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도시의 석상
"이곳에서 놈을 잡아먹자!"
위드가 도망치니 전사들의 사기는 더욱 올라갔다.
위드는 엘리트 전사들이 길을 막고 있으면 웬만하면 뚫고 지나치거나, 4명 이상이면 어쩔 수 없이 블링크를 시전했다.
"난 질기고 맛도 없을 거야! 탄 음식이 건강에도 얼마나 안 좋은데."
"맛있는 냄새가 난다."
"저쪽이다!"
몬스터에게 몰려서 도망 다니는 것은 위드에게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답답한 지하에서 감당할 수도 없는 처지.
-강철 화살이 옆구리에 적중되었습니다.
위드는 도망치면서도 화살 공격과 창에 의해서 부상을 계속 입었다.
혼돈의 전사로서 방어구도 착용하고 있지 않아서 생명력이 뚝뚝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붕대도 감지 못한다.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벽에 부딪치고 부상을 당하다 보니 생명력이 10% 이하까지 감소했다.
안정되게 사냥을 할 때는 맷집을 올리기 위해 그보다 훨씬 낮은 생명력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극심하게 위험한 상태였다.
"이제는 진짜 피해야 되겠군!"
위드는 뒤쫓아 오는 슬레이언 전사들과의 거리를 가늠했다. 그리고 스킬을 시전했다.
"블링크!"
이미 지나쳐 온 방 한 군데로 텔레포트!
곧바로 방구석에 웅ㅇ크리고 숨어서 슬레이언 전사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저쪽으로 갔을 거다."
"저곳은 우리의 부족장님께서 계신 장소. 무조건 막아!"
위드는 발소리가 완전히 멀어지고 나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다행이군. 어떻게든 저쪽으로 가지 말아야 되겠어."
체감상 땅속 깊은 곳까지 상당히 많이 내려온 것 같았다.
몸에 박혀 있는 강철 화살을 빼내고, 상처 부위에는 약초를 발랐다.
-약초가 불에 타 버리기 때문에 효능의 37%만 발휘됩니다.
"아까운 내 약초. 상점에 팔면 이게 얼마짜리인데....."
간단한 치료를 마치고 나니 레드 스타로 인하여 생명력과 마나가 다시 빠르게 회복되었다.
생명력이 23%, 마나가 31%쯤 되었을 때 위드는 방구석에서 일어났다.
"슬슬 나가 봐도 되겠군."
타다다다닥!
"놈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저쪽으로 가 보자!"
그 순간 슬레이언 전사들의 발소리와 고함이 들리자 자연스럽게 방구석으로 숨는 위드!
"생명력을 절반 정도는 회복해야 되겠어."
위드는 레드 스타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검이지만 제대로 구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검신을 자세히 보니 붉은색의 마법진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새겨져 있다.
대단한 공격 마법이 봉인되어 있는 마법검 이었다.
"나중에 레벨이 올라서 이 검의 힘을 끝까지 끌어내서 쓸수 있다면 좋을 텐데...."
위드는 검에 대해 욕심이 났다.
레드 스타를 써 본 자라면 누구라도 욕심을 낼 것이다. 화염 계열의 공격 마법 사용, 부가 데미지로 인하여 전투력이 몇 배로 늘어난 것 같은 효과를 주었으니까.
단지 이 검 역시 소소한 부작용이 있다면, 드래곤에게 걸릴 수 있다는 부분.
"마음을 편하게 먹자. 계속 걸리지 않고 몰래 실컷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위드는 생명력을 46%까지 회복하고 통로로 나가기로 했다.
지금은 시간이 현금이었기 때문에 위험하더라도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야지."
위드는 품에서 조각품을 꺼냈다.
그것은 미리 깎아 놓은 슬레이언 엘리트 전사의 조각품!
턱이 길게 늘어진 그들의 외모를 거의 똑같이 표현해 놓았고, 목덜미의 비늘까지도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조각 변신술!"
위드는 혼돈의 전사에서 슬레이언의 엘리트 전사로 몸을 바꾸었다.
레드 스타를 무장해제하고 창과 활은 이미 입수한 전리품이 있기에 착용이 가능했다.
그리고 통로로 나와서 태연하게 걸어가다 곧 다른 전사와 마주쳤다.
그는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위드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설마 들켰을까? 하긴... 생각해 보니 조각 변신술은 냄새까지 바꿔 주진 않는군.'
조각 변신술이라고 해도 만능은 아니었다. 수많은 이유로 정체가 발각될 수 있으며, 후각까지 예민한 종족을 속이기 위해서는 특유의 냄새까지 갖춰야 된다.
그런데 슬레이언들은 콧구멍이 없어서 냄새를 맡지 못하는 비운의 종족이었다.
엘리트 전사가 물었다.
