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18권 : 유령선 (78/520)

<유령선>

"조각품에 생명 부여 스킬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이 추억을 보고 나서 게이하르 황제가 남겨

놓았을지도 모를 유산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했겠지. 감정!"

  위드는 옥새에 조각품의 추억 스킬을 다시 사용했다. 그러자 니플하임 제국의 과거도 볼 수 있었다.

  게이하르 황제가 만든 아르펜 제국의 옥새는 전란을 거쳐서 니플하임 제국으로 넘어갔다.

  기사의 제국.

  충직하고 명예를 아는 기사들은 척박한 북부에서 인간의 영토를 넓혔다.

  그리고 꽤 긴 시간이 흘렀다.

  융성했던 니플하임 제국에 대규모의 몬스터 침입이 일어났다.

  위드는 수도 모드레드의 성벽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침공한 몬스터 군단을 볼 수 있었다.

  본 드래곤을 비롯한 수많은 몬스터들의 군단이 인간들이 지은 집을 무너뜨리고 주민들을 학살한다.

  여기까지는 베르사 대륙의 역사서에 나온 내용 그대로였다.

  그런데 수도 모드레드에 대한 마법 공격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황궁으로 퍼부어지는 대형 화염 덩어리들!

  황궁 기사들은 불타오르는 궁성을 빠져나왔다.

  센데임 계곡에서 마녀 세르비안의 구슬을 사용하면서 최후의 항전을 했지만, 몬스터들을 이기지 못했다.

띠링!

『니플하임 제국의 대리인(2)

  아르펜 제국은 게이하르 황제의 서거 이후 후손들과 신하들에 의해 사분오열되었다.

  베르사 대륙의 지배자를 잠시 동안 상징했던 이 인장은 황태자 누미르의 수중에 들어

  갔지만, 분열과 전쟁이 거듭되면서 주인이 계속 바뀌었다.

  니플하임 제국은 마지막으로 이 옥새를 입수하여 200년 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전란을 피하지 못했다.

  본 드래곤을 비롯한 많은 몬스터들의 침공에 의하여 수도가 불타고 황족들이 모조리

  죽음을 당했다.

  갑작스러운 몬스터의 침입 외에 진정한 니플하임 제국의 멸망의 이유에 대해서 자세

  히 아는 사람은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게이하르 황제가 직접 생명을 부여한 황금새는 제국의 멸망을 또렷하게 기억

  하고 있을 것이다.

    황금새의 뒤를 쫓아서 제국을 멸망시킨 자들에 대한 복수를 하라.

  난이도 : S

  퀘스트 제한 : 총 3단계 퀘스트의 두 번째.

고급 조각술을 습득한 조각사 한정.      

  S급 난이도의 두 번째 단계 퀘스트!

-낭만 시대 니플하임 제국 건물 양식들을 감상하셨습니다.

조각사로서 새로운 건물들을 관찰하게 됨으로써 소유하고 있는 마을과 성, 지역 등에 낭만 시대의

건물들을 지을 수 있습니다.

낭만 시대의 건물들은 예술적 가치에 치증되면, 귀족들의 문화를 퍼트리고 있습니다.

기사들의 탄생을 촉진시키고 정치적인 영도력을 확장합니다.

특수 건물들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구구구구구.

  니플하임 제국의 과거를 보는 동안 황금새가 등장했다.

  찬란한 황금으로 만들어진 새.

  게이하르 황제가 남겨 놓은 조각 생명체!

  시선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약동하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사파이어로 만든 것 같은 푸른빛 눈동자와, 하얀 잔털이 있는 배는 백금으로 조각되어 있다. 이마에는 작은 왕관까

 지 쓰고 있었는데 무려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장식품!

  황금빛 동체가 움직일 때마다 선명한 아름다움을 몰고 다닌다.

  조각사로서는 새로운 경지를 본 것에 대한 감탄이 나올 법한 작품이었다.

"꿀꺽."

  위드는 군침을 삼켰다.

  황금새를 잡아다가 팔기만 하면 그 돈이!

'몽땅 해체해서 귀금속 가게에 나눠 팔아도 돈이......'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유니크 아이템을 본 것 같은 탐욕적인 눈빛.

"역시 게이하르 황제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야. 보석이나 황금을 좋아하는 취향이 딱 좋군!"

  위드는 납치를 실행에 옮기기 전에 잠시 주저했다.

'게이하르 황제가 만든 조각 생명체야.'

  직업상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황제에 대한 의리는 아침마다 나오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다. 단지 꺼림칙한 부분

 이 있었다.

