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16권 : 3. 인도자의 권능 (52/520)

3. 인도자의 권능

사르미어 언덕에서의 혈투를 마쳤을 때 위드의 생명력은 고작 150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위드는 누렁이를 타고 적진을 여러 번 돌파했다. 전투에 완전히 몰입해서, 위험한 전장으로 몸을 던졌다. 그렇게 생명의 위기에 처하자, 빙룡과 불사조들이 결사적으로 싸워 준 덕분에 간신히 살았다.

누렁이도 추격해 오는 기병들을 떨쳐 내기 위해 불길 속을 뛰어다니면서 활약했다.

조각품들!

일단 만들고, 생명을 부여할 때에는 아까웠지만 본전은 확실히 뽑아 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위드가 인정을 해 주진 않았지만.

"쓸모없는 놈들."

"......"

"다 니들이 약하고 못난 탓이잖아. 똑바로 하지 못해, 이것들아?"

끊임없는 부하 탓!

잔소리와 비난.

보통 때 전투에서 승리하면 한마디 했다.

"역시 나에게는 안 되는군. 나와 싸우려고 하다니, 정말 무모했다."

이기면 자기 탓.

상황이 불리하면 부하 탓.

훌륭한 명장은 부하들을 탓하지 않는다지만, 위드는 푸념과 하소연 그리고 잔소리로 조각품들을 다스리고 있었다.

음머어어어!

착한 누렁이는 순종적으로 머리를 비볐다.

한우의 정.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순간까지도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슬픈 눈빛만을 보여 준다는 한우였다.

하지만 밤마다 위드가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잘 때에는 부하들끼리 모임을 가졌다.

빙룡과 불사조, 누렁이가 구석에 작게 쪼그려 앉았다.

영락없이 음험한 모의를 작당하는 모습!

빙룡이 혹시 누군가 들을까 무서워하며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참아라, 참다 보면 기회는 온다."

"정말 기회가 옵니까?"

"선배님, 영원히 그 기회가 안 올 거 같은데요."

빙룡이 목에 힘을 주며, 날개를 잠깐이나마 활짝 폈다.

"아니야. 나를 봐라. 얼마간이었지만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자유!"

누렁이의 눈가에 열망이 어렸다.

자유 방목.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이던가.

"자유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 넓은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불사조들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 같은 선배의 조언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은 얼마나 운치가 있는지 아느냐? 호숫가를 여행도 하고, 산맥을 지나면서 구름들 사이를 통과하기도 하고. 베르사 대륙은 정말로 아름답다."

"우리도 베르사 대륙에 가 보고 싶습니다."

누렁이나 불사조들은 이곳 지옥의 끝 부근에서 탄생해 베르사 대륙에는 가 본 적이 없다. 빙룡의 말을 통해 듣기만 했을 뿐이다.

"베르사 대륙에는 부드러운 풀들이 많다. 고소하면서 담백한 풀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강물은 맑고 시원하다."

"오, 풀들!"

"불사조들, 너희 고구마에 대해서 아느냐?"

"고구마?"

"구워서 먹으면 사탕처럼 달콤하다. 입안에서 살살 녹지."

"사탕은 뭔가요?"

"사탕도 모르다니! 사탕은 인간들이 먹는 간식이다."

빙룡을 사냥을 해서 번 돈으로 간식 꽤나 사 먹어 본 솜씨였다.

위드가 북부에서 사냥을 할 때, 알베론과 서윤이 함께 있었다.

알베론은 자기 몫의 식사를 뚝 떼어서 나누어 주었다. 고구마는 그렇게 맛을 보았다.

그리고 서윤이 던져 준 사탕!

"사탕은 목숨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는 간식이다."

"그 정도인가요?"

"사탕의 위대함을... 너희 어린것들은 아직 모르고 있다. 혀를 굴리면서 살살 녹여 먹으면......"

빙룡은 입맛을 쩍쩍 다셔싿.

"주인과 같이 다니던 여신처럼 예쁜 아가씨가 있었는데... 혹시 그분을 본다면 애교률 부려라. 애교에 약한 아가씨다. 잘하면 사탕을 얻어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주인의 친구입니까? 애인입니까?"

