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의 집 방문>
양념반프라이드반의 일상.
꼬꼬댁.
닭 벼슬도 근엄하게 자라고 토종닭으로서의 커다란 풍채도 갖추었다.
그는 정원을 산책하며 별미로 지렁이들을 잡아먹었다.
"서윤아, 식사 왔다."
서윤이 먹는 음식도 같이 나누어 먹으면서 생명의 위협도 없이 평안하게 사는 삶이 행복하기 짝이 없다.
잘 가꿔진 분재들 사이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행복감!
배부르고 등 따뜻하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일상이었다.
서윤이 애정 어린 손길로 쓰다듬어 주면 몸을 비비기까지 한다.
닭으로서는 더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서윤은 항상 미안했다.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녀가 캡슐 안에 있거나 학교에 갔을 때 양념반프라이드반은 혼자였기 때문이다.
꼬꼬꼬꼬.
머리를 앞뒤로 흔들며 병원의 정원을 산책하는 양념반프라이드반.
서윤은 생각했다.
'친구를... 데려다 줄게.'
중간고사, 축제, 체육대회도 끝나고 이제 여름방학도 이주일 남짓만이 남았다.
이현은 끊임없는 불만으로 구시렁거렸다.
"무슨 대학교가 이래. 군 복무 기간도 줄어드는 마당에 대학교도 3년, 아니면 2년으로 안 되나?"
비싼 등록금을 앞으로도 3년 6개월이나 더 내야 한다니 앞날이 캄캄했다.
포로수용소나 감옥에서 형기가 줄어드는 죄수의 심정이 이와 같으리라.
"대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졸업 연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외국계 회사에 100% 취직을 시켜
주는 것도 아니고, 의료보험을 평생 무상으로 제공해 주는 것도 아니고......"
대학의 허구성에 대한 끝없는 성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학교 앞에 있는 번화가에 술집과 캡슐방, 식당 들을 보면서 교육계와 국가의 장래까지 걱정되었다.
"학교 앞에는 전부 논밭이나 갯벌이 있어야 돼. 배고프면 나이 든 어르신들의 모내기를 거들어
드리고 새참 얻어먹고, 가을에는 추수 일손도 도와줄 수 있잖아. 갯벌은... 항상 유익한 식량
창고지. 배를 얻어 타고 가서 그물도 걷어 줄 수 있고 말이야."
갯벌에서는 삽 한 자루면 식사가 해결되리라.
신선한 굴이나 낙지 등을 잡아서 초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밀물과 썰물을 이용하여 그물을 쳐서 물고기도 잡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
"따로 구내식당을 만들 필요도 없는 건데......"
전원 교육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독서를 하며 낚시를 즐기는 대학생들, 그리고 매운탕을 끓이면서 싹트는 우정.
대학가 앞에는 술집과 미용실, 옷 가게, 네일 아트점 대신에 낚시 할인 마트만 있으면 될 것이다.
이현은 평소처럼 점심시간에 잔디 광장에 가서 자리에 놓여 있는 도시락을 먹었다. 그 옆에는 서윤이 앉아서 함께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이현이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서 입에 넣었다.
'음, 맛있군.'
김밥에서 시작된 도시락은 초밥류까지 섭렵하고, 오늘은 떡갈비였다.
'뜨끈뜨끈해. 아직 식지도 않았군.'
이현은 보온을 위해 열선이 깔려 있는 도시락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다. 갈비를 원 없이 먹어 본다는 게 행복할
뿐이었다.
'이런 게 떡갈비의 맛이구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는 점심값을 내지 않아서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밥을 안 먹을 수는 없으니 몰래 눈치를 보면서 식판을 들고 갔다. 목구멍으로 편하게 넘어가
지 않는 눈칫밥을 먹으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같은 반 친구들이 부모님이 정성껏 싸 주신 도시락을 뜯어 먹고 있을 때에 얼마나 부러웠던가.
"......"
이현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서윤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짧게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던 것이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녀의 웃는 얼굴이었지만, 볼 수 있는 기회란 정말로 흔치 않다. 그래도 처
음 프레야 여신상을 만들었을 때처럼 차갑고 냉정하던 서윤의 인상은 거의 사라진 후였다.
