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의 장인]
위드가 다음으로 들어가 본 엘프들의 동굴은 지하라고는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따스했다.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으며 꽃과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있었다.
몰벨트룰리아에 조성된 엘프의 화원을 감상하셨습니다.
엘프들이 씨앗을 뿌리고 가꾼 화원!
사냥이 잘되지 않아 식량이 부족할 때에는 네 종족들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 되기도 하였다.
그들이 떠나고 긴 역사를 지나오는 동안에도, 대지가 전해 오는 영양분과 정령들의 축복에 힘입어 스스로 자라고 견뎌 왔다.
-모험으로 인해 모든 스탯이 6 증가합니다.
-행운이 7 증가합니다.
-정령과의 친화도가 3% 높아집니다.
위드는 나무들 사이로 걸쳐진 넝쿨을 들어 올리며 중앙의 연못을 보았다.
수초들이 자라나 있는 물은 에메랄드빛이 었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와 꽃 들이었는데 돌보는 이가 없으니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높게 자란 나무, 보는 이가 없지만 활짝 피어 있는 꽃들.
탐스러운 열매들은 아무도 먹지 않아서 그대로 다시 떨어졌다.
"이렇게 아깝게 버려지다니."
혹시나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져온 가죽 포대가 70개도 넘었기 때문에 공간은 넉넉하게 남아 있었다.
열매들을 줍고, 꽃과 나무의 씨앗들은 별도로 분류해서 가죽 포대에 집어넣었다.
일단 뭐라도 있으면 무조건 챙겨 보자는 계산.
"엘프의 화원이라. 모라타에 심어보면 뭐 나쁠 건 없겠군."
씨앗들을 신 나게 주워 담는데 갑자기 꽃과 나무 들이 스르륵 떨렸다.
그리고 신비한 진한 향기를 내뿜었다.
띠링!
꽃과 나무 들이 방문객을 환영합니다.
오래도록 한자리에서 살아온 식물들은 신선한 공기와 물, 햇빛을 원하고 있습니다.
지상에 옮겨 심어서 꽃과 나무 들이 무사히 자라나게 되면 나무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안 그래도 챙겨 가려고 했는데 환영까지 해 주다니!
위드는 배낭에서 도끼를 꺼냈다.
"책상이나 의자, 식탁으로 재탄생시켜 줘도 될지 모르겠군!"
여차하면 나무 밑동까지 잘라서 가져갈 셈이었다.
하지만 일단 땅을 파헤쳐서 꽃과 나무뿌리를 흙과 같이 포대에 담았다.
오래된 엘프목은 건축이나 조각 재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햇볕에 잘 말리면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재료가 된다.
죽지 않은 나무라면, 지상의 비옥한 땅에 심어 준다면 큰 나무로 자라게 되리라.
엘프의 화원에는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지금은 흔한 씨앗들이었고 일곱 가지만이 특이한 종류였다.
"감정!"
브론드 나무의 씨앗: 내구력 1/1
엘프들이 좋아하는 향기가 나는 나무.
2미터 이상 자라면 달콤한 열매가 달리며 잎은 약초로도 쓸 수 있다.
아주 맑은 기운을 가지고 있기에 오염되지 않은 땅에서 잘 자란다.
눈송이 꽃의 씨앗: 내구력1/1.
손에 잘 잡히지 않을 정도로 작은 씨앗!
흙에서 쉽게 자라며 깊지 않은 땅에 심어 주는 것이 좋다.
눈송이처럼 흰 꽃이 피며, 꽃씨가 빨리 퍼지는 편이다.
재칼 나무의 가지: 내구력22/22.
강철처럼 단단한 나무.
성장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봄에는 꽃이 피지만 열매가 열리진 않는다.
파이러드 나무: 내구력 10/10.
속이 비어 있는 나무.
작은 동물들의 서식지가 된다.
울창한 숲이 만들어지면 야생돌물들의 번식력이 높아진다.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 주변에 꽃밭과 숲을 만들어 놓으면 나쁘지 않으리라.
"관광 명소를 많이 만들어 놔야 해. 조각품만 있어서는 조금 허전하니까. 커플들이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놔야 돈을 많이 쓰게 되지."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의 미래 설계는 커플들에게 바가지를 듬뿍 씌울 수 있는 도시!
나이가 있는 분들은 특히 숲이나 산, 계곡을 좋아한다.
험준한 산들이 즐비한 바르고 성채는 그런 면에 있어서는 최고의 관광지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이 다를 테니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환경이었다.
특히 지금도 계속 보수가 이루어지고 있는 바르고 성채는 하루가 다르게 건축물도 멋있어지고 숙박 시설도 좋아졌다.
다만 위드가 생각하는 아주 사소한 문제점이라면, 성문 밖이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점이었다.
초보자들은 등산로로 산책을 나갔다가 상상도 하지 못하던 몬스터를 만나서 도망칠 겨를도 없이 사망하는 위험한 관광지였다.
"이 정도만 챙기면 되겠군."
위드는 포대에 씨앗과 나무, 열매 들을 담았다.
부피가 있어서 가죽 포대 45개를 채울 막대한 양이었다.
"아직 안 가 본 동굴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인간들이 지내던 장소에 가서 나머지를 채우면 되겠어."
위드는 다음 동굴로 들어갔다.
인간들이 살던 동굴에서는 다수의 그림과 조각상이 발견되었다.
과거의 인간들이 미숙한 솜씨로나마 최초로 만들었던 예술의 흔적을 찾아낸 것이다.
