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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를 훔쳐라-13화 (13/128)

#13.

연분홍색의 귀여운 드레스였다. 거울을 보는 히나는 마치 자신이 요정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얇은 천 몇 겹이 꽃봉오리처럼 오므라들며 가슴을 살포시 가리고 있었다.

아직 덜 여문 가슴을 가려주는 화려한 장식이 예쁘게 볼륨감을 만들어주었다. 드러난 어깨와 팔은 길게 내려앉은 머리 장식의 천이 살그머니 덮고 있었다.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가슴과 달리,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 라인을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는 드레스는 가느다란 허리를 강조하며 여성미를 뽐내었다.

가슴에 있는 꽃봉오리처럼 허리 밑으로 몇 겹의 천으로 이루어진 풍성한 치마는 마치 연꽃에서 막 태어난 요정을 연상시켰다.

‘이, 이게 정말 나?’

히나는 거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꽃봉오리에서 막 태어난 요정이 된 것 같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자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몸이었지만, 지금은 그녀의 눈에도 부족할 것이 없을 정도로 예뻤다.

“예쁘군.”

상품을 평가하듯이 카신은 히나를 위아래로 한 번 쭉 훑었다. 히나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드레스였다. 그 드레스를 황제가 골랐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이 드레스, 정말 제가 입어도 되나요? 아, 아니, 그것보다 전 일개 시녀인데, 높으신 분들만 계신 파티에 어찌 제가…….”

시녀들에게도 계급이 있었다.

히나는 귀족 출신도, 평민도 아니었다. 제국에서 성이 없는 사람은 천민이었다. 노예보다는 괜찮은 대우를 받았지만, 천대받는 것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애초에 대마법사인 카신의 시녀로 들어간 것도 서로 하지 않으려는 이유 때문이었다.

“폐하의 명을 거절할 셈이야?”

“하지만…….”

“드레스는 폐하께서 친히 보내신 거지. 생각보다도 더 잘 어울리는군.”

선물의 출처가 루이스라는 것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거울을 보고 기뻐하는 히나를 보니 불쾌했던 감정도 차차 수그러들었다.

“카, 카신 님께서도 잘 어울리십니다.”

겨우 거울에서 벗어난 히나는 어느새 연회장에 갈 준비를 마친 카신을 바라보았다.

카신의 방으로 따로 시종이나 시녀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그는 파티에 갈 준비를 깔끔하게 끝낸 상태였다.

‘맞아, 카신 님은 대마법사였지.’

황궁 마법사 중 대마법사만 입을 수 있는 단 하나뿐인 제복.

카신이 들고 있는 커다란 지팡이는 그가 대마법사임을 그녀에게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계속 한가로운 일상을 보낸 탓인지 몰랐던 사실을 깨닫기라도 한 것처럼 새로웠다.

어째서 카신이 대마법사인 걸까. 짓궂은 면도 있지만, 카신은 다정하고 친절했다. 대마법사라는 이유로, 황제와 친하다는 것 때문에 다쳐야 한다면 그건 너무 억울했다.

“자, 갈까?”

카신은 신사답게 정중한 몸짓으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히나가 손을 올리지 않고 멀뚱히 있자 그의 단정한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또 무슨 생각에 잠겨 있다. 이제는 얼굴만 봐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떠올리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히나.”

카신이 한층 낮은 목소리로 히나를 불렀다. 겨우 정신을 차린 히나는 그의 손에 재빨리 자신의 손을 올렸다.

“옳지. 오늘 넌 내 파트너이니, 딱 붙어 있도록 하거라.”

“네, 카신 님.”

어쩐지 요 며칠 카신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 아침까지도 전과 다름없는 표정이었지만, 히나는 왠지 그의 기분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오늘은 더 그랬다. 그 주변에 위험스런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평소와 똑같지만, 본능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근데 이걸 오늘 하루 종일 입고 있어야 하나?’

처음 입어본 드레스는 무척 예뻤지만, 그만큼 아주 무겁고 불편했다. 코르셋으로 꽉 조여진 허리와 처음 드러낸 어깨가 신경 쓰였다.

