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화 〉15. 게임 속 몬스터가 되다. (15/211)



〈 15화 〉15. 게임 속 몬스터가 되다.

*게임 속 몬스터가 되다.*

집짓기 도구 메뉴를 떠올리자, 다양한 아이템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조경용 식물에서 부터 바닥의 타일까지, 집을 짓기 위한 모든 재료들이 총망라되어, 종류별로 분류되어 있었다.

"석균씨는 가상현실용 시뮬레이션 게임은 안 해 보셨죠?"

"네. 게임은 잘못하는 편이라……. 그런데, 가상현실용 시뮬레이션 게임이랑 집짓기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요?"


"혹시 EA사와 AFTER LIFE사가 만든 REAL SIMS라는 게임 들어보셨어요?"

REAL SIMS는 SIMS의 게임으로 유명한 EA사의 월 라이트가, AFTER LIFE사의 기술 지원을 받아 만든 가상현실 게임이었다. 유저가 SIMS 속의 SIM이 되어, 현재의 자신과 또 다른 삶을 체험해보는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대박 히트를 거두어, EA사와 AFTER LIFE  양쪽에 막대한 이익을 남겨 주었다.

"네. 그런데 REAL SIMS와 이것과 무슨 관계가 되어 있는가요?"


"그게 AFTER LIFE 사의 사후세계는 REAL SIMS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거든요. 그래서 집을 짓는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유사해요."


제가 어릴 때 REAL SIMS에서 많은 집을 지어 보았어요. 집을 지은 경험이 많으니, 석균씨가 집 짓는 것을 도와드릴게요. 우선 집짓기 권한을 공유 해주시겠어요?"

지은이의 설명에 따라 그녀에게 집짓기의 권한을 공유해 주었다. 그러자, 지은이의 집짓기가 시작되었다. 그녀는 집짓기 툴을 이용하여 능숙하게 건물을 건립하기 시작했다.

우선 집 지을 장소의 터파기 작업이 시작이 되었다. 먼저 돈을 주고 배정 받은 건설부지에 울타리를 둘러쳐졌다.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게임과 다르게 여기에는 실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공사로 사고가 나더라도 죽지는 않겠지만, 내세의 사람이라면 실제와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된다. 시스템에서 그 고통을 조절하겠지만, 지은이의 말에 따르면, 그것도 상당한 고통이라도 했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최대의 고통을 10이라고 한다면,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고통의 최대 수치는 6~7 정도였다. 이 정도도 일상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집을 건설 할 부지에 울타리가 둘러쳐지자, 땅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  건물이 지어질 부지와 정원을 구분하고는, 건물이 지어질 부지의 기반조성 작업에 들어갔다. 지은이의 손짓에 따라 땅이 파이고, 땅에 철근이 박혔다.

높이가 높은 건물을 지을 것이 아니라서 터파기는 간단하게 끝이 났다. 지하에 차고와 창고를 만들  있는 수준이었다.

뚝딱뚝딱하는 사이에 지하차고와 창고가 만들어지고, 지하공사가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지하와 연결된 철근에 기둥을 세우기 시작하자, 집의 골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와! 지은씨 손놀림이 능숙하시네요. 금방 건물의 기반시설을 만들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예전에 REAL SIMS를 많이 해보았어요. 그래서 사후세계에 온  직접 집을 지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석균씨 덕분에 소원 성취를 했네요. 헤헤."


지은이는 나와 대화를 하면서, 그사이에도 조금씩 건물을 완성시켜 나가고 있었다. 지은이의 현란한 손놀림에 따라 건물이 완성 되어가고, 그와는 반대로 나의 카드 속에 충전된 달러는 빠르게 빠져 나갔다.


"석균씨. 방하고 거실은 어떻게 만들까요?"

"방 2개에 거실 하나로 하죠."

"그럼 석균씨 방 하나랑, 제방 하나, 그렇게 만들면 되겠네요."


"아닌데요. 한반은  방으로 해서 공용침실로 할거고, 방 하나는 서재로 쓸 건데요. 하하."


그 말에 지은이의 얼굴이 새빨개지며 당황을 했다. 손을 잘못 놀려 짓고 있던 벽을 무너트리고 말았다.

