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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해적왕-39화 (39/77)

〈 39화 〉 38화 - 확장(擴張)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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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반갑네. 내 미리 들어서 그런줄은 알고 왔다만 이렇게 헌앙한 장부일 줄이야.”

조선 조정 신료의 넘버3가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덕담을 짓는 모습에 황송한 마음이 조건반사적으로라도 들어야 하건만.

‘빨간걸 보니 확실히 적이군.’

자신이 가진 비현실적으로 높은 레벨의 피아식별 스킬은 저자가 적군이라고 명백히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확신하건데 24시간 내에 저 이산해란 자가 적대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 분명 자명한 사실이며 곧 이뤄질 현실일 것이다.

피아식별 스킬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고작 나이든 문신에 불과한 양반이 칼들고 푹찍하려 달려들진 않을 것이므로 그 가능성은 패스.

남은 건 뭔가 주명 자신에게 해를 가할 수작질을 벌인다는 뜻.

저사람이 정치인이란 걸 생각해 보면 그건 정치적인 모략의 영역일 것이며 결과도 치명적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하를 위해 이렇게 불철주야 노고가 많은 그대를 전하를 대신해 위무하기 위해 찾아왔네.”

“감사합니다 대감.”

“다만 내 공무가 바빠 빨리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쉽군.  연회라도 열고 싶지만 사적인 일로 공무를 그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자네가 이해해 주게.”

공무가 아니라 왠지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다는 속셈 때문일 거란 느낌이 팍팍 들었다.

주명은 지난번 이이첨에게 혼쭐난 그 호방놈도 그렇고 꼭 지 필요한 게 있을 때만 공무를 찾는다고 생각했다.

다만 여기 온 것이 공무가 아니라 ‘사적인 일’이라고 하는 것은 무척 의아했다.

공적인 일로 여겨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보다고 생각하며 그 연유를 물어볼까 하다 관두었다.

물어도 저 빨간 물 들은 적대적인 놈이 쉬이 가르쳐 줄 리도 없으며, 놈으 말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대신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다른 분의 부탁을 받아 선물을 가져왔지.”

그러면서 수행원들을 시켜 가져온 것은 조선에서 흔히 입는 의복들이었다.

갓 지어졌는지 삼베로 만들었음에도 매끈한 질감을 자랑하는 수백벌의 옷을 가리키며 이산해는 허허로운 웃음을 짓곤 저 선물을 준 이가 누구인지 밝혔다.

“바로 전하의 아드님이신 광해군 대감께서 주신 것이네.”

뜻밖의 인물의 이름이 등장하자 주명은 당황스러운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임진왜란이 터지자 튀어버린 아비른 대신해 실질적으로 군주 노릇을 한 이가 저 광해군이었기 때문.

역사적 인물과의 접점이 생겼다는 설렘도 들었지만 이렇게 먼 곳에 있는 자신을 어찌 알고 챙겨주는지에 대한 고마움이 컸다.

“이런, 이 감사를 어찌 전해야 할지.”

감사라는 단어가 나오자 이산해는 마치 먹이를 발견한 독수리처럼 눈빛을 번뜩이며 주명에게 제안했다.

“그렇다면 그분께 감사하다는 내용의 서신이라도 보내는 게 어떤가? 자네가 왜국에서 있다 와서 잘 모르겠지만 이곳 조선에서는 그런 서신을 통한 교류가 기품있고 격조높다 여겨 아름답다 여기지.”

그 말을 할 때 더욱 짙어지는 그의 붉은 색을 보며 주명은 뭔가 섬뜩함을 느꼈다.

“어디보자. 이곳의 장정들의 이름이라도 모두 적어서 감사를 잊지 않겠다는 보은의 결의라도 보내면 대감께서 매우 좋하할 걸게 껄껄껄”

왠지 저 노회한 정치인의 눈빛에 살기가 느껴지는 것은 주명 본인의 착각일까.

‘해병대 애들 이름도 다 파악 못했는데 이번에 군적이라도 정리하지 뭐’

광해군이란 이름이 뭔가 마음에 걸렸지만 최근 얻은 상태창과 훈련병의 깃발이란 아이템에 흠뻑 빠진 주명은 길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최소 요건(사기 50 이상의 직속부대 500명 확보)을 달성하여 '부대(部隊) 상태창’이 개방되었습니다.]

[‘부대(部隊) 상태창’ 개방에 대한 보상으로 아이템(‘훈련병의 깃발’)이 제공됩니다.]