특히나 막 뛰어다니거나 몸을 크게 움직이면, 가슴부터 시작하는 드레스가 툭 떨어질 것만 같아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조심조심 걸어야 했다.

사실 뛰고 싶어도 당장이고 부러질 것 같은 높은 구두 때문에 빨리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불편하니?”

작은 보폭을 맞춰 카신이 아주 천천히 걷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따라가기 버거웠다. 길게 늘어진 치마 사이로 절대 보이지 않는 구두는 히나에게 높은 벽과 같았다.

그나마 카신이 잡아주고 있기에 망정이었지, 그가 잡아주지 않았다면 벌써 몇 번이고 넘어졌을 것이다.

괜찮다고 하려던 히나의 입이 대답을 미루고 꾹 다물렸다. 전혀 괜찮지 않았다. 절로 울상이 지어졌다. 이대로는 파티장에 가기도 전에 고꾸라질 것 같았다.

“쯧.”

짧게 혀를 찬 카신은 다른 손에 들려 있던 지팡이를 한 번 휘둘렀다.

황제는 눈이 높았지만, 여자의 불편함까지 살피는 세심함은 없었다. 카신은 속으로 황제의 단점을 집어내며 욕했다. 이걸로 앙금이 풀리지는 않았지만, 한층 후련했다.

“앗!”

순간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히나는 눈을 크게 뜨며 당장에라도 붕붕 뜰 것 같은 자신의 몸을 신기하게 내려다보았다.

“어, 어떻게 하신 거예요?”

대답 대신 부드럽게 웃은 카신이 히나의 손을 힘주어 잡고 끌었다.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몸이 가볍게 움직였다. 폭이 좁고 높은 구두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깃털이 땅에 닿았다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바닥과 발이 닿을 때마다 몸이 붕붕 떴다.

“우와, 정말 대단하세요!”

“이 정도야, 뭐…….”

카신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칭송이라면 질리도록 들어봤지만, 히나에게서 듣는 칭찬과 감탄은 다르게 느껴졌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질리지도, 시끄럽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듣고 싶었다.

“정말이에요! 어쩜 이렇게 대단한 마법을……!”

“그렇게 대단한 마법은 아니란다.”

중력을 조종하여 히나의 몸을 가볍게 했으니 대단하긴 대단한 것이리라.

그에겐 딱히 대수롭지 않은 마법이었지만, 다른 마법사들이 이 소리를 들었다면 입을 쩍 벌렸을 것이다.

고작 구두 때문에 발이 아프다는 여자를 위해 인체의 중력을 조종하는 섬세한 마법을 부린 걸 알면 말이다.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말거라. 마법이 사라지거든.”

“네!”

혹시라도 마법이 사라질까 봐 잡은 손에 힘을 꽉 주고 있는 히나를 보며 카신은 웃음을 삼켰다.

“손도 놓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란다. 날아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나, 날아가요?”

“바람에 날아갈 것처럼 몸이 가볍지 않아?”

다른 마법을 부려서 보다 더 편하게 해줄 수 있지만, 그건 그가 사양하고 싶었다.

지금 히나는 바람이라도 세게 불거나 누가 강하게 밀치기라도 하면 멀리 날아갈 것이다. 그만큼 그녀에게 신경을 쓰며 주시해야 하지만, 그는 아무래도 좋았다.

히나에게 신경을 쓰는 건 귀찮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핑계를 대서라도 더 지켜보고, 같이 있고 싶었다. 다른 마법은 다 필요 없었다.

“우와, 저도 마법을 부려보고 싶어요! 너무 신기해요!”

아무리 봐도 신기한지 히나가 아이처럼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며 해맑게 웃어댔다. 카신의 손을 꽉 잡은 채 발을 땅에 쿵쿵 굴러보기도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철부지 아가씨였다.

복잡하던 기분이 싹 사라졌다. 요 며칠 히나의 부모가 생존할지에 대해서 고민했었다. 만약 죽었다면 죽은 영혼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까지.

‘하지만…….’

그건 행복한 삶이 아니었다. 불행한 삶을 살며 세상을 통탄하고 원망하는 부모를 지켜봐야 할 히나를 생각하면 그 마법을 쓸 수는 없다.

