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권
1화. 대전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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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츠츠-
칠흑색의 운무에 둘러싸인 연우는 어딘지 모르게 불길하면서도 섬뜩한 느낌을 풍겼다.
보는 이로 하여금 깊디깊은 수렁으로 빠뜨리는 기분.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화안금정 때문에 밝은 황금색으로 빛나던 두 눈은, 시커먼 무저갱을 연상케 하는 칠흑색으로 변해 있었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그 속에 담긴 심연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서, 티폰을 비롯한 기가스들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공허에 잠긴 듯한 느낌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아주 잠깐 주어진 그 시간 동안, 연우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조건을 일부 획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조건이 부족합니다.]
[조건이 부족합니다.]
……
[자격 요건이 부족합니다.]
[봉인이 일부 해제되어 열람 권한을 획득했습니다.]
[‘칠흑왕의 격노’가 ‘칠흑왕의 형틀’의 정보창에 통합되어 오픈됩니다.]
[칠흑왕의 형틀]
분류: 세트
등급: ???
설명: 과거 ???들은 세계 의지를 계승한 초월적인 존재들로서 온 우주의 수많은 문명과 행성을 다스리던 선지자(先知者)들이었으나, 우주의 이면에서 죽음과 어둠의 섭리를 다스리던 그들의 위대한 ‘왕’이자 ‘신’을 항상 경외하면서도 두려워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그를 배신하고 깊은 공허 속에 유폐시켰다.
‘왕’이자 ‘신’이었던 존재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오랜 세월 동안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처음에는 절망했고, 그다음에는 비탄에 빠졌으며, 마지막에는 격노를 터뜨리며 언젠가 공허를 빠져나가는 순간 배신자들을 전부 처단하기로 마음먹었다.
덕분에 그를 구속하던 3개의 형틀은 서서히 변질되어 그의 수족이 되었다.
언젠가 그가 공허를 찢고 나올 계시의 날, 세계는 종말을 맞이하게 되리니. 그때까지 수갑은 영혼을, 족쇄는 죽음을, 항쇄는 어둠이 되어 그의 뜻을 대변할 것이다.
* 영혼 찬탈자
소유자가 죽였거나, 그가 설치한 권역 내에 있는 영혼을 마구잡이로 거둘 수 있다. 이때, 거두어진 영혼은 망령으로 타락해 생전에 가졌던 모든 힘을 잃고 오로지 짙은 원망만 가지게 되며, 소울 컬렉션에 속박되어 영원토록 소유자의 노예 신세가 된다.
소유자의 숙련도에 따라 컬렉션의 크기는 대폭 늘어날 수 있다.
* 흑괘(黑卦)
흑살(黑煞)이 강화된 형태. 귀속된 망령을 소모해 마력을 암흑 속성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 소모된 망령의 수만큼 속성력도 강화된다.
이때 사용된 마력은 설치된 권역 내에서 시전자를 비롯한 아군에게는 버프 효과를, 적으로 지정된 대상에게는 강한 저주와 공포를 심는다. 이때 랜덤으로 발생하게 되는 저주는 적에게 큰 ‘불운(不運)’을 점지할 것이다.
* 제1천의 영
컬렉션에 속박된 망령은 언제나 자신을 가둔 소유자를 원망한다. 하지만 소유자는 그런 원망조차 소유하여 뜻대로 다룰 수 있다. 망령은 소유자의 절대적인 의지를 절대 거스를 수 없다.
그들은 평상시에는 언제나 떼를 이루며 움직이면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력을 닥치는 대로 갈취할 것이다.
또한, 원할 시 소유자는 일정분의 마력을 소비해 망령을 사귀(邪鬼)나 괴이(怪異), 영괴(靈怪) 혹은 그 이상의 존재로 진화시킬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소유자의 충복이 되어 어떤 명령이든지 기쁘게 수행할 것이다.
* 사자 소환
컬렉션에 수확한 망령 중 일부를 소진하여, 저승에 머무르고 있을 죽은 영혼을 강제로 소환시킨다.
영혼이 가진 격에 따라 소환에는 제한 횟수 및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으니 주의해야만 한다.
단, 이때 소환된 영혼은 명백한 자율 의지를 지니고 있어 복속시키는 데 제한이 걸린다.
