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13. 그녀를 다시 만나다.
*그녀를 다시 만나다*
광장으로 소환되자, 눈앞에 나타난 것은 편집장과 사주였다. 편집장은 사주의 휠체어 뒤에 서 있었는데, 나를 보더니 히죽 웃었다.
"이 XXXX!"
온몸을 던져 사주와 편집장을 향해 달려가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은 두 사람의 몸을 통과하고 그냥 지나갔다. 한동안 주먹과 발, 온몸으로 그들을 후려쳤으나, 곧 이것이 쓸모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고 조금씩 진정하기 시작했다.
"이 XXXXX들 여기는 뭐 하러 왔어!"
"사주님~ 이 녀석의 모습을 보아하니, -영생을 팝니다.-서비스가 괜찮아 보이는군요. 하하하."
"음 . 그렇군. 돈을 투자한 보람이 있어. 크하하."
뭐가 그리 즐거운지, 두 사람은 즐겁게 웃고 있었다. 눈앞에 원수들이 있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더 열이 받았다.
"이 영감탱이들이 사람을 죽여 놓고, 뭐가 즐겁다고 웃고 지랄이야!"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분노는 조금씩 누그러들었다.
"어찌 안 즐거울 수가 있겠는가? 내가 자네 여기에 넣기 위해들인 돈과 노력을 생각하면 기쁠 수밖에, 이제 안심하고 영생교에 기부를 할 수 있겠군."
"굳이. 그걸 확인하기 위해, 나를 죽여야만 했소."
"자네에게 여기에 취재를 보내기 위해, 내가 들인 돈이얼마인지나 알아! 거기에 들인 돈과 노력에 비하면, 자네를 처리하고 무마하는데 들어간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인간들은 모두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의 인격과 생명은, 자기 주머니 안의 돈보다 못한 존재이다. 욕을 퍼부어 주고 싶었지만, 이들은 신경도 안 쓸 것이다.
진정이 되자 이들을 안내하고 있는 안내원이 보였다. 안내원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하여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지은씨가 생각이 났다.
이들을 만나고 있는 것은, 시간과 감정의 낭비였다.
"XX놈 내세에서 보자."
"그래. 기대하고 있겠네. 크하하."
다시 돌려보내 달라고 머릿속으로 말을 걸었다. 그녀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이곳의 사람들의 정신을 일부러 보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으나, 지금 이 상황은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는 것에 확신을 가졌다. 역시 다시 안유진 부회장의 분신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죄송합니다. 불쾌한 경험을 하게 해드려서……."
"굳이, 이래야 했소."
"계약이라 어쩔 수가 없었어요. 대신에 석균씨에게 몇 가지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죽음에 인정을 하고 체념을 한 상태라, 선물이라는 말에 조금관심이 갔다.
"선물? 이미 죽어버린 나에게 선물이 무슨 소용이 있겠소."
말은 이렇게 툴툴거리지만, 어차피 상황이 이렇게 된 거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어야 한다. 그녀도 그 걸 잘 알고 있었다.
"우선 지은이와 다시 만나게해드리겠습니다. 여기를 나가게 되면 지은이가 있는, 마을로 가게 될 것입니다."
지은이에게 깊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제 만나온 어느 여자보다 사랑스러웠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이제까지 살아온 것처럼…….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기분이 좋은 듯 방긋 웃었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 잘 몰랐지만, 굉장한 미인이었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지은이와 많이닮았다.
"그리고 추가로 정착지원금을 좀 더 지원 해드리겠습니다. 여기에는 부자들만 오는 것이 아니고, 지은이처럼 불치병에 걸려오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정착지원금을 지원해 드리고 있습니다."
"......."
"석균씨의 경우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여기에 오게 되어, 이곳에 적립된 돈이 없어요. 여기에서 생활하시려면 돈이 필요할 것이에요."
"......."
"그리고 아쉽게도 석균씨의 현세에 있던 재산은 본인에게 전달되지 않을 것이에요. 아직 사후세계의 사람에 대한 법적인 권리에 대한 법률은 제정되어 있지 않아요. 법적으로 정당한 상속자에게 상속되겠지요."
"......."
"아직은 아쉽게도 법적으로 사후세계에 존재하는 영혼은, 자신의 재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고 있지를 못해요. 현재 사후세계로 돈을 가져 올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영생교에 기부하는 것뿐입니다."
"......."
"사고나 질병으로 갑작스럽게 이곳으로 오신 분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AFTER LIFE 사에서는 1인당 5만 불을 지원해드리고 있습니다. 석균씨에게는 특별히 20만 불을 지원해 드릴게요."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20만 달러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의 금액인가요? 미국의 달러하고 같은 가치입니까?"
"네. 사후세계의 공식 화폐는, 현재 미국의 달러와 연동이 되요. 현재는 고정 환율제로 기부자의 환전의 편리를 위해, 미국의 달러와 동일하게 교환해 드려요. 다만 화폐의 실질가치는 여기가 현세보다는 높으니, 20 만 불은 석균씨가 여기에 정착하는 데에는 충분하실 거예요."
정착지원금을 지원해 준다는 것은 고마웠다. 하지만 죽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알려주지 않은 보상으로는 부족하였다.
"아. 정착지원금을 주신 것에 대해서는 감사합니다. 염치가 없는 말이지만, 혹시 추가로 지원해주는 것은 없는가요?"
나의 추가지원 요구는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대답을 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음……. 뭐가 괜찮을까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네요. 그럼 그건 어떨까요? 석균씨가 여기에 정착하시면 직업을 구해야 할 건데, 그때 작은 어드밴티지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석균씨가 하실 일을 결정하시면, 저에게 연락을 주세요."
"아,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아쉽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은 것 같았다.더 이상 요구하면 오히려 안 좋은 인상을 줄 수도 있었다. 그녀는 사후 세계의 관리자였다.
