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6권 (11/520)

달빛조각사 6권

절망의 평원에서 진행하게 된 프레야 교단의 의뢰!

조각 변신술로 오크들과 합류하고, 다크 에르의 성을 공략하라!

바르칸 데모프를 추종하는 네크로맨서들을 소탕하는 퀘스트를 하던 위드는 약간의 자비심을 발휘했다. 마지막 순간에 네크로맨서들을 살려준 것이었다.

혹시나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 때문이었는데 그 덕분에 난이도 A급의 퀘스트가 발생했다.

불사의 군단.

리치 샤이어가 이끄는 언데드 군단과의 전쟁이었다.

오크와 다크 엘프들과의 연합으로 불사의 군단을 물리쳐야 한다.

네크로맨서 바라볼과 왕실 깃들, 병사들이 위드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위드는 답했다.

"오크들과 다크 엘프들의 힘을 합친다고 해도 불사의 군단을 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다시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샤이어가 이끄는 불사의 군단' 퀘스트를 받아들이지 않으시겠습니까? 미공개 직업인 네크로맨서들의 등장과도 연계된 퀘스트입니다.

"나는 불사의 군단과 싸우지 않겠다."

-퀘스트를 거부하셨습니다.

"그런......"

바라볼이 현저히 실망한 얼굴을 했다.

"대장님! 대장님의 결정을 믿울 수가 없습니다."

평소에 위드를 열심히 추종하던 부관이나 베커들이 격렬하게 항의해 왔다.

왕실 기사들도 차갑게 돌변했다.

"정의에 대해서 모르는 자로군! 기사도를 배워 본 적은 있는 건가?"

"약한 이를 돕고 악인을 처단한다. 하기야 조각사 주제에 기사도를 논한다는 자체가 무리지!"

병사들과 기사들의 충성도와 친밀도가 한순간에 상당히 떨어졌다.

"설마 이런 결정을 내리실 줄이야."

"신앙심이 투철한 위드 님이 악의 세력을 방관하시다니...믿을 수가 없군."

프레야 교단에서 파견 나온 사제들도 위드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모든 이의 미움을 받게 된 위드!

그런데 네크로맨서 바라볼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는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모양이로군. 불사의 군단은 우리 네크로맨서들만이 아니라 전 대륙이 관련된 일이라고 할 수 있네."

"나는 모르는 일이다."

"자네만이 우리들을 이끌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니 우리와 함께 싸워 주게."

띠링!

-샤이어가 이끄는 불사의 군단

세상에 숨겨진 비사!

바르칸 데모프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그를 어둠의 길로 빠뜨렸던 자는 제자인 샤이어였다. 그날의 전투 이후로 샤이어는 리치가 되어 불산의 군단을 재건하기 위해 몸부리쳤다.

그리하여 다시금 만들어진 불사의 군단!

오크들과 다크 엘프들은 살아남기 위해 전쟁을 그치고 서로 협력할 것이다.

모든 힘을 다 모아서 불사의 군단의 진격을 막고, 샤이어를 처단하라.

난이도: A

보상: 바르칸의 마법서

퀘스트 제한: 30일 내로 불사의 군단이 전쟁을 개시함.

"......"

위드는 잠시 어이 없는 눈으로 바라볼을 보았다.

퀘스트를 거절했는데도 다시금 제안한 것이다.

프레야 교단에 헤레인의 잔을 반환하였을 때부터 거의 강제적으로 파고의 왕관과 관련된 의뢰를 받아야 했다. 절망의 평원의 네크로맨서들을 처단하라는 임무도 그와 연계된 케스트였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퀘스트!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싫다.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다."

-다시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샤이어가 이끄는 불사의 군단' 퀘스트를 받아들이지 않으시겠습니까? 미공개 직업인 네크로맨서들의 등장과도 연계된 퀘스트입니다.

케스트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슨 패널티가 부여될 수 있습니다.

"어허, 이렇게까지 말을 했는데도 아직도 모르는군. 전대륙이 관련된 일이야. 여기서 도망친다면 우리들처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음지의 인간이 되어야 할 걸세. 사람들은 그대의 졸렬함과 용기 없음을 비웃겠지."

네크로맨서 바라볼은 한껏 음침한 어조로 말했다.

오싹!

위드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기.

일단 말을 담그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다.

프레야의 대신관이 그랬듯이 바라볼도 집욯ㄴ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명성을 하락시킨다는 협박을 서슴없이 한다.

여기서 보통 사람이라면 못 이기는 척 퀘스트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심지가 굳은 이라면 절대로 퀘스트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나 버렸을 수도 있다. 그 대가가 명성의 추락으로 이어지겠지만, 자신의 소신을 꿋꿋이 지키기 위해서라면 못 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위드는 협박에 약했다.

어떻게 올린 명성이던가. 그것을 모두 날릴 수는 없다.

"불사의 군단을 무찌르는 게 내 일생일대의 소원이었습니다. 리치와 죽지 않는 언데드 군단이 이 땅을 더럽히지 않도록 싸우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화르르르.

진흙과 화마가 휩쓸고 간 다크 엘프의 성채.

오크들을 막기 위해 다크 엘프들이 사용한 정령술과 마법으로 인한 피해로 곳곳에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수만 명도 거뜬히 거주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성채에는 오크들과 다크 엘프들이 분주하게 짐을 나르면서 움직였다.

"취췻. 엘프. 놀지 말고 그쪽의 돌을 들어라."

"알았다, 오크."

"힘 좋은 내가 먼저 든다. 취익!"

오크들과 아크 엘프들은 힘을 합쳐서 복구 작업을 개시했다.

네크로맨서들이 전면에 나서고, 사제들과 왕실 기사들이 불사의 군대에 대해서 알렸다. 그러자 다크 엘프와 오크들은 극적인 화해를 이루었다.

분사의 군대는 모든 종족의 적이었다.

과거 바르칸 데모프가 지휘하던 그들은 살아 있는 어떤 존재도 용납하지 않았다고 한다. 죽은 다크 엘프들을 되살려서 언데드 헌터로, 오크들은 좀비로 만들었다.

다크 엘프들은 무엇보다도 일족을 제일 소중하게 여긴다.

자존심 강한 오크들도 그들이 좀비가 되는 것을 모욕이라 여겼다.

"취익, 췩! 우리들은 흙으로 돌아간다. 취췩. 죽어서는 다리 펴고 쉬어야 된다."

두 종족은 불사의 군단과 싸우기로 동맹을 맺고 성채를 복구하고 있었다.

프레야의 사제들, 왕실 기사들과 병사들도 복구 작업에 동참했다.

"여기가 비었잖아!"

"이쪽을 좀 더 튼튼히 받쳐."

"이곳의 지반은 너무 약하다."

호스람과 데일은 병사들을 데리고 성채를 꼼꼼히 점검했다.

