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도자들의 동맹
위드는 마탈로스트 교단의 성물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감정!"
- 안식의 동판 : 내구력 12/1,000.
망자들을 안식의 세계로 인도하는 동판.
마탈로스트 교단의 존립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으로, 파손이 심한 상태이다.
다섯 가지 성물 중의 하나.
위험한 물건이기에 악인의 손에 들어가면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성기사들에 의해 보관되고 있었지만, 엠비뉴 교단에 의해 강제로 빼앗겼다.
파손이 심해 힘의 발휘에 제약이 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수리가 불가능하며 마탈로스트 교단 대신관의 신성력에 의한 수리만 가능.
사용할수록 내구력이 하락할 것이다.
제한 : 마탈로스트 교단의 인정을 받은 자.
신앙 2,000.
옵션 : 죽은 이들을 안식의 세계로 이끈다.
언데드 마법을 강제로 해제할 수 있음.
언데드들을 특수 강화하여 신성력에 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음.
언데드가 가지고 있으면 안식의 세계로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어 대단히 높은 생명력과 마나, 힘을 보유할 수 있다.
마물들을 만들고 지휘할 수 있다.
죽음의 선고를 내릴 수 있다. 죽음의 선고가 떨어지면 하루 동안 생명력과 마나가 회복되지 않는다.
망자들을 안식으로 인도할 수 있는 동판!
동판만 가지고 있다면 언데드들을 다시 시체로 되돌릴 수 있다.
네크로맨서들에게는 역린과도 같은 성물이 되리라.
죽음의 선고는 산 생명에 대해서도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그래도 영 찝찝하군."
위드는 안식의 동판을 보면서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할 때마다 내구력이 떨어진다. 남아 있는 내구력 자체가 그리 높지 않으니 몇 번 쓸 수도 없다는 이야기!
성물이 파괴되었을 때에는 엄청난 불행, 혹은 저주가 따라 붙을 수 있다.
마탈로스트 교단에 적대시되는 것도 물론이었다.
"다음 물건은... 감정!"
- 동맹의 증표, 지팡이 : 내구력 139/200. 공격력15.
마탈로스트 교단이 인근 부족들과 동맹을 체결한 후에 증표로 삼은 지팡이.
신의 축복이 어린 성물이지만 평상시에는 신성력을 다소 보조해 주는 능력밖에는 없다.
약속의 동맹을 이끌어 내고 나면 지팡이에 내재된 인도자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권능의 사용에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리라.
제한 : 마탈로스트 교단의 인정을 받은 자.
신앙 2,000.
옵션 : 신성력 5%
안식의 동판과 지팡이!
엠비뉴 교단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쓸 수 있는 마탈로스트 교단의 성물이었다.
성물들의 활용에 따라서 전투의 양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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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는 그날 밤에 마탈로스트 교단의 첫 번째 동맹 부족이 있는 베자귀 부락에 도착했다.
인간이 아닌, 몬스터에 근접한 부족원들.
머리카락은 몇 가닥이 남아 있을 뿐이고, 입은 튀어나왔다. 무기로는 창을 들고 있었다.
위드와 스미스는 부락의 입구에서 베자귀 부족의 용사들에게 포위되었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대리인으로, 원군을 청하기 위해 왔습니다."
위드가 가슴을 활짝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자기들끼리 웅성거리던 베자귀 부족의 용사 중 상체에 문신이 가득한 근육질의 남성이 앞으로 나왔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대리인이라면 우리의 형제. 방문객을 환영한다. 무슨 용건으로 우리를 찾아왔는지 다시 한 번 정확히 말해 주겠는가?"
"엠비뉴 교단과 대적해서 싸울 원군을 청하러 왔습니다."
마중 나온 용사가 창을 땅에 꽂았다.
"엠비뉴 교단은 강하다. 우리도 그들의 행동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왜 우리 부족이 그대들을 위하여 피를 흘려야 하는가."
위드는 빠르게 주변을 눈으로 훑었다.
천부적인 화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눈치로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어떤 좋은 말도 상황에 맞지 않으면 분위기 깨는 헛소리에 불과할 뿐!
용사들은 건장했고, 눈빛은 형형했다. 불청객이 왔다고 해서 거리낌이 있거나 움츠러든 표정이 아니다.
부락에 걸려 있는 사냥감들은 케르탑이나 블랙 와일드보어 외에도 많았다.
"베자귀 부족의 대표자를 만나고 싶습니다. 베자귀 부족을 대표하실 수 있습니까?"
"나는 대용사다. 사납고 강한 짐승들을 사냥하며, 부족에서 가장 힘이 세다. 나는 충분히 우리 부족을 대표한다."
위드는 약간 누그러진 어투로 설명했다.
"베자귀 부족의 대용사께서는 저더러 형제라고 했습니다. 당신들에게 이런 청을 드리는 까닭은, 옆에 사는 이웃과 형제란 무릇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형제가 어렵다고 해서 약속을 저버린다면, 마탈로스트 교단과 베자귀 부족은 형제가 아닐 것입니다."
용사는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형제는 어떤 어려움이라도 함께 이겨 낸다. 우리 베자귀 부족은 마탈로스트 교단과 함께 싸우겠다."
"와아아아!"
부족의 용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창을 허공에 높이 치켜들고 흔들었다.
첫 번째 동맹 부족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
- 인도자들의 동맹.
