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7권 : 3. 오크들의 퀘스트 (153/520)

[오크들의 퀘스트]

헤르메스 길드에서 지배하는 하벤 왕국은 당분간 내정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구칼라모르 지역 각지에서 저항군들이 날뛰었고, 전쟁으로 소모된 물자들도 보충해야 했다.

무거운 세금 때문에 몇몇 마을에서는 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이럴 경우 빨리 진압하지 않으면 주변 지역으로 불씨가 옮겨붙게 된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이 모든 사건들에 대하여 대비책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군대를 보내서 점령지를 안정화시키고 반란군을 제압했다.

바드레이는 길드에 대한 완벽한 지배권을 움켜쥐고 수뇌부와 집행부에서 하는 일을 뒤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됐다.

"이제 미루어 두었던 일을 슬슬 시작해 봐야겠군."

하벤 왕국의 수도에 있는 흑기사 길드를 방문했다.

흑기사 길드는 헤르메스 길드원을 포함하여 많은 유저들이 북적거리고 있는 장소였다.

그곳에 바드레이가 친위대를 데리고 나타나자 모두 쥐 둑은 듯이 조용해졌다.

하벤 왕국의 국왕, 대륙의 최강자.

권위와 힘을 소유하고 있는 바드레이였기에 모두 서둘러 비켜났다.

바드레이는 교관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모든 적들을 무릎 꿇게 만들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검의 길을 걸어가려고 한다."

유저들은 소리 없이 경악하였다.

'이거 직업 마스터 퀘스트다.'

'바드레이가 흑기사의 마스터에 최초로 도전한다!'

교관이 바드레이를 보며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기사로서, 국왕으로서 영광된검을 익히고 계신 분이여, 이보크 마을로 몬스터들의 대대적인 진군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을 막아 내고 노기사 쿠흘라에게 가시면 원하는 흑기사의 길에 대해서 알려 줄 것입니다."

이보크는 어느 왕국에도 속해 있지 않은 조그만 산골 마을 이었다.

그곳을 침략하는 몬스터에게 맞서서 싸우는 일이 첫 번째주어진 과제!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군.'

흑기사의 직업 스킬은 창과 검, 둘중 하나를 주력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바드레이는 검술을 택했고, 스킬 레벨은 아직 고급 7레벨에 머물렀다.

레벨이 480에 달하는 그였지만 검술의 비기나 집단 살상 스킬들을 위주로 사냥을 하면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검술 스킬을 많이 늘리진 못했다.

하지만 이것도 다른 사람에 비하여 결코 느린 게 아니었다.

기본 스킬 위주로만 싸움을 한 검치 들의 경우가 비정상 적으로 빠른 편이었다.

"이보크 마을로 간다."

바드레이가 퀘스트를 위해서 이보크 마을로 이동하자, 친위대와 헤르메스 길드의 무력 부대들이 함께 따라갔다.

"마을을 습격하자. 케에엑."

"우히힛. 몽땅 죽여 버려야 해!"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자!"

3000이 넘는 몬스터들이 이보크 마을을 향하여 몰려오고 있었다.

"어, 어떻게 하지?"

"우린 죽은 목숨이야. 몬스터들이 우리를 다 죽이고 말거야."

주민들은 공황 상태에 휩싸였다.

베르사 대륙의 넓이를 감안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쉴 새없이 새로운 마을이 생겨나기도 하고 또 몬스터의 습격을 받아서 사라지기도 했다.

왕국에서 군대를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모두 죽여야 할 운명이었다.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아니야. 내 퀘스트이니 내가 하겠다. 너희는 마을에 남아서 지켜라."

"옛!"

바드레이는 친위대와 무력 부대를 마을에 남겨 두었다.

이로써 이보크 마을은 이미 철옹성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바드레이를 존경하면서 따라다니는 유저들과 방송국의 관계자들, 구경꾼들이 셀 수 없이 몰려들었다.

바드레이는 흑마에 탄 채로 몬스터 무리 앞에서 검을 뽑았다.