손재주는 드워프들이 비할 바 없이 뛰어났다.
그러나 그들은 그 뛰어난 재주를 필요한 장비들을 만드는 데 썼다.
강하고 실용적이고 튼튼한 것들을 좋아하는 본선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성은 인간들에게 먼저 꽃피었다.
흙을 구워서 만든 그릇들과 흙 인형들, 그리고 신을 표현한 조각상이 보였다.
천장과 벽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당시 각 종족들이 얼마나 화목하게 어우러져 지냈는지를 말해 주는 것처럼 엘프, 드워프, 오크가 많이 나왔다.
내지의 여신 미네의 조각상을 보았습니다.
그녀가 조각상에 부여한 축복을 받습니다.
땅에 대한 친화력이 높아집니다.
군신 아트록의 조각상을 보았습니다.
전투 스킬의 숙련도가 3.7%씩 증가합니다.
힘이 3 늘어납니다.
주방의 신 헤티아의 조각상을 보았습니다.
30일간 요리를 만들 때 불이 저절로 조절됩니다.
풍요의 여신 프레야의 조각상을 보았습니다.
예술과 카리스마, 행운이 9씩 증가합니다.
베르사 대륙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그리고 태초의 조각품이 탄생했을 귀중한 공간이었다.
"조각품만 100개도 넘겠군. 벽에는 그림도 그려져 있고... 그림은 시간이 너무 지나서 색이 변하고 균열이 생기거나 떨어진 부분도 있어서 아쉽군."
위드는 역사서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시대의 조각품들을 차분히 감상했다.
32개의 신, 그리고 그중에서 11개의 조각품이 여신들이었는데 외형의 매끄러움이나 미적인 부분은 위드가 만든 것보다 훨씬 못했다.
프레야 여신상은 가슴이 과하게 크고, 옆구리와 허벅지 살이 보통이 아니었다.
미의 기준이 지금과는 달랐고, 살찐 걸 좋아하는 오크들도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모습이리라.
신들의 원형이나 다름이 없었기에 조각상은 대단한 종교적인, 역사적인 가치를 가졌다.
몇 가지는, 특정한 조건을 갖춘 성직자가 발견하면 종교를 부활시킬 수도 있는 중요한 것들이었다.
"하필 싱상이라니, 챙겨 가서 팔아먹을 수 없겠군."
아무리 위드라고 해도 그런 짓을 했다가는 끔찍한 저주에 걸릴 수 있었으니 구경하는 정도에 그쳐야 했다.
조각품은 다양한 주제 대신에 자신들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사냥을 하던 모습이나, 모닥불을 피워놓고 요리를 하는 장면 등을 표현했다.
대부분은 흙을 구워서 만든 조각품들이었다.
과거에는 돌을 깎는 재료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런 방식의 조각품도 나름대로 괜찮겠군."
위드는 흙을 구워 조각상을 만드는 방식은 잘 쓰지 않았다.
대형 조각상을 만들 때에 흙은 특히 기피할 수밖에 없는 재료였다.
단단한 돌을 깎아서 만들면 조각칼로 여러 가지 섬세한 표현도 할 수 있고, 크기도 마음대로 조절하기가 편하다.
완성 된 이후에 손상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돌을 많이 이용했다.
흙은 크게 만들수록 균열이 생기게 되고 하중을 이기지 못해서 무너지기 쉽다.
그렇지만 조각사의 손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흙이 정말 좋은 재료였다.
조각품에, 흔히 말하는 손맛이 있는 셈이었다.
베르사 대륙에 역사적인 날이 찾아왔다.
헤르메스 길드의 하벤 왕국이 칼라모르 왕국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칼라모르 왕국이 멸망하였습니다.
국왕이 서거했습니다.
왕국의 모든 귀족들은 명예와 지위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왕국 기사들은 소속이 사라져서 자유 기사의 신분이 됩니다.
5개월간 다른 귀족에게 충성을 맹세할 수 없습니다.
왕국민들은 칼라모르 왕실에 충성을 바쳐 왔습니다.
그들은 간악한 하벤 왕국의 침략자들에 의해 지배를 받아야 하는 현실에 대해 심한 괴로움을 느낍니다.
치안이 -96이 됩니다.
생산력이 -87%가 됩니다.
문화가 -79%로 감소합니다.
상업 활동이 심하게 위축됩니다.
몬스터들이 도처에서 날뛰고 있습니다.
칼라모르 왕국의 멸망!
로열 로드의 방송국과 유저들의 관심이 모두 헤르메스 길드로 쏠렸다.
강대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헤르메스 길드가 더 큰 영토와 인구를 거느리고 우뚝 서게 되리라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원이라는 자체가 다른 유저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힘을 상징했다.
게다가 길드 전용 사냥터, 무기와 방어구 제공, 마법 책 지원 등으로 인하여 길드 내에서의 혜택도 상당했다.
하벤 왕국에 이어 칼라모르 왕국까지 먹어치웠으니 징수되는 세금을 바탕으로 더욱 굉장한 군대를 키울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아직 칼라모르 왕국이 있던 지역이 안정화된 것은 아니었다.
도처에서 저항군들이 날뛰었고, 주민들이 마을을 불태우고 떠나기도 했다.
페트는 칼라모르의 점령 지역에 나타났다.
"여긴 전쟁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군."
군대가 맞붙어 싸우면서 도시를 휩쓸고 간 참화가 도처에 보였다.
거리에 부러진 무기 파편, 화살촉 등이 떨어져 있었다.
활동하는 유저들은 많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살고 있었다.
