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5권 : 9. 엠비뉴 교단의 습격 (138/520)

   엠비뉴 교단의 습격

  "왕을 처형하자."

  "귀족들을 모조리 죽여."

  "엠비뉴 신의 뜻이다. 엠비뉴 교단을 따르지 않는 모든 이교도들을 살육하라!"

 세라보그 성 주변으로 40만이 넘는 군대가 나타났다.

 반란군의 등장!

 인근 마을에 사는 주민도 있었으며, 왕국의 군대가 통째로 엠비뉴를 따르겠다며 전향하기도 하였다.

 로자임 왕국의 깃발을 달고 세라보그 성 근처까지 와서, 파괴신 엠비뉴의 기치 아래 일어선 것이다.

 세라보그 성, 그리고 로자임 왕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유저들에게 메시지 창이 떴다.

  띠링!

  -엠비뉴 교단이 로자임 왕국의 수도인 세라보그 성을 공격합니다.

  세라보그 성에서 공성전이 발생하였습니다.

  마법 방해로 인하여 텔레포트 게이트와 장거리 텔레포트를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갑자기 뭐야."

  "아닌 밤중에 이게 무슨 난리야."

 광장에서 장사를 하고 사냥에 같이 갈 동료를 구하던 유저들이 일어나서 성벽으로 달려갔다.

 세라보그 성의 성벽 너머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몰려온 엠비뉴 교단의 군대가 보였다.

  "지금 여기서 전쟁이 벌어지는 거야?"

  "이렇게 있어도 안전한 거야? 세라보그 성의 방어 상태는 어떻지?"

 유저들은 세라보그 성을 보면서 불안을 감추지 못하였다.

 로자임 왕국의 수도였지만 갑작스러운 공성전에 대비되어 있지는 않았다. 성문도, 엠비뉴 교단이 나타나고 나서야 다급하게 닫히고 있었다.

 왕국군이 서둘러서 배치되고 있지만, 갑옷의 끈도 제대로 묶지 않고 나오는 모습이었다.

  "아, 진짜. 나는 세라보그 성에 집도 마련해 놓고 있었는데."

  "난 상점에서 장사도 하고 있단 말입니다!"

  "로자임 왕국이 저들을 막을 수는 있을까요?"

  "엠비뉴 교단을 막아 낸 왕국은 아직 없어요."

  "세라보그 성이 점령당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죠?"

 유저들은 공황에 빠져들었다.

 몬스터의 습격이라면 왕국군이 출동하는 정도만으로도 가볍게 퇴치된다. 세라보그 성까지 몬스터들이 떼를 지어 오는 일 자체가 지극히 드물기도 했다.

 하지만 엠비뉴 교단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주술사, 사제, 소환술사, 흑마법사, 악신의 성기사 들을 보유하고 있다. 명령을 따르는 몬스터들과 광신도들은 성벽 너머에 잔뜩 몰려와서 끝이 안 보일 정도였다.

 엠비뉴 광신도!

 그들은 로자임 왕국의 일반 주민들로 이루어졌다.

 엠비뉴 신을 믿으며 괴력을 발휘하는데, 레벨은 최소 200대 이상!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싸워서 승리를 하고 신앙심을 키울수록 레벨이 더 빨리 올라간다고 한다.

 공성전에서 큰 활약을 할 수 있는 거대 마물들도 달빛에 언뜻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에 엠비뉴 12지파의 교주 중 아홉 번째인 벨로니도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만 봤던 그 엠비뉴 교단의 군대가 몰려온 것이다.

  "엠비뉴 교단은 같은 종교를 믿는 신도 외에는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는데요."

  "로자임 왕국과 싸우는 게 아니라 우리도 공격하는 거예요?"

  "초보자라고 해도 봐주지 않습니다. 저들은 무조건 파괴를 일삼는 무리거든요."

 성벽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진한 공포감이 퍼져 나갔다.

