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356화 (356/862)

6화. 차정우 (2)

목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고 없었다.

역시 녀석은 평소 자고 있는 것처럼 조용하게 있어도,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연우는 조금 짜증이 났지만 개의치 않고 보라색 기운을 빠른 속도로 뽑았다. ‘무르익을 때를 기다린다’고 했던 것처럼, 아직은 자신을 건드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

쏴아아-

보라색 기운을 옮기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쭉 뽑아 올리니 점성이 있는 것처럼 한꺼번에 현자의 돌로 딸려 갔다.

너무나 많은 양이라서 정말 이대로 수용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연우는 멈추지 않았다.

현자의 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혹시나 폭발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과열되어서 연우도 크게 고생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몸이 타들어 갈 것 같은 끔찍한 고통을 계속 참으며 버티던 끝에. 모든 보라색 기운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

아니, 오히려 현자의 돌은 그것으로도 모자라다는 듯 더 크게 웅웅 울어댔다.

그 많던 양이 전부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였다.

연우는 사방으로 흩어 놓았던 의념을 하나로 뭉쳐 유체(幽體)를 형성했다. 영혼석을 더 깊게 탐구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이렇게 해 두는 게 더 편할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연우는 거짓말처럼 텅 비어 버린 현자의 돌 속에서 무수히 많은 활자들을 볼 수 있었다.

언젠가 이 일기를 들을 형에게.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외우다시피 한 일기장의 첫 문장부터.

……미안해. 아마 나 때문에……

……휴대폰에 이상한 문자가 도착했다……

……그렇게 난 현실과의 연결을 끊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엘릭서를 구하는 게 빠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장의 끝장을 차지하던 마지막 문장까지.

녹음으로 듣고, 동생이 남긴 환영으로 보았던 목소리들이. 글자가 되어 생생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일기장.’

연우는 자신이 영혼석의 핵심 부위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기장을 발동할 수 있게 해 주는 마법적 장치. 그렇다면 이 속에 분명히 동력원이 있을 터였다.

활자들을 면밀히 살폈다.

하지만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활자들은 마치 바닷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들처럼 저들 멋대로 돌아다니기 바빴다. 이리저리 뭉치면서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를 만들기도 했다.

연우는 자신도 그 활자들 속에 녹아 이리저리 어우러져 다녔다.

활자들이 만들어 내는 건 단순한 단어나 문장만이 아니었다.

때로는 저들끼리 조립되면서 어떤 형상을 갖추기도 했다.

일기장 속의 내용을 표현하려는 건지 정우의 모습을 띠는 게 많았다. 검을 들고, 날개를 펼치며, 세상을 굽어다 보는 헤븐윙의 모습.

그러다 다시 흩어져 다른 형태로 조합되었다.

연우는 인형극을 보는 것처럼 활자들이 만들어 내는 여러 광경을 한없이 바라보다, 끝내 어떤 규칙을 찾아낼 수 있었다.

흐름을 천천히 되짚어가면서 중심부에 다다랐다.

활자의 밀도도 그만큼 짙어지면서 순백색이던 세계는 어느새 흑색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끄트머리에서. 연우는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주춤거리고 말았다.

그곳에는.

사람이 있었다.

아무 옷도 입지 않은 나신으로, 양 무릎을 끌어모아 허벅지에 얼굴을 묻고 있는 사내.

등에 난 새하얀 날개로 몸을 덮고 있어 생김새를 알 수 없었지만.

두근.

연우는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크게 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설마……?’

사내는 활자가 이리저리 뒤엉킨 구체에 갇힌 채 전혀 얼굴을 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깊은 잠에 빠진 걸까. 연우의 인기척을 느꼈을 텐데도 불구하고 꿈쩍도 않았다.

두근.

두근.

그럴수록 연우의 심장은 더 크게 뛰었다. 지금 여기에 있는 건 의념으로 만들어진 유체인데도 불구하고. 진짜 심장이 뛰는 것 같았다. 호흡이 가빠졌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새하얬다.

그저 귓가를 따라 한 가지 단어만 왱왱 울어 댈 뿐이었다.

형.

페르세포네의 신전에서 나올 때에 얼핏 들었던 목소리. 자신을 애타게 찾던 그 목소리가 왜 자꾸만 떠오르는 걸까.

연우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사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 갔다.

혹시나 놓칠까 싶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지금도 시간은 자꾸만 흘러 가는데……

……전쟁은 계속 길어져 모두가 힘들어했다……

활자들이 사내를 따라 뱅그르르 돌았다. 역시나 숱하게 들었던 문장들이 춤을 추면서 연우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단어 하나하나, 아니, 음운 하나하나에 전부 동생의 손때가 묻어났다. 녀석이 외롭게 지낸 세월들이 만들어 낸 흔적들이었다. 기쁨과 회한과 슬픔이 고스란히 거기에 담겨 있었다.

……하나둘, 팀원들이 떠났다……

……몸이 무거워졌다……

연우는 활자의 홍수를 거슬러 올라갔다. 글자들이 연우의 몸에 계속 부딪쳤다. 그럴 때마다 유체에 멍 자국과 생채기가 생겼다.