"아파 보인다. 어디서 그렇게 다쳤냐."
위드는 말도 말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침입자와 싸웠다."
"어디 있었나? 지금 다들 놈을 잡아먹고 싶어서 난리다."
"내가 먹었다."
"조금 남았나?"
"없다. 맛도 없었다. 그런데....."
위드는 대화를 하면서 상대 엘리트 전사가 의심을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기야 물갈퀴가 달린 두 발로 바닥을 끌면서 걸어가는 모습이나 비늘이 뒤덮인 손으로 창을 쥐는 방식까지도 완전히 똑같았다.
오크 카리취로 행세를 할 때부터, 조각 변신술을 할 때에는 상대 종족의 특기와 사소한 버릇까지도 따라 하는 것에 익숙했다.
원래 거짓말이나 사기도 한두 번 치는 수준을 넘어가면 양심의 가책이나 망설임도 희미해지기 마련 아니던가.
현재 위드라면 대학 강의를 나가더라도 충분한 수준.
"놈이 잡아먹히기 전에 아르닌이라는 노예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더 많은 침입자들이 올 거라고 했다."
"아, 그놈들이? 그러면 감옥을 지켜야 되겠군. 빨리 가 봐야 되겠다."
엘리트 전사는 통로에서 오른쪽 갈림길을 선택해서 걸어갔다.
위드도 창으로 땅을 찍으면서 따라갔다. 다친 슬레이언 전사들이 이런 식으로 걸어가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나도 가겠다."
"쉬어도 된다. 그곳에는 10명이나 있다."
"더 싸울 수 있다. 침입자를 더 잡아먹고 싶다."
"그럼 같이 가자."
위드는 엘리트 전사의 안내를 받으면서 아르닌이 갇혀 있는 감옥 앞에 도착했다.
그곳은 위드가 숨어 있던 방보다 오히려 위로, 3층 정도 올라가야 하는 장소였다.
아르닌들이 갇혀 있는 감옥 입구는 상당히 컸다. 10명의 엘리트 전사가 지키고 있었고, 위드와 같이 충원된 엘리트 전사가 1명 더 늘었다.
'여기서 또 걸리는군. 한두 놈이면 금방 해치웠을 텐데.'
위드는 판단을 내려야 되었다. 감옥의 위치는 알았으니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방법과, 아니면 이번 기회를 노리는 수가 있다.
어떻게든 밖에서의 소란이 끝나기 전에 처리해야 된다.
'조각 변신술을 쓴다면 이곳까지 침투하는 자체는 어렵지 않겠지만 아르닌들을 데리고 탈출하려면 어차피 모험을 하는 수박에 없다.'
위드는 강행 돌파를 택했다.
"콜 데스 나이트 반 호크, 콜 뱀파이어 로드 토리도!"
짙은 안개와 함께 소환된 데스 나이트와 뱀파이어 로드!
"주인, 싸움인가?"
"파충류의 피는 마시고 싶지 않은데... 밤의 귀족의 입맛은 고급스럽다는 것을 잊은 것 아닌가? 어여쁜 아가씨나 소녀가 있었으먄 좋겠다."
반 호크는 충성스럽게 검을 뽑았고, 토리도는 주변을 둘러 보더니 인상을 썼다.
"어서 싸워라! 음식 가리면 못쓴다."
데스 나이트와 뱀파이어 로드는 엘리트 전사들을 공격했다.
"어엇, 배신이다!"
위드도 바로 창을 던지고 데몬 소드를 뽑아서 엘리트 전사 둘을 베었다. 하지만 큰 타격은 입히지 못했다.
레벨이 높은 엘리트 전사들은 상당한 수준의 싸움꾼이었따.
게다가 종족의 특성상 피부가 단단한 편이라서 일반 공격은 잘 먹히지 않는다.
팔다리가 얇고 가늘지만 상당히 긴 데다가 창까지 휘둘러서, 공격 범위가 넓고 의외로 힘도 셌다.
엘리트 전사 11마리라면 위드와 부하 둘로는 약간 버거운 상태.
"반 호크,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무리를 해서라도 싸워라. 토리도, 너는 뒤로 돌아가!"
반 호크는 창과 화살에 적중당하면서도 저돌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용맹하게 싸웠다.
데스 나이트는 전투 중에 어지간하면 물러서지 않는다. 위드가 만들어 준 흑암의 검에 의지하며 암흑 투기를 발산하며 싸웠다.
토리도는 그사이에 뒤로 돌아가서 저주 마법과 흡혈 스킬을 발휘!
"케엣, 밤의 귀족인 뱀파이어다!"
"저 붉은 눈과 마주치면 안 돼."
슬레이언 전사들은 본능적으로 토리도를 두려워했다. 정신력이 약해서 세뇌나 저주 마법에 잘 걸리는 특성 때문이었다.
