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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굴러들어옴-31화 (31/200)

31화: 우리 집에 왜 왔니?(4)

줄행랑에 가까운 속도로 노선을 튼다.

내 허벅지에 얼굴을 묻고 주먹으로 콩알 펀치를 날린다.

콩콩콩콩-

"으이이잉... 헷갈려쪄..."

"윤슬이가 잠에 취해서 방향을 잘못 갔어요?"

"네에엥..."

"괜찮아 괜찮아."

윤슬이를 번쩍 들어올려서 안아준다.

그 모습을 부부가 나란히 흐뭇하게 쳐다본다.

-  윤슬이 너무 귀엽다...

-  저런 펀치면 몇 대 맞아줘도 좋을 것 같아.

소심했던 남편분마저도 마조히스틱한 발언을 하게 만드는 내 동생의 귀염성이다.

목도리처럼 팔을 감은 윤슬이가 진정한 듯 보인다.

다시 바닥에 내려준다.

이번엔 내 바짓춤을 잡는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손님들과 눈이 맞는다.

지긋이-

"어!"

그제야 누군지 알아챈 모양이다.

-  언니 기억나, 윤슬아?

"응! 언니라고 불르라고 했떤 언니..."

미묘한 기억법이었다.

남편분은 코웃음을 터뜨린다.

아내분은 그렇게라도 기억된 게 좋았는지 마냥 웃으신다.

-  윤슬이가 기억해줬네? 고마워라.

"응! 그거 마시써."

윤슬이가 가리키는 건, 손님들 테이블에 올려진 간장 국수.

오늘 점심에 윤슬이에게 만들어줬었는데, 그 덕에 준비했던 소면이 반 이상이 털려나갔다.

또 '윤슬 효과'가 일어났던 것이다.

입맛을 다시는 동생.

"한 번 더 먹구 십당..."

"윤슬이 이번에는 손님들 꺼 빼앗아 먹지 말고, 기다리세요. 따로 해드릴 테니까."

"알겠쏘!"

음식을 준비하러 주방에 들어가려는데

후루룩- 후룩-

마주보고 앉아 국수를 먹는 부부가 신경 쓰인다.

몇 입 먹더니 묵언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분은 둘째 치고, 아내분은 먹으면서도 대화를 곧잘 이어가는 스타일처럼 보였는데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차분하게 식사 중이다.

"뭐지... 맛이 없나?"

작게 중얼댄다.

오늘 점심 때는 많은 손님들이 좋아해주셨다. 그렇다하더라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식당에 찾아와주는 모든 손님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건 요리인으로서 자격을 잃는 것이다.

저런 반응 하나하나에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  사장님...

너무 티나게 쳐다봤을까.

아내분이 정색하더니 주방 쪽으로 눈길을 돌리신다.

"아, 넵!"

-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네?"

-  이렇게 맛있게 만드시면 맨날 오고 싶잖아요!

"아하하, 자주 오세요."

사람 쫄리게 만드는 화법이다.

한편 남편분은 그저 묵묵히 드시고 계신다.

이 분은 만족하고 계신 게 명확했다.

내가 분석한 2030 남자 손님들의 특징이다.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드신다면, 대략 만족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침묵에도 종류가 있는데, 미간을 보면 알 수 있다.

저분 같은 경우, 편안하게 늘어진 미간이 진실을 대변하고 있다.

-  자기, 콜라 하나 주문할까?

-  그러자.

콜라는 원래 홀 냉장고에서 셀프로 가져가는 게 규칙이다.

허나 손님도 얼마 없으니, 가져다드리려는데 윤슬이가 먼저 움직인다.

도도도- 덜컥

냉장고 문을 열고 직접 콜라를 꺼낸다.

다행히 콜라는 윤슬이가 발 뻗으면 닿을 만한 높이에 있었고, 성공적으로 손에 넣는다.

달려가서 손님들 테이블에 올려두고 배를 뽈록 내민다.

"윤스리가 갖구 와따!"

-  윤슬이가 가져다준 거야?

"네!"

-  감사합니다. 가져다줘서.

[오누이 타이쿤!]

[고객이 응대 서비스에 감동합니다.]

[신혼부부 신혜원: 식당 만족도가 10% 상승했습니다!]