서윤은 보리차까지 가져와서 잔에 따라서 이현에게 주었다.
"음, 고마워."
이현은 보리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자꾸 나물 같은 것만 주워 먹지 말고 너도 떡갈비 1개 먹을래?"
뭔가를 받았을 때는 공짜가 있을 리 없다.
괜히 떡갈비를 나눠 먹고 싶어서 보리차를 따라 주는 등 선심을 쓰는 척하려는 간악한 계산속!
'최근 들어서 조금 착해진 것 같은데......'
도시락을 몰래 놔두는 사람이 사윤, 그녀라는 것을 모르는 이현은 엄청난 권력을 쥔 사람처럼 행동했다.
서윤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불렀던 것이다.
이현이 다시 물었다.
"그럼 떡갈비 2개?"
"......"
"3, 3개 줄까?"
보리차 한 잔으로 대체 얼마나 우려내려는 것인지, 일그러진 표정!
한때 서윤과 같이 도시락을 나누어 먹으면서 그녀가 김밥을 닥치는 대로 먹었던 시절이 있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현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소인배가 아니야. 가끔은 베풀어 주기도 해야지.'
어릴 때 숟가락만 들고 친구들에게 가서 얻어먹은 적이 있다.
그 서글픈 심정을 떠올리면서 서윤의 입장을 적극 이해해 줄 수 있었다.
"그냥 편한 대로 먹어. 난 고기는 많이 먹어 본 적이 없으... 아니, 잘 안 먹으니까. 네가 먹고
싶은 만큼 먹어."
이현은 떡갈비 1개를 집어서 서윤의 밥통 위에 올려 주었다.
서윤이 조심스럽게 입을 벌리고 그 떡갈비를 먹었다.
정신을 앗아 가 버릴 것만 같은 예쁜 광경이다.
잠시 그 광경을 바라보던 이현도 떡갈비를 먹었다.
와구와구.
떡갈비처럼 맛있는 반찬을 많이 줄 수는 없다.
"이거 왜 이렇게 맛있지? 무슨 고기가 입에서 녹네, 녹아."
편하게 먹으라고 한 뒤에 양손으로 쥐고 갈비를 마구 뜯고 있는 모습!
이현은 도시락을 밥알 1개 남겨 놓지 않고 깨끗하게 비웠다.
물론 마지막에는 서윤이 먹을 몫으로 떡갈비 1개를 남겨 놓기까지 했다.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깔끔한 뒷정리였다.
'떡갈비를 3개나 먹었으면 불만은 없겠지.'
그리고 평소처럼 도시락과 함께 놓인 쪽지를 읽기 위해 꺼냈다.
"오늘도 맛있게 먹어 주어서 고맙다는 얘기를 하려는 걸까? 누군지 몰라도 참 다정한 아가씨야."
그러나 이현이 꺼낸 쪽지에는 보통 때와는 다른 문구가 적혀 있었다.
부탁이 있어요.
오늘 수업 끝나고 시간 있으세요?
베일에 싸여 있던, 점심을 해 주는 우렁 각시의 소원이었다.
그녀가 요리한 밥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가. 점심시간만 되면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오늘은 고맙게도 떡갈비까지 얻어먹은 참이었다.
서윤이 맑은 눈으로 이현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도 누군지 궁금했던 차에 잘됐군."
고마운 마음에 이현은 답장을 썼다.
경영대 3층 B07 강의실에서 4시에 수업이 끝납니다. 오실 수 있으면 오세요.
수업 시간이 끝나 갈 무렵 이현은 조금씩 경계심이 생겼다.
"과연 어떤 여자일까?"
요리 솜씨로 봐서는 훌륭했다.
"고급 재료들을 너무 아끼지도 않고 사용하고 도시락도 브랜드만 쓰는 점이 결점이지만, 나쁜 여
자는 아닐 것 같아."
이현에게는 이미 환상 속의 우렁 각시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후후."
최상준이나 박순조, 이유정을 비롯한 다른 아이들도 이현에게 도시락을 싸 주는 우렁 각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
다. 오늘 마침 그녀가 나타난다고 하니 궁금증을 해결할 절호의 기회였다.