"나쁜 하벤 왕국. 그들에게 복수를 할 거야."
"바드레이. 그의 무력을 당해 낼 수 있는 기사는 없어. 우리 칼라모르 왕국은 이제 역사에서 잊히게 되겠지."
"하벤 왕국에서 점령지에 대한 세금을 2배로 부과한다더군. 어휴. 이번 전쟁으로 밀이 다 타 버렸는데 그 세금을 어떻게 장만하지?"
주민들의 괴로워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칼라모르 왕국 지역에 있던 주민들은 방화와 약탈로 재산을 잃어버렸다.
기사와 병사 들은 전쟁으로 목숨을 잃어서, 센바인 산맥에서 내려온 몬스터들이 마을 근처에서까지 날뛰었다.
이를 막아 줄 수 있는 유저들마저 대부분 다른 왕국으로 떠나 버렸다.
"다른 왕국으로 가자. 여긴 있어 봐야 별로 도움 될 것도 없겠어."
"그러게. 차라리 남부로 내려갈까."
"어디든 빨리 떠나자.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초보자들의 입장에서는 사냥하기에 조금이라도 안정한 장소를 택해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레벨이 어느 정도 되는 유저들은 의뢰를 많이 받을 수 있었지만, 주민들이 가난해지면서 마땅한 보상을 얻지 못했다.
차후 헤르메스 길드의 심한 핍박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왕국으로 터전을 옮겼다.
페트가 보는 칼라모르 왕국의 도시들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치안에는 관심을 쏟지 않는군."
전쟁에 나섰던 강력한 군대!
그들은 점령한 수도에 머무르면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왕국에 몬스터들이 많아졌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의 괴로움일 뿐, 그들에게는 그저 남의 이야기였다.
"일부러 방치해 두는 것 같기도 하고......"
몬스터들이 대대적으로 번식할수록 오히려 군대에 있는 병사들의 레벨을 올리기에는 더욱 좋다.
의도적으로 혼란 상황을 만들어 두고, 편하게 병사들을 징집하고 군대를 더 강성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페트는 상당히 의심이 갔다.
하벤 왕국의 유저들에게는 나중에 구원자로 나서면서 손쉽게 명성 등을 올릴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몬스터들에 의해서 주민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이런 모습들을 그림으로 그려야겠다."
페트는 눈으로 보고 기억해 놓은 뒤에 폐허가 된 건물에서 그림을 그렸다.
전쟁의 참상을 표현하는 그림!
아직 유면하지 않은 덕분에 페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 방해받지 않을 수 있었다.
<파괴된 마을의 저녁>.
<염치없는 점령군>.
<떠나는 주민들>.
걸작들을 그려 내고, 때때로 명화들이 나오기도 하였다.
주민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저기, 화가세요?"
"변변치 않습니다만, 맞습니다."
"부탁이 있는데... 옛날 평온하던 날의 그림을 집에 놔두고 싶어요. 염치없게도 설명드리는 것밖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세 없지만요."
"그거라도 됩니다. 그림은 그대로를 담을 수 있어요."
페트는 사람들의 의뢰도 받아서 해결해 주었다.
게시판에 있는 예전의 마을의 사진을 보고 나서 그림을 그려 주면 된다.
칼라모르 왕국의 깃발이나, 마을 출신의 죽은 기사들 그림도 몰래 그려 줬다.
주민들의 애환을 그림에 담으면서 명성도 높아지고, 친밀도도 얻었다.
페트는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화폭을 보면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유린......"
그녀가 있을지도 모를 모라타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오빠가 위드다.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위드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그와 아주 잠깐 나누었던 대화가 다시 떠올랐다.
-고기는 많이 있으니 필요하면 마음껏 가져가서 드세요.
-고맙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베풀 수 있는 위드의 넓은 마음이란!
사실은 어차피 축제로 내놓은 고기이고, 놔두면 검치 들만 다 먹어 버릴 것이기 때문에 다른 유저들에게도 선심을 썼던 것뿐이지만......
페트의 기억에 의하면 위드가 구운 고기는 육즙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쫄깃한 맛이 있었다.
"요리도 잘하는구나."
유린의 오빠라고 생각하니 모든 면에서 다시 바라보게 된다.
위드는 조각 생명체에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를 거느리고 있는 영주다.
그의 모험이 벌어지는 날에는 방송국의 시청률이 일제히 치솟았다.
"재봉이나 대장일도 하고, 전투는 아예 나와는 비교할 수준도 아니고 말이지."
페트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그는 그림으로 유린에게 자기의 능력을 뽐내고 싶었다.
상당히 큰 자신감이 있었지만, 냉정히 놓고 봤을 때 화가와 조각술은 예술로서 서로 유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거기에 사람들의 주관도 상당히 많이 개입하게 된다.
위드가 만들어 내서 모라타의 명물로 자리 잡은 빛의 탑, 프레야 여신상 등!
페트가 실력을 겨룰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드처럼 사람들의 존중과 애정을 얻진 못할 것 같았다.
위드가 이루어 낸 건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할 것들이었다.
예술 작품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서 설혹 바르고 성채를 빼앗는다고 해도, 화가가 조각사보다 위라고 증명한다는 건 오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위드의 조각품이 왜 대단한지 알겠어. 역경을 뚫고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에 인정을 받는 거지. 마을의 초창기에 아무것도, 별것도 없던 장소에 빛의 탑을 만들어 내어 주민들에게 용기를 주고 프레야 여신상으로 사람들을 모았지. 지금 융성한 모라타의 문화와 발전도는 그때부터 비롯된 거야."