"공, 공용 침실이라고요! 아, 아직 우리는 결혼도 안했잖아요. 벌써 부부 침실은 너무 허들이 높아요."

"뭐 어때요. 같이 산다는 것은 사실상 동거하는 거잖아요. 공용침실을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석균씨 엉큼해요. 제가 같이 살자고 한거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어요. 같이 살기로 한거 취소하래요."

라면 먹고 가라해서 라면을 먹고, 진도를 나가려고 하는데, 라면을 다 먹었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라는 말과 같았다. 당황스럽고 많이 아쉬웠다.

그런데 지은이는 나의 생각과 달랐는지, 노골적인 잠자리 요구에 약간 화가 난 것 같았다. 이럴 때는 한발 물러서는 게 상책이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이다.

"하하. 농담이었어요. 지은씨가 당황하는 것이 귀여워서 장난  거예요. 방은 3개로 만들어 주세요. 지은씨와 제가 각각 방하 나를 사용하고, 하나는 공용 룸으로 사용하죠. 그리고 욕실과 화장실은 두개를 만들어 주세요. 지은씨의 방에 하나 만들고, 거실에도 하나씩 만들어요."

방과 거실의 개수가 정해지자, 건물의 건설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간단한 1층의 단층집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넓은 거실과 부엌, 방3개에 욕실이 두개가 있는, 상당히  만들어진 집이었다. 그동안 REAL SIMS을 많이 해보았다는 말처럼 외관도 멋있었다.

집이 완성된 후, 인테리어와 가구를 넣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우리는 신혼부부가  것처럼, 카탈로그를 보면서 적당한 가구를 구입했다.


거실에 있는 욕실에는 나의 강력한 요구로,  사람이 함께 목욕을   있는 자쿠지도 장만을 했다. 언제 사용  수 있게 될지 모르지만, 지은이에게 무조건 넣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것만은 양보를  수 없었다.


나의 강력한 요구에 결국 지은이가 욕실에 자쿠지를 설치하였다.


각자의 방은 스스로 꾸미기로 하였다. 나도 지은이가 건물을 만들고 가구를 배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집을 짓는 인터페이스를 배웠다.


자신의 방 정도는 스스로 꾸밀  있게 되었다. 방을 꾸미면서 은근슬쩍 방에, 킹사이즈 베드를 설치하였다.

지은이는 힐끔 그것을 처다 보았으나, 얼굴만 붉힐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 현재는 지은이와 같은 집에 산다는 것이 중요하다. 같이 얼굴을 보면서 생활하다보면, 언젠가 이 침대를 같이 사용하는 날이 올 것이다.


실내를 꾸미고 정원까지 꾸미기 시작하자, 카드에 있는 돈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보고 지은이에게 돈이 다 떨어져 가는 것을 알렸다.


"지은씨 여기는 중심지와 약간 거리가 있어, 차도 사야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차고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돈이 모자라지 않을까요?"


"괜찮아요. 석균씨. 제가 살고 있는 집을 빼고, 그동안 모은 돈을 합하면 충분 할 거예요. 정착금으로 받은 5만 달러하고, 그동안 모은 돈을 합하면 8만 달러 정도 되요. 그동안 집을 사기 위해서 열심히 모았어요. 헤헤. "

지은이는 자신의 집의 렌탈을 취소하고, 그 안에 있던 짐을 자신의 방과 실내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도 남는 물건들은 지하창고에 보관하였다. 금방 차고의 출입구가 만들어지고, 서로 의견을 모아 중형차로 차도 한 대 장만하였다.

"이제 거의 집 꾸미기는 거의  된 건가요?"


"네. 이제 석균씨가 사용할 생활용품 정도만, 마트에서 사오면   같아요."


이 말을 마치고 지은이가 잠시 머뭇거리면서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그런데, 석균씨.... 석균씨는 여기에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실 건가요?"

지은이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사실 그것까지는 경황이 없어 생각해보지 못했다. 지은이의 말을 들어보면 여기서도 일을 해야 살 수 있을 것인데, 이곳에 기자라는 직업이 있을  같지는 않았다.