최상준이 어림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에이, 형! 딱 보면 몰라요? 그렇게 도시락이나 가져다주는 여자애가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요
즘 세상에 정상인은 아니에요. 유정아, 안 그래?"
"솔직히... 1달 넘게 도시락을 자리에 놔두면서도 아직까지 모습을 안 드러낸 건 이상하긴 해요.
너무 크게 기대하진마요, 오빠."
"형, 유정이 말 들었죠? 우렁 각시 같은 이야기는 동화책에나 나오는 거라니까요. 어디 노처녀
교수나, 사회봉사 단체에서 나온 걸 수도 있죠."
이현은 그래도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밥을 해 준다는 건 그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먹을 음식에 정성을 쏟는 애가... 근본적으로 나쁜 애일 리가 없어."
이현의 대인 관계도 그다지 정상적인 편은 아니다.
받은 만큼은 베푼다.
도시락을 싸 주었으니 좋은 애라는 단순 명백한 결론!
"그럼 수고 많으셨습니다. 과제 준비는 빈틈없이 해 오세요."
교수가 강의실을 나가고, 학생들은 주섬주섬 가방을 정리한다. 하지만 이현과 그의 주변에는 여전히 학생들이 모
여 앉아 있었다.
"과연 어떤 사람이 올까?"
"나이 많은 노처녀라고 봐. 어쩌면 체육학과 학생일지도 몰라."
이현만 보면 절도 있게 인사를 하는 체육, 무도 계열 학생들을 일컬어 하는 말이었다.
출입구 근처에서 밖으로 나가려던 학생들이 무언가에 얼어붙은 듯이 제자리에 섰다.
"헉! 서윤 선배님이다."
"어라, 선배님이 이다음 강의를 들었었나?"
한국 대학교의 공인된 여신!
서윤이 강의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더없이 화사한 초록빛 드레스를 입은 채로, 한 손에는 도시락을 들고 있었다.
"그러면 설마......"
학생들의 안면 근육이 일그러졌다.
오늘 이현에게 도시락을 싸 주던 사람이 오기로 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신님의 도시락을 저 형이 매일 무참히 입에 넣었던거야?"
"이런 비극이!"
충격과 도탄에 빠진 남학생들!
이현도 뭔가 크게 속은 기분이었다.
서윤과 이래저래 자주 만나면서 초기의 어색함이나 경계심은 많이 줄어들었다. MT와 축제를 거치고, 점심도 같이
먹으면서 나름대로 친해졌다고 할 수도 있다.
가끔 서윤이 뒤통수를 치기는 했지만, 이제 웃으면서 넘길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서윤이 도시락의 주인이었다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꿍꿍이로......'
일단 의심부터 하는 이현이었다.
도시락을 먹으면서 무방비 상태로 경계를 하지 않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래!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어. 무이자로 열흘간 대출을 해 준다는 사금융회사에 속는 것과 다
름없는 미련한 행위였어.'
방심했던 실책에 대한 격렬한 반성!
서윤이 다가와서 쪽지를 내밀었다.
부탁 들어줄 거죠?
이현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이 순간을 노리고 있었구나! 그것도 1달도 넘게......'
돼지도 잘 먹인 후에 도축을 한다.
도시락을 많이 먹여 놓고, 그것을 약점 잡아서 무리한 부탁을 하려는 속셈!
하지만 이현은 빚을 지고 살고 싶지는 않았다. 빚이란 이자를 치며 늘어나서 결국은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이 되
어 버린다.
"적절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부탁이라면... 들어줄게."
그녀는 다행이라는 듯이 미리 준비해 놓았던 쪽지를 꺼냈다.
양념반프라이드반에게 친구가 필요해요.
"양념반프라이드반?"
이현은 머리를 갸웃했다.
그 독특한 이름은 집에 키우는 닭들이 대대로 이어 가는 이름이 아니던가.
금방 MT때 가져갔던 닭을 이야기한다는 걸 깨달았다.
"닭이 필요해?"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은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을 숨기지 않고 다시 물었다.
"달걀을 낳을 수 있는 암탉으로?"