오크들은 힘은 좋아서 돌이나 무거운 것을ㅇ은 잘 나르지만 인간들의 손길이 들어가야 훨씬 더 짜임새가 있다.

고고하고 괴팍한 다크 엘프들은 일을 시켜도 정령술을 이용해서 대충대충 때우기 일쑤였다.

위드는 성채의 가장 높은 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무겁고 심각한 얼굴로!

"대장님께서 불사의 군단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전략을 만드시는 것 같군."

"역시 우리 대장님이야."

부란이나 베커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렸다.

그러나 위드의 머릿속에는 1달 후면 다가올 전쟁은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어디 보자. 우선 전리품으로 획득한 아이템들이......'

공성전의 와중에서 다크 엘프들을 죽이고 얻은 전리품의 가격 계산에 한창이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싸움이 가장 치열한 때에도 적 한 번, 아이템 한 번을 보았다. 바닥에 중요한 아이템이 떨어져 있으면 가차없이 몸을 날렸고, 화살에 맞아도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돈을 위한 필사적인 투쟁!

진공청소기처럼 무기나 장비들을 긁어모았다.

이제 얻은 아이템을 계산할 시간이었던 것이다.

"감정."

오크 대장 굴취의 글레이브: 내구력 69/80. 공격력 25~51.

오크 대장이 들고 싸우던 글레이브.

무거워서 휘두르기가 쉽지 않지만, 망치와 같은 묵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제한: 힘 350. 레벨 180.

옵션: 흉성 +20. 힘 +10. 민첩 -30.

공격 정확도가 25% 하락함.

치명적인 일격은 2배의 효과를 갖는다.

우선 첫 번째로 감정해 본 아이템은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글레이브는 잘 팔리지 않으니까.'

아주 특이한 무기를 찾는 마니아들도 있지만 효율성의 측면만을 볼 때 좀처럼 택하기 힘든 무기였다.

일반 게임이라면 어떻게든 쓸 수 있을지 모른다. 올려 놓은 스킬과 스탯이 전부라면 말이다.

그러나 로열 로드에서는 실제로 몸을 움직여야 했다.

무기는 말 그대로 도구일 뿐이니 가능한 자신의 손에 익숙한 것을 사용한다.

그렇기에 오크들의 무기인 글레이브는 구매자가 나오기도 힘들고, 옵션도 일반적으로 잘 팔리는 무기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통 적을 얼리는 등 부수적인 마법 공격을 가하거나, 공격력이 뛰어나면서 가벼운 검이 제일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위드는 글레이브는 대충 처분하기로 하고, 나머지 물건들을 살폈다.

오크들의 방어구 5개, 에르들의 머리띠 둘, 의복 일곱 벌이 있었다.

평범한 아이템들이지만 엘프들의 옷은 저항력을 키워 주고 정령과의 친화력을 올려 주기 때문에 인기리에 팔리는 물건이었다.

'좋았어. 일단 오늘의 일당은 달성했군.'

위드는 쾌재를 부르면 농땡이를 피웠다.

아무리 노가다를 전문적으로 잘한다고 해도 돌을 나르기는 싫었다. 공사판에서도 벽돌 등을 나르는 일은 힘들고 고생스럽지 않던가.

오크들이나 엘프들, 병사들까지 열심히 일을 한다.

이럴 때에는, 숨어 있는 건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한창 일을 할 때에는 오히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상념에 잠겨 있으면 된다.

"우리는 대장님만 믿으면 돼."

"대장님께서는 불사의 군단과 싸워서 이기실 거야."

병사들의 오해로 인한 추앙을 받는 위드!

첨탑 위에 서 있던 위드의 시선이 더욱 폼을 잡기 위해 먼 곳으로 향했다.

유로키나 산맥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구름이 강처럼 밑에서 흘렀다.

산과 산이 겹겹이 이어진 곳에는 골짜기처럼 공간이 있다.

그 사이에 구름들이 흐르고 있었다.

다크 엘프의 성채가 있는 곳은 산맥에서도 제일 높은 편이라서 공기가 희박해 쉽게 지치기도 한다.

춥고 메마른 지역.

일분 산맥에는 눈이 덮힌 곳도 있다.

해가 조금씩 떨어지면서 하늘에 붉은 노을이 진다. 그런데 그 노을마저도 구름의 아래에 있어서 신비로운 빛깔이 전체적으로 퍼져 나갔다.

위드는 그 광경들을 살피다가 조용히 로그아웃했다.

이현이 캡슐에서 나와 제일 먼저 한 것은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들르는 것이었다.

"오크의 글레이브를 찾는 사람이 있어? 굴취의 글레이브는 그나마 얼마라도 건질 수 있겠군. 엘프의 머리띠 가격은 희소성 때문에 조금씩 오르고 있고...엘프의 활을 주워야 비싼 값에 팔아먹을 텐데."

이현은 안타까움에 땅을 치고 후회했다.

다크 게이머로서의 자각!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

공성전에서의 승리를 위해 굳이 그가 성문을 부술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구매자가 많은 활을 들고 있는 다크 엘프를 하나라도 더 잡았어야 했다.

그리하여 최소한 하나의 활이라도 줍는다면 다크 ㄱ이머로서의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는 것이다.

'너무 몰두해서 탈이야.'

이현은 푸욱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꾸준히 각 아이템들의 가격과 정보들을 확인했다.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이 매일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가격을 확인하는 것처럼 획득한 아이템의 매매가를 살피는 것이었다.

보통 다른 이들이 경매에 내놓은 아이템들도 거의 순식간에 매각이 확정되어 버렸다. 그런 게시 글들도 이현은 꼼꼼하게 살폈다.

혹시라도 어떤 몬스터에게 획득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면 나중에 참고가 되는 것이다

신규로 올라온 아이템들의 글을 확인한 이현은 로열 로드 사이트에 접속했다.

황제가 되기 위한 길. 꿈이 열리는 대륙. 로열 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로열 로드의 홈페이지.

이현은 상단에 있는 명예의 전당을 클릭하고 접속했다.

그의 계정 아이디를 입력하고 들어가자 공간이 하나 만들어져 있었다.

하필이면 제일 아래쪽 눈에 띄지 않는 곳!

이현은 자신이 퀘스트를 했던 동영상을 통째로 올려싿.

본래 보기 좋도록 군더더기는 삭제를 하거나, 아미녀 편집을 하는 게 보통이어싿. 그런데 이현에게는 따로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없었다.

어둠의 경로.

소위 말하는 불법 루트는 각 저작권을 가진 프로그램 회사에 의해 전부 막히고, 동영상 편집 그로그램을 구매하려면 최소한 몇만 원을 내야 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구매한다고 해도 그런 작업을 할 정도로 컴퓨터가 좋지도 않았다.

"굴러가 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지."

오늘 사망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컴퓨터는 덜덜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현은 동영상을 올리고 잠을 청했다.

사람들은 오늘도 로열 로드의 명예의 전당에 접속했다.

