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36. 모험가 파티를 사냥하다.
*모험가 파티를 사냥하다.*
간절한 염원이 통했는지 아니면 나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사신 거미는 사고를 치지 않고,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사신 거미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능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다. 과거처럼 단순히 살육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사냥을 하고 있었다. 초기에는 갑작스런 진화로 제대로 정신이 성숙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지금은 조금씩 나의 의지가 사신거미에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 아니면 단순히 숲을 벗어난 새로운 환경에서 조심을 하는 것 일수도 있었다. 이유야 여하튼 사신 거미가 큰 사고를 치지 않고, 목적지로 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가끔씩 은신처에 매달려 있는 고치들이 신경 쓰였지만, 굳이 그것이 무엇인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사신거미에게 먹이의 선택까지 하라고 강요 할 수는 없었다. 가능하면 불필요한 살상을 하지 않기 바랄 뿐이었다.
여기부터는 인간의 구역이라 조심해서 움직였다. 숲이나 산이 있으면 그 사이로 지나갔고, 논과 밭이 있는 개간지 등은 밤을 이용해 건너갔다.
숲을 벗어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 했던 곳과 비슷한 위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은 대도시와 고대유적지인 던전, 그리고 남부왕국으로 가는 길목이라 많은 모험가들이 지나는 곳이었다.
그중에도 던전으로 가는 파티들이 제국과 남부왕국에서 많이 몰려들었다. 이곳에 있는 고대 유적과 던전은, 판타지 월드의 세계관에서는, 오래전 대륙을 통일했던 엘란 제국의 남부 거점 도시로서 알려져 있었다.
지금도 그 시절의 발달되었던 금은 세공품들이 지하에 묻혀 있으며, 그것을 찾기 위해 많은 모험가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엘란 제국은 현재 쇠퇴해가는 에이렌 제국의 앞에 있던, 고대 문명으로 높은 문화수준을 자랑했다.
역사로 본다면 로마제국과 같은 입지의 제국으로, 그대의 유물들은 문화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현재의 에이렌 제국도 그 시절의 문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그 고대 엘란 제국은 수차례의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로 멸망을 했고, 그 이후에 수많은 왕국들이 난립을 하였다. 그 왕국들을 통일한 것이 에이렌 왕국, 현재의 에이렌 제국이었다. 지금은 그러한 에이렌 제국의 영광도 저물어가고, 외곽에서부터 새로운 왕국들에게 영토를 잠식되어 가는 상황이었다.
사신 거미가 자리 잡은 곳의 유적은, 판타지 월드의플레이 중 모험가들 추구하는 유저라면, 한번은 가봐야 하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모험가들은 이곳에서부터 자신만의 모험을 시작하는 경우가많았다. 초보자를 위한 초보 존으로 불리는 지역도 많아서 인기였다.
그렇다고 판타지월드의 플레이어들이 모험가만 선택하는 것은 아니었다. 판타지월드에는 모험가 외에도 다양한 플레이 방법이 있었다.
일부는 용병단을 만들어서 용병단으로 활약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영지를 키우며 군주를 목표를 하기도 한다. 때로는 대상인이 되서 막대한 부를 쌓기도 하고,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여유로운 슬로우 라이프를 즐기는 유저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모험가로서 판타지 월드를 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것이 아바타에게 심어진 모험을 추구하는 욕구와 맞아 떨어져, 유저가 아바타와 함께하기에 가장 무난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바타의 가격과도 관련이 있었다.
에이렌 왕국이 소왕국으로 존재하고, 판타지 월드에 수많은 왕국이 난립해 있을 때는, 자신의 영지를 키우며 군주를 목표를 하는 플레이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플레이를 하기 위한 아바타들은 대부분 최고가였고, 그들은 권력투쟁의 과정에서 쉽게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강력한 신분과 능력을 가진 아바타는, 그때보다 몇 배에서 몇 십 배 더 비싸졌다. 아무리 부자라도 그런 무모한 플레이를 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리고 에이렌 제국이 들어서서 정치가 안정화됨에 따라, 플레이어간의 권력의 투쟁도 약해졌다. 그래서 현재의 유저들이 주로 하는 플레이는 아니었다.
다만, 에이렌 제국의 외곽의 신생 왕국들에서, 그런 플레이를 즐기는 유저들이 일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값비싼 아바타가 죽어도 아까워하지 않을 갑부들이었다. 최근에는 이런 플레이들이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판타지 월드에서는 최근에 유저들이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아바타의 욕구를 다양하게 만들고 있었다. 전체 판타지 월드의 주민 중에, 모험가로 활동할 수 있는 인구는 한정이 되어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아바타의 공급을 위해서, 다양한 스타일의 플레이를 권장하고 있는 있었다. 그중에서 하나는 일상적인 라이프를 즐기는 플레이였다. 길드에 가입해서 대장장이나 장인으로 활동을 한다던가, 풍경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농부로 활동하는 것도 많이 추천이 되었다.