서윤은 그저 친구를 데려다 주려고 했을 뿐이었다. 암수 구분에 대해서는 사전에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양반이가 수컷이니 기왕이면 암컷을 데려오는 편이 나으리라.
서윤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현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더없이 괴로운 표정을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이다.
'씨암탉이 더 비싼데... 특히 지금 키우고 있는 놈은 저번에 산에서 주운 도라지도 반 뿌리나
먹어 치운 놈인데.'
그래도 도시락 가격을 계산해 보면, 닭 1마리는 그다지 비싼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현은 긍정적으로 답했다.
"알았어. 뭐... 내일 가져올게."
그런데 서윤이 고개를 짓는 것이었다.
직접 보고 데려오고 싶어요.
미리 준비한 쪽지의 내용에 이현은 잠깐 생각해 보다가 수락했다.
"좋아. 직접 골라도 돼."
서로 간에 믿음이 부족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도시락을 많이 싸 왔으니 가장 좋은 닭으로 골라 가고 싶은 모양이로군. 제일 영양가 높고 비싼
닭으로 말이야.'
닭들은 잘 키워서 우량하기 짝이 없었다. 씨암탉들은 금방 달걀을 낳고도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날아다닐 정도였다
시장에 내다 팔더라도 시세에 별 차이 없이 다 고만고만한게 닭의 가격이라, 집에 오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이현은 서윤과 함께 집까지 걸었다.
거리에서 그녀를 본 남자들은 멍하니 서서 몇 번이나 눈을 비비며 다시 쳐다보았다.
남자들도 여자들도 그들로부터 눈을 떼지 못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서윤을 보면서, 믿을 수 없어 하는 모습이었다.
서윤에게 일단 시선을 빼앗긴 그들은, 도저히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옆에 함께 걷고 있는 남자를 살폈다.
'도대체 어떤 행운아가 저런 여자와 함께 다니는 거야?'
이현은 지극히 평범했고, 적당히 목이 늘어난 티셔츠와 물빠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왜 저런 놈과...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걸까?'
'부자야! 틀림없이 집이 부자야. 어린 나이에 수천억대 자산가이거나, 상속받은 재산이 엄청날
거야.'
'사랑의 힘은 위대하군.'
시샘과 질시의 눈빛들이 쏟아졌지만 이현은 그럴 때마다 꿋꿋했다.
"세상은 외모가 전부가 아니야. 마음이 중요하지."
서윤의 정체를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악독하고 잔인하며, 비열하기까지 하다.
인간성으로는 최악!
얼굴이 호흡곤란을 일으킬 정도로 예쁘다고 해서 거기에 넘어가면 절대로 안 되는 것.
"여자란 요리를 좀 잘한다고, 돈이 많다고, 날씬하고 몸매 좋고 예쁘다고, 옷 좀 잘 입고, 머리
가 똑똑하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니까."
한국 대학교에 입학할 정도면 머리도 수재라고 봐야 된다.
수업을 함께 들으면서도 서윤은 교재에 있는 연습 문제 정도는 너무도 간단히 풀어 버렸다. 강의 진도가 나가지
않은 부분들도 금방 이해하고 해결해 버린다.
"어디로 보나 내가 아깝지."
이현은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걸었다.
서윤은 의외로 잘 걸어서 따라왔다. 하이힐을 신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걸음걸이도 빠른 편이었다.
단지 이현의 집에 간다는 설렘에 그녀의 얼굴은 딱 보기 좋을 정도로 상기되어 있었다. 남자의 집을 방문하는 게
처음이기도 했고, 어떤 닭을 친구로 데려가야 할지에 대해 행복한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야."
이현은 한적한 주택가로 와서 자신의 집 문을 차곡차곡 열었다.
무려 7개나 되는 대문 잠금장치!
비밀번호에, 카드 키까지 별도로 있어야 했다.
서윤이 문가로 다가오자, 이현은 몸으로 입구를 막았다.
"미리 말해 두지만 집에 들어가서 함부로 이것저것 만지면 안 돼.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알거
든?"
의심하고 도둑 취급까지 하는 이현!
일단 외부인을 들이는 경우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최지훈이 이혜연과 만나면서 가끔 방문한 적은 있지만, 가전제품의 수리가 끝나고 난 후에는 잘 데려오지 않았다.