[종합 만족도: 25%]

이런 부분에서도 만족도를 올릴 수 있구나?

하긴 1인 업장이라고 해서 모두 셀프로 하면 당연히 손님들 입장에선 불편하겠지.

현재로선 홀 인력을 따로 구하긴 애매하니, 불가피한 부분이다.

그래도 윤슬이한테 가끔씩 부탁해봐야겠다.

냉장고 밑 칸에 내려두면 콜라나 사이다 정도는 옮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윤슬이가 손님들 가져다드렸어요?"

"네! 방금 봐찌? 저 언니가 조아해써."

"대단하네! 윤슬이가 오빠 일도 다 도와주고?"

"응! 대다내!"

손바닥을 높이 들어올린다.

하이파이브 해달라는 뜻이다.

짝-

손뼉을 맞춰준다.

직접 나서서 가게 일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윤슬이다. 어려서부터 일을 시키는 것은 솔직히 내키지 않지만 음료를 옮기는 것 정도라면 부탁하는 게 좋을지도.

-  사장님 근데 이거 면 식감이 엄청 괜찮네요. 제가 소면 삶을 때는 이렇게 안 되던데. 어떻게 하는 건지 물어봐도 돼요?

-  여보, 그걸 여쭤보면 좀 그렇지 않을까... 여기도 장사하시는 건데.

-  맞네, 죄송합니다. 너무 궁금해져서...

"아, 괜찮아요. 어차피 정식 메뉴도 아니고, 특별한 비법 같은 건 없거든요.

소면은 식감 살리고 싶으시면 끓일 때보다 씻을 때 더 신경쓰세요. 면에 붙은 전분을 다 닦아내는 게 포인트에요."

내 설명을 듣고 아내 분이 잠시간 입을 다무시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  이 정도면 그냥 메뉴에 올리셔도 될 것 같은데? 웬만한 국수집에서 파는 거에 안 꿇리거든요.

-  그러게, 이 정도 맛이면 손님들이 되게 만족할 것 같은데.

너무 감사하고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이 부부가 말하는 게 정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메뉴판 구성을 늘리기 위해 이런 짓을 하는 건 아니다.

인근 손님들의 반응을 최대한 종합하기 위한 과정에 있는 것뿐이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만 해도 충분히 감사해요! 이 국수도 정규 메뉴로 한 번 고민해보겠습니다."

정중하게 인사드리자 부부는 음식을 먹다가도 손사레를 친다.

괜한 소리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젊으셔서 그런지 매너가 좋으시다.

주방에 들어가서 윤슬이가 먹을 간장 국수를 만들어준다. 아까 어린 잎을 넣으니 특유의 쓴 맛이 입에 거슬린다더라.

그래서 설탕을 조금 위에 더해주니 이번엔 잘 먹는다.

이윽고 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서오세요!"

테이블은 두 개, 다찌석에 앉는 손님 둘.

평소보다는 유입이 적긴 하다.

그래도 행사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빠져나간 걸 생각해보면

차라리 이만큼 들어온 것이라도 다행으로 생각된다.

들어온 손님들은 윤슬이가 간장국수를 먹는 것을 보고도 제육이나 가지 튀김을 주문해주시기도 한다.

몇 분은 눈에 익은 얼굴이다.

가게 만족도도 어느 정도 쌓이신 분들.

주방에 들어와서 주문 들어온 음식을 요리한다.

"이런 부분 때문에 고민이 필요하단 말이지."

제육이나 가지 튀김처럼 이미 정해진 메뉴의 맛을 기억하고, 그걸 맛보러 온 손님들이 있는가 하면

윤슬이가 먹는 것만으로 맛있어보인다고 느껴, 그걸 주문하는 손님들.

크게 두 부류의 이들이 있다.

문제는 그 비율이다.

일단 메뉴를 가변적으로 추가하는 방안 자체는 거의 확정이다. 가령 잠실에서의 그 식당처럼 '오늘의 메뉴'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지금 홀에 있는 부부 손님들도 그렇고, 수영이나 지아도 그렇다. 자주 들리는 분들은 대략 내 요리 솜씨에 긍정적이기에 근거 있는 용기가 생긴다.

"문제는 냉장고 수용량이거든."