통곡의 강에서 사냥하는 베자귀 부족이 합류하였습니다.
협상자의 명성이 100 오릅니다.
매력이 50 오릅니다.
대용사가 말했다.
"우리 베자귀 부족과 달리 다른 두 부족은 끌어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약속과 형제에 대한 신의를 중요시하는 점은 같지만 각 부족마다 사정은 있어. 엠비뉴 교단과 싸우기 위해서는 두 부족, 특시 사르미어 부족의 힘이 꼭 필요할 거야."
위드는 누렁이를 타고 다시 다음 부족이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어슬렁어슬렁.
느려터진 소걸음.
베자귀 부족은 약속했다.
ㅡ 3개의 부족이 모이면 우리는 엠비뉴 교단을 공격할 것이다. 그들의 요새를 부수고 마탈로스트 교단의 생존자들을 탈출시키는 데 도움을 주겠다.
한 부족의 공격 약속을 받아 냈으니 이제 2개 부족만이 남았다.
칼을 거꾸로 세워 놓은 듯한 바위산에, 베르사 대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화이초들도 상당하다.
위드는 낙타의 등처럼 굽은 능선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경사가 상당했지만 누렁이는 미끄러지지 않고 잘 걸었다.
불사조들이 말했다.
"주인님, 추격자들과는 5시간의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5시간 안에 따라잡히고 말 것입니다."
"적들의 규모는?"
"기사 20, 병사 300, 사제 5명입니다."
"여전히 얕보고 있군. 기사가 겨우 20이라...... 생각만큼 추격자들의 무리가 늘어나지는 않는데."
평범한 조각사로서는 할 수 없는 말!
하지만 위드는 일부러 추격자들을 끌어들여서 엠비뉴 교단의 세력을 약화시킬 마음을 먹고 있었다.
공성전에서는 큰 도움까지는 안 되더라도, 적의 수를 조금이라도 미리 줄여 놓아야 한다. 난이도 S급의 의뢰라면 세 부족과의 동맹을 이루어 내더라도 굉장히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유인책에 따른 각개격파! 적 세력의 약화를 목적으로, 본능적으로 전술적인 행동을 했다.
'일단 한 놈씩 패는 거지!'
"추격자들이 쫓아오기 전에 어서 도망치세!"
주정뱅이 스미스가 안달을 하거나 말거나 위드의 머리는 더없이 냉정하게 굴러갔다.
"빙룡. 불사조."
"말하라, 주인."
"여기 올 때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너희가 가서 처리해라. 단, 우리 쪽에는 어떤 피해도 없어야 한다."
"알겠다, 주인!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빙룡, 네가 대장을 맡아. 불사조들과 무사히 돌아와야 된다."
"날 믿어 줘서 고맙다, 주인."
빙룡과 불사조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뒤쪽으로 날아갔다.
불사조들은 불의 성향 탓인지 다분히 공격적이고 저돌적이었다. 하지만 빙룡은 자신의 몸은 끔찍이 아꼈으니 그에게 대장의 지위를 맡긴 것이다.
"내 조각품이야. 구박해도 내가 구박하지, 다른 놈들에게 맞고 다니는 걸 볼 수는 없어."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면 멍청하고 소심한 빙룡에게 대장 자리를 줄 이유가 없을 터!
잠시 후에, 서쪽의 하늘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이스 브레스가 쏘아졌는지 온도가 현저히 낮아지고, 뒤이어 화염으로 인한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불과 얼음 공격들.
위드는 이 와중에도 빙룡과 불사조들을 성장시키고 있었다.
추격자 무리가 빙룡과 불사조들에 의해 전멸하고 나서, 엠비뉴 교단에서는 다시금 추격자들이 결성되었다.
암흑 기사만 40.
사제 10명에 마법사 3명, 일반 병사로 300명.
위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추격대가 점점 굉장히 빠르게 따라붙을 뿐만 아니라, 전력도 향상되었다.
흥분과 희열로 즐거움이 더해 간다.
알베론과 함께 진혈의 뱀파이어들을 처치했을 때처럼, 적당한 긴장감으로 활력이 샘솟았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두 번째 동맹 부족 레키에.
전사와 주술사 들이 있는 부족이었다.
"우리는 마탈로스트 교단과의 동맹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긴 시간이 지났다. 마탈로스트 교단에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자격이 남아 있는지 의문이다."
레키에 부족의 대족장은 위드를 반기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친구 사이에 자격을 어떻게 증명해야 합니까?"
"엠비뉴 교단의 세력은 두렵다. 그들과 싸울 수 있는지, 용기의 시험을 치르겠다."
대족장은 위드에게 일렀다.
야밤에, 외부의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고 용기의 계곡을 통과하라는 시험!
레키에 부족의 아이들이 성인식을 치를 때 오르는 계곡이라고 했다.
위드는 깊이 따지지도 않고 간단히 수락했다.
"저에게 용기가 있음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퀘스트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상,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용기의 계곡!
위드는 어두운 밤중에 빠르게 걸었다.
나무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소리가 무서웠고, 뭐라도 튀어나올 분위기였다.
담력 시험이라도 보는 것 같은 상황.
실제로 용기를 시험하는 장소였으니 틀린 것도 아니다.
헛된 상상은 마음을 굳게 만들고 위축시킨다.
공포에 질리게 되면 발소리도 무서워지고, 그림자에도 놀란다. 점점 무서워져서 결국 한 걸음도 떼지 못하게 된다.