조각품마다 이야기가 있고, 저마다 다른 시련을 버텨 냈다.
페트도 대륙을 돌며 작품을 만들고 모험을 하기로 했다.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은 후에야 유린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있을 것 같았다.
풀죽신교 3백만 명 돌파!
북부뿐만 아니라 단일 세력으로서는 대륙 최대 규모였다.
대부분이 초보자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무시무시한 일들을 저질렀다.
혼자 가기 심심해서 그런데 무질서한 바위 지역으로 사냥 가실 분 모여요. 저는 여자제입니다.
판자촌의 입구에 누군가가 글을 남겨 놓았다.
그러자 사냥을 갈 무리 2만 명 결성!
그냥 해산했다면 게시판이 시끄러워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이 좀 많기는 한데요. 그래도 가 볼까요?"
"달립시다. 신 난다."
"단체로 소풍 온 기분이네."
무질서한 바위 지역의 그 많던 몬스터가 몰살을 당하고 말았다.
요즘 신선한 풀죽 구경해 본 지도 오래 된거 같지 않습니까? 제가 여행을 하던 와중에 헤르드 평야에 가 보게 되었는데요, 거기에 맛있게 자란 풀들이 가득하더라고요. 모라타에서 조금 얼기는 하지만 풀죽을 마시기 위해서 우리가 그 정도 수고는 해야 되지 않을까요?
그다음 날, 모라타의 풀죽신도들이 대대적으로 이동했다.
사람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헤르드 평야로 갔기 때문에 정확한 인원은 추산 불가능!
확실할 건, 사흘이 지난 후에 헤르드 평야는 헤르드 황무지로 이름이 바뀌었다.
안녕하세요. 중앙 대륙에서 온 상인 레베카입니다. 모라타에는 처음인데요, 인사도 드릴 겸 동쪽 성문 밖의 큰 공터로 오시는 분들에게는 20실버씩 드리겠습니다. 선착순 아니니까 천천히 오세요. 후후후.
잘나가던 상인 레베카는 그날 텅 빈 주머니를 쥐고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풀죽신교의 시작은 가난한 초보자들의 모임이었다.
처음에는 토끼와 사슴, 늑대의 사냥법을 교류하는 정도였다.
1실버라도 더 주는 퀘스트를 서로 소개해 주면서 모라타에서 성장했다.
그들이 처음 시작했을 때의 모라타는 아직 필요한 것들이 완전히 갖추어지지 않은 도시였고, 그나마 성문을 나가면 위험이 산적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라타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 것처럼, 풀죽신교의 회원들도 성장했다.
무리를 지어서 사냥도 가고, 적극적으로 퀘스트에 참여도했다.
그들이 맡아서 할 수 있는 의뢰는 단조롭고 쉬운 것들이었지만 의욕이 대단했다.
"모라타에는 니플하임 제국과 관련된 의뢰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그런 의뢰들을 성공할 수 있을까요?"
"못하죠. 하지만 가죽 조달 의뢰라도 가리지 않고 하다 보면 언젠가 위드처럼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풀죽, 풀죽!"
예술과 모험이 있는 모라타에서 로열 로드의 재미를 만끽하면서 차곡차곡 성장한 풀죽신교 회원들에게는 어느새 큰 변화가 생겼다.
판잣집에서 벽돌집으로.
싸구려 옷에서 번듯한 장비들로.
풀죽만 먹다가 레스토랑에서 번듯한 식사를 하기도 했다.
대략의 초보자들의 평균 레벨이 1개씩 오를 때마다 모라타의 생산량과 경제력이 높아졌다.
위드는 흙으로 몽벨트룰리아에 맞는 조각품을 만들어 봤다.
흙을 쓰면 어떤 주제라도 표현할 수 있다.
네 종족들의 특징만 고려하더라도 만들 수 있는 작품은 정말 많다.
손재주의 효과가 잘 적용된다는 부분도 큰 장점.
흙의 색상이나 질감으로도 조각품마다 중요한 부분들을 살려 내는 게 가능했다,
<진흙으로 빚어낸 드워프>.
<서로 음식을 많이 먹으려고 하는 오크 가족>.
<근심에 잠긴 인간>.
<과일나무를 심는 엘프>.
완성품을 보며 아쉬운 점도 있었다.
"얼굴의 주름이나 옷자락처럼 세밀한 부분은 섬세하게 표현하기가 까다롭군."
흙을 뭉쳐서 조각품을 만드는 건 위드에게도 기분이 새로웠다.
"어릴 때 흙장난을 쳤던 일이 떠오르는군."
비오는 날 흙으로 장난을 치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흙으로 빗물을 막는 댐을 만들고 나서 친구들에게 300원에 팔아먹던 어린 시절!
장난감이 따로 필요 없게 만드는 재료가 물과 흙이었다.
"이렇게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아. 재료가 달라지니 표현하고 싶어지는 조각품도 많고. 특히 이 근처의 흙이 좋은 거같아."
티너스 강의 흙은 입자가 곱고 엷은 백색토였다.
진흙을 모아 잔돌들과 이물질을 걸러 내면 조각품을 만들수 있는 훌륭한 재료가 된다.
조각술은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예술이었다.
주변 환경에서 재료를 쉽게 수할 수 있고 흙을 주물럭거리는 것만 으로도 편하게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무언가 아름답거나, 간직하고 싶은 물건을 만들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욕망.
돌이나 보석을 깎는 것처럼 거추장스럽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가 위드의 눈에 띈 것은 흙을 이용한 다른 종류의 작품들이었다.