그에게 귓속말이 들어왔다.

-쿠흘라의 소재에 대해서는 지금 파악이 되었습니다.

헤르메스 길드 소속의 정보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뛰어 다녔다.

혼자서도 첫 번째 퀘스트의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 있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친위대를 동원할 수도 있다.

바드레이가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시작한다는 사실이 인터넷을 타고 사방으로 퍼졌다.

위드가 한동안 잠잠히 몽벨트룰리아에서 조각품과 던전탐험을 하고 있는 동안 대륙에서는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났다.

노크 성채 부르시리아!

오크 로드 파라취의 조각품이 완성되고 나서 그들에게는 변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취치칫, 오늘도 어두워졌다."

"어서 자자, 취이익!"

오크 수컷과 암컷은 밤이 되면 짝을 이뤄 막사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후에 태어나는 앙증맞은 새끼 오크들!

오크 성채 부르시리아에 새끼 오크들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취익. 파라취처럼 훌륭한 오크가 되어야겠다, 취치익!"

"인간들이 밉지 않다, 췻. 그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취이취익."

"조각품은 좋다, 취치칫. 많이 많이 가져야 된다."

어린 오크들의 대탄생!

번식력이 뛰어난 오크의 특성상 규모가 무지막지하게 커지고 있었다.

오크들은 금방 성장하여 몬스터들과 싸우며 부르시리아에서 동족과 남쪽으로 영역을 계속 넓혀 갔다.

오크들이 많이죽어 나갔지만, 또 그보다 많이 태어났다.

금붙이와 식량을 밝히던 오크들이 문화에도 관심을 쏟으면서 예술품, 특히 조각품들을 많이 모으려고 했다.

예술의 효과로 지력도 미세하게 늘어나서, 장사를 하는 오크들이 많아졌다.

"30골드짜리 글레이브 7개, 췩! 그리고 25골드 짜리 허리띠 2개를 산다고? 취칫! 그러면 450골드 내놔."

"싸게 팔아 줘서 고맙다, 취익!"

오크들끼리의 거래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욕심 많은 오크들은 가격 계산이 복잡해지면 몇 배씩 비싸게 후려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정확한 가격을 지불하려면 물건은 1개씩만 사야 했다.

오크 로드 불취가 있는 그곳에서는 대규모의 오크들이 각자의 들에 보따리를 짊어지고 있었다.

"잘 있어라, 취칫."

"취익, 나중에 보자."

광장에서 오크들이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건장한 오크 15만!

그들은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서 떠나기로 했다.

"카리취에게 가자, 취치치익!"

"거기 가면 맛있는 걸 먹여 주고 따뜻한 잠자리도 주는 건가, 취익!"

"물론이다, 취치이익. 그러니까 우리는 카리취에게로 가야 한다,췩!"

위드가 퀘스트를 성공시키면서 얻은 공헌도로 원래는 최대 25만의 오크를 거느릴 수 있었다.

오크들과의 친밀도는 형제라고 불릴 수준이었다.

위드가 굶주린 오크 떼를 보상으로 받는 걸 거절하였지만, 오크들이 그를 선택했다.

"카리취도 우릴 보면 반가워할 것이다, 취칙!"

"취익, 빨리 만나 보고 싶다."

모크들이 부르시리아의 광장에서 출발했다.

식량을 많이 들고 가지 않기 때문에 불행히도 모라타에 도착할 때쯤이면 딱 배가 고파질 시점이었다.

위드는 일행과 사냥도 하면서 대량의 도자기를 만들어 놓았다.

현재의 조각술 숙련도는 고급 8레벨 43.8%.

크고 작고 두께를 달리하면서 다양한 도자기를 제작했고, 경험이 쌓이며 나중에 만든 것일수록 품질이 상당히 뛰어났다.

왕과 귀족 들이 탐낼 만한 수준의 물품들도 나오고, 누구나 1~2개쯤 갖고 싶어 할 정도로 여러 형태의 도자기가 탄생했다.

게다가 달빛 조각술을 살짝 사용해서 도자기에서 빛도 나게 만들었다.