용기의 계곡은 그런 장소였다.
좁은 계곡의 틈 사이를 통과하는데 불과 50센티 옆의 나무 사이에서, 혹은 수풀 사이에서 무엇이든 튀어나올 것 같다는 착각.
끊임없이 상념들이 공포감을 자극해서 주저앉게 만드는 장소!
몬스터든 귀신이든 차라리 정말로 나와 버리면 마음이 편할 테지만, 본연적인 공포감만 자극하고 있었다.
어둠 속을 걸어서, 어디에 도착하게 될지도 모르는 길.
불안, 공황에 이르게 만드는 용기의 계곡.
위드는 주문처럼 무언가를 외웠다.
"시금치 2,500원, 깻잎 1,000원, 계란 1,700원, 소시지 4,000원."
일주일의 지출 계산!
어둡고 조용하니까 가계부를 머릿속에서 정리하기에는 그만이었다.
"올리브 오일이 떨어졌지. 쿠폰을 모아 두었으니 다음에 마트에 가서 사야겠군. 건너편 마트에서 주방용품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고무장갑은 아무래도 예쁜 분홍색으로 사야지."
쇼핑 목록 계산.
위드가 가장 꺼림칙해하는 부분도 등장했다. 이 시간이 가장 힘들고 괴로웠다.
"이번 달 지출 액수는 지난달보다 8,000원 늘어났군. 24일의 계산 때문이었어. 이놈의 물가 상승! 가스 값이 올라서였지."
날짜만 생각해도 그날 사용한 금액을 떠올릴 수 있다.
지난달, 지지난달의 가격 변동 사항까지 줄줄이 꿸 정도였다.
절감, 절감, 절감.
그래도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 가계부!
주부들의 가장 큰 고민 사항을 위드도 힘들어했다.
"가계부란 놈은 한번 커지면 절대 줄어들지 않지."
가계부와의 처절한 싸움.
수입이 많다고 해서 돈이 모이지는 않는다. 철저한 관리와 더불어 충동구매를 자제해야 했다.
"역시 그때 마트에서 비싼 소금을 사는 게 아니었는데... 검소하게 살아야 했는데."
뼈저린 후회와 반성까지.
작은 구멍들이 모여서 나중에는 큰 금액이 된다.
가계부를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용기의 계곡 출구였다.
위드의 얼굴은 핼쑥하니 공포에 질려 있었다.
띠링!
- 용기의 계곡을 통과하였습니다.
최단기간에 용기의 계곡을 통과했습니다.
레키에 부족 청년들의 성인식 통과 시간보다도 훨씬 빠른 통과입니다.
- 스탯 정신력이 생성됩니다.
- 정신력 : 집중력이 향상됩니다. 주변이 아무리 혼란스럽더라도 스킬의 성공 확률이 오르고 마법의 실패율이 감소합니다.
난전에서의 공격력 상승.
전사들이나 모험가, 마법사 들은 정신력이 뛰어난 자들을 존경할 것 입니다.
투지의 상승 속도를 빠르게 한다. 스탯 포인트 분배가 불가능하며 캐릭터의 행동에 따라서 저절로 상승함.
- 칭호 '용기로운 자'를 얻으셨습니다.
- 명성이 200 올랐습니다.
- 용기가 80 상승하셨습니다.
- 투지가 10 상승하셨습니다.
- 통솔력이 5 상승하셨습니다.
레키에 부족의 대족장과 전사들은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위드가 계곡에서 나오는 걸 발견하고 달려왔다.
코에 고리가 줄줄 달려 있는 대족장이 두 팔을 벌렸다.
"형제가 시험을 통과했다. 동맹에 따라서 엠비뉴 교단을 공략하자."
"와아아아!"
전사들이 창을 치켜들고 환호했다.
주정뱅이 스미스가 다가와서 다 안다는 듯이 어깨를 두들겼다.
"용기의 계곡이 무척 힘들었던 모양이군."
위드는 힘없이 대답했다.
"정말 끔찍한 일이죠."
"그래도 이제 다 지났지 않은가. 소중한 경험을 한 셈 치게."
"매달 겪어야 되죠."
"대족장이 그러는데 용기의 계곡 안에 있는 레키에 부족의 망령들이 정말 무섭다는데, 그들은 어찌 생겼는가?"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망령은 못 봤습니다."
망령보다는 가계부가 훨씬 무섭다.
나무들 사이나, 등 뒤에서 슬쩍슬쩍 망령들이 활동했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느낄 정도!
그러나 가계부를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데 너무 골몰하다 보니 망령들은 보지도 않고 지나가 버린 것이다.
띠링!
- 인도자들의 동맹.
통곡의 강에서 사냥하는 레키에 부족이 합류하였습니다.
협상자의 명성이 200 오릅니다.
매력이 60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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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부족의 동맹까지 처리하고 세 번째 부족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추격자들은 빠르게 쫓아와서 평원 너머에 먼저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암흑 기사와 엠비뉴 교단의 병력을 돌파하지 않고는 세 번째 부락이 있는 장소로 가기 어렵다.
"빙룡, 불사조! 없애 버려!"
"알았다, 주인."
빙룡과 불사조들이 추격자들과 전투를 벌였다. 위드는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할 뿐이었다.
공중 몬스터들 중심으로 조각품을 만들고 생명을 부여한 이유. 공중 몬스터들의 생존율이 높기 때문이었다.
