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명계의 왕 (4)
연우는 하데스의 눈을 마주쳤다.
깊은 두 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하기 힘든 눈이었다.
여태껏 연우가 마주쳤던 신과 악마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감정에 솔직했다.
그들이 가진 신명과 신위가 그들의 행동을 점지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개 웃고 있거나, 화를 내거나. 아니면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거나. 그런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하데스는 입가에 냉소를 짓고 있어도 눈빛은 달랐다. 깊어도 너무 깊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 마치 타르타로스를 담은 것처럼 보였다.
연우는 아주 잠깐 하데스가 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걸까 하고 잠깐 고민했다.
그런데.
“질문은. 잘 고르는 게 좋을 것이다.”
“……?”
“나는 정당한 거래를 세상에서 제일 중요시한다. 신뢰? 배려? 그런 것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전부 부질없는 짓이지. 주면 주는 만큼. 오면 오는 만큼. 서로가 원하는 만큼 거래를 주고받으면 되는 일이다. 나 역시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으니, 거래를 하자는 것이다.”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데스가 어떤 신념을 지니고 있는지, 어떤 성격인지 대강 짐작이 갔다.
“제가 처음 나타났던 곳에 있던 거인, 무엇입니까?”
크기만 장장 수 킬로미터에 달하던 거신의 사체. 페르세스도 엄청난 몸집을 자랑했다지만, 그래도 사체에 비하면 턱없이 작았다. 그건 산맥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역시 거기부터 묻는군.”
하데스는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더니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크로노스다.”
연우는 눈을 크게 뜨면서 하데스를 돌아봤다.
“크로노스를 알고 있나?”
“티탄의 왕이 아닙니까?”
“그렇다. 그리고 나와 포세이돈, 그리고 제우스가 함께 몰아낸 우리들의 아버지이기도 하지. 아들을 잡아먹으려 했던 못된 아버지.”
올림포스 신화는 신들의 왕, 크로노스가 자신의 자식들을 잡아 먹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자식 중 한 명이 자신의 자리를 찬탈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자식이 태어나는 족족 집어삼켰던 것이다.
하지만 아내인 레아는 이런 참상을 더 이상 보지 못해 막내인 제우스를 빼돌렸고, 제우스는 외딴곳에서 무럭무럭 자라나 결국 크로노스의 지휘에 도전하게 된다.
이때, 크로노스가 삼켰던 자식들이 다시 토해지면서 제우스의 든든한 아군이 되니. 그들이 바로 하데스, 포세이돈, 헤스티아, 헤라, 데메테르였다. 그리고 기나긴 전쟁 끝에, 제우스 형제는 크로노스와 그를 따르는 추종자인 티탄을 타르타로스에 가두는 데 성공하게 된다.
즉, 크로노스는 올림포스 신화에 있어서 시초이자, 가장 큰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죽었다고?’
초월성과 불멸성을 함께 안고 있다는 신이 죽을 수도 있을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칠흑왕이 크로노스가 아니었나?’
여태껏 신들은 칠흑왕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그’라고 지칭할 뿐. 헤르메스는 그것을 두고 ‘스틱스의 맹약’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데스는 크로노스를 이름으로 부르는 중이었다.
연우는 내심 칠흑왕의 절망과 비탄이 포세이돈이나 하데스를 만났을 때 거칠게 떨리는 것을 보고, 칠흑왕이 크로노스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나가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서야, 그의 예상은 틀렸을지도 몰랐다.
“저런 존재가 죽을 수 있나, 그런 얼굴이로군.”
“그…… 렇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우리가 그에게서 ‘시간’을 약탈했으니까.”
“……?”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았단 뜻이다. 완전한 신이 되기 위해서는 불멸성을 얻어야 했고, 불멸성은 그가 가진 시간을 필요로 했지. 시간을 다룰 수 있어야만 진짜 신이라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런데 그렇게 했더니 저렇게 가 버리더군. ‘죽음’을 맞은 거지.”
시간과 죽음의 신. 그런 자에게서 시간을 가져가니 죽음만 고스란히 남았단 뜻일까.
“그리고 난 덕분에 그 죽음을 일부 받을 수 있었고…… 하여간 그렇게 되었다.”
하데스는 다른 말을 하기 싫다는 듯 크게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연우는 놓치지 않았다. 아주 잠깐 하데스는 그를 위아래로 빠르게 살피고 있었다. 무언가를 캐내려는 것처럼.
‘내게서? 무엇을?’
하지만 하데스는 연우에게서 별다른 것을 알아낼 수 없을 것으로 여겼는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내가 묻지.”
“예.”
“페르세포네에게서 다른 말을 들은 건 없나?”
연우는 잠깐 페르세포네의 성역을 떠날 때를 떠올렸다.
“부군의 행방만 알아봐 달라는 것이 제가 맡은 임무의 전부였습니다.”
“그런가? 그렇군…….”
하데스는 살짝 씁쓸하게 웃었다. 만난 뒤로 내내 냉소적인 표정만 짓던 그에게서 처음 본 감정적인 모습이었다.
연우는 어딘지 모르게 그가 많이 외로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럼 다음 질문을 해라.”
