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43. 애송이 고블린이 되다.
*애송이 고블린이 되다.*
저택을 짓기 위한 땅을 사고 난 후, 다시 게임을 시작할 마음이 생겼다. 사신거미의 죽음은 아직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아픔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에이미의 무덤을 만들어준 후, 조금은 사신거미에 대한 죄책감을 덜 수 있었다.
판타지 월드라는 게임은 어떤 면에서, 특이한 게임이었다. 아비타를 플레이하는 동안, 그 아바타에 정이 드는 것이다.
마치 애완동물과 같이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사이에, 애완동물이 가족이 되는 것과 같았다. 미물인 거미도 이럴진대 인간형 아바타를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이 더 강할 것이다.
그것을 깨달자 나에게 사냥을 당한 많은 플레이어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사신거미로서 많은 유저들을 사냥했었다. 나에게 애정을 가진 아바타를 읽은 플레이어들도많았을 것이었다. 플레이어들에게 그 아바타는 단순한 게임의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들 중에는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었다. 유저를 사냥하는 몬스터의 롤 플레이로서 플레이를 한 것이지만, 조금은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전쟁에서 싸우는 군인이 느끼는 감정이 이런 것일까?'
전쟁을 겪어 본적은 없지만, 아마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미안한 감정은 미안한 감정, 그리고 일은 일이다. 전쟁에서 군인들도 이러한 심적인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이 과정을 겪고 나야 진정한 군인이 되는 것이다. 적에게 자비를 가진 군인은 군인 생활을 오래 할 수 없었다.
나는 전쟁의 영웅이 되기로 마음을 먹은 자였다. 그것을 위해서는 몸에 많은 아바타들의 피를 적셔야 했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원래 인간은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죽여야 하는 동물이다. 이러한 모순된 상황에서 인간은 살아남아 지금까지 번성하고 있었다.
개인적 욕망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멋진 집을 선물하기 위해, 이러한 마음을 훌훌 털고 다시 게임에 접속하기로 마음 굳혔다.
'이번엔 어떤 몬스터의 몸에 들어가게 될까'
나도 모르게 기대가 되었다. 자금 가진 특성이라면 어떤 몬스터에 들어가도 큰 상관은 없었다.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몬스터의 몸에 들어가길 기대하며, 판타지 월드에 접속을 하였다. 판타지 월드에 접속을 하자 보이는 것은 어두운 동굴 안의 풍경이었다.
동굴 안에는 익숙한 몬스터들이 누워서 쉬고 있거나, 무언가를 만들며 일을 하고 있었다. 슬라임으로 플레이 할 때나, 거미로 플레이 할 때 손쉽게 사냥을 하였던, 몬스터들의 동네북인 고블린들이었다.
"머크. 뭘, 그리 두리번거리고 있어, 이리 따라와라."
어느 고블린이 이쪽을 보고 말을 하고 있었다. 주위에 몇 마리의 고블린들은 그 말을 듣고도 가만히 누워 있었다. 그것을 보아 머크는 아마 나를 지칭하는 말 같았다. 하지만 우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처음 몬스터로 시작을 할 때는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머크를 부른 고블린이 다가와서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애송이 고블린 주제에 빠져 가지고는, 할일이 많으니 빨리 따라와"
머크라는 이름이 내가 몸으로 사용하고 있는고블린의 이름이 맞았다. 아픈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른 고블린을 따라갔다.
따라간 곳에는 고블린의 식량 창고가 있었다. 들쥐나 토끼와 같은 작은 짐승에서 부터, 노루나 멧돼지까지 다양한 짐승들이 쌓여 있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상당히 부패되어 있었다.
나를 데리고 온 성인 고블린은 부패되어 가고 있는 들쥐 고기에서, 통통하게 살이올라있는 구더기를 꺼내더니, 간식을 먹는 듯이 맛있게 먹었다.
"살이 통통하게 올랐군. 머크! 전사 고블린들을 위한 식량을 챙겨야하니, 노루와 멧돼지 고기 중에서 상태 좋은 부위를 잘라와. 저기 있는 깨끗한 나뭇잎으로 꼼꼼하게 포장해!"
그러고는 자그마한 단도를 던져 주었다. 나에게 식량을 손질하는 명령을 내리고는, 자신은 식량들 사이에서 통통한 구더기를 골라 먹고 있었다.
동물을 해체해 본 경험이 없어, 단도를 들고 머뭇거리고 있으니, 녀석은 다시 다가와 머리를 후려쳤다.
"머크 이 녀석 오늘 따라 왜 이리 멍청해. 평상시에도 그랬지만 오늘은 더 심하잖아. 애송이 고블린들은 이래서 안 돼. 쯧쯧"
나의 손에서 단도를 빼앗아 쥐고는, 자신이 직접 노루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뭘 그리 멍청하게 서 있어. 빨리주술사 영감에게 가서. 전사들이 사냥에 쓸 약초와 독을 받아와."
녀석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식량창고 밖으로 나갔으나, 어떻게 주술사 영감을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을지 알 수없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암컷 고블린에게 물었다.
"저기요. 주술사 영감님에게 갈려면 어떻게 가야하죠?"
암 고블린은 이상한 질문을 한다는 표정으로 잠시 바라보더니, 주술사 영감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주술사 영감님은 동굴 밖 자신의 텐트에 계시잖니. 멍청이 애송이같으니라고. 쯧쯧."
