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229화 (229/862)

4화. 마녀 사냥 (4)

콰쾅! 쾅!

콰아앙-

“빌어먹으을!”

탐은 쉴 새 없이 지면에 처박히는 운석을 보면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고함을 지를 때마다 피부를 덮은 용의 비늘이 크게 들썩거렸다. 이미 비늘은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이 쥐새끼 같은 년이! 감히!”

갖가지 환각을 통해 공포를 심어 주고, 키메라들이 날뛰던 귀계결진을 겨우겨우 통과했더니. 이제는 갑자기 하늘에 마녀들이 나타나 그의 심기를 긁어 대는 중이었다.

원래대로라면 한주먹도 안 될 쓰레기들인데도 불구하고.

마녀들은 빗자루에 올라탄 채 드높은 상공 위를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그들의 손발을 어지럽게 만들며 계속된 마법으로 레드 드래곤의 발을 단단히 묶어 두고 있었다.

문제는 녀석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게 전부, 여태껏 가장 높은 상공에서 꿈쩍도 않는 마가릿이라는 빌어먹을 초대 마녀 때문이었다.

녀석은 보라색 광채에 잠긴 채, 기적에 가까운 여러 마법들을 수 없이 쏟아 내는 중이었다.

중력 중첩으로 레드 드래곤의 움직임을 봉쇄시키고, 마녀들 주 변에 배리어를 겹겹이 씌워 저격에 방비했다. 게다가 하늘에서 운석을 소나기처럼 수도 없이 쏟아 내고, 지면을 높이 세웠다 꺼지게 만드는 등,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해 대고 있었다.

저 마녀는 마력이 무한하기라도 하는 걸까?

아무리 많은 마력을 지녔다고 해도, 이만한 광역 마법들을 계속 쏟아 낸다면 금세 메마르고 말 텐데.

마가릿은 심지어 지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얼굴에는 홍조가 돌고, 마법의 위력도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화아악!

때마침 다시 한 번 더 마가릿을 따라 보라색 광채가 밝게 번쩍였다. 음산하면서도 불길한 빛.

처음에는 별처럼 잔잔하던 밝기가 보름달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녀들 따위가 이런 기적을 계속 부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단 하나.

‘현자의 돌. 저년이 쓰고 있는 건 현자의 돌이 분명해!’

그것도 이미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많은 진척을 이룬 현자의 돌이었다. 기질도 여름여왕의 것과 비슷했다. 이번 사태가 발푸르기스의 밤과 관련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바로 눈앞에 여왕을 고칠 수 있는 약이 있는데! 다가갈 수가 없다는 점이 사람의 복장을 뒤집히게 만들었다.

“초도. 당희가 죽었습니다. 이대로는 길이 보이지 않아요.”

그때, 트로이가 잔뜩 찡그린 얼굴로 다가왔다.

당희. 탐, 트로이와 함께 움직인 81개의 눈이었다. 그들 중 가장 약자였다지만 하이 랭커는 하이 랭커. 그런 그녀가 죽을 정도로 현재 상황은 심각했다.

탐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저년만. 저년만 잡으면 쉽게 뚫릴 텐데!

하지만 시그니처 스킬을 몇 번씩이나 발동시켜도, 이펙트는 마가릿에게 닿지 못했다.

도리어 마가릿은 손바닥을 뒤집으면서 땅거죽을 크게 일으켰다. 덕분에 레드 드래곤은 데려온 전력 중 3분의 1을 잃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까지 와 놓고 임시 후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여름여왕은 지금 이 시간에도 빠른 속도로 죽어 가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현자의 돌의 행방을 찾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후퇴를 한다고? 미친 짓이었다. 그들에게 두 번의 기회란 없었다.

엘로힘이 자신들보다 먼저 움직였다는 사실도 마음에 걸렸다. 탁본의 진본이 만약 녀석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점차 숨통을 조여 오는 시간제한과 다급하고 초조한 마음. 여러 압박들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결국 탐은 더 많은 응원군을 요청하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끝없는 밤의 세계로 모든 전력이 투입된 건 아니었다. 타 세력의 견제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정보가 주어졌을 때 빠르게 대처하기 위함도 있었다.

하지만 현자의 돌이 여기 있는 게 확실해진 이상. 그런 것들은 염두에도 두지 않아야 했다.

‘그놈들의 낯짝을 봐야겠지만.’

자신을 비웃을 형제들의 면상을 보기가 싫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그래서 연락을 넣으려는데.