명예의 전당은 매일 수백만 명의 접속자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 있는 코너였다. 물론 대다수는 명예의 전당 아랫부분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유명한 유저, 레벨이 높은 이들은 명예의 전당에서도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은 헤르메스 길드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리피스라는 유저는 아직도 바다에서 해적질을 하고 있나?"

일부 유저들의 경우에는 살인, 도적질, 해적질을 하며 자신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들의 거침없는 행보에 짜릿한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해싿.

그래서인지, 이현이 올렸던 동영상은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았다.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올라온 이와 기존부터 있었던 이들 사이의 현격한 이름값의 차이였다.

그러던 때에 어느 누가 이현의 동영상을 클리해 보고 기겁을 하고 말았다.

"맙소사!"

그가 놀란 것은 동영상의 용량과 길이였다.

"19시간 49분자리 동영상이잖아!"

그는 황당한 나머지 동영상을 종료하고 로열 로드의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새로 명예의 전당에 올라온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명예의 전당에 신규로 들어온 이가 무려 19시간짜리 플레이 영상을 올렸다!

로열 로드의 게시판에는 많은 유저들이 있었다.

이들은 대번에 이현을 비웃었다.

-초보인가 보네요.

-초보가 여기에 글을 쓸 수는 없죠. 명예의 전당에 올라온 게 기뻤나 봐요.

-그래도 전혀 편집도 안 하고 올리다니 영 성의가 없군요.

-아마 1명도 안 볼 걸요.

이현의 일은 그들에게도 그저 웃도 넘길 일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최초로 동영상을 클릭했던 이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했다 잠깐이지만 봤던 동영상이 잊히지가 않았다.

"무슨 산악 같은 곳이었는데... 거기에 무슨 오크들이 수도 없이 많던데."

얼핏 보아서는 제대로 알 수 없었으나 다크 엘프들, 오크들이 있었던 것 같았다.

"시간 낭비하는 셈 치지 뭐."

그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이현의 동영상을 다시 보았다.

어차피 마땅히 할 일도 없었고, 재미가 없으면 바로 꺼 버리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30분 후.

그는 로열 로드 게시판에 다시 글을 올렸다.

19시간 49분자리 동영상. 꼭 찾아보십시오. 긴말 앖겠습니다. 최고입니다. 저는 빨리 한 번 훑어보았는데, 다시 제대로 보러 갑니다.

그의 글을 보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일부는 동영상을 찾아서 플레이하기도 했다.

대다수는 별로 의미를 두지 않은 행위, 한번 속아 주자는 정도에 불과했다.

"요즘도 낚시 글이 유행인가?"

"아마 올린 사람 본인일 거야. 아이디는 달라도 친구이거나 아니면 가족의 계정으로 쓴 글이겠지."

"뭐 재미없으면 악플이나 달면 되고....."

그런데 이현이 올린 동영상에는 오크가 나왔다.

오크 카라취!

아주 건장하고, 근육질로 몸을 장식한 오크였다.

못생기고 굵은 뻐드렁니가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의 흉물이었다.

ㅡ 산맥의 아침. 붉은 해가 떠오르고, 거센 바람이 분다. 취췻. 구름도 다가올 전투를 예감하는지 무거워 보이고, 나는 다크 엘프들과의 최전선에 서 있다. 취! 싱그러운 아침에 나는 희망을 품는다. 취취췻. 우리의 용기와 승리를 향한 열망. 버리기에는 고귀한 정신. 영혼. 나는 노래하고 싶다. 추이익! 저 다크 엘프들이 강하다면 더욱 노래를 부르라. 우리의 승리를 기원하는 노래를. 모두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승리할 수 있으리라.

오크의 황당한 독백에 사람들은 배를 잡고 웃었다.

"이게 뭐야, 도대체."

"무슨 블랙 코미디인가?"

그러면서 금방 사람들은 빠져 들고 말았다.

오크 카라취가 있는 주변은 산의 안개로 자욱했다. 그런데 해가 뜨면서 점점 그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타나는 오크들.

"오크다."

"오크들이 엄청 많아."

"저기가 대체 어디지?"

-취이익! 취익!

-쿠와아아!

오크의 독백에 이어서 오크 대군의 포효!

안개가 완전히 걷혔다.

무려 40만 마리의 오크들이 유로키나 산맥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다크 엘프와의 공성전을 개시한다.

다크 엘프들은 정령술과 마법을 이용해서 대적했다.

오크들은 압도적인 수를 이용해서 밀어붙인다

"무슨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이런 스케일의 전투가 있다니......."

사람들이 보아 온 것은 유저들낄의 공성전이 대다수였다.

현란한 마법들이 쏟아지지만 그뿐이다. 대체로 박력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오크들이 물밀듯이 공격을 하고, 다크 엘츠들은 필사적으로 막아 낸다.

오크들이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이자 성벽이 검은 연기를 내며 타오른다. 일부 오크들은 기름통을 걲로 뒤집어쓰고 스스로 불에 타 죽기도 했다.

성벽을 억지로 기어오르는 오크들.

다크 엘프들이 쏘는 화살이 하늘을 덮었다.

"재밌다."

"최고인데......!"

사람들은 매우 만족하면서 동영상을 보았다.

마치 하나의 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각 종족 간의 필사적인 전투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글레이브가 박살이 날 정도의 괴력!

다크 엘프 여럿을 물리칠 정도의 박력과 투지!

힘센 오크는 막무가내로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온 전신을 함께 움직였다.

폭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지고, 때때로 글레이브의 신묘한 움직임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가상현실이 만들어진 이후로 모든 격투기들은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가상현실에서 움직이는 유저들이 검사가 되고 권사가 되었으니, 그만큼 무기나 전투에 관심들이 많아진 것이다.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 있지?"

"주변 전체를 보고 전투를 이끌어 내고 있어."

"이 오크가 있는 곳에서부터 전투의 흐름이 미묘하게 바뀌는 것 같은데."

오크가 싸우는 모습은 구경하는 사람들의 혼을 완전히 쏙 빼 놓았다.

거기서 동영상이 그냥 끝났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매우 만족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동영상은 거기에서 끝이 나지 않았다.

그 흉악하게 생긴 오크가 병사들, 사제들과 합류하는 것이었다.

"말도 안돼!"

"저게 그러면 유저였단 말이야?"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오크와 다크 엘프의 전쟁.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한 유저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 흉악한 오크는 사제들과 병사들을 이끌고 네크로맨서의 신전으로 진입했다.

전후의 배경은 잘 몰랐지만, 그곳이 굉장히 중요한 장소라는 것 정도는 분위기로 알 수 있었다.

그때 그 흉악한 오크의 모습이 인간으로 변했다. 이 또한 사람들은 몰랐지만, 조각 변신술을 해제한 탓이었다.

그런데  신전의 내부는 너무 어두웠고, 동영상이 보여 주는 각도가 뒤쪽이라서 얼굴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네크로맨서 바라볼과의 대화.

