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12. 당신의 사후세계는 안녕하신가요?
*당신의 사후세계는 안녕하신가요?*
그녀에 반응에 흥분한 나의 손은 그녀의 팬티로 내려갔고, 팬티를 묶는 리본이 풀어지자, 나의 손에는 자그마한 하얀 헝겊이 쥐어졌다. 헝겊은 그녀의 체액으로 흥건히 젖어 있어 촉촉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녀의 몸을 탐하려고 하는데, 서지은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면서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상황의 변화에 어리둥절하였다.
‘이건. 애프터 라이프 사에서 준비한 깜짝 쇼인가?’
‘여기는 대체 어디이지? 서지은……?’
결정적인 순간에 사라진 서지은을 아쉬워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강렬한 빛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빛 속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빛 속의 여인은 몸의 주변이 아름다운 빛으로 둘러싸여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실루엣은 마치 여신 같았다. 서지은하고 그 일을 하다가 갑자기 낮선 세계로 온 것이었다.
천국과 같이 꾸며진 곳에서 홀로 서 있게 되자 당황스러웠다. 우선 옷을 제대로 입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았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 벌거벗겨지는 것은 사절이었다.
다행히 옷은 서지은하고 같이 침대에서 뒹굴 때와는 다르게 제대로 된 차림을 하고 있었다. 다만 옷이 평상시에 입는 정장 차림이 아니었다. 하얀 상의와 바지를 입고 있어서, 마치 죽어서 천국에 온 것 만 같았다.
누가 이러한 상황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행위는 정말 악취미였다. 아무리 애프터 라이프 사라도 이러한 장난은 심한 일이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오. 아무리 애프터 라이프 사라지만, 이건 장난이 너무 심하지 않소!"
나는 눈앞에 있는 여인에게 고함을 질렀다.
"방금. 지은씨와 같이 있었는데, 왜 갑자기 여기에 있게 된 것이오. 처음부터 이 일이 나를 이렇게 엿 먹이려고 한 짓이었소? 정말 그렇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의 펜촉이 얼마나무서운지 보여주겠소."
"........."
"그런데 지은씨는 어디로 사라진 거요? 서지은도 가짜였소? 나를 속이기 위해 만든 존재였던 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은 누구요!"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요? 음……. 지은씨를 걱정하시는 거라면, 그녀는 안전히 사후세계의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습니다. 그녀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은씨와의 관계가 이제 절정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렇게 가버렸다니 아쉬웠다. 그녀가 실제로 존재하는 여인이었다는 말에 분노가 좀 가라 않았다. 다시 마지막 순간이 떠올라 아쉬웠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를 돌려보내다……. 애프터 라이프 사의 관계자는 악취미이군.’
마음속으로는 욕이 올라 왔지만, 그렇다고 눈앞의 앞의 여인에게 서지은을 다시 불러 달라고 말 할 수는 없었다. 그저 아쉬움에 입맛만 다실뿐이었다.
"우선 현재의 상황을 설명 드리려면, 제가 누군지 부터 설명을 드려야겠네요. 저는 이 세계를 관리하는 관리자, 안유진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익숙한 이름이었다. 머릿속에 그 이름이 맴돌았다.
"안유진……. 안유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갑자기 워런 버핏과 조지 마틴, 더글라스 하인스가 이야기한 유진양이 누구였는지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 당신이 그 유명한 AFTER LIFE사의 부회장 안유진씨인가요?"
안유진은 천재 뇌 과학자인 아버지와 함께 가상현실을 연구하는 과학자였다. 그녀도 AFTER LIFE 사를 창립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천재인 것으로 유명했다.
그녀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말을 꺼냈다.
"이 기자님의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네요. 제가 안유진이기는 하지만, AFTER LIFE 사의 부회장은 아니에요. 저는 단지 가상세계만 관리합니다."
그 말을 듣자 갑자기 얼마 전에 서지은에게 들은 알파서비스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에 정신을 가상세계에 복제한 실험이었다.
"그럼 설마? 그 안유진 부회장이 알파서비스에 참여를 하였는가요?"
이 사실을 이번에 게재 할 기사에 추가하면, 센세이션이 될 것이다. 안유진 부회장이 현실과 가상세계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니……. 놀라운 사실이었다.