"지상 몬스터와는 비교가 안 되지."
지상 몬스터들은 둘러싸여서 집중 공격을 받으면 금방 죽을수도 있다. 그러나 날아다니는 몬스터는 마법사나 궁수들이 부대를 이루고 있지 않은 한 쉽게 사냥할 수가 없다.
차후에는 공중과 지상을 모두 감당할 수 있도록 균형을 갖추어야 하리라. 그러나 아직까지는 빙룡을 중심으로 한 공중 몬스터들이 대부분이었다.
엠비뉴 교단의 추격자들은 빙룡과 불사조들에 의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불사조들의 위력이 압권!
"파이어 블래스터!"
마법사들이 공격 마법을 발휘하면 불사조들은 열심히 날았다.
"내 거야!"
"내가 먼저 봤다."
"나부터 먹을 거야."
경쟁이라도 하듯이 날아가서 화염 마법을 날름 받아먹었다.
불을 흡수하는 능력으로 생명력과 마나를 보충하는 것!
불타오르는 대지를 저공비행하면서 화염을 내뿜기도 했다.
나무들이 타오르고 불길이 퍼지면 불사조들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생명력과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다.
불사조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신성력이나 마나에 의한 타격이나 정령술을 써야 한다. 아니면 빙계 마법을 퍼부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불사조 오형제를 잡을 방법은 전무!
불사조들은 아예 탕에 내려서서 화염 날개를 휘두르거나 기사들의 정면에 불을 뿜었다.
"크라라라라라라라!"
무자비한 공격의 빙룡보다도 훨씬 큰 피해를 입히는 중이었다.
빙룡은 육중한 거구로 돌아다니면서 사제들만 골라서 밟아 주었다.
엠비뉴 교단 추격자들의 전력이 삽시간에 절반 이상 붕괴되어 버렸다.
그야말로 조각품들의 위력!
불사조의 대양 양산에 대한 생각이 위드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불사조들을 30마리쯤 만들어서... 그러면 웬만해서는 죽을 일도 사라질 텐데."
불사조 30마리라면 가히 화염지옥!
불로부터 힘을 얻는 특성상 생명력이 떨어질 일도 거의 없으리라는 생각!
겨울이나 비가 오는 날씨가 아니라면, 환경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일이 없다. 불의 특성을 최대한 이용하면서도 활용성 측면에서는 빙룡과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조각품들은 개성에 민감했다.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조각품에 대해서는 꽤나 심하게 적대한다. 심지어는 서로 싸우려는 태도도 보일 지경.
예술 스탯이 높을수록 생명이 부여된 조각품들이 강해지면서, 개성에 대한 요구나 자아도 세졌다.
위드의 통솔력과 카리스마의 한계 때문에 10마리 이상의 조각품을 한 종류로 부리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누렁아, 가자!"
음머어어어어어!
나머지 잔당은 위드가 누렁이와 함께 처리했다.
추격자 군단이 올 때마다 누렁이나 빙룡, 불사조들의 레벨이 2~3개씩 오르고, 잡템과 무기류들을 넉넉하게 수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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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부락에 도착하기 전에 추격자 무리가 다시 가까워졌다.
암흑 기사 60명.
사제 10명.
마법사 10명.
기병 400명.
그야말로 살벌하기 짝이 없는 대군!
대군대가 위드를 잡기 위해서 추격해 오고 있는 것이다.
"기사와 사제, 마법사, 기병까지 모두 말을 타고 굉장한 속도로 추격 중입니다."
다섯 방향으로 정찰을 보내 놓았던 불사조들이 돌아와서 보고했다.
위드는 누렁이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누렁아, 이제부터는 빨리 가자. 더 이상 게으름 부리면 저녁은 소고깃국이다."
안 그래도 누렁이는 밥을 마련할 때마다 노심초사였다. 멀쩡한 털들이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국을 끓일 때마다 은근히 머리나 족발을 잠깐 담가 주었으면 하는 듯한 위드의 눈빛!
음머어어어어!
누렁이가 속도를 올려서 탄력 있는 몸으로 내달렸다.
어지간한 말을 능가하는 속도. 언덕이나 경사로도 휴식 없이 달렸다.
"빙룡."
"말하라, 주인."
"브레스나 한번 쏘고 돌아와."
엠비뉴 교단의 추격자들이 있는 장소로 날아가서 사용하는 아이스 브레스!
아침에 우유 한 잔을 마시듯이, 매일 아이스 브레스를 쏘도록 지시했다.
엠비뉴 교단의 추격자들은 브레스에 의해 피해를 입고 야금야금 죽어 가고 있었다.
"불사조들."
"주인님의 말을 듣고 있습니다."
"너희는 가서 불 질러. 놈들이 숲이나 산에 오르면 확 불을 질러 버려."
자연보호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 전술.
화공!
나무 많은 숲이나 불에 잘 타는 갈대밭에서는 어김없이 불사조들이 추격자들을 습격했다.
"빙룡, 이 부근에 협곡이나 큰 숲이 어디지?"
"서쪽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된다."
"그곳으로 가자."
대규모 군대가 이동하기 어려운 길을 택해서 추격대의 발길을 지연시켰다.
정정당당한 정면 승부!
명예를 걸고 싸우는 기사의 결투!
전사들의 생명을 건 싸움!
이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위드였다.
