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85. 타락한 자의 말로.
*타락한 자의말로.*
그린스킨 무리는 겨울이 오기 전에 아크론 산맥을 넘어 맞은편 능선으로 넘어 갈수 있었다. 아크론 산맥의 북쪽 능성은 남쪽과 달리 그리 가파르지 않았다.
능선을 따라 아크론 산맥의 북쪽으로 나아갔다. 산의 능선을 따라서 포도밭과 과실수, 농경지들이 펼쳐져 있었다. 아크론 산맥 북쪽지역 은상대적으로 평탄하여 인간들에 의해 개간이 상당히 진척되었다.
숲은 인간들의 경작지 사이에 조금씩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고, 추운 겨울을 우선 여기에서 보내기로 했다. 인간들의 영역 사이의 잘게 쪼개진 숲 중 하나에 숨어 들어갔다.
그곳에는 다른 고블린들이 동굴에서 부락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에 정착할 마음이 없었다. 이곳은 잠시 겨울만 지낼 생각이었다. 이곳에 사는 고블린들 과는 서식 영역을 가지고 분쟁을 할 생각이 없었다.
우리가 여기서 정착을 할 마음이 없으며, 겨울만 여기서 보내고 나면 떠날 것임을 그들에게 약속해주었다. 그리고는 산맥을 넘어오며 잡은 샤냥감과 모피를 가지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철기들과 교환하였다.
그들은 인간의 농기구와 각종공구, 무기류까지 다양한 철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 지역의 특성상 인간과의 교류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았다. 주변에 코볼트의 광산이 없는 이곳에서 철기를 얻을 방법은 인간을 통해서 밖에 없었다.
여기의 고블린에게 물물교환을 한 덕분에, 무기와 각종 철기구를 만들 철을 구했다. 대장장이는 마을이 들어설 자리에 간이 대장간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손상 된 무기와 갑옷을 수리하고, 겨울을 보낼 마을을 건설할 도구를 생산해 내었다.
나무를 벌목해서 목책을 만들고, 족장의 집과 성소, 대장간, 전사들의 숙소, 애송이들을 위한 집단숙소, 그리고 고블린 가족들이 머물 작은 집들을 건설하였다. 그렇게 추운 겨울을 날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이 지역의 고블린들은 그린스킨들이 한 계절을 지내기 위해, 마을까지 건설하는 것을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여기의 고블린들은 제대로 집도 짓지 않고, 동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는 한겨울을 보내기 위해 마을가지 건설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그것은 서로의 생각의 차이였다. 그린 스킨들은 나름 문명을 경험해 보았다. 동굴에 사는 것보다 집을 건설하여 제대로 된 생활을 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라고 동굴에 갇혀서 시간만 보내는 것을 시간 낭비이라고 생각했다.
마을을 건설하는 것은 값어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크론 숲에서의 영광을 단편을 다시 재현하는 일이었다.
그린스킨들은 여기의 고블린들과 생각과 행동 등에서 많은 면에서 달랐다. 그린스킨들은 이미 기존의 고블린들과는 어떤 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종족이 되었다. 시스템이 마라의 가치를 100만 달러로 책정한 데는 이러 점이 작용을 했다.
이러한 그린스킨들의 행동을 이곳의 고블린들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고블린이 마을을 건설하다니, 자신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우리가 정말로 숲에 마을을 건설하자 그들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린스킨들이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영역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 의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커져만 갔다.
반면에 그린스킨들은, 이곳의 고블린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경멸과 분노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 지역은 인간의 경작지와 숲이 뒤섞여 있는 곳이라, 인간과 고블린 사이의 분쟁이 잦았다. 인간들은 봄과 가을까지는 숲의 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고블린이 사는 숲으로 들어왔다. 반면에 고블린들은 숲의 식량이 부족해지는 겨울이면, 방어 시설이 제대로 안되어 있는 농가나 소부락을 습격을 했다.
이러한 고블린의 습격을 막기 위해, 인간들은 고블린들을 수시로 토벌을 했다. 원래 고블린과 인간은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이긴 하지만, 여기는 유난히 서로에 대해 적대적이었다.
이러한 증오는 고블린들의 인간들의 농가의 습격에서도 나타났다. 고블린들이 인간들을 습격을 하면 남자는 고문하여 죽여 버리고, 여자들은 동굴로 데리고 와서 고블린의 노리개로 삼았다.
