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시사이드
(29/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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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시사이드
2021.10.30.
“네. 저라면 분명 앞으로 할 여정에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만.”
“아니 그…….”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신병처럼 힘차게 말하는 엘레나의 모습에, 뒷목을 매만지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스테치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내가 나아가려는 길은 며칠 전 이상으로 싸우게 될 일투성이야. 봤으면 알겠지만, 일반인에게 절대 동행을 요청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고. 게다가 난 싸움은 남이 없는 편이 더 편한데?”
단순히 엘레나를 쳐내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닌 사실이었다.
그가 사용하는 스킬들은 파괴적이고 광범위한 탓에, 누군가를 신경 쓰면서 사용하기엔 조건이 안 맞았다.
그러자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스테치, 당신은 걸어서 5일 걸리는 거리를 하루 만에 주파할 수 있나요?”
“뭐라고?”
“위험이 오기 전에 미리 파악하고 회피할 수 있나요? 위기의 순간에 숨을 수 있나요? 당신은 못 하지만, 전 그걸 해낼 수 있거든요. 이래 봬도 스트라이더 출신이니까.”
그 말에 스테치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네가 스트라이더였다고? 그런데 왜 나랑 처음 만났을 땐…….”
“일개 정찰병이었냐고요? 그때는 할머니를 제외하면 부족장 자리를 물려받을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물러난 상태였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자유죠.”
스테치는 그 말에 지금껏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의 스킬을 파훼시켰던 전투 센스부터, 자이언트 앤트들의 눈을 속인 위장술, 그리고 주변의 이상을 감지하는 능력까지. 어느 것 하나 유용하기 그지없었다.
『스테치, 저 여자가 보기보다 능력 있다는 건 너가 잘 알거 아냐.』
“그리고 잊지 마세요, 그 반지가 아니었으면 제가 이겼을지도 모른다는 걸요.”
“으.”
메멘토 모템과 엘레나의 말에 완전히 할 말을 잃은 스테치가 마지못해 말했다.
“이봐, 난 그냥 내 욕심대로 던전을 돌았고, 그걸 무너뜨렸을 뿐이야. 누군가에게 뭘 받으려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고. 게다가, 내가 어딜 갈 줄 알고 날 따라온다는 거야?”
그의 말을 들은 엘레나는 자기 귀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스테치, 당신은 스스로 한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자각하지 못하고 계신 모양이군요.”
“뭐?”
엘레나는 스테치의 손을 잡아 테라스까지 이끌어 아래를 내려다보게 만들었다. 그곳에는 좀 전보다 한층 더 큰 소리로 놀고 떠드는 엘프 주민들의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단순히 던전을 때려부수고 다녔다…… 정도가 아니에요.”
부드러운 손가락의 감촉과 미묘하게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에 스테치는 전기에 감전된 것 마냥 몸을 움찔거렸지만, 엘레나는 스테치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하고 말을 이어갔다.
“아텔리어씨가 이뤄낸 일은 어둠의 숲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사람들에게 살아갈 장소와 의지를, 그리고 저에겐 가족을 돌려주신 거에요. 당신이 이 어디에서 뭘 하려든지 간에 제가 은혜를 갚기엔 충분히 차고 넘치는 이유 아닌가요?”
지난 며칠간의 동행을 통하여 엘레나는 스테치가 악인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지금 하는 말에는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 케인씨나 올리비아 장로님은 어쩌고?”
스테치가 묻자, 엘레나가 말했다.
“두 분도 제 생각에 동의하셨어요. ‘양측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시점까지 은혜를 갚고 돌아오라.’고 하셨죠.”
그 두 사람…….
스테치는 눈을 꾹 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까전의 방문은 사실상 딸과 그를 떠나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보려는 의미였을 것이다.
엘레나는 스테치에게 활짝 웃어 보이며 물었다.
“자 그럼, 어디로 갈 계획이시죠?”
* * *
“비상금은 챙기셨습니까? 식량이랑 수통은 안장에 집어넣으셨죠? 스크롤은 배낭 안에 잘 있나요?”