고위 몬스터답게 유감없이 위력을 발휘하는 토리도.
위드는 측면을 선택했다. 몬스터들이 공격을 하거나 말거나 있는 대로 맞아 주면서 1마리만 노렸다.
"광휘의 검술!"
참새 5마리가 나타나서 데몬 소드에 베인 엘리트 전사를 난타!
하필이면 위드를 이곳까지 데려온 녀석이었다.
"크엑, 동료인 줄 알았는데....."
"인생은 원래 배반의 연속이야. 다 그렇게 어른이 되는거지."
"더러운 놈!"
"원래 물이 아까워서 일주일에 한 번만 씻어!"
위드를 데려온 전사는 사망!
"분검술!"
그 후부터는 검술의 비기인 분검술을 시전했다. 다른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분신들의 적의 시선을 끌어 주는 것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집중 공격!"
분신들이 싸우는 사이에 위드는 반 호크, 토리도와 같이 3마리를 사냥!
진형이 바뀌는 것이나 공격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 한순간에 이루어졌다.
"놈들에게 시간을 주면 안 된다. 계속 몰아붙여!"
위드와 반 호크의 생명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7마리가 남은 이후부터는 이전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싸울 수 있었다.
이때부터는 토리도가 흡혈 스킬을 이용하여 빠르게 생명력을 회복해서 적들의 공격을 담당해 주었다.
위드와 반 호크는 그사이를 이용하여 2마리씩 처치에 성공했다.
마나를 아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3마리가 남았을 때에도, 어디서 지원군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혼신을 다했다.
마침내 전투가 끝난 후, 다들 잠시 숨을 몰아쉬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쉽지 않았군."
반 호크가 만신창이가 되었고, 토리도 역시 입맛에 맞지 않는 흡혈을 해서 더욱 창백해진 얼굴이었다.
위드의 생명력도 다시 7% 이하로 감소했다.
"역시 내가 만들어 준 흑암의 검과 흡혈 반지 덕분이었어."
"......"
잘되면 내 탓, 못되면 남 탓!
위드는 엘리트 전사들이 흘린 아이템을 주웠다. 전리품은 어디서도 빼놓을 수 없었고, 지금 꼭 필요한 아이템이 보였기 때문이다.
-지하 감옥의 열쇠를 습득하셨습니다.
열쇠는 잠겨 있는 문을 여는 데 바로 사용했다.
끼릭.
드디어 게이하르 폰 아르펜 황제의 조각 생명체 종족, 아르닌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감동적인 환희의 순간!
"고생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평생 부려 먹어야지!"
★★★★★★★★★★★★★★★★★★★★★
신혜민은 깊이 탄식했다.
"아아, 암벽 협곡의 전투에 이어서 투브칼 봉우리의 요새 공격에서도 환상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네요."
오주완이 그녀의 말을 받았다.
"정말 기가 막힌 전투입니다. 저토록 멋진 장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성전이라니, 이런 싸움을 또 언제 볼 수 있겠습니까."
신혜민은 레인저 메이런으로 활동하며 저 자리에 있었으면 얼마나 즐거웠을까 생각하니 아쉽기만 했다.
격렬한 전투 와중에 조각 생명체들이 포효하고, 슬레이언 전사들도 그들의 본거지를 지키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저항을 한다.
조각 생명체들의 스킬, 전사들의 요새 지형을 이용한 적극적인 방어.
화려하거나 멋진 장면이 정말 많이 나왔던 것이다.
"위드가 충분한 휴식도 취하지 않고 이렇게 서둘러서 공성전에 돌입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신혜민 씨는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하셨나요?"
"언제나 예상을 깨는 것이 위드의 방식이니까요."
"그런데 전투가 원하는 대로 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네, 아무래도 그렇게 보이네요. 암벽 협곡에서 큰 희생이 있었다고 해도, 요새에도 슬레이언 전사들이 상당히 많은 숫자가 남아 있었습니다. 현재로써 요새 함락은 불가능한 것 같아요."
"오늘의 공격은 실패라고 해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이나 모레가 되면, 위드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페일과 동료들, 조각 생명체들은 성벽을 포기하고 요새에서 물러나서 수비로 전환했다.
요새 내부에서, 그리고 투브칼 봉우리에 뚫려 있는 동굴들을 통하여 끝없이 보충되는 슬레이언 전사들에 의해 뒤로 밀려난 것이었다.
"위드 님이 다시 나올 때를 대비해서 힘을 아껴 놓아야 됩니다."
미리 정해진 각본에 따라서 물러난 것이었지만, 시간을 오래 끌면 정말 위험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레벨이 높은 불사조와 황금새, 빙룡이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었지만, 땅에서 달려오는 슬레이언 전사들의 숫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 올 정도.