한마디로 사후세계에서는 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나중에 복수를 위해서도, 그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
이제 얻을 것을 얻었으니, 여기에 더 있을 필요는 없다.
"안유진님. 지은이가 있는 곳으로 보내 주시길 바랍니다."
"잠시 만요. 지은이가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군요. 참 귀여운 아이죠. 호호. 그곳으로 보내 드릴 테니, 잠시 기다렸다가 그녀의 집으로 올라가세요."
그 말과 함께 빛이 가득한 공간에서 나와, 작은 오피스텔 앞에 서 있었다.
오피스텔은 주거지역 안에 있었는데 1층에는 작은 편의점이 있어, 나름 편리해 보이는 건물이었다.
건물의 모습은 아시아 표준 스타일의 오피스텔로 한국이나 중국,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형태였다. 오피스텔 주변의 건물들도 특정한 국가의 특징이 없이, 3개국 어느 곳에서 볼 수 있는 현대적인 스타일의 건물들이었다.
안내판이나 건물의 이름에 3개 국어가 다 적혀 있지 않았다면, 서울의 어느 주거지역의 오피스텔 앞에 서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치 동 아시아인들을 위한 동아시아 타운 같았다.
다만, 실제 한국의 주택가와 다른 점은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주택가에서 들을 수 있는 생활소음이 거의 들려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의 도시 같았다.
그러나 코로 느껴지는 공기가 너무나도깨끗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가 섞이지 않은 공기는, 얼마 만에 맡아보는지 모르겠다.
지은이가 준비를 할 시간을 주기 위해 편의점 안을 구경하였다. 편의점 안에는 3개 나라의 인기 있는 제품들이 모두 있었다.
간단한 생활용품에서 다양한 먹을거리까지, 실제 편의점처럼 준비되어 있었다. 삼각 김밥, 치즈 핫도그, 편의점 도시락, 오뎅탕, 호빵 등 간식거리까지, 진짜 세상과 차이가 없이 준비되어 있었다.
진열장에 진열된 식품들은 유통기한까지 표시되어 있어서 신기했다.
'이 물건들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진짜로 폐기가 될까? 그리고 그 대신에 새로운 물건들로 채워질까?'
AFTER LIFE 사에서 어느 정도까지, 사실적으로 표현 하였는지가 궁금해졌다. 앞으로 내가 살 세상이라 더 궁금한지도 모르겠다. 사후 세계는 인간의 감정까지 컨트롤하고 있는지, 내가 이러한 상황에서 미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게 신기했다.
잠시 상품을 구경하다가 원두커피 기계가 보여, 점원에게 원두커피 컵을 부탁했다.
"여기 원두커피 컵 하나 주세요?"
"미들 사이즈로 드릴까요? 라지 사이즈로 드릴까요?"
"미들 사이즈로 주세요."
"1달러입니다."
주머니를 찾아보니 지갑이 있었고, 그 안에 카드가 한 장 들어 있었다. 카드를 건네니 자연스럽게 점원은 결제를 하고, 컵과 카드를 돌려주었다.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진짜 현실의 편의점에 방문 한 것 같았다.
사후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3000명이 조금 넘는다고 하니, 이 편의점의 알바는 인공지능 일 것이다. 굳이 편의점의 알바까지 사후세계에서 온 사람이 할 것 같진 않았다.
아마 이 인공지능 알바는 내가 일본어로말을 걸었으면, 자연스럽게 일본어로 응대를 했을 것 같았다. 한번 그런지 시험해 보고 싶었으나, 그냥 내세의 편의점 원두커피맛이 어떤지를 먼저 알아보기로 하였다.
커피는 정신노동자의음료였다. 여기에서도 카페인의 효과가 현실과 똑같은지 궁금해졌다.
원두커피 추출기에 컵을 놓고 버튼을 누르자, 커피의 아로마 향과 함께, 원두커피가 잔을 채워 갔다. 사후세계의 원두커피는 실제 편의점 원두커피가 컵의 3분의 2만 채우는 것과 다르게, 컵을 가득 채워가며 기분 좋은 아로마 향을 품어내고 있었다.
입김으로 커피를 식히고, 원두커피를 입안에 머금었다. 입안 가득히 쓰고 시큼한 아라비카 원두의 커피 깊은 맛이 느껴졌다. 편의점 원두커피의 밍밍한 맛과 다르게, 깊고 진한 맛이 1류 바리스타가 뽑은 커피보다 향기로웠다.
'음……. 이런 것은 AFTER LIFE 사가 융통성이 있군.'
커피를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자 커피는 바닥을 드러내었다. 커피 잔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편의점을 나섰다. 뒤쪽에서 점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들려주세요."
굳이 일본어를 하여, 인공지능인지 아닌지 확인 할 필요가 없었다. 핸드폰을 보면 딴 짓을 하는 편의점 직원보다는, 이런 친절한 직원이 좋다. 사후세계의 모든 것을, 굳이 현실과 동일하게 표현하지 않은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 쯤 지은이가 준비를 다 마쳤을 것이다. 오피스텔 정문에서 지은이의 집의 번호를 눌렀다. 신기하게도 지은이의 오피스텔의 위치와 동호수까지 내가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다. 잠시 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석균씨 반가워요. 오피스텔현관 문 열어 드릴게요."
현관문이 열리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올라갔다. 그녀의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열리며 그녀가 나타났다.
드디어 그녀를 만났다. 사후 세계이긴 하지만…….
그런데 문을 열고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영생교를 안내 할 때의 외모와 달랐다. 그리고 가상현실 룸에서 사랑을 나눌 때와도 달랐다.
그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일본의 아이돌이자, 배우인 하시모토 칸나와 닮았다.
"석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