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랭커-680화 (680/862)

5화. 올포원 (1)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엄청난 양의 신앙이 모입니다!]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엄청난 양의 신앙이 모입니다!]

……

[가파른 속도로 신앙 수치가 오르고 있습니다!]

[주의! 너무 가파른 신앙 수치의 증가는 자칫 영혼에 막대한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원활한 통제를 위해 인위적인 조절을 필요로 합니다!]

[주의! 막대한 양의 신앙이 쏠리는 관계로 영혼이 현재 과부하 상태에 잠겼습니다! 자칫 영혼이 붕괴될 우려가 있습니다!]

……

[‘주의’ 단계가 ‘권고’ 단계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권고’ 단계가 ‘경고’ 단계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

[‘경고’ 단계가 ‘지급 경보(至急 警報)’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영혼이 수용할 수 있는 신앙 수치를 훨씬 초과하였습니다!]

[현재 탈각이 진행 중입니다. 3, 4…… 6%…….]

[신성(神聖)이 또렷해집니다.]

[신화(神話)가 단단해집니다.]

[‘완숙(完熟)’ 상태였던 영혼의 한계가 해제되어 격이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상태: 개화(開花).]

[신앙 수치 한계 수용량이 대폭 증가하였습니다!]

[초과된 신앙을 재수용합니다. 88, 89%…… 99.8%…… 102.1%]

[영혼이 수용할 수 있는 신앙 수치를 훨씬 초과하였습니다!]

[탈각이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12, 13…… 16%…….]

[신성이…….]

[신화가…….]

……

[‘개화’ 상태였던 영혼의 격이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상태: 장려(壯麗).]

……

[영혼이 수용할 수 있는 신앙 수치를 훨씬 초과하였습니다!]

[탈각이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19, 20…… 22%…….]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메시지와 다르게.

연우의 탈각은 거북이걸음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아주 느릿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동안 연우가 영혼을 필멸자로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격으로 올려 두었고.

강화될 신위도 두 가지나 되었으며.

신화로 변할 업의 양도 아주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었다.

그 모든 것이 완전히 승화(昇華)를 하려면 당연히 그만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여기에는 올포원으로부터 갈취한 신앙들도 있었으니.

그것은 ‘일부’인데도 불구하고, 영혼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 허용치를 훨씬 초과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을 자랑했다.

탈각이 진행되면서 영혼이 신령(神靈)으로서 빠르게 변화를 하는 중임에도, 그만큼 그릇이 계속 확장되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금세 채우고도 남을 만큼 엄청났던 것이다.

그나마 신왕의 격을 회복한 크로노스와 합일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겨우 버틸 수 있는 것일 뿐. 이미 연우의 영혼은 과부하 상태에 잠겨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바로 그때.

새로운 변화가 더해졌다.

[영혼에 가중되는 신앙 수치의 압박이 거세집니다!]

[경고! 영혼이 위태롭습니다.]

[경고! 영혼이 흔들립니다.]

……

[신왕의 격으로 영혼이 단단히 떠받쳐집니다.]

[영혼에 가중된 압박이 육체로 흘러넘칩니다. 육체에 가중되는 압력이 갑자기 거세지면서 붕괴가 시작될 조짐을 보입니다.]

[용의 인자가 반발합니다!]

[마의 인자가 반발합니다!]

[신의 인자가 반발합니다!]

[거인의 인자가 반발합니다!]

……

[네 개의 인자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며 압박과 가중을 버텨 냅니다.]

[허용치를 넘어섰습니다.]

[네 개의 인자 간에 연결된 회로망이 한결 더 두터워집니다.]

[회로망이 견고해집니다.]

[회로망이 확장됩니다.]

거신마룡체라는 말도 안 되는 특성을 지녔던 육체가, 새로운 변화를 맞았던 것이다.

[네 개의 인자가 한꺼번에 임계점을 돌파합니다!]

[7차 각성이 시작됩니다!]

탈각에 이은 새로운 각성까지.

콰드드득-

덕분에 연우는 올포원을 빠르게 몰아치는 와중에도 육체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거기서 빚어지는 끔찍한 고통이 엄청났지만, 그는 눈썹 하나 흐트러트리지 않았다. 마치 지금은 올포원을 처치하는 데만 몰두하겠다는 듯이.

쿠릉, 쿠릉, 쿠르릉!

콰콰콰콰-

스퀴테를 휘두를 때마다 검고 붉은 검뢰가 번쩍이면서 올포원이 빚어내는 황금색 광채를 자르고, 꿰뚫고, 부수며, 지웠다가, 다시 쏟아졌다.

여태껏 올포원을 상대했던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이렇게 홀로 올포원을 몰아붙일 수 있는 사람은 없었으니.