이현은 바싹 경계하고 있었다.
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
"일단 들어와."
서윤은 대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왈왈왈!
송아지만 한 큰 개가 잽싸게 뛰어와서 배를 깔고 귀엽게 짖는다. 커다란 체구에 걸맞지 않는 앙증맞은 울음소리였
다.
이혜연이 직접 이름을 붙여 주었던 몸보신의 애교!
이현은 다급하게 설명했다.
"키우고 있는 개야. 엄청 위험한 녀석이라서 가까이하지 않는 편이 안전해."
서윤이 고운 손을 내밀자 몸보신은 꼬리까지 맹렬하게 흔들었다.
개의 후각은 인간보다 만 배 이상이나 된다.
서윤의 몸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떡갈비의 향기 그리고 예전에 떠난 양념반프라이드반의 냄새를 맡고 친근하게 지
내려고 하는 것이다.
개들이 개장수를 보고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것처럼, 서윤을 보더니 그 선한 느낌에 달려들어서 환영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서윤의 주변에서 팔짝팔짝 뛰고 꼬리를 흔들면서 적극적으로 환영의 인사를 표시했다.
이현이 고함을 질렀다.
"워, 워! 이러지 마라, 보신아, 또 사람 물려고 그러지? 지난주에도 1명 물어서 입원시켰잖아.
안 돼. 저리 가!"
왈왈.
몸보신은 꼬리만 흔들다가 자신의 집으로 얌전히 돌아갔다.
사람을 문 적 있다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도 순하기 짝이 없는 몸보신.
'닭은 시장에서 몇천 원이지만 개는 20만 원은 받을 수 있는데! 어림도 없어!'
몸보신은 유별나게 살이 포동포동하게 잘 오르고 운동도 되어 있어서 육질이 좋다.
개장수가 와서 35만 원에 팔라고 했는데도 안 팔았는데 서윤에게 주기란 너무도 아깝다.
"......"
서윤이 잰걸음으로 철망이 쳐져 있는 울타리로 다가갔다.
철망 안에는 토끼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서윤이 연필로 쪽지에 빠르게 글을 썼다.
만져 봐도 돼요? 저 토끼 이렇게 가까이 보는 건 처음이에요.
"만져 봐. 참, 토끼가 새끼를 낳은 지 얼마 안 되니 주의해."
새끼요? 어디에요?
"우리 안에 있어."
서윤은 햄버거를 처음 먹어 보는 어린아이처럼 토끼들을 신기한 듯이 보았다.
이현은 위생에 대해서는 결벽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라서, 토끼 울타리 안은 매우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토끼들이 먹을 풀들이 푸짐하게 쌓여 있고, 그늘로 가려진 구석에서는 몸통이 손가락 두세 마디 정도밖에 되지 않
는 새끼 토끼들이 꼬물거린다.
새끼인데도 길쭉한 귀에, 바닥에서 깡충거리려고 뒷다리들을 움직이는 모습!
"아아아."
서윤의 입가에서 노래하듯이 흘러나오는 감탄사!
예쁘고 맑은 속삭임 같았다.
토끼장에 달라붙어서 눈을 반짝이며 구경하고 있는 그녀.
새끼들이 겁을 먹을까 봐 만지지는 못하고, 너무나도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만져도 돼."
"......"
하지만 서윤은 선뜻 손을 대지 못했다.
"괜찮아. 아직 눈도 안 뜬 새끼야."
서윤이 걱정하는 건 그런 이유는 아니었지만, 이현은 울타리로 손을 넣어서 새끼를 꺼냈다.
"자."
서윤의 손바닥에 내려 주니, 새끼 토끼는 미약하게 뒷발을 차며 꼬물거렸다.
서윤은 소중한 듯이 새끼 토끼를 보듬고 쓰다듬었다. 그러나 금방 토끼우리에 넣어 놓았다.
새끼 토끼가 불안해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서윤은 토끼우리를 떠나지 않고 하염없이 쪼그려 앉아 있었다.
'설마 달라고 하는 건 아닐 테지!'