[경험치를 50 획득하였습니다.]

[부대명 : 해병대]

[부대 등급 : 1]

[적용효과 : 공격력 +1%, 방어력 +1%]

[병력 : 620/620]

[사기 : 100/150]

[부대 등급은 소속 부대원들의 경험치 획득과 부대의 전투경험에 따라 상승합니다.]

[부대 등급 향상에 따라 소속 부대원 전원에게 유용한 효과가 추가되며, 사기 최대치가 증가하고, 전투 시 사기감소 속도가 줄어듭니다.]

무슨 전략게임처럼 개방되어버린 부대(部隊) 상태창을 보며 부대원들을 관리하고 강화시키는 재미에 지금도 푹 빠져있던 차였다.

일단 부대 상태창이란 개념은 주명 개인의 상태창과는 달리 조금 간접적인 방식으로 적용된다는 차이가 있었다.

개인의 상태창은 레벨과 능려치 같은 직접적인 능력을 바로 보여주고 조작한다면, 부대 상태창은 부대의 이름으로 모인 대원들에게 등급에 따른 버프를 더해주는 개념이었다.

부대의 병력수와 사기와 같은 유용한 현황을 보여주기도 했고.

그럼의 버프란 게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걸 알려면 일단 다른 인물들에게도 레벨과 고유의 능력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명뿐 아니라 다른 인물들도 레벨이라는게 일단 존재는 했으나 명령어가 아니면 확인이 어려웠다.

그래서 그런 데 CP를 소모하기는 아까운 주명이 그냥 쓰지 않고 놔둔 것.

레벨이 존재한다면 경험치도 당연히 얻을 수 있다.

더군다나 경험치 부스터인 ‘훈련병의 깃발’이 있으니 직속 부하인 해병대원들의 경험치가 빨리 오를 수 있을 것이고 빠르게 레벨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상태창은 직접 볼 수 없더라도 말이다.

‘훈련병의 깃발’의 성능이 아이템 경험치 꼼수에 의해 이미 사기적으로 탈바꿈한지 오래라 그 레벨업 속도도 절대 느리지 않을 거라는 것은 덤.

[이름 : 훈련병의 깃발]

[레벨 : 200(경험치: 0/250)]

[효과 : 직속 부하들의 경험치 획득률이 408% 증가합니다.]

[훈련병들의 비명이 연병장에 메아리칩니다.]

주명이야 전투 한번에 적을 수백단위로 쓸어버려 폭렙을 하지 일반인들이 전투에서 잘 싸워봐야 몇을 처치하는 정도일 것이니까.

어쨌든 그렇게 레벨업을 하는 등 고유의 능력치와 그에 따른 전투력을 가지는 해병대원에게 저 부대 등급에 따른 효과가 버프처럼 적용되는 방식인 것.

예를 들면 야마모토의 레벨이 5라고 했을 때 그가 가지는 능력치가 있고 그 능력에 따른 공격력과 방어력이 정해질 것인데, 거기에 그가 속한 해병대의 부대등급에 따른 버프가 더해진다는 개념인 것이다.

비록 아직까지는 등급이 1에 불과해 미미한 수치만을 올려주지만, 상태창이라는 개념 자체가 가지는 '지속적인 성장'이란 사기성 때문에 일단 등급이 계속 올라갈수록 더욱 강해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

거기다 사기란 것도 중요하다.

부대원들의 전투력과 전투지속력을 좌우하는 수치라서 그렇다.

잘 관리하여 100을 넘어서면 고양 상태에 따른 추가효과가 더해질 수 있고, 0으로 떨어지면 부대가 와해된다는 점도 있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사기 수치는 부대원들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상한선이 된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사기가 30이라면 그 부대원들은 자신의 능력의 30%밖에 발휘를 하지 못하는 매우 끔찍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을 의미해 그정도면 이미 패배한 거나 다름없었다.

사기란 게 기본적으로 100을 유지해 줘야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문제는 전장의 특성상 체력과 기력 소모가 극심하다는 것 때문에 사기는 전투를 벌일수록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어떻게든 심어 주거나 하는 수밖에 없으며, 부대등급이 높아 정예한 병력일수록 그 속도가 느려진다.

[부대 등급 향상에 따라 전투 시 사기감소 속도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저런 설명이 있었던 것.