그것은 탑에 거주하는 존재라면 누구나 시스템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힘과 권능을 지녔다고 한들, 절대 올포원의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무왕마저도 지니고 있는 능력은 한참 전에 그를 추월하였으나, 결국 ‘올포원’이라는 신위를 뛰어넘진 못했다.

하지만.

연우는 달랐다.

[해당 대상은 시스템에 노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명령어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말도 안 되는!』

올포원이 처음으로 경악성을 내뱉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입지를 이미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뷰저라는 상태를 유지하여 절반은 시스템의 속박에서 벗어나면서, 나머지 절반은 예속된 상태로 신앙을 갈취한다.

[알 수 없는 힘이 지속적으로 중앙 정보 처리 장치(中央情報處理裝置)에 대한 해킹을 시도합니다!]

“안 되긴 뭘 안 돼?”

연우는 올포원의 대수인을 옆으로 쳐 내면서 차갑게 웃었다.

“돼.”

[일부가 이미 장악되었습니다.]

[경고! 방어하십시오.]

[경고! 방어하십시오.]

휘휘휘!

연우를 따라 휘몰아치는 신력의 폭풍이 더 거세지면서, 검은 그림자가 불길하게 일렁이고, 그 위로 붉은 불길이 몇 번이나 치솟으며 황금색 색채를 지워 나갔다.

그리고.

파앗!

연우가 날린 일격이, 마침내

[검뢰가 신앙선을 일부 단절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플레이어, 비바스바트를 구성하고 있던 신위, 올포원이 잠시간 흔들립니다.]

[모습이 드러납니다!]

수천 년간 올포원을 둘러싸고 있던 배광이 처음으로 흩어졌다. 신앙의 상당한 양을 연우에게 갈취당하면서 밝기가 많이 약해진 데다가, 신앙선까지 일부 끊어지면서 생긴 결과였다.

그리고 거기서 드러난 얼굴은 연우에게도 아주 익숙했다.

녹턴과 똑같은 얼굴.

하지만 거기에 담긴 표정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채로웠다.

경악.

충격.

불신.

당황.

그리고…… 두려움.

“당신도 결국.”

그런 녀석을 보면서.

“사람이었군.”

연우는 차갑게 한 마디를 내뱉으며 있는 힘껏 녀석을 밀었다.

쿠르르르-

올포원은 오른쪽 손날로 스퀴테를 막아 내면서도, 다른 손으로 다시 배광을 끌어 올려 전신을 뒤덮었다.

하지만 이미 연우는 그동안 올포원에게 갖고 있던 모든 경이나 신비를 떨쳐 버린 상태였다.

아니, 오히려 올포원을 보면서 한껏 비웃음을 던졌다.

그동안 녀석이 배광을 뒤덮은 채로 살아왔던 이유가, 바로 이런 모습들을, 표정들을 외부로부터 숨기기 위함이었단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별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가면.

연우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얼굴을 가렸듯이, 올포원은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기고 싶었다. 그에게는 배광이 바로 가면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는 더 깊게 숨고자 했던 것이라고 해야 할까.

대화를 할 때도 직접적인 육성이 아닌, 육합전성이나 어기전성을 한껏 고수했으니까.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당신은 나와 닮아도 너무 닮았어.”

연우는 그렇게 작게 읊조리면서 검뢰의 출력을 최대로 끌어 올렸다.

『허튼소리!』

하지만 올포원은 으르렁거리면서 양 손바닥으로 합장 자세를 취했다. 조금씩 사그라졌던 배광이 단번에 하늘로 삐죽 치솟으면서 거대한 빛의 기둥을 만들어 냈다.

그 속에는 시원의 불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엄청난 빛과 열이 폭풍과 함께 뒤섞인 채로 파문을 잔뜩 그려 냈다.

그리고.

[첫 번째 ‘천마군림보’가 펼쳐집니다!]

[충격에 주의하십시오!]

그는 다시 한번 더 천마군림보를 밟고자 했다.

다만, 전과 달리 그 대상은 연우뿐.

스테이지 전체를 짓눌렀던 모든 압박감을 그를 둘러싼 공간에만 쐐기처럼 박아 넣어 존재를 아예 부숴 버릴 참이었다.

동시에.

[시스템이 해당 대상을 버그로 판단하여 강제 축출을 하고자 시도합니다!]

[방화벽이 최고 단계인 9단계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이레귤러와 관련된 모든 기능을 정지 및 차단합니다.]

[백신이 최고 단계인 9단계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이레귤러를 바이러스로 판단, 축출 및 삭제하고자 합니다.]

[알 수 없는 힘이 방화벽을 무시하고자 합니다!]

[알 수 없는 힘이 백신에 거세게 저항합니다!]

하지만 연우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거칠게 밀어냈다. 음검은 시스템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무력화를 시도한다. 이것은 그 과정의 일환일 뿐이었다.

[‘프네우마의 하늘’이 작동 중입니다!]