이현의 경각심은 갈수록 더해졌다. 여동생이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집에 여자와 단둘이라니... 무조건 조심해야지!'
남자와 여자.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다.
이현이 단호하게 말했다.
"어서 닭 보러 가자!"
최대한 토끼들로부터 떼어 놓기 위한 속셈이 역력했다.
서윤은 아직 눈도 못 뜬 새끼 토끼들을 계속 보고 싶었다.
어미 토끼와 함께 웅크리고 있는 귀여운 모습에 반하고 만 것이다.
당근을 볼에 가득 물고 있는 어미 토끼의 천연덕스러운 모습.
하지만 토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서윤은 아쉬움을 가득 남긴 채 닭이 있는 뒤뜰로 향했다.
꼬꼬댁.
꼬끼오!
나무를 타고 새처럼 날아다니는 토종닭들.
땅에는 병아리들이 아장아장 걸어 다니고 있었다.
이현과 함께 처음 보는 서윤이 오자 재빨리 구석이나 나무 위로 피했다.
적극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구석에 숨어서 머리만 내밀고 인간들의 동향을 살피면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윤은 양념반프라이드반을 통해 닭의 습성에 익숙했다.
준비해 온 떡갈비를 잘게 찢어 바닥에 뿌렸다.
꼬꼬꼬꼬꼬꼬꼬꼬!
나무와 수풀 사이에서 맹수처럼 튀어나와서 쪼아 먹는 닭들. 병아리들도 질세라 작은 부리로 갈비를 찢어 먹고 있
었다.
서윤은 닭과 병아리 들을 어루만졌다.
낯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떡갈비로 금방 친해져서 그녀의 곁을 떠날 줄을 모른다.
'나를 좋아해 주고 있어.'
서윤은 어쩔 줄 모르면서 행복이 가득한 눈빛으로 닭들을 만졌다.
이현은 비참했다.
'내가 먹던 도시락의 떡갈비와 똑같은 것을......'
닭과 같은 음식을 먹게 된 신세!
그래도 표정이 거의 없던 서윤이 닭들과 있으면서 굉장히 즐거워 보이는 기색에 덩달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말없이 가만히 눈치만 보고 다가오지 못하던 그녀가, 닭들과 있으면서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감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현의 콧날까지 괜히 시큰해졌다.
'여동생에게 처음으로 치킨을 튀겨 줄 때보다도 기분이 이상하군.'
서윤이 아주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기가 스스로도 쉬운 건 아니었다.
'그녀가 나쁘든 혹은 좋은 사람이든... 나와 가까이할 수는 없어.'
현실적으로 너무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잇는 옷 한 벌의 가격이 대충 어느 정도인지 이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브랜드 옷들도 10만 원이 넘는데... 저렇게 좋은 원단에 따임이라는 브랜드,
디자인이면 15만 원은 되겠지!'
가정 형편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난다. 서윤 정도라면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되는 훌륭한 남자가 좋아하리라.
'자격을 갖춘 그런 남자가 나타나겠지.'
정효린이나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현은 큰 결심을 내렸다.
"대충 1마리 골라. 괜찮은 녀석이 있으면... 2마리 골라도 돼."
행복한 듯 닭들을 만지던 서윤이 기쁜 눈으로 돌아보았다.
정말이냐고 묻는 눈빛!
이현은 멀리 다른 곳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까짓 닭 정도로...... 2마리든 3마리든 아무것도 아니야."
웬일로 통 큰 배포를 보여 주는 이현이었다.
닭 1마리로 도시락값을 대체하기에는 여전히 빚진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윤은 3마리를 골랐다.
그녀가 닭을 고를 때마다 이현의 얼굴은 핏기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창백해졌다.
'저 녀석은 씨암탉인데... 그리고 백숙 녀석에, 나중에 큰 닭의 기질이 보이는 토실토실한 병아리
까지!'
씨암탉은 물론 귀한 존재였다.
훗날 여동생이 시집을 가서 남편을 데려오면 잡아 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닭들은 계속 번식을 할 테고, 다른 씨암탉도 2마리나 남아 있으니 괜찮으리라.
그럼에도 서윤이 씨암탉을 고르는 순간 가슴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는 슬픔과 아픔이 느껴졌다.
