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뒷목이 뻐근해질 만큼 아파왔지만, 단이는 차마 다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벗은 몸이나 다름없는 결을 똑바로 쳐다볼 용기가 없었다.
창피함과 더불어 설명할 수 없는 요상한 기분이 자꾸만 가슴을 간질였다.
어찌할 줄 모르고 눈치만 살피고 있자니, 천만다행으로 보선 어멈이 그녀에게 할 일을 가르쳐 주었다.
“너는 저쪽에서 향취가 달아나지 않도록 수시로 목욕물에 차 주머니를 넣거라.”
“예.”
단이는 뭐라도 할 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얼른 보선 어멈이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하필 차 주머니가 있는 곳이 결과 정면으로 마주 보는 방향이었던 것이다.
‘으앗……!’단이는 또 제멋대로 결에게 향하려던 시선을 가까스로 붙잡아 차 주머니에 고정시켰다.
고작 주인의 목욕을 돕는 일이거늘.
어찌 이리도 떨린단 말인가.
콩닥콩닥 뛰어오르는 가슴에 얕은 숨은 빨라졌고, 피는 죄 얼굴로 쏠려 양 볼이 뜨거웠으며, 자욱한 수증기와 열기로 눈앞은 팽글팽글 돌았다.
제가 왜 긴장하는지도 알 수 없어 억지로 숨만 꾹 누를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순간 결이 눈을 감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결의 시선까지 받았다간 긴장으로든 열기로든 정신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단이는 최대한 결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며 시선을 차 주머니에 묶어두었다.
찰박, 찰박.
그의 몸에 물을 끼얹는 소리가 단이의 예민한 청각을 아슬아슬하게 건드렸다.
두 번째 차 주머니를 물속에 넣은 단이는 슬그머니 눈을 들어 결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고 있었다.
그 덕에 툭 불거진 목울대가 마치 암벽에 솟은 바위처럼 보였다.
온몸이 바위로 이루어진 듯한 단단한 상체는 물에 흠뻑 젖어 퇴폐적이면서도 야성적인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성인 남자의 몸을 제대로 보는 건 난생 처음인지라.
단이는 왠지 모르게 부끄럽기도 하고, 또 그의 거대한 몸이 주는 위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러나 그중 유난히 단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으니.
‘흉터가…… 엄청 많아.’크고 작은 흉터들이 그의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듯한 흉터부터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흉터까지.
심지어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아 딱지가 남아 있는 것도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이리 섬뜩한데, 그 상처를 직접 겪은 결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가 이제껏 어떤 일들을 겪어왔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심 다점에서 있었던 일은, 어쩌면 저분에겐 일상이었을 수도 있겠구나.’조선의 국경을 함부로 넘어오는 이방인들과 싸우는 것이 그의 업이었으니.
저 무수한 상처들만큼이나 생사를 오가는 일 또한 많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단이는 괜스레 마음이 이상해졌다.
분명 나보다 훨씬 더 강인하고 힘이 센 분이신데.
그런 결이, 지금은 누구보다도 힘들어 보여서.
저 거대한 몸이 한없이 지쳐만 보여서.
말도 안 되는 생각이란 걸 알지만, 왠지 그에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인 것 같았다.
감히, 주제넘게도.
“……!”
안쓰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결을 바라보던 그때.
언제 눈을 뜬 건지 결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굳게 닫혀 있을 줄만 알았던 눈꺼풀 밑으로 검은 눈동자가 단이를 똑바로 응시했다.
일렁이는 뜨거운 아지랑이 속에서도 단단히 굳은 냉기를 잃지 않은 채.
놀란 단이는 황급히 그의 시선을 피하며 다시 차 주머니에 집중했다.
쿵, 쿵, 쿵, 쿵.
심장이 세차게 뛰어 온몸이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결의 시선이 얼굴에 와 닿는 것이 느껴졌지만, 단이는 애써 모르는 척 세 번째 차 주머니를 물속에 넣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퍼진 파동이 거침없이 밀려가 결의 몸을 건드렸다.
그 연약하고도 선명한 감촉에 결의 눈빛이 한층 더 짙어졌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단이의 행동은 무척이나 불안정해 보였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도 그녀가 당황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못 본 척 넘어가줄 수도 있었지만 어쩐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조금 전 저 아이가 보인 그 눈빛 때문에.
