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105화 (105/862)

5화. 서막 (3)

“부르셨습니까?”

연우가 무왕의 옆으로 다가왔다.

“노땅들 상대하느라 많이 힘들지?”

“딱히 힘들 건 없습니다.”

“하긴. 그래 보이더라. 우리 같은 과들이 남들 눈치를 안 보긴 안 보는 편이지.”

무왕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낄낄대다가 말했다.

“널 이렇게 부른 건, 본격적으로 쿠람을 치기 전에 팔극권에 대해서 가르쳐 주기 위해서다. 오늘부터 하루에 한 동작씩 가르쳐 줄 테니까, 눈 똑바로 뜨고 배우도록 해. 말했지만, 난 두 번은 안 가르쳐 준다.”

연우의 눈이 반짝였다. 무왕의 지도는 전투가 끝난 내일부터나 시작될 줄 알았는데. 그전에 가르쳐 줄 모양이었다.

“우선. 본격적인 가르침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왜 권법을 가르쳐 주려고 할까? 너도 이미 제법 잘 싸우고 있는데. 이유를 아나?”

연우는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

“효율적인 마력 방출을 위해서가 아닙니까?”

“오. 벌써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어?”

무왕은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자고로 무공이라는 건, 싸우다는 뜻의 ‘무(武)’와 쌓는다는 뜻의 ‘공(功)’이 합쳐진 단어다. 싸움을 쌓는다. 즉, 싸우는 기술을 쌓는다는 뜻이지. 그리고 이 ‘쌓는다’는 개념 안에 들어가는 것들은 종류가 아주 다양하지.”

연우도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천익기공을 만들면서 가졌던 의문이자 화두였으니까.

무공은 단순히 심법으로 마력만 쌓는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쌓은 마력을 버틸 만한 그릇, 육체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방출할 방법.’

그릇을 만들고, 쌓는 것을 알았다면. 이것을 제대로 출력할 수 있는 엔진도 필요한 법이다.

“무공은 총 세 가지로 이뤄진다. 심(心), 기(技), 체(體).”

‘심, 기, 체.’

여우는 세 단어를 속으로 중얼거렸다.

“‘심’은 내공, 너희들은 마력이라 부르는 것을 의미한다. 내용물이지. ‘체’는 이것을 수용하는 그릇. 단전과 육체, 그 자체를 말하고. ‘기’는 이 둘의 간극을 묶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무공을 제대로 구현화하는 것을 담당한다. 기술. 기예.”

무왕이 한쪽 입술 끝을 올렸다.

“검법, 도법, 권법…… 뭐, 그런 것들을 뜻하지.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팔극권은 그런 ‘기’ 중에서도 최상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왜냐고? 왜긴. 천재인 내가 만들었으니까.”

무왕은 낄낄 웃으면서 자신의 얼굴에 금칠하기 바빴다.

“그런 뜻에서 너는 나한테 정말 절을 해도 모자랄 정도라고. 팔극권을 제대로 전수 받은 사람은 두 명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네가 추가되면서 세 명이 된 거고.”

연우는 무왕의 제자라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 말은 곧 팔극권을 익힌 사람은 무왕의 힘을 잇는 자라는 뜻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았다.

“여하튼. 팔극권의 개론을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면. 팔극권은 말처럼 단순한 권법만은 아니다. 검을 쥐면 검, 도를 쥐면 도. 창을 쥐면 창법이 되도록 만들어 놨지. 내가 무기를 가리는 걸 별반 좋아하지 않아서.”

무왕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 팔극은 나를 중심으로 한 8방을 모두 점한다는 뜻이다. 감각을 잔뜩 벼리고, 상대가 소수이든 다수이든 간에, 가리지 않고 압도적으로 찍어 누르는 기술. 그게 팔극권이 추구하는 바다.”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부터 한 동작씩 보여 줄 테니까 잘 봐라. 먼저 건보(乾步).”

타악!

무왕은 한 발을 성큼 앞으로 내디뎠다.

단순한 내딛기로 보였지만, 순간 그의 존재감이 확장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연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태양을 가르기 전에 보여 줬던 존재감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 같았다.

“그 다음에는 태각(允角), 이권(離拳)…….”

무왕은 연우가 기억할 수 있게 느릿하게 움직였다.

연우는 용마안으로 그의 동작을 좇았다. 그러다 문득 무왕의 흐름이 뭔가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결하면서도 요점을 가르는 움직임.

‘결!’

연우는 그게 무엇인지 깨닫고 눈을 크게 떴다.

단순한 우연일까, 아닐까?

무왕은 결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발을 딛는 위치도, 팔을 뻗는 동작도. 모두 결의 선상 위였고, 결의 흐름 위였다.

그러다 뒤늦게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결은 사물의 중심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무공 역시 제대로 된 무공일수록 결의 흐름과 흡사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결’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용마안’ 스킬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27.6%]

그렇게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되자, 어렵게만 보이던 무왕의 시범도 너무 잘 눈에 들어왔다.

“자. 이것이 팔극권의 전반 32초식의 1초식인 건곤진진이다. 어때? 할 수 있겠어?”