 광장과 거리에서는, 갑작스러운 공성전의 발생으로 인해서 놀란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로자임 왕국의 왕성에서도 전투준비를 갖추고 기사들과 병사들이 성벽을 이동하고 있었다.

  "투항하고 엠비뉴 교단을 개종을 하면 살려 주지 않을까요?"

  "그러면 저들 무리에 끼어서 안전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건 최악의 선택입니다."

 실제로 중앙 대륙 엠비뉴 교단의 점령지에서는 그런 선택을 한 유저들도 꽤 됐다.

  "초반에는 엠비뉴 교단의 마법이나 주술도 공짜로 배울 수 있고, 아이템도 지급되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왕국에서 활동도 못 하고 악명이나 나쁜 스탯들도 생기고, 결국 엠비뉴 교단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들의 하수인이 되어 버린다고 합니다."

 죽거나 따르거나 둘 중 하나!

  "그러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요?"

  "잠깐 지켜봐야죠. 로자임 왕국의 군대가 엠비뉴 교단을 막아 낼 수도 있으니까요."

 #

  "세라보그 성이다. 특종이야!"

  "그곳에 파견되어 있는 우리 쪽 사람은?"

  "렌달리나라는 여성 유저입니다."

  "취재원과 연결해!"

 각 방송국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엠비뉴 교단의 로자임 왕국 수도 습격이다.

 흔히 볼 수 없는 이벤트일 뿐만 아니라, 최근에 들불 번지듯이 퍼져 나가는 엠비뉴 교단이었기에 방송 관계자들도 우려 섞인 관심으로 지켜보고 있던 사안이었다.

  "방송 준비되는 대로 바로 생중계 시작하고! 현재 생중계하고 있는 방송국이 있어?"

  "CTS에서 20초 전에 시작했습니다."

  "지난번에도 4분 늦어서 국장님에게 깨진 걸 생각하면……. 일단 준비되는 대로 바로 틀어! 영상부터 보여 주면서 나머지를 걱정하자고. 편성국 쪽에 연락하고, 다른 팀에서도 지원 가능한 인력들 다 부르도록 하고. 진행자들은 왜 이렇게 늦게 오는 거야!"

 여러 방송국들이 한꺼번에 북새통을 이루었다.

 중요한 프로그램을 방송하던 중이었다면 갑자기 돌릴 수 없었지만, 엠비뉴 교단에서 로자임 왕국의 수도를 침공하는 대형 사건이었으므로 대부분 생중계를 개시했다.

 KMC미디어 방송국에서도 직원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건 마찬가지였지만 여유가 있었다. 로열 로드을 전문적으로 방송하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을 많은 사건들을 처리한 경험이 있는 덕분이었다.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각 특파원들 제 위치 확실히 잡도록 하고, 영상 담당 쪽은 화면전환 잘 따라오도록 합니다. 항상 리허설이 없이 바로 생생하게 나간다는 점을 명심하고, 집죽해서 바로 갑니다."

 KMC미디어도 생중계를 개시했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시청자들이 모여들면서 각종 게시판들에 로자임 왕국이 화제로 떠올랐다.

  "현재 세라보그 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족과 계약된 유저들은 몇 몇이나 있어?"

  "젠킨스, 로드를 포함해서 스물 정도요."

 KMC미디어에서는 정보활동도 계속했다. 전속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모험가나 전사, 마법사 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꼭 필요했다.

 더구나 지금은 엠비뉴 교단이 침공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던가.

  "근데……."

 방송국 PD 1명이 강 부장의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무슨 일인데 생방송 중에 뜸을 들여?"

  "신혜민 씨가 진행자석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말한 게 있어서요."

  "전쟁의 신 위드도 지금 세라보그 성에 있다는데요."

  "그게 정말이야?"

 KMC미디어의 직원들은 전쟁의 신 위드가 세라보그 성에 있어서 멋진 사건이 터지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불안해서 마음을 놓지 못하는 입장이었다.