과거의 인간들이 식사와 보관 등의 필요에 의해서 흙으로 투박하게 그릇을 만들어 놓은 게 보였던 것이다.
이제 예술적 가치는 남아 있지 않을 정도였지만, 역사적 가치는 굉장한 골동품들이 되었다.
"나도 흙으로 그릇들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흙으로 빚은 단순한 그릇이 아닌 도자기!
청자, 백자는 지금 보아도 정말 감탄밖에는 나오지 않는 훌륭한 조각품이다.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낸다면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는 데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았다.
"운반하기도 편하고 큰돈을 받고 팔 수도 있을 것야. 땅파서 만들면 재료비는 얼마 들지도 않을 텐데. 크헤헤헤헤헤헷."
위드는 돈 벌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나왔다.
대장장이 스킬이 중급 7레벨이니 도자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불을 다루는 능력은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조각술을 접고 강철과 불만 다루더라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어디 시작해 볼까. 아직 익숙하진 않으니 밥그릇부터 만들어 내면 되겠지."
조각술은 깎는 것들이 많았는데, 손으로 흙을 빚어내고 불로 구워 내야 하기 때문에 많이 다른 분야였다.
대장장이 스킬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형태가 예술품이다 보니 조각술과 손재주, 대장장이 스킬이 셋 다 필요하다.
위드는 흙더미를 손으로 주물럭거리면서 형태를 잡으려고 했지만 혼자서 손가락으로 둥그렇게 그릇을 만들기는 편하지 않았다.
"누가 도와줘야 되겠군. 흙꾼아!"
"무슨 일로 불럿는가."
흙꾼이 피곤해서 축 늘어진 표정으로 소환되었다.
소환될 때마다 세상 구경을 하면서 기뻐하던 건 옛날 일.
모라타의 유저들을 중심으로 하여 매우 자주 소환되고 있었다.
일 잘하고 착실하며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게 나름 매력이 있다며 인기를 끌었다.
일을 시키면 주로 하는 말도 있었다.
"차라리 태어나지 말걸. 왜 태어나서 이 고생을......"
"아이고, 허리야. 허리가 아프니 계속 일이나 해야겠어."
"이번 일은 간단하군. 일찍 끝내면 휴식 시간을 줄까?"
"모라타의 영주 위드 님은 대륙에서 가장 장생기셨지. 그런데 믿어도 되는지는 모르겠어."
흙꾼은 성실하게 일하고 나서 더 많은 일감을 받는 정령이 었다.
다른 개성 강하고 자유분방한 정령들에 비하여 위드에게 착실하게 정신교육을 받은 결과!
악덕 조각사에 의하여 창조된 정령이니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다.
"네가 할 일이 있다."
"좀 피곤하기는 해도 주인의 부탁이라면 열심히 하겠다."
"쉬운 거야. 이걸 좀 돌려야겠다."
위드가 흙꾼에게 내민 것은 넓고 편편한 돌판이었다.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진흙을 쌓아 놓고 바닥 판을 회전시키면 편하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위드는 주의를 주었다.
"돌려는 속도 일정하게 유지하고, 흔들리거나 멈추면안 돼."
"이 정도라면 뭐, 쉽다."
돌판이 아니라 좀 더 가벼운 나무로 할 수도 있었지만 위드는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아니라 흙꾼이가 할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진흙에 이물질이나 잔돌이 끼어 있으면 빼내고."
"잘 골라내겠다."
"화돌이 소환!"
"위드 만세!"
"넌 불이나 피워라."
"크힛, 알겠다."
"뜨겁고 강하면서도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돼."
흙꾼과 화돌이 들이 돌아다니면서 맡은 바 일을 개시했다.
위드는 다른 정령도 소환했다.
"물방울 소환!"
이슬로 만든 예쁘장한 물의 정령이 신비롭게 출현했다.
"저는 무슨 일을 할까요, 주인님."
"넌 저기 흙더미에 물 좀 뿌리고 있어."
보통은 마나 부족 때문에 정령 소환은 최소한으로 했다.
정령은 불러내더라도 따로 정령술의 스킬 숙련도가 오르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슬로어의 결혼반지, 바하란의 팔찌, 헬리움으로 만든 횟불이 있으니 이 정도의 마나 소모는 여유롭게 감당할 만한 수준이었다.
정령들을 소환하여 일을 분담히니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장의 구조가 대충 갖춰졌다.
"간단한 그릇의 형태는 그리 어렵지 않겠지."
위드는 손바닥으로 젖은 흙을 두들겨서 뭉쳤다.
회전하는 돌 판에서 손으로 진흙더미의 형태를 만들어 내야 했다.
손가락의 예민한 감각이 필요했고, 흙이 뭉개지지 않게 하면서 조금씩 세워 나가야 된다.
츠르르르륵.
흙이 손에서 매만져지면서 두꺼운 그릇의 형태가 갖춰졌다.
"이런 방식도 상당히 재미있군. 재료가 공짜이고 쉽게 구 할 수 있으니까 실패해도 부담이 없어."
위드는 밥그릇에서부터 평평한 쟁반까지 만들었다.
처음에는 영락없이 마구 주물러서 만든 개 밥그릇이엇지만 나중에는 무난히 쓸 만한 둥근 그릇이 나왔다.
"이제 구워 볼까?"
위드는 불에 그릇을 올렸다.
불에 달구어지면서 도자기의 형태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물기가 갑자기 마르면서 깨지고 말았다.