* 공허 발동
세상의 이면, 그곳에서도 또 다른 이면에 속하는 공허를 일부 끌어올 수 있게 된다. 다만, 무질서와 혼돈으로 가득한 공허는 때때로 시전자까지 잡아먹을 수 있는 대재앙이므로 사용하는 데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건과 자격을 필요로 한다. (일부 봉인)
**이 아티팩트는 ‘유니크’입니다. 탑에서도 오로지 단 한 개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주인에게 완전히 귀속됩니다. 타인으로의 거래나 양도가 불가능합니다.
**기능 중 일부가 봉인되어 있습니다. 일정한 자격이나 조건을 갖춰야만 해제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일부 열람할 수 없습니다. 일정한 자격이나 조건을 갖춰야만 권한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습득한 세트(3/3)
-절망: 절망에 빠진 영혼을 찬탈할 수 있다.
-비탄: 비탄에 잠긴 죽음을 거스를 수 있다.
-격노: 격노로 흔들린 어둠을 다스릴 수 있다.
‘이걸로도 아직 모자라다고?’
연우는 그렇게나 많은 공양물을 먹어 치우고도, 봉인이 모두 해제되지 않은 칠흑왕의 형틀을 보면서 조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고 말았다.
기가스를 집단으로 강신시키고, 나아가 강림을 시도할 수도 있을 법한 양의 제물이건만.
이 정도라면 그 어떤 신과 악마의 사회라도 탐낼 수밖에 없을 텐데, 칠흑왕이 남긴 유산에게는 ‘일부’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자격이 부족하다는 것이야 ‘격’이 모자라서라고 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조건이 모자라다니, 이 이상 대체 뭘 하라는 건지 짜증까지 살짝 났다.
이것은 그만큼 원주인이었던 칠흑왕이 위대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만큼 탐욕스러웠기 때문일까?
『키키, 킥……!』
기분 좋다는 듯이 웃고 있는 마성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연우는 두 가지 추측이 전부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칠흑왕이 남긴 잔재와 자신의 또 다른 인격이 합쳐져 만들어진 마성이 저런 반응이라면. 칠흑왕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위대했지만, 탐욕스러웠던 존재.
그렇기에 그를 모시는 신도와 백성들에게 짙은 공포와 절망만을 가져다주었고, 결국 배신을 당해 스러져야만 했던 지배자.
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여러 신과 악마의 사회들로부터 경외를 사는 절대자.
신중신(神中神). 혹은 신왕(神王)이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존재였던 것이다.
그리고.
연우는 그런 존재가 지녔던 권능을 일부 개방하면서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공허 발동]
연우를 따라 흩뿌려진 칠흑색 기운이 공간 곳곳에 묻으면서 멍울이 잉크 자국처럼 번져 갔다. 멍울 너머에는 공허가 일렁이면서 탐욕스럽게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촤르르륵-
검은 쇠사슬은 그런 공허 사이로 파고들면서 움직였다.
공간적 제약과 물리적 법칙을 도외시하며, 세상의 이면을 제멋대로 넘나들면서 기가스들이 있던 공간을 마구 유린하고자 했다.
연우의 손에 들려 있던 여의봉이 움직인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여태껏 봉의 형태를 이루고 있던 조각들이 다시 낱낱이 분해되더니, 소용돌이를 그리면서 쇠사슬의 모자란 부분들에 결합되기 시작했다.
철컹, 철컹-
칠흑왕의 형틀의 재질은 신진철. 여의봉의 재질도 신진철인바, 이론상으로 얼마든지 합쳐질 수 있었다.
특히 여의봉의 조각은 ‘미후왕의 후예’라는 칭호를 가질 경우 얼마든지 뜻대로 다룰 수 있다는 특징을 이용, 연우는 조각을 통해 쇠사슬을 더 능숙하게 다루고자 하였다. 길이의 부족분도 채워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비그리드는 새로운 진명을 개방하면서 쇠사슬의 끄트머리에 달려 더 위협적인 모습을 드러냈으니.
[‘비그리드-???’가 숨겨진 진명, ‘하르페’를 개방합니다.]
[전승: 불사 불인(不死不認)]
하르페는 비극적인 운명을 극복해 내고 수많은 왕가와 영웅들의 조상으로 숭상받았던 대영웅 페르세우스가 불사의 괴물들을 쓰러뜨릴 때 썼다는 전승을 지닌 검이었다.
전신(戰神) 아레스로부터 물려받았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뛰어난 명검이 개방된 순간.