“진정해라 발스톡. 난 어린애가 아니다.”
제라드의 말에 당황한 발스톡은 킬킬대는 병사들을 매섭게 째려본 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카델트 대사막과 마주하고 있는 북부 전선은 심심하면 쳐들어오는 야만인들과 이종족, 그리고 몬스터로 싸움이 끊이질 않고 있었다.
북방 경계를 지키는 장군으로서 시급히 복귀해야할 의무가 있었기에, 제라드는 일단 병사를 보충한 뒤 북상하기로 했다.
“그럼, 가실까요.”
“잠깐 기다리게, 발스톡.”
하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제라드는 말을 타고 그와 함께 따라나서려는 발스톡을 멈춰 세웠다.
“지금부터 내가 지시하는 사항들을, 자네가 여기 남아 처리해주었으면 하네.”
“예?”
갑작스런 지시에 놀라는 발스톡. 제라드는 잘못 들은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발스톡은 등자에 올려놓은 발을 그대로 다시 내려놓았다. 그 모습에 제라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안심하게, 자네를 부관 자리에서 내리겠단 소리는 아니니까. 지시를 모두 수행한 뒤엔 북상하여 내 부대와 합류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안심한듯한 표정을 짓는 발스톡에게 제라드가 말했다.
“그러니까…… 음?”
제라드는 발스톡의 주변을 한참 둘러보며 무언가를 찾는 듯 싶더니, 곧 포기하고는 물었다.
“자네 부하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거지? 친위대라고 했던가? 이전에 왕도에 왔을 때는 시도 때도 없이 붙어 다니더니, 정작 필요할 때는 통 보이질 않는군.”
“네?”
제라드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던 발스톡은 입을 열었다.
그가 친위대라고 하면 딱 하나, 발스톡이 독자적으로 만든 특수 부대를 의미했다.
명목상으로는 왕가의 보좌가 목적이기 때문에 왕족이라면 누구든 부릴 수 있는 집단이긴 하지만, 실상은 제라드를 위해 창설된 사설부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 아, 친위대를 말씀하시는 거면 지금 임무로 나가 있습니다. 한동안은 볼 수 없겠죠.”
“무슨 임무?”
제라드 본인은 친위대의 존재 자체를 부담스러워 했으나, 실제로 유용한 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 존재를 용인하고 있었다.
“스테치 아텔리어 색출 말입니다. 지방 곳곳에 수배령을 내렸으니, 어디에서 발견되더라도 대응하고자 여기저기로 퍼져있거든요.”
“하던 일을 중단하고 돌아오도록 만들게.”
“네? 어째서요?”
당황하는 발스톡의 모습에 제라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달이 넘도록 아무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친위대에겐 따로 시킬 일이 있으니, 전부 복귀시키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시키실 일이라고 하신다면……?”
“이 편지를 봐라.”
제라드가 건내준 두루마리를 받아든 발스톡은, 조심스럽게 그것을 펼쳐보았다. 연합공용어로 쓰여있긴 했지만, 문제는 그 소인이었다. 베네지아 왕국의 인장이 아닌, 젤디아 왕국의 인장이 찍혀있던 것.
“왕자님, 이건……?”
제라드가 손을 까딱거리자 발스톡은 귀를 바짝 갖다 붙였고, 제라드는 고개를 숙인 채 소근 거렸다.
“젤디아에 심어놓았던 첩자로부터의 전언이네.”
그 말을 듣자 왠지 몸에 긴장이 잔뜩 들어간 발스톡은 편지를 빠르게 읽어내렸다.
내용은 베네지아 동쪽 끝, 젤디아 왕국과 국경이 맞닿은 부근에 새로운 던전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최초 발견자가 다행히도 제라드의 부하였던 덕분에, 베네지아나 젤디아 중 어느 누구의 눈에도 포착되지 않은 채로 남을 수 있었다.
“생성된 지 며칠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 천만다행이지. 친위대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들을 뽑아 최대한 빨리 아티팩트를 확보하게.”