이상하게 바라보는 암컷 고블린을 뒤로 하고, 동굴 밖을 나갔다.
동굴 밖에는 텐트가 여러 채 있었다. 동물 가죽으로 만들어진 텐트는, 고블린 대여섯 명은 살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 보였다.
동굴과 다르게 깔끔해 보여, 고블린 사회에서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녀석들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주술사 영감의 탠트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텐트의 앞에 오크의 두개골이 꼽힌 막대기가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다양한 약초와 독에서 흘러나오는 특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텐트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얼굴에 다양한 물감으로 색칠을 하고, 검게 물든 이를 드러내고 있는 주술사 영감이 있었다.
"무슨 일로 왔지?"
"주술사 영감님. 사냥에 쓸 약초와 독을 받으러 왔습니다."
그때 지팡이가 날아와 머리를 후려쳤다.
"자크님이라고 불러야지. 고얀 놈."
혹이 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자크님."
주술사 영감은 자리에서 일어나, 각종 자루에서 약초와 독을 꺼내서 작은 주머니들에 담았다.
주머니들은 평범했지만, 주머니에는 작게 고블린 언어로 무언가가 적혀 있었다.
"검은 색 주머니는 독이 든 주머니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서 들고 가. 요즘 애송이들은……. 쯧. 쯧."
약초와 독을 들고, 다시 동굴로 들어가 식량창고로 갔다. 거기에는 나를 데리고 온 성인 고블린이, 전사에게 줄 식량 꾸러미를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리 늦게 왔어. 저것들을 등에지고나를 따라와."
나의 손에서 약초와 독을 받아들고는, 무거운 식량은 내가 들게 했다.
그 녀석을 따라 부락 앞 울타리 입구로 갔다. 거기에는 전사 고블린으로 보이는 험상궂게 생긴 고블린들이, 나무창과 나무 방패를 들고 서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매브!"
"죄송합니다. 전사장님. 머크. 이 녀석이 워낙 멍청해서 시간이 늦어졌습니다. 헤헤헤"
"이제 출발하지. 고블린 전사들아! 오늘의 성공적인 사냥을 위하여!"
"오늘의 성공적인 사냥을 위하여!"
"오늘의 성공적인 사냥을 위하여!"
"오늘의 성공적인 사냥을 위하여!"
15~6명에 달하는 고블린 전사들이 목청을 높여 함성을 질렀다. 다른 몬스터로 있을 때에는,
"키킥." "킥." "키기킥."으로 들렸던 고블린들이 언어가 이렇게 다양한 표현이 있는지를 몰랐다. 그리고 단순히 고블린의 몸에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 , 인간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도 신기했다.
전사가 떠나고 난 후, 화가 난 매브의 구타가 시작되었다.
"망할 놈의 애송이 고블린. 멍청한 너 때문에 전사장님에게 한소리 들었잖아!"
한동안 구타를 한 후 씩씩거리며, 부락 안으로 들어갔다. 매브라는 성인 고블린이 사라지고 난 후 그때서야 내가 들어온 녀석의 상태를, 살펴 볼 여유가 생겼다.
종족-애송이 고블린.
고블린 종족은 태어난 후 빠르게 성장한다. 태어난 지 3년이 지나면, 다 자라서 성인 고블린이 될 수 있다.태어난 지 3년이 지난 후에도 아직 부족 내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지 못한 고블린을, 애송이 고블린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애송이 고블린들이 부족원들에게 인정하게 받아 직책을 받게 되면, 그 때 일반 고블린으로 진화를 한다.
스킬-손재주(소)
번식력(소)
질병저항(소)
스킬을 보고 황당해졌다. 거미는 고사하고 슬라임보다도, 형편이 없는 스킬들이었다.
운영자들이 이번에 왜 고블린을 마지막 투토리얼의 종족으로 선정 하였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지나치게 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강한 의도가 느껴졌다.
고블린은 부락 생활, 즉 사회를 형성하고 있기에 애송이 고블린 혼자서 독자적인 행동은 불가능했다. 물론 모든 것을 다 던져버리고, 부족을 나서서 혼자 성장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블린이 단독 생활을 한다면, 거미나 슬라임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취약하다. 고블린은 생각보다 약한 종족이었다. 그들은 뭉쳐야 그 힘을 발휘 할 수 있는 몬스터였다.
애송이 고블린이 부락에서의 생활을 유지하며 성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본다면 유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블린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먼저 알아야했다. 첫날부터 매트라는 성인 고블린과 전사장 고블린에게 찍혔다.
한동안 대기타임을 설정하여, 고블린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 봐야 했다.
오늘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고블린 사회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때 나의 능력을 드러낼 것이다.
나에게는 그들이 못 가진 특성이 있었다.
특성-
중산생성
산 저항(중)
독 저항(중)
재생(중)
독 생성(중)
독 주입(중)
급가속(중)
은신(중)
실 만들기(소)
순각적인 기지(소)
이러한 특성을 잘 이용한다면, 고블린 사회에서 강한 입지를 가지게 될 수 있었다.
한동안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고, 머크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적당한 때가 되면 능력을 사용하여, 고블린 부족을 나의 것으로 만들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