그래도아직까지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모험가를 선택을 했다. 상대적으로 아바타를 잃을 염려가 적으면서도, 판타지 월드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플레이였기 때문이었다.
추후 유저들이, 몬스터를 선택할 수 있게 업데이트를 하려는 것도, 편중되게 판타지월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원인 중의 하나였다.
어째든 판타지 월드에서 가장 많은 플레이 형태는 모험가였고, 그 모험가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 중 하나가 이곳이었다. 초보 모험가에서 부터 유명한 모험가들까지, 모험가라면 한번은 방문을 해야 하는 곳이었다.
제국과 남부왕국들, 고대유적을 지나가는 세 개의 길이 만나는 부근에, 자그마한 숲이 있었다.
사신거미가 숨어서, 모험가들을 사냥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그곳에 은신처를 만들고 모험가 파티를 기다렸다.
처음 만난 모험가 파티는,
창과 타워 방패를 가진 방패 창병이 3명,
양손검과 사슬갑옷을 입은 양손검병 2명,
한손 검과 한손도끼, 원형방패를 든 전사와 용병 3명,
대거와 투척용 단검을 가진 도둑과 소매치기 2명,
대거와 활, 석궁들을 가진 궁수와 석궁수 5명, 이렇게 총 15명이나 되는 중형파티였다.
이들은 조랑말이 끄는 수레 2대에 짐과 식량을 싣고, 남부 왕국에서 삼거리 쪽으로 오고 있었다. 인원이 15명이나 되는 중규모의 파티여서 그런지, 척후와 후미에 있는 4명 이외에는 소란스럽게 떠들며 오고 있었다.
"조금만 올라가면, 미르 도시 유적으로 가는 갈림길이야. 너는 이번이 처음이지?"
"뭐 그렇지. 게임을 시작한지, 아직 2개월 정도 밖에 안 되었잖아. 전직을 마치고 모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이제 1주 정도 밖에 안 되었어. 모험가 조합에서 받은 고블린 토벌 건 이후로는 이게 처음이야."
"이 형님만 잘 따라오라고……. 내 말만 잘 들으면, 이번 던전 탐험으로 돈도 벌고 경험도 쌓을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다음번엔 전직도 가능할걸."
"그런데, 톰. 우리의 인원으로 던전 탐험이 가능할까? 미르 유적이 만만한 곳은 아니라던데……."
"걱정 말라고 미르 유적은 규모가 크다고. 유명한 모험가들을 위한 고 레벨 던전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 같은 초보 모험가들의 위한 저 레벨 유적도 많이 있어."
"그래. 그래. 파울 말이 맞아."
"너 말고는 다들 여기 몇 번씩 온 경험이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돼. 몇 명 은 지금 플레이하는 아바타가 2번째나 3번째인 경우도도 있고……."
"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우리와 같은 초보 파티에 있지?"
"그야 파티를 못 구했으니까 그렇지, 남부 왕국에서는 미르 유적지까지, 가는 사람은 많이 없으니까."
"아마 미르 유적에 가면, 몇 명은 새 파티를 꾸려 나갈지도 몰라. 우리도 거기에서 몇 명을 새로 받아, 새롭게 파티를 꾸려야겠지."
"그럼. 톰만 믿을게. 진짜 던전에 들어간다고 하니, 가슴이 두근두근하네."
"던전에서 몬스터를 보고 오줌이나 지리지 말라고. 하하."
이들은 던전으로 간다는 기대감과 흥분으로, 소풍가는 아이들 마냥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모험가 파티가 사신거미의 근처를 지나가고 있을 때, 조용히 은신을 풀고 급가속 스킬을 사용 했다.
모험가 파티 중에서, 먼저 단검이나 활, 석궁 등 원거리 무기를 들고 있는 녀석들을 노렸다. 원거리 딜러를 먼저 처리하는 게, 파티를 상대하는데 유리했다. 판타지월드에서는 유적에서 모험가 파티 간에 보물의 소유권을 가지고 전투를 벌이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판타지월드 인벤에는 파티 전투 시 공략 법에 대해서 잘 나와 있었다.
-샥.- -샥.- -샥.- -샥.- -샥.-
급가속이 걸려 있는 20초 동안, 모험가 파티 사이를 누비며, 목표를 한 원거리 무기를 가진 녀석들을 모두 베었다.
"몬, 몬스터다! 모두 조심해!"
-샥.- -샥.-
"어디야!" "대체 무슨 일이야." "침착해!"
모험가 파티는 혼란에 빠졌다.
-샥.-
"뭔데 이렇게 빨라!"
-샥.-
"뭉, 뭉쳐라!"
-삭.-
"뭐해! 방패를 들어!"
당황한 녀석들은 마구잡이로 고함을 지르며, 방패 병을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급가속 시간이 20초가 지나기 전에, 7명에 대한 처리가 끝이 났다.