-평생 신의 섭리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순리라면, 나는 따를 준비가 되어 있다. 나를 죽여라.

바라볼이 무릎을 꿇는다.

네크로맨서들도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었다.

사람들은 드디어 네크로맨서를 죽일 것을 기대했다.

"어서 죽여!"

"이게 무슨 퀘스트인지 궁금하다. 진짜."

"이런 규모의 퀘스트라면 보상은 뭐 줄까?"

사람들은 완전히 몰입해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영화와는 다르게 정말 자신들이 체험하는 기분이었다.

명예의 전당에 올라온 동영상들은 대체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들이 많다. 명성이 높은 이들만 명예의 전당에 들어올 자격이 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노하우라고 할 수 있는 퀘스트를 잘 공개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만큰 위드가 올려놓은 동영상은 신선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동영상에 나온 주인공은 무엇인가 갈등하더니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말하라, 네크로맨서들이여. 너희들이 생각하는 신의 섭리가 무엇이며, 잘못 끼운 단추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인가, 프레야의 종.

-나는 종이 아니다. 그리고 너희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라. 나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가?

-우리들은...아니다! 너희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믿어 줄 리가 없다. 꺼져라, 프레야의 종들! 지옥에 가서도 너희들을 저주하겠노라.

-........

동영상의 주인공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문을 열었다.

-기회를 주겠다. 믿음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너희들이 진실한 말을 한다면 나 역시 너희들을 믿어 주겠다.

-정말인가? 약속할 수 있는가?

-그렇다. 그러나 다만 너희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지. 너희들을 죽이지 않겠다는 약속은 아니다.

바라볼은 잠시 망설이더니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니 이야기해 주겠다. 세상은 바르칸 데모프 님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다. 바르칸 데모프 님은 불사의 방법에 대해 연구를 하던 진실한 마법사였다. 그런데.......

바라볼은 분개하며 말했다.

-샤이어라는 자는 간악한 술수를 이용해 바르칸 님을 어둠의 힘에 종속시켰다. 그러면서 불사의 연구를 엉뚱한 방향으로 활용하여 언데드 군단을 만들어 냈다. 죽어도 금방 되살아나는 언데드 군단! 어둠의 마나의 힘에 빠져 버린 바르칸 님은 언데드 군단과 함께 이성을 잃고 세상을 파괴했다. 샤이어는 각 어둠의 세력과 결탁해서 불사의 군단을 이끌었지. 바르칸 님의 옆에서 혈겁을 일으키는 데 동참했던 우리 네크로맨서들의 스승들 또한 이 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리라. 우리들은 벨제뷔트의 신전에 있는 고서적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아내고, 피와 죽음을 연구하는 네크로맨서로서 모든 것을 원래대로 만들려고 한다. 어둠의 마나에 잠식된 바르칸 님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이 모든 악의 근원인 샤이어를 처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드러나 진실과 퀘스트의 완료. 새로운 시작.

난이도 A의 퀘스트가 새롭게 뜬 것이었다.

그것도 아직 열리지 않은 미지의 직업 네크로맨서와 관련된 퀘스트.

"네크로맨서다!"

"이 사람이 퀘스트에 성공하면 네크로맨서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거야?"

"마법사의 상위 전직 퀘스트가 떴다!"

동영상은 마지막으로 복구 작업이 한참인 다크 엘프의 성채를 보여 주며 끝이 났다.

이현은 오늘도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과 5시간 정도를 잤을 뿐이지만, 세상은 상당히 바뀌어 있었다.

정확히는 로열 로드 홈페이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무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던 명예의 전당 하단부에 오른 동영상이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았다.

"오크들의 퀘스트!"

"다크 엘프와 벌이는 저런 전투는 생전 처음 봤어."

"오크로 변신을 할 수 있다니...마법사 4차 전직에 있는 폴리모프 마법이 아닐까?"

"설마. 아무래도 무슨 도구를 이용하는 것일 거야."

"몸을 바꿀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 최소한 유니크 급이겠군."

사람들은 무수한 추측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알려지지 않은 조각 변신술은 그들의 상식을 초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현이 퀘스트를 진행한 장소 자체가 그들에게는 전혀 생소한 곳이었다. 산과 골짜기들이 한도 없어 펼쳐져 있고, 구름이 그 아래에 있다.

"대체 저곳이 어디야!"

"일단 중앙 대륙은 아닌데......"

"사람들이 많이 사는 큰 성, 도시의 주변에는 저런 지형이 없잖아!"

사람들은 이현이 퀘스트를 진행한 곳을 알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여기에는 웬만큼 로열 로드를 했다는 이들이 총동원되었다. 그들 중에서는 각종 분야에 있어서 두각을 드러낸 이들이 많았다.

-나무들을 보면 우선 아주 춥거나 더운 기후에 있는 땅은 아닙니다.

-고산 지대인 점을 감안하고, 일단 저런 품종의 나무들이 있으려면.......

-산의 정상 부분에는 눈이 덮여 있군요.

-북부나 남부는 확실히 아닙니다.

-벌레나 새들의 움직임. 현재 베르사 대륙에는 가을이 찾아왔죠. 동영상에서 날아다니는 철새들의 움직임을 보고 판단해 볼 때에는......

심지어는 오크 연구가도 나타났다.

-저는 여러 판타지 소설을 즐겨 보았습니다.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오크들! 강인하고 단순한 이 종족들은 저를 아주 매료시켰지요. 후후후. 여태껏 오크를 연구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다들 무시하고 귀찮아하더군요. 그렇지만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이 오크들이야말로 판타지의 꽃임을! 생각해 보십시오. 오크가 없다면 이 판타지 세상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오크 연구가는 한껏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을 이었다.

-오크들은 종족적인 특성에 따라서 콧바람이 조금씩 다릅니다. 취익. 취-익. 취이익. 추익. 취익-. 어디에 어떤 식으로 강세를 두느냐에 따라서 서식지나 유래들을 살필 수 있습니다.

이 특이한 오크 연구가가 다른 이들의 관심을 받은 것은 물론이었다.

-그러면 제가 알려 드리겠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베르사 대륙의 87개 종족 오크들의 콧바람과 외모 등을 주로 살펴볼 때에 동영상에 나온 오크들은 동부 출신인 것이 분명합니다. 브랜트 왕국의 오크들이 일부 비슷한 콧소리를 내었습니다.

그런데 오크 연구가의 말은 금방 이의 제기를 받았다.

-오크들의 무기나 활동력을 볼 때에는 아닙니다. 브랜트 왕국의 오크들은 레벨이 140정도에 불과합니다. 여기 동영상에 나오는 오크들은 상당수가 200도 넘어 보이는데요.

-저도 오크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레벨이 350을 넘습니다. 그런 만큼 많은 몬스터를 사냥해 봤는데요. 여기에 나온 오크들만큼 강한 녀석들을 본 적은 없습니다. 저런 오크들이 떼로 덤벼들면 무시무시하겠는데요.