"황금새 정보 창!"

-조각 생명체를 관찰합니다.

자세한 정보의 확인은 불가능합니다.

『이름 : 세노리아 루세로니 성향 : 자연

  종족 : 조류

  레벨 : 519 직업 : 맑은 울음 소리를 내는 추적자

  칭호 : 똑똑한 새

  명성 : 60

  게이하르 황제에 의해 탄생한 생명체.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아르펜 제국의 옥새를 따라다닌다.

  살이 통통한 지렁이를 좋아한다.

  +새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굉장히 빠름.

  +검을 비롯한 각종 무기들을 이빨로 끊을 수 있다.

  +적에게 해독이 불가능한 독을 토해 냄.

  +확인되지 않음.

  +확인되지 않음.

  앵무새 정도로 작고 귀여운 몸집이었지만 레벨은 엠비뉴 교단을 쓸어버리던 킹 히드라 수준이었다.

'안 건드리기를 잘했군.'

  위드는 입맛만 다셨다.

  황금새가 탐이 나지만 길들일 수도 없었다.

  조각 생명체들은 생명을 부여한 사람은 부모처럼 따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와이번이나 금인이

 를 그렇게 오래 방치해 두었는데도 다른 주인을 만들지 않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구구구.

   황금새가 위드를 향해 길게 울더니 영주성의 창문 밖으로 날아올랐다. 니플하임 제국을 멸망시킨 적에게 안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위드는 와이번을 타고 황금새의 뒤를 쫓았다.

  북동쪽 방향으로 바람을 타고 유유히 날아가는 황금새!

  가끔씩 뒤를 돌아보면서 위드가 따라오는 것을 확인하더니 점점 속도를 올렸다.

  불사조와 빙룡, 이무기도 뒤를 따라서 날아왔다.

  산맥과 숲을 단숨에 넘고, 공중으로 이동하는 것이기에 편했다. 지상으로 달리거나 마차를 이용했다면 훨씬 어려운

 경로를 거쳤으리라.

  황금새가 이틀을 꼬박 날아서 도착한 곳은 결국 북동쪽 방향에 있는 해안가!

   콰르르르릉, 콰과과광!

  시커멓게 먹구름이 쳐져 있는 하늘은 폭우가 쏟아지면서 바다와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천둥 벼락이 칠 때마다

 넘실거리는 파도를 볼 수 있었다.

"이곳이 끝이야?"

  위드의 물음에 황금새가 맑은 소리를 내며 울었다.

   구구구.

"더 가야 되는 거 아니고?"

   꾸꾸.

"여기까지밖에 몰라?"

   구구구.

    "혹시... 니플하임 제국을 무너뜨린 원흉이 여기서 배를 탔어?"

   구구구.

  눈치로 때려 맞히는 위드!

  S급 난이도의 연계 퀘스트를 하면서, 1단계에서 엠비뉴 교단의 대사제인 페이로드와는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그렇

 기 때문에 퀘스트에 대한 정확한 이해라든가 배경 지식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위드는 할머니와 함께 텔레비전을 많이 본 경험이 있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함께 죽일 놈, 살릴 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하루의 피로가 사라졌다.

  드라마를 보면서 터득한 추리력!

"본 드래곤과 싸울 때도 엠비뉴 교단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지. 그리고 통곡의 강에서도 괜히 있지

는 않았을 거야. 관련이 있겠지!"

  위드는 대충 엠비뉴 교단의 정체에 대해서 눈치를 챘다.

  베르사 대륙을 좀먹으려고 하는 악의 무리.

  굵직한 퀘스트에는 빠짐없이 연관되어 있는 파멸의 교단이다.

  위드도 엠비뉴 교단에 대해서는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대신관 페이로드가 아이템 하나 떨어뜨리지 않고 스스로를 희생해 가면서 죽었기 때문이다.

  유니크급 아이템 하나만 떨어뜨려 주었더라도 은인, 성자, 바람직한 사제로 기억되었을 게 분명했다.

"인색한 놈. 최악의 흉물. 더러운 놈."

  위드는 잠시 욕을 퍼부어 주고 생각을 이어 나갔다.

"엠비뉴 교단이 개입했다는 건 일단 분명하고... 몬스터의 침입도 그냥 일어나지는 않았을걸. 다른

조력자도 있었겠지."

  몬스터를 부릴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드라마에서도 주연이 있다면 조연이 있어야 된다.

  악역과 피해자, 음모, 다툼!

  니플하임 제국은 피해자였다.

