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403
쾌속선 안에서의 생활은 호화롭고 편안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기본적으로 선장과 선원들이 매 순간 우리에게 극진했다. 연주상단의 중경지점장인 고덕성의 지시가 있었던 모양이다.
식사와 다과도 훌륭했으며 식사 때마다 최고급 술이 같이 나왔다. 물론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기에 관산영만 신났지만.
관산영과 내가 쓰는 공간도 매우 안락하고 쾌적했다. 우리는 쾌속선 중앙의 넓은 공간을 썼는데, 선원들은 우리가 쓰는 공간에 함부로 드나드는 법이 없었다.
용무가 있을 때는 문밖에서 문을 두드린 후에 얘기하는 식이어서, 나는 필요할 때마다 관산영을 점혈하며 그녀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
관산영은 갑판에 나가서 강을 구경하고 싶어 했는데 나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살짝 투정을 부리다가 내가 시선을 오래 두자 금세 꼬리를 내렸다.
쾌속선은 강물 위로 쭉쭉 나아가, 우리는 다음 날 밤에 호구현을 통해 포양호로 진입할 수 있었다. 쾌속선인 데다가 상류에서 하류로 흘러 내려왔기에 포양호까지 금세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성자현 인근의 한산한 나루터에서 내렸다.
선장과 선원들은 우리를 배웅하면서 간단히 익혀 먹을 수 있는 음식까지 넉넉하게 싸줬다.
이에 나는 헤어지기 전에 그들에게 은자 두 냥을 쥐여주었다. 그걸로 회식도 하고, 나머지는 적절히 분배하라고 말해줬다.
선원들과 헤어진 후에는 관산영을 따라 움직였다.
그녀는 포양호변을 끼고 인적이 드문 경로로 이동했다. 밤중이다 보니 사람들의 시선을 끌 일이 거의 없었다.
한동안 이동하자 포양호변의 숲이 나왔다. 언덕 형태의 숲이었다.
관산영은 숲길을 따라 이동하다가 어느 순간 멈췄다.
물가 근처다.
아마도 입수 지점일 것이다.
이전에 갔었던 장강변의 은신처처럼, 이곳도 바로 앞의 호수면 위로 커다란 바위들이 솟아 있기 때문이다. 저러면 은밀하게 입수하기에 좋다.
관산영의 전음이 들려왔다.
[대충 눈치챈 모양이네.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바로 그 방향이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관산영이 입수 지점을 향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금세 물가에 다다르자 관산영이 말했다.
[이번 은신처로 가는 수중 통로의 입구는 호수의 상당히 깊은 곳에 있어. 왼쪽에서 두 번째 바위 보이지? 그 방향으로 계속 잠수하다 보면 바위들이 교묘하게 겹치는 지형이 있어. 그곳으로 들어가면 수중 통로가 나오는데, 그 수중 통로는 제법 길게 이어지지만 결국은 막히는 통로야. 그곳에서 되돌아 나오려면 역류가 심해서 매우 힘들고.]
관산영이 바로 전음을 이었다.
[그러니까 첫 번째로 마주치는 그 지형은 그냥 지나쳐야 해. 그곳에서부터 한참 더 내려가면 바위들이 교묘하게 겹치는 지형이 한 번 더 나와. 그곳의 바위틈으로 들어가야 해. 그 수중 통로도 매우 기니까 호흡 조절에 신경 써야 하고……. 뭐 당신이라면 문제없겠지.]
말을 마친 관산영이 돌아서서 내게 등을 보였다.
이전에 수중 통로를 지날 때도 그랬듯, 상체를 점혈하고 묶으라는 의미다.
그녀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속박하지 않을 테니 그냥 귀하가 앞서서 헤엄치면서 안내하시오. 뒤따라가겠소.]
그러자 관산영이 휙 돌아서 나를 바라봤다.
[안 묶는다고? 점혈도 안 하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다. 못 믿겠다는 표정이다.
[그렇소.]
[내가 도망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하는 거야? 나, 헤엄 빨라.]
[그러면 이 기회를 노려서 도주하시면 되겠구려. 대신, 도주하다가 실패했을 때 어떻게 될지도 한번 생각해보시기를 권하오. 모르긴 몰라도 처우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소.]
그러자 관산영이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심리전도 잘하네. 헤엄 속도도 자신 있다는 의미겠지.]
내가 씩 웃어 보이자 그녀가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적당히 빠른 속도로 헤엄칠 거야. 만약에 당신이 못 쫓아오면 알아서 속도 줄일 테니까 오해하지 마. 뭐, 애초에 못 쫓아올 일도 없을 것 같지만.]