작은 동굴들을 통해서, 그리고 늪에서 뛰어나온 전사들이 속속 싸움에 참여하고 있었다.
★★★★★★★★★★★★★★★★★★★★★
감옥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땅바닥에 큰대자로 누워서 잠들어 있는 아르닌들이 보였다.
노예로 살아가는 조각 생명체들.
"누구세요?"
아르닌들이 잠에서 깨어나서 위드를 보며 ㅁ루었다.
"나는....."
위드는 눈가에 힘을 주었다.
감격스러운 눈물 연기를 하려고 했지만,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썩은 미소가 나오려고 입가가 실룩거리는 상태!
바깥의 사정은 이리엔의 귓속말을 통해 전해 듣고 있었기에 간단히 말했다.
"너희의 친구인 에르리얀의 부탁을 받고 왔다. 이곳에서 탈출시켜 주기 위해서 왔어."
"정말요?"
아르닌들이 땅에서 일어났다. 그래 봐야 드워프보다도 훨씬 작은 키였다.
『 퀘스트, 에르리얀의 친구
아르닌 종족을 만났습니다.
그들을 이끌고 투브칼 봉우리를 안전하게 빠져나가야 합니다.
아르닌은 자유를 구속받으면서 살아서 제대로 번식을 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살아 있는 생명은 총 342인.
최대한 많은 인원을 살려서 에르리얀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10명 이상이 생존해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려운 부탁이었던 만큼
에르리얀들도 이해를 할 것입니다. 』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된다.
위드는 몸에 붕대를 감으면서 확인차 물어보았디ㅏ.
"혹시 너희, 싸움은 좀 할 줄 알겠지?"
아르닌들에게 빌려 줄 검과 창도 잔뜩 준비해 온 상황이었다.
"싸움은 할 줄 모르는데요."
"그러면, 검은 쥐어 본 적이 있을 거야. 그렇지? 잘 생각해 봐."
"없어요."
"마법이나 정령술도 참 좋은데."
"쓸 줄 모르는데요.'
전투를 모르는 어린아이들을 342명이나 데리고 전쟁터를 빠져나가야 한다.
"어쨌든 할 수밖에 없겠군."
위드는 혼돈의 대전사 쿠비취로 다시 몸을 바꾸었다.
조각술의 비기인 변신술로, 최적의 전투를 할 수 있도록 몸을 바꾸는 것이 필요했다.
레드 스타도 다시 무장했다.
"잘 따라와라. 뒤처지지 않도록 조심해."
막 떠나려고 하는 순간 아르닌이 말했다.
"저기요, 키우던 동물을 데려가고 싶은데요. 여기에 남겨두고 저만 떠날 수는 없어요."
"저도 키우던 동물들을 데려갈래요."
"매일 밥 주고 돌봐 주던 동물들에게 정이 많이 들어서, 저 혼자 살겠다고 나가진 않을 거예요."
띠링!
『 퀘스트, 에르리얀의 친구
아르닌은 지금까지 키우던 동물들을 데리고 탈출하고 싶어 합니다.
억지로 그들만 데려간다 해도, 중간에 말썽을 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물들까지 구출한다면 그들은 진심 어린 감사를 할 것입니다. 』
위드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얼마나 팔아먹었기에....."
이렇게 인생이 꼬이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아르닌 종족을 평생 부려 먹기 위해서도 어떻게든 퀘스트는 성공시켜야 했다.
위드는 입술에 침을 듬뿍 발랐다.
"동물들은 다음에 내가 와서 꼭 구해 줄 테니까 너희부터 가자."
"진짜예요?"
"그럼, 당연하지."
다시 와서 구해 줄 생각 따윈, 위드에게는 당연히 없었다.
편하게 사냥할 수 있는 던전이나 사냥터도 많은데 까다롭기 그지없는 슬레이언 전사들을 뭐하러 잡겠는가.
"그럴수 없어요. 슬레이언 부족은 우리가 없으면 동물ㄷ를을 잡아먹어 버릴 거예요."
"함께가 아니라면 우리도 가지 않을 거예요."
아쉽게도 이 간단한 거짓말은 통하지 않았다.
"위험해서 그래. 내 능력으로는 너희만 데려가는 것도 벅차. 너희라도 살아야 되지 않겠니. 모라타에서 기다리고 있을 친구 에르리얀 종족을 생각해 봐."
"동물들도 살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렇게 해 주실 수 없으면 차라리 다음에 다시 구하러 와 주세요."
그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래도 퀘스트의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고.....'
만약에 북ㄱ부 유저들의 수준이 높았다면 하르셀 산악 지역에서도 사냥하는 사람이 많았으리라.
하지만 아직은 이곳에서 사냥할 수준의 유저는 적은 숫자였고, 그들은 훨씬 안전하거나 효율이 좋은 던전과 사냥터에 있다.