"이번에 만드는 유약은 내가 발라 볼게."

유린이 유약을 바르는 일과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맡아서 하기도 했다.

-조각술의 거장 위드의 도자기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화가로서의 명성이 높아집니다.

유린의 그림 그리기 스킬 숙련도가 빨리 늘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명성이 대대적으로 증가했다.

위드의 작업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아직 초보 예술가에게는 대단한 업적이었기 때문이다.

도자기는 여러 가지 색채들까지 입혀지면서 사치품으로서의 가치가 훨씬 더해졌다.

위드는 스스로 만든 도자기들이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라면 정말 바가지를 엄청 씌울 수 있겠어!"

특별한 형태로 만들어 낸 도자기에는 우아하고 아기자기한 멋이 있었다. 순수하게 빚어낸 도자기들에도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이 배어들었다.

"재미있겠는데. 저도 가르쳐 주세요."

"저도 배워 보면 안 돼요?"

다른 일행도 도자기를 따라서 만들어 보면서 조각술에 입문한 정도였다.

피라미드를 만들 때부터 위드가 생고생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도자기에는 멋과 소박한 정취가 있었다.

"여기 뒤에서 좀 도와주세요."

기회를 봐서 스킨십을 유도하는 화령이었다.

'이런 걸 틈틈이 배워 두면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기가 좋겠군. 유린이와도 도자기를 만드는 날이 올까.'

제피는 바람둥이의 습성을 버리지 않고 도자기 빚는 법을 익혔다.

'도자기로도 돈을 버는 거지.'

마판은 돈 욕심이 앞섰다.

'메이런에게 선물해야지.'

'페일 님한테 만들어 주고 싶어.'

커플들은 상대방을 향한 사랑을 듬뿍 담아서 도자기를 만들었다.

사냥도 하고 도자기도 만들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팔에 힘을 주지 말고 어루만진다는 느낌으로 해 보세요."

"이렇게요? 잘 안 돼요. 위드 님이 제 손을 눌러서 도와주면 금방 감각을 익힐 것도 같은데."

위드와 화령이 도자기를 만드는 것을 서윤은 멀찌감치 서서 구경했다.

서윤도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웠는데, 그녀는 눈썰미가 있기 때문인지 병목이 좁은 화병도 쉽게 만들어 냈다.

화령도 전말 못해서 위드에게 자꾸 가르쳐 달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

"......"

서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던전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다른 동료들은 도자기를 만드느라, 그리고 잠깐 바로 앞을 구경 나가는 줄 알고 따라나서지 않았다.

서윤은 계속 던전으로 들어갔다.

"키히힛, 돈이 많을 것 같다."

"가진 걸 몽땅 털어 버리자."

도굴꾼들이 등장하며 약을 올렸다.

스르릉.

"꾸엑!"

"사, 살려 줘."

"으아악!"

도굴꾼들의 대량 사망!

서윤은 평소에는 다른 사람들이 경험치와 숙련도를 얻을 수 있도록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광전사 본연의 힘을 드러내며 던전으로 계속 들어갔다.

"캬하하핫. 보물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사냥감이 들어와 주는군. 우끼약!"

"어디 오늘 술값이나 벌어 볼... 꽤애액!"

던전, 불칸의 봉인 최초 발견자가 되셨습니다.

혜택: 명성 1298증가.

일주일간 경험치, 아이템 드랍률 2재.

첫 번째 사냥에서 해당 몬스터에게 나올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물건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마지막 하나 남은 동굴 역시 던전!

불칸의 봉인은 대악마를 가두어 놓은 장소였다.

일반 몬스터들도 레벨 500대 수준으로, 다른 곳에서는 보스급이 되고도 남을 정도였다.

"음, 여기를 과연 사냥을 해야 될까요?"

"1마리만 유인해서 잡아 보죠. 토리도, 다녀와."

위드와 서윤이 있었고 반 호크와 토리도까지 불러들였지만, 그럼에도 사냥이 상당히 버거운 정도였다.