-소름이 쫘악 끼치죠!

오크 연구가는 잠시 후에 다시 글을 올렸다.

-저도 브랜트 왕국 오크들이라는 확신을 가진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브랜트 왕국의 오크들과 약간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모입니다. 다만 동영상에 자주 나오는 흉악한 범죄자형 오크만은 어디서 나왔는지 도저히 모르겠군요. 그 오크의 인상을 보고 있자니 오크에 대한 오만 정이 다 떨어졌습니다. 밥맛도 뚝 떨어졌고요.

오크 영구가의 발표가 있은 이후로, 동영상에 나온 지역을 추측하는 일들은 더욱 활발해졌다.

그러나 이현에게는 전혀 별개의 일.

이현은 컴퓨터를 켜서 명예의 전당에 접소해 보고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회수가 겨우 7만도 되지 않네."

명예의 전당에 있는 다른 동영상들은 조회수가 수백만이 넘는다. 헤르메스 길드나, 바드레이의 동영상은 1억을 초과했다.

특히나 바드레이가 전사의 탑에서 공인ㄷ받는 장면은 무려 17억 번이 넘는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었다.

"7만이라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이현은 낙담하고 있었지만, 명예의 전당을 잘 아는 이라면 절대로 동감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아직 동영상을 올린 지 5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명예의 전당 하단에 위치한 데다 길이가 너무 길어 한동안 아무도 보질 않았다.

입 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은 겨우 3시간 전부터. 그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접속을 하고 있었다.

동영상의 길이가 길어서 중요 부분만 보고 다시 제대로 시청을 하고 있는 탓에 조회수가 쉽게 늘어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점점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총조회수가 얼마나 될지, 또한 어떤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지는 아무도 몰랐다.

천공의 도시 라비아스.

그곳에 숨겨져 있는 많은 어데드의 던전 중 한 곳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녀는 처음에 어두운 던전에 나타나서 당황한 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곧 예전의 감각을 되찾았다.

"라이트! 패스트 워쿠."

빛을 불러서 어둠을 밝히고, 빨리 걸을 수 있는 이동 마법을 시전한다.

마법사인가 싶었지만 허리에는 검을 차고 있기도 했다. 비록 가벼운 소검 계열의 무기지만 찌르는 공격만큼은 매섭다.

등에는 활까지 메었다. 그리고 소매에는 성직의 표시가 달려 있다.

육체를 이용한 공격과 마법, 치료 등 다방면으로 못하는 것이 없는 직업.

그녀의 정체는 샤먼이었다.

다인! 위중한 수술을 받기 위해서 떠났던 그녀가 돌아온 것이다.

"여긴 변함이 없네."

다인은 눈을 빛냈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녀 앞에서는 듀라한이 한 손에 머리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여인이여, 물어볼 것이 있다."

듀라한은 잔뜩 느끼하게 말을 건넸다.

공포의 기사라고는 하지만 다인에게 알 수 없는 친근감을 가졌던 것이다.

"말해 봐!"

"나는 지금 머리를 찾고 있다. 내 머리가 어디에 있는지 보았다면 알려 다오."

머리를 들고서 머리를 찾는 공포의 기사!

다인은 해답을 알려 주기로 했다.

"입 다물어."

"뭐라고 하였는가?"

"지금 패 줄께!"

다인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사정없이 듀라한의 머리를 두들겼다.

과거에 언데드를 사냥하기 싫어하던 그녀는 없다.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그녀에게 듀라한은 몬스터일 뿐이었다.

권사는 아니더라도 주먹 스킬을 익히고 있고, 화살 솜씨도 제법 뛰어나다.

치료 계열도 있고, 저주나 공격 마법도 익혔다.

검술까지도 수준급인 그녀!

어느 것 하나 대성하기 힘들고, 대성한다고 해도 본래 직업들만큼의 위력을 발휘할 수는 없는 직업이 샤먼이었다. 하지만 다방면에 재능을 가진 그녕의 직업은 활용하기에 따라서 어떠한 전투에서도 뛰어난 효율을 보인다.

가히 잡캐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경지.

위드의 캐릭터의 시초가 이곳에 있었다.

다인은 주먹질로 시작해서 발 차기, 검술을 이어서 사용하며 듀라한을 신나게 패 주었다.

"내 머리, 내 머리! 머리가 너무 아프다."

"병원에서만 갇혀 있었더니 스트레스가...조금만 이해해줘. 금방 끝날 거야. 블러드 커즈!"

그러면서 피 계열의 저주 마법을 사용했다.

어둠의 몬스터인 듀라한에게 저주는 곧 축복!

두들겨 맞아 꺼져 가던 생명을 회복하고 나서 더욱 실컷 맞아야 했다.

치료하고 패는 무서움.

차라리 바로 죽이기라도 하지. 치료를 해 가면서 때리니 듀라한으로서는 원통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다인은 한참 듀라한을 패다가 마지막에는 화살을 쏘아서 잡았다.

오랜만에 발휘해 본 실력!

주먹질이나 검술, 궁술, 마법까지 그대로였다.

그 대상이 된 듀라한이 불쌍할 정도.

"역시 내 실력은 그리 녹슬지 않았네."

다인은 기쁘게 웃었다.

과거에 로열 로드를 할 때에도 레벨보다는 스킬에만 신경을 쓰던 그녀였다. 몬스터를 치료하고 싸우던 일을 반복하다 보니, 비정상적으로 스킬의 레벨이 높아졌다.

"반가워! 듀라한, 스켈레톤들아!"

다인은 혼자서 산책 삼아 언데드의 던전을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직접 몸을 움직였다. 오랜만에 돌아온 로열 로드의 공기와 분위기에 흠뻑 빠져 취해 버린 것이다.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다시 한 번의 숨을 쉬고, 한 끼의 식사라도 하고 싶었다.

삶이 얼마나 환상적으로 아름다운지는 아파 본 사람들만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 띄는 몬스터들은 보이는 족족 두들겨 맞아야 했다.

스켈레톤 워리어, 스켈레톤 나이트들.

수술을 받기 직전에도 스켈레톤들이 떠올랐다.

위험도가 높은 수술. 수술 도중에 죽는 경우도 허다했다. 죽게 되어서 혹시라도 뼈다귀만 남는다면 이런 식이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던 것이다.

그렇게 돌아다녀 보는 언데드의 던전!

기억 속에는 황량하기만 짝이 없던 공간이었다.

회색과 흑색의 종유석들이 매달려 있거나 부서져 있는 천연 동굴.

그런데 곳곳에 조각상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라비아스의 무명 석인을 보셨습니다.

라비아스에 알 수 없는 조각상들이 생겨났다!

그리운 추억의 향기를 물씬 풍기고 있는 조각상들은 위험한 던전에서 휴식과 재충전을 향한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지 않은 이 조각상들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조각사에 의해서 완성되었다.