이현은 서글프게 말했다.
"포장... 해 줄게."
서윤이 데려가기 편하게 끈으로 닭들의 다리와 목을 묶어서 서로 연결시켰다.
닭 썰매처럼 모양새가 괴상하기 짝이 없었지만 서윤은 끈을 받아 쥐었다.
그녀가 쪽지에 글씨를 썼다.
정말 고마워요. 무리한 부탁이었는데도 들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야. 이 정도야 뭐. 필요하면 1마리 더......"
이현은 급히 말을 바꾸었다.
"다음에 병아리로 1마리 더 가져가도 돼."
정말요?
"......"
준다고 하니 덥석 받으려고 하는 서윤!
이현은 쪽지로 대화를 나누면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말을 안 하지?'
그를 놀리기 위하여 일부러 말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숨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MT에서도 축제에서도, 단 한 번도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없다.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도 말을 하지 않던 모습.
사실 도시락에 쪽지를 남겨 두고, 그 후로 쪽지를 통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굉장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로열 로드에서는 딱 한마디였지만 무척이나 듣기 좋은 음성이었는데, 실제로는 목소리가 매우
칼칼하거나 뭐 그런거겠지?'
이현이 서윤을 배웅해 주기 위하여 마당을 다시 나가려고 할 때에 보신이가 끙끙대면서 다가왔다.
서윤도 몸보신이 귀여운지 쉽게 걸음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현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호, 혹시 이 개 마음에 들어?"
"......?"
"보신이도... 데려갈래?"
이현의 충격적인 변화!
복날을 위하여 애지중지 길러 온 몸보신까지 서윤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정말로 데려가서 키워도 돼요?
"이 개가 너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데려가서 키워도 돼."
서윤은 무엇보다도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에 더없이 기뻐하는 기색이었다. 그녀는 놀라움과 감동에 눈물을
뚝뚝 흘리기까지 했다.
이현이 낮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이 녀석 많이 먹으니까 밥은 자주 주는 게 좋아. 밥그릇은 작은 걸로 주면 엎어 버리니까 큰 걸
로 마련해 주고, 비오는 날에는 마당에서 뛰어놀게 해 줘. 밤에는 묶어 놓지 마. 쥐나 족제비 등
을 사냥하거든. 낮잠은 2시간 정도 자는데, 데리고 놀고 싶으면 이름을 불러 줘. 그러면 알아서
깨. 무나 당근을 좋아하니까 가끔 주도록 하고......"
애인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구구절절한 설명.
'심장이 생으로 뽑히는 것 같구나.'
이현은 극심한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결정을 돌이키지 않았다.
선물을 줄 때에는 아까운 기색을 보여 줘서는 안 된다.
줄 때 제대로 주는 것이 뇌물!
'S급 난이도의 두 번째, 세 번째 퀘스트. 솔직히 나로서는 깨기가 거의 불가능할 거야.'
조각술 스킬을 올리기 위한 노가다를 하고는 있다. 하지만 퀘스트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야만족들과의 동맹이나 인도자의 권능, 죽음의 선고. 그리고 운도 많이 따라 주어서 1단계 퀘스
트는 완수할 수 있었지.'
퀘스트에서 매번 그런 행운이 따라 주기를 바랄 수는 없다.
'2단계, 3단계는 더 어려울 거야.'
앞으로는 맨땅에 부딪쳐야 되는 절박하고 고독한 처지!
'함께할 수 있다면......'
서윤이 같이 퀘스트에 참여해 준다면 훨씬 든든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정말 고마워요.
이현의 집 앞에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고급 외제 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서윤의 경호원들이 와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차의 뒷문을 열어 주었다.
닭들과 몸보신은 뒷자리에 탑승했다.
경호원과 기사까지 딸린 억대의 자동차에 탑승하는 호강을 누리는 닭과 개!
이현은 입가에 쓰라린 속내를 감추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배웅했다.
"잘 가. 다음에 또 놀러 와."
그러자 차에 타려던 서윤이 멈칫하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쪽지에 무언가를 적는 것이었다.
정말 또 놀러 와도 될까요?
"......"
