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2화 〉42. 에이미를 땅에 묻다. (42/211)



〈 42화 〉42. 에이미를 땅에 묻다.

*에이미를 땅에 묻다.*

프라우나 대수림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의 인기척을 느꼈다. 숲에는 거미만 몸을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숲에는 수백 명 이상의 사람이 내는 기운이  부근에 가득했다.

미세하게 들리는 숨소리,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 뭉쳐있는 사람들이 내는 열기 등, 숲과는 이질적인 것들이 주위에 가득 느껴졌다. 그중에서 거미는 진동감지 능력이 뛰어났다. 아무리 숨어 있어도 사람들이 발산하는 진동으로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나무위에 수십 명, 저쪽 수풀 뒤에 수십 명, 큰 돌 뒤에 수십 명, 이렇게 수백 명의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사신거미를 기다리고 있다는  진동으로 느껴졌다.

이것은 함정이었다. 숲으로 오는 길에 만났던 모험가들과 토벌대는, 여우몰이를 하는 사냥개들이었다.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대수림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는 그들에 의해, 범의 아가리로 머리를 밀어 넣고 있었던 것이었다.

판타지월드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은 숫자가 많았다, 그들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사신거미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함께 공유를 했다. 거미가 추격자들을 만나 전투를 벌이는 상황이, 실시간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그 정보를 가지고 매복을 준비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었다.

숲으로 들어가던 몸을 돌려 달아났다.

-슛.- -슛.- -슛.- -슛.- -슛.- "-슛.- -슛.- -슛.- -슛.- -슛.- -슛.- -슛.- -슛.- -슛.-

400여발의 화살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급가속 스킬과 순간적인 기지 스킬을 쓰고, 떨어지는 화살들을 모두 피해 내었다.

"거미를 추격해라!"

 말과 함께 석궁을 장비한 200명의 중장보병,
200여명의 궁수,
수십 명의 마법사와 사제들이,
숨어 있던 엄폐물을 박차고 나와, 사신거미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먼 곳에서 흙먼지와 함께, 기마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100여명의 경기병과 20여명의 기사들이었다.

급가속을 이용하여 숲에서는 빠르게 멀어질 수 있었지만, 반대로 기병대와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이것이 진짜 함정이었다. 그들은 나의 패턴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숲에 숨어 있던 녀석들은 내가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이었다.

경기병들은 4명이 한조가 되어 쇠그물을 들고 있었고, 기사들은 창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앞에는 기병대와 기사들이 있었고, 뒤에는 중장보병들과궁수, 마법사, 사제들이 추격해 오는 상황에 빠졌다. 어디로 가든, 그들과의 전투를 피하긴 힘들어 보였다.

결정을 신속하게 내렸다. 한순간에 적들에게 포위가 될 수가 있었다. 포위가 되면 답이 없었다. 바로 게임 아웃이었다. 앞쪽의 기사들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달려갔다.

기병대와 마주치자 기병대들은 지니고 있던 쇠그물을 던졌다. 사신거미는 기병대들이 던지는 쇠그물들을 피하며, 말들의 다리 사이를 지났다.

말들의 다리 밑을 빠져나가며, 긴 낫으로 말의발목을 베어냈다. 말을 타지 않은 기병들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먼저 말들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다리가 베어진 말들은 얼마 되지 않아, 독으로 숨을 거두었다.

거미의 독에 위험을 느낀 기병대는 거미의 좌우로 거리를 벌렸다. 마치 몽고의 기마병들이 원을 만들며 활을 쏘듯이, 거미를 둘러싸고 원을 만들며 돌기 시작했다.

이렇게 원을 그리며 돌면서 거미와 거리를 좁혔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하였다. 이것은 사신거미의 공격 타이밍을 교란시켰다.

기병들은 거리가 가까워지면 쇠그물을 던지고, 사신거미가 낫으로 공격 하려하면, 뒤로 물러나는 방식으로 차륜전을 펼쳤다.

말을 잃은 기병들도 삼삼오오 손에 쇠그물을 들고, 거미에게 쇠그물을 던질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거미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중장보병들과 궁수, 마법사, 사제들이 점점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거미가 기병대의 포위진을 돌파하려고 시도하면, 어딘가에서 기사들이 나타나 창으로 거미의 몸통을 노렸다. 이들은 마치 잘 훈련된 군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이것은 판타지월드의 대규모 길드가 작정하고 나선 것이었다.