무왕은 앞으로 쭉 내뻗었던 팔을 되돌리면서 물었다.

익살맞은 웃음.

1초식이라고 해도 총 크고 작은 64가지의 세세한 식(式)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한 번 봐서는 절대 외울 수가 없었다.

한 번밖에 보여 주지 않겠다고 말한 건 어디까지나 연우를 골려 주기 위한 농담이었다.

만약 다 못 외웠다고 한다면, 면박을 주면서 스승으로서의 위대함(?)을 몸소 가르쳐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네. 다 외웠습니다.”

“……뭐?”

연우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왕이 살짝 얼빠진 소리를 내자, 연우는 시키지 않았는데도 보란 듯이 똑같이 동작을 따라 했다.

그런데 그 동작들이 무왕이 보여 준 것과 똑같았다.

그것도 완벽하게.

‘뭔 이런 말도 안 되는……!’

보통 이런 것은 얼추 형태는 똑같더라도, 세세한 부분에서 실수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우는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순서, 각도, 위치까지.

전부 무왕을 복사한 것처럼 똑같았다.

용마안에 비치는 결을 따라 그냥 움직이기만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왕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괴물이잖아?’

물론, 전혀 내색할 수는 없는 일.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당당하게 웃었다.

“그래. 이제 막 입문했는데 벌써 헤맸으면 이 무왕의 제자라 할 수 없지. 안 그러냐? 그럼 바로 2초식에 들어가겠다. 곤이성산이란 것이다.”

무왕은 이번에도 연우가 똑같이 외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띠링-

[무공 ‘팔극권’을 단련하기 시작합니다. ‘용마안’의 보조 효과로 빠른 습득 효과가 가능합니다.]

[형(形)을 완벽히 숙지했습니다.]

[식(式)을 완벽히 숙지했습니다.]

[초(超)를 깨달았습니다.]

……

[축하합니다! 빠른 습득을 통해 상위 무공인 ‘팔극권’의 전반부를 모두 습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스킬이 생성됩니다.]

[스킬 ‘팔극권(上)’이 생성되었습니다. 0.0%]

[팔극권(上)]

숙련도: 0.0%

설명: 팔방과 팔괘를 대치시켜 무공으로 풀어낸 기예. 무공 중에서도 ‘절학’의 등급에 해당하며, 검법과 도법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

* 팔괘의 걸음

내딛는 발걸음마다 팔괘(건·태.이·진·손·감·간·곤)의 힘이 순서대로 5%가량 추가된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연계기가 가능해지며 최대 40%까지 중첩이 이뤄진다.

* 팔방의 기

감각을 강화시켜 사각 지대의 노출을 차단시킨다. 기감(氣感)이 열리면서 보다 세밀한 마력 운용이 가능해진다.

**아직 ‘팔극권’의 중반부와 하반부가 남아 있습니다. 남은 조각을 찾아 스킬을 완성하십시오.

연우는 2초식도 1초식과 마찬가지로 그대로 흡수를 해 버리더니, 이윽고 목적지인 도시 쿠람이 보일 무렵에는 팔극권의 전반부 32초식을 전부 외워 버렸다.

무왕은 물론,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판트와 에도라, 심지어 다른 전사들도 입을 떠억 하니 벌리고 말았다.

“험험! 역시 팔극권을 익힐 만한 실력다워. 그래. 모름지기 내 제자라면 이래야지.”

물론, 그런 기회를 놓칠 다른 사람들이 아니었지만.

‘당황하신다.’

‘당황하고 계시군.’

‘이야. 우리 아버지가 저렇게 표정이 무너질 때가 있네? 크. 속 시원하다. 형님, 좀만 더 힘 좀 내 주쇼. 속이 다 시원하우.’

‘십 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군. 흐흐흐!’

‘그런데 진짜 에도라 아가씨는 저런 괴물을 어디서 찾아 데려온 거지?’

그동안 무왕의 사고에 골머리를 쥐어뜯어야만 했던 부족원들은 전부 속 시원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한편, 연우는 마력의 순환이 좀 더 원활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는 엔진과 따로 놀았다면, 이제는 엔진의 출력에 따라 얼마든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포츠카가 된 기분이었다.

비록 아직 형태만 익혀서 심법과의 연계가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이건 계속 수련을 하다 보면 늘 것 같았다.

‘써 보고 싶다.’

연우는 단 며칠 사이에 스스로가 부쩍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스스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쿠람의 성벽이 보였다.

외뿔부족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아직까지 전혀 모르고 있는 곳.

“무왕 님.”

“스승님.”

“……?”

“스승님이라고 부르라고.”

연우는 아직 ‘스승’이라는 단어가 입에 어색했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는 사람. 그렇다면 그렇게 부르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민망한 감정이 들었다.

“……예. 스승님.”

“그래. 또 뭔가 부탁할 거라도 있냐?”

연우는 왜 불렸느냐는 무왕의 얼굴을 보면서 진지하게 부탁했다.

“이번 쿠람 공략, 혹시 제게 맡겨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뭐? 허!”

무왕은 이제 기도 안 찬다는 표정이 되었다.