누렁이가 크게 울더니, 불신의 표정을 진하게 지었다.

"저는 주인에게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친구도 없을 것 같은 인간성!

빙룡이 고개를 저었다.

"무슨 관계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인간들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야기가 잠깐 다른 곳으로 샜는데,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자유를 위해서는 참아라. 자유는 희생 없이는 얻을 수 없다. 참다 보면 언젠가는......"

"언젠가는......"

누렁이가 가장 음침하게 말했다.

"사탕은 꼭 먹어 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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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들을 모두 해치우고 위드는 사르미어 부락에 도착했다.

사르미어 부족의 부락은 세 부족 중 가장 크고 영역도 넓었다.

사르미어의 대족장은 허리가 굽은 꼽추 노인이었다.

그는 지팡이를 높이 들었다.

"마탈로스트 교단과의 동맹? 우리 사냥꾼들은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동맹의 약속을 지킬 것이다."

예상과는 달리, 사르미어 부족은 동맹에 흔쾌히 나서기로 했다.

"대족장과 사르미어 부족에 영광이 있을 것입니다."

위드는 부족의 사냥꾼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예를 취했다.

눈을 부릅뜨고 입을 같이 벌리는 애매모호한 자세!

사냥꾼들의 어깨에는 독수리가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냥감을 손에 쥐거나 줄로 묶어서 질질 끌고 다니는 모습을 부락에서 얼마든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다른 부락에 비하여 식료품의 양이 많았다.

사냥감이 많다는 소리는 그만큼 사르미어 부족이 강하다는 뜻도 되리라.

활과 창, 검, 도끼, 망치 등 여러 무기들이 사냥꾼들의 등이나 어깨에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락민들 중에는 아직 그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이들이 많다."

"......"

"이름을 남기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 부족에서는 큰 사냥에 나가면 그들의 모습을 조각해서 마을에 세워 놓는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부모의 위대함을 알 수 있도록 사냥꾼들의 조각품을 만들어 다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냥꾼들이 마탈로스트 교단과의 동맹을 위하여 싸울지는 그 조각품의 숫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조각품은 사냥꾼들의 마지막 기억.

사르미어 부족은 조각품을 만들어 주어야만 싸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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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는 부락 내에 있는 사냥꾼들의 외모를 살폈다.

깃털과 가죽옷을 입고 있는 야만족들!

휴대하는 무기들도 각양각색으로, 개성적인 외모들이라서 조각품을 깎는 데 어렵지 않았다.

오랫동안 보존되어야 했으니 흙이나 나무보다는 바위를 이용해야 했지만, 자하브의 조각칼은 암석을 무 자르듯이 한다.

"늠름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위드는 부락 내에 있는 진열터에 사냥꾼들의 조각품을 만들었다.

기본적인 야만족의 형태를 만들어 낸 뒤에 세밀한 표현을 해서 차이를 주는 것이다.

점점 빨라지는 양산 체계.

고급 조각술 6레벨, 고급 손재주 6레벨!

숙련도로 따지자면 마스터의 경지까지 한참이나 남아 있지만, 노가다로 인한 스킬 레벨은 조각품들의 가치와 품격에 도움을 주었다.

"역시 조각품은 외관이 중요해."

아파트도 마감재가 중요한 것처럼, 조각품을 만들기 위한 바위의 재질도 중요했다.

워낙 많은 경험이 쌓이다 보니 바위들만 봐도 적당한 부위나 생김새들이 떠오른다.

바위의 결이나 무늬 들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조각품들!

같은 장소에서 나온 바위라고 해도 조각품을 만들기 좋은, 가치가 높은 바위가 있다.

"앞다리 살과 꽃등심의 가격이 다른 것과 비슷한 이치지."

양질의 바위들을 이용해서 빠르게 조각품을 만들어 내는 위드!

대량생산은 예술가의 덕목은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조각품이 기쁨을 주고 필요하다면, 만드는 걸 거절하지 않는다.

사르미어 부족의 조각품. 사냥꾼 3,000명을 이십 일에 걸쳐서 만들어 냈다. 야만족들과 동일한 크기로 만들라면 절대 불가능했겠지만 축소된 형태라서 가능했다.