발스톡은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은 엄밀히 말하자면 젤디아 왕국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까딱 잘못했다간 국제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으니, 은밀함은 필수불가결이네. 나는 먼저 북방 경계로 올라갈테니, 일을 마치면 자네도 신속히 복귀하도록.”
“알겠습니다!”
제라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새로 차출한 1개 중대를 끌고 캐슬 브랜든의 문을 나섰다. 병사들과 왕자의 행군을 저 멀리 점이 될 때까지 지켜보던 발스톡은, 곧장 숙소로 뛰어갔다.
* * *
“있잖아.”
스테치가 한창 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자, 거기엔 후드조차 뒤집어쓰지 않고 얼굴을 훤히 드러낸 채 따라오고 있는 엘레나의 모습이 보였다.
숲을 나온 지 벌써 나흘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저 모습이다. 사람을 마주친 일이 없었기에망정이지…….
“?”
눈을 깜빡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엘레나에게, 스테치는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오해하지마, 난 절대 인종차별은 안 하거든? 그래도 그냥…… 그렇게 돌아다니면 안 되지 않을까……?”
마지막까지 입 밖으로 내뱉을 자신은 없는지 끝에 가선 스테치의 목소리가 거의 기어가자, 용케도 그것을 알아들은 엘레나는 싱긋 웃으며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현재 그녀는 엘프 특유의 뾰족한 귀 이외에도 얼굴을 뒤덮은 푸른색의 워페인팅으로 인해 눈에 확 띄는 상태였다.
“걱정마세요. 이 표식이 있으면 타인의 눈에 멀쩡한 인간으로 비치게 된답니다. 아텔리어씨처럼 이미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에겐 의미가 없지만요.”
어둠의 숲은 태생부터가 개발 자원이 적은 숲이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생활하는 엘프들이 모든것을 자급자족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특수 부대로서 훈련받은 스트라이더들은 숲의 정찰 임무 이외에도 외부 물자의 공급 또한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때 이용하는 수단이 저 특수한 페이스 페인팅. 얼굴에 그려 넣은 패턴 자체가 인식 장애 마법을 일으키는 도식이 되기 때문에 일단 그릴 수만 있다면 재료는 상관이 없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마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쓸모가 없기 때문에, 마법에 재능이 없는 스테치로선 익혀도 무의미한 트릭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어디로 가신다고 하셨죠? 동쪽?”
스테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작은 마을이 하나 나올 거야. 거기서 좀 쉬었다가 일주일을 더 가야 하고.”
“일주일이면 정말 먼 길이군요.”
스테치와 엘레나가 숲으로부터 되돌아나올 때에는, 엘프들이 이동수단으로 기르는 사슴을 탔었다.
덕분에 하루만에 숲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그런 눈에 띄는 것을 타고 인간 마을까지 갈 수는 없었기에 하는 수 없이 사슴들을 전부 되돌려보내야만 했다.
‘이참에 아예 돈을 좀 써서라도 말을 구해볼까…‘
말한테 먹일 건초나 관리에 관한 생각은 쥐알 만큼도 안하는 스테치가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엘레나가 손으로 마을 하나를 가리켰다.
“아, 저기 있네요.”
마을의 이름은 시사이드(SeaSide).
베네지아 서쪽의 거대한 항구도시 버든베어로부터 남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보통 버든베어와 베네지아 남쪽과 그 내륙을 잇는 중간 거점 역할을 맡고 있었다.
항구도시보단 작지만, 워낙 수출입 상품을 싣고 가는 상단과 사람들의 교류가 많은 탓에 숙박시설 만큼은 잘 되어있는 편이었다.
“되도록이면 앞으로 나서는 일이 없도록 해. 아무리 인간처럼 보여도 행동거지가 이상하면 바로 의심받을테니까.”
현상금이 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테치는 당당하게 앞장서서 걸어갔다.
제라드가 최초로 걸어놓았던 현상금 수배서에는 스테치의 평범하기 짝이 없는 얼굴보다, 복장에 더 중점을 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스테치는 레드트리의 던전 키퍼 어보미네이션과의 싸움에서 옷이랑 방어구가 거의 찢겨져 나간 탓에, 복장마저 엘프들로부터 새로 지급 받은 것을 입고 있었다.