 위드가 무언가 큰 것을 해 주기에는, 얼핏 봐도 엠비뉴 교단의 군대가 너무나도 막강했다.

 #

 위드도 거의 실시간으로 엠비뉴 교단의 침공 사실을 전해 들었다.

  > 위드 님, 세라보그 성에서 전쟁입니다!

 마판이 비명을 지르듯이 귓속말을 보내왔고, 다른 동료들도 거의 연달아서 귓속말을 했다.

  > 어디 계세요? 엠비뉴 교단이 세라보그 성을 공격한다는데 위드 님은 괜찮으신 거예요?"

  > 페일입니다. 무사하시고 별일 없으시죠? 지금 그곳으로…….

  > 소식 들으셨어요? 엠비뉴 교단이…….

 이 정도는 약과였다.

 위드가 친구 등록을 하고 귓속말을 허용한 상대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비나 : 이번엔 세라보그 성이네

  에드윈 : 엠비뉴 교단이 너무 무섭게 커 가네요.

  핀 : 세라보그 성에서 막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황야의여행자 길드의 채팅에서도 정보를 전달받았다. 그리고…….

  > 막내야, 괜찮냐.

  > 방금 내가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데…….

  > 사제야, 네가 간 곳이 지금 위험하다고 사람들이 그러고있다.

  >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 설마 세라보그 성에 있는 거냐?

 검치 들이 줄지어서 귓속말을 보냈다.

 위드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재수가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병원비가 나간다더니."

 세라보그 성에 들어온 건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지금 이 순간 엠비뉴 교단이 침략을 할 건 뭐란 말인가.

  "지금은 지켜보는 수밖에는……. 그보다도 지금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있었지.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 할 거야."

 위드는 서둘러 광장으로 뛰어갔다.

 서윤은 살인자 상태이기 때문에 광장에서라도 다른 유저들로부터 공격 받을 수 있었지만, 같이 따라왔다.

 엠비뉴 교단이 성벽 너머에 진을 치고 있는 마당에, 서윤이 뛰어다니는 정도는 소란 축에도 못 들었다. 그래도 병사들 근처에는 다가가지 않도록 조심했다.

  "물건부터 구입을 해야겠어."

 위드는 노점상에 있는 물품들을 흥정하며 구매햇다.

  "엠비뉴 교단이 밖에 있는데, 잘못하면 교역품을 다 잃어버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번 기회에 싸게 파시죠."

 원가 이하의 대량 구매!

 밑천은 잡템을 팔아 챙긴, 16만 골드가 넘는 자금이었다.

 위드가 하는 행동을 보며, 상인들로 들끓던 광장은 금세 땡처리 시장으로 변했다.

  "무기 싸게 팝니다."

  "방어구 하나 걸쳐 보세요. 엠비뉴 교단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지켜 줄 방어구!"

  "여기 잡화가 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에요. 한 푼도 안 남기고 팝니다."

 상인들이 엠비뉴 교단에 약탈당한 바에야 한 푼이라도 더 건지겠다는 마음이었다. 유저들도 싼값에 몰려들어서 필요한 물품들을 장만했다.

 광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열기가 넘쳤다.

  "어, 살인자네?"

  "지금 저런 사람과 싸울 시간이 어디 있어. 빨리 필요한 물건이나 구하자."

 설혹 죽어서 아이템을 떨어뜨리더라도 워낙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니 유저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상인들도 약탈당하거나 잃어버리기 쉬운 교역품보다는, 죽어도 비교적 덜 잃어버리는 돈으로 바꾸길 원했다.

 위드는 식료품 상점들도 싹 쓸었다.

  "몽땅 주세요!"

 세라보그 성을 둘러싼 거대한 전투가 코앞인데 식료품 상점까지 들르는 위드의 행동이 서윤조차도 살짝 이해가 안갔다.