대체 이 녀석의 탐욕은 어디까지 닿아 있는 건지.

연우가 이런 부탁을 하는 이유가 조금이라도 빨리 팔극권을 실전에서 써먹어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란 것을 눈치 챈 것이다.

물론, 무왕은 자신도 이만할 때에 저랬으니 어떤 심정인지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무왕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안 돼. 이건 우리 부족의 행사고, 너 말고도 날뛰고 싶어 하는 양반들이 많거든.”

연우는 슬쩍 무왕이 턱짓으로 가리킨 전사들을 돌아봤다.

그들이 흉악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절대 먹잇감을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눈빛.

무왕이 허락을 하더라도, 자신들이 도중에 끼어들어 훼방을 놓고 말겠다는 의지가 물씬 풍겼다.

그만큼 간만에 바깥 공기를 쐤다는 사실이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어떻게 여태껏 마을 안에서만 조용히 살 수 있었는지가 궁금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연우는 다른 전사들만큼이나 눈빛을 반짝이는 무왕을 보면서 쓰게 웃고 말았다.

“하지만 확실히 갓 익힌 무공을 확인해 볼 필요는 있겠지. 음.”

무왕은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그도 사실 연우가 새로 만든 심법의 정확한 위력과, 팔극권과의 연계율을 알고 싶었으니까.

천익기공과 팔극권의 연결이 좋지 않다면, 일부 구결을 뜯어고칠 생각이었다.

부족원들의 심심함을 달래 주면서도 연우의 실력도 제대로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무왕은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이런 건 어떻겠냐?”

* * *

도시 쿠람은 오래전부터 레드 드래곤의 산하 조직인 나우 클랜이 꽉 틀어쥐고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한 달 전에 있었던 독식자와 클랜 연합 간의 충돌 후, 나우 클랜의 전력 중 절반이 날아가면서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쿠람을 중심으로 완성되어야 할 레드 드래곤의 전선 구축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결국 레드 드래곤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먼저 선발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하루라도 더 빨리 11층에서의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서 쿠람에 자리를 잡게 된 이들이, ‘화이트 드라고니안’이었다.

레드 드래곤이 보유한 81개 무력 조직 중 가장 전면에서 활약을 벌인다는 사냥개들.

물론, 파견된 건 화이트 드라고니안 전체가 아닌 8조뿐.

하지만 그들만 하더라도 쿠람을 장악하기에는 충분했고, 도시 거주민들은 혹시 그들의 눈에 띌까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만 했다.

8조장 샤논은 그런 환경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멍청한 것들. 남의 발바닥이나 핥는 주제에 뒤만 돌아서면 우리들의 욕을 해 대겠지. 하긴. 저러니 평생 하위 층계에서나 머무는 것이겠지만.’

그는 탑에 오르고도 여전히 하위 층계에 머무는 플레이어들을 혐오했다.

아니, 증오하고 있다는 표현이 옳았다.

약자에게는 강하게 굴고, 강자에게는 약하게 구는 버러지 같은 것들의 낯짝을 보고 있노라면 구역질부터 나왔으니까.

그런 뜻에서 샤논은 언제나 자신을 보기만 하면 헤픈 웃음을 짓는 나우 클랜이 같잖기만 했다.

그리고 그런 나우 클랜이 언젠가 찾으면 죽이고 말겠다면서 이를 가는 독식자에게는 제법 흥미를 가졌다.

‘우리 레드 드래곤이 배후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뒤돌아보지 않고 사고를 친 놈이다. 그만한 자신감이 있다면 충분히 데려올 만하지. 바할 님께서도 관심을 가진다고 했었고.’

샤논은 내심 바할을 존경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플레임 비스트에 들어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독식자를 찾고자 하는 열망은 더 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녀석은 거짓말처럼 종적을 감춰 버렸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12층으로 건너간 것인지. 아니면 아직 11층에 남아 있는 건지.

수많은 사람들이 녀석의 뒤를 쫓았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아내지 못했다.

덕분에 11층 내에서는 독식자에 대한 소문만 무성하게 커지고 있었다.

녀석이 또 어떻게 사고를 칠지 모른다고.

아니, 또 다른 사고를 치기 위해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고.

‘부디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한 번 봤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샤논이 혓바닥으로 아랫입술을 살짝 축이던 그때.

콰아앙-

갑자기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커다란 굉음이 울리더니, 성곽이 통째로 흔들렸다.

샤논도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가, 다시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났다. 그의 인상은 어느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방금 전 그 굉음은 분명히 뭔가가 폭발하는 소리였으니까. 그것도 평범한 폭발이 아니었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무너진 책장과 잘게 부서진 창문 사이로 시뻘건 불길과 새카만 매연이 치솟는 게 보였다.

“감히, 누가……!”

샤논은 감히 자신이 있는 도시를 누가 공격했나 싶어 분노가 치솟았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수하가 뛰어왔다. 녀석은 다급해 보이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큰일입니다, 조장! 지금 밖에 적들이 기습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누구냐? 청화도냐?”

“외, 외뿔부족입니다!”

“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샤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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