이리엔의 신성력이 낮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불칸의 수호병의 공격력이 너무 높아서 조금 많이 위험했던 것이다.

던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불칸의 봉인이 풀여난다는 글귀까지 보고 나서 결국 무리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여기는 그만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위드가 입맛을 다시면서 한 말에 일행은 대찬성이었다.

위드와 있으면서 위험한 몬스터를 다 사냥해 보니 그들끼리 사냥을 할 때와는 달리 웬만하면 어려움이 없고 편했다.

하지만 불칸처럼 대악마가 있는 던전에서 사냥을 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그러면 우린 다시 드워프의 창고로 돌아가요."

경험치와 아이템을 2배씩 얻는 기간은 지났지만, 원래 사냥하던 던전에서 계속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드워프의 상자를 모두 발견했지만 도굴꾼들은 계속 나타났던 것이다.

모험가, 발굴가, 도둑의 직업이 아이템도 많이 떨어졌고, 가끔은 마법 물품도 얻을 수 있어서 레벨대에 비해 상당히 괜찮은 사냥터였다.

"그럼 저는 잠시 퀘스트를 보고하러 가 보겠습니다."

"네. 나중에 봐요."

위드는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를 보고하기 위하여 유린의 도움을 받아 부르시리아로 향했다.

"취익. 오크들에게 내려오는 노래는 바로 네 종족이 모여 살던 동굴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가. 취치이익. 카리취, 너의 말이 정말임을 나는 믿는다."

오크 로드 불취에게 퀘스트를 보고했다.

띠링!

네 종족의 은신처 완료 

오크들의 노래를 통해 네 종족이 모여 살던 동굴을 발견하였다.

지금은 따로 떨어져서, 때로는 사이가 좋지 않아서 다투기도 한다.

하지만 대륙에 큰 위기가 닥쳐온다면 과거의 역사적인 친분은 네 종족을 언젠가 다기 돈독한 사이로 만들 수 있으리라.

퀘스트 보상: 네 종족들의 유대 관계가 깊어집니다.

각 종족들이 중대한 선택을 할 때 약간 영향을 줍니다.

-역사적인 지식을 얻었습니다. 특별한 경험으로 인하여 지혜와 지식이 2씩 추가로 늘어납니다.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는 네종족의 사이를 좋게 만드는순.'

드디어 또 한 단계의 퀘스트를 완료했다.

오크 카리취로 변신한 후에 부르시리아로 돌아왔을 때에는 거리가 상당히 많이 바뀌어 있었다.

길거리를 오가는 오크들이 부쩍 늘어나 있었으며, 파라취의 조각품은 오크들에게 귀중한 보물이 되었다.

'오크들의 번식력은 정말 무서울 정도군.'

모라타 쪽으로 떠난 15만의 오크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상태!

불취가 콧김을 씩씩거렸다.

"카리취, 어린 오크들이 조각술에 관심이 많아졌다, 취이이익. 별로 쓸모는 없겠지만, 그들에게 조각술을 가르쳐 줄 수 있겠나? 췻."

띠링!

오크들의 조각술 스승

오크들은 예술에 목말라하고 있다.

건망증 심하고 욕심 많은 모크들에게 조각술을 가르쳐라.

난이도:조각술 마스터 퀘스트.

퀘스트 제한: 고급 8레벨 이상의 조각술.

오크들이 그들만의 힘으로 예술적 가치 70 이상의 작품을 50개 이상 만들어야함.

오크들과의 관계가 친밀한 상태여야 함.

"가르쳐 주겠다, 취치치치치칫!"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언제부터 시작할 선가, 취이익."

"지금 바로 할 거다, 췻."

위드가 조각술을 가르친다고 하니 오크들이 구름처럼 많이 몰려들었다.

어린 오크들이 광장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뒤에 서서 구경을 할 정도!

위드의 친밀도나 오크들 사이에 퍼져 있는 명성이 굉장하기 때문이었다.

'고작 예술적 가치 70이라니, 이번 퀘스트는 상당히 쉽게 끝낼 수 있겠군.'