 이어진 위드의 다음 행동은 성벽으로 가서 사자후를 터트리는 것이었다.

  "여기 땅콩, 오징어, 음료수 있습니다. 시원한 음료수! 전투를 구경하면서 까먹을 수 있는 따끈따끈한 감자와 고구마가 왔어요!"

 밖에는 엠비뉴 교단이 가득 몰려와 있지만 그 긴장감에 휩쓸려 놓쳐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떼돈을 벌 기회!

  "땅콩 두 봉지 주세요."

  "이 세라보그 성이 보통 큰 곳이 아닌데 겨우 두 봉지로 될까요?"

  "그럼 네 봉지 주세요."

 위드는 물품을 내주면서 돈을 받았다.

 식료품 가게의 견과류나 간식거리를 싹쓸이해서 바로 몇배나 되는 이득일 얻었다.

  "천생 나는 상인 체질이기는 한데."

 목돈을 만지면서 돈을 버는 기쁨은 상인이 최고였다.

 장사를 하며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이 마력과도 같은 재미!

 #

 우물우물.

  "언제쯤 공격을 하려는 거야."

  "엠비뉴 교단도 참 굉장하기는 하다. 어떻게 저렇게 많은 병력을 모아 온 거야?"

  "진짜 멋진 전투가 벌어질 것 같네."

 세라보그 성의 유저들은 성벽이나 상점의 지붕에 앉아 간식거리를 먹으면서 전투가 벌어지기를 기다렸다.

 유저들 중에는 구경을 택한 쪽도 있었고, 로자임 왕국에 속해서 같이 싸우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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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라보그 성의 철통같은 수비

 엠비뉴 교단에 맞서 싸우자.

 로자임 왕국을 위하여 나선다면 명예와 영광이 함께할 것이다.

 보상 : 전투의 공적에 따라서 보상이 이루어짐.

        왕국 병사의 직업을 얻을 수 있음.

 퀘스트 제한 : 로자임 왕국이 사라지면 보상이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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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비뉴 교단은 무차별 약탈, 살육, 방화를 저지르기 때문에 지키기 위한 전투에 참여한 유저들은 굉장히 많았다.

 위드에게도 퀘스트가 발생했다.

  "이건 거부해야 되겠군."

 그가 동참하기로만 한다면 너무도 대단한 명성 탓에 로자임 왕국군의 사기가 치솟을 정도였다. 성문 경비대장이나 수비군의 중요한 간부 정도라도 손쉽가 맡을 수가 있다.

 백부장이나 천부장으로 병사들을 지휘하면서 엠비뉴 교단과 전투를 벌이며 펼칠 수 있을 대활약!

 위드가 보기에는 세라보그 성을 지키는 병사들은 많아야 2만 정도였다.

 반면 엠비뉴 교단의 군대는 40만이 넘는 광신도와 몬스터 병사들로 구성되었다. 게다가 엠비뉴의 사제, 저주술사, 흑마법사, 성기사 들은 악신의 힘에 따라서 몬스터들을 부릴수 있다.

  "버티기가 상당히 어렵겠군."

 성벽에 의존해서 전공은 상당히 세울 수 있겠지만 결국은 장렬하게 전사!

 위드가 조각 변신술로 리치가 되어 바르칸의 아이템들을 사용한다면 큰 전력이 되겠지만, 부작용 때문에 함부로 나서기가 어려운 처지였다.

 그리고 엠비뉴 교단도 통곡의 강에서의 사건으로 벼르고 있을 터!

  "죽고 나서 영웅이 되느니, 등 따뜻하고 배불리 사는 편이 낫지."

 로자임 왕국을 지키는 퀘스트를 받아들인 후에는 상황이 불리하다고 해서 도주하면 벗어나기 어려운 불명예를 얻게 된다.

 위드나 서윤, 그리고 전투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많은 유저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위드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로자임 왕국이 이겨야 될 텐데……."

 얼굴이 심각해지다가도 금세 밝아지기를 반복!