사제들과 마법사들이 보호 마법을 펼치더라도 아이스 브레스는 수십 명 이상이 죽는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땅 자체가 얼어붙는 탓에 말들이 나동그라지고 기병들의 이동속도 지연됐다.
그러나 엠비뉴 교단의 추격자들은 어느 정도의 거리에 다다르자 장애물들을 무시하고 거의 일직선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아이스 브레스의 피해가 누적되자 최대한 속도를 내서 위드를 잡을 계획 같았다.
추격자들이 일으키는 흙먼지를 위드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는 끝장이야. 놈들이 거의 다가왔어!"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던 주정뱅이 스미스는 만사를 포기하고 절망에 잠겨 더더욱 술을 찾아 댔다.
위드는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놈들이 이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오는 것에 대한 계산도 이미 서 있었기 때문.
"좀 번거롭게 만들어 줘야지."
몬스터들이 모여 있는 장소만 일부러 찾아가서 살짝 우회하며 싸움을 붙이는 야비함!
냇물을 흙탕물로 만드는 미꾸라지를 능가하는 도주!
엠비뉴 교단의 추격자들은 빙룡의 브레스에 장애물, 몬스터들과도 싸우면서 전진했다.
여간한 몬스터들은 암흑 기사들과 기병들이 토막을 내면서 이동했지만, 병력에 피해가 컸다.
추격자들은 야금야금 숫자도 줄어들고 체력도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말들이 거품을 물고 쓰러지고, 사제와 마법사들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때, 위드는 노란색 풀들이 잔뜩 피어 있는 약초밭을 발견했다.
약초 중에 가장 비싼 약초!
정력에 무궁한 도움을 주는 약초.
위드는 언덕가에 누렁이를 세웠다.
"여기서 결전을 벌여야겠다."
사르미어 부족이 있는 마을까지는 불과 하루 거리였다.
추격자들에게 따라잡히지 않고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남김없이 사냥을 할 작정이었다. 약초밭을 내버려 두고 지나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누렁아, 빨리 이걸 쓰자."
"싫다. 이상하게 생겼다."
자유 방목을 희망하는 누렁이는 본능적으로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최근 소고기 값이 좀 올랐던데......"
"......"
평화로운 설득!
약초를 수확하기 위해 누렁이의 몸에 쟁기를 만들어 씌웠다.
과연 전천후 한우!
누렁이를 데리고 약초들을 수거하고 전투준비를 갖췄다.
숫돌에 검날을 세우고, 방어구도 천으로 깨끗이 닦았다. 최상급 스테이크에 와인까지 곁들였다.
누렁이에게도 정력과 체력 증강에 좋은 약초를 부드러운 풀에 섞어 함께 주었다.
음머어어어어어!
주인의 은총에 감사하는 누렁이!
완전히 전투준비를 갖추었을 때였다.
이제 삼분의 일로 줄어들어서 패잔병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추격자들의 무리가 등장했다.
암흑 기사들도 불과 20여 명, 사제와 마법사는 각기 2명씩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엠비뉴 교단의 적!"
"대신관님께서는 사로잡을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죽여라!"
말을 잃어버린 병사들은 갑옷을 덜그럭거리며 달리고 있었다.
기병들과 암흑 기사들의 일제 돌격.
돌격을 하는 데도 체력이 소진되어 속도가 안 나는 모습이었다.
약간만 더 괴롭혀 주면 추격자 군단이 몰살할 상황!
"빙룡, 불사조! 선제공격해라."
"알겠다, 주인."
빙룡이 아이스 브레스를 사용하기 위해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놈이 브레스를 쏜다!"
"보호 마법을 펼쳐라!"
사제들과 마법사들이 펼쳐 낸 투명한 원이 추격자 무리를 뒤덮었다.
이윽고 빙룡의 주둥이에서 흰 줄기의 브레스가 뿜어졌다.
투명한 원을 바스러뜨리며 적진을 얼리는 브레스의 경천동지할 위력!
100명이 넘는 병사들이 통째로 얼어 버렸다.
보호 마법을 펼치지 않았다면 피해가 더 컸을 것이다.
"후와아아아아악!"
불사조들은 대지에 넓게 불을 질렀다.
"놈을 죽여라."
"죽여서 엠비뉴 신을 위해 심장을 바치자!"
화염 속에서 악귀처럼 덤벼드는 엠비뉴 교단의 추격자들.
누렁이를 타고 있는 위드의 눈이 한없이 차가워졌다.
텅 빈 은행에서 18도에 맞춰진 에어컨처럼 고독하고 쓸쓸하며 잔인한 눈빛.
몬스터들이 강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더 강해져서 사냥을 한다.
비겁하거나 비열하다는 말은 위드의 사전에 없었다.
앞길을 가로막는 것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숴 버린다.
항상 최대한 모든 수법을 다해서 승부를 하는데 야비하다는 말 따위는 들을 필요 없는 것.
"놈을 죽여라."
암흑 기사들이 지쳐 거품을 물고 있는 말을 타고 언덕을 거의 올라오고 있었다.
위드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축복."
- 대신관의 축복을 사용하셨습니다. 20분 동안 육체적인 능력이 강화됩니다.
생명력과 마나가 최대치가 30% 정도씩 상승, 각 스탯들이 20%나 늘어나는 대신관의 축복!
예전에 약할 때에는 거의 절반 가까운 스탯이 늘어났을 정도였다.