가죽 갑옷이 칼날에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원거리 무기를 가진 7명의 베어진 피부 사이로, 검붉은 피가 배어나왔다.
-털석.- -털석.- -털석.- -털석.- -털석.- -털석.- -털석.-
방패 뒤에 숨은 녀석들이 독에 중독되어, 차례로쓰러지기 시작했다.
-사냥꾼을 처리 했습니다-
-정산합니다. 800달러를 획득 했습니다-
-소매치기를 처리했습니다.-
-정산합니다. 500달러를 획득 했습니다-
-수습 궁수를 처리했습니다.-
-정산합니다. 600달러를 획득 했습니다-
-애송이 도둑을 처리했습니다.-
-정산합니다. 500달러를 획득 했습니다-
-수습 석궁수를 처리 했습니다-
-정산합니다. 700달러를 획득 했습니다-
기분 좋은 메시지들이 떠올랐다가 금방 사라졌다.
주위의 녀석들이 독에 중독되어 쓰러지자, 그제야 그들은 사신거미의 존재를 눈치 채기 시작했다.
"도, 독이다!"
"독거미다!"
"무슨 거미가 저렇게 커!"
녀석들은 방패를 더욱 단단히 하고, 방패 사이로 창을 내밀고 사신거미를 위협했다. 하지만 원거리 병과가 없는 이 녀석들은 무섭지 않았다. 이들은 겁에 질린 고슴도치에 불과했다.
빠르게 이 녀석들의 주변을 돌며 방패 벽을 흔들었다. 찌르고 빠지고, 찌르고 빠지고, 계속 치고 빠졌다. 이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신거미가 진형을 흩뜨려 놓자, 이들은 이리저리 몰려다니게 되고, 방패 벽의 곳곳에 빈틈이 생겼다. 급가속의 쿨 타임 3분은, 금방 지나갔다.
다시 급가속 스킬을 쓰고, 그동안 흔들어 놓았던 방패 벽의 빈틈을 노렸다. 낫이 창병의 발목을 자르고 지나가고, 전사의 목이 날라 갔다.
양손검병의 겨드랑이 사이를 낫이 지나가며, 사슬갑옷의 취약한 부분을 베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양손검병의 투구 사이 눈구멍을 낫이 박혔다가 빠져나갔다.
급가속 스킬 지속시간인 20초가 지나자, 다시 사신 거미는 모습을 드러내었다.
-털석.- -털석.- -털석.- -털석.-
4명이 추가로 쓰러졌다.
창병, 전사, 양손검병을 처리했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정산 금액으로 2,800달러가 정산된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남은 4명은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이런 괴물이 왜 여기에……."
"도, 도망쳐야 해……."
"으 .으. 으아악."
한명이공포를 버티지 못하고, 고함을 지르며 도망을 쳤다. 공포는 전염이 되어 빠르게 퍼졌다. 네 사람 모두 방패와 무기도 던져 버린 채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도망가는 녀석들의 뒤꿈치와허벅지 등, 목뒤 을 베었다. 녀석들은 달려가다가독이 퍼져, 달리던 자세 그대로 엎어져, 꿈틀거리다가 숨을 멈추었다.
-초보 전사를 처리하였습니다.-
-일반 병사를 처리 했습니다.-
2명의 초보 전사와 2병의 병사를 처리한 정산금이 들어왔다. 이들을 모두 처리하는데, 10분이 약간 넘게 걸렸다. 기사나 마법사, 사제가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
대형 동굴 슬라임 토벌에 온 녀석들이 특별한 것이다.
기사가 될 수 있는 종자라는 아바타는, 귀족이나 준귀족이라 고가의 아바타였다. 그리고 마법 재능을 가진 아바타와, 신성력을 지닌 아바타는 희귀하여 매우 비쌌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가격이 저렴한 농부의 아들로 시작하거나, 애송이 소매치기로 시작하였고,
그마나 주머니 사정이 나은 사람들이 초보 사냥꾼, 병사의 아들로 시작하였다.
저렴한 아바타를 훈련을 시키고, 모험을 통해 경험을 쌓게 하여, 상위 직군으로 나아가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저들이 하는 플레이였다. 그리고 드물지만 이런 아바타 중 일부는, 뒤늦게 특수한 재능을 꽃피워, 마법사나 사제가 되기도 했다.
처음부터 재능을 가진 아바타로 플레이 하는 것은, 부자들이나 게임에 돈을 많이 투자하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마법사나 사제, 기사와 같은 고급 직종은 없었지만, 잠깐의 전투로 10,000달러를 벌어들인 것은, 상당히 괜찮은 수입이었다.
사신거미가 문제를 안 일으키고 얌전히만 있어 준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몬스터로 플레이하는 것이 점점 더 재매있어졌다.
얌전히 있어달라는, 그리고 플레이어들만 처리해 달라는 의지가 사신 거미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바랐다.
그리고 로그아웃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