다른 유저들보다 앞서 나갈 때의 괴로움!
실컷 번식한 슬레이언 부족과 싸워서 이들을 구출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퀘스트였다.
'물러나서 조각 생명체들을 성장시켜서 다시 온다는 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군.'
유저들만이 아니라 지성이 있고 부족을 이룬 몬스터 무리의 경우 시간을 주면 더욱 성장한다.
동족의 숫자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고, 공격을 받았던 만큼 요새도 강화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 결정을 내려야 된다.
'억지로 10마리만 잡아서 모라타까지만 데려간다면.....'
구출하러 와서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정 안 되면 그렇게라도 하는 수박에 없다.
하지만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아르닌 10마리를 붙잡아 가며 전투를 치러 밖으로 데리고 나갈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그래, 어디 너희가 키우는 동물들도 구출해 보자!"
이판사판!
최악의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서 위드 혼자 빠져나가서 다음 기회를 노리거나, 아니면 최대한 많은 아르닌을 납치해가리로 했다.
강제로 끌고 가면 퀘스트의 깔끔한 성공은 아니라서, 의뢰를 완료하고 나서도 위드의 높은 평판이 조금은 떨어질 수 있다.
친밀도는커녕 불화가 생겨서 아르펜 왕국에서 부려 먹을 수도 없겠지만, 지금 미적거리면서 시간을 끌다가는 지상에서 싸우고 있는 조각 생명체들조차도 위험하다.
"정말 고맙습니다."
"너희가 키우는 동물들은 어디에 있지?"
"여기서 가까워요. 저희가 안내할게요."
위드는 반 호크, 토리도와 같이 길을 열었다.
슬레이언 전사들을 만나면 몽땅 죽여서, 다른 구원군을 불러올 수 없게 했다.
한 놈이라도 놓치면 동료들을 잔뜩 불러올 수 있기에 한순간도 안심할 수 없었다.
아르닌 중 1명이 말했다.
"평소와 달리 놈들이 별로 없네요."
지하에서 돌아다니던 전사들도 지금은 지상으로 몰려 나가 싸우느라 바쁠 것이다.
"이곳을 돌면 있어요."
사육장의 입구를 지키는 엘리트 전사는 4마리였다.
위드는 몸 상태를 확인하고 짧게 심호흡을 했다.
"반 호크, 네가 3마리를 맡아라. 토리도와 내가 1마리를 빨리 정리하고 돕겠다.
"알겠다, 주인."
반 호크와 토리도와는 사냥을 워낙에 많이 해서 손발이 척척 맞았다.
이번에는 겨우(?) 4마리에, 레드 스타까지 사용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엘리트 전사들을 해치우고 사육장의 열쇠를 획득 그리고 문을 열었다.
위드의 눈동자가 커졌다.
"이놈들은......"
★★★★★★★★★★★★★★★★★★★★★
전투가 벌어지던 투브칼 봉우리.
페일과 일행은 체력과 마나가 거의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조각 생명체들이 분전했지만, 그들도 계속 덤벼드는 전사들에 지쳤다.
공중 생명체들이 위협을 하고 킹 히드라, 데스웜이 날뛰는 탓에 슬레이언 전사들도 공격적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었다.
지친 상태에서도, 화령과 벨로트는 끊임없이 춤과 연주를 통해 적들의 시선을 끌었다.
페일은 화살통에서 얼마 남지 않은 화살을 꺼내며 외쳤다.
"위드 님한테서 아직 아무 소식 없어요?"
그가 쏜 화살이 덤벼드는 전사의 이마에 정확히 명중!
요새를 지키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인지, 전사들도 신중하게 덤비고 있었다.
어쩌면 이게 더 무서운 것인지도 모른다.
슬레이언 전사들은 강한 먹이를 보면 차분히 포위를 하고 야금야금 힘을 빼놓은 다음에 습격을 가하기 때문이다.
이리엔은 생명력이 빠진 조각 생명체에게 치료의 손길을 걸어 주고 나서 대답했다.
"조금만 기다리래요."
"퇴각해야 됩니다. 지금이 물러서야 할 때라고 전해 주세요."
"잠깐만 기다리면 다 잘될 거라고 했어요."
"그게 무슨 뜻으로...."
그때였다.
투브칼 봉우리에 있던 슬레이언의 요새에서 수십 마리의 그리핀들이 날아올랐다.
거기에다 지상에서는 샤벨타이거들이 뚫려 있는 성문을 통하여 뛰쳐나왔다.
샤벨타이거의 머리에는 아르닌들이 앉아 있었다.
슬레이언 부족이 키우던 동물은 토끼, 양, 돼지, 닭 같은 온순한 가축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들을 먹이로 써서 샤벨타이거와 그리핀을 대량으로 키워 내고 있었다.