어느 장소에서나 반지의 힘으로 1회씩 대신관의 축볼을 쓸 수 있다. 그 시간만큼은 위드가 조각사가 아닌 전사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위드가 누렁이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쳤다.
"가자, 누렁아!"
누렁이가 네발을 박차고 언덕 아래로 한껏 질주했다.
언덕의 경사로를 내려가면서 살 떨리게 붙는 가속력. 말처럼 빠르기만 하지는 않았다.
힘!
묵직한 체중과 속도로 돌진했다.
암흑 기사가 정면으로 창을 찔러 왔다.
매우 빠르고 정교하게 목을 노리고 있다. 과연 엠비뉴 교단의 기사답게 숙련된 모습이었다.
위드는 고개를 숙여서 스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그 창을 피하고 검을 올려 베었다.
"달빛 조각 검술!"
갑주를 입고 있지 않은 말의 목을 쳐서 기사와 함께 쓰러뜨렸다.
두 걸음도 채 떼기 전에 다른 암흑 기사가 덤볐다.
"죽어랏!"
풍압 이 느껴질 정도로 거세게 도끼를 휘두르는 적 기사!
기사들이 질주하며 휘두르는 무기를 정면에서 받아치면 내구력이 상하거나 검이 깨질 우려가 있다. 위드의 무기는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러 부딪칠 필요는 없다.
'허점을 만든다.'
위드는 누렁이를 반보 옆으로 움직이게 하며 검을 휘둘렀다.
도끼의 짧은 간격과 검의 길이를 이용한 전술!
절묘하게 만들어긴 거리로 인해서 암흑 기사의 목을 벨 수 있었다.
황소와 일체된 공격술!
기사들끼리의 싸움에서는 승마술에 따라서 승패가 갈리기도 했다.
위드는 누렁이를 수족처럼 다루며 전투에 임했다.
푸히히힝!
암흑 기사들이 타고 있는 말들이 가쁜 숨을 내뱉으며 언덕을 오른다. 그러다가 누렁이의 험악하게 변한 눈빛을 보며 전의를 상당히 잃어버렸다.
음. 머. 머. 머 ㅡ !
광분하여 미치기 직전의 누렁이!
뒷발로 차고 뿔로 들이받으면 여지없이 말들이 나가떨어진다. 누렁이의 네발에서 공격과 방어가 기본적으로 이루어졌다.
위드는 황소의 넓은 등판에서 검을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거친 맹수처럼 적들 사이를 종횡하며 검을 휘둘렀다.
암흑 기사들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창과 검이 교차한다. 검광이 번뜩이면 암흑 기사들이 여지없이 땅에 떨어진다.
하나의 숨결에 정확히 1명씩!
"가자, 누렁아!"
위드는 암흑 기사들 사이로만 누렁이를 몰았다.
갑옷을 입고 있는 기마 상태에서는 땅에 추락하기만 해도 거의 치명상을 입는다. 기사들이 가진 훌륭한 방어력에도 불구하고 갑옷의 무게에 짓눌리는 상황!
짧은 교차들이 이루어질 때마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공격으로 암흑 기사들을 제압하고 있는 위드였다.
기사들과 말은 지쳐 있는 데다가 언덕을 오르느라 속도도 느렸다. 반면에 위드는 경사를 타고 내달리면서 힘과 기세가 절정에 올라 있었으니, 기사들과의 부딪침에는 비교할 수 없는 조건이다.
전략과 전술의 활용!
몬스터들에게로 유인해서 피해를 주고, 체력을 떨어뜨리려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
오크들과 싸울 때와 엘프들과 싸울 때의 방식이 달랐다.
오크들이 먹이로 잘 유인된다면 엘프들은 더러운 걸 싫어한다. 궁술과 마법, 정령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근접전으로 이끌어야 된다.
적 종족의 습성이나 행동 약식, 전투법에 따라서 전략과 전술을 결정한다.
위드는 사소한 싸움이라고 해도 유리한 전장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뜨거운 가슴은 대책 없이 더 많은 적들만을 원할뿐이다.
정말 많은 적들, 버거운 적들을 보면 전투에 도취되어 끓어오르는 피가 희생양을 바란다.
맹수의 기질.
전신의 본성.
"우아아아아아!"
위드의 입에서 사자후가 터졌다.
- 스킬 사자후를 사용하셨습니다.
사자후 스킬의 영향 범위에 있는 모든 아군의 사기가 200% 상승합니다.
존재하는 모든 혼란 상태가 해제됩니다.
5분간 통솔력이 270% 추가 적용됩니다.
"명령이다! 빙룡, 불사조! 적들을 쓸어버려라!"
엠비뉴 교단의 추격자들. 규모가 이 정도 되면 거의 군대였다.
지휘관의 통솔력에 따라서 움직이며, 사기도 매우 중요한 요소!
매일 한차례씩 쏘아진 아이스 브레스에 의해 암흑 기사들의 절반이 죽었다.
기병들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진 상황!
빙룡이 날뛰면서 짓밟고 물어뜯고 얼음을 얼렸다.
불사조들이 광란을 일으켰다. 불을 토해 내고, 깃털을 날려 화염의 비를 만들었다.
온통 불바다가 되며 추격자들은 사기가 하락하고 혼란에 빠졌다.
누렁이를 타고 있는 위드는 적진의 한복판을 달리고 있었다.