"흙이 완전히 마른 후에 구워야 되겠군."
개 밥그릇들은 벌써 다 말라 버린 후라서 시험용으로 넣을 수 있었다.
위드는 가마를 만들어서 흙더미들을 넣고 뜨겁게 달구었다.
잔불에는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고구마까지 구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
나무가 타고 난 이후의 재에 구운 고구마와 감자, 그리고 고기구이는 일품이지 않던가.
검치 들에게 나중에 요리해 주겠다는 말만 하더라도 흐르는 침으로 라면을 끓일 수 있을 정도이리라.
"그러면 어디 완성된 작품은 어떨지 봐야겠군."
가마의 불이 꺼지고 나서 위드는 개 밥그릇들을 꺼내 봤다.
불의 온도를 적당하게 맞추지 못했기 때문인지 흙을 잘못썼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삼분의 일 정도는 금이 가거나 깨져 있었다.
몇 개는 목이 뚝 부러져 있기도 했지만, 나머지는 처음에 원했던 대로 잘 구워진 모습이었다.
-그릇 29개를 만들어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대장장이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별로 예쁘지는 않지만 어쨌든 첫 작품이니까. 감정!"
대충 만든 그릇:내구도 11/11.
음식을 담을 만한 크기의 토기다.
예술을 아는 조각사 위드의 작품!
그릇의 두께가 두껍고 너무 강한 불로 구워서 크게 볼품은 없다.
다만 깨끗한 흙을 재료로 사용하였고 실용성이 아주 뛰어남!
대륙에서 떠오르는 조각사인 위드의 작품인 만큼 원하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많을 것 같다.
예술적 가치: 27.
특수 옵션: 음식물을 보관할 경우 맛과 향을 좋게함.
첫 작품치고는 괜찮았다.
그릇의 두께도 두툼하게 했고 용기의 크기도 넉넉하게 했으니 실패하더라도 직접 쓰면 되었다.
"그릇만이 아니라 도자기도 만들어 봐야지."
방금 만든 건 진흙과 불로만 만들어 낸 기본적인 토기라고 볼 수 있었다.
단순하고 울퉁불퉁하고 제멋대로인 그릇들.
여기서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흙을 정제해서 더 입자가 고운 것들을 쓰고, 형태도 다듬어야 했다.
"그다음 작품으로......"
흙꾼과 화돌이, 물방울을 부리면서 작업을 계속했다.
조금 더 매끈한 형태의 토기를 만들어서 불에 굽는 실험을 계속했다.
진흙으로 도자기의 형태를 잡은 후에는 그늘에서 완전히 말려서 가마에 넣어 초벌구이를 한다.
이때 불 조절을 잘해야 했다.
그다음에는 유약을 바른다.
유약은 여러 종류의 돌을 깨서 분쇄하고 식물을 태운 재를 섞어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색을 만들 수도 있었는데, 위드는 주로 청색이나 투명한 백색을 선호했다.
유약을 바르고 나서 다시 강한 불에 구워 내면 유약의 유리질이 녹아내리며 예쁘게 덮어지며 도자기가 완성됐다.
위드는 채광 스킬이나 약초학을 이용하면서 여러 종류의 유약을 실험하고 도자기를 굽는 연습을 했다.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군."
도자기는 꼼꼼하게 하더라도 성공적인 작품이 쉽게 나오지는 않았다.
전 과정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제 빛깔을 내지 않았다.
위드는 수많은 불에 탄 그릇이나 색이 변하다 만 그릇의 실패작들을 탄생시켰다.
예술가의, 대륙 최고의 조각사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
"괜찮아. 재료값은 거의 안 들었으니까!"
위드는 긍정적이었다.
도자기가 조각품과 관련이 깊다지만 만드는 방식은 크게 달랐으니 실패하면서 배우면 된다.
진흙으로 형태를 만들고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것이 재미도 있었다.
"좀 더 다양하게 만들어 볼까. 아직은 이른 것 같긴 하지만 이것도 경험이니 시도를 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위드의 상상 속에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했다.
동물의 형상을 닮은 물병!
그냥 도자기가 아니라 입에서 쪼르륵 물을 토해 내는 거북이를 만든다면 조각사로서 실력을 발휘하기에 좋으리라.
위드는 훨씬 더 복잡한 조각품을 많이 만들어 봤던 것이다.
"장식품으로도 잘 팔리고, 예술품으로도 가치가 높을 거야."
단단하게 흙을 뭉쳐서 조각칼로 떼어내는 방법을 택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젖은 흙으로 복잡한 형태를 만드느라 상당히 고생을 해야 했다.
진흙은 조각칼이 스쳐 지나가기만 하더라도 뭉개지는 부분이 생겼다.
"흔들리지 않도록 진흙을 확실히 잡고 고정시켰으면 좋겠는데... 마인드 핸드!"
위드는 고급 손재주를 익히면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전설에 나오는 장인의 손을 사용했다.
마음의 힘으로 잡는 것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영향이 없어서 도자기에 손상을 입히지 않았다.
그사이에 조각칼로 형태를 다듬을 수 있었다.
"작업량이 많군. 콜 데스 나이트 반 호크, 콜 뱀파이어 로드 토리도!"
"무슨 일인가!"
"어디에 싸움이 났는가, 주인!"
반 호크와 토리도까지 소환!
"너희도 놀면 뭐하겠냐. 이거나 쪼개도록 해!"
위드는 그들에게 돌을 쪼개고, 숯을 섞어 유약을 만드는 임무를 주었다.
