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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115화 (115/169)

제115화

13장 기지개(3)

* * *

“후우, 고생은 좀 했지만 그래도 빠르게 구했네.”

유리창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군주 길드 사무실.

아이템 거래소에서 돌아온 한상우가 밝은 표정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깡깡-!

“어서 오세요, 군주님!”

사무실 구석에서 화산검에 대고 망치질을 하던 제장이가 해맑은 표정으로 한상우를 반겼다.

얼굴엔 숯검정을 묻히고 한 손엔 화산검을, 다른 한 손엔 작은 망치를 든 채 환하게 웃는 모습.

꼬마가 그러고 있으니 마치 소꿉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제장이는 엄연한 대장장이였다.

한상우가 들어오자마자 재료부터 찾는 모습부터 그랬다.

“앗, 군주님! 이 느낌은! 설마, 강철 골렘의 심장을 구해오신 건가요?”

“당연하지. 여기 있어.”

한상우는 캐릭터 인벤토리를 열어 심장 모양에 머리만 한 크기의 강철 세 개를 꺼냈다.

강철 골렘의 심장.

온몸이 강철로 이루어져 있어 잡기 까다로운 몬스터의 드랍 아이템으로, 30kg에 달하는 그 무게 때문에 특히 유명한 아이템이었다.

작고 무거운 만큼 그 밀도가 굉장히 높아, 방어력이 중요한 아이템의 소재로 인기가 많기 때문에 개당 가격도 수천을 호가했다.

그런데도 양병석이 부른 가격은 단 오천만 원으로, 거의 매입가 그대로 부른 수준이었다.

개당 오천만 원.

아이템 하나의 완성을 15시간 단축시키기 위해 일억오천만 원을 쓴다는 게 과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한상우는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단축된 시간으로 S급 던전을 하나만 돌아도, 솔플로 아이템을 독식할 수 있는 한상우에게 그 정도의 소비는 금세 메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재료 구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군주님! 그럼 바로 격상에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바로 진행해줘.”

제장이는 한상우가 내려놓은 재료들을 망치로 두드렸다.

퉁- 퉁- 퉁-

번쩍-!

바닥에 놓여 있던 강철 골렘의 심장 세 개가 빛줄기로 변하더니 그대로 망치에 스며들었다.

“‘격상’ 단축을 시작하겠습니다!”

제장이는 우렁찬 외침과 함께 머리 위로 망치를 치켜들어 모루 위에 놓은 화산검을 향해 내리쳤다.

그 순간.

깡-! 화아아아악-!!

경쾌한 금속음과 함께 빛이 발하면서 화산검의 업그레이드가 완료됐다.

[격상 완료]

[격상 효과를 받은 아이템의 등급이 상향됩니다.]

[‘꼬마 대장장이의 화산검’이 ‘강인한 꼬마 대장장이의 화산검’으로 승급합니다.]

“완성했습니다, 군주님! 한번 확인해보세요!”

기존의 화산검과 길이와 모양은 같으나 검신에 새겨진 붉은 선의 모양이나 코등이가 좀 더 세련되어 보였다. 무게도 그대로기에, 허공에 휘둘렀을 때의 느낌 자체는 이전과 거의 동일했다.

한상우는 제장이가 건네는 화산검을 받아 아이템의 능력치를 확인했다.

[강인한 꼬마 대장장이의 화산검]

[등급 : 영웅]

[효과 : 공격력 +220]

[스킬 : Lv 2. 분화]

[스킬 : Lv 1. 발화]

[각인 : 꼬마 대장장이의 각인 – 꼬마 대장장이가 각인한 아이템입니다. 차원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꼬마 대장장이의 소환이 해제되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공격력은 135에서 220으로.

[분화]의 스킬 레벨은 1에서 2로 상승하고, [발화]라는 스킬도 새로 추가됐다.