사기란 것이 너무도 중요한 수치이기 때문에 최대한 올릴 수 있을 때 올려놔야 한다는 것을 아니까 주명은 이산해가 뿜어내는 위험의 신호 보다는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옷을 나눠주면 사기가 분명 오르겠지?’

주명은 어서 빨리 사기를 높일 생각에 이산해와의 대담을 얼렁뚱땅 빠르게 마무리짓고는 해병대원에게로 가 버렸다.

"옷 받아라!"

거기서 광해군이 줬다는 의복을 해병대원에게 나눠주며 그들의 이름을 적는 간이 호구조사를 즉시 시행했고,

"옷이다!"

[사기가 1 증가하였습니다.]

효과는 주명의 기대대로 즉각적이었다.

옷을 쥐어줬다고 기뻐하며 사기가 오르다니, 평생 옷 한벌 지어입기 힘든 궁핍한 시대가 만들어낸 씁쓸한 광경이었다.

"이제 본관은 가봐야 겠네."

하지만 옷을 받아 희희낙락한 해병대원들과는 별개로, 주명이 떠나자 마자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바로 떠나려 하는 이산해였다.

황당함에 이이첨은 그를 말려보려 했지만 이산해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급히 떠나려 하고 있었다.

“우상대감, 어찌 벌써 가시려고 하십니까.  마땅히 주변 관아에 알려 접대를...”

“허허허. 내 본연의 임무는 경상도의 순시였네. 이곳에 온 것은 공식일정에 없는 비공식 일정이라 너무 많은 시간을 쏟을 수도 없거니와 왔다고 알릴 필요도 없네. 알겠는가?”

'분명 내가 알기론 대감의 방문은 공식 일정이 맞을 텐데, 어찌 이리된 것이지? 뭔가 이상하다.'

당부를 빙자한 그 명령이 왠지 신경쓰이는 이이첨이었지만 결국 떠나려는 이산해를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전에 웬 탐악한 호방놈에게 이산해 대감께 보고하겠다고 한 게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셈이 되었군.’

어차피 결과적을 놈을 혼내주는 데에는 성공했고, 일개 호방이 보고가 되었는지 그냥 스쳐 지나갔는지어찌 알것인가.

하지만 정무적 감각을 타고난 시대의 간신이었던 원 역사의 정치력을 아직 미완이라지만 어느정도 갖추고 있던 그는 모략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게 느껴졌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주상의 명을 받고 내려왔으면서도 굳이 왕이 아니라 광해군의 이름으로 옷을 내린 것 하며, 해병대원들의 이름을 적어 광해군에게 서신을 올리라는 점이 많이 의심스러웠다.

거기에 주변 관아에 알리지 말라는 점과 이 일을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일로 은근슬쩍 규정한 것까지.

이산해가 왔다는 것을 숨겨야 하는 이유라도 있다는 것인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러 한다는 생각어 그 일을 설계했을 이산해에 대해 생각하며 의도를 추측해 보았다.

하지만 주상의 명을 받고 왔다는 것엑서 느낌이 오는 것이, 이번 일의 설계자가 이산해가 아닌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대체 무엇을 꾸미려 하십니까.  전하.’

이이첨의 눈에 이 나라의 왕자가 옷을 내려줬다며 환호하는 해병대원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선입견을 가지고 멸시했지만 이젠 이땅을 지키려 힘든 유격훈련을 받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기특한 자들로 평가가 급상승한 저들이 웃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뭔가 있다.

이곳을 뒤흔들기 위해, 아니면 이곳을 패로 누군가를 뒤흔들기 위한.

주명 녀석은 이런 모략에 어울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걸 기대할 수 없다.

‘나밖에 없다. 여기서 이 모략을 파헤칠 사람은.’

마음속으로 어린 소년이 심어준 소나무를 떠올리며, 이이첨은 이 일의 전모를 밝혀 다다오는 위험에 대항할 이는 자신 뿐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

“아바마마, 찾으셨사옵니까.”

“주상전하라고 부르거라. 군왕에게는 효보다 충이 우선임을 아직도 모르더냐.”

아들을 대하는 것이지만 선조의 어조는 마치 혐오하는 누군가를 대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차가웠다.

선조의 어조는 공손하게 부복하고 있는 광해군에게는 불행하게도 실제 아비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었다.

인빈 김씨의 소생만이, 특히 신성군만을 자식으로 생각하는 선조에게 사실상 장자 대우를 받으며 중신들이 세자감으로 생각하고 있는 광해군은 치워버리고 싶은 걸림돌이자 제 자식의 것을 빼앗으려는 도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정철이라는 자와 자주 어울린다지?”