통곡의 강에서 많은 조각품들을 만들면서 시간을 단축했던 경험도 도움이 되었으리라.

3,000명은 사르미어 부족에서 동원이 가능한 최대한의 숫자!

마을을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사냥꾼과 어린아이, 여자 들을 제외한 전부였다.

조각품이 완성되자 사르미어 부족의 대족장과 사냥꾼들이 등장했다.

"마탈로스트 교단과의 동맹의 증표를 가지고 있는 그대를 대리인으로 인정한다. 우리는 전쟁에 나설 것이다."

"우와아아아아!"

띠링!

 - 마탈로스트 교단의 약속의 동맹이 결성되었습니다.

   베자귀, 레키에, 사르미어 부족은 엠비뉴 교단과의 전쟁을 위하여 사냥꾼과 용사 들을 소집할 것입니다.

   베르사 대륙의 어긋난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전쟁이 개시됩니다.

   명예로운 칭호. '마탈로스트 교단의 신의 대리인'을 획득하셨습니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성물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맹의 증표, 지팡이의 인도자의 권능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지팡이의 속성이 변했습니다.

 - 명성이 450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동맹을 결성하면서 위드의 명성이 또 증가했다.

위드의 명성은 원래 굉장히 높은 축에 들었다.

조각품들을 만드는 예술인으로서 얻은 큰 명성!

퀘스트를 진행하면서도 명성을 얻었다.

다크 게이머 연합 길드,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베르사 대륙 이야기' 프로그램에서도 위드보다 명성이 높은 이들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

어마어마한 돈을 신전에 기부한 상인이나, 로열 로드에서 10위 랭커들 정도에 불과했다.

이번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명성을 얻게 되어서, 베르사 대륙에 돌아가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할 정도였다.

위드는 부족의 사냥꾼들 사이에서 지팡이를 꺼냈다.

새하얀 빛이 어려 있는 지팡이!

노인들이 사용하기에나 적합해 보이던 칙칙한 지팡이가 대신관의 스태프처럼 기품 있게 변해 있었다.

"감정!"

 - 되살아난 동맹의 증표, 지팡이 : 내구력 2,000/2,000. 공격력 98.

   마탈로스트 교단이 인근 부족들과 동맹을 체결한 후에 증표로 삼은 지팡이.

   신의 축복이 부여된 물건.

   베르사 대륙의 모든 피조물들은 인도자의 권능에 답할 의무를 가진다.

   제한 : 마탈로스트 교단의 인정을 받은 자.

  신앙 2,000.

   옵션 : 마법 공격력 +35%.

  신성력 +100%.

  명성 +1,200.

  외교적인 협상 능력 증가.

  인도자의 권능 사용 가능.

 - 인도자의 권능 : 베르사 대륙의 피조물들에 대한 강제 소환. 종족과 몬스터, 사물을 가리지 않음.

   마탈로스트 신의 축복에 의해 부여된 권능. 현재는 교단이 몰락한 상태로, 남이 있는 권능의 힘만 쓸 수 있다.

   총 3회 사용 가능.

   생명체의 소환에는 권능의 발현 이후 15시간 이상이 걸린다.

   퀘스트에 인도자의 권능을 사용하게 되면 공적치와 보상이 일정하게 줄어들게 됨.

   *주의 : 소환된 몬스터는 협조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길들이지 못한 몬스터들은 독자적인 판단을 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그 어떤 생명체, 보스급 몬스터도 소환할 수 있는 권능!

위드는 베르사 대륙에 있는 보스급 몬스터들을 불러들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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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자귀 부족!

몬스터를 닮은 대머리 용사들 2,000이 모였다.

레키에 부족!

근엄한 전사들과 주술사들이 엠비뉴 교단과의 전투에 1,500명 참전했다.

사르미어 부족!

깊은 눈빛, 오랜 기다림과 승부에 익숙한 사냥꾼들 3,000이 동원되었다.

위드는 장장 열흘에 걸쳐서 그들과 함께 엠비뉴 요새가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용사들이여, 싸워라!"

중간에 몬스터드로가의 싸움을 통해 손발도 약간 맞춰 보았다.