수배지의 묘사대로라면 머리 색 이외에는 닮은 요소가 전혀 없었으니, 애매하게 모습을 숨기고 다니는 것보다 당당하게 밀고 나가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브라이언 고슬링.”
그 말에 엘레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비는 그런 그녀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쪽에 계신 여성분은 동행인가요?”
“엘…세레나. 세레나 그레이스.”
태연하게 거짓말하는 엘레나. 잠시 들고 있던 종이 뭉치와 스테치의 얼굴을 번갈아 살피던 경비는 번호가 적힌 나무패를 하나 건네주었다.
“잘하는데?”
정문으로부터 제법 멀어지고 나서 스테치가 능청스레 묻자, 엘레나는 헛기침하며 말했다.
“모든 스트라이더들은 외부에서 활동할 때에 둘러댈 수 있는 인간 이름을 지어둡니다. 실제로 이 이름을 쓰는 건 처음이라 잠깐 당황했지만요.”
엘레나는 갑자기 스테치를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런데 아텔리어씨, 질문이 있어요.”
“응, 뭔데?”
“왜 자기 이름을 속이셨죠?”
“……응?”
그 자리에서 멈춰선 채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한참을 생각하던 스테치는, 곧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 알았냐? 멍청아.』
메멘토 모템이 말했다.
『너가 수배중이란 사실을 말 안했잖아.』
그렇다. 엘레나의 합류가 워낙 자연스러웠던데다 스테치가 이전부터 자신의 목표랑 현재 상황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던 탓에, 그녀는 지금, 이순간까지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던 것.
“그…….”
스테치는 머뭇거렸다.
이런 걸 쉽게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나라 왕자를 죽여서 복수를 할 계획이고, 현재 수배중인 상태다~라고? 분위기를 타서 엘레나를 따라오게 만들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터무니없는 일에 그녀를 말려들게 만든 꼴이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엘레나에게 스테치가 말했다.
“일단 어디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거기서 다 말해줄게.”
건물 옆에 줄줄이 늘어져 있는 마차들을 지나친 후, 스테치와 엘레나는 숙박업소겸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글쎄 그러니까 내 말은-“
쾅! 땡그랑!
“또 헛소리 하네!”
초장부터 귓전을 때리는 고함과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에 엘레나는 압도될 지경이었고, 스테치는 넋 놓고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던 그녀를 잡아끌어 아무 빈 자리에 대충 앉혔다.
“숲에 비해서 많이 시끄럽지?”
스테치가 바메이드에게 맥주와 간단한 식사를 주문하며 묻자, 엘레나는 어안이 벙벙해져 고개만 끄덕였다.
어둠의 숲 밖에서 겪은 일보다도 이 시끌벅적한 광경이 그녀에겐 최고로 충격적이었다.
“예, 좀…….”
“익숙해지면 괜찮을거야. 어지간해선 계속 이런 나날이 지속될거니까.”
스테치는 막 건내받은 맥주를 건냈고, 엘레나는 거품이 올라오는 이 정체불명의 액체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쳐다보다 한 모금 들이켰다.
“…에겍.”
“이것도 별론가?”
“뒷맛은 쓰고, 목은 따끔거리고. 마치 걸레 빤 물이라도 마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까지 몹쓸 맛은 아닌텐데…….”
가차 없는 평가에 스테치는 바메이드의 눈치를 살피며 맥주를 조금 입에 머금고 돌려본 뒤, 잠시 후 어깨를 으쓱했다.
“……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여기 맥주는 쓰레기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테이블 밑으로 맥주를 죄다 쏟아버린 스테치는 과일 주스를 새로 시키며 잠시 테이블을 노려보았다.
대답을 기다리는 엘레나의 앞에서 언제까지고 잡담할 수는 없는 노릇. 한참 동안 머릿속으로 할 말을 고르던 그는 결국 눈 딱감고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