"지은이가 생각한대로 똑똑하시네요. 맞아요. 저는 알파 테스트로 만들어진, AFTER LIFE 사의 부회장의 또 다른 자아입니다."
역시 안유진 부회장은 알파서비스에 참여 하였고, 지금 만나고 있는 인물은 가상현실에 복제된 존재였다.
지금 사후세계의 안유진 부회장을 만나고 있다는 것인데, 왜 이 사람이 이곳으로 방문을 하였는지가 궁금해졌다. 내가 그녀가 직접 방문 할 정도의 인물은 아니었다. 나도 나름 유명하다고 자부하지만, 사회적 지위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지은씨에게 좀 전에 가상현실 룸에 들려 달라고 들었습니다만, 이 일 때문이었습니까? 그런데 애프터 라이프 사의 고위층인 분까지 나서다니 상당히 중요한 일인 모양이군요? "
"......."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절대 애프터 라이프 사에 불이익이 가도록, 기사를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내가 취재하는 과정에 AFTER LIFE사의건들이지 말아야 하는 부분을 건드린 것이 틀림없었다. 머릿속으로 취재한 내용 중 문제가 될 만한 내용들을 떠올려 보았다. 많은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그 중 알파테스트가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알파 테스트와 관련된 것이라면, 기사화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있다면 미리 말씀해 주십시오. 그 부분은 빼고 기사를 적도록 하겠습니다."
AFTER LIFE 사와 같은 거대기업에 일부로 척을 질 이유는 없었다. 일반 회사에는 우리가 갑이고 그들이을이었지만, 이런 대기업에게는 우리가 을이고 그들이 갑이다.
그러자 그녀의 표정이 슬퍼졌다. 뭔가 말을 하기 주저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헛다리를 짚은 것 같았다.
"아……. 오해 하셨군요. 그런 문제로 이 기자님을 이곳으로 부른 것은 아닙니다."
그녀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부회장님이 가상현실 룸으로 오신 것이 아니고, 저를 여기로 부르셨다고요?"
"네. 데이터베이스에 데이터로 저장되어 있던 이 기자님을 사후세계로 불러내었습니다."
부회장의 말에 큰 쇼크를 먹었다. 부회장의 말은 내가 죽었다는 말이었다. 지금의 나는 진짜 이석훈이 아니라, 서지은이나 앞에 있는 여인처럼, 데이터로 존재하는 인격이라는 말이었다.
"그럼 여기가 사후세계라는 건데……. 알파테스트 이후로 동시에 두 세계에 동시에 정신이 존재하는 테스트는 없었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럼 현실의 나는 어떻게 된 것입니까?"
짐작은 가지만 그 사실을 믿고 싶지는 않았다.
"아마 이 기자님이라면 짐작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사망했습니다."
갑자기 머리에 해머를 맞은 듯 정신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럼 오늘 날짜가 어떻게 되는가요?"
"2052년 10월 21일입니다."
이 날은 내가 영생교를 취재를 한 날 이후,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 말은 내가 나이를 먹어, 자연사를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니,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였다.
충격적인 사실이었지만, 의외로 담담했다.
AFTER LIFE 사에서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제가 어떻게 죽게 된 건가요?"
"트럭에 치여 죽게 되었습니다."
눈앞에 나의 죽음에 대한 기사가 간단하게 나왔다. 왜 청담동에서 트럭에 치여 죽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사에는 간단하게 나의 죽음에 대해서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나의 죽음에 대한 의문의 기사들이 나왔으나, 그 기사들은 금방 묻히고,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잠잠해 졌다. 그 사건에 뭔가 의심스러운 부분들을 발견 할 수 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내가 알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그것은 내가 오픈베타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는데,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저는 -영생의 팝니다.- 서비스의 오픈베타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이곳에 있는 거죠?"
"역시 기자분이라서 그런지 예리하시군요. 음…….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 이유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요소라니 무엇을 말하는 거지요?"
"하나는 ㅇㅇ일보의 사주님에게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 시설을 방문 하였을 때, 이 기자님을 가상현실 룸에 방문하게 만들어, 정신을 복제 하였어요."
