자연스럽게.”

보아하니 제갈수광은 본인이 신룡대 출신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감추고 싶은 모양이다.

나 외의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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