레키에 부족의 주술사들이 환영을 불러내서 교란시키고, 베자귀 부족의 용사들이 목숨을 걸고 블랙 와일드보어들을 막는다. 사르미어 부족의 사냥꾼들이 그 기회를 틈타서 활을 쏘고 창을 던졌다.

사실 사르미어 부족의 장기는 함정 설치 등에 있었으나, 실제 몬스터 사냥에서는 그리 쓸 일이 많지 않았다.

주술사, 용사, 사냥꾼의 조합!

하지만 동맹 부족들의 무장은 너무도 보잘것없었다.

이가 빠지고 녹슨 검과 도끼를 쓰는 경우도 허다했고, 갑옷도 없이 두꺼운 가죽을 몸에 두르고 있는 정도다.

"괜히 야만족이 아니로군."

형편없는 방어력으로 인해서, 목숨의 위기를 넘긴 적도 수차례.

위드는 틈나는 대로 그들의 무기를 수리해 주거나 손봐 주고 방어구들도 맞춰 주었다. 그렇다고 해도 긴 시간이 아니었기에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다. 질 나쁜 철을 제련해서 보급용 검을 나눠 주었고, 갑옷도 금속과 가죽을 뒤섞은 정도였다.

"이런 명검이......! 검이 번쩍번쩍 빛나다니, 굉장한 일이다."

그래도 동맹 부족들은 크게 기뻐했다.

독을 다루고 활을 잘 쏘며 민첩한 특성이 있기에 사냥에는 최적화되어 있다. 지휘나 통제를 무시하고 때때로 제멋대로 몬스터와 싸우려고 하기에 골치가 아플 뿐.

친밀도를 아무리 올려놓더라도 동맹 부족들의 투쟁심이 지나쳐서 피해가 생겼다.

열흘간 이동을 하면서 죽은 동맹 부족원만 해도 42명이나 됐다.

위드가 사냥을 통해서 강하게 키운 탓도 있겠지만, 약한 방어력에도 불구하고 도망치지 않고 몬스터와 끝까지 싸우다가 죽은 게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오합지졸 동맹 부족과 함께 엠비뉴 교단의 요새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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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쉽지는 않겠군."

다시 본 엠비뉴 교단의 신전!

마물들이 삼엄하게 호위를 하고, 성벽의 높이는 10미터가 넘는다.

요새의 중앙부에는 마치 자유의여신상처럼 거대하고 웅장한 엠비뉴 신의 동상까지 세워져 있었다.

동상은 불길한 먹구름 같은 것을 통해서 엠비뉴 요새를 둘러싸고 있다. 조각사로서 감정을 해 봐야 알겠지만, 엠비뉴의 병사들과 사제들에게는 상당히 큰 힘을 부여해 주는 동상일 것이다.

느낌으로 봐서는 최소한 명작이나 대작. 크기까지 감안한다면 대작일 가능성이 높다.

조각사로서 아군에게 대작의 조각품이 작용된다면 그만큼 든든한 게 없다. 하지만 적들이 그런 조각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심리적으로 큰 불안감을 안겨 준다.

"마물들은 안식의 동팜을 사용하면 오히려 우리 편으로 만들 수는 있겠지만......"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통곡의 강에서 조각품을 만들 때 싸워 봤지만 대부분의 마물들은 그다지 강하지 못했다. 엠비뉴 교단의 전력이 어느정도인지도 모르는데 마물만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방심할 수는 없으리라.

게다가 안식의 동판은 성물임에도 불구하고 내구력이 12밖에 남아 있지 않은 저질 상태다. 내구력이 100이상이라면 여러 번 사용해도 파손이 덜 되지만, 이렇게 하락했을 때는 언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다.

'중고품들이 다 그렇지.'

안식의 동판은 최대한 아껴 사용해야 할 물건. 함부로 사용해서는 결정적인 때에 쓸 수 없다.

'야만족으로 성벽을 공략하기는 어려울 텐데... 무슨 방법을 써야겠군.'

동맹 부족들은 집단 전투에는 능숙하지 않을뿐더러 지휘에 잘 따르지도 않는다.

더구나 공성 병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상태였으니까!

"일단 공성 무기부터 만들어야겠어."