비그리드는 날이 굽어 ‘낫’의 형태에 가까운 생김새를 지녔다는 하르페의 특징대로 웬만한 장정만 한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낫, 데스 사이드(Death’s Scythe)가 되어 공간을 종횡무진 갈라놓기 시작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제기랄, 피해!』
쇠사슬에 매달린 채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는 하르페는 기가스들에게도 너무나 위협적이었다.
날에 맺힌 검은 오러에는 신격마저도 위협하는 불의 파도가 잔뜩 응집되어 있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쇠사슬은 공간을 이리저리 마구잡이로 드나들면서 방향을 좀처럼 예측할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여기서 자칫 목이 달아나거나 치명타라도 입는 순간, 쇠사슬에 연결된 여의봉의 기능이 작동되어 봉신(封神)이 이뤄질 수도 있었으니!
죽음의 왕좌를 찬탈하려 하계에 내려왔다가 도리어 그들의 목숨이 위험에 노출된 셈이었다.
섣불리 반격하기도 힘든 상황 속에서도, 쇠사슬과 대낫은 연우의 손길에 따라 마구 칼춤을 춰 댔다. 신살(神殺)의 업적이 다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촤르륵-
스걱, 스걱!
『크아악!』
『아아아악! 내 팔! 내 파아아 알!』
도처에 팔다리를 잃은 기가스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 미천한 것이, 감히 우리들에게!』
물론, 기가스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는 건 아니었다. 간간이 반격도 가해졌다. 신의 언령에 따라 돌풍과 함께 화염이 마구 땅거죽을 뚫고 치솟아 올랐지만.
휘이이-
퍼펑, 퍼퍼펑!
그것들은 별다른 위협도 되지 못했다.
연우에게 닿기도 전에 쇠사슬이 움직이면서 공격을 모조리 도중에 차단하거나, 무효화시켰던 것이다.
쇠사슬이 돌아갈 때마다 따라붙는 칠흑색의 기운은 때로는 그림자처럼 울렁거리기도 하고, 또 때로는 검은 불꽃처럼 뜨겁게 타오르면서 공방일체(攻防一體)를 자유롭게 해내었다.
그리고 이를 뒤따르는 잿빛 망령들은 녀석들을 비웃듯이 음산하게 울어 대면서 기가스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끼아아-
키키킥! 키키!
어두운 코트를 입은 채, 잿빛 망령을 두르고, 검은 불길을 뿜어내며, 거대한 쇠사슬과 낫을 휘둘러 대는 연우의 모습은.
불멸자와 필멸자를 가리지 않고 영혼을 거둬 간다는 신화 속 그림 리퍼를 떠오르게 했으니.
콰르르-
기가스들은 언제부턴가 두려움에 잠긴 채, 한두 걸음씩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으, 으으으……!』
『미쳤…… 어! 어떻게 필멸자가……!』
그리고 뒤늦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들이 단순히 필멸자라며 무시하고, 쉽게 죽음의 왕좌를 거둬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대상은.
사실 타르타로스에서 형제 중 다수의 목숨을 앗아 가고, 나아가 하데스로부터 후왕으로 인정을 받기까지 했던.
그리고 죽음의 신과 악마들이 모두 인정한 ‘그’의 후신이라는 사실을!
촤촤촤-
『미마스!』
『안 돼! 안테!』
결국 우려했던 대로 둘이나 되는 기가스의 목이 달아나면서 여의봉의 조각에 이름이 아로새겨지자, 그들의 눈동자가 분노로 뒤집히고 말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도저히 연우에게 접근할 수 없다는 사실이, 필멸자에게 자신들이 이토록 우롱당하고 있단 사실이 원통하기만 했다.
『감히이이!』
결국 참지 못한 티폰이 다시 인과율을 쥐어짜며 다른 한쪽 팔을 개방하고 말았다.
신격에 치명적인 타격을 감수하고 벌인 행동이니만큼, 외우주를 이루던 공간을 거의 찢다시피 하면서 연우를 타격했다.
하지만.
쾅!
티폰의 거대한 오른손은 이번에도 연우에게 닿지 못했다. 갑자기 그들 사이로 공간이 쭉 찢어진다 싶더니 검은 먹구름이 새어 나오면서 큰 장벽을 세웠기 때문이었다.
“감히 이 몸을 두고도, 이딴 별난 짓을 벌인단 말이지? 너희 기가스 놈들은 역시나 찢어 죽여도 모자랄 놈이로다.”