이현은 할 말을 잃어버리는 상황이란 바로 이런 때임을 깨달았다.
이만큼 챙겨 주었는데도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는 뜻이 아닌가!
'설마 또 오기야 하겠어. 보통 하는 말처럼 그저 예의상 해 보는 소리겠지.'
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나면 아무 때나 편하게 놀러 와."
고맙습니다. 다음에 봐요.
서윤이 승용차에 타고, 경호원들과 함께 떠났다.
차들이 떠나고 난 후에 대문 앞에서 가만히 서 있던 이현은 한숨을 쉬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여러 일들을 하며 악덕 사장들을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이 다시금 떠오른다.
"진짜, 있는 것들이 더하다니까."
소중한 교훈도 얻었다.
"역시 여자들과 만나면 안 돼."
데이트 비용.
여자를 만나면 이래저래 돈이 든다.
서윤에게 밥을 사 주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놀이 공원에 함께 간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닭값과 개값!
"여자는 돈을 모으는 데 적이야. 적."
이현은 이를 갈았다.
그녀에 대한 악감정이 다시 생겨나고 있었다.
서윤의 병실은 동물 농장을 연상시켰다.
따뜻한 밥에 고기를 먹고 나서 늘어진 몸보신과, 살판이 난 듯 홰를 치며 날아다니는 닭들.
노란 병아리도 삐악거리면서 병실을 싸돌아다니고 있다.
"......"
서윤은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개가 좋아하는 먹이》.
《개 팔자가 상팔자》.
《개가 짖을 때는 이유가 있다》.
애완용 개를 키우기 위한 지침서들이었다.
서윤의 병실에는 전용 운동장이 딸려 있을 뿐만 아니라 4개나 되는 방과 서재, 간단한 음료들을 마실 수 있는 홈
바까지 꾸며져 있다.
몸보신과 닭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멍멍!
몸보신은 창밖을 내다보며 짖기도 했다.
넓지는 않았지만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았으니, 신선한 바깥공기가 필요했던 것이리라.
서윤은 외출 준비를 했다.
'《개 팔자가 상팔자》란 책을 보면 꼬박꼬박 산책을 시켜 주어야 한다고 했어.'
서윤이 몸보신의 목에 개 줄을 채웠다.
몸보신은 혀를 내밀어서 손을 핥으며 얌전하게 있었다.
복날의 개의 운명을 극적으로 변화시켜 준 새 주인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고 있었던 것!
간호사들은 믿기 어렵다는 듯이 서윤을 보았다.
"예전보다... 많이 밝아진 것 같아요."
"그러게요. 얼굴색이 화사해진 느낌이죠? 전에도 정말 예뻤는데 지금은 여자라도 반할 지경이에
요."
간호사들은 수많은 노력에도 마음의 문을 닫아 잠그고 있던 서윤이 이렇게 갑자기 나아질 줄은 몰랐다.
차은희도 그 점에 대해서는 이현의 자질을 인정해야 했다.
"정말 착한 남자야."
로열 로드에서 사냥을 함께하는 동료들은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마 그 따뜻한 마음씨가 서윤의 얼어붙은 가슴을 녹였겠지?"
정일훈에게도 이현에 대해서 많은 말을 들었다.
요즘 세상에 가족을 위해서 그렇게 헌신하는 사내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로열 로드에 빠져서 산다는 점을 단점으로만 볼 수는 없는 이유였다.
"서윤이 억지로 가던 학교를 즐거워해. 정말 많이 나아졌구나."
닭과 강아지를 기르는 건 매우 긍정적인 신호였다.
애완동물을 기르면서 사랑을 쏟는다면 마음을 완전히 열날도 머지않았으리라 짐작되었다.
이제 서윤은 곧잘 쪽지로 의사 표현도 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던 것.
결정적인 계기가 생겨서 말문이 트이기만 하면 된다.
"드디어 회장님께 보고를 할 시간이 된 걸까?"
차은희는 서윤의 아버지에게 연락을 해야 했다.
그는 항상 경호원들을 통해서 딸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었다. 머지않아 서윤의 마음이 치유되고, 말을 할 수도 있
을거라는 소식을 듣는다면 틀림없이 기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