그 말을 듣고 약간 화가 나서 따지고 들었다.
"함부로 본인의 동의도 없이 사람의 정신을 복제하다니, 이건 불법입니다!"
"정확히는 불법은 아니에요. 아직 관련법은 제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 기자님께 사과드립니다."
그런데 또 다시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다. 나의 기자의 촉이 발휘되었다.
"그런데 안유진씨의 말대로 시설을 방문했을 때, 정신을 복제를 했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 지금과는 달라야 합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기억이 서지은씨를 처음 만났을 때야 하는데, 현재의 기억으로 보아서는, 그 후에 저의 정신을 한 번 더 복제를 하셨군요."
"......."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답을 듣고 싶습니다."
"네. 역시 정확하게 알아보시는군요."
"그럼. 영생교를 떠나기 전에, 가상현실 룸에 다시 들어가 달라고 부탁한 것은, 한 번 더 저의 정신을 복제하기 위함이었군요."
"맞습니다."
"왜. 그러셨습니까?"
"저의 호기심, 변덕, 그리고 호의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뭐! 이것이 당신의 호의라구?"
"네. 맞아요. 이 기자님과 지은이의 상황은 이 기자님이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은이를 통하여 보고 있었습니다."
"하! 저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고요? AFTER LIFE사는 사후세계의 모든 사람을 감시하는 가요? 사후세계는 빅 브라더의 사회였군요."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요? 현재 사후세계에 와 있는 분이 3000명이 넘었고, 인원은 지금도 빠르게 늘고 있는데요. 제가 신이라도 모든 사람을 감시할 수는 없죠. 물론 하려면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군요. 저도 남의 삶을 들려다 보는 게 취미는 아니어서요."
"그럼 왜 저희를 감시하신건가요?"
"감시라고 하시니 듣기가 거북하군요. 취재하러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시 관찰 한 것뿐이어요. 그리고 지은이는 제가 아끼는 아이에요."
"그래도 그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지은이와 이 기자님의 감정의 흐름이 재미있어서,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었을 뿐이었어요. 결코 두 분을 감시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아까 호의라고 말씀 하셨는데, 그럼 두 번째 복제가 왜 호의인가요?"
"저의 입장에서는 지은이와 이 기자님의애틋한 감정과 추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까웠어요. 그래서 지은이에게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 해드렸습니다."
"......."
"그러자, 지은이가 저에게 간절히 부탁하더군요. 이 기자님과의 추억을 사라지게,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받았어요."
지은이가 나를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갑자기 그 말을 듣자 안유진 부회장이 나의 죽음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 당신들…….당신들이 나를 죽였구나."
나는 빛이라는 실루엣에 달려들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치솟아 오르던 분노도 가라앉았다.
"오해를 하셨군요. 저는 석균씨의 죽음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망 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 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알고 있었다면, 나에게 미리 알려줘야 할 것이 아니요. 알면서도 죽게 내버려둔 것은 , 미필적 고의로 인한 살인이요."
"어떻게 알려 주었어야 할까요? 몇날 며칠에 트럭이 석균씨를 덮칠 거라고 이야기 해주어야 할까요? 아니면누군가가 당신을 노리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해야 할까요?"
"......."
"설사 이야기 해주었다고 해도 석균씨의 죽음은 피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아마 시기가 좀 늦춰지거나 다른 식으로 죽음을 맞이했겠지요."
그 말을 듣자 할 말이 없어졌다. 하지만 마음속의 분노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저의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저를 다시 살린 이유가 뭔가요."
"아까 두 가지 요소라고 말씀드렸지요. ㅇㅇ일보의 사주의 뜻과 저의 호의라고 말씀드린 대로 입니다."
그 순간 나를 죽인 자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사주 그 X자식이 나를 죽인 것이다. 그 이유도 어렴풋이 짐작이 되었다.
그때 안유진 부회장이 나에게 말했다.
"지금. 이 기자님을 만나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왔군요. 그럼 잠시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갑자기 빛이 나더니 안유진 부회장의 모습은 사라지고 풍경이 바뀌었다. 저번에 지은이하고 왔던 돔형 건물 안에 있던, 만남의 광장으로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