슬레이언 부족의 목표는 지상과 공중에서 탈 수 있는 몬스터들을 키우는 것.
만약 이들에게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세력을 이루어서 하르셀 산악 지역을 내려와 다른 지역까지 손에 넣을 수 있었으리라.
위드는 그리핀과 샤벨타이거를 확인하자마자 신이 나서 몽땅 풀어 주었다.
어차피 아르닌의 부탁을 들어주려면 데리고 나가야 하는 데다 남 잘되는 꼴 보기는 죽기보다 싫어하는 그였으니 일석이조였다.
그리고 풀려나게 된 그리핀, 샤벨타이거 들은 아르닌의 부탁에 따라서 슬레이언 전사들을 공격하였다.
"쿠엣, 이놈들이 다 밖으로 나왔다!"
"큰일이다. 큰일이야."
슬레이언 전사들은 요새를 지킬 수는 있었지만, 뛰쳐나가는 그리핀과 샤벨타이거를 막을 수는 없었다.
"활을 들고 있는 녀석들을 위주로 해치우고, 샤벨타이거들은 퇴로를 열어라!"
뒤따라 나온 위드가 전투를 지휘하며 일행은 투브칼 봉우리에서 무사히 퇴각!
암벽 협곡과 공성전에서 피해를 입은 슬레이언 부족은 쫓아오지 못했다.
띠링!
『 투브칼 봉우리에서 슬레이언 부족과의 전투가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하르셀 산악 지역의 지배자인 슬레이언 부족.
그들의 요새를 점령하였다면 산악 지역에 대한 지배권 역시 가져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죽지 않고 무사히 도주할 수 있
었던 것만도 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상당한 치해를 입은 슬레이언 부족은 이제 대족장을 선출하여
다시는 침략을 당하지 않도록 복구하며 통치 능력을 강화하게 될 것입니다. 』
-전투에 기여한 정보에 따라 명성을 획득합니다.
위드는 동료들과 조각 생명체들을 데리고 모라타로 돌아왔다.
그리핀과 샤벨타이거까지 손에 넣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원래 하르셀 산악 지역의 동쪽과 남쪽 서식지로 돌려보내 주어야 했다.
그들은 슬레이언 부족을 견제하며 살아갈 것이다.
★★★★★★★★★★★★★★★★★★★★★
"...그리하여 무사히 돌아오게 되었어."
ㅡ정말 고마워. 이렇게 다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띠링!
『 에르리얀의 친구 완료
슬레이언 부족에 의해 강제 노동을 하던 아르닌은 조각사 위드에 의
해 구출되었다.
이로써 조각 생명체 종족인 에르리얀과 아르닌은 아르펜 왕국에 정착
하게 되었다. 그들은 조각술이 융성했던 과거 아르펜 제국의 영광을
떠올리며 일을 하게 될 것이다.
하르셀 산악 지역에서 보여 준 용기와 영웅적인 지휘 능력 그리고 마
지막 순간에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결정은 대륙의 많은 이
들에게 알려져서 놀라움을 주게 되리라. 』
-명성이 2,580 올랐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조각 생명체 종족 에르리얀과 아르닌이 왕국을 위해 일하게 됩니다.
-조각 생명체들과의 친밀도가 높아집니다.
그들은 큰 위험을 무릅쓰고 구출해 준 감격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카리스마가 15 상승하셨습니다.
-통솔력이 23 상승하셨습니다.
-위대한 전투 지휘 경험을 쌓았습니다.
전투와 관련된 스탯들이 3씩 증가합니다.
위드는 훈훈하게 웃었다.
최근 방송에서 보면, 잘생기진 않았어도 좋은 느낌을 주는 훈남들이 인기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입가를 비열하게 끌어 올리면서, 마음껏 웃어 주었다.
"나도 너희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단다."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의 완수.
동물을 잘 기르는 아르닌을 얻은 건 장비나 아이템을 얻은 것과는 달랐다.
아르펜 왕국의 가축들이 잘 자라게 되면 가죽이나 고기, 식량 등 많은 측면에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영원히 부려 먹을 수 있겠어.'
슬레이언 부족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위드에게로 왔다.
이제부터는 철저한 착취만이 남아 있을 뿐.
"아무튼 내 왕국이 더 잘되었으면 좋겠군."
위드의 아르펜 왕국은 북부의 유민과 초보자를 중심으로 하여 탄생한 신생국가다.
종합적인 전력이나 경제력, 군사력으로 보면 중앙 대륙의 전통적인 강국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것을 극복하는 길은, 오로지 착취만이 있을 뿐 아니겠는가!
사실 위드를 둘러싼 상황들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바드레이의 헤르메스 길드는 대외적으로 하벤 왕국과 칼라모르 왕국을 통합하여 규모가 제국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였다.