“그, 그렇사옵니다 전하. 비록 사부는 아니지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

싸늘한 아비의 추궁하는 말에 상심하고 놀란 나머지 말조차 더듬어 겨우 대답을 하는 광해였으나 그마저도 끊어버리는 선조.

그 끊음은 이미 끊어진 둘 사이의 관계를 보는 것 같아 광해에겐 더 애처롭고 비참한 마음이 들었다.

“그만! 네가 행동이 경망됨은 알고 있었지만 어찌 이리 사리분별도 못하느냐!”

“저, 전하...”

“용상이 탐나더냐?”

“아니옵니다! 절대 아니옵니다!”

싸늘함을 넘어 증오마저 내비치는 아비의 얼굴을 차마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는 광해였다.

아비는 고개를 들라고 허락하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저놈들이 네놈에게 사조룡(세자의 옷에 그려진 용)이 될 수 있다고 꼬드기니 정말 세자라도 된 듯 싶느냔 말이다.  어찌 네 것이 아닌 것을 탐하는 것이냐! 네 형에게, 네 동생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는 것이냐!”

“..죽여주시옵소서 전하”

자신이 세자에 걸맞다는 평이 중신들 사이에서 돈다는 것은 광해도 알고 있었다.

마치 태종대왕 때 충녕대군이었던 세종께서 걸어온 길을 자신이 걷게 될 것 같아 설레며 웅심이 들기도 했지만 형인 임해에게는 정말로 미안해서 절대 기쁨을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 오만한 동생녀석, 신성군에게는 자신이 대체 왜 미안해야 하는가.

광해 자신의 어미가 병으로 죽은 그날에 아바마마를 끼고 침전에서 몸을 섞고 뒹굴며 베겟머리 송사를 한 그년의 자식을 대체 자신이 왜?

“됐다. 그저 얘기만 나눈 거 가지고 뭐라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아직은  말야.”

그 말이 아직 증거가 없어 널 어쩌지 못하나 증거만 있으면 치워버리겠다는 선포로 들려 광해의 얼굴은 흑빛으로 꺼멓게 죽었다.

허나 어찌 시커멓게 탄 속에 비할 수 있으랴.

고개를 숙이며 물러나는 광해의 눈에선 눈물이 한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못마땅한 녀석이 물러간 뒤에 홀로남은 선조는 서탁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저렇게 호되게 질책을 했으니 정신을 못차리고 가만히 숨죽이고 있을 것이니 일단은 생각대로 되가고 있었다.

이제 정철이란 놈을 공식적으로 그 적이 많다는 거제도의 반-왜놈에게 보내 버리면 또하나의 조각이 맞춰진다.

광해가 가만히 숨죽이고 있을 때 해야 하는 건 바로 ‘광해’를 움직여 거제도의 김주명이란 놈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게 하는 것.

뭐 놈의 추종세력 중 천지분간 못하는 놈을 충동질하여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하면 마치 광해가 한 일로 둔갑되는 게 정치다.

이미 내수사를 통해 비밀스럽게 마련한 ‘증거’가 이산해의 손에 쥐어져 주명이란 놈에게 전해졌을 터.

조각들과 증거가 만나 반역으로 둔갑하는 건 식은죽먹기지.

생각지도 못했던 밑그림이 저 왜놈 덕분에 그려졌고 쓸모도 아짇 많으니 백의종군 정도로 목숨은 붙여줄 생각이었다.

무위가 쓸만하다니 북방에서 좀 찬바람을 맞히고 굴리면 더 순종적으로 변하겠지.

그런 각론을 떠나서 이제 본론을, 진정한 대계를 시작할 때가 도래했다.

절망과 고통에 몸부림칠 신하들을 생각하니 동인이었던 이발의 무릎을 부수고 놈의 가족들이 울부짖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작년 그날의 즐거움이 떠올라 선조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누군가가 고통스러워 하고, 누군가가 괴로워하는 그 모습이 그에게는 즐거움이었다.

무언가 벌레같은 것을 짓이기고 으깰 때 어린아이가 즐거움을 느끼듯이 말이다.

"음..."

그 즐거움이 다른 흥분으로 이어졌는지 오늘은 인빈 김씨의 처소에 들겠다고 그는 마음먹었다.

남편 노릇을 이리 충실히 하니 자신은 참 훌륭한 가장이라는 생각도 함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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