우리 업장은 규모가 작은 만큼 냉장고도 그리 크지 않다. 즉, 식재료 수용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기존의 메뉴를 찾아주시는 손님과 새 메뉴를 드시겠다고 하시는 분들의 비율을 파악하는 중에 있다.

그 비율을 알아내지 않고 무턱대고 식재료를 사들였다가는 대참사다. 어느 메뉴는 금방 솔드아웃이 되고, 어느 메뉴는 안 팔려서 식재료가 상할 때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가령 제육의 경우 재워둔 고기는 당일에 쓰지 않으면 고기가 물러져 맛 없어진다.

업장을 운영해보면 알겠지만 음식물 쓰레기 처리도 소모되는 비용이다. 되도록 줄여야 하는 게 상식이다.

"윤슬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다 먹은 국수 그릇을 싱크대에 집어넣던 윤슬이.

내 말을 듣고 "윤스리도 모룬다!"하고 맞받아친다.

그야, 뭐에 대해 고민하는지도 말 안 해줬으니.

준비된 요리를 내어드리는데, 다찌석에 앉아계신 손님들이 일정한 행동을 하는 게 눈에 띤다.

모두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조용히 음식만 세팅해드리고 주방으로 들어온다.

"그야 다들 혼밥족이시니."

애초 혼밥하는 사람들을 상정하고 만들어둔 것이니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다가 달님이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달님: 단순히 말하면 요리 실력이 늘어나게 되겠죠. 그것 말고도 여러 장점이 있지만요.]

내 재능, '요리의 길'의 레벨이 오르면 분명 여러 장점이 있다고 했다.

오누이 타이쿤 어플 채팅 기록에도 남아있다.

"한 번 봐볼까?"

지금의 고민을 해결해줄 묘수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

들여다보길 잘했다.

정말 그럴 듯한 게 있다.

[요리사의 촉]

"숙련도를 올려서 다음 레벨이 되면 얻을 수 있다는 거지?"

그렇다면 정확히 내게 필요한 능력이 새로이 생길 것 같다. 특히 현재 숙련도가 80%를 슬슬 넘어가는 시기다.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정식으로 로테이션 메뉴를 돌리는 것은 이 능력을 얻게 된 이후로 하는 게 여러 모로 좋을 것 같다.

-  사장뉨! 여기 계산이용!

말투와 목소리가 이미 귀에 익는다.

주방 안쪽에 있던 터라 누군지 안 보였지만 단번에 알 것 같았다.

"넵, 만사천 원입니다."

신혼 부부였다.

-  봐봐 자기! 이 가게는 맛도 있는데 가격이 거의 프랜차이즈 분식집이랑 차이 없다니까?

-  또 들리자. 그때는 또 다른 메뉴 준비해두시겠지.

남편 분은 내게 별다른 말 없이 카드를 내미신다.

근데 스마트폰은 앞치마 주머니에서 진동한다.

[오누이 타이쿤!]

[고객이 응대 서비스에 감동합니다.]

[신혼부부 천연우: 식당 만족도가 10% 상승했습니다!]

[종합 만족도: 20%]

합리적인 가격 덕에 만족도가 오른 것 같다.

나갈 때까지 활기 차던 부부는 다음엔 어떤 요리가 있을지 기대하겠다며 파이팅을 넣어주고 나갔다.

윤슬이는 "또 와여~."라며 배꼽인사를 했다.

그렇게 장사는 무난하게 마감했고, 평소보다 수익은 적었지만 앞으로의 방향을 정확하게 정한 듯해 만족스런 하루였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 느긋하게 돌아가는 길.

윤슬이에게 물었다.

"동생, 손님들이 우리 가게 왜 와주시는 것 같애?"

"우무무무무..."

여전히 자전거의 덜컹거림에 몸을 그대로 맡기는 지라 발음이 흔들린다.

고민이 조금 긴가 싶더니 내 허리를 잡은 손가락을 배배 돌린다.

간지럽다.

"윤슬이 왜 그래,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우무무... 윤스리 생각에눈..."

"네, 우리 윤슬이 생각에는 어떤데요?"

"윤스리 보러 오는 거야!"

그리 말하곤 들뜬 목소리로 내 등살에 얼굴을 비빈다. 장난 삼아 말해봤는데, 쑥쓰러운가보다.

손님들의 반응을 보면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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