생명력과 마나가 25% 늘어납니다.

이동속도가 10% 빨라집니다.

조각상 인근의 몬스터 공격력이 5% 줄어듭니다.

"조각상?"

다인은 추억 속의 공간에 조각품들이 놓여 있는 데에 기분이 나빴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막 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

문득 그 조각상들의 모습이 익숙했다.

새치름한 표정과 살짝 치켜뜬 눈, 화가 나면 소매부터 걷어 올리는 다혈질!

여자는 다인을 꼭 그대로 닮아 있었ㄷㄴ 것이다. 

"설마......"

다인은 남자를 살폈다. 그러자 자신이 수술을 받기 전에 만났던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에 로열 로드를 하면서 가슴 깊이 새겨 두었던 사람.

당시에 다인은 한 사람과 환상적인 파티 플레이를 했다.

샤먼의 다양한 특기들이 위드의 강력한 공격력과 합쳐져서 그들은 언데드가 나오는 던전들을 휩쓸고 다녔다.

"위드구나."

다인의 눈가에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나온다.

"훌쩍. 다신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수술을 받기 전에 백 번쯤은 상상했다.

새로운 생명을 찾으면 기쁘게만 살겠다고. 울지 않겠다고.

그러나 지금 흘리는 눈물은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의 눈물이었다.

그렇게 수술을 받으러 떠나면서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완전히 잊힌 존재가 되어서, 누구도  자신이 존재했는지조차 모르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녀를 기억해 준 사람이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조각품으로 만들어 놓은 사람이 있었다.

가슴이 저릿저릿 울렸다.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뛰고, 손기 가늘게 떨린다.

온몸으로 벅찬 감동을 표현하던 다인의 시선이 머문 곳은 조각상 아래에 쓰인 많은 낙서들이었다.

비뚤배뚤 어린애들이 쓴 것처럼 보이는 조악한 글씨체.

검치. 천상천아 유아독존!

검둘치. 일인지하 만인지상.

검삼치 다녀감.

검사치. 스승님을 모시게 된 것은 제 인생의 영광입니다.

검오치. 여자 친구 구합니다. 아직 30대 후반밖에 안 됐습니다.

......

검백구십사치. 배고파요. 누구 보리빵 좀 빌려주실 분.

......

검삼백이십일치. 어제도 굶어 죽었다.

검삼백이십이치. 우리의 작은 몬스터가 아니라 식량이다.

......

검삼백사십오치. 애인 구함. 조건 다 필요 없음. 요리 스킬만 익히고 있으면 됨.

......

검오백오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검오백오치입니다. 귀염둥이 막내라고도 하지요. 핫핫핫.

그렇게 다인은 언데드의 던전을 한 바퀴 돌았다.

오랜만에 보는 듀라한이나 스켈레톤과의 전투를 이끌고, 위드가 만들어 놓은 라비아스의 무명 석인들도 찾았다.

다인과 위드가 밥을 먹었던 장소, 쉬었던 장소들에는 어김없이 두 사람의 조각품들이 만들어져 있다.

"대단해. 이런 조각상이라니......"

다인의 눈이 맑은 물기를 머금었다. 사소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가슴이 아파 올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그렇게 하나도 남김없이 조각상들을 보았다.

감상에 젖은 그녀가 천천히 계속해서 던전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였다.

"크크크. 여긴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장소다."

"사자들이 몸을 누이는 곳. 안식의 장소."

"목숨을 버리도록 해라. 영원한 휴식으로 안내해 주겠다."

3마리의 스켈레톤들!

가끔씩 출몰하는 몬스터들은 아주 다부지게 패서 잡았다.

여기에는 절대로 인정사정이 없었다.

그녀의 평온을 방해한 죄로 뼈마디를 분질러 주었다. 하지만 꼭 스켈레톤들의 잘목이라고만 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했을 뿐인데, 다인이 일부러 돌아다니면서 그들을 팼으니까!

조각상이 만들어지지 않은 곳도 그랬거니와 조각상 근처에 탐스럽게 모여 있는 몬스터들은 어김없이 다인의 방문을 받았다.

그녀는 온갖 스킬을 난무하면서 몹들을 사냥했다. 샤먼의 특성이 가득 실린 공격으로 몬스터들을 제압했다.

그녀가 던전을 나온 것은 약 이틀 뒤여싿.

"여기가 천공의 도시에요?"

"응. 얼마 전에 모험가들이 새로 발견한 곳이래. 바란 마을에서 공을 세운 사람들만 여기에 올라올 수 있다고 해."

라비아스에는 모험가들이 꽤나 많이 있었다.

다인이 활동할 때에는 위드 외에는 보질 못했지마느 그 사이에 이곳도 유저들의 모험에 의해서 밝혀진 것이다.

하늘 위의 도시.

구름이 흘러가는 경치나 상공에서 바람을 맞는 기분이 그만이라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장소였다.

레벨이 낮은 관광객들은 여길 오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라비아스가 유명해지고, 공식적으로 왕국에도 알려지자 귀족들의 방문도 잦았다. 로자임 왕국의 귀족들, 인근의 브랜트 왕국들의 귀족들도 이곳을 곧잘 다녀간다.

이들을 안전하게 데려오기 위해 별도로 호위하는 퀘스트가 생겨날 정도다.

"사람이 많네."

다인은 천천히 도시 안을 걸었다. 그러자 다양한 종류의 조인족들이 보인다.

"끼룩끼룩. 처음 보는 얼굴이군. 우리 마을에 놀러 왔나?"

도톰한 볼을 가진 새 할아버지가 다인을 향해 부리를 달싹이며 말을 걸어왔다.

그 외에 많은 조인족들.

크로우는 날개를 푸드덕거리고 있었다.

"당신, 인간 중에서 강한 축에 드나? 아무래도 제법 유명해 보이는데 내 부탁이나 하나 들어주지. 여기 라비아스에는 재수 없는 언데드들이 아주 많거든."

"약초를 캐는 법 정도는 알고 있겠지? 모른다면 내가 가르쳐 줄 테니 붉은 약초를 200개 정도 캐 줄 수 있을까? 그 약초는 북쪽 동굴의 구석을 보면 있을 거야. 캐낼 때에는 뿌리를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해."

시굴도 있었다.

다인은 다양한 조인족들을 만나 봤지만, 어떤 조인족도 그녀를 기억하고 있진 못하였다.

달리 새 머리라고 하는 게 아니다. 건망증이 심한 조인족들은 다인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한가롭게 돌아다니던 중, 다인은 문득 위드가 보고 싶어졌다.

'어딘가에서 모험을 하는 중이겠지. 레벨도 많이 높아졌을까?'

연락을 해 보고 싶었다.

살아서 돌아온 기쁨을 나누고 싶다!