“방금 전, 그 질문이 끝이십니까?”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하데스는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연우는 침음을 삼켰다. 방금 전 자신의 입으로 정당한 거래를 중시한다고 했었는데. 페르세포네의 전언이 그만한 무게를 지녔단 뜻이었을까?
“아닙니다.”
“쓸데없는 말이 길군. 빨리 질문을 이어 나가라.”
“그럼…… 전황은, 많이 힘드십니까?”
두 번째 질문. 연우는 이미 전장을 봤지만, 그래도 하데스의 시각을 듣고 싶었다.
“전황? 후후. 전황이라.”
그런데 하데스가 갑자기 피식 실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래. 전황이라 할 만한 게 남아 있다면 말이지.”
실웃음은 곧 비웃음이 되었다. 정확하게는 자신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타르타로스는 이미 망가지기 일보 직전이다.”
하데스의 설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수백 년 전, 처음 타르타로스의 이상 현상을 발견하고 찾아왔을 때. 이미 그때부터 상황은 많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 보았던 티탄 페르세스, 너무 비정상적으로 크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나? 아무리 신이라 하지만, 그만한 크기와 영력을 가지려면 웬만해서는 안 될 테지.”
연우는 하늘에 다다를 만큼 높게 치솟아 있던 거신을 떠올리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크로노스의 신력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크로노스가 죽었다고 해서 그의 신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복수를 부르짖던 티탄과 기가스는 크로노스의 유산을 다루는 법을 터득하고자 노력했고, 결국 그 힘을 흡수하는 법을 터득했다. 비정상적인 크기는 그 때문에 생긴 부작용일 뿐.
‘그럼 그때 봤던 검은 연기가 크로노스의 신력이었던 건가?’
하데스가 거신을 몰아붙이자, 상처를 따라 새어 나오던 연기들이 떠올랐다.
“옛 왕의 신력으로 똘똘 무장한 죄수들은 도무지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영토를 계속 빼앗기고 빼앗기다, 이제는 결국 이곳 하나만 남게 되었지.”
죄수들에게 감옥이 점거당한 간수라니, 참 우스운 꼴이지. 하데스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서…….’
연우는 패색이 완연해진 디스 플루토의 면면을 떠올렸다. 하나 같이 지친 얼굴들. 이제 곧 타르타로스가 티탄과 기가스들에게 점령당할 거라고 짐작하는 패잔병들이었다.
‘그럼. 타르타로스가 티탄과 기가스에게 점거당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연우가 그런 의문을 가질 무렵.
이번에는 하데스의 질문 차례가 되었다.
“그렇다면 인간. 너는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이냐?”
연우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데스를 빤히 응시하면서 대답했다.
“퀴네에를 얻고자 왔습니다.”
* * *
하데스의 신전은 페르세포네의 성역과는 이미지가 많이 달랐다.
페르세포네의 성역은 갖가지 꽃과 들판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동산이었지만, 하데스의 신전은 ‘죽음의 신’이라는 이미지가 더할 나위 어울릴 정도로 새카맣고 어두운 이미지가 물씬 풍겼다.
하데스는 시종들이 건네는 수건으로 얼굴을 대충 훑고, 자신의 옥좌에 털썩 앉았다. 화려한 치장이 된 옥좌였지만, 곳곳에 그을림이 많이 남아 주인의 피로를 대신 말해 주는 듯했다.
“퀴네에를 얻고자 한다고?”
“예. 그렇습니다.”
하데스가 다시 웃었다. 어이가 없다는 웃음이었다.
“웃기는군. 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나 있는 것이냐?”
연우는 하데스를 빤히 쳐다봤다.
“나의 모든 것을 잇겠다는 뜻이다. 나의 화신이 되어, 나를 따르는 신도들을 가장 앞에서 이끄는 사도가 된다는 뜻이지. 그런데 과연 네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데스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내가 오늘 처음 본 너를 받아들일 수 없듯이, 너 역시 보아하니 누군가를 모실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이는군. 아닌가?”
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하데스를 바라볼 뿐. 평소의 그였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 했겠지만.
하데스는 거절을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뭔가 미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재미없는 놈이로군. 별다른 반응도 보이질 않는구나.”
그는 옥좌의 팔걸이에다 팔을 얹고, 턱을 괴면서 연우를 오만하게 내려다봤다.
“퀴네에를 원한다고 했지? 그렇다면 결론부터 말해 주마. 불가하다. 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퀴네에가 없기 때문이다.”
연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 말씀은.”
“부서졌단 뜻이지. 오래전, 기가스의 왕인 티폰과 싸웠을 때……. 만약 퀴네에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면. 글쎄. 우리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싶긴 하군.”
아스트라페가 벼락을 떨어뜨리며 제우스를 상징하고, 트라이아나가 해일을 일으키며 포세이돈을 의미하듯이.
퀴네에는 짙은 어둠을 풀어내면서 적들을 천천히 죽음으로 몰아 넣는다. 때로는 소유주의 기척을 죽이면서 소리 소문 없이 적의 목숨을 거둬 가는 사신의 손길이 되기도 했으니.