상대의 무기를 흘려 내고 쳐 내고, 적들 사이를 꿰뚫는 화살이 되었다.
언덕을 올라오던 기병과 암흑 기사 들을 역으로 돌파한다.
"우아아아아아아아!"
위드의 입에서 끓어오르는 함성이 토해졌다.
암흑 기사들을 지나치고 난 이후에 맞닥뜨린 엠비뉴 교단의 기병들은 그저 손쉬운 간식거리일 뿐.
음머어어어어어어어!
누렁이도 괴성을 터트렸다.
황소후!
소의 울음소리와 함께 위드는 지치고 상처 입은 암흑 기사들과 기별들을 베고 있었다.
타오르는 불길과 떨어지는 얼음 조각들 틈에서의 난전이었다.
샤르미어 언덕에서의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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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키나 산맥에 정착한 검치 들!
처음 오크 마을에 왔을 때에는 제피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따랐다.
ㅡ 여자 사귀는 법요? 일단 눈빛을 마주쳐 보세요.
검치 들은 뚫어져라 오크 암컷들을 보았다.
"우헤엥. 무서워. 췩췩!"
오크 암컷들의 등골까지 오싹하게 만드는 눈빛!
베르사 대륙에 흩어져 있던 검치 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근육질에 험상궂은 외모, 유리알보다 번뜩이는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오크 마을에서 단체로 몰려다니는 검치 들!
오크 암컷들은 압박감을 느끼고 그들을 보면 피해 다니기만 했다.
제피의 두 번째 조언.
ㅡ 그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야죠. 특별한 멘트들을 무리해서 만들려고 할 필요는 없어요. 자연스럽게, 같이 밥 먹으러 갈래요? 이런 정도면 될 걸요.
검치 들은 겁에 질려 있는 오크 암컷들에게 다가갔다.
오크 암컷들이 도망칠 수 없게 만드는 순발력으로 잽싸게 에워싼 후에!
"오크 아가씨, 우리 어디 조용한 숲에 가서 피가 뚝뚝 흐르는 사슴 고기나 씹어 볼래요?"
오크 암컷들은 로열 로드를 하러 와서 오크 종족을 택하고 꿈에 부풀어 있었다.
'아, 이제 신 나게 모험을 해야지.'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 대학에 진학한 신입생들이 많았다.
재기 발랄하고 활기차게 초보 생활을 즐기려는데 무식하게 생긴 아저씨들이 접근하는 것이다.
"꺄아아아악!"
두꺼운 등을 보이고 도주하는 오크 암컷들!
둔한 검치 들이라도 이쯤 되면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제피의 조언이 전혀 안 먹혀드는 거 같아."
데이트를 할 때에는 분위기를 잡고,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마라.
세 번째 조언도 부작용만 보였다.
백번의 시도 끝에 이루어진 데이트였는데, 말도 없이 노려보기만 한다.
어색하고 답답한 분위기.
오크 암컷들은 억지로 식사를 끝내고 일어섰다.
"잘 먹었네요. 취익! 그만 가 볼게요. 췻췻."
애타게 기다렸지만 그 암컷을 다시 볼 수는 없었다.
"이건 뭔가 아니야."
"제피 이놈이 우릴 속였어."
처절한 응징!
"세상에 속일 사람이 없어서 노총각들을 속여?"
"어떻게 만든 기회인데...... 이제 소문이 퍼져서 오크 암컷들도 우리만 보면 피한단 말이다!"
제피는 도장에 꼬박꼬박 나와서 훈련을 받았다.
검둘치의 손에 이끌려서 신입 부원이 되었던 탓.
훈련량이 3배로 뛰었다.
"우리에게 맞는 연애 방법이 필요해."
검치 들은 실패를 거울삼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연래는 스스로의 모자람에 대해 자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메이런, 화령, 로뮤나, 이리엔, 수르카에게 자신들이 어떤 면에서 다른 남자들보다 못한지, 매력이 없는지를 물었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로뮤나가 말했다.
"일단은요, 몸이 너무 두꺼워요. 근육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워요."
"남자라면 이 정도 근육은 있어야지!"
검삼치가 팔뚝에 힘을 주었다.
팔뚝 두께 52센티!
여자들의 허벅지보다도 훨씬 두꺼웠고, 지렁이보다 굵은 힘줄이 꿈틀거린다.
팔뚝만 근육질이 아니었다.
다리는 여자들의 허리보다도 더 두꺼웠다.
"어때, 내 남성미가?"
"으으, 그런 근육은 남성미가 아니라 징그럽기만 하다고요."
근육으로 인한 호감 감소.
메이런은 옷차림을 지적했다.
"패션 감각이 전혀 없으세요. 평소에는 옷을 대체 어떻게 입고 다니세요?"
로열 로드에서도 패션은 중요했다.
로브를 입더라도 부츠와 색을 맞춰서 장만한다. 옷감을 염색하고, 옵션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전체적은 어울림을 중요하게 여겼다.
예쁜 옷이나 디자인 좋은 갑옷은 특별히 높은 가격에 팔린다.
로열 로드도 실제 하나의 사회와 같았기 때문에, 꾸미고 다니는 것도 매우 중요했다.
던전 탐험을 하면서도 옷이나 갑옷이 더러워지지 않을 정도로 약간씩은 주의한다.
성이나 마을에 갈 일이 있으면 갑옷을 반짝반짝 광이 나도록 닦는 것은 기사들의 기본적인 예의였다.