“마법이 신기해? 처음엔 무서워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히나의 얼굴이 살며시 붉어졌다.

“비, 비구름을 없앨 땐 좀 무서웠지만, 그래도 그것도 신기했어요! 마법은 정말 신비롭고 멋져요. 물론 마법을 쓰는 카신 님도요.”

마법을 자랑하는 건 풋내기나 하는 짓이라 생각했다. 처음 마법을 깨우쳤을 때를 제외하곤 절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신은 괜히 쓸데없이 마법을 부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그렇구나. 그럼 다음엔 더 신기한 걸 보여주마.”

자신의 입에서 나온 풋내기와도 같은 자랑을 들으며 카신은 멋쩍게 웃었다.

‘아아, 귀여워.’

파티가 끝나면 이런저런 마법을 많이 보여주리라. 그때도 지금처럼 잔뜩 흥분한 얼굴을 붉히며 자신을 치켜세워 줬으면 했다.

‘이렇게 귀여운 건 곤란한데.’

카신은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어 픽 웃었다.

끝도 없이 커지는 마음이 이제는 무서울 지경이었다. 히나를 볼 때마다 귀엽고 사랑스런 감정들이 넘쳤다. 그때의 그 빛을 보지 않아도 그녀와 있으면 편안하고 안락했다.

한편 카신이 무슨 생각을 하든 말든 히나의 기분은 최고였다.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도 당연히 있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비한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여자의 로망과도 같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한껏 치장한 채 멋진 대마법사의 손을 잡고 근사한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는 무도회장으로 가고 있었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오늘은 임무고 뭐고 전부 잊자.’

히나는 최근 들어 카신을 속이는 것이 더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확신을 하자 죄책감은 그녀를 무겁게 짓눌렀다.

어서 풀토 공작을 만나 카신은 악한 마법사가 아니고, 통치에 능숙하지 못할 뿐 황제 폐하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휴가 또한 반납해 버리는 바람에 그 기회를 놓쳤다. 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파티장에서 뵐 수 있지 않을까?’

만나서 기회가 생긴다면 꼭 얘기해 줘야지.

오해가 풀린다면 항상 나라를 위하는 착한 풀토 공작이 전부 이해해 주리라.

시골 한적한 동네에서 히나가 본 싸움이라곤 고작 애들이 주먹을 치고받는 수준이었다. 그런 그녀가 배신과 암투로 얽히고설킨 정치 싸움을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소리요? 무슨 소리요?”

마차를 타고 파티가 열리는 아리나 홀에 도착하자마자 카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래전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단련시켜 예민해진 감각은 지금의 그에게 피곤만을 불러일으켰다.

“아니다. 들어가자꾸나.”

늦게 온 탓에 파티는 한창 물이 올라 있었다. 넓은 홀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고, 구석구석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머, 저분은?”

“분명 저 제복은…….”

뒤늦은 등장에도 카신이 들어가자 주변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황궁 마법사의 제복을 입은 장신의 마법사. 오래 살았다고 말하기 힘든 훤칠한 외모와 그의 키와 비슷한 길이의 마법지팡이.

아무도 소개를 하지 않았지만 홀에 있는 모두가 대마법사 카신을 알아봤다.

“오호.”

지루함을 참아내며 가장 높은 상석에 앉아 있던 루이스는 일순 조용해진 파티장을 둘러보았다. 멀리서도 눈에 확연이 튀는 잘생긴 청년을 보는 순간 루이스의 눈동자에 반가운 이채가 돌았다.

“저기, 원래 파티는 이런 건가요?”

대마법사 카신의 팔을 붙잡고 들어서는 히나에게도 많은 시선이 꽂혔다.

섬뜩할 정도로 조용해진 홀에 누군가 소곤거리는 소리가 퍼졌다. 거짓말처럼 흐르던 정적이 깨지며 주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카신과 히나에 대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다들 이제껏 별궁에서만 조용히 지내던 대마법사가 외출을 나온 이 놀라운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바빴다.