현재 퀴네에 대신으로 검을 한 자루 쓰고 있다지만, 그것으로는 신력을 제대로 풀어낼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하데스는 언제나 자신의 곁에 신물이 없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크로노스를 쓰러뜨리던 시절, 키클롭스 3형제가 원한을 갚아 달라며 진상하였던 그 투구만 있었더라면. 오늘날 전황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아니. 키클롭스가 모두 모이기만 했었어도…….”
연우는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에게 퀴네에를 주었던 키클롭스 3형제가 모두 모였으면, 퀴네에를 다시 제련할 수 있었을 거란 뜻이다.”
“……!”
“하지만 한 명밖에 없는 이상, 그런 일은 꿈에도 꾸지 못할 일이지.”
우웅, 웅-
칠흑왕의 절망이 파르르 떨렸다. 연우를 통해 말을 듣고 있던 브론테스가 크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연우는 팔찌를 손으로 누르면서 물었다.
“한 명밖에 없다니요? 스테로페스와 아르게스는 무사히 이곳에 도착한 것이 아닙니까?”
이번에 놀란 사람은 하데스였다.
“그대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하지만 말한 그대로다. 첫째인 브론테스는 내게 명령을 받아 오던 중에 실종되었고, 둘째인 스테로페스는 티탄의 습격을 받아 주둔지에서 전사하였지. 지금은 막내인 아르게스만이 남아 우리들을 돕고 있지만…… 그 혼자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퀴네에는 그들 형제들이 머리를 맞대어 같이 만든 물건이었으니. 실력도 옛날 같지 않지.”
우우우웅-
검은 팔찌가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둘째 동생마저 죽었다는 사실에, 브론테스가 울고 있었다.
하지만.
‘잘만 이용한다면.’
연우는 어쩌면 일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데스. 그렇다면 키클롭스 3형제만 다시 모인다면 퀴네에를 복구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리고 전황도 당신께 유리하게 돌릴 수 있고요.”
하데스는 연우의 생각을 알 수 없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 전황을 완전히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지금보다 낫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되도록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그렇다면. 그 일을 해결한다면, 전쟁을 끝낸 뒤에 보답으로 퀴네에를 제게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확언만 해 주십시오. 사도가 되지 않더라도, 퀴네에를 주실 수 있으십니까?”
하데스의 낯이 잔뜩 일그러졌다.
“좋다. 원한다면 주마. 얼마든지! 나, 하데스의 이름을 걸고!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결코 좋은 꼴을 겪지 못할 것…….”
“신명을 걸어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아르게스를 이곳으로 오게 해 주십시오. 죽은 둘째의 유품을 가지고.”
“……?”
하데스는 감히 자신의 말꼬리를 자른 연우를 불쾌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떳떳한 연우의 눈빛을 보고 뭔가 있다는 것을 짐작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그로서는 연우의 속내를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었다. 칠흑왕의 권능을 빌어 뭔가를 하려 한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지만, 노림수가 읽히지 않았던 것이다.
그 역시 죽음의 신이라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죽은 자들에 대한 형벌을 의미하는 것일 뿐. 그 외에 그들을 두고 다른 뭔가를 한다는 건 도무지 생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었고, 만약 연우가 자신을 능멸한 것이라면 그때 가서 벌을 주어도 무방한 일.
그래서 하데스는 박수를 쳐서 시종을 불러 키클롭스 아르게스를 데려오게 했다. 둘째 스테로페스의 유품을 들고서.
그리고 가만히 연우를 지켜보았다. ‘그’의 물건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 하데스는 포세이돈처럼 일방적으로 화를 낼 생각은 없었다.
그는 당시의 일을 과오이자 실수라 여기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생각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날의 일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자신이 있을 수 있었으니. 자신이 가진 모든 권능이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지 않은가. 오늘날의 티탄과 기가스가 그러하듯이.
그때, 문이 열리면서 단안기형의 키클롭스가 천천히 들어와 하데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다른 디스 플루토처럼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얼굴. 양손에는 낡은 모루가 들려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아르게스. 저기 저 플레이어 앞에다 유품을 내려놓아라.”
“예.”
아르게스는 별다른 반문도 없이 조용히 연우 앞에서 서서 들고 있던 모루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지금부터 형제분들을 만나게 해 드리겠습니다.”
“무슨……?”
연우는 아르게스의 죽은 눈을 보면서 말한 뒤 모루 쪽으로 손을 뻗었다. 아르게스가 화들짝 놀라며 반문하려는데.
화아악!
갑자기 빛무리가 번지더니 아르게스 앞으로 영혼이 나타났다. 순간, 아르게스의 하나밖에 없는 눈이 저절로 커졌다. 그토록 꿈에서도 보고 싶었던 얼굴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막내야…….』
“혀, 형님?”
『왜 이리 수척해진 것이냐? 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이야?』
“저, 저, 정말 형님이십니까?”
『200년 만에…… 드디어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겠구나.』
아르게스의 눈이 저절로 커졌다.
그때.
[‘사자 소환’이 발동되었습니다.]
[누구를 소환하시겠습니까?]
“스테로페스.”
빛무리에 감긴 모루가 시린 빛을 토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