  엠비뉴 교단과 다른 조연들에 의해서 몰락한 제국.

  그리고 긴 시간이 흘렀다.

  니플하임 제국이 재건되려면 그 악역들을 쓸어버려야 했다.

"완벽해. 완벽한 스토리야!"

  위드는 스스로의 추리에 감탄했다.

  엠비뉴 교단 혼자서 저지른 일이라고는 절대로 믿지 않았다.

  악역 혼자 다 하는 드라마는 식상하고, 재미도 없다.

  악역이 여럿일수록 스케일이 크고 훌륭한 드라마였으니까!

"인형 눈알처럼 착착 꿰어 맞춰지는군."

  바닷가에 앉아서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렸는데도 폭풍은 사그라질 기미가 안 보였다.

  위드는 베르사 대륙의 지리에 대한 게시판에서 이와 비슷한 정보를 봤던 것 같았다.

수도자의 도시 : 동료가 없다면 절대 들어가지 말 것. 탐험자 레벨 376.

트리반의 안개 호수 지역 : 노랫소리의 유혹에 호수로 들어가면 죽습니다. 요정들을 사냥할 수 있음.

  탐험자 레벨 312.

헤즈막의 부엉이 둥지 : 자살을 하고 싶다면 추천. 겨우 도망쳤음. 탐험자 레벨 389.

포코의 동굴 : 여기로 오세요. 좋습니다. 깔끔하게 죽습니다. 부엉이 둥지 갔다가 여기 들어갔는데

      난도질당해서 죽었습니다. 레벨도 하락했음. 탐험 후 레벨 388.

  북부를 모험한 다크 게이머들의 목숨값으로 완성된 자료들.

  탐험자의 짤막한 기록이었찌만, 다음번 방문자들에게 기초적인 도움 정도는 됐다.

북부의 북북동쪽에 있는 해안가 : 비바람과 함께 벼락이 심하게 쳐서 바다로 접근이 불가능. 부근 일

대의 기후가 매우 안 좋습니다. 퀘스트의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위

험해 보임. 바다에서 몬스터들도 다수 발견. 탐험자 레벨 379.

  게시판에서 봤던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면 천둥 벼락이 금방 그칠 것 같지 않았다.

"바다라......"

  파도가 높고 거세기는 했지만 이대로라면 배를 만들어서 타고 가야 될 것 같았다.

  폭풍이 없더라도, 와이번을 타고 망망대해 위에서 탐색과 추적을 벌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와이번들도 휴식을 취

 해야 했고, 적대적인 공중 몬스터가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이다.

"배를 만드는 기술은 가지고 있지 않은데."

  잡캐 중의 잡캐라고 할 수 있는 위드에게도 조선 기술은 없었다.

  연관성이 있는 대장장이 스킬이 중급 5레벨이라서 목재들을 짜는 데에 도움은 되겠지만, 큰 배를 만들기에는 무리였

 던 것.

"조선 스킬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모라타로 돌아가야 되나?"

  모라타에 해양 길드를 만들고 스킬을 배우는 것도 낭비가 심한 일이다.

  중앙 대륙에서 스킬을 배워 온다고 해도 폭풍을 헤치고 지나갈 정도의 선박이라면 조선 스킬이 중급은 되어야 한다.

"배를 1척 사 올 수밖에 없다는 건데......"

  위드의 골치가 아파 왔다.

  갑판에 와이번들을 태울 수 있을 정도의 배는 매우 비싸다.

  돈을 아끼기 위해 속도가 빠른 배를 사지 않는다고 해도, 중앙 대륙에서 여기까지 끌고 와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선원이며 항해사 등도 모두 고용해야 되는 것이다.

  이래저래 곤란함을 겪고 있을 무렵, 시력이 좋은 와삼이가 말했다.

"주인, 바다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지금 이동하고 있다."

"바다에?"

  위드는 눈을 가늘게 뜨고 폭풍이 치는 바다를 주시했다.

  와이번의 말대로 조금 전까지는 없었던 무언가가 북쪽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높은 파도가 치는데도 상관없다는 듯이 고요하게 이동하고 있는 범선!

  돛은 걸레처럼 찢겨 있고, 아예 중간부터 부러진 돛대도 보였다. 선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기도 했다.

  비바람 때문에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매우 낡고 오래된 중형 범선이었다.

"저런 상태로도 항해가 가능한가?"

  위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송에서 무역용 배들을 타고 다니는 상인들을 본 적 있다. 상품을 적재해야 하기 때문에 선박은 항상 최고의 상태

 를 유지하도록 관리한다.