오크들이 조각술을 접하게 만드는 의뢰였다.

위드는 복잡하게 조각술에 대해서 가르칠 마음은 없었다.

'조각술의 미학이나 예술의 가치에 대해서는 알려 줄 필요가 없겠지.'

오크들의 지능에 대해서는 기대하는 사람만 손해였다.

게다가 그런 것들은 위드도 잘 몰랐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면 된다.

나중에 더 실력이 쌓이면 바라는 것도 많아지고 더 높은 곳을 향하게 되리라.

시작하는 입장에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위드의 간연은 오크 유저들도 와서 배우려고 했다.

"취익, 모두 칼을 들어라."

새끼 오크들은 제멋대로 단검이나 장검, 글레이브 등을 들었다.

인간들의 성에서도 조각칼을 가지고 다니는 유저는 드물었으니 오크들에게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

"조각술은 그 칼로, 취취취취. 하면 된다, 취이잇. 아무거나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 봐라. 취칙!"

도덕 수업 시간에 착하게 살라고 하는 것처럼 간단한 설명이었다.

사실 오크에게는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몸으로 다루는게 훨씬 편했다.

"내가 조각품을 만들 테니 잘 보고 따라 해라. 취췻!"

오크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조각하기 쉬운 편인 사슴을 조각했다.

위드의 사슴을 조각하는 실력은, 크기와 비례까지 실제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사름을 수없이 많이 조각해 봤기 때문이다.

모크들에게 그 정도의 수준을 바라는 게 아니라, 반의반이 라도 해 주면 충분했다.

"췻. 조각술 어렵다."

"못 배우겠다, 취이취익."

"배고프다, 취릭."

"사냥이나 가자, 취치치칙."

광장에 있던 어린 오크들이 절반이 넘게 일어나서 흩어지 려고 했다.

조각술을 배우고 싶은 아주 희미하기 짝이 없는 마음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진득하지 못하고 성격 급한 오크들에게 조각술을 가르친 다는 건 나름대로 만만한 퀘스트가 아니었다.

하지만 위드는 오크들을 충분히 겪어 봤으니 그 습성에 대해서도 잘 알았다.

"조각품 잘 만들면, 취익. 돈 준다. 췻. 고기 준다. 취치칫. 술도 주겠다. 취이취이익!"

아깝기는 해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포상금을 걸었다.

탐욕에 눈이 먼 새끼 오크들은 나무와 돌을 대상으로 깎고 부수면서 조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슴을 만들었다, 취이칙!"

새끼 오크가 가져온 건 도저히 사슴이라고 볼 수가 앖었다.

다리 길이도 제각각이었으며, 무엇보다 다리통이 너무 굵었다.

차라리 곰이 네발로 엎드려 있다고 보는 게 더 나을 정도!

"카리취, 제가 만든 것과 똑같다. 취익."

"취치이익. 전혀 닮지 않았다. 감정!"

잘린 나무통

새끼 오크가 베어 낸 나무이다.

무언가를 조각하려고 한 것 같지만 짐작할 수 없다.

예술적 가치:2.

나무로 만든 건 그나마 형편이 나은 정도였다.

돌을 부수 면서 만든 조각품은 완성하지도 못하고 박살을 내 버렸다.

도끼나 글레이브로 돌을 자르다가 힘을 주체아지 못한 새끼 오크들이 깨뜨려 버렸기 때문이다.

"심각하군. 취익!"

하루 종일 예술적 가치가 70이 넘는 작품을 1개도 건지지 못했다.

웬만한 건 감정을 해 볼 필요도 없었다.

재료가 아까운 수준을 넘어서, 나무가 온통 찍힌 자국투성이에다가 형태도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내일은 낫겠지. 취이익!"

첫날은 배우는 과정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했다.

위드도 조각술을 잘 몰랏을 때에는 좋은 작품을 만들 가능성이 낮았다.

오크들도 배우다 보면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있을 테니까, 인내심이 필요했다.