하지만 검치 들은 금속이 아닌 썩은 뼈로 된 검과 갑옷을 착용했다.
본 브레스트 아머, 본 소드.
본 드래곤의 뼈로 만든 상급 아이템!
위드가 직접 제작해 주었는데, 역겨운 악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슬 갑옷 바지에 구멍 난 장갑과 투구. 완전히 제멋대로의 장비였다.
"평소에는 도복이랑 운동복밖에 안 입고 다니는데."
검치 들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운동복이라면 추리닝요? 요즘 추리닝 예쁜 것도 많잖아요."
메이런이 말하는 추리닝들은 스포츠 회사에서 최신 트렌드에 맞춰 나오거나, 유명 메이커들이 출시한 제품들이었다.
하지만 검치 들이 입는 추리닝들은 두껍고 땀내 나는 회색 운동복!
도복이나 운동복만 10년 넘게 입어 왔으니 패션 감각과는 완전히 동떨어졌다.
화령도 말했다.
"여자 친구는 있었어요? 애인 말도 그냥 알고 지내는 여자라도 있으시냐고요. 편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많이 있으면 애인도 금방 만들 수 있을 건데요."
검치 들은 한숨만 푹 쉬었다.
운동에 전념하다 보니 여자와 친해질 일이 어디에 있었겠는가.
화령이나 이리엔, 로뮤나 등이 그나마 안면이 있어서 말이라도 가끔 하는 사이 정도다. 현실에서는 여자와는 정말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
그런데 검삼백치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밥집 아줌마?"
웅성웅성.
"우유 배달해 주는 아줌마."
"옆집 아줌마랑 중학교 다니는 꼬맹이."
"사촌 동생."
알고 지내는 여자들의 총동원!
단체로 남자들끼리 어울리다 보니 여자들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었다.
화령이 곤란한 듯이 물었다.
"텔레비전은 보세요?"
"응?"
"드라마나 영화, 아니면 연애 프로그램이나...... 라디오라도 좋아요."
문화생활을 하고는 있냐는 물음.
"텔레비전이라면 가끔 보기는 하는데......"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
"권투나 이종 격투기, 레슬링 방송을 주로 보는 편이지."
"영화는 <폭력의 추억>을 마지막으로......"
"축구나 야구, 배구 방송도 보긴 하는데."
문화생활과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인생을 살아온 검치들이었다.
화령은 오히려 신기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떻게 이런 남자들이 다 있을까?'
이때, 수르카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치명타를 날렸다.
"무섭게 생겼어요."
"......"
핵심적인 결격 사유!
검치 들은 중대한 착각을 하면서 살아왔다.
연애도 경험할수록 늘어난다. 순진함만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가 좋아해 줄 거라 믿는다면 큰 오산!
정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또 그녀와 사귀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도 필요하다. 그에 더해 거짓말과 자신을 꾸밀 줄 아는 자세도 필요했다.
여자들이 왜 나쁜 남자나 바람둥이들에게 빠지는가.
착한 남자는 매력이 없다. 자기가 착한 것만 생각할 뿐이다. 남자 친구로서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친근하게 다가가지도 못한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좋아할 리가 만무!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고 상처를 받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인연만 만나면 된다고 여기는 초보들이었다.
그래도 이리엔이 힘을 주었다.
"오라버니들도 매력이 있어요. 친해지기만 하면 그 매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어서 실질적인 조언을 해 주었다.
검치 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라!
여자들은 믿음직한 남자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초보자들과 함께하면서 그들과 친해져라.
한 걸음씩 차분히 다가가면 될 것이라는 격려까지 해 주었다.
오크 마을에서 주로 활동하는 검치 들에게 제의가 들어왔다.
"취익! 인간들, 싸움 실력이 꽤 좋다. 어린 오크들을 가르쳐 볼 생각이 있나?"
오크 마을 수련장 교관으로의 정식 채용!
사범들은 물론이고 수련생들도 도장 운영 경험이 있었다.
'초보자들을 가르치는 교관이라......'
'딱 우리의 적성에도 맞고,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일당은 하루 2골드!
사냥으로 얻을 수 있는 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승낙했다.
"하겠습니다."
"교관으로 취직하겠습니다."
검치 들은 그날부터 교관이 되어서 수련장에 온 초보들을 가르쳤다.
초보 오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무기인 글레이브 사용법 등을 가르치는 것이다.
"수련장에 오신 초보 오크 여러분들 환영합니다. 그럼 교관으로서 먼저 글레이브 사용법에 대한 시범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검오치가 초보 오크 암컷들을 상대로 시연을 보여 주기로 했다.
수련장에는 50마리도 더 되는 오크들이 앉아서 구경하고 있었다.
검오치가 나무를 강하게 발로 찼다. 그러자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던 잎사귀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촥촥촥촥촥!
낙엽을 꼬치 꿰듯이 꿰어 버리는 글레이브!
"자, 너무 쉽죠?"
검오치가 밝게 웃었다.
초보 오크 암컷들이 그 행동을 따라서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아 씨, 왜 이렇게 무거워?"
"잘 휘둘리지도 않아. 취이익."
낙엽 한 장 맞히기도 어려운데, 검오치는 반복적으로 시범을 보여 주면서 더없이 의아한 듯 연거푸 물었다.
"이게 안 돼요? 왜 안 돼요? 무지 쉬운 건데......"
촥촥촥촥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