그게 아팠다.

너무.

……형이 보고 싶다……

연우는 여기 있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런 목소리도 낼 수 없는 이 세계에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벙어리가 된 것처럼 너무 답답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빨리 다가가고자 했다.

하지만 활자의 홍수가 너무 거세서 어떻게 돌파하기가 힘들었다. 자칫 삐끗하면 같이 휩쓸릴 판이었다.

……아르티야에는 나 혼자만이 남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녀석이 있는 곳에 다다르고자 한 걸음 한 걸음을 천천히 옮겼고.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드디어 다다를 수 있었다.

……어디에도 내 편은 없었다……

헉.

연우는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사내는 너무 가까운 곳에 있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 하지만 활자를 마구 뱉어 내는 구체는 더 이상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떻게 구체를 부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싶었지만.

연우는 당장 유체가 홍수에 휘말리지 않게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무언가 방법이 있을 텐데.

‘안 된다면…… 힘으로라도!’

연우는 이를 악물었다.

[3차 용체 각성]

[권능 전면 개방]

연우는 900여 개의 채널링을 전부 끌어왔다. 그만큼 많은 시선들이 찰싹찰싹 달라붙었다. 영혼석에서 뽑아 올린 보라색 기운이 처음으로 그의 뜻대로 움직였다.

화아악-

불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아스트라이오스 때보다도 더 충만해진 느낌. 이제는 웬만한 아홉 왕과도 견줄 수 있으리라 자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콰앙!

그런 힘을 두른 채, 전력으로 충돌했다.

하지만 구체는 부서지기는커녕 더 많은 활자로 뒤덮이면서 연우를 거세게 튕겨 냈다.

쾅, 쾅, 콰앙-

콰르르!

그래도 연우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을 밀어내면 더 강한 힘으로 부순다는 각오로 몸을 던졌다.

그럴 때마다 현자의 돌과 마력 회로가 미친 듯이 돌아갔다. 의념이 더 단단해지고, 감각이 더 세밀해졌다. 화안금정으로 빛나는 눈은 약점을 찾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녔다.

하지만 구체는 그래도 꿈쩍도 않았다.

금이 간 구석도 없었다.

부서진 건 음운 단위로 쪼개진 글자들뿐. 하지만 그마저도 파도에 이리저리 뒤섞이더니 새로운 글자로 조합되었다.

‘이걸로는 부족해.’

브론테스는 자신을 가리켜서 열쇠라고 했다. 열쇠 구멍에 딱 들어맞고, 잠금장치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

그래서 여태 영혼석의 봉인을 풀고 안쪽으로 들어왔을 때 전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잠금장치는 따로 있었다.

이 수많은 활자들.

일기장이, 자물쇠였던 것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언제부턴가 눈에 띄는 활자들은 온통 후회로 가득한 것들밖에는 없었다.

아마도 녀석이 하고 있는 생각들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일 테지.

차라리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면 좋을 텐데.

왜 생각해도 하등 도움 안 되는 것들만 되짚는 건지.

‘빌어먹을 새끼.’

연우는 녀석을 보면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지구에 있을 때도 매번 이런 식이었다. 겉으로는 밝은 척 굴지만, 속은 우울하기만 한 녀석이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상대가 다치지는 않았을까, 늘 전전긍긍 하던 소심한 녀석.

그걸 두고 뭐라고 한마디 하면 ‘형이 뭘 아냐’면서 되레 따지던 녀석. 방구석 여포 같은 녀석이었다.

그러니 제 몸이 죽고, 여기 일기장에 있으면서도 계속 후회만 되짚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을 힘들게 만들기도 하고 있고.

……사람을 너무 믿어서? 아니면 힘들어하는 팀원들을 돌보지 않고 내 욕심만 채우려고 해서?……

이 빌어먹을 활자들만 어떻게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아니, 이렇게 우울한 녀석이 대체 어떻게 최고 랭킹이 된 거야? 거기다 아르티야는 클랜 랭킹 6위까지 올랐다면서? 탑에 오른 뒤로 성격이 나아졌나 싶었더니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가족들을 버리고 떠나서?……

연우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힘이 필요했다.

이것을 단번에 부숴 버릴 만한.

‘도와줄 놈, 없어?’

연우는 고개를 위로 높이 들었다.

자신에게로 이어지는 900여 개의 채널링. 그 너머에 훨씬 더 많은 신과 악마들의 시선이 숨어 있었다.

어떻게든 자신을 엿보고자 하는 작자들.

신살이라는 이벤트를 수행하면서 호기심을 품게 된 초월자들이었다.

[신의 사회, 〈딜문〉의 ‘아다드’가 네르갈의 도움으로 당신을 엿보고 있습니다.]

[신의 사회, 〈아스가르드〉의 ‘토르’가 비마질다라에게 소정의 대가를 지불하여 당신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신의 사회, 〈천교〉의 ‘이랑진군’이 나타태자와 당신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눕니다.]

……

[악마의 사회, 〈르 인페르날〉의 ‘시트리’가 아가레스에게 접근해 당신을 지켜봅니다.]