말을 마친 관산영이 주변을 살피더니 조용히 입수했다.
나도 그녀를 따라 입수했다.
관산영은 쭉쭉 잠수해 내려갔다.
그녀는 나와의 간격이 가깝다는 걸 확인할 때마다 헤엄치는 속도를 조금씩 올렸는데, 그러면 나는 곧장 바짝 따라붙었다. 그러고 나면 관산영은 또다시 헤엄치는 속도를 올렸고, 나는 또다시 바짝 따라붙었다.
나중에는 관산영이 헤엄치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는데, 그래도 나는 금세 따라붙었다.
그런 식으로 경쟁하듯 헤엄치다 보니 우리는 금세 바위들이 겹치는 지형에 다다를 수 있었다.
관산영이 바위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양팔을 교차해 보였다. 저기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녀가 말했던 첫 번째 수중 통로가 저곳인 모양이다.
내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관산영이 아래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에 내가 또다시 크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관산영이 더 깊은 수중으로 헤엄쳐 내려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수중 통로가 있던 지점으로부터 한참 더 잠수하니 또다시 바위들이 겹치는 지형이 나왔다.
관산영이 그중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후 그 지점으로 헤엄쳐 이동했다.
그녀를 따라가 보니 시야를 가리고 있는 커다란 바위의 뒤쪽으로 틈새가 보였다. 이 근처에 수중 통로의 입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찾기 어려울 만큼 교묘한 지형이었다.
관산영이 지체하지 않고 그 틈 사이로 헤엄쳐 들어갔고, 나도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수중 통로는 구불구불 이어졌다.
헤엄치면서 보니 곳곳마다 통로가 좁아지는 부분을 인공적으로 깎아서 넓힌 흔적이 많이 보였다.
한참 동안 이동하자 통로는 급경사를 이루며 위로 향했고, 관산영의 헤엄 속도도 빨라졌다. 그녀를 따라 빠르게 위쪽으로 헤엄치니 이내 수면에 가까워졌다.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자마자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후아아, 후아아, 후아아, 후아아……!”
관산영의 숨소리다.
마지막에 헤엄 속도가 매우 빨라졌던 이유가 아마도 호흡 때문이었던 듯하다.
잠수 시간이 상당히 길었던 탓에 나도 호흡이 어느 정도는 가빠진 상태니까.
“스으으읍, 후우우우…….”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인데, 바닥의 반은 평평한 바위고 나머지 반은 물이었다.
내가 서서히 헤엄쳐서 바위 바닥 위에 오르자 관산영도 거친 숨소리를 내며 헤엄쳐 바위 바닥 위로 올라왔다.
그런데 관산영은 바위 위로 올라오자마자 바닥에 털썩 누워버렸다. 지친 모양이다.
젖은 옷이 몸에 딱 달라붙어 있다 보니 관능적인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봉긋 솟은 가슴께에 시선이 자꾸 가려는 걸 거두며 앞쪽의 벽을 바라보았다.
이 여자가 아주 그냥, 경계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네.
벽에 시선을 둔 채로 말했다.
“왜 호흡 조절에 신경 쓰라고 했는지 알 것 같구려. 내 예상보다 잠수 시간이 훨씬 길어서 내심 놀랐소.”
관산영이 누운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말했다.
“이전 은신처의 수중 통로도 누군가에게 발각되기가 극도로 어려운 구조인데, 이곳은 아예 발각될 일이 없어 보이는구려.”
“후우우, 후우우……. 나도 처음에 이곳을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었는지 몰라. 위치가 자세히 그려진 약도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야.”
“약도? 하면, 귀하도 처음에는 혼자 찾아왔었던 것이오?”
“방금 겪어봤으니 알겠지만, 내공이 일정 수준 이상 되지 않으면 여기까지 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잖아. 내 내공 경지가 그 수준에 이르기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던 거고.”
“아.”
무슨 상황인지 대강 이해가 되었다.
잠시 후, 호흡을 고른 관산영이 내게 물었다.
“옷, 나부터 말려? 아니면 당신부터?”
“귀하부터 말리시오.”
곧 관산영이 기운을 일으켜 의복을 말리기 시작했고, 그 후에는 그녀를 점혈한 뒤 나도 의복을 말렸다.
공간의 한쪽 벽에 위로 향하는 계단형의 통로가 있어, 점혈된 상태의 관산영을 안아 들고 계단을 올랐다.