마치 이대로 세상을 통째로 지울 듯이 검게 흐르는 구름을 찢으면서 한껏 드러나는 수십 쌍의 날개.
그 사이로 흑요석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얼굴과, 그에 어울리지 않게 잔혹하게 웃는 눈동자가 드러났다.
[‘르 인페르날’의 아가레스가 ‘올림포스’의 티폰을 차갑게 노려봅니다.]
『아가레스!』
부릅떠진 티폰의 눈동자를 보면서. 마계의 동부를 다스린다는 위대한 대공은 일그러진 얼굴로 격노했다.
“그딴 더러운 입으로, 이 몸의 이름을 가벼이 부르지 말지어다. 네가 축생 따위가 담을 이름이 아닐지니!”
콰아아앙!
아가레스는 무지막지한 힘으로 티폰의 오른손을 강제로 찢으면서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오라, 나의 충직한 군세여!”
그리고 곧 하늘을 따라 검은 유성이 집단으로 떨어졌다. 하나하 나가 초월자에 해당하며 당장이라도 세상을 집어삼킬 것 같은 흉악한 권속들이었다.
탑에 갇히기 전에는 아가레스를 따라 수많은 차원과 세계를 침략하며 병탄을 거듭했다고 알려진 동마왕군(東魔王軍). 그 속에는 르 인페르날의 72마왕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쿠쿠쿠쿠-
그들은 아가레스가 열어젖힌 길을 따라, 외우주를 질타하면서 감히 자신들에게 싸움을 건 기가스들을 짓밟고자 하였다.
“저 아이가 누구의 것인지, 이 몸의 소중한 보물을 가져가려 한 죗값이 어떤 것인지를 톡톡히 가르쳐 주마.”
콰르르릉-
아가레스는 광기와 마기를 한꺼번에 터뜨리면서 티폰에게로 쇄도했다. 천계에 이어 하계에서도, 두 사회 간의 멸망전이 시작된 것이다.
촤르륵-
연우는 후방에서 동마왕군과 기가스 간의 접전을 지켜보면서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칠흑왕의 형틀을 깨우고 남은 인과율을 소모해 아가레스를 불러낸 것이라 성공할지 살짝 의문이었는데, 오히려 동마왕군까지 소환되니 조금 놀랍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부족분은 아가레스가 직접 감당한 것 같았다. 아무리 대공이라 해도 섣불리 승낙하기 힘들었을 텐데. 그만큼 정우의 호문클루스를 만든 것에 화가 났던 것일까?
‘고맙다.’
연우는 한때 적이었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된 아가레스에게 속으로 감사의 뜻을 전달하면서 비그리드로 공간을 크게 베었다.
그러자 공허가 활짝 열리면서 대지모신과 베이럭이 있는 곳이 드러났다.
순간, 대지모신의 화신이 연우의 흐름을 읽고 이쪽으로 손길을 뻗었지만.
「네년은 옛날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지.」
이번에도 기다렸다는 듯이 연우 옆으로 공간이 활짝 열리면서 본 드래곤이 나타나 손길을 가로막았다. 여름여왕이 짜증 섞인 눈길로 비에라 듄을 직시하고 있었다.
콰르릉-
그렇게 강맹한 기운의 여파가 다시 회오리치는 가운데.
연우는 그 모든 기파를 모두 치워 내면서 블링크를 밟아 단숨에 베이럭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미친……! 죽어!”
베이럭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두 눈을 부릅뜨다가, 연우의 손길이 목을 노려오자 뒤늦게 촉수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망량독도 함께 분출되어 안개를 자욱하게 퍼트렸다.
하지만 쇠사슬은 이번에도 연우의 손길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면서 촉수를 모조리 잘라 내고, 그림자에서부터 피어난 검은 불길은 망량독을 한꺼번에 불살랐다.
녀석이 쏟은 공격 중 어느 것도 연우의 발걸음에 아무런 방해를 주지 못했다.
그렇게 결국.
연우는 한 손으로 우악스럽게 베이럭의 안면을 붙잡으며 그대로 지면에 내리찍었다. 두개골이 박살 나고, 안면이 그대로 함몰되고 말았다.
콰앙!
일대 공간이 들썩일 정도로 강렬한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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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1분.
칠흑왕의 권능을 깨우고, 베이럭을 잡기까지 소요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