묘하게 감정을 건드리는 눈이었다.
마치 제 속을 전부 들여다본 것처럼.
자신조차 외면하며 깊은 심연에 감추었던 것을, 너무도 쉽게.
결의 미간이 서서히 좁아졌다.
“…….”
어찌하여 건드리느냐.
무엇을 감당하게 될 줄 알고.
“이만하지.”
결이 자리에서 빠르게 일어나자, 거대한 몸이 빠져나간 자리만큼 물이 세차게 일렁였다.
“아…….”
넘쳐흐른 물은 순식간에 욕조를 타고 넘어가 단이의 치맛단을 적셨다.
무릎을 굽히고 있던 터라 치마가 반 이상 젖고 말았다.
당황으로 얼룩진 눈이 위를 향했다가 도망치듯 바닥으로 숨어들었다.
결은 제 앞에 엎드린 그 동그란 머리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저 화풀이인가. 아니면 경고인가.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가슴속에서 요동을 친다.
짜증 같기도 했고, 의문 같기도 했다.
그도 아니면 저 아이의 운명에 대한 안타까움이거나.
어쩌면, 제 속을 꿰뚫어보았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지도.
무엇이든 간에 가슴을 꽉 막히게 할 만큼 지독한 것임엔 분명했다.
자신답지 않은 순간이었다.
조금 전 저 아이의 손끝에서 일었던 얕은 파동이 살갗에 스며들어 제 몸속으로까지 들어온 기분이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몸으로 걸어 나간 결은 수건을 집어 들며 보선 어멈에게 말하였다.
“의관은 알아서 정제할 테니, 내 방으로 아무도 들이지 말거라.”
“그럼 차는…….”
“오늘은 다녀와서 마시도록 하지.”
수건으로 얼굴과 상체의 물기만 훔친 결이 맨 상체 위에 그대로 도포를 덮었다.
마지막까지 단이를 응시하던 눈길은 이내 돌아선 발걸음과 함께 사라졌다.
“하아…….”
결의 발소리가 완전히 들리지 않을 때쯤에서야 단이는 뭉쳤던 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마치 그의 시선에 형체가 생겨 제 목을 틀어쥐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만큼 위압적이었고, 또 위험한 눈길이었다.
손으로 이마를 훔쳐보니 땀이 한가득했다.
윗옷 역시 수증기와 땀으로 젖어 있었지만, 무엇보다 치마가 완전히 젖어 안에 입은 속고의까지 축축했다.
누가 보면 그녀가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줄 알 정도였다.
원망하고 싶진 않았지만, 결이 일부러 그랬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힘들었다.
‘……이따가 대충 물이라도 끼얹어야겠다.’단이는 기진한 몸으로 정방을 정리하고 나왔다.
오늘 하루가 유독 길 것만 같았다.
***
“배(拜)-.”
상선의 묵직한 목소리가 온 내부를 울리며 근엄하게 퍼졌다.
결은 천천히 몸을 숙여 용상에 앉은 이선을 향해 절을 올렸다.
엄중하면서도 예를 다한 절이 이어지는 동안, 제수식(除授式)을 지켜보는 대신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언짢음이 가득한 눈들이었다.
결이 총 네 번의 절을 마치고 나자, 이선은 비단이 덧대어진 교지를 들어 상선에게 건넸다.
상선은 둘둘 말린 교지를 펼쳐 큰 목소리로 그 내용을 읽었다.
“어모장군 행훈련원 판관. 선략장군 서결에게 정 3품 하계 어모장군의 품계를 하사하는 바, 종 5품의 훈련원 판관에 관직을 제수한다.”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이에 결이 선창을 하며 절을 올리자, 나머지 대신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뒤따라 절을 올렸다.
절대로 들이고 싶지 않았던 이를 위하여 올리는 절이니, 어찌 기꺼울까.
그중에서도 영의정 남준백의 표정은 가히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어전이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박차고 떠날 기세였다.
관직을 제수받는 결조차 이 자리가 불편한 건 마찬가지였다.
입고 있는 관복에 수십, 수백 개의 가시가 달려 있는 기분이었다.
제수식뿐만이 아니었다.
이곳 한양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것 자체가 그에겐 고통이자 설움이었다.