마치 서부 개척시대에 아메리카 인디언과 서부개척민들이 서로의머리 가죽을 벗기고 상대방의 여성을 농락하고 죽이는 것과 비슷했다. 서로에 대한 증오가 과도하게 잔인한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들의 무리는 인간과 자주 접하면서, 인간에게 성욕을 나타내는, 이상성욕을 가진 고블린들이 많았다. 그런 고블린의 동굴 안에는 인간 여자의 신음소리와, 고통에 괴로워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19금 판타지 소설 속에 자주 나오는 고블린의 모습이, 여기의 고블린들에 의해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었다.
이 지역의 고블린의 형태는 나름 신을 섬기고, 문화를 가지고 있는 그린스킨으로서는 참고보고 있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린스킨이 인간들과 전투를 한 것은, 당당하게 전쟁을 통해서 싸운 것이었다. 그것은 신의 이름으로 인간들과 벌인 전쟁이었을 뿐 증오로 시작된 학살은 아니었다. 그 전쟁에서 포로를 고문하거나 즐기기 위해 괴롭히는 일은 없었다.
인간의 여자를 데리고 와서 성노리개로 삼는 일은 더욱 없었다. 그린스킨들에게 번식 행위는 더 많은 자손을 가지기 위한 일이었다. 거기에 변태적인 개념은 없었다. 게다가 신은 사제에게는 금욕을 강조하였다.
그린스킨들에게 이 지역 고블린들의 행태는 혐오감을 안겨주었다.
특히 사제의 경우는 길길이 분노하였다. 저들을 타락한 자라 부르고, 신의 말씀을 모르는 자들을 섬멸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렇게 양쪽의 긴장감이 점점 높아졌다. 양쪽 진영의 긴장을 낮추기 위해, 마라와 동굴 고블린 무리의 족장이 회담을 하였다.
동굴 고블린 무리의 족장은 고블린 인간이었다. 덩치가 거의 홉 고블린인 마라와 비슷했다.
홉 고블린인 마라의 경우, 고블린이 요정 족이었다는 오래된 속설과 같이, 고블린 치고는 깔끔한 모습이었다. 요정족의 일종인 엘프와 약간 비슷했다. 어떻게 보면 열화 된 엘프의 모습이었다.
반면에 고블린 인간은, 고블린과 인간의 단점이 기괴하게 뒤섞인, 보기에 매우 추한 모습이었다. 들려오는 소문에 따르면 이족장은 모습과 마찬가지로, 사악하고 포악한 녀석이었다.
고블린 동굴에서 고블린 인간으로 자라면서 차별받고 괴롭힘을 당해, 잔인하고 의심 많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고블린들이 인간을 잡으면, 이 녀석이 가장 잔인하게 가지고 놀다가 죽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다른 고블린보다 더 큰 덩치로, 고블린들을 공포로 다스리고 있었다.
회담은 양 진영의 중간에서 시작되었다.
" 동굴 고블린 족장님. 우선 오해를 사게 된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립니다."
"사과가 무슨 의미가 없소. 여기를 떠나시오."
"이 추운 겨울에 어디를 떠나겠습니까. 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떠나는 것을 약속 하겠습니다."
"그럼 산양의 모피 20개를 바치시오. 그럼 겨울을 지낼 것을 허락하겠소."
"알겠습니다."
부족의 전사들은 왜 우리가 저런 녀석들에게, 모피를 바쳐야 하느냐고 난리였다. 우리의 능력이라면 그냥 저들을 쓸어버릴 수 있으니, 그냥 저들을 쓸어버리자고 성화였다.
"여기는 그들의 땅이고 우리는 손님일 뿐이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봄이 되면 떠나면 그 뿐, 여기에서 불필요한 피를 흘릴 필요는 없었다.
"우리가 싸워야 할 곳은, 프라우나대수림의 숲속에서이다. 그곳에서 진정한 우리의 땅을 얻기 위해 , 우리는 싸울 것이다."
여기서 동굴 고블들과 싸워봐야, 우리가 얻을 것이 없었다. 그냥 지나가는 땅일 뿐이었다. 괜히 그들을 물리치면 그것이 더 문제였다. 그린스킨들은 싸워서 얻은 이 숲에 눌러앉으려고 할 것이었다. 그러면 다시 떠나기만 힘들어질 뿐이다.
이 숲은 그린 스킨들이 성장하기에는, 너무 작은 숲이었다.
동굴 고블린과의 문제는 그렇게 일단락하고, 겨울을 날 식량과 그들에게 바칠 모피를 입수하기 위해, 전사들과 함께 겨울의 아크론 산맥을 올랐다.