기사의 기병창이 거미를 스쳐지나 가며, 거미 다리 몇 개가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사신거미에 의해, 기사들이  말의 앞다리가 낫에 베였다. 기사들은 달리던 말과 함께 앞으로 꺼꾸러졌다.

거미가 말에서 떨어진 기사를 노리고 돌진하자, 옆에서 기병들이 쇠그물을 던지며 다가왔다. 이들은 앞서 상대를 한 모험가 파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 정도 수준이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길드였다.

기병들이 던지는 쇠그물을 피하며, 쓰러진 기사들을 처치하기 위해 다가갔다. 그러자 그것을 막기 위해 다른 기사들이 창을 들고 새롭게 돌진해왔다.

진퇴양난이었다. 어쩔 수없이 기사들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는 동안 쓰러진 기사를 처치할 타이밍을 놓치게 되었다.

쓰러진 기사들에게 다가갔을 때에는, 이미 그들은 일어나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스킬! 십자 베기!"

"스킬! 일도양단!"

기사들의 스킬이 발동되자, 검기들이 사방에 난무를 했다. 사신거미는 급가속과 순간적인 기지로 그것을 피해내고, 기사들의 투구의 눈구멍과 갑옷사이의 빈틈에 낫을 박아 넣었다.

기사들은 사신거미의 낫에 찔려 죽어갔다. 독이 빠르게 작용하여 해독 포션을 마실 틈도 없었다. 사신거미의 독은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기사들은 죽어 가면서도 자신의 기술을 성공 시켰다.

거미의 두개의 다리가 추가로 잘려 버리고, 몸통에는  상처가 생겨났다. 앞서 잘린 다리들은 회복되고 있었지만, 추가로 다리 두개가 잘리는 고통과 몸통에  큰 상처는, 순간적으로 사신거미를 멈칫거리게 했다.

 순간 기사의 기병창이 거미의 몸을 꿰뚫었다. 거미는 꼬치에 꽂힌 고기처럼, 창에 몸이 박혀 들어 올려졌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참고 남은 다리로 창을 밀어내며 그 반동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반대쪽에서 다가오는 기사의 눈구멍에 낫을 박아 넣었다. 칼에 베이고, 창에 뚫린 몸통에서, 거미의 체액이 날아올라 다가오는 다른 기사의 갑옷에 튀었다.

기사의 갑옷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사신거미의 산성 체액은 기사의 갑옷을 부식시켰다. 그러자 기사들은 잠시 멈칫했다. 그 틈을 노려 포위에서 벗어났다.

사신거미의 상처가 크지만, 재생스킬은 빠르게 거미의 상처를 회복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기사들과 기병들은 거미가 상처를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기사들은 창으로 계속 돌진해오고, 쇠사슬 그물을 다 던진 기병들은, 안장에서 투창들을 꺼내 던지기 시작했다.

말이 없는 기병들도 땅에 떨어져 있는 쇠사슬 그물을 들고 다가왔다. 그들도 거미에게 쇠사슬 그물을 던지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죽어가는 기병과 기사들이 늘어나는 만큼, 거미의 상처는 늘어갔다. 그들은 거미가 회복을 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기병들의 차륜전에 거미의 생명력은 바닥이 나고 있었고, 사신거미의 팔다리가 회복되는 것이 무섭게 다시 잘려나갔다.

이들은 거미의 이동을 계속 가로 막으면서, 거미가 다른 곳으로 도망을 못 치게 하고 있었다.
 사이에 병사들과 마법사들이 근처로 다가 왔다.

병사들은 방배 벽을 세워, 마법사들을 촘촘히 방어했다. 마법사들은 일제히 마법을 영창하고,  신호에 맞추어 기병들은 거미에게서 멀어져갔다.

"파이어 에로우!"

"파이어 스피어!"

"파이어 웰!"

"파이어 필드!"

"파이어 볼!"

"아이스 볼트!"

"아이스 필드!"

"아이스 드릴!"

"라이트닝."

수십 개의 마법이, 동시에 거미를 향해 날아왔다.

급가속 스킬과 순간적인 기지 스킬을 동시에 사용하여, 마법들의 폭풍을 피했다. 하지만 거미의 하반신이 땅에서 쏟아 오른 아이스 드릴이 박혀서 지상에 고정되었다. 순간적으로 움직임이 봉쇄되었다.