그렇게 누구에게도 달갑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삼삼오오 자리를 빠져나오는 대신들의 입에선 마뜩잖은 수군거림이 흘러나왔다.
“굳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런 제수식을 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겨우 훈련원 판관 자리에 앉히는 걸 시간 아깝게 왜 보고 있어야 하는지, 참……. 주상 전하의 어심은 알다가도 모르겠소.”
“게다가 이건 북귀에게도 고문이 아니겠소.”
“고문이라니?”
“북귀는 전장에서 종횡무진하며 피 칠갑을 하던 이가 아니오.”
의아해하는 이들을 향해 말을 꺼낸 관료가 쯧,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그런 사람을 훈련원 판관으로 다리 묶어 앉혀 놓았으니, 이게 새장 속에 새를 가둬둔 것과 뭐가 다르겠소?”
“하긴. 그것도 제 가족 전부 죽어나간 한양 땅에서…….”
“으흠, 흠!”
그때였다.
등골이 서늘한 느낌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던 관료 하나가 숨을 집어삼키며 헛기침으로 말을 끊어냈다.
아무렇지 않게 별칭인 북귀로 칭했던 결이 하필 그들의 뒤에 있었던 것이다.
뼛속까지 얼어붙을 만큼 냉랭한 눈빛에 뒷말을 하던 이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성정이 포악하고 잔인하기로 유명한 북방 귀신이 아니던가.
당장이라도 칼부림이 날 거란 생각에 오금이 저릿해졌다.
결의 주먹이 단단하게 굳어진 순간.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더니, 조정의 뒷말은 북방 귀신이 다 듣는군.”
희롱하듯 가벼운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여유로운 걸음으로 다가왔다.
붓으로 그린 듯 매끄럽고 날렵한 턱 선, 분세수를 한 듯 희고 깨끗한 얼굴.
한 번 시선을 줄 때마다 아낙네를 줄줄이 홀린다는 눈매는 날카로우면서도 야릇한 색을 풍겼고, 버선코처럼 오뚝하게 솟은 콧대는 솜씨 좋은 장인이 손으로 빚은 듯 곧았다.
거기에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아랫배가 저릿해지는 입술은 핏빛 주사를 발라놓은 듯 붉었으니.
과연 웬만한 여인네들보다 더 곱고 수려한 용모의 미남자였다.
그러면서도 풍채는 뭇 사내들보다 좋아, 시원하게 뻗은 팔 다리와 큰 키가 청포의 관복을 기가 막히게 소화하고 있었다.
그의 등장에 대신들의 가슴이 또 한 번 쿵 떨어졌다.
“한낱 주춧돌에도 눈과 귀가 있다는 궐인데…….”
권도세가인 청주 한 씨의 자제이자 좌찬성의 아들, 병조 좌랑 한성조.
“벌써 사가에 돌아가셨다고 착각하신 겁니까.”
감히 정 6품의 관직으로 조정 대신들을 눈치 보게 만든다던 그가 이 일에 끼어든 것이다.
“흐, 흐음!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 내 잠시 깜빡하였구먼.”
“나, 나도 그러네.”
“얼른 가세들.”
대신들은 마지막 남은 체면을 허겁지겁 챙기며 도망치듯 멀어졌다.
그 뒤꽁무니를 한심한 눈으로 보던 성조가 이내 고개를 돌려 결을 보았다.
결 역시 눈길을 돌려 날렵한 눈매를 마주 보았다.
뜻을 알 수 없는 침묵이 흐르길 잠시.
“푸흐흐……!”
호쾌하게 웃음을 흘리는 성조에 결도 못 말린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성조는 결에게 가까이 다가와 걱정이라곤 일절 없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하였다.
“내 이러다 버릇없는 놈이라 소문나겠네.”
“신경 쓰이나.”
“그럴 리가. 그냥 그러지 않을까, 하는 감상이었네.”
이내 장난기를 지운 성조가 반가움 가득한 눈으로 결을 보았다.
“오랜만일세. 그간 잘 지냈는가?”
“뭐, 보다시피.”
“못 본 사이에 키가 더 큰 것 같은데. 어우, 이 어깨! 여연에 있는 동안 태산이라도 삼킨 겐가? 이젠 안을 수도 없겠어.”
“과장하는 버릇은 여전하군.”