쾅!

갑자기 상공에서 뭔가가 크게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지는 물론, 외우주가 부르르 떨릴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탐과 트로이의 시선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힘겹게 키메라와 운석들을 상대하던 레드 드래곤의 플레이어들도 그쪽을 바라봤다.

마녀들이 가득하던 상공을 따라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새카만 불길.

단언컨대, 어머니 여름여왕이 다루는 여러 불을 봤던 탐으로서도 난생처음 보는 색깔이었다.

새벽 밤처럼 깊으면서도 끈적끈적한 느낌을 주는 칠흑색그것은 웬만한 불길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끔찍한 고열을 풍겨 댔다. 마치 지옥에서 들끓는다는 유황 불이 저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마가릿이 있던 지점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폭발은 단숨에 마녀들을 휩쓸어 버리고, 열풍을 쉴 새 없이 토해 내면서 지상에까지 닿았다. 삽시간에 대기가 들끓고, 후폭풍이 불어닥쳤다.

후두둑!

그리고 우박처럼 쏟아지는 파편들 중에는. 마가릿의 머리통도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불길에 휩싸여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새카맣게 그을리고 말았다.

“뭐…… 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탐은 인상을 찡그리지도 못한 채 얼떨떨한 상태였다.

왜 갑자기 폭발이 일어난 거고, 마가릿은 왜 죽은 걸까? 혹시 마력 운용을 잘못해서 현자의 돌이 폭발한 것인가?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지금이 기회라는 것.

“지금이다! 뛰어! 엘로힘보다 먼저 도착해야 한다!”

탐과 트로이를 시작으로 수백에 달하는 레드 드래곤이 일제히 뛰기 시작했다.

미로처럼 얽힌 협곡 저 너머로.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선 뾰족한 산이 보였다.

* * *

이상 현상이 비단 레드 드래곤에게만 펼쳐지는 건 아니었다.

“뭐지?”

“갑자기 왜?”

정체를 알 수 없는 폭발은 곳곳에서 일어났다.

갖가지 신비와 기적을 일으키면서 침입자들을 궁지로 몰아넣던 초대 마녀들은, 갑자기 일어난 검은 불길에 휩싸여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덕분에 귀계 결진에 발이 단단히 묶였던 플레이어들은 자유를 얻었다.

“마녀 년들, 분명 뭔가 갖고 있어.”

“빼앗자. 갖는 놈이 임자야!”

그들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레드 드래곤의 뒤를 쫓았다.

공략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 * *

“적들이 전부 이 근방에 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해!”

“모두 죽음을 각오해라!”

“위대하신 어머니께서 우리와 함께하고 계신다.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어머니의 품에서 영생을 누릴 수 있을 테니 목숨을 아끼지 마!”

브로켄 성은 미로처럼 복잡하게 난 협곡을 수도 없이 지나, 하늘에 닿을 것처럼 뾰족하게 선 중앙산의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었다.

요새처럼 탄탄한 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끝없는 밤의 세계에서 달과 가장 가까운 위치였기에 마녀들의 힘이 가장 많이 증폭되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브로켄 성이 만들어지고 난 이후로, 가장 많은 마녀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었다.

뾰족한 산등성이를 따라 빗자루를 타고 내려오는 고깔모자의 마녀들은 하나같이 불길하고 음산한 기운을 풍겨 댔다.

마녀들을 잉태했다는 ‘위대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초대 마녀들부터, 이제 막 마녀의 법칙을 터득하기 시작한 어린 마녀들, 여태 한 번도 세상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는 마녀들까지.

성에 상주하는 모든 마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몇 년 전, 헤븐윙 차정우가 단신으로 그들의 영지를 습격해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지만, 그래도 이렇게 혼란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때와 위험의 경중이 달랐다.

자칫 클랜의 존폐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는 일. 탑에서도 손꼽힌다는 거대 클랜들이며 하이 랭커들의 습격은 마녀들의 피를 말리게 만들었다.

위대한 어머니의 힘까지 끌어다 쓰고 있지만. 이대로는 정말 협곡이 무너질 위기였다.

“방금 전, 요계 상진(妖界像陣)이 뚫렸습니다……!”

“화계 화진(禍界禍陣)과 명계 수진(冥界蒐陣), 모두 발동 되었습니다!”

귀계 결진-요계 상진-화계 화진-명계 수진-앙계 재진(殃界災陣)으로 이뤄지는 5개의 방호 결계.

