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321화 (321/862)

21화. 붕우 안서 (6)

“이렇게 급하게 가야만 하는 것인가?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많을 텐데. 좀 더 쉬다 가질 않고.”

식탐황제는 떠나려는 연우를 아쉬운 얼굴로 배웅했다. 평소에는 제 발로 몇 걸음 걷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 직접 황성 바깥까지 걸어 나온 것에서 진심이 엿보였다.

“아닙니다. 오히려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찾아온 것이라. 다음에 뵐 때에는 더 시간을 내어 오도록 하겠습니다.”

“파하하! 하긴 누구보다 바쁘고 치열하게 사는 삶이야말로 독식자가 가진 멋이겠지. 멀리서라도 응원을 하지.”

식탐황제는 연우의 맞잡은 손을 몇 번이고 두들겼다. 살짝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 맛난 음식을 놓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때, 뒤에서 시립해 있던 뚜언띠엔 공작이 함을 가져와 조용히 연우에게 내밀었다.

“폐하께서 벗에게 내리는 하사품입니다.”

연우는 슬쩍 눈치를 보면서 식탐황제에게 물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한번 열어 보게.”

식탐황제가 피지 가득한 얼굴 한가득 미소를 폈다.

연우는 뚜언띠엔 공작에게서 함을 받아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상자 안쪽에는 사람의 팔뚝만 한 길이를 가진 단검이 하나 놓여 있었다.

날이 크게 굽어 있고, 검 면과 손잡이에 휘황찬란한 보석이 박혀 있어 실전용이라기보다는 장식용에 가까운 보검이었다.

[축제자의 달빛]

분류: 단검, 아뮬렛

등급: S

설명: 달은 언제나 하늘에 걸리며, 달빛으로 사람이 걷는 길을 아름답게 비춘다. 당신이 걷는 길도 그렇게 밝게 빛나 언제나 축복으로 가득할 것이다.

* 행운이 따르는 달빛

소유자가 하는 행동에 높은 ‘운’을 실어 준다. 섭리와 법칙에 해가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소유주가 하고 있거나, 집중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일정 확률로 성공률을 높인다.

공격을 한다면 공격력을, 방어에 집중한다면 방어력을 올려 준다. 무언가를 제작한다면 제작품에 축복을 걸어 줄 것이다.

‘운’이라는 것은 탑에서 사실 애매모호한 표현일 수밖에 없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언제나 변수가 따르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성공 확률을 직접적으로 올려 준다는 것만으로도, 식탐황제의 선물은 값어치가 높았다.

“무언가에 절실히 매달리고 있다 하지 않았는가?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부디 성공하길 비네. 이 물건은 나도 각별히 아끼던 것이었으니까. 목걸이로 만들어서 착용하고 다니게. 아주 효과가 좋을 거야. 파하하!”

연우는 함박웃음을 짓는 식탐황제를 보면서 함의 뚜껑을 닫고,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따로 없군. 스승님에게 이야기 좀 잘해 달라는 뇌물이기도 한 건가?’

화이트 드래곤에 대항하는 동맹 전선, 잠시드의 잔술, 갖가지 영약이며 축제자의 달빛까지. 연우는 식탐황제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저 돼지 양반이 주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할 텐데 말이야.」

‘시끄러.’

연우는 이죽대는 샤논을 무시하고, 혈국의 외우주를 떠났다.

* * *

크로이츠가 조심스레 다가와 연우에게 물었다.

“혹시 식탐황제와의 동맹 전선, 참여할 생각이시오?”

혈국과 블랙 드래곤의 동맹. 이건 밖으로 새어 나갔을 경우에 파란이 일어날 만한 사건이었다. 대(對)화이트 드래곤의 전선이 형성되는 셈이었으니까. 게다가 망자의 강에서 벌어졌던 혼란에는 그도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연우의 선택에 따라서 전선의 양상은 많은 점이 달라질 수 있었다.

연우와 각별한 관계에 놓인 외뿔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가 부리는 권속들만 하더라도 신흥 클랜인 트리톤과 맞먹을 정도로 뛰어난 위용을 자랑했다. 여기에 환상연대도 연우를 가깝게 여기고 있었다.

이들 중 단 둘만 가세를 한다고 해도. 동맹 전선은 아주 큰 전력으로 불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연우는 탑 내에서 자그마한 행보로도 큰 파란을 일으킬 수 있는 태풍의 눈이었다.