“아니야. 정말 내 팔이 둘러지지 않을 것 같은데. 어디, 확인 차 한번 안아봐야겠네!”
“떨어져. 보기 흉하다.”
결이 밀어내는데도 성조는 부러 우스꽝스럽게 팔을 벌리며 장난을 걸었다.
관복을 입은 체통이라곤 궐의 담장 밖으로 내던져버린 것 같았다.
결국 결의 손에 제압을 당하고서야 성조는 앓는 소리를 내며 항복을 하였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한결같은 벗의 모습에 결이 낮게 실소를 쳤다.
실로 오랜만에 짓는 편안한 웃음이었다.
“앞으론 여연에 가지 않고도 자네를 볼 수 있겠군. 이젠 따로 노잣돈을 모으지 않아도 되겠어.”
지난 15년 간, 못해도 2, 3년에 한 번씩은 결을 만나러 그 먼 여연까지 왔던 성조였다.
두 사람은 거의 태어나면서부터 벗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다.
생일도 비슷하거니와, 한때는 친형제처럼 자라 서로에겐 둘도 없는 존재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함께 들이고 산이고 나가 사냥 놀이를 하며 무관의 꿈을 키웠으니.
사실 친형제보다 더 돈독한 사이라 해도 좋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한양에 왔다는 소식은 내 진즉에 들었네. 한데 어찌 내게 기별하지 않았는가?”
“오랜만에 돌아온 거라 정리할 것이 좀 많았어.”
“그 정리, 나와 함께하였다면 훨씬 수월했을 걸세.”
짐짓 서운한 표정으로 말하는 성조에 결은 그저 입가만 늘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정리하는 일에 어찌 다른 이가 필요하겠는가.
아무리 오랜 벗이라 한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여 결은 그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할 뿐이었다.
이 복잡다단한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그 속을 이미 짐작하고도 남는 터라. 성조는 그저 결의 어깨를 다독이며 진심을 다해 제 마음만 전하였다.
“어쨌든 자네가 돌아와 기쁘네. 잘 돌아왔어.”
“……고맙다.”
“오늘 밤에 둘이서 회포를 푸는 게 어떤가? 내 아주 기가 막힌 차를 들여왔는데.”
차. 그 한 단어에 결의 눈빛이 짙어졌다.
거짓말처럼 단이의 얼굴이 떠오른 까닭이었다.
동시에 썩 좋지 않은 기분까지도.
어째서일까. 한낱 차 시중드는 아이일 뿐이거늘.
왜…… 젖은 옷자락을 붙들고 눈망울을 흐리던 그 얼굴이 떠오르는지.
짜증일까. 아니면 의문일까.
혹은 여전히 그 아이의 운명에 대한 안타까움일까.
어쩌면, 자꾸만 제 속에 파동을 일으키는 그 작은 아이를 향한 두려움일지도.
실은 알고 있었다.
새벽의 일은 화풀이였다는 걸.
이 구역질 나는 한양 땅에 묶이게 될 운명이 비참하고도 처량하여, 애꿎은 그녀에게 화풀이를 하고 말았다는 걸.
자신을 가여워하는 그 눈빛에 기대고 싶어져서.
그러면 안 되는 걸, 너무도 잘 알아서.
“……왜 그러는가?”
성조의 물음에도 결은 대답 없이 생각에 잠겼다.
성조가 한 번 더 그를 부르려던 찰나, 저 멀리서 누군가 결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인사 행정을 위해 잠시 확인해줘야 할 게 있다는 거였다.
“거, 숨 돌릴 틈도 없이 뭐 이리 급하게 한담.”
성조는 제 선진인 병조 정랑을 보며 툴툴거렸지만, 이내 결에게 얼른 가보라며 손짓했다.
“조만간 내 놀러 가겠네. 자네 온다는 소식에 내 끝내주는 차를 구해왔거든.”
“시간 되면 부르지.”
“말만 하지 말고 꼭 불러주게. 안 그러면 내 멋대로 쳐들어갈 테니.”
같잖은 으름장에 결이 피식 웃고는 곧 발길을 돌렸다.
멀어지는 벗을 흐뭇하게 바라보길 잠시.
“그럼, 나는 이제 궁금한 걸 물으러 가볼까나.”
성조는 돌연 묘한 웃음을 띠더니, 어딘가를 향해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