“오, 화산검은 원래부터 좋았지만, 승급하니 더 훌륭해졌는데? 제련 실력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엣헴! 군주님께서 돌봐주신 덕분에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군주님!”

한상우의 칭찬에 제장이는 턱과 어깨를 치켜올리며 한껏 으쓱거렸다.

확실히 그럴 만했다.

[캐릭터 명 - 제장이]

[레벨 - 542]

[직업 - 대장장이]

<스탯>

[힘 : 556] [민첩 : 322] [지력 : 160] [체력 : 516] [마력 : 282]

<스킬>

[꼬마 대장장이의 축복] [꼬마 대장장이의 용기] [내려찍기] [올려치기] [강철 전격] [격상] [제련] [거래] [망치 던지기] [망치 회수하기] [철의 분노]

[충성도 – 492 / 999]

빈 시간에 틈틈이 하이어를 플레이하고, 최근 등급 높은 던전을 클리어할 때도 제장이를 소환해 둔 덕분에 제법 레벨이 많이 올라 있었다.

헌터의 기준으로 봤을 때, SS급에 달하는 레벨.

거기다 망치를 던지고 회수하는 원거리 스킬 [망치 던지기]와 [망치 회수하기]까지 추가로 습득했다.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아직 많이 약한 수준이고, 대장장이가 본격적으로 공격 스킬들을 습득하는 700레벨이 되지 않아 전투에 직접 투입하기 적합하진 않지만 많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 앞으로도 쑥쑥 크자. 만렙이 되는 그날까지.”

“네! 알겠습니다, 군주님!”

한상우는 제장이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쓰다듬은 후, 업그레이드된 화산검을 다시 한번 살펴봤다.

[스킬 : Lv 1. 발화 – 화산의 기운을 응축시켜 불꽃을 일으킵니다. 1분 동안 화산검에 불꽃 속성을 부여해, 공격력과 스킬 파괴력이 15% 상승합니다. 마나 20 소모. 쿨타임 10분.]

이번에 새로 얻은 스킬.

1분 동안 강해진다는 건 알 수 있었으나 설명만 봤을 땐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한상우는.

[캐릭터 소환 : 매직킹]

“불확실한 앞날에 지혜의 등불을. 부르셨습니까, 로드.”

매직킹의 도움을 받아 스킬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매직킹, 새로 얻은 공격 스킬 하나 실험해 볼까 하는데 내 주위로 보호막 하나 쳐줄 수 있을까?”

“이 건물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시군요.”

“맞아. 보호막 안쪽에 있는 나도 안전해야 하고.”

“이해했습니다. 그럼 단일 보호막으로는 폭발이 일어날 경우, 산소가 소모되고 위험이 커질 수 있으니 다른 차원의 공간과 보호막 내부를 겹치도록 설정하여 공기를 순환시키고 충격을 분산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어떻게든 이 건물에 충격이 가지 않게만 해줘.”

“예, 로드.”

무슨 말인지 알아듣긴 힘들었지만 대충 안전하게 시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뜻인 듯했다.

매직킹은 상세한 설명 후,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카강-!

한상우의 주변으로 얼음이 어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길쭉한 형태의 반투명한 보호막이 형성됐다.

그리고 보호막과 함께.

창가 쪽 바닥에 뜬금없이 허수아비가 소환됐다.

한상우가 화산검으로 허수아비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건 뭐지?”

“제가 마법의 파괴력에 관련된 연구를 할 때 주로 사용하는 허수아비입니다. 체력과 방어력은 이쪽 세계로 따지자면 SS급 몬스터 수준이 되겠군요.”

“우와! 신기한 허수아비네요, 마법사님! 무슨 광물로 구성되어 있고, 어떤 방식으로 결합했는지 너무너무 궁금해요!”

“그래? 마침 잘됐군. 장난감 준다 치고, 이따가 하나 선물해주마.”

“감사합니다, 마법사님!”

역시 상생 관계여서 그런 걸까.