  저렇게 파손이 심하고 낡은 배로 폭풍을 뚫고 다닌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와이번이 더 관찰해 보고 나서 말했다.

"주인, 저 배의 갑판에 언데드들이 타고 있다."

"언데드라면......"

  위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바다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배는 유령선이었던 것이다.

"무임승차를 할 수 있겠군!"

  위드는 조각칼을 꺼냈다.

   서걱서걱.

  바위를 깎으면서 조각을 했다.

"깡마른 몸에 로브, 그리고 이마에는 붉은 보석이 박혀 있었지."

  스켈레톤들과는 상당히 많이 싸워 보았다. 실제로 일으켜 보기도 했으니 구조나 생김새가 익숙했다.

  하지만 스켈레톤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 필요했다.

  유로키나 산맥에서 싸웠던 리치 샤이어를 조각하고 있는 위드!

  단순 무식하고 과격하던 카리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필요했다.

"좀 더 작고 왜소한 골격으로. 타락하고 음험한 마법사,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

는 야비함까지 가진 리치여야 해."

  위드는 불평을 쏟아 냈다.

"도대체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군. 선하게만 살아온 나로서는 조각하기 힘든 대상이 너무 많아."

  조각칼이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리치의 모습이 점점 드러난다.

  손가락 뼈 마디마디가 살아 있는 것 같은 생생함, 간교한 음모를 꾸밀 것 같은 해골의 얄팍한 뒤통수!

  텅 빈 동공은 위아래로 좁았다.

  째진 눈의 특징까지 조각하면서 리치의 모습을 고스란히 복원해 냈다.

  리치 샤이어와 매우 흡사한 생김새. 하지만 간교함이 주는 느낌은 훨씬 배가되어 있었다.

  비열하게 썩은 이빨을 보이며 웃을 것 같은 해골 머리!

"아니야. 부족해. 굉장히 오랜 시간을 살았던 리치니까 뼈에 폼 나는 균열 정도는 있어야 어울리지."

  보기 좋게 갈라져서 금이 간 해골.

  구멍 난 자국도 만들어 주었다.

"훨씬 똑똑해 보이는군."

  이마에는 쿠르소에서 퀘스트의 대가로 획득한 광산에서 캐낸 루비를 박았다.

  조금 있어 보이는 해골, 리치의 탄생!

띠링!

-만드신 조각품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리치 샤... 아니야. 음."

  위드는 심사숙고해서 이름을 지었다.

"바다에서 강할 것 같은 이름으로... 카리취에 꿀리지 않는 훌륭한 이름을 지어야 돼."

  오크 카리취의 강력한 카리스마!

  위드는 스스로 카리취라는 이름을 매우 잘 지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성과 품위가 있어야 한다.

"일단 조각품의 이름은 애꾸눈 리치!"

-만드신 조각품은 애꾸눈이 아닙니다. 그래도 이름을 그대로 하시겠습니까?

  위드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 바다에서는 무조건 애꾸눈이야."

『걸작! 애꾸눈 리치 상을 완성하셨습니다!

  암흑에 영혼을 판 리치 마법사!

    숨이 막힐 정도로 놀라운 조각상을 만들었던 조각사의 새로운 작품이다.

  과거 베르사 대륙을 혼란에 빠뜨렸던 리치 샤이어를 그대로 닮았다.

  혐오스러운 리치를 조각한 것으로, 예술품이라 부르기에는 다소 어렵다.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재능이 충만한 조각사가 잘못된 길로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되는 작품.

  예술적 가치 : 269.

  특수 옵션 : 애꾸눈 리치 조각상을 바로본 이들은 생명력과 마나 회복 속도가 

      하루 동안 11% 증가한다.

      지식과 지혜 20 상승.

      민첩 10 증가.

      힘 75 감소.

      마법 발현 속도를 5% 빠르게 함.

      언데드들에 대한 지배력이 3% 증가함.

  다른 조각품과 중복 족용되지 않음.

  지금까지 완성한 걸작의 숫자 : 86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명성이 12 올랐습니다.

-투지가 1 상승하셨습니다.

-지식이 2 상승하셨습니다.

"성공이군!

  걸작 조각품의 탄생!

  위드의 용무는 조각으로 끝나지 않았다.

  조각술의 비술을 쓸 시간인 것이다.

"조각 변신술!"

-조각 변신술을 사용합니다.