흑사자 길드의 영역인 톨렌 왕국 또한 베덴 길드를 앞세워서 장악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지금도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군대를 양성하고 있다.
레벨이 높고 유명한 랭커들을 섭외하는 작업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랭커들이 헤르메스 길드의 제안을 거절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조건을 가지고 온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클라우드 길드, 로암 길드, 블랙소드 용병단 역시 경악스러울 정도의 세력을 갖추어 가는 중이다.
왕국을 지배하려는 길드들.
그들의 세력과 자금력, 군대에 아르펜 왕국은 감히 견줄수조차 없을 지경이다.
"그냥 나한테 섭외 제의를 하지. 선금만 좀 많이 주면 헤르메스 길드에 포섭되어 줄 수 있는데."
위드는 그 점이 정말 아쉬웠다. 지금은 헤르메스 길드원 중에서도 그에게 칼을 갈고 있을 사람이 많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였다.
그래도, 아르펜 왕국은 아직 약하지만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를 하면서 일을 잘하는 부하들이 많이 생긴다면 그게 나름대로 소득이 될 것이다.
이것으로 위드의 직업 마스터 퀘스트도 열네 번째가 완수되었다.
진정한 직업 마스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셈.
"최초로 성공하면 엄청난 돈이 들어오게 되겠지!"
방송국들은 상금까지 걸어 놓고 최초의 직업 마스터 순간의 중계를 원했다.
이럴 때 한몫 단단히 챙겨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위드의 배낭에서, 예전에 깎아 놓았던 사슴의 조각품이 생명을 부여하지도 않았는데 걸어 나왔다.
아기 사슴으로, 얼굴이 똘망똘망하기 그지없어서 제법 괜찮은 가격에 팔 수 있겠다고 생각한 조갈품.
특정 형태들은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것들이 가끔 나왔다.
그 아기 사슴이 말했다.
"예술에 생명과 혼을 담을 수 있는 조각사님."
위드는 예술가라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민망해졌다.
창조적인 면이나 끝없는 고뇌를 운명처럼 안고 있는 직업.
방송에서 인터뷰를 할 때에도 어떻게 조각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것인지가 큰 화제였다.
그저 어쩌다 실수로 택한 직업이고, 그 이후로 먹고살려고 열심히 하였을 뿐인데.
그렇지만 위드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 말하렴, 새끼 사슴아."
"조각품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 대해서 고맙게 여기고 있어요."
"......"
아무리 위드라고 해도 조금은 낯간지러운 말.
"우리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인데. 너처럼 귀여운 조각품을 보면 세상에 대해서 더 많이 알려 주고 싶었던 거란다."
아버지와 딸처럼 화목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설렁탕에 꽃등심이라고 수시로 구박을 당하던 누렁이가 옆에서 지금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억울해서 난동을 피웠을지도 모른다.
"우리 조각품의 마음을 이해해 주실 수 있는 건 조각사님밖에 없어요. 그래서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조각품이 되어서 우리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주시면 안 될까요?"
띠링!
『 조각사의 눈
조각사로서 새로운 도전
자기 자신이 조각품이 되어서 이해의 폭을 넓히자.
바람이 통하지 않는 갇힌 공간이 안이라 세상을 느낄 수 있는 넓게
트인 곳에서 스스로의 몸을 조각품으로 만들라. 그리하여 조각품의
눈으로 1달간 세상을 지켜본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난이도 :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고급 8레벨 이상의 조각술.
조각품이 파괴되거나 동물들과 사람들이 지켜보지 못
한다면 실패.
조각화 스킬을 도중에 해제하면 실패. 』
-조각화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조각화 : 자신의 몸을 조각상으로 만든다.
스킬을 최초 시전하였을 때의 모습으로 몸이 석상화됨.
1달간 지속되며, 스킬이 지속되는 중간에는 움직일 수 없음.
접속을 종료하더라도 석상은 그대로 그곳에 남아 있으며, 보유하고 있
는 예술 스탯에 따라 내구도가 달라짐.
"크흠"
위드는 순식간에 이 열다섯 번째 퀘스트에 대한 계산을 마쳤다.
조각술 마스터가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의뢰가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라는 점은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남들이 기고 뛰고 날고 있을 때 석상이 되어서 마음 편히 1달을 보내야 하다니.
로열 로드의 기준이었기에 실제로 현실을 기준으로 해서 보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니기는 했지만, 그렇더라도 아쉬운건 사실이었다.
위드는 입가에 썩소를 날리면서 말했다.
"너희의 마음에 대해서 예전부터 더 잘 알고 싶어 했지. 이번 기회에 잘 알아보마."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고마워요.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어서요."
아기 사슴은 다시 조각상으로 돌아갔다.
눈이 땡글땡글한 목각 인형!