반 호크와 토리도는 이런 일이 전투가 아니라고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다.
위드와 여행을 다니면서 마늘 찧기, 감자 껍질 벗기기, 양파 까기가 익숙해져 버렸던 것이다.
"오늘 일은 그나마 좀 편하군."
"일찍 끝내고 쉬었으면 좋겠다."
도자기를 만드는 일은 정령 세 종류에 토리도, 반 호크까지 투입해야 할 정도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많았다.
-병 42개와 특수한 형태의 물병을 만들어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불의 섬세한 조절에 성공하여 대장장이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예술 스탯이 1증가합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2 늘어납니다.
이번에는 왠지 그럭저럭 괜찮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았다.
"감정!"
오리의 물병: 내구도 14/16.
어미 오리를 표현한 물병.
여러 분야에 뛰어난 조각술의 명인 위드와 작품이다.
물가로 뛰어가는 오리가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유약이 골고루 녹지 못했고 복잡한 구조 탓인지 내부에 미세한 균열이 있다.
희귀한 사치품으로, 지위가 높은 귀족이나 왕족 들이 좋아할 것 같다.
예술적 가치: 361.
특수 옵션: 기품 +26.
왕, 귀족 들의 위엄을 높여 줌.
위드가 도자기로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 아직 미숙 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한 편이었다.
"유약에 대해 익숙해져야겠고, 도자기를 만드는 것도 연습을 더 해야 되겠군."
도자기를 빚어내고 말려서 불에 굽는 것까지 하루에 끝내려면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토리도, 반 호크, 정령들까지 몽땅 움직여서 작업을 해야 했다.
하지만 아직 이곳 몽벨트룰리아에는 안 들어가 본 동굴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청동 문으로 막혀 있는 입구를 보니 던전의 느낌이 물씬 났는데."
위드는 여동생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유린아.
-응, 오빠.
-뭐 하고 있어?
-지금 누렁이 풀 먹이고 있어.
유린은 조각 생명체 중에서는 편애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누렁이를 예뻐했는데, 특히 꽃등심이 있는 부위를 자주 쓰다듬어 주곤 했다.
-지금 퀘스트하는 도중인데 발견한 장소가 있거든. 설명해 줄 테니 여기로 놀러 올래? 조각품이나 그림이 많아서 너에게 도움이 될 거야.
-누렁이 풀 다먹이고 갈게
-참,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데려와. 이 밑에는 던전이 있는 것 같으니까.
유린의 그림 이동술로 페일과 메이런, 수르카가 1명씩 도착했다.
"이런 곳이 다 있었다니! 들어 본 적도 없어요. 여기 좀 둘러봐도 돼요?"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위드는 너그럽게 말했다.
어차피 이미 챙길 것은 확실히 다 챙겨 버린 후였으니까.
"네 종족의 역사에 대한 장소라니 신기한데요."
"예술 스탯도 꽤 많이 늘어나요. 위드 님 덕분에 예술 스탯이 300을 넘었어요."
위드의 조각품을 감상하고 모험을 같이하면서 일행의 예술 스탯은 꾸준히 늘어났다.
예술 계열 직업이 아닌 사람들 중에서는 발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모라타의 유저들도 다른 도시 사람들보다는 예술 스탯이 훨씬 높은 편에 속했다.
조각과 그림, 노래와 춤, 공연이 발달하다 보니 모라타의 주민들은 예술과 관련이 있는 의뢰도 많이 냈다.
"이건 흙으로 만드신 건가요?"
화령은 위드가 만든 그릇과 물병에 관심을 보였다.
여러 유약들을 실험해 본다고 그릇들의 색상이 제각각이 었다.
그중에서도 깨끗하고 투명한 흰색 그릇들이 그녀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정말 예뻐요."
"유약이 잘 안 굳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서는 제일 좋은 편이죠."
미세한 흠이나, 밑에는 유약이 발려져 있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내구성과 형태는 갈수록 나아지고 있었다.
"이런 그릇을 정말 갖고 싶었는데 저 하나만 주시면 안돼요?"
"원하시는 만큼 가져가셔도 됩니다."
그릇이야 수십 개씩 찍어 내고 있으니 막 만들어 놓은 걸 몇 개쯤 주는 건 그나마 덜 아까웟다.
마판은 늦게 도착해서 그릇을 보며 눈을 빛냈다.
"위드 님, 이거 저 몇 개만......"
"당연히 팔 겁니다."
위드는 냉정하게 잘랐다.
화령이야 소장하는 용도지만, 마판은 당장 교역소에 내다 팔 게 뻔했기 때문이다.
"오오, 정말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마판은 도자기를 보며 좀경심을 숨기지 않았다.
베르사 대륙에서 도자기는 귀한 편이었다.
부유한 귀족이나 왕족 들만이 사용할 정도였기 때문에 품질만 갖춰진다면 예술품이면서도 사치품으로 팔 수 있었다.
던전, 드워프의 창고 최초 발견자가 되셨습니다.
혜택: 명성 680 증가.
일주일간 경험치, 아이템 드랍률 2배.
첫 번째 사냥에서 해당 몬스터에게 나올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물건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예상했던 대로 던전의 발견!
드워프의 물건을 보관해 놓은 던전이었다.
"과연 기대했던 대로군."
서윤도 모라타에 머무르던 도중에 유린을 통해 합류했다.
그 덕에 일행의 전투력은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반 호크, 앞장서라."
"알았다, 주인."
위드는 데스 나이트로 하여금 선두에서 정찰을 하게 했다.