그러니 크로이츠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로서는 연우와 식탐황제가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지도 파악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답지 않게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

연우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크로이츠를 빤히 쳐다봤다. 무심한 시선이었다.

크로이츠는 순간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는 결국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미안하오. 주제가 넘었군.”

사실 연우를 가깝게 여기는 것은 그와 환상연대의 입장일 뿐. 연우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로서는 민감할지도 모르는 자신의 행보를 타인에게 노출시키는 것만으로도 큰 양보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간섭을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면. 당연히 거리를 가깝게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크로이츠도 방금 자신의 행동이 약속과 달랐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한 뒤, 비룡을 소환해 훌쩍 자리를 떠났다. 우선 머리부터 식히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연우는 그런 크로이츠의 뒷모습을 보다가,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퀴네에’의 구성 재료]

· 아포디스의 비늘(45/45)

……

· 마도전핵(魔道轉核) (2/2)

· 잠시드의 잔술 (12/5)

· 아다만틴 노바 (0/1)

‘이제 아다만틴 노바만 남은 셈인가.’

연우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모았어.’

사실 일일이 구하려 했다면 최소 몇 달은 족히 걸렸을 것들이었다.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시간은 촉박한데, 재료 중에는 상위 층계에 있는 것도 많았으니까.

그래도 바이 더 테이블의 도움이 있으니 이렇게 빨리 진척이 있을 수 있었던 셈이었다.

아다만틴 노바도 아트란이 한창 협상 중이라고 했으니 곧 어렵지 않게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지금쯤이면 거래도 끝날 때가 되지 않았나?’

연우는 프레지아의 옥경을 꺼내 사념을 불어넣었다.

“아트란.”

구슬 위로 홀로그램이 겹쳐졌다.

아트란이 화들짝 놀란 눈으로 이쪽을 돌아봤다.

비스듬하게 몸을 돌리고 있어 얼굴이 제대로 비치지 않았다. 뭔가를 숨기다가 발각된 사람 같았다.

『가, 갑자기 왜?』

뭘 하고 있는 거지? 연우는 조금 미심쩍은 얼굴로 녀석을 바라봤다.

언제나 호객 운운하면서 능글맞게 존댓말을 쓰던 녀석답지 않게 조급해 보였다.

“아다만틴 노바는 어떻게 되었나 싶어서. 거래가 거의 막바지라고 했었잖나.”

『아, 한창 잘 되고 있으니 걱정 마. 지금 바쁘니까 이따 다시 연락할게.』

아트란은 후다닥 다급하게 통신을 종료시켰다. 제 딴에는 숨긴다고 숨겼겠지만. 연우의 예리한 눈썰미를 피할 수 없었다.

‘한쪽 눈이 멍든 것 같았는데.’

어디서 한 대 맞기라도 한 걸까? 연우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 * *

아트란이 다시 모습을 비춘 것은 그날 저녁 무렵이었다. 녀석은 통신이 아니라 아예 포탈을 타고 넘어왔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어깨가 비 맞은 개처럼 축 가라앉아 있었다.

“……눈은 왜 그러지?”

한쪽 눈에는 안대까지 하고 있었다.

“으, 응? 아, 이거 걷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좀 다쳐서 그래.”

아트란은 연우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슬쩍 고개를 돌렸다.

연우는 그런 녀석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물었다.

“누구한테 얻어맞기라도 했나?”

“얻어맞긴 누구한테 얻어맞아! 나 아트란이야! 바이 더 테이블의 꽃 등급이 얼마 남지 않은 거물이라고! 누가 나에게 손을 댄다고 그래!”

「맞았군. 아주 실컷.」

「신비 상인에게 함부로 손을 대기는 어려울 텐데.」

샤논과 한령은 제자리에서 폴짝 뛰는 아트란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살짝 놀랐다. 많은 물품을 취급하는 신비 상인은 언제나 위험을 안고 산다. 그들을 후려쳐서 한몫을 단단히 챙기려는 강도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신비 상인은 자구책으로 조합을 형성해 안전을 도모하는 한편, 관리국 및 여러 용병 집단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 해코지를 당할 시에는 가차 없이 보복을 가하기로 유명했다.

하물며 아트란은 연우에게나 호구 취급을 받을 뿐이지, 그래도 그 바닥에서 꽤 알아주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건드렸다는 것은. 그만한 자신감이 있거나, 고위급 인사란 뜻이었다.

연우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래 좀 성사시켜 보겠다고 끈질기게 달라붙다가 된통 얻어맞았나 보군.”