위드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둘째 날의 밤.

"배운 대로만 해라, 취칫!"

셋째 날의 밤.

"왜 이걸 똑바로 못하냐, 췩."

넷째 날의 밤.

"이런 못난 놈들, 취이이이익!"

오크들은 힘 조절이 안 되어 재료를 망가뜨리기 일수이고, 미적인 감각도 형편없었다.

위드는 마음 같아서는 몽땅 두들겨 패서라도 가르치고 싶었다.

하지만 어린 오크들이 진지하게 조각술에 빠져 있는 걸 보면 그러지도 못했다.

"췻. 배고프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조각술은 지루하다, 취릭."

"돈이나 벌고 싶다, 취취췩."

오크 카리취의 모습을 하고 있는 위드의 턱살이 푸들푸들 떨렸다.

어린 오크들은 하루가 다르게 금방 성장했다.

조각술에 싫증을 내고 사냥을 하러 가 버리는 오크들이 대다수였다.

몇몇 오크들만이 남아서 꾸준하게 조각술을 익혔다.

"조각술을 익히면, 취이취익. 밥이 나오고 돈도 나온다. 암컷 오크에게 인기도 무지무지 끌 수 있다. 췩!"

"존경하는 카리취의 말이니까, 취이췩. 카리취는 우리에게 진짜만 말할 거다. 췻."

"취췻. 조각술이 그렇게 좋다면, 취이이익. 계속 배워 보겠다."

"그렇다, 취이이잇. 처음이 힘든 거다, 취칫. 어엷게 먹은 고기가 쫄깃한 것이다."

위드의 설득력 있는 사탕발림에 그대로 넘어간 것이다.

조각술에 대해 무지하던 새끼 오크들이었지만 가르침을 받으면서 느리게라도 차츰 익숙해졌다.

세련되고 깔끔하진 않더라도, 오크들이 하나 둘 만들어 내는 조각품들!

멧돼지 목각 인형

오크가 가지고 놀고 싶은 목조품을 직접 만들었다.

놀랍게도 눈, 코, 입이 달려 있다.

새끼 오크들 사이에 경쟁이 붙을 정도의 작품.

예술적 가치:23.

잘 깎은 돌 큰 바위를 만질만질하게 깎아 놨다.

예술적 가치:5.

새끼 오크용 돌도끼: 공격력7.

실제의 돌도끼를 작게 축소한 것 같은 장난감이다.

맞으면 상당히 아플 것 같고, 사냥도 가능할 것 같다.

새끼 오크들이 소꿉장난으로 패싸움을 할 때 유용한 작품.

예술적 가치:28.

"에휴. 취익!"

그저 콧김만 나올 뿐이었다.

위드는 새끼 오크들을 어르고 달래며 조각 술을 전수했다.

재능이 보이는 오크들은, 다른 길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먹여 주고 입혀 주면서 가르쳤다.

"조각술을 익히면 다 할 수 있게 된다, 췻 다재다능한 오크가 되어 암컷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취익."

마침내 오크들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예술가들이 등장하였다.

조각품의 주제가 다양하지는 못하고, 오크들의 관심사에 따라 사냥을 하는 모습들을 조각품으로 만들었다.

혹은 오크로드가 된 자신의 모습을 조각하거나!

글레이브를 든 오크 

성인 오크의 모습을 조각해 놓았다.

미숙한 손재주에 실수도 많이 보이지만 단기간에 장족의 발전을 한작품.

수풀에 엎드려 정찰을 하는 오크의 자세를 잘 표현했다.

예술적 가치:72.

간신히 예술적 가치가 70이 넘어가는 조각품을 하나씩 만들었다.

위드가 옆에 계속 붙어서 가르치지 않았더라면 다혈질인 오크들은 만들다가 때려 부수고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미개하고 성질 급한 오크에게 조각술을 가르쳐 주는 건 절대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크들이 예술적 가치가 70이 넘는 조각품 50개를 다 만들었습니다.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통솔력이 4 증가합니다.

-지혜가 2 증가합니다.