보통 1골드 정도로 팔 수 있지만 커플들에게는 4골드 이상의 요금제가 적용되는 작품.
그리고 위드의 푸념이 시작되었다.
"이놈의 조각사란 직업은 매번 말썽이로군."
어쨌든 퀘스트는 해야 할 일.
기왕이면 서둘러서 시작하는 편이 빨리 끝낼 수 있으리라.
"어차피 크게 위험할 일도 없을 것 같군.'
이왕 하는 것, 와이번을 타고 절벽의 중간에 가서 스킬을 시전할 수도 있다.
"아니야. 무슨 험한 일이 벌어질지 몰라."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로 암벽 협곡을 무너뜨리고 나니 절벽도 그리 믿을 곳이 못 된다는 걸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평지는 몬스터들이 다녀서 안 되지. 바다 한복판도 위험하고....."
바다야말로 재앙의 근원과도 가다. 폭풍과 자주 불어올 뿐만 아니라, 상상할 수도 없는 온갖 위험이 산재해 있는 곳이 바로 바다다.
모라타의 대도서관에 보면 바다와 관련된 무시무시한 모험담도 많다.
요즘에는 모라타 주변의 바닷가에 항구 바르나가 만들어지고 있다.
해상 모험과 낚시, 수영을 즐기는 유저들도 많다보니 별별 일이 다 벌어지는 바다는 역시 그다지 믿을 수 없는 지역.
"정말 세상에 믿을 놈이 없는데... 어디서 1달간이나 보내야 하지?"
위드는 일단 모라타 내부로 결정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라타가 몬스터나 자연의 영향에서는 최대한 안전한 곳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1달 정도야 금방이지."
도시에 조각품도 많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만 지나가면 될 일.
거리에도 조각사들의 작품들이 있지만, 예술 회관이나 대성당에 유독 조각품들이 많았다.
"닫힌 장소는 안 된다고 하였으니까 그냥 거리에서 석상화를 사용해야 되겠군."
위드는 이 사실은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퀘스트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도 볼 수 있지만,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이 한둘이겠는가.
"헤르메스 길드, 마법의 대륙의 유저 그리고 이래저래 어떤 방식으로든 나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 적어도 10만에서 20만 정도는 되지 않을까?"
원한도 중소 도시급의 규모!
"이게 알려지게 되면 그들이 몰려올지도 몰라. 어떤 훼방을 벌일지도 모르니까 철저히 해야지."
위드는 모라타에서도 으슥한 곳을 찾아다녔다.
과거에 뱀파이어와 싸울 때부터 이곳에서는 사냥을 많이 했고 자신이 발전시킨 도시였지만. 새로 지어진 건물들이 늘어서 올 때마다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모라타.
"가능한 사람들이 없는 곳이 좋겠지. 방해를 받지 않아도 되는 조용한 곳."
모라타에 사람들이 아예 오지 않는 장소는 없었다.
대도시금 이상으로 성장하여 이제는 왕국의 수도가 되었다.
어디를 가나 마차와 소 들이 다니고 있으며 초보자들이 뛰어다녔다.
위드는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골목길 위주로만 다녔다.
모라타의 외곽까지 가서, 야산으로 올라가는 골목길 옆으로 장소를 결정.
"이곳이 좋겠군. 사람도 잘 안다니는 거 같고...."
1시간을 조각품을 깎으면서 기다려 봤는데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위드는 여신의 기사 갑옷과 데몬 소드, 바하란의 팔찌, 고귀한 기품이 어린 검은 헬맷 등을 착용하고 스킬을 사전했다.
"조각화!"
-조각화 스킬을 시전합니다.
스킬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발에서부터 올라오면서 석상화가 이루어졌다.
몸 전체가 돌덩어리가 되고 난 이후에는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서 답답한 기분.
석상의 눈으로 세상을 쳐다볼 수 있었지만,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라도 조각상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겨야말로 아무도 모르는 완벽한 일이군.'
위드는 혼자만의 비밀을 가졌다고 기뻐했다. 그리고 시간이 10분 정도가 흘렀다.
휘이잉.
낙엽 몇 개가 떨어져서 골목길을 스치면서 지나갔다.
모라타에서도 정말 한적한 장소로 와서 따분하기 그지없는 일.
풍경의 변화라 봐야 야산에서 날아온 참새들이 하늘을 지나가는 정도가 전부였다.
'어쨌든 퀘스트만 성공한다면 다행이지. 비라도 내려 주면 좋겠군.'
위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지루하더라도 계속 접속을 유지했다.
그렇지만 밥도 해야 되고, 청소도 해야 한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집안일과 생리 현상!
'뭐, 별일은 없겠지. 모라타는 안전한 곳이니까. 청소나 하고 와야 되겠군.'
위드는 접속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