  "어쨌든 돈은 벌었으니까."

 호주머니의 사정을 떠올리면 기뻤지만 낙관적이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세라보그 성에 갇혀 있는 유저들이나, 로자임 왕국과 관련이 있는 유저들은 지금 모두 초조했다.

  "불이다!"

 그때 멀리 보이는 산의 정상 부근이 환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세라보그 성의 위기를 로자임 왕국 전체에 알리면서 구원병을 청하는 봉화였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너머까지 밀집한 엠비뉴 교단의 군대가 공성 병기를 이끌고 점점 성으로 다가왔다.

 거칠고 커다란 고함을 지르며, 몬스터로 조직된 병사들이 무기들을 부딪쳐서 소리를냈다.

  "완전 대박이다."

  "공포 영화를 보는 것보다도 더 긴장되네."

 로자임 왕국에서는 말을 탄 기사들이 성벽 위를 위험하게 달리면서 병사들과 검을 부딪치며 격려했다.

  "국왕 폐하를 위하여!"

  "자리를 지켜라. 하루만 버텨 내면 된다. 왕국의 각 지역에서 구원군이 올 것이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광경이었지만, 그만큼 두렵기도 했다.

  "온다."

  "이제 시작이다."

 유저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침대 엠비뉴 교단의 공성 병기들이 성벽을 향하여 거대한 돌과 쇠뇌를 발사했다. 마물과 광신도, 엠비뉴 병사들고 세라보그 성을 향하여 돌격했다.

 세라보그 성과 엠비뉴 교단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쏴라!"

  "적들을 향하여 전부 쏴라. 모두 죽여라!"

 로자임 왕국의 궁수와 석궁 부대가 화살을 쏘며 활약했다.

 하지만 엠비뉴 교단의 마법사들이 발휘하는 마법들이 성벽을 강타하기도 했다.

  "집중 공격해라."

 로자임 왕국군들은 몬스터 병사와 인간 병사 들보다는, 거대한 뿔을 달고 돌진하는 마물들을 더 큰 위협으로 여기고 불화살과 은화살을 집중시켰다.

 -그오오오오!

 마물들이 육중한 몸으로 성큼성큼 걸어올 때마다 세라보그 성의 성벽에서 궁수들이 쏘아 대는 화살들이 불과 마법을 달고 와서 박혔다.

 심하게 공격을 당한 거대 마물들은 앞발을 높이 들며 균형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20미터가 넘는 마물들이 쓰러지면서 엠비뉴 교단의 병사들을 깔아뭉개는 등의 소란이 벌어졌다.

  "엠비뉴 신을 위하여 희생하는 영광을!"

  "적들을 죽이고, 스스로 죽자."

 광신도와 몬스터 병사들이 성벽으로 새까맣게 몰려들었다.

  "버텨라!"

  "싸울 수 있다."

 엠비뉴의 광신도와 몬스터 들이 사다리를 설치하거나 나무덩굴을 걸쳐서 성벽을 타고 올라왔다.

 세라보그 성의 병사들이 있는 성벽으로는 냉기의 바람, 흙의 소용돌이 등의 마법 공격도 날아왔다.

 로자임 왕국의 왕실 마법사들도 참전했다.

  "끝없는 불의 강!

 마법사들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당이 갈라지더니 불길이 확 솟구쳤다.

 그때 하늘에서는 괴성이 들리며 엠비뉴 교단의 와이번 라이더들도 출현했다.

 와삼이 들처럼 위드가 조각한 생명체가 아닌, 진짜 빠르고 교활하며 잔인하기 짝이 없는 와이번.

 구름 아래로 내려오며 와이번 라이더들이 창을 던지고 검을 휘두르면서 마법사들과 병사들을 공격했다.

 로열 로드가 아니라면, 꿈에서나 벌어질 법한 전투가 진행되었다.