추위를 헤치고 산을 올라 겨울을 보내고, 있는 산양 수십 마리의 무리를 발견하여 사냥을 했다. 추가로 10여 마리의 산양들을 길들여 그들을 탈것으로 삼았다. 산양의 등에 모피와 고기를 싣고 마을로 내려왔다. 그런데, 마라가 사냥을 다녀온 사이에 마을의 상태가 이상했다.
마을을 보호하는 목책의 상당부분이 파괴되어 있었다. 전사들이 아크론 산맥으로 떠난 사이에, 동굴 고블린들의 습격이 있었던 것이었다.
다행히 목책을 제대로 만들어져 있어 단단한 방어벽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사제를 중심으로 남아 있는 고블린들이 힘을 합쳐, 그들의 습격을 막아 낼 수 있었다. 동굴 고블린들의 습격으로 부상자가 다수 생겨났으나, 사제의 힐로 사망자 없이 그들의 습격을 막아내었다.
전사들은 그들의 비겁한 행위에 분노 하였다. 나도 그들의 분노에 응하기로 하였다. 그들은 평화를약속하고 그 대가를 받았음에도, 우리의 뒤통수를 노렸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응징을 받아 마당 했다. 나는 신의 이름으로 타락한 그들을 쓸어버리는 성전을 선포했다.
10여명으로 늘어난 산양전사들을 이끌고, 고블린의 동굴로 찾아갔다. 그들은 우리의 공격을 예상하고 경계하고 있었다.
우리가 그들의 울타리도 다가가자, 그들은 화살을 쏘았다. 고블린은 활은 토끼도 쉽게 잡지 못한다는 말답게, 그린스킨의 단단한 갑옷을 뚫지 못했다.
그들의 화살을 피해, 동굴 앞에 처진 낮은 울타리를, 산양의 점프로 뛰어 넘었다. 부락 안으로 들어간 마라는, 빠르게 창을 휘둘렀고, 동굴 고블린들은 마라의 창날에 전신이 베였다.
그들도 독을 바른 창을 들고 저항을 했으나, 급가속, 순간적인 기지, 용맹을 사용하는 마라의 몸에 상처를 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설사 창에 베이더라도, 독 저항과 재생스킬이 있는 마라에게는 문제가 안 되었다.
이곳에서 마라는 전쟁의 신이 되었다. 마라가 지나가는 자리에 동굴 고블린들의 시체들이 널브러졌다.
마라가 동굴 고블린들 사이에서 무쌍을 찍고 있는 그 사이에, 다른 산양전사들도 울타리를 넘어 왔다. 동굴 고블린 족장은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무리를 이끌고 동굴로 후퇴를 했다.
동굴안의 협소한 곳에서, 창으로 저항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좁은 동굴 안으로 그들을 따라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 대신에 동굴 입구에 나뭇가지를 잔뜩 쌓아놓고 불을 피웠다. 나뭇가지가 타면서 내는 연기가, 동굴 안으로 퍼져 들어갔다.
동굴 안에 연기로 가득차자, 동굴 고블린들은 살기 위해 거센 불길을 뚫으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입구에 도달하기 전에 연기에 질식해 죽거나 불에 타죽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동굴 속의 고블린들이 다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자,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입구에는 연기를 피해 입구로 나오다가 타죽은 고블린들의 시체가 잔뜩 있었다. 통굴 안에도 통로마다, 고블린들이 쓰러져 있었다.
식량창고에는 섞어가는 음식물이 가득 차 있었고, 보물창고에는 인간들에게 약탈한 귀중품과 무기 등 철기구들이 잔뜩 있었다. 우리에게 인간들의 귀중품은 필요 없었다. 그들의 보물 중 그린스킨 부족에게 필요한 철만 들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교미실 이었는데, 고블린들은 마지막 순간에도 교미를 하려했는지, 고블린들의 시체들이 잔뜩 있었다.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는 번식용이 강해지는 모양이었다.
교미실에는 고블린들 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여자로 보이는 시체도 여럿 보였다. 교실실의 가장 안쪽에서 동굴 고블린의 족장의 시체를 발견했다.
동굴 고블린 족장은 죽음의 순간을, 번식에 대한 욕구로 잊으려고 했는지, 어느 인간 여인의 몸 위에 올라탄 채 죽어 있었다. 타락한 고블린의 말로와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는 죄악으로 가득 찬 동굴을 불태웠다. 불은 그들의 타락함도 정화 시켜 줄 것이었다.
찝찝한 마음을 떨쳐버리고, 전사들을 이끌고 마을로 되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