"사실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무슨 일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아직은 사후세계에 다양한 일자리는 없어요. 그래서 직업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AFTER LIFE 사에서 기본 소득이라는 보조금을 지급해 주고 있어요."

"여기도 기본 소득을 지급해주네요. 그럼 먹고 사는 데는 문제는 없겠군요."


현재 기본 소득은 선진국 중 일부만 실시하고 있었다. 아직 한국에서는 실시되고 있지 않는 정책이었다. 논의는 오래전부터 되었지만, 재원문제로 아직 실시되고 있지 않았다.

"저는 그냥 놀기도 뭐해서, 게임의 NPC일도 하고, 석균씨의 안내를 하기도 했었죠. 그 외에 다른 일자리라면 저택의 집사나 비서 같은 일자리도 있어요. 보수는 나쁘지 않은데, 저는 그런 일에 소질이 없어서 지원하지는 않았어요."

"저도 저택의 집사나 비서 같은 일은 소질이 없을 것 같네요."

예전의 사주 같은 인간들의 집사나 비서 노릇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사절이었다.


"그럼 저와 같이 게임의 NPC일을 같이 해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지은씨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처다 보았다. 혼자서 게임의 NPC일을 하면서, 나름 외로웠을 것이다. 게임의 NPC가 되어 초보들을 안내하는 일도 힘든 일이다.

유저도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녀에게는 고객이었다. 그녀는 고객이 아닌 직장의 동료와 같은 사람이 필요해 보였다. 그녀의 마음을 알겠지만, 게임의 NPC 역할은 사절이었다.


나름 현세에서 기자로서 대우받고 살았는데, 유저를 지원하는 서비스 업종의 NPC의 역할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녀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하기는 부담스러웠다.

지은이와 같은 직장에 일하는 동료의 역할도 하면서 동시에, 나에게 맞는 일이 없을까 고민을 하였다. 그때 지은이가 영생교를 안내할 때, 게임 속에서 몬스터의 역할을 한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음……. 지은씨 예전에 게임 속에서 몬스터 역할을 하는 분의 이야기를 하셨죠? 그 일은 어떤가요?"

"음……. 그분은 인기도 있고 돈도 잘 벌지만, 몬스터 역할이 상당히 힘들다고 하던데 괜찮으시겠어요? 유저 분들하고 싸워야 하는데…….게임 속에서 죽으면 현실만큼은 아니지만, 고통스러워요."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네요. 나름 재미있을  같기도 하고요."

지은이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같이 일을 하는 직장의 동료라는 기준에 아슬아슬하게 충족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관리자 언니에게 부탁해서, 몬스터 일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드려 볼까요?"

"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잠깐만요."

갑자기 지은이가 멍해졌다. 마치 머릿속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기다리니 지은이가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관리자 언니가 몬스터 자리를 알아봐 주시겠다고 하셨어요. 게임은 제가 NPC로 일하고 있는 판타지 월드라는 게임인데, 요새 한참 인기인 게임이에요. 같이 일하게 되어 정말 좋네요. 헤헤."


"그리고, 저번에 약속한대로 어드밴티지를 적용해 주겠다고 하시네요. 잘되었어요. 석균씨."


나의 결정이 아슬아슬하게 지은이의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것 같았다. NPC와 몬스터로 역할을 다르지만, 같은 게임에서 일하게 된 것이 기쁜 듯했다.


"그럼 이제 게임 접속 캡슐을 두개 사야겠네요. 예전에는 근처의 캡슐 방을 이용하느라 불편했는데, 이제는 석균씨와 함께 집에서 캡슐을 이용할 수 있겠네요. 헤헤"


"사후세계에도 캡슐과 캡슐 방이 있나요?"

"네. 그런 것은 똑 같아요. 저도 이제 저의 전용 캡슐이 생기는 거네요. 헤헤."

같은 직장을 다니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인지, 눈치 보지 않고 캡슐을 구매하게  것에 대한 기쁨인지 순간 헷갈렸다.

어쨌든 지은이가 만족을 했고, 나는 사후세계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했다.


게임 속 몬스터의 일은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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