  위드의 키가 아주 약간 작아지고, 머리카락이 우수수 땅에 떨어졌다. 순식간에 대머리가 되고 몸은 앙상하게 마르더

 니 살점들이 떨어져 나갔다.

  해골, 그것도 리치로 변신한 위드!

-몸의 형태가 바뀌면서 현재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의 상당수가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스릴이나 신성력이 들어간 장비들을 모두 입으실 수 없습니다.

종족이나 형태에 따라 필요한 장비를 새로 구하십시오.

-조각 변신술의 영향으로 지식과 지혜가 매우 높게 증가합니다.

  힘과 민첩이 많이 감소하고, 예술 스탯이 삼분의 일로 줄어듭니다.

생명력과 마나가 대폭 늘어납니다.

체력의 한계가 사라집니다.

조각품에 대한 이해 스킬이 고급 3 레벨이라서 완전한 리치로의 변신은 되지 않았습니다.

  리치 전용의 생명력 흡수와 마나 흡수의 효율을 20% 밖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햇빛을 보면

생명력과 마나의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신성력이 더욱 치명적으로 나쁘게  적용됩니다.

  조각 변신술이 풀릴 때까지 유효합니다.

  장비들을 바꾸는 것도 간단했다.

  리치가 되고 난 이후에는 성자의 지팡이가 타락한 성자의 지팡이로 변혔다.

  흑마법, 그리고 언데드를 위한 전용 아이템!

  오른쪽 뼈 팔에는 성자의 지팡이를, 왼쪽 뼈 팔에는 네크로맨서의 마법서를 들었다.

"킬킬킬."

  위드는 까맣게 썩은 이빨로 웃었다.

  턱을 달그락대면서 웃는 파렴치한 리치의 꼴!

  엠비뉴 교단의 마법사가 착용했던 로브를 입고 뱀파이어의 망토를 둘렀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성물인 안식의 동판, 언데드를 특별하게 강화해 주는 아이템은 아직 꺼내지 않았다.

  내구도가 3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드는 검은색 천으로 한쪽 눈을 가리며 말했다.

"이름은 플런더럴이라고 해야겠어."

  약탈자라는 이름!

  위드가 리치로 변한 이유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었다.

"줄여서 더럴이라고 하면 매우 좋군. 왠지 더럽고 치사하다는 느낌이, 제대로 해적이야!"

   음머어어어어,

  와일이의 등에 타고 와서 이 모든 행각을 지켜보고 있던 누렁이가 길게 울었다.

  차마 주인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서글픈 울음.

  와일이가 날개로 감싸 주었다.

"괜찮아. 알고 보면 더 이상 실망할 것도 없는 사람이야."

   음머, 음머어어어.

"너희는 여기서 기다려라."

  바닷가로 걸어가니 비바람이 몰아쳤다. 앙상한 해골에 불과한 몸에 빗물이 튀었다.

  로브와 망토가 빗물에 젖었지만 언데드, 그것도 리치로 변한 이상 감기나 피로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위드는 타락한 성자의 지팡이를 내밀었다.

"패스트 워터 워크."

  물 위로 걸을 수 있는 마법!

  네크로맨서의 마법서에 적혀 있는 몇 개 안 되는 기초 마법이었다.

  파도 위를 걸어서 전진하는 해골의 모습.

  몸이 가벼워서 마나 소모도 얼마 안 되었다.

"스탯 창."

『캐릭터 이름 : 위드 성향 : 언데드

  레벨 : 368 직업 : 리치

  생명력 : 113,480 마나 : 197,964

  힘 : 185 민첩 : 361

  체력 : 무한

  지혜 : 1,463 지력 : 1,128

  투지 : 479 지구력 : 무한

  인내력 : 695 맷집 : 419

  통솔력 : 672 죄의식 : 388

  매력 : 210

  *생명력 흡수, 마나 흡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언데드 지휘 능력을 조금 가지고 있습니다.

  *신성 마법에 최악의 취약성을 보입니다.

  *걸작 조각품으로 인하여 3%의 추가적인 스탯을 얻었습니다.

  위드의 마나는 충분히 많았다.

"바다에서 지쳐서 죽을 일은 없겠군."

  황금새는 길을 인도해 주지 않고 와이번들과 함께 해안가에 남았다.

  귀하게 자란 황금새에게 비바람과 천둥 벼락을 뚫고 날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

  위드는 유령선을 향해서 일직선으로 걸어갔다.

  가까이서 보니 100년쯤은 된 것 같은 오래된 선체. 선원 유령들이 키를 두세 바퀴씩 제멋대로 돌리고, 있지도 않은

  돛을 조절하고 있다.