 세라보그 성의 유저들은 거대한 전투를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다고 좋아하는 기분도 조금 있었지만, 지금은 그 장엄함에 저절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엠비뉴 교단의 마물들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졌다.

 3미터가 넘는 뿔을 좌우로 흔들며 달려온 거대 마물들이 성벽과 성문에 충돌했다.

 어떤 몬스터 병사들은 거미처럼 벽을 타고 올라왔다.

 엠비뉴 교단의 광신도들이 검과 창 같은 무기 외에도 곡괭이와 식칼을 쥐고 해일처럼 밀려왔다.

 흑마법사들에 의하여 하늘에서는 불덩어리들이 쏟아지면서 성벽 위를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다.

 #

 전투를 구경하고 있던 위드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성벽이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군."

 세라보그 성은 로자임 왕국의 수도인 만큼 매우 큰 곳이었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항전하고 있었지만, 밀려드는 엠비뉴 교단이 너무나 무시무시했다. 군데군데 화광이 치솟고 있었으며, 성벽이 굉음을 내면서 무너지기도 했다.

 이곳에서 전투를 벌이는 엠비뉴 교단이 로자임 왕국의 모든 군대와 싸워서 이길 정도는 아니다.

 로자임 왕국에서는 브렌트 왕국의 국경이나 영토 내에서 몬스터들이 많이 출몰하는 지역에 요새와 주둔지를 지어 놓고 군대를 배치해 놓았다.

 하지만 세라보그 성의 수비병, 왕성의 기사들만으로는 엠비뉴 교단의 기습을 막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대로 세라보그 성과 왕성이 몰락하게 된다면……."

 로자임 왕국의 전체 치안도 무너지게 된다.

 엠비뉴 교단이 곳곳에서 창궐하게 되면서 왕국은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중앙 대륙 몇몇 지역처럼 로자임 왕국 전체가 몬스터로 들끓는 사냥터가 되며, 엠비뉴 교단을 물리치라는 퀘스트가 마구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의적이나 왕자의 보호, 저항군의 집결 등 로열 로드에서 유명한 난이도 높은 의뢰들이 생기는데, 성공해서 엠비뉴 교단을 물리친 왕국은 없다.

 그보다는 유저들이 떠나 버림으로써 몰락하게 되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되면 일단 늦기 전에 빠져나가야 하는데."

 위드는 눈동자를 굴렸다.

 성의 외부에는 엠비뉴 교단의 군대가 있으며 하늘에도 와이번 라이더들이 수백 기나 활약했다. 살기 위해서는 성을 빠져나가야 했지만, 혈로를 뚫을 수밖에 없다.

 위드가 보니 벌써 몇몇 길드나 친목이 있는 사람들끼리는 뭉쳐서 기회를 봐서 밖으로 뛰쳐나갈 태도였다.

  "함께 나가실 분 구합니다. 전사들을 우대합니다."

  "말을 탈 줄 아시는 분으로. 말을 타고 남쪽 성문을 통해서 피할 계획입니다. 동행하실 분 찾습니다. 레벨300대 이상 우대!"

  "상인을 보호해 주실 분 있나요? 무사히 내보내 주시면 보호비로 2,000골드를 드릴게요. 마차도 다 포기합니다. 몸 만이라도 살려 주실 분!"

 광장이나 거리나, 피난을 생각하는 유저들로 인해 엉망진창이었다.

 NPC로 이루어진 일반 주민들 또한 살기 위하여 도주를 계획하였다.

 엠비뉴 교단은 무차별 학살을 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죽고나면 로자임 왕국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되는 셈이다. 수많은 퀘스트들이 사라지며, 기술들이 실전되고, 생간품이 감소하는 등의 막대한 경제적인 손실을 입는 것이다.

 엠비뉴 교단의 출현은 가히 진짜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피해야겠다."

  "그래요."

 위드는 서윤과 같이 가능한 큰 세력의 틈에 끼기로 했다.