위드는 공성 무기 제작을 개시했다.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획득했던 뼈와 힘줄, 벌목으로 얻은 나무!

거대한 통나무 2개를 일자로 세우고, 블랙 와일드보어의 굵고 탄력이 뛰어난 힘줄을 이용해 발석기를 만들었다.

중급 대장장이 스킬로 탄생한 공성 무기!

띠링!

 - 위드의 발석기 : 내구력 130/130. 최대 파괴력 26. 사정거리 37. 연사 속도 3. 명중률 3.

   다재다능한 장인이 만든 기초적인 발석기이다.

   처음치고는 무난한 솜씨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중추격인 역할을 하고 중심을 잡아 줘야 하는 나무들의 재질이 약하다.

   명중률이 낮아서 성벽에 집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

   사용을 위해서는 굉장한 힘이 필요할 것 같다.

   제한 :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함.

   옵션 : 낮은 명중률

  사고 발생이 거의 없음.

 - 대장장이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하셨습니다.

처음 만든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공성 무기.

"일단 숫자라도 채워 넣어야겠지."

위드는 발석기를 10대 제작했다.

다만 처음 만드는 것이었으니 성능만큼은 예측 불가능.

보통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개량을 하기 마련인데 모든 게 최초였던 것이다.

동맹 부족들이 다가왔다.

"굉장히 큰 무기다. 우리에게 주는 건가?"

위드는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암. 너희를 위해서 만들었다. 저 요새도 무너뜨릴 수 있을 거다."

"최고다."

"이걸 가진 이상 너희는 무적이다.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고맙다, 형제여!"

위드가 만든 것을 돌을 쏘아 댈 수 있는 발석기와 사다리, 작살을 던져 성벽에 걸 수 있는 밧줄이 전부!

발석기는 품질도 검증되지 않았고, 시험 발사조차도 마치지 않은 물건이었다.

위드도 본인이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는 물건들을 동맹 부족들에게 떠넘겼다.

엠비뉴 교단의 요새 근처까지 오는 동안에 무기와 갑옷은 대충 다 손봐 놓은 상태.

위드는 누렁이를 불렀다.

"이리 와."

"......"

누렁이는 뒷걸음질을 쳤다.

"빨리 와 봐."

"무슨 일로 부르는지 말하라, 주인."

"쓰다듬어 주려고 그러는 거야."

"그런데 밧줄은 왜 들고 있나?"

누렁이의 눈빛에는 불신이 어려 있었다.

"밧줄이 왜? 그냥 들고 있으면 안 되나? 일단 이리로 와. 오기만 해."

"느낌이 안 좋다. 거절하고 싶은데."

"별거 아냐. 알았으니까 오기만 해."

누렁이는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위드는 몇 차례 가볍게 목을 쓰다듬어 주더니 전광석화처럼 밧줄을 목과 몸통에 걸었다.

음머어어어어!

비통하게 우는 누렁이!

"주인, 왜 그러는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걱정 마. 잡는 거 아니니까. 짐이 생겼으니 네가 옮겨야 하지 않겠어?"

발석기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정해진 누렁이의 운명이었다.

빙룡과 불사조들은 측은함이 아주 약간 담긴 시선이었다.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나만 아니면 되지.'

위드는 사냥감들을 요리해 푸짐한 식사까지 마치고 나서 엠비뉴 교단의 요새로 진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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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 둥! 둥!

엠비뉴 교단의 요새에서 비상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다. 암흑 기사와 사제, 궁수 들도 성벽 위에 배치되면서 신속하게 전투준비를 갖췄다.

위드가 누렁이, 동맹 부족들과 함께 발석기를 밀며 접근했을 때, 요새에서는 엠비뉴 교단의 병력이 성벽에 대거 나와 있는 상태였다.

발석기가 심하게 무거워서 바퀴를 달았음에도 이동이 느렸다.

설상가상으로 요새의 첨탑에서는 검은 연기가 올라온다.

동맹 부족들이 그 연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고기 구워 먹는 것 같다."

"뭐 맛있는 거 먹으려나 보다."

연기를 본 무식한 반응!

위드의 얼굴이 굳어졌다.

'연기를 피워서 습격을 받았음을 주위에 알린다. 동맹군들을 소집하기 위한 비상 연락망이야.'