이번에도 이전의 은신처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기관 장치들을 해제하며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을 모두 오르자 작은 공간이 나왔고, 이전의 은신처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석문이 나타났다.
관산영은 이번에도 본인의 앞섶에서 뜨끈뜨끈한 열쇠를 꺼내어 내게 넘겼다. 추정컨대, 열쇠를 목걸이 형태로 걸고 다니는 듯하다.
살펴보니 이전 은신처의 석문을 열었던 열쇠와 같은 열쇠였다. 공용인 모양이다.
열쇠를 넣고 돌리자 ‘철컥’ 소리와 함께 기관이 작동하며 석문이 옆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석문 안은 야명주로 인해 밝았고, 이전의 은신처처럼 널따란 공간이 보였다.
관산영을 안아 든 채 공간 안으로 들어서서 은신처를 둘러보았다.
이 은신처도 몇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침실, 창고, 측간 등의 구조는 이전의 은신처와 비슷했다.
또한 이곳에도 금은보화가 쌓여 있는 공간이 한 군데, 각종 무기류가 진열된 공간이 한 군데 있었다.
두 공간 모두 나중에 살펴볼 생각으로 밖에서만 슬쩍 보고 돌아섰다. 그 두 공간 외에, 관심을 끄는 곳이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석문으로 닫혀 있는 곳이다. 밖에 있는 석문은 상당히 큰데 이 석문은 그리 크지 않다.
석문의 옆으로 주먹만 한 반구체 형태의 돌이 불룩 튀어나와 있다.
관산영에게 물었다.
“저 부분을 누르면 열리는 것이오?”
“응.”
이에 나는 발을 들어 발바닥으로 불룩 튀어나온 돌을 눌렀다. 관산영을 안아 들고 있다 보니 양손을 쓰기가 어려운 탓이었다.
석문이 ‘그르릉’ 소리를 내며 옆으로 열렸다. 상당히 두꺼운 석문이었다.
드러난 공간은 조명이 밝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서늘한 냉기가 느껴졌다.
관산영에게 물었다.
“이 공간은 진법으로 냉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오?”
“응.”
그래서 석문도 두껍게 제작했던 모양이다. 이 공간의 냉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는데, 사방의 벽면에 여러 단의 길쭉한 석제 선반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각각의 선반 위에는 이런저런 물품들이 올려져 있었고, 크고 작은 함들도 많았다. 함은 목함도 있었고 석함도 있었다.
목함과 석함을 제외한 다른 물건들을 먼저 둘러봤다.
중원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신기한 물품들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길이가 한 자쯤 되어 보이는 나뭇가지에 주먹만 한 구슬이 달린 물건 같은 경우다.
생긴 것만 봐서는 철퇴와 비슷한 모양새인데, 구슬이 영롱한 빛을 발하는 것으로 보아 망치나 철퇴의 용도로 쓰는 물건은 아닐 것이다.
궁금해서 관산영에게 물었다.
“이건 뭐 하는 물건이오?”
“마법이라는 힘을 쓸 때 사용한대. 뭐라고 하더라……. 마법무구라고 하던가?”
이에 나는 눈매를 찡그리며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마법? 마법무구?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그게 뭐요?”
“나도 몰라. 이곳에 남겨져 있는 기록에 그렇게 쓰여 있었어. 할아버지의 사부님의 먼 사조님 시절부터 내려오던 물건인가 봐. 어쩌면 수천 년 전의 물건일 수도 있대.”
“에이. 아무리 그래도 무슨 수천 년씩이나.”
내가 그렇게 말하자 관산영이 동의한다는 듯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어쨌든 고대에, 저 먼 서쪽 대륙에는 신비한 힘을 쓰는 사람들이 살았는데, 그들이 썼던 힘을 마법이라고 했다나 봐. 저 물건은 그 마법이라는 힘을 더 쉽게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물건이라나?”
“신비한 힘?”
“쓰여 있기로는 황소보다 더 커다란 불덩이 여러 개를 하늘에서 떨어트리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넓은 범위에 눈보라를 쏟아내기도 한다나 봐. 아, 사람이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한다고…….”
이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린가.
“푸훗! 과장이 너무 심한 것 같구려.”
“내 생각도 그래. 옛날 사람들의 얘기라는 게 대개 과장된 경향이 많잖아. 뭐, 내가 읽은 내용도 그런 얘기들을 듣고 기록해둔 것일 테니까 말이야.”
관산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구슬이 달린 나뭇가지의 옆에는 두툼한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책은 표지 부분이 보이게끔 놓여 있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문자가 적혀 있었다. 웬만한 새외 쪽 문자들의 모양새는 대강 아는데, 이 문자는 완전히 낯설다.