위드는 큰 산을 넘은 듯한 기분이었다.

'웬만한 A급 퀘스트보다도 훨씬 어려웠어.'

가르쳐 놓고 돌아서면 알려 준 내용을 잊어버리고, 독창적이고 개성도 강해서 옆에서 조언을 해도 자신이 원하는 것만 만든다.

위드는 과연 오크들이 계속 조각술을 계승하여 발전시킬수 있을지도 의문이 들었다.

오크들의 성격상 조각술은 사장되어 버릴 수 있다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만들어진 조각품과 조각술을 아는 오크들이 있으니 어떻게든 될 것이다.

위드가 해 놓은 건 작은 씨앗을 뿌린 정도였다.

나머지는 오크들이 알아서 극복하고 헤쳐 나가야 할 몫이다.

"조각품을, 취익. 만들었다. 오크들이 똑똑해서 쉽게 해냈다. 취취취췻."

"수고했다, 췻."

오크들의 조각술 스승 완료

오크들은 조각술을 배웠다.

그들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는 전혀 짐작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만들고 있는 오크들 자신조차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퀘스트 보상: 오크들에게 조각사로서의 명성이 증가합니다.

공헌도가 34 오릅니다.

조각품과 관련된 스킬을 습득합니다.

-조각 소환술을 습득하셨습니다.

조각 소환술: 소환 계열 스킬.

마나를 소모하여 자신이 만든 조각품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예술적 가치와 조각품의 크기에 따라서 마나의 소모량이 커집니다.

조각 생명체를 소환하려고 할 경우에는 10배의 마나가 소모됩니다.

위드에게 상당히 유용한 스킬.

'어디서든 부려 먹을 수 있겠군. 하지만 꼭 필요하진 않을 텐데."

와이번만 하더라도 몸집이 상당히 크다.

1~2마리 소환을 하려다 보면 마나가 금방 다 소모되어 버리게 된다.

그냥 먼저 가서 기다리라고 하면 되는데 마나를 쓸 필요는 없는 노릇.

'빙룡 정도부터는 부르기 힘들지도 모르겠군. 그래도 와이번들은 예술적 가치가 낮으니까 이 스킬이 가끔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어.'

불취는 가죽으로 만든 지도를 넘겨줬다.

"이건 예정에 주운 건데 우리에게는 쓸모가 없다. 취치칫. 그래서 내주는 거다. 취치이익. 카리취 네가 가져라."

-베르사 대륙의 숨겨진 보석 광산 지도를 획득하셨습니다.

조각사로서 보석을 많이 얻는다면, 명품 가방을 든 여대생 만큼이나 행복한 상황이었다.

"뭘 이런 걸 다... 췻. 아무튼 성의니까 받아는 두겠다. 취췩!"

위드가 지도를 살펴보니 아쉽게도 하르판 왕국에 속해 있었다.

아직 발굴이 시작되지 않은 보석 광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몬스터들을 제압하고 광산을 개발한다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주변에 있는 명문 길드들의 간섭이나 착취도 받아야 하리라!

'광부 길드나,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팔아야 되겠군.'

상인에게 팔거나, 아니면 하르판 왕국에 바치고 공헌도를 올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처분은 어렵지 않았다.

"더 할 말이 있으면 어서 해라, 취치익!"

"카리취, 네게 조금 위험한 부탁이 있다. 취익취익!"

"무엇인가, 췻."

"취취취췩!"

위드의 눈앞에 영상이 흘러나왔다.

-그오오오오.

거대한 날개를 펼친 크로노돈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구름을 뚫고 산과 들과 강을 빠르게 지났다.

-키야오오!

광포한 크로노돈은 지상으로 화염을 내뿜었다.

대지를 불태우고, 강을 만들었다.

지상을 불바다로 만들며 날아다니는 크로노돈!

오크들은 산맥에 성채를 지어 놓았다.

짐승과 몬스터 사냥을 주로 하였지만 과일나무도 키우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어린 오크들과 엄컷 오크들이 과일을 따서 성채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오크 전사들이 글레이브와 창을 들고 성채를 경비라고 있었다.