“……너, 무슨 관심법이라도 부리냐?”

아트란이 조금 질린 얼굴로 연우를 바라봤다.

「우리 주인한테 마구니가 좀 가득하긴 하지.」

「역시 거래는 실패했나 봅니다.」

연우는 코웃음을 치는 것으로 샤논과 한령의 혼잣말을 무시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쉽게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아다만틴 노바나 되는 물건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간내기가 아닐 것이다.

그런 사람이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도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트란은, 거래가 성사되었을 때에 남는 수수료에 눈이 돌아가 끈질기게 달라붙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그 뒤에는? 불에 보듯 뻔한 일이었다. 플레이어들은 대개 성격이 차갑거나 급하거나, 둘 중 하나였으니까. 호인은 드물었다.

아트란도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여겼는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거래는 실패했다.”

“저쪽에서 뭐라고 했기에?”

“절대 안 팔겠다더라고.”

아트란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처음에는 값을 높이려고 튕기는 거다 싶었지. 그래서 값을 높였는데도 안 된다고 자꾸 그러더니, 냅다 곰방대를 던져서는……! 아오, 그 할망구!”

그냥 말로 하면 될 것을 왜 폭력이냐고. 그러니 그 나이가 되도록 시집을 못 가지. 아트란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못내 억울한 투였다.

‘곰방대? 할망구?’

연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소유자가 누구였기에.”

“그건…… 말 못 하지.”

거래자에 대한 신상 정보는 일단 비밀에 붙이는 게 바이 더 테이블의 규칙이었다.

“아다만틴 노바, 그거 꼭 필요해? 시간만 있으면 아다만티움을 잔뜩 모아다가 제작을 의뢰해 볼…….”

“아니. 난 지금 그게 당장 필요하다.”

아다만틴 노바는 그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우선 재료가 되는 아다만티움을 모으는 것만 해도 한세월이 걸리는 데다가, 그것을 응축시켜서 제작하는 것 역시 족히 연 단위가 걸릴 일이었다. 명장급 인사가 나선다고 해도 최소 일 년은 잡아야만 했다.

하지만 타르타로스는? 그럴 만한 여유가 전혀 없었다.

“대체 어떤 퀘스트를 받았기에 그런 게 필요한 거야…….”

아트란은 연우에게서 무엇을 만들 예정인지는 못 들었기에, 한숨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혹시 소유자에 대한 신상 정보를 팔 생각은 없나? 설득은 내가 해 볼 테니까.”

“안 돼.”

“어째서? 사람에 대한 정보도, 취급 가능한 거래 품목이 아니었나?”

“그렇긴 한데……. 그게 사정이 좀 복잡해.”

아트란은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우선 소유자는 우리 조합에서도 가장 큰손에 해당하는 최고 등급이셔. 그리고 자신에 대한 정보 판매 금지를 조건으로 걸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도 매년 계속 내어놓고 있는 중이야. 우리 거래자들 중에서도 그만한 큰손은 아주 드물지.”

탑의 세계뿐만 아니라, 전 우주에 걸쳐서 영향력을 뻗치고 있는 곳이 바이 더 테이블이었다. 그런 곳에서도 손꼽히는 거물이라면.

‘아홉 왕이라도 되나?’

아니면 그에 준하거나. 그런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소유자는 우리 마스터의 절친한 지인이라…… 사실 여기까지 말한 것만 해도, 알지?”

직무 유기란 뜻이었다.

연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볍게 혀를 찼다. 구하기가 가장 손쉬울 줄 알았던 아다만틴 노바에서 이렇게 발목을 잡힐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프레지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수밖에 없겠군.”

“뭐? 야? 야!”

아트란은 졸지에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직장의 가장 큰 상사를 만날 위험에 놓이게 되자, 질겁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화아악-

연우는 이미 프레지아의 옥경을 통해서 마스터인 프레지아에게로 연락을 넣고 있었다. 옥경을 받고 난 뒤로 처음 넣는 연락이었다. 아트란의 얼굴이 사색이 될 때쯤.

『이 옥경은, 카인? 갑자기 이런 밤중에 무슨 일이시죠?』

얼굴에 쓴 나무탈. 타오를 듯한 적갈색의 단발머리. 프레지아는 백랑에게 먹이를 주고 있던 중이었는지, 고기를 물려 주다 말고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 진짜 연락했어…….”