파우스트 던전에서 발굴한 것은 에메랄드 타블렛만이 아니었다.

마녀들도 처음 보는 갖가지 여러 마법 지식들이 서고를 이룰 정도로 가득했고, 발푸르기스의 밤은 그중에서 필요한 것들을 뽑아 브로켄 성을 단단히 무장시킬 수 있었다.

최근에 마녀들의 성취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도 전부 그 덕분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결계라 하여도. 탑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난리를 치니 모래성처럼 느껴졌다.

‘아니. 그나마 이 5개의 결계들이니 이만큼 버티는 걸까.’

마녀 다르크는 이를 악물었다. 위대한 어머니에게서 잉태된 초대 마녀로서, 지금의 위기는 너무 청천벽력처럼 다가왔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있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일이 꼬인 걸까? 아난타가 실험체 BX-71을 빼돌렸을 때부터? 빠른 결과를 위해 리언트에게 넘겼던 가짜 에메랄드 타블렛이 다른 누군가에게 강탈되었을 때? 아니면 위대한 어머니께서 언제부턴가 대답을 주지 않으셨을 때?

아니다.

아무리 갖가지 변수들이 발생했어도, 그녀들은 여태껏 일을 잘 진행해 왔다. 그리고 드디어 위대한 어머니를 이 땅에 강림시킬 수 있는 수준 직전까지 갔었다.

켈라트 경매장에 탁본이 올라왔을 때.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발푸르기스의 밤은 뭔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고, 칼날이 자신들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문제는 도대체 원흉이 누군지 짐작도 가질 않는다는 점이었다.

레드 드래곤을 움직이고, 탑을 진동케 한 흑막. 이만한 일을 꾸밀 수 있는 자라면 분명히 세간에도 잘 알려진 실력자일 텐데. 도무지 용의자를 특정할 수가 없었다.

‘브라함? 구류된 아난타를 구하기 위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아냐. 녀석은. 추방자가 똑똑한 건 사실이지만, 이만한 큰 일을 꾸미려면 많은 손들이 필요해. 그것도 아주 은밀한. 하지만 그는 이런 것들을 가지지 못해. 대체 누구지?’

다르크는 머릿속이 너무 어지러웠다. 하지만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일단은 놈들을 막는 데만 신경 쓰자. 원흉은 후에 찾아도 늦지 않아.’

원래대로라면 발푸르기스의 밤이 가진 전력으로는 침입자들을 모두 상대할 수 없을 테지만.

다르크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파우스트의 유산으로 무장한 결계와 마법도 있었지만, 자신의 손에 들린 만능의 보구를 믿기 때문이었다.

‘현자의 돌.’

정확하게는 아직 미완성이라서 현자의 돌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프로토 타입이었지만.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효과는 제법 좋았다.

켈라트 경매장에 풀렸던 탁본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에메랄드 타블렛의 진본(眞本)으로 만든 ‘순수’ 현자의 돌이었다.

지금 전장에 투입된 초대 마녀들의 손에는 이런 현자의 돌이 전부 쥐여져 있었다.

이것과 방호 결계를 적절히 이용한다면. 그리고 어린 마녀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게릴라 전을 펼친다면 어떻게든 침입자들을 막아 낼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실제로 레드 드래곤을 비롯한 여러 침입자들이 아직 귀계 결진을 완벽히 통과하지 못하는 것도 전부 이 돌 덕분이었다.

다르크가 지금 막고자 하는 클랜은 시의 바다. 레드 드래곤과 자웅을 겨룰 만하다는 곳이었지만, 침입자들 중에서 인원이 가장 적어 위험도는 덜했다.

지잉-

적이 다가온다는 알람 마법이 느껴졌다. 다르크는 손에 쥐고 있던 현자의 돌을 입에 넣으면서 말했다.

“모두 전투를 준……!”

화아아!

‘피비린내?’

다르크는 말을 하다 말고 협곡을 타고 온 바람에 실린 피비린내에 눈을 크게 떴다.

그 순간.

갑자기 그녀의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다르크의 두 눈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두 개의 도깨비불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흡!”

다르크는 재빨리 몸을 돌려 타고 있던 빗자루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칼바람이 왼쪽 어깨를 가르며 지나고 있었다. 피가 튀면서 왼팔이 분리되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이놈이 그 흑막……!’

다르크는 불길을 날개처럼 달고 있는 가면인을 보고 본능적으로 상대가 누군지 알아챌 수 있었다. 흑막의 수장인지, 아니면 끄나풀인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시의 바다는 아니었다.