전쟁을 알리는 봉화!

봉화를 본 통곡의 강 유역에 있는 야만족들은 위드와 세 부족을 정벌하기 위해 전사들을 소집하게 될 것이다. 엠비뉴 교단의 요새에 이어서 야만족 지원군들까지 상대해야 된다.

위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예상을 못 했던 부분은 아니지만 정말 만만치가 않았으니까.

"구원족이 오기 전에 공격을 해야겠군."

위드는 발석기를 옮기고 잠시 쉬고 있는 동맹 부족들에게 외쳤다.

"발석기 장전!"

베자귀 부족의 용사들이 100명씩 붙어서 발석기를 잡아끌어 포대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포대에 바윗덩어리를 올린 후에 쏘았다.

투웅!

기세 좋게 쏘아진 바윗덩어리는 포물선을 그리면서 힘차게 날아갔다.

살인적인 무게를 가진 암석 공격.

하지만 발석기의 위치가 너무 멀었다.

바윗덩어리는 위력을 거의 잃어버리고 성벽의 중심이 아닌 밑부분에 부딪쳤다.

겨우 닿았다는 느낌이 맞을 정도의 불발탄!

 - 성벽의 내구도가 49 하락했습니다.

   총 내구도 9,999,951/10,000,000.

"이대로는 날 새도록 때려도 안 되겠군. 아니, 쏘아 올릴 바위부터 부족해지겠어. 발석기 부대 전진!"

위드는 베자귀 부족과 함께 발석기를 밀었다. 조금 더 가까운 장소에서 발사하기 위한 행동!

오데인 요새보다도 훨씬 두꺼운 성벽을 무너뜨려야 하니 위험부담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누렁이가 앞에서 힘차게 발석기를 이끌었다.

한우의 괴력!

엠비뉴 교단의 요새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쏴라!"

하늘을 자욱하게 뒤덮는 화살로 반격을 가하는 것이다.

"방패를 들고 막아라!"

위드의 명령이 없더라도 베자귀 부족은 살기 위해 방패를 들어 올렸다.

누렁이의 이마에는 미리 고대의 방패를 부착해 놓았고, 몸통에는 비단을 둘둘 감아 놨다.

못 쓰는 비단 조각을 얼기설기 엮어서 화살을 막는 역할을 하도록 만든 것.

화살의 비가 베자귀 부족과 발석기 주변으로 쏟아졌다.

투두두두두둥!

"크아아악!"

"내 발, 발에 화살을 맞았다!"

방패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화살의 충격. 방패를 들고 있었는데도 힘에 밀려서 베자귀 부족의 용사들이 무릎을 꿇는다.

일부는 조악한 방패를 뚫고 들어오기도 했다.

사르미어 부족의 사냥꾼들도 화살을 쏘았지만 성벽을 넘을 수 없었다.

"우리도 발석기를 쏴라!"

위드는 백 걸음 정도를 더 다가가서 발석기를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화살이 너무 많이 날아온다."

"융발이... 융발이 죽었다."

"엄폐물을 찾아라. 발석기 뒤에 몸을 숨기고, 베자귀 부족의 용사들은 빨리 발석기를 장전해!"

엄폐물도 없는 평원에서의 일방적인 화살 공격!

10개의 바윗덩어리를 옮기는 동안에 화살에 의해 죽은 베자귀 부족만 서른이 넘는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발석기를 사용한 결과, 바윗덩어리들이 성벽으로 쏘아졌다.

불과 1개의 불량을 제외하고는 성공적인 공격!

 - 성벽의 내구도가 1,226 하락했습니다.

   성벽의 내구도가 751 하락했습니다.

   성벽의 내구도가 956 하락했습니다.

   성벽의 내구도가 2,160 하락했습니다.

   성벽의 내구도가 173 하락했습니다.

   성벽의 내구도가 486 하락했습니다.

   성벽의 내구도가 1,198 하락했습니다.

   성벽의 내구도가 3,110 하락했습니다.

   성벽의 내구도가 896 하락했습니다.

   총 내구도 9,998,995/10,000,000.

 - 궁병 11명을 사망시키고, 병사 5명을 부상시켰습니다.