우리는 크레이라의 선원들

아침저녁으로 럼주를 마시지

술에 취해 있으면 고향이 그립지 않아

말썽 많은 선장은 무인도에 던져 버리세

  선원들의 노랫소리도 들렸다.

  파도 소리와 매우 잘 어울리는 남자들의 목소리였다.

  유령선은 크게 출렁이면서도, 배치고는 상당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반 선박과는 다르게, 유령선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몬스터라는 소문도 있었다.

  위드가 선체로 다가가자 사다리가 떨어졌다. 망루에서부터 접근을 알아차리고 있었던 것이다.

  위드는 밧줄을 잡고 선체로 올라갔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이 조각했던 애꾸눈 리치상의 결정적인 오류를 알아차렸다.

"저는 부선장 니크입니다. 리치 마법사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부선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선원 유령!

  언데드들은 리치를 지극히 존경하고 따른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라, 그의 왼쪽 팔이 없다는 것이었다.

  부선장의 왼쪽 팔에는 대신 쇠갈고리가 달려 있었다.

  애꾸눈과 더불어 외팔이야말로 해적의 영원한 로망이었다.

  모라타에는 새로운 건물이 완공되기 직전이었다.

  파보가 주민들과 초보자들과 함께 건설한 예술 회관!

  2,000평도 더 되는 넓은 정원에는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었다. 모라타의 조각사들이 영주에게 헌납한 예술품들이다.

  꽃과 나무 들도 높은 곳에서 보면 자신들의 색채로 그림을 그려 놓고 있었다. 푸른 아이스 드래곤에 앉아 있는 위드

 의 모습이다.

  벽에는 모라타의 현재의 모습이 그대로 벽화로 남았다.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기에, 지금의 모습이 나중에는 그리운 추억이 될 것이란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드디어 완성이다."

  파보는 설레는 마음으로 현판을 달았다.

위드의 예술 회관

대략 2년 전부터 지금도 살아 있음.

      아마 몇 번은 죽었음.

모라타의 영주.

     베르사 대륙의 조각술계에 신기원을 새김.

모두가 외면하던 조각술, 엄청난 노가다로 스킬 숙련도를

향상시키고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프레야 여신상을 비롯하여 빛의 탑, 루의 신상 등이 대표적인 작품.

  통곡의 강에서 원혼들을 위로하는 조각품들을 세움.

베르사 대륙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조각술이 일반인에게

  친숙하게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움.

이 예술 회관은 건축가 파보가 친구들과, 위드를 존경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서 헌납함.

  설명까지 쓰여 있는 현판을 다는 순간, 파보의 건축 레벨이 2단계나 높아졌다. 모라타의 공헌도나 주민들과의 친밀

 도, 명성 등도 상승했다.

  도시에도 긍정적인 현상이 생겼다.

-모라타의 문화 발전도가 오릅니다.

예술 발전 속도가 3% 증가합니다.

문화적인 경계가 더욱 팽창합니다.

지역 명성이 15 오르고, 예술 회관이 대표적 건물로 지정됩니다.

-모라타 주민들의 예술과 지식 전반에 대한 열기를 높입니다. 마법사와 예술가의 탄생 

확률을 높입니다.

  건축물로 소속 마을을 발전시킨다.

"드디어......"

  파보는 보람을 느끼면서도 아직 예술 회관의 문은 굳게 닫아 놓았다.

  위드의 이름을 붙이지 않은 조각품, 미완의 전설적인 조각품이 공개되면 엄청난 파장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아직 문을 열 때가 아니었다.

  리튼 왕국에 사람을 보내서 만돌과 그의 아내를 초대한 이후에야 예술 회관의 문이 열리게 되리라.

"나도 건축가로서 어느 정도 베풀면서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파보는 그의 친구인 화가 가스톤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공사비를 올려 받기 위해서 꼼수를 쓰거나, 불필요한 옵션들을 팔아먹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 나

도 보통의 건축가이니 말일세. 그런데 겨우 1쿠퍼를 받기 위해서 이렇게 공을 들여서 예술품을 만드

나? 조각사들의 마음은 이해하기 어렵군."

  가스톤이 말없이 그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화가인 그로서도 초상화를 좀 더 예쁘게 그려서 팁을 바라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위드가 특별한 거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청년이라네."

"그렇지.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자네가 치졸한 궁수 페일인가?"

"사제복 입고 못된 짓만 한다는 이리엔?"

"어린아이를 통째로 구웠다는 나쁜 마법사 로뮤나가 아닌가!"