제장이가 허수아비에 관심을 보이자 매직킹이 선물을 약속했다.

한상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풍기는 두 캐릭터들의 모습에 피식 웃은 후, 허수아비를 향해 몸을 틀었다.

이제 환경이 마련됐으니 제대로 시험해볼 차례였다.

한상우는 화산검을 양손으로 쥐고 스킬을 사용했다.

시작은 새로 얻은 스킬이었다.

전신을 타고 흐르는 마나를 검에 집어넣자.

[발화]

[1분 동안 화산검의 공격력과 스킬 파괴력이 15% 상승합니다.]

타닥- 타닥-

화산검이 조금씩 불씨를 흩날리면서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라도 가까이 대면 바로 재로 변할 것 같은 열기.

이렇게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발화]의 위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지만 한상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애초에 매직킹까지 소환한 데는 [격상]으로 얻은 스킬 하나만 시험하기 위해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상우는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며 화산검을 들어 올려 허수아비를 겨누었다.

그리고 [발화]의 효과로 한 층 강화된 [분화]를 사용했다.

그런데.

꽈아아아앙-!!

화르르륵-!!

‘흐읍…!’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화력이 뿜어져 나왔다.

검 끝에서 불꽃이 발사되는 건 똑같았지만 크기와 속도가 압도적으로 커지고 빨라진 것이다.

뭐랄까.

이전의 [분화]가 화산이었다면 지금은 화염룡이 승천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이건 느낌만 그런 게 아니었다.

화르륵-

매직킹이 설치한 허수아비도 머리와 팔이 완전히 날아가 몸만 타닥타닥 타고 있었다.

“허…. 이거 조금 더 가면 땡길거야의 [신성 폭발]이랑 위력이 비슷해지겠는데?”

“아직은 부족하지만 수호 기사의 별을 폭발시키는 기술과 비슷해질지도 모르겠군요. 확실히 예전에 보여주셨던 파괴력보다 최소 3배는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로드.”

한상우 본인의 성장에 더불어 [격상]을 통한 화산검의 강화, [발화]의 효과가 겹치니 순수한 파괴력이 몇 배나 뛰었다.

한상우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매직킹이 자신의 감상을 덧붙이며 말을 이었다.

“좀 더 시험하시겠습니까, 로드?”

“아니, 이 정도 봤으면 충분할 것 같아.”

“예. 그럼 보호막 종료하겠습니다, 로드.”

까강-!

한상우의 말 뒤로 매직킹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보호막이 깨지고 불에 타던 허수아비도 사라졌다.

이에 시험을 지켜보고 있던 제장이가 폴짝 뛰며 말했다.

“그 정도 충격이라면, 반동을 못 버티고 놓칠 수도 있는데 화산검의 힘을 버티시다니! 역시 군주님이세요!”

“네가 정성스레 만든 건데 놓치면 안 되지. 멋진 검 만들어 줘서 고맙다, 제장아. 잘 쓰도록 할게.”

“헤헤! 군주님께서 써주신다면 그것보다 기쁜 일은 없죠! 더 좋은 검을 만들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제장이는 주먹을 불끈 쥐고 비장한 표정까지 지으며 의지를 다졌다.

한상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한번 제장이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그리고 화산검을 허리춤에 착용한 뒤, 캐릭터들의 소환을 해제하려 했다.

캐릭터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즐거우나 비전투 모드로 소환한다고 해도 소모되는 마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직킹과 제장이의 소환을 해제하려던 그때.

띠링-!

[히든 조건 클리어]

[캐릭터 소환이 1,000시간을 돌파하였습니다.]

[충성도 업적이 개방됩니다.]

[충성도 업적 1]

[캐릭터 소환 24시간 유지하기 - 0%]

[캐릭터들을 소환하여 충성도 업적을 달성해보세요.]

[업적은 100% 달성 시 완료되며, 업적을 완료해야만 다음 업적이 개방됩니다.]

새로운 메시지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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