하지만 연락할 수단이 없었다. 수술을 하러 가면서 일부러 친구 등록을 해제해 놓았다. 만약에 그녀가 영영 접속하지 못하게 되면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미련을 갖지 않도록 친구 등록을 끊은 것이다.

우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만 수천 명이 넘을 테니 직접 만나 보고 친구로 등록하지 않는다면 연락할 수단은 막힌 셈이었다.

'뭐, 괜찮아. 인연이 된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만나더라도 함게 다니지 못한다면 슬프겠지?'

레벨의 차이가 너무 벌어져 있을 테니 만나더라도 이야기밖에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리 큰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그녀가 가진 스킬들의 수준은 레벨에 비해서 대단히 높았다. 레벨은 낮더라도 스킬들이 강하니 어느 정도 빠르게 쫓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이제는 마음껏 할 수 있어. 죽는다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내게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때 혼자서 서 있는 다인을 보고, 몇 명의 여자들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혼자시면 우리와 함게 모험을 하지 않을래요? 제 이름은 그라티, 바람의 정령술사에요."

다인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험!

사냥!

좀 더 강해지고 싶고, 많이 돌아다니고 싶었다.

'베르사 대륙, 라비아스, 몬스터가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나 좋아요.'

검치 들의 레벨은 그다지 빨리 오르지 못했다. 그 발단은 피라미드 건설 때문이었다.

"끙차!"

"삼백사, 힘 좀 더 내봐."

"알겠습니다. 사형!"

열심히 피라미드의 돌 쌓기를 하던 그들에게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근처의 꽃 가게를 하는 셀리나라는 예쁜 주민이 와서 말했다

"실은 저희 집이 지금 많이 허술해서 그런데, 보수를 좀 해 주시겠어요?"

띠링!

셀리나의 집 짓기

세리보그 성에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허름한 집들이 많다. 셀리나의 집을 새로 지어 준다면 그녀의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난이도: D

보상: 셀리나의 친구

퀘스트 제한: 일정 수준의 명성. 건축에 대한 경험이 있어야 함.

원래는 잘 하지 않는 친분 퀘스트였다.

보상이라고는 그저 셀리나와의 친밀도뿐!

막 로열 로드를 시작하여 4주 동안 성에서 나가지 못할때에는 가끔 하지도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게임을 하는 법을 익히면 그 후로는 포상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었다.

돈을 많이 주거나, 경험치나 아이템을 지급하거나!

하물며 건축 의뢰는 여러모로 몸도 많이 움직여야 하고 고된 퀘스트가 아니던가.

그러나 검치 들은 셀리나를 보며 마구 달려들었다.

"제발 저를 시켜 주세요!"

"머슴처럼 부려만 주십쇼!"

"집요? 궁전처럼 지어 드리겠습니다!"

셀리나의 아름다운 용모에 반한 나머지, 마구 달려둘어서 퀘스트를 받으려고 아우성이었던 것이다.

뒤늦게 검둘치와 검삼치 들도 나타났다.

그들은 등에 집을 짓기 위한 각종 도구들을 산더미처럼 짊어지고 있었다.

사범이나 수련생들이나, 연애를 위한 처절한 몸부림은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500명이나 되는 인부들이 동원되어서 지을 정도로 꽃 가게의 규모가 그린 큰 것은 아니었다.

하루나 이틀 정도마 바짝 일한다면 충분히 도로 만든 집을 지을 수 있었다.

이미 피라미드를 통해 건축에 대해서 익숙해진 검치 들! 공사판 현장엣어 일했던 이들도 많아서, 꽃 가게 정도는 식은 죽 먹기로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검치 들은 셀리나의 집을 매우 느리게 지었다.

"여기 묵이라도 좀 마시고 하세요."

"하하핫! 고맙습니다."

"뭘 이런 걸 다......"

셀리나가 무언가를 내올 때마다 검치 들은 그녀와 한마디의 말이라도 해 보고 싶어서 난리였다.

그녀가 없을 때에는 일부러 일손을 잠시 놓았다가, 나중ㅇ ㅔ그녀가 나타났을 때에만 열심히 일하는 척을 했다.

약 10일간 꽃 가게를 짓고 있을 때였다. 아무리 농땡이를 피운다고 해도 점점 꽃 가게는 완성이 되어 갔다.

검일백오치가 슬픈 얼굴에 잠겨 있었다.

그에게 검삼치가 다가갔다.

"무슨 일이냐?"

"아, 검삼치 사범님! 실은... 이제 이 가게를 완성하면 셀리나를 못 만나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게 그렇게도 슬펐던 것이냐?"

"예. 저도 압니다. 셀리나는 우리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저는 그녀가 좋습니다. 착한 마음씨와 미소가 너무나도 좋습니다. 뭘 많이 바라는 건 아닙니다. 그저 한 일주일이라도 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검일백오치는 셀리나와의 이별을 슬퍼했다.

그러자 검삼치는 검을 뽑아 들며 씨익 웃었다.

"멍청한 놈! 이러면 되는 것이다."

검삼치는 맹렬히 검을 휘둘러서 기껏 지어 놓은 꽃 가게를 마구 부숴 버렸다.

그러자 소란에 모여든 검치 들이 박수를 쳤다.

"역시 사범님이십니다."

"최고입니다!"

"그런 묘안이 있었군요!"

검치 들은 열심히 꽃 가게를 만들고 부수길 반복했다. 그러나 셀리나가 보는 앞에서 가게를 부술 수는 없어서 결국 완성이 되고야 말았다.

예쁘고 아담한 꽃 가게를 만들어 준 검치 들은 구슬프게 울었다.

"흑흑."

"이제 더 이상 셀리나와 같이 지내지 못하겠구나."

"어린 시절, 12명한테 두들겨 맞을 때도 안 나오던 울음이 지금 나오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셀리나의 꽃 가게를 지어 준 이후로 세라보그 성의 여러 주택이나 가게로부터 집을 지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검치 들이 일을 고르는 기준은 단순했다.

몸매 좋고 얼굴 예쁜 여자들의 일들만 도맡아서 했다.

"보상 따위는 없어도 돼!"

"내 한 방울의 땀은 그녀의 웃음을 보기 위한 것이다."

"히죽. 그녀가 날 보고 웃었어!"

검치 들은 열심히 공사판을 전전하며 많은 벽돌을 쌓았다.

오로지 여자들을 보기 위하여, 그런 숭고한 뜻으로 열심히 집을 지었다.

세라보그 성에서는 갈색으로 그을린 웃통을 벗어 헤친 인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피라미드 때부터 계산해 본다면 어마어마한 양의 돌을 쌓았을 것이다.

띠링!

-반복 행동에 따라서 건축가 계열 스킬, 벽돌 쌓기와 땅 파기를 습득하셨습니다.

벽돌 쌓기 1(0%): 벽돌을 가지런히 쌓아 집을 짓는다. 숙련도가 띠어난 이는 아무리 많은 벽돌이라도 가지런히 쌓을 수 있다.