   마물 8기에 중상을 입혔습니다.

   암흑 기사 3인이 경상을 입었습니다.

   사제 1명이 죽었습니다.

발석기의 엄청난 화력!

성벽의 아랫부분이나, 아예 첨탑을 비껴서 맞춘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한 전과였다. 공성전에서는 공성 무기는 필수품이라는 사실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엠비뉴 교단의 병력이 요새의 성벽에 계속 집결했다.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로 인하여 벤자귀 부족만 피해를 입고 있었다.

"끄아아악!"

일부 화살은 붉은 기운에 둘러싸여 있었다.

엠비뉴 교단 사제들의 신성력이 부여된 화살! 방패로 막아도 온몸을 태워 버리는 불화살 공격이었다.

베자귀 부족의 용사들도 강성해서 어지간해서는 죽지 않지만, 수십 발의 화살이 몸에 꽂히고 신성력이 담긴 화살까지 적중당하자 힘없이 목숨을 잃었다.

위드와 베자귀 부족이 머무르고 있는 일대에 화살이 빽빽하게 꽂히는 중이었다.

옆에서 구경을 하기에는 긴박감과 박력이 넘치는 광경이지만, 정작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지경!

누렁이는 발석기를 다 옮긴 후에 어느새 밧줄을 끊고 안전한 후방으로 도망쳤다.

고위 사제들도 성벽에 올랐다.

"저 무도한 무리에게 진실된 힘을 보여 주소서. 홀리 버스터!"

신성 마법에 의한 공격.

성벽에서 번쩍하는 순간 날아와서 큰 타격을 입힌다.

발석기 주변에 있던 베자귀 부족이 무언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날아갔다.

"엠비뉴 신을 믿지 않는 이들이여, 너희에게 벌이 내릴 것이다."

광범위 저주 마법!

신성력에 의한 공격이기에 적중된 동맹 부족들은 고열에 신음하며 전투 불능이 되었다.

위드의 얼굴이 더없이 침중해졌다.

10골드에 팔아야 할 루비 원석을 실수로 9골드에 팔았을 때처럼 심각한 얼굴!

'퀘스트 난이도가 있기에 어느 정도의 어려움은 예상했다.'

야만족 지원군 부대에, 높고 튼튼한 성벽. 그냥 싸우더라도 지지 않을 것 같은 엠비뉴 교단의 병력까지!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다.

'공성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우리가 다가가는 동안에 저들의 화력이 집중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어.'

방어구가 부실한 베자귀 부족이나 사르미어 부족에게 저 성벽을 넘으라고 해 봤자 초대형 참사를 불러올 뿐이다.

이런 전투는 막는 입장에서는 전공을 세우기에 더없이 좋은 반면, 뚫어야 하는 쪽에서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마련.

위드는 불행히도 동맹 부족들을 데리고 요새를 점령해야 하는 쪽이었다.

"이대로는 절대 안 되겠군."

위드는 동맹 부족들을 향해 외쳤다.

"퇴각이다!"

전면 철수 선언.

발석기 10대로 놔두고 위드는 동맹 부족들과 함께 일제히 도망치려고 했지만, 화살이 계속 퍼부어지고 있었다.

"빙룡아, 브레스를 쏴라. 불사조 부대, 우리를 엄호해!"

빙룡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요새를 향해 아이스 브레스를 발사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엄청난 브레스!

그 결과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는 빙룡의 브레스였지만, 요새에 있는 사제들의 보호 마법에 의해 중화되었다. 그래서 요새에는 아무 피해도 주지 못했지만, 잠깐 동안 화살 공격이 뜸해졌다.

불사조들의 엄호 아래 위드와 동맹 부족들은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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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참한 패퇴.

가벼운 접전에 불과했는데도 동맹 부족 부대의 손실은 무려 104명이나 되었다.

위드가 서둘러 붕대를 감아 주고 약초를 발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한 수치!

신성력에 적중당한 동맹 부족원은 정신도 못 차렸다.

"음헤헤헤."

"여기가 어디지?"

"날 내버려 둬라. 성인식을 치르기 위해 용기의 계곡으로 가겠다."