[단단히 고정된 시간의 태엽을 빠르게 되감습니다!]

[백 서버가 발생하였습니다.]

[‘천마군림보’의 발동이 강제 취소되었습니다!]

올포원은 어떻게든 천마군림보를 밟아 연우의 존재를 속박하려 들었으나.

연우는 이것을 강제로 없던 일로 만들면서 유유히 빠져나오고, 재차 공세를 가했다.

황금색 광채와 검붉은 어둠이 서로 맞물리기를 반복했다.

쿠쿠쿠쿠……!

스테이지를 잔뜩 뒤덮은 두 사람의 싸움은 서로 한 치도 밀리지 않는 팽팽한 대치를 이뤘다.

* * *

「홍홍홍! 역시 우리 주인님이라니까용! 죽어서도 같이 따라다니길 너무 잘한 것 같단 말이죵!」

라플라스는 빛의 세계를 뒤덮어 가는 그림자를 보면서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너무 재미있어 죽겠다는 투. 천마군림보가 취소되면서 몸을 회복한 그는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를 대전투를 보면서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흡혈군주나 페렌츠 백작 등도 연우를 보면서 한껏 전율을 하고 있었다.

사룡들도.

망자 거인들도.

디스 플루토도.

올림포스도.

모든 권속들이 싸움을 멈추고, 연우와 올포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빛을 뒤덮는 그림자에 잔뜩 열광했다.

심지어 빛의 세계 외곽에서 죽다가 겨우 살아난 신들조차도, 연우를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유일신이 되고자 했던 주신들도, 창조신들도 예외는 없었다.

경외(敬畏).

그들의 마음속에는 한결같이 똑같은 감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차정우만은 달랐다.

안색이, 너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형의 등장으로 가장 기뻐했던 이가 이런 반응이라니.

「무슨 일이니?」

라나만이 뒤늦게 그런 차정우의 시선을 읽고 조심스레 물었다.

『라나, 이건……!』

차정우가 다급한 어조로 뭐라고 말을 하려는데.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시스템 키(巳)가 최고 관리 등급을 획득하였습니다.]

[최고 관리자 자격으로, 77층에 있는 모든 존재들이 강제 퇴장되었습니다!]

갑자기 망막 위로 긴급 메시지가 떠오르더니, 그들 모두가 빛무리에 잠겼다.

팟!

[탑 외 지역에 입장했습니다.]

그리고 차정우 등이 나타난 곳은 다른 층계도 아닌, 탑의 바깥이었다.

“이, 이게 무슨……?”

“뭐지?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차정우를 비롯해 77층에 있던 아르티야의 멤버들 모두가 우왕좌왕했다.

탑 외 지역에 있던 낙오자들도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76층에 입장한 플레이어들이 모두 강제 퇴장되었습니다.]

[75층에 입장한 플레이어들이 모두 강제 퇴장되었습니다.]

……

[1층에 입장한 플레이어들이 모두 강제 퇴장되었습니다.]

하지만 탑에서 활동 중이던 모든 플레이어들이 방출되었단 사실을 깨달았을 때, 혼란은 더 커지고 말았다.

[98층으로 퇴장된 모든 신들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며 중앙 관리국에게 거칠게 항의합니다!]

[77층을 관전 중이던 모든 악마 들이 스크린이 암전된 것을 중앙 관리국에게 따져 묻습니다!]

[중앙 관리국이 사태와 원인을 파악하는 중이라는 답변을 발표하였습니다!]

[‘말라흐’의 서기장, 메타트론이 침묵합니다.]

[‘르 인페르날’의 수좌, 바알이 침묵합니다.]

신들도 악마들도 모두 쫓겨났다는 메시지. 심지어 중앙 관리국도 전혀 이유를 모르고, 메타트론과 바알도 침묵에 잠겼다.

“……뭐?”

“그럼 지금 저 탑에는 아무도 없단 거잖아?”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플레이어들은 두려움에 젖은 시선으로, 여전히 높다랗게 서 있는 탑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츠츠츠-

“그, 그림자가 내려온다!”

“77층부터 1층까지 전부 잠기고 있어!”

77층에서 조금씩 바깥으로 새어 나오던 그림자가 탑의 표면을 타고 미끄러져 내렸다. 마치 화선지가 먹물 통에 떨어진 것처럼, 하계로 통칭되는 탑의 아랫부분이 모두 그림자에 잠기고 있었다.

「무슨……!」

라나도 이유를 알지 못해 목소리가 잘게 떨리는 가운데.

차정우는 어느새 하계를 전부 잠식한 뒤, 차차 둥그스름한 모양으로 다듬어지는 그림자를 보면서 생각했다.

마치 저것이……

[칠흑왕이 한껏 웃으면서 세상을 굽어다 봅니다.]

[천마가 말없이 세상을 봅니다.]

……‘알’처럼 보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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