  토둠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악명으로 인해 페일과 동료들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나빴다.

"이까짓 일을 맡겼는데 무슨 보상을 200골드나 달라고 하는가? 원래의 약속은 그랬지만 30골드만 받아

주게."

"의뢰를 이렇게 빨리 끝내다니 믿을 수가 없구만. 분명히 어떤 속임수를 쓴 것이겠지? 파단의 홀을 주

기로 했지만 마음이 바뀌어서 안 주겠네!"

  그래도 악독한 주민들에게 굴하지 않고 성실하게 퀘스트를 하면서 명성을 복구하고 친밀도를 올린 후에, 이제는 난

 이도가 제법 높은 의뢰도 할 수 있었다.

  페일과 일행이 무기점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게!"

  이리엔이 밝게 웃었다.

"손님들이 많이 늘어났군요. 장사가 잘되니 좋으시겠어요."

"몬스터와 싸울 사람들이 많아져서 좋지. 북부에도 어린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무슨 일로 왔나?"

"맡기실 일이 있을까 해서 왔어요."

  모라타에는 무기점도 다섯 곳으로 늘었다.

  매달 들어오는 세금 수입의 일정 비율을 자동으로 재투자하면서 세 곳이 증가했고, 두 곳은 상인들이 직적 세웠다.

  무기의 공급까지 함께하면 이문이 상당히 크다.

  마판도 많은 무기들을 공급하면서 욕심을 낸 분야이지만, 지속적으로 무기류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손을 떼었다.

 대장간까지 함께 운영하면서 원료를 구해 와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큰 상단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페일 일행이 방문한 무기점은, 가장 먼저 모라타에 자리를 잡은 곳이었다.

"우리 모라타를 지켜 준 은인들에게는 항상 부탁할 일이 있지. 요즘에 무기들이 많이 부족한데......"

  무기점 상점 주인의 말에 페일과 다른 일행은 가만히 서서 듣기만 했다.

'별다른 퀘스트는 없나 보구나.'

  무기 조달 퀘스트는 사냥을 통해서 얻거나 혹은 구입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사실 초보자들이 너무 많아져서 무기가 필요하다는 의뢰가 끊이지 않았다. 고블린 등을 사냥해서 얻은 무기라도 수

 량만 맞춰서 납품하면 되고, 광장에서 웃돈을 얹어 주고 유저들로부터 구입해서 무기점 주인에게 줄 수도 있었다.

  명성을 위해서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흔한 의뢰였다.

"예전 니플하임 제국 시절에는 굉장히 유명한 무기 장인의 가문이 있었는데 말이야."

"네?"

"기사들의 무구를 모두 그 가문에서 만들었지."

  고급 퀘스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무기점 주인의 설명.

  이리엔의 눈이 반짝였다.

"주인 오빠, 그 가문의 이름이 뭐예요?"

  순진하던 이리엔이었지만, 퀘스트를 위해서는 조금의 애교와 관심이 감초처럼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비테오르 가문이었지. 제국이 몰락하면서 그 이름을 다시 들어 본 적이 없는데...... 후손이라도 어

디 남아 있지 않을까? 비테오르 가문이 있다면 무기의 물량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될 텐데 말이야."

띠링!

『명장의 가문

  기사들의 검을 전문적으로 제작했던 니플하임 제국의 장인 가문인 비테오르 가문에

  대해 수소문을 해 보고 살아 있는 자손을 무기점 주인에게 데려와라.

  난이도 : B

  퀘스트 제한 : 비테오르 가문의 후예들이 사망하면 실패.    』

  드디어 페일 일행에게도 난이도 B급의 의뢰가 떴다.

  보통 유저들에 비하면 빠른 진전이었다.

  위드를 따라서도 퀘스트를 하고, 모라타 방어전에 참여하면서 주민들과의 친밀도가 높아진 덕분이었다.

  페일과 로뮤나, 이리엔, 메이런 등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할까?'

'하자.'

'실패하더라도 재미있을 것 같아.'

  메이런은 특히 어려운 난이도의 퀘스트를 직접 할 수 있다는 데에 몸이 달아 있었다.

  페일이 대표로 말했다.

"그들을 저희가 찾아와도 될까요?"

"그래 주겠나? 하지만 원래 제국의 수도였던 모드레드 근처는 지금은 몬스터들의 천국이라는 소문이

있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모아서 가게나. 자랑까지는 아니지만 내 의뢰라면 서로 들어주려고 하지

않을까?"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페일과 일행은 모두 '명장의 가문' 퀘스트를 받았다.