그리고 콜드림의 데몬 소드를 뽑아 들고 던정으로 들어갔다.
그의 바로 곁에는 서윤이 든든하게 지켜 주고 있었다.
페일과 메이런은 활을 든 채로 경계하면서 뒤를 따라가고, 제피, 화령, 수르카, 벨로트, 이리엔, 로뮤나, 유린까지 있는 정예부대였다.
마판은 잡템이나 전리품을 담을 수레를 끌면서 따라왔다.
"키에엣, 도둑이다! 도둑이 들엇다!"
"보물은 절대 줄 수 없다. 우리의 것이다!"
던전에서는 로암의 도굴꾼들이 출몰했다.
독이나 마법장비, 검과 화살을 사용하는 까다롭기 그지없는 도굴꾼들이었다.
드워프의 함정도 설치되어 있어서 던전의 내부는 매우 복잡했다.
"로암의 도굴꾼이라면 레벨이 300대 중반이로군."
위드는 약간 실망했다.
서윤과 동료들이 모두 있는 지금의 전력이라면 레벨 400대 정도의 던전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역사적으로 의미기 깊은 장소이기 때문에 고난이도의 던전이 있을까 기대를 했는데 이 정도라니, 그렇다면 보물도 상대적으로 가치가 적은 것일 수 있다.
어쨌거나 도굴꾼들은 다른 몬스터에 비해서는 경험치가 높고 생명력이 낮아서 빠르게 사냥을 할 수 있는 편이었다.
"광휘의 검술!"
화려한 검술의 비기를 마음껏 쓰면서 제압했다.
이럴 때 스킬의 숙련도를 듬뿍 올려 놓아야 나중에 제대로 써먹을 수가 있는 법!
-도굴꾼의 톱을 획득하셨습니다.
-도굴꾼의 열쇠를 획득하셨습니다.
-물건이 조금 들어 있는 배낭을 획득하셨습니다.
도굴꾼들은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전리품을 떨어뜨렸다.
값이 제법 나가는 물건도 많아서 사냥할 맛이 났다.
위드가 토리도, 반 호크, 제피와 같이 선두에서 방어를 하고, 그사이에 다른 사람들은 측면과 후방에서 지원했다.
손발을 쭉 맞춰 왔었기 때문에 달리 위험에 빠질 일은 없었다.
게다가 중간에 발견되는 드워프의 상자를 열어 보는 재미가 일품이었다.
-오래된 서적, 드워프의 일기 #2를 획득하셨습니다.
-청동검을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이 310 증가합니다.
-돌칼을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이 195 증가합니다.
-드워프의 맥주잔을 획득하셨습니다.
드워프들의 무기나 방어구는 지금 끄기에는 너무 낙후되었고, 성능도 썩 좋기가 않았다.
청동이나 황동으로 만들어 놓은 검들은 날도 제대로 서 있지 않아 골동품으로 놔두기에 적합한 정도!
"예술 회관에 전시하면 수입이 괜찮겠군."
골동품도 예술 회관에 놔두면 입장 수입에 일조할 수 있으리라.
철광석이나 은광석, 미스릴 덩어리가 담겨 있는 상자를 발견했을 때 예상되는 수입은 굉장했다.
위드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것으로 기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위드는 동료들이 다 모여서 사냥을 할 때 외에는 도자기를 말리고 굽고, 시간에 맞춰 유약을 발랐다.
경험이 쌓이면서 도자기들도 매끈해지고 관택이 좋아졌다.
명작이나 대작까지는 아니더라도 걸작의 작품들이 등장했다.
"꺄아! 너무 멋진 거 같아."
위드가 도자기를 만들 때에는 화령이 매번 지켜봤다.
사실 그녀가 위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조각품을 만드를 모습이 매력적이라는 점도 있었다.
조각품에 푹 빠져 있을 때의 진지해지는 위드의 표정이란.
주변에 무슨 일이 터지더라도 모를 것처럼 집중하는 모습에 반했던 것이다.
위드가 나무로 조각품을 만들 때의 속마음은 이랬다.
'이거 성공하면 얼마나 받고 팔 수 있을까. 재료값이 많이 들면 안 되는데. 아, 요즘 나무값이 너무 심하게 올랐어. 물론 그렇다고 내가 나무를 사다가 쓰지는 않지만. 적당히 커다란 돌이 있으면 대형 조각품이나 만들 텐데. 조각품은 만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장이 필요해. 비싼 돈을 내고 사 줄 사람들을 찾아야......'
진흙을 가지고 뭉치면서 도자기를 만드느라 위드의 상의와 손에는 온통 흙이 묻어 있었다.
흙이 묻은 채로 식당에 앉아 있다면 볼품없을 수 있었다.
여자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그 미묘한 분위기.
이리엔, 로뮤나, 화령이 같이 멍하니 봤다.
"나도 도자기 배우고 싶다."
"나중에 남자 친구랑 같이 도자기를 만들면......"
여자들은 몸을 밀착해서 손을 대고 남자와 같이 도자기를 만들 때를 상상했다.
그 미묘하면서 야릇한 분위기!
그때 위드의 허리에서 하나의 손이 쑥 뻗어 나와서 도자기를 어루만졌다.
"꺄악!"
"어머!"
여자들은 얼굴을 붉히면서 더욱 눈을 크게 떴다.
'도대체 누가......'
'어떤 사람이지?'
위드의 뒤쪽을 확인해 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조각술 스킬 중의 하나인 마인드 핸드!
장인의 손으로 같이 조각품을 빚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묘하게 김빠지게 만드는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