“오오, 카신. 여기까지 무거운 발걸음을 하셨군 그래. 어서 오게.”

황제가 상석에서 내려와 친히 누군가를 맞이하는 일은 드물었다. 특히나 사적인 장소도 아닌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공적인 공간에서.

하지만 그 누구도 황제인 루이스가 직접 발걸음을 옮기며 카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얼마 전, 폭우까지 막아낸 대마법사에게 이 정도의 환대는 당연했다.

“폐하를 뵙습니다.”

“폐, 폐하를 뵙습니다.”

예를 차리며 인사를 하는 카신을 따라 히나도 고개를 숙였다. 카신의 옆에 있는 히나를 보는 루이스의 시선이 미묘하게 변했다.

‘정말 왔군.’

루이스는 카신의 시녀를 바꾸기 위해 수십 번이고 서신을 보내고 찾아간 것을 후회했다. 만약 그때 바뀌었다면 평생에 한 번 올까 한 기회를 걷어차는 꼴이 됐으리라.

‘이렇게 재밌는 걸 놓칠 뻔했다니.’

어차피 위험은 카신이 막아준다고 약속했다. 대마법사인 카신을 뒤에 둔 역대 황제 중에 돌연사를 하거나 사고사를 당한 황제는 단연코 없었다.

‘순진한 게 살살 꼬시면 잘 넘어오겠어.’

어쩌면 그 무엇에도 흥미가 없는 카신을 움직이게 할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 희망에 루이스는 한껏 미소를 지으며 히나를 기꺼이 환대했다.

“환영하네. 그러니까…… 이름이 뭐라고 했지?”

평소 루이스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무척이나 아까워했지만, 고작 시녀의 이름을 묻는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전에 물었을 때 외워두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다.

루이스는 기회를 잘 잡는 편이었다. 다른 황제들과 다르게 은둔 생활을 즐기는 카신과 그나마 더 나은 관계를 가진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감과 상황에 따라 빠르게 돌아가는 머리 때문이었다.

“히, 히나입니다, 폐하.”

“그렇군. 히나 양, 오늘 즐겁게 파티를 즐기게.”

“네, 폐하. 감사합니다.”

여태 그리 불러도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던 카신이 친히 걸음을 해주었다. 이건 엄청난 수확이었다.

“앞으로 자주 봤으면 좋겠군.”

“예, 폐하.”

빙긋 웃는 루이스를 보며 카신은 히나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그녀를 뒤로 감췄다. 불만이 담긴 시선이 루이스에게 향했다.

“폐하의 말씀대로 저희는 파티를 즐기도록 하죠.”

인사도 제대로 건네지 않고 무례하게 떠난 카신을 나무라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뭐가 좋은지 오늘따라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은 채 자리로 돌아온 루이스에게 황비인 헬렌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뭐가 그렇게 신나신 겁니까? 그보다 의외입니다. 대마법사께서 오시다니요.”

“내가 온다고 하지 않았나?”

며칠 전 잠자리에서 카신이 여자를 데리고 파티에 참석할 거라고 지나가듯 말했던 루이스의 말을 헬렌은 거의 믿지 않았다.

단순히 농담이라 치부했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었다.

이제껏 카신은 무례할 정도로 그 어느 파티에도 오지 않으며 은둔 생활을 즐겼다.

처음 황태자비가 되고 카신을 보았을 때 헬렌은 그가 무척이나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번이고 그의 위대한 마법과 그 힘에 대해 직접 보고 듣고는 입을 다물었다. 오히려 카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정중히 대했다.

“그런데 저 레이디는 도대체 누굽니까?”

“글쎄. 나도 그게 궁금하다네.”

히나의 어깨를 감싸며 보호하는 카신을 보며 루이스의 입매가 더 올라갔다.

“확실한 건 앞으로 저 레이디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거지.”

카신과 히나의 뒷모습을 보고 그 뜻을 깨달은 헬렌은 잠시 넋을 놓았다.

‘저 무례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게으름뱅이가 설마…….’

다른 의미로 헬렌은 무서워졌다. 애초에 그녀는 카신을 인간 취급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카신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만 했다.

세상엔 참 별의별 일이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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