 사이에 마법사들은 2차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스스로 하반신을 낫으로 베어내고, 기사들 쪽으로 달려갔다. 마법사들의 마법 공격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기사들은 그러한 거미를 피해 물러났다. 기사들은 거미에 대한 마무리를 마법사들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그러나 급가속 상태의 사신거미는, 아슬아슬 하게 기사의 말 등에 올라 탈 수 있었다. 기사는 팔꿈치와  손잡이로 거미를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거미는 기사의 목가리개를 산성용액으로 녹이고, 목에 독니를 박았다.

기사를 죽이고, 말 등에 매달려 포위진을 벗어 날려 할 때, 마법사들의 2차 마법들이 날아왔다. 파이어 볼이 정확하게, 말과 함께 거미를 날려버렸다.

‘으아아악!’ ‘아아악!’ ‘뜨거워!’

나는 게임에서 강제로 로그아웃 당했다. 그리고 나는 캡슐 속에서, 한동안 계속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사신거미는 그렇게 죽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 동안 죽은 사람처럼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 있었다. 지은이가 걱정하였다. 그녀는 내가 기운을 차리도록 이것저것을 챙겨 주었으나, 한동안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죽은 사람처럼 소파에 누워 있으니, 지은이가 다가왔다. 나의 옆에 누워서, 머리를 쓰담 해주었다 .내가 평상시에 지은이에게 해주던 행동이었다.

그리고 머리를 쓰담아 주던 손이 얼굴로 내려와, 나의 눈과 입술을 더듬었다. 그녀의 서툰 손길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가 나의 마음을 위로해 줄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거미는 죽었지만, 자신은 나의 옆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아 달라는 듯이, 자신의 입술로 나의 입술을 덮었다.

그녀의 떨리는 입술은,그녀가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는지 알려 주고 있었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이러한 시도를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늘 이런 일은 내가 리드를 했었다.

그녀의 자그마한 혀로 나의 입술을 벌리고, 자신의 혀를 나에게 집어넣을 했다. 내가하는 행동을 본받아 자신이 시도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프렌치 키스로, 나를 위로 해줄려는 것이다.

나의 입속에서 그녀의 서툰 혀 놀림이 느껴져서,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여기에서 웃으면 그녀의 노력에 대한 실례였다.

하지만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사신거미가 죽은 충격에서 조금이나마 벗어 날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온몸을 한동안 끌어 안아주었다. 품속에서 꿈틀대는 그녀가 귀여웠다.

그녀의 얼굴을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우리 지금 땅을 보러 갈까?"

"갑자기 무슨 땅요?"

그녀가 영문을 몰라 되물었다.

"이번에 돈을 많이 벌었으니, 미리 땅을 사놓자. 내가 지은이에게 저택을 지어 주기로 약속했잖아."

"그건 저택을 지울 돈을 모은 후에 사야 되지 않아요? 아직 그 정도는  모았잖아요?"

"아니 지금 사야해. 지금도 새로운 사람이 사후 세계로 계속오고 있잖아. 그들은 대부분 부자이고, 얼마 지나면 괜찮은 저택부지는 구하기 힘들 거야. 그러면 가격은 더 올라 갈거니, 지금 사야해. 그리고 사신거미 덕분에 돈이 꽤 모였어. 지금이면 괜찮은 곳으로 살  있을 거야."

"음……. 그럼. 제가 하군데 봐둔 곳이 있어요. 짐 케리 아저씨네 근처인데, 바로 옆에 호수도 있어요."

"그럼. 말 나온 김에 지금 바로 보러 갈까?"

오랜만에 지은이와 함께 외출을 했다. 게임에 빠져 지은이를 못 챙겨준 것이 갑자기 미안해졌다.

땅은 1,000평 정도로, 바로 앞에 호수가 있어 괜찮은 부지였다. 주변에는 할리우드의 배우들이 살고 있었다. 갑부들이 사는 최고급 부지는 아니지만,  다음 단계의 고급 저택 부지였다.

100만 달러를 주고 그 땅을 샀다.

그리고 호수가 보이는 명당자리에 자그마한 비석을 세웠다. 그리고 비석에 문구를 세겨 넣었다.

-나의 전우 에이미가 여기에 잠들다.-

지은이가 에이미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며 물어왔다.

"오빠. 에이미가 누구에요?"

"사신거미의 이름이야. 암거미라서 여자이름으로 지었어."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이탈리아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였다. 그곳에서 고급 저택 부지를 구입한 것을 자축했다.

에이미는 그렇게 사후세계의 나의 저택부지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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