……

[현재 가능한 권능 수: 2,711개]

900여 개의 채널링을 한 번에 받아들였을 때보다 훨씬 많아진 숫자들.

하지만 녀석들은 하나같이 타르타로스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연우를 관찰하지 못하자, 이미 채널링이 연결된 신과 악마들에게 접근해서 소정의 대가를 지불하고 시야를 공유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도 그 대가란 아주 클 것이다.

필멸자로서는 어떻게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그만큼 ‘연우’라는 인물이 신과 악마들 사이에서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연우는 이왕에 이렇게 된 것, 그 권능들까지도 전부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아니, 앞으로 들어오는 족족 전부 받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의념만으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연우는 육체가 아닌 유체 상태로도 과연 권능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당장 필요한 건 막강한 화력이었다.

[‘아다드’의 권능, ‘에-카르카라’를 획득했습니다.]

[‘토르’의 권능, ‘천둥신의 망치’를 획득했습니다.]

[‘이랑진군’의 권능, ‘교룡살(蛟龍殺)’을 획득했습니다.]

……

[너무 많은 권능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육체가 버티지 못합니다. 예비 사도 계약을 중단할 것을 권고합니다.]

[경고! 너무 많은 권능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육체가 붕괴할 우려가 있습니다.]

[경고! 너무 많은 권능을…….]

……

[신의 인자가 작동합니다. 신의 권능을 수용합니다.]

[마의 인자가 작동합니다. 악마의 권능을 포용합니다.]

[용의 인자가 작동합니다. 용체를 강화시킵니다.]

[현자의 돌이 강화되었습니다.]

……

[마신룡체가 강화되었습니다.]

[마신룡체가 강화되었습니다.]

그 순간에도, 녀석을 둘러싼 활자는 계속 변하고 있었다.

……내가 중독을 치료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모두가 날 죽이려 달려오기 시작했다……

콰드득, 콰득-

연우는 어느 정도 화력을 끌어 올렸다 싶자, 다시 한번 더 있는 힘껏 몸을 날렸다.

콰르르릉-

이대로 활자들을 모두 불사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막강한 화력이 세상을 뒤덮었다. 너무나 강한 반동에 연우의 상반신 중 절반이 그대로 날아가 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폭발 속에서도 구체는 전혀 꿈쩍도 않았다. 그 흔한 그을음조차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연우는 버텼다.

……어디에도 내 편은 없었다……

반동에도 굴하지 않고. 재생 스킬을 계속 전개하면서 몸을 빠른 속도로 수복해 구체 쪽으로 손을 뻗었다.

다행히 불의 파도가 가진 특성 때문에 튕겨 난 불씨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면서 구체를 쉴 새 없이 흔들어 놓는 중이었다.

그래서 활자들을 이리저리 교란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끝끝내 구체에 손길이 다다랐다.

……그제야 알았다……

……내 편은 세상에 한 명밖에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마지막까지 버티는 이 빌어먹을 구체를 어떻게 하면 치울 수 있을까.

힘껏 밀어 봐도 역시나 밀리지도 않았다. 아니, 그래도 작은 균열은 생겨서 손가락 하나는 겨우 밀어 넣을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언제 닫힐지 몰랐다.

조금만 더 힘이 있다면.

누군가가 밀어주기만 한다면.

그런다면 어떻게든 녀석에게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만 된다면 어떻게든 깨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하지만 놈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었다……

연우는 정말 누군가가 뒤에서 자신의 등을 미는 것 같은 착각을 받았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 개였다.

여기에 누가 있는 거지?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는데.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 이쪽을 보면서 싱긋 웃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한쪽 입술을 말아 올리면서 비웃고 있었다.

‘미후…… 왕?’

[이름 없는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보면서 입술을 달싹입니다.]

병신같이 뭘 하는 거냐. 힘도 못 쓰고. 그래서 미래에 마누라가 만족하겠어?

분명히 흡수되어서 존재조차 사라졌을 미후왕의 허물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름 없는 누군가가 당신을 보면서 코웃음을 칩니다.]

타오를 것 같은 붉은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여인이, 고고한 눈매를 한 채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너는 마음에 안 들지만. 저기 있는 놈에게는 할 말이 있어서.

역시나 허물처럼 사라져서 이곳에 없어야 할 자였다.

그제야 연우는 어렴풋이 남아 있는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한창 신열로 고생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나서 불필요한 채널링을 모두 정리해 주었던 두 존재들. 그들이 이들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두 남녀는 연우가 어떤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힘껏 연우의 등을 밀었고.

덕분에 연우는 유체가 활자에 몇 번씩이고 찢기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가까스로 녀석에게 다다를 수 있었다.

두려운 나머지 벌벌 떨면서 날개로 몸을 숨기는 아기 새처럼 있는 동생에게로.

연우는 수고했다는 듯이 양팔을 뻗어 동생을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그 순간에도.

활자는 계속 일기장의 내용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래서 여기서 이 일기장을 마무리 짓는다.

이 일기장을 남겨 놓는다면 형이 언제고 이곳으로 올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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