“귀하는 이 문자, 읽을 수 있소?”
“아니.”
“어디의 문자인지는 아시오?”
“고대 서쪽 대륙의 문자래.”
“그놈의 고대 서쪽 대륙 타령은.”
내가 피식 웃으며 대꾸하자 관산영이 미소를 보이더니 말했다.
“나도 기록에 쓰여 있던 걸 말해주는 것뿐이라서 말이야. 아무튼 그것도 마법무구라는 것 같아.”
이에 나는 또다시 피식 웃어 보였다.
그놈의 마법무구인지 뭔지, 관산영을 내려놓고 나중에 혼자 와서 한 번씩 제대로 살펴봐야겠다.
목함과 석함 안의 내용물을 제외한 모든 물건을 둘러본 후 관산영에게 말했다.
“이제 운명의 시간이구려. 귀하는 이 은신처에 영약이 있다고 했었고, 나는 그 이유로 귀하를 살려뒀었소. 그러니 이제 이 함들의 안에 영약이 없다면 나는 귀하에게 아주아주 크게 실망할 것 같소.”
냉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관산영이 대꾸했다.
“왼쪽 벽면 바닥의 가운데에 있는 작은 석함.”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에 관산영을 들고 해당 석함의 근처까지 이동한 뒤, 근처에 그녀를 내려놓았다. 목함들은 선반 위에 놓여 있지만, 석함들은 아무래도 무게가 있어서인지 바닥에 놓여 있다.
관산영이 지목한 석함의 뚜껑을 잡고 들어 올렸다.
작은 석함의 뚜껑인데도 무게가 상당했다.
뚜껑을 열고 나니 석함 안에서 더 차가운 냉기가 전해져 왔다.
안쪽을 살펴보니 유리병 두 개가 들어 있었다. 중원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몸통이 납작한 형태의 유리병이었다.
두 유리병에는 모두 투명한 액체가 들어 있었다.
관산영에게 물었다.
“이게 뭐요?”
“파사국의 영약.”
의외의 대답이었기에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파사국의……?”
“응.”
“나는 파사국 사람들이 무공을 익힌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소만.”
“무공을 익히지는 않지만, 그곳에도 강한 힘을 가진 사람들은 있대.”
내가 미덥지 않다는 표정으로 관산영을 바라보자 그녀가 바닥에 누운 채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는 어느 정도 연세가 드신 후부터는 주로 새외 지역을 탐방하고 다니셨어. 북해와 해동은 말할 것도 없고, 서역과 천축을 넘어 파사와 서방에까지도 다녀오셨대.”
저건 천마신교의 정보에도 나와 있던 내용이다. 신투 관의척이 새외에서 목격되었다는 정보들이 간혹 있었다.
“그렇다 칩시다. 한데 이게 파사국의 영약인지에 대해 내가 믿을 만한 근거가 있소?”
“할아버지가 기록으로 남겨두셨으니까. 그 병의 그림과 함께. 그게 기록된 서책은 내 침실에 있으니 당신이 직접 가져다가 읽어보면 알겠지.”
관의척이 관산영을 위해서 기록해뒀다면 없는 말을 적어놓았을 이유는 없다.
관산영에게 말했다.
“여자가 복용하면 효험이 거의 없다던 영약이 바로 이 영약이오?”
“응.”
“이걸 구한 사람은 귀하의 조부고, 귀하의 조부도 남자요. 한데 귀하의 조부는 이 귀한 걸 왜 본인이 직접 복용하지 않고 남겨둔 것이오? 귀하의 조부도 고수고, 이 영약을 복용했다면 더 강해질 수 있었던 거잖소.”
“자세한 사연은 서책에 적혀 있으니 당신이 직접 읽어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이에 유리병을 다시 석함 안에 넣고 뚜껑을 덮었다.
이후에는 관산영을 안아 들고 중앙 공간으로 나와서 냉방의 석문을 닫았다.
곧장 관산영의 침실로 가 보니 책 수십 권이 있었다.
대충 들춰보니 오래된 책들도 있었고 상대적으로 근래에 제작된 책들도 있었다.
새 책들은 관의척이 기록을 남겨둔 책들로 보이고, 오래된 책들은 전대 신투들이 기록을 남겨둔 책들로 보였다. 서체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책을 중앙의 넓은 공간으로 빠르게 나른 후, 푹신한 침구류도 날랐다. 이어서 관산영을 침구 위에 눕혀두고는 책들을 들춰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