하늘에서 이 광경을 본 크로노돈이 화염의 브레스를 성채와 산맥으로 뿌렸다.

-쿠와아아아아.

엄청난 불줄기가 하늘에서부터 내려오며 오크들이 있는 성채에 불이 붙었다.

"취, 취이이잇!"

오크들이 불을 끄기 위하여 뛰어다녔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오크 전사들은 조악하게 만들어진 화살을 크로노돈을 향해 쏘았는데, 형편없는 명중률 탓에 맞는 건 거의 없었고 피해도 거의 주지 못했다.

산맥의 말라붙은 나무들에도 불이 옮겨붙으며 거대한 불길이 형성되었다.

결국 활활 타오른 불이 저절로 꺼지고 난 이후에는 시커멓게 변한 성채만이 남아 있었다.

살아남은 오크는 1마리도 없었다.

참사를 저지른 크로노돈이 날개를 펼치더니 다른 장소로 날아가는데, 근처에서 동족들이 1마리씩 모여들었다.

그러더니 곧 수백 마리의 크로노돈이 하늘을 뒤덮었다.

"우리는 크로돈을 없애기 위해, 취이췻. 많이 노력을 했다. 그러다가 오크 정말 많이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갔다, 취이익."

불취의 말을 들으며 위드는 머릿속으로 여러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크들의 불상사에 대해 슬퍼하기에는 너무나도 메말라 버린 감수성!

'크로노돈이라면 일반적으로 레벨이315 정도로군.'

비행 생명헤인 데다 브레스를 쏘기 때문에 레벨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냥이 매우 어려운 몬스터에 속했다.

"거기에 가장 큰 크로노돈 있다, 취취이익. 그놈은 정말 세다. 췻!"

껄끄러운 점은 보스 크로노돈.

무리를 이끄는 대장의 레벨은 480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리취, 너와 친하던 오크 겔취도 죽었다. 취취췻!"

"겔취가... 취익!"

위드가 유로키나 산맥에서 사냥을 할 때 도움을 주던 전사 오크 겔취.

나중에 암컷 오크들에게 인기를 받자 질투를 하던, 팔이 두꺼운 오크였다.

"오크들 그냥 안 죽었다, 취이취이. 놈들이 좋아하는 거 알아냈다. 큰 새들의 알이다. 카리취, 우리를 도와줄 거라고 믿는가. 취이익!"

크로노돈과의 싸움!

오크들은 서식지를 넓혀 가던 도중에 크로노돈 무리를 만났다.

크로노돈은 대화가 통하지 않고 파괴만을 일삼는 매우 사나운 종족이다.

오크들의 정착촌은 매번 그들에 의하여 불에 태워졌다.

크로노돈이 살고 있는 한, 오크들만이 아니라 어떤 생명체들도 엘나스 산맥과 잿빛 호수 부근에서 살아가지 못하리라.

오크들은 크로노돈을 물리치기 위하여 끝없이 원정군을 일으켰지만 

그때마다 전멸하고 말았다.

난이도: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

퀘스트 제한: 고급 8레벨 이상의 조각술.

오크들이 크로노돈과의 싸움을 승리로 마쳐야 함.

크로노돈 35마리 이상을 죽여야 됨.

-크로노돈과의 전투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배경 설명

오크들은 크로노돈이 큰 새의 알을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큰 새들은 크로노돈을 피하여 다른 곳으로 모두 떠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크로노돈이 좋아하는 새들의 알을 조각하여, 오크들이 그들을 습격할 수 있도록 지상으로 유인해야 합니다.

조각술만이 아니라 전술과, 오크들과의 치밀한 협조가 필요한 퀘스트!

'이 퀘스트가 성공한다면 오크들의 세력도 조금 더 커질 수 있겠군.'

오크들이 더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중대한 장애물을 치워 주는 의뢰였다.

"나 카리취, 오크들을 위하여 이 일을 해 보겠다. 취이익."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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