  "저기, 전사 두 사람을……."

  "여긴 사람 꽉 찼어요."

  "두 사람 자리가 있을까요?"

  "저희는 모르는 사람은 안 받아요."

 여기서도 텃세가 심했다.

 고레벨 유저들이 뭉친 집단일수록 그들끼리만 먹고살려고 했다. 원하면 돈을 내고 들어가야 했고, 또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막상 위급한 순간이 되었을 때 버려두고 갈지도 모를 일.

  "자기 몫은 할 줄 아는 전사 2명입니다."

  "어, 아까 땅콩을 바가지 씌워서 팔던 상인이다."

  "……."

 이러나저러나 위드와 서윤이 들어갈 세력을 구하기는 힘들었다.

 서윤은 살인자 상태이기도 하였기에 더욱 바늘구멍 통과하기였다.

 위드도 토둠에서 사냥을 한 대가로 살인자 상태가 되었던 적이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병사들의 공격도 받을 수 있어서 마음껏 돌아다니기가 어려웠다.

 각 세력과 길드의 수장들끼리는 모여서 회동을 가졌다.

  "얼마 후면 성벽이 파괴될 테고 성문도 뚫리겠지요. 로자임 왕국군이 싸우고 있을 때 한꺼번에 몰려 나갑시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우린 동쪽으로 갑니다."

  "그러면 우리는 서쪽으로 가지요."

  "우린 남쪽으로. 세라보그 성을 점령하기 바쁠 테니 포위망만 돌파하면 더는 쫓아오지 않겠지요."

 각 세력끼리는 도주할 시간과 방향까지 맞췄다. 하지만 위드와 서윤을 포함하여 8할이 넘는 인원은 눈치만 살폈다.

  "어느 쪽을 따라갈까?"

  "난 동쪽으로 갈래. 저쪽에 칼레스 님이 있으니까 생존 확률이 제일 높을 거야."

  "나는 남문으로. 몬스터들이 비교적 덜 모여 있는 것 같으니까."

 초보자들은 이래저래 버림받은 대상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도피 행렬에 끼기로 했다.

 각 세력을 따라서 세라보그 성을 나가게 되면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다. 오히려 몬스터들의 먹이로 던져지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초보자들이 선택할 방법이란 많이 않았다.

  "에휴, 우린 따라갈 능력도 없으니 할 수 없네."

  "레벨 100도 안 되는 우리는 엠비뉴 교단이 들어오면 싸우다가 죽기나 하자."

 초보자들은 자포자기해서 광장에 주저앉았다.

 각 세력은 사람들을 몰고 각자 도주하기 유리한 방향으로 흩어졌다.

 위드는 깊은 고민에 잠겼다.

  '안 돼. 이러면 안 되는데……."

 그가 정체를 밝힌다면 어떤 세력에서도 받아 주지 않을 리가 없다.

 뒤에서 비겁하다고 욕이야 조금 먹겠지만, 그 정도쯤이야 살다 보면 감수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약자들을 구하기 위한 희생!

 어떤 재난 영화를 보더라도 몇몇 영웅들로 인해 다수가 살아남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꼭 있다. 하지만 위드는 영웅이 되기보다는 마지막에 살아님는 대다수 중의 1명이 되고 싶었다.

 헌신과 희생 같은 감정들이야말로 먹고사는 데 커다란 지장을 주지 않던가 말이다.

  "한순간의 유혹에 빠져들면 안 돼. 절대 빠져들면 안 되지."

 위드의 눈앞에 주저앉아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로자임 왕국의 수도인 만큼 초보자들의 비율이 높았다. 젊은이들도 있지만 집안의 가장인 어른들도 많았고, 심지어는 노인들도 계시다.

  '내가 외면한다면 저들은 대부분 다 죽겠지.'

 위드는 눈을 질끈 감았다.

  '비겁한 선택을 하자. 어차피 내가 힘들 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사람은 별로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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