삽질 1(0%): 땅을 빠르게 파낼 수 있다.

건축가의 스킬들!

생산직으로 분류하기는 상당히 힘든 직업으로, 아직까지는 전직하는 방법이 밝혀지지 않았다.

위드가 뛰어난 손재주로 요리나 대장일, 재봉 들을 익힌 것처럼 검치 들은 노가다를 통해 건축가 스킬을 배우고 만 것이다.

벽돌 쌓기와 삽질은, 다른 것은 몰라도 스탯 힘을 크게 늘려 주었다.

건축가 스킬을 올리기 위하여, 그리고 의뢰를 해결하기 위하여 검치 들은 열심히 삽질을 하고 벽돌을 쌓았다.

그 결과 3달 만에 로자임 왕국 출신의 미녀들과는 모조리 친해져 버리는 기염을 토해 냈다.

검치 들은 그때부터 열심히 거리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검사백십구치 오라버니!"

"저번에 지어 주신 집은 참 고마워요, 검십오치 오빠!"

사람들은 모두 검치 들이 하는 기행에 어이가 없었다.

오직 검치 들만이 할 수 있는 일!

몇 달이 지나자, 열심히 로자임 왕국 미녀 주민들의 집을 지어 준 검치 들은 꽤나 유명해졌다.

그때부터는 각 귀족들이 찾아왔다.

"명성을 듣고 왔네. 이쪽 분야에서는 꽤나 유명하다고 하지? 나의 저택을 지어 주게. 성대한 집을 지어 준다면 섭섭하지 않은 보답을 해주지."

귀족 아리아스 남작의 저택 건축

알이라스 남작은 로자임 왕국의 수도 근처에서 꽤나 큰 마을을 소유하고 있다.

마을 시장의 활성화로 인해 많은 돈을 벌어들인 그는 이번에 새로 저택을 완성하여.....

"거절한다."

-퀘스트를 거부하셨습니다.

검치 들은 채 들어 보지도 않고 퀘스트를 받지 않겠노라고 거부했다.

"우리가 네 하인이냐?"

"우리한테 그런 막일을 맡기려고 하다니 어림도 없지!"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아."

검치 들은 배가 뒤룩뒤룩 튀어나온 알리아스 남작을 보며 비웃어 주었다. 그러나 다른 예쁜 마을 여인이 부탁하자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만 주십쇼!"

"최선을 다해서 지어 드리겠습니다."

검치 들은 그렇게 열심히 막일을 했다.

그러면서 스킬들을 수련하고, 틈틈이 주변의 던전들을 다니면서 사냥도 했다.

그러다가 모든 검치 들이 레벨 220을 넘었다.

"스탯창!"

캐릭터 이름: 검오백오치        성향: 무

레벨: 220                      직업: 무예인

칭호: 없음                     명성: 1632

생명력: 27060                  마나: 4402

힘: 850                        민첩: 455

체력: 230

지혜: 65                       지력: 40

투지: 130                      지구력: 120

인내력: 180                    매력: 20

카리스마: 60                   통솔력: 30

행운: 5                        신앙: 10

공격력: 1340                   방어력: 195

마법 저항 불: 20%              물: 20%

대지: 20%                      흑마법: 20%

그때 검치에게 무명의 도전자가 찾아왔다.

가벼운 방어구에 망토를 하나 착용한 떠돌이!

검치는 매우 가뿐하게 그를 이겨 주었다. 그러자 떠돌이는 말했다.

"그대는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무예인이군. 그대와 그대 동료들의 명성은 나도 들은 적이 있다. 여인을 도우며 지낸다지? 나는 평생을 무예를 갈고닦으며 살아왔다."

나타난 떠돌이는 바로 검치 들과 같은 직업을 가진 자. 무예인이었다.

떠돌이는 이어서 말했다.

"강해진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나? 검만 갈고닦아서는 부족해. 나를 꺾었으니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한 후 돌아와라. 그러면 진정한 강함으로 안내해 주겠다."

띠링!

무사 수행

세상을 어지럽히는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구하라.

여인과 소녀들을 구하고 기사도를 이 땅에 바로 세워라.

베르사 대륙을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돌아온다면 진정한 무예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난이도: 상위 직업 전직 퀘스트

보상: 개발이 가능한 스킬

퀘스트 제한: 직업 무예인 제한. 악명이 없어야 함.

검치를 비롯하여 검오백오치까지 골고루 떠돌이들이 찾아왔다.

검치는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임을 알았다.

"모두 들어라. 지금까지 우리는 이 로열 로드를 하면서 함께 뭉쳐 다녔다."

"......"

검치 들의 진중한 눈빛!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스승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우리들이 뭉쳐서 다닐 때에는 무서운 것이 없었지. 모두가 우리를 두려워하고 피했다.ㅏ 우리는 하나라서 더욱 강하다."

검치 들이 던전에서 사냥을 하면, 대다수의 유저들은 욕을 하며 떠났다.

몬스터들을 독식하고, 예쁜 여성 유저들만 있으면 훔쳐보고! 요리를 하기 위해 냄새만 피우면 달려들어서 맛있는 밥을 한 끼라도 얻어먹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하는 검치 들!

그들이 나타나면 아무리 북적대던 곳이라도 삽시간에 한적한 사냥터로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야 할 때다. 각자 대륙을 떠돌면서 협행을 하고, 강한 몬스터들을 꺾어라. 앞으로 6개월 후, 로자임 왕국에서 다시 만나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스승닙!"

"훗날 뵙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스승님!"

검치 들은 각자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보리 빵이 들어 있는 작은 배낭 하나가 짐의 전부였다. 실상 가지고 떠날 것도 그리 없었다.

전 대륙으로 흩어지게 된 검치 들!

스승과 제자의 애틋한 헤어짐이었지만, 떠나는 제자들은 얼굴 가득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제야 좀 배불리 먹겠구나.'

'배고파서 죽을 뻔했네.'

'어서 토끼라도 사냥해서 구워 먹자.'

검치 들은 무사 수행을 위해 뿔뿔이 흩어져 로자임 왕국을 떠났다.

한국 대학교의 수시 전형!

프로게이머 전형으로 원서를 넣을 때만 해도 별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합격하고 나니 더 큰 고민이 생겼다.

"어쩌지 오빠한테 사실대로 말을 해야 하는데......"

이혜연은 서류 합격 통지서를 들고 이리저리 갈등했다.

한국 대학교의 면접날은 바로 오늘이었다. 그러나 자린고비인 이현이 대학교에 가서 면접을 보려고 할 리가 없다.

"미룰 수도 없고 어떻게 해서든 데려가야 하는데......"

이혜연은 한참이나 고뇌에 빠졌다가, 결국 수를 썼다.

정면 승부!

이혜연은 이현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빠, 할 말 있어. 오늘 한국 대학교에 면접을 보러 가야 해."

이혜연이 그렇게 말을 했을 때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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