신성력에 의해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이들이 70여 명!

사기도 급추락했다.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적이 아닌 것 같다."

"괜한 싸움을 벌였어. 부락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고향을 떠난 용사들은 땅에 몸을 누일 때까지 싸우리라. 비록 승리할 수 없더라도......"

동맹 부족들은 전투 의지를 상당히 잃어버리고 비관적으로 변해 있었다.

위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과연 이 정도는 되어야 퀘스트 난이도가 높다고 할 수 있지."

어려운 의뢰일수록 보상도 크고 의욕을 불타오르게 만든다.

험한 고생을 해야 안심이 된다. 쉽게 진전을 보았다면 오히려 끊임없는 의심을 했으리라.

"엠비뉴 요새는 과연 함락시키기 어렵겠군. 탐색전은 끝났으니 조각품을 만들어야겠어."

위드는 본격적인 전투를 준비하기로 했다.

동맹 부족들의 부대는 고향을 떠나왔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기가 떨어진다.

하지만 탐색전을 벌여 본 결과 막막함이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적.

"일단 도움이 될 만한 조각품부터 제작해야지."

바위는 식상할뿐더러, 조각술 스킬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효과를 위해서는 재료를 아낄 때가 아니야."

블랙 와일드보어와 케르탑의 뼈.

잡템으로 얻은 뼈들을 조각품 재료로 이용하기로 했다.

"사골로 푹 고아 마셔도 좋은 뼈인데......"

음식 재료나 의약품으로도 쓸 수 있지만 조각사에게는 역시 조각 재료가 우선!

뼈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라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

"세 부족을 한꺼번에 조각해야지."

뼈들을 이용하여 기초적인 형태를 만들었다.

깨진 뼈들을 엮어서 구조물을 만들고, 진흙을 위에 덧발라 구웠다.

"야만족 특유의 흉악하고 잔인한 면모도 보여 줘야지."

문신이나 흉터 자국은 동맹 부족을 표현하는 데 필수. 염료를 이용한 도색까지 해서 세 부족의 조각품을 만들어 냈다.

세 부족과 함께 지내고 전투도 함께 치르면서, 어떤 얼굴과 외모가 용맹하고, 숭상을 받는지를 알았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데......"

위드는 빛의 조각술을 이용하여 모닥불도 만들었다.

모닥불에서 고기를 구우며 모여 있는 레키에 부족의 주술사, 베자귀 부족의 용사, 사르미어 부족의 사냥꾼!

 - 만드신 조각품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위드는 작품을 만들면서 이미 정해 놓은 이름을 말했다.

"믿음의 형제들."

동맹을 기억하고, 함께 피를 흘리기로 약속한 야만인 부족들!

 - 믿음의 형제들이 맞습니까?

엠비뉴 교단과의 싸움에서는 다소 미흡한 모습을 보여 주기는 했어도, 동맹을 위하여 기꺼이 나서 준 무리.

조각사에게는 적당히 미화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라지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이었다.

위드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띠링!

 - 명작! 믿음의 형제들을 완성하셨습니다.

   몬스터의 뼈를 바탕으로 만들어 낸 조각품!

   동맹 관계인 부족들이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그들의 화합을 보여 주는 상징물.

   세 부족에게는 크게 기념이 될 만한 작품이 되리라.

   매우 세밀한 묘사와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예술적 가치 : 조각술의 거장 위드가 대충 만든 작품.

712.

   특수 옵션 : 믿음의 형제들 조각상을 본 3개의 부족은 생명력과 마나 회복 속도가 하루 동안 17% 증가한다.

       하루 동안 3개 부족의 최대 생명력이 12% 증가한다.

       인내 60 증가.

       투지 30 증가.

       부족들의 친밀도 30% 증가.

       해당 부족들은 영광과 긍지를 가슴에 새길 것이다.

   지금까지 완성한 명작의 숫자 : 12

 -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 명성이 125 올랐습니다.

 - 통솔력이 2 상승하셨습니다.

 - 매력이 7 상승하셨습니다.

 - 명작 조각품을 만든 대가로 전 스탯이 1씩 추가로 상승합니다.

조각품까지 완성!

진짜 싸움을 위한 일차 준비가 끝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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