  이 퀘스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도 해 줄 수 있는 의뢰였다.

"우리끼리는 조금 불안한데......"

"위드 님을 데려갈까요?"

  니플하임 제국의 수도였던 모드레드라면 사냥터로는 충분할 것이라는 계산.

  명성이 높은 위드라면 여러 다른 퀘스트들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리엔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위드 님은 3개의 퀘스트를 다 하고 계실 거예요."

  S급 난이도의 연계 퀘스트, 마탈로스트 교단의 퀘스트 그리고 로자임 왕국의 시녀에게 노래를 불러 주는 퀘스트까지

  마탈로스트 교단의 퀘스트는 다른 이들이 대신하고 있었고, 거의 끝부분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그럼 검치 오빠들을 꼬여요."

  수르카의 말에 반대의 뜻을 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검치들이 같다면 든든하기 짝이 없다.

  설득은 화령이 맡았다.

"같이 퀘스트 하실래요?"

  검치와 검둘치는 유로키나 산맥에서 연애를 하는 중이라서 검삼치가 대표였다.

  검삼치는 모라타에 있는 초보자들을 놔두고 먼 길을 떠나는 게 마땅치 않았다. 풋풋한 초보자들을 보면서 작은 도움

 이라도 주고, 수련장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맛도 있었던 것이다.

"내가 조금 바쁘......"

"이효정 아시죠?"

"탤런트?"

  이효정은 최근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을 맡아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선한 인상에 귀엽고 씩씩하기까지 해

 서 남자들이 싫어할 수 없는 배우였다.

"저랑 친구인데 직업이 바드예요. 효정이도 같이 가기로 했는데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랑 같이 사냥을 하러 갈 수 있다니......"

"바쁘지 않으세요?"

"꼭 같이 가겠다."

  세계적인 인지도나 외모, 음반 판매에 이르기까지 화령에게는 비교도 안 된다. 하지만 검치 들에게 화령은 엄청 예

 쁜 여자일 뿐, 가수라는 사실도 말을 하고 나서야 알 정도로 음악에는 무관심했다.

  그런데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이효정이라니!

  오로지 여자 배우를 보기 위해서 검치 들은 의기투합해서 함께 가기로 했다.

  모라타에서 일단 모인 그들은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모드레드로 출발했다.

  마판도 교역용 마차들을 끌고 합류해 있었다.

  상인들은 레벨이 오를 때마다 살이 찐다. 넉넉한 체격이야말로 고레벨 상인이라는 증명이나 다름이 없다.

  마판의 뱃살도 많이 늘어서, 뒤뚱거리면서 뛰어다닐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 위드 님한테 들렀다 가지 않을래요?"

  모라타를 나오자 화령이 갑자기 제안을 했다.

"모드레드에 가도 사냥을 할 거잖아요. 위드 님 있는 곳에 잠깐 들러 봐요."

"그럴까요?"

  다른 일행도 위드가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는 마찬가지.

  그들은 위드가 있다는 해안가까지 이동했다.

  말을 타고 있었기 때문에, 며칠 야영은 했지만 무난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위드가 와이번을 보내서 길을 안내해 주기까지 했던 것이다.

  폭풍이 치는 해안가!

  빙룡과 불사조, 늦게 달려온 킹 히드라, 이무기, 와이번들이 숲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유저들이 거의 없었기에 대놓고 사냥을 했다. 하지만 위드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화령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위드 님은 어디에 계시죠?"

  페일은 궁수라서 시력이 매우 좋은 편이다. 먼 거리에 있는 것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저도 못 찾겠는데, 어디에 있는지 귓속말이라도 보내 볼까요?"

  그때였다.

  넘실거리는 파도, 폭풍이 치고 있는 바닷가에서 선박들이 다가온다.

  벼락이 떨어질 때마다 보이는 7척의 중형 범선!

  메이런이 소리쳤다.

"배들이 다가오고 있어요!"

  활짝 펼쳐진 찢어진 돛, 갑판이나 선체에는 커다란 구멍들이 뚫려 있다.

  파도를 뚫고 해안가로 다가오는 유령선들.

  갑판에는 유령 선원들과 칼잡이들이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뱃머리 부분에는 애꾸눈 리치 위드, 아니 더럴이 서 있었다.

  유령 함대의 함장!

  바람이 불 때마다 망토가 찢어질 듯이 펄럭인다.

  그리고 리치의 어깨에는 황금새가 앉아서 깃털을 고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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