아트란은 손으로 제 얼굴을 덮었다. 이것으로 자신의 무능력이 직장 상사에게 고스란히 들어간 셈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프레지아와 핫라인으로 연결된 거래자가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연우도 아다만틴 노바의 소유자와 비슷한 등급이 아닐까.

사실 아트란은 연우를 전담하고 있긴 했어도, 그가 조합 내에서 정확하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연락드린 이유,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아다만틴 노바의 소유자에 대한 건이라면 저도 알려 드릴 수 없어요.』

역시 알고 있었나 보다.

『그게 그녀와의 조건이었으니까요. 제 지인이기를 떠나서, 저희로서도 그만한 큰손을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그래도, 이런 말도 있는 법이죠. 할 수 없는 거래란 없다.”

『할 수 없는 거래란 없다.』

프레지아는 연우와 똑같이 말하면서 피식 웃었다. 재미있다기보다는 어디 물건을 보여 보라는 여유였다.

『맞는 말씀이긴 하군요. 그럼 카인 님이 내놓으실 수 있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참고로, 현재 카인 님에게 들어가는 막대한 양의 후원은 저희가 벌이는 후원 내역 중에서 가장 방대한 규모예요. 웬만한 품목으로는 셈이 안 된다는 거, 잘 아실 테죠?』

외우주의 건설을 비롯해 브라함의 여러 실험들까지. 당연히 바이 더 테이블의 입장에서 연우는 돈을 잡아먹는 하마였다.

“하데스가 실종된 이유, 타르타로스에서 벌어지는 일들, 티탄과 기가스의 상황, 제가 제작하려는 물건. 이만하면 꽤 괜찮은 셈이 되지 않겠습니까?”

프레지아의 눈이 살짝 커졌다. 홀로그램이라 영상이 또렷하지는 않지만, 흥미가 느껴졌다.

『말씀해 보세요.』

연우는 타르타로스에서 자신이 보고 겪은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연우가 봤을 때, 티탄과 기가스의 반란은 아주 비싼 값에 거래 될 수 있는 귀중한 정보였다. 올림포스를 비롯해 98층의 신과 악마들도 여태 모르고 있던 사실이지 않았던가.

천계에서 벌어지는 여러 각축전은 하계의 플레이어들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과 악마는 법칙을 구성하는 존재이며, 탑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당연히 그들의 향방에 따라 플레이어들이 얻을 이점이나 겪을 손해도 다양했으니.

이 정보를 잘만 다룬다면, 바이 더 테이블은 더 큰 매출을 창출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군상(軍商)이야말로 모든 상인들이 최종적으로 바라는 형태이기도 했으니.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아트란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대체 이 인간은 뭘 하는 종자라서, 레드 드래곤을 흔드는 것으로도 모자라 신의 세계에까지 간섭하고 있는 걸까?

『흐음.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죠?』

프레지아는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연우의 확신대로 확실히 귀중한 정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셈이 아직 약간 부족해요. 다른 건, 더 없나요?』

이렇게까지 비쌀 줄이야. 연우는 가볍게 혀를 차면서 마지막까지 미뤄 뒀던 것을 얹었다.

“제가 퀴네에를 제작하게 되면 명장의 칭호를 받게 됩니다. 명장의 물건, 가장 우선적으로 받고 싶지 않으십니까?”

『탐이 나긴 하지만, 그만한 거래자는 저희에게도 있어요. 그리고 아직 카인 님이 명장이 되신 건 아니실…….』

“다른 명장들인 브라함과 헤노바의 친분에 더해, 이들까지 절 도와 만든 물건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연우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뒤편으로 키클롭스 브론테스와 스테로페스가 나타났다. 두 거신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하나밖에 없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상황이 상황이니 따라야만 했다.

두 키클롭스를 알아본 프레지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다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헛웃음을 흘렸다.

『이래서야 어쩔 수 없군요. 헤파이스토스에 버금간다는, 아니, 그의 스승이라는 두 대장장이 신의 손까지 더해진 물건이라면…… 탐이 날 수밖에요. 그렇다면 독점 공급은 어떨까요?』

“그건 셈이 안 되지요. 대신에 우선적 거래 정도는 해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연우가 뒤로 빠졌다.

프레지아는 자신이 했던 말을 똑같이 되돌려 받자, 속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이만한 거래라면 나쁘지 않았다.

『아다만틴 노바의 소유자는.』

그리고 들린 이름은, 연우에게도 낯이 익은 이름이었다.

『아나스타샤라는 사람이에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