‘비에라에게 알려야……!’

다르크는 자신과 함께 움직이던 어린 마녀들이 전부 죽었으리라 생각했다. 자신도 겨우 눈치챌 만큼 은밀하고 신속한 움직임이라면 녀석들로서는 절대 피할 수 없었을 테니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정신이 없었던 자신이 문제였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실수를 만회해야 했다. 비에라 듄에게 이런 위험한 녀석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해야만 했다. 그리고 대답이 들릴 때까지 녀석을 묶어 둬야 했다.

다르크는 입에 꽉 물고 있던 현자의 돌 쪽으로 마력을 운용했다. 이대로 돌 안으로 마력이 들어가면 그것은 수십 수백 배로 증폭 되어 평소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여러 신비들을 가능케 할 것이다.

기적을 부르는 돌. 마녀들에게 현자의 돌은 바로 그런 존재였다. 용감한 건지, 오만한 건지, 알 수 없을 저 흑막도 곧 쉽게 제압할 수 있겠지.

그런데.

‘뭐…… 야?’

다르크의 눈이 커졌다. 현자의 돌이 꿈쩍도 않았다. 단단한 돌 그대로였다. 마치 고장 난 물건처럼. 하지만 성채를 나설 때까지만 해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었는데. 왜 갑자기 고장 난 거지?

그때.

가면인이 허공에서 몸을 가볍게 뒤집으면서 단숨에 다르크에게로 다가왔다. 새카만 가면 사이로 흉흉하게 빛나는 도깨비불을 보고 있노라니 등골이 오싹했다.

하지만 곧 녀석이 내뱉은 말에, 다르크는 머릿속이 창백해지고 말았다.

“잘 안 될 거야. 아마.”

‘뭐……?’

“다른 놈들도 그랬으니까.”

‘……!’

마치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듯한 말투.

‘말도 안 되는……!’

다르크의 두 눈이 커진 순간, 가면인이 쥐고 있던 마장대검이 쏜살같이 달려와 그대로 왼쪽 가슴 팍에 깊숙이 꽂혔다.

티티팅! 마력 기관이 일제히 끊어졌다. 다르크의 두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가면인, 연우는 손을 뻗어 다르크의 머리를 움켜 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충혈된 녀석의 눈이 보였다. 공포에 질린 눈이었다.

화르륵!

연우의 손끝에서 일어난 검은 불길이 다르크의 머리를 휩쌌다. 읍! 읍! 다르크가 고통에 차 비명을 질렀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곧 그대로 새카맣게 익어 버린 채로 축 늘어졌다.

“마흔둘.”

연우는 자신이 처치한 마녀의 숫자를 세면서 다르크의 사체를 바닥에다 아무렇게나 던졌다. 퍼석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그대로 잘게 부서지면서 보라색 돌이 휑하니 남았다.

츠츠츠-

그때, 연우의 그림자가 길게 쭉 늘어나면서 부가 나타나 현자의 돌을 흡수했다. 해골의 눈두덩이 사이로 타오르는 불길이 보라색으로 크게 일렁였다.

“수고했다.”

「주인께. 충성. 은. 제게. 기쁨. 입니다.」

부는 고개를 숙였다. 여태 초대 마녀들의 현자의 돌 운용을 막은 건 전부 그의 덕분이었다.

현자의 돌을 연구하면서 얻은 지식을 토대로, 부는 돌이 가진 유일한 약점을 파악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개량에 성공한 연우에게는 없고, 실패한 발푸르기스의 밤에게만 있는 약점이었다.

현자의 돌은 완전하기 때문에, 완성되고 나서는 다른 마력의 개입을 불필요로 한다.

부는 이 점을 이용해서 마력 흐름에 교묘한 방해를 놓았다. 덕분에 마녀들의 쥔 돌은 평범해지고 말았다.

여기에 연우의 은밀한 움직임까지 더해지니. 마녀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만 것이다.

곧바로 아난타를 구하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푸르기스의 밤이 너무 방어에 성공하는 것도 좋지 못했다.

반가운 해일이 이렇게 몰려오는 데 방파제가 있어서야 쓰나. 방파제와 해일은 서로를 계속 괴롭힐 수 있어야 했다.

「끝났. 습니다.」

연우는 현자의 돌을 전부 흡수한 부를 보면서 차갑게 웃었다. 아무래도 여기에 와서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하는 건 부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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