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레와 힐데른
"자,자! 건어물이 쌉니다."
"오징어 좀 드시고 가세요. 말린 오징어를 10마리씩 묶어서 팝니다. 던전 사냥이나 항해에서, 입이 심심할 때 씨ㅃ으면 감칠맛이 그만이에요!"
"갈치, 전어, 우럭 있어요!"
위드는 전쟁이 끝나자마자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를 위해 보로타 섬의 항구로 향했다.
"사람들이 정말 많군."
보로타 섬은 베르사 대륙에서도 소문난 미항이었다.
맑은 하늘과 잔잔하고 아름다운 바다, 산과 언덕이 멋지게 솟아나 있어서 해가 뜨고 질 때의 풍경이 일품이다. 근처에는 좋은 어장이 있어서, 손맛을 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온 낚싯배들로 항구가 항상 붐볐다.
대륙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더라도 섬들은 평화롭다.
"일단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으로는……."
자이언트 파이어 골렘 소환, 유성 소환. 이런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는 스크롤도 있지만 일단은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아껴 둬야 한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인 만큼 보통 어려운 과정이 남아 있는 게 아니리라.
"감정!"
보로타 섬 주변 지도 : 내구력 3/5.
보로타 섬과 주변 군도의 지형, 해류의 흐름이 표시되어 있다.
항구에서 3실버에 판매되는 지도.
밤하늘의 별 이야기 #73
북동쪽의 별자리를 해설해 놓은 양피지이다.
흰곰자리와 겨울눈 자리, 연인의 별자리가 나와 있다.
멈춰 버린 나침반 : 내구력 11/17.
작동되지 않는 항해용 나침반이다.
보로타 가문의 저택 열쇠
정문을 열 수 있는 열쇠이다.
오래되어서 몇 번 사요하지 못할 것 같다.
시간의 모래
3회 사용 가능
시간의 모래, 혹은 회상의 모래라고도 불리는 신비한 물건이다.
대륙 남부 사막 부족의 보물로서, 시간을 되돌려 오래전에 있었떤 모습들을 보여준다.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과거의 시간과 엮이기도 함.
위드느 우선 주민들에게 말을 걸었다.
"노들레와 힐데른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그 사람들? 저곳에 공원이 있으니 가 보시구려."
섬에는 그들을 기념하는 공원이 도시에 있었다.
광장과 건물, 심지어 언덕에도 그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
하지만 벌써 수백 년이 지난 과거의 일이기에 정확한 사실 관계는 알 수가 없었다.
위드는 우선 노인들부터 찾았다. 당연히 빈손은 아니었다.
"이게 뭔가?"
"신선한 전복죽입니다. 드시면서 노들레와 힐데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안 될까요?"
"음, 내가 좋아하는 전복죽이로군. 보기 드물게 예의를 아는 청년이구만. 노들레와 힐데른에 대해서는 내가 조금 알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리고 그 할아버지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거든. 그들은 한마을에서 태어났어."
"어딘데요?"
"항구의 뒤쪽 언덕에 있는 작은 마을이지. 노들레와 힐레른은 마을에서 함께 자라나며 사랑을 키웠다고 해. 근데 전복죽에 전복은 어디 있는 건가?"
노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긁어모았다.
노들레와 힐데를은 워낙 유명한 인물들이라서 이미 이런 방식의 접근을 시도해 본 다른 유저들도 많았다. 하지만 친밀도나 상황에 따라서 말해 주는 내용이 미묘하게 다르기도 하기에, 기초 정보 수집을 위하여 빼놓을 수가 없는 절차였다.
"노들레의 ㅈ비안은 보로타 섬에서 가장 부유했지. 한때 이곳의 배들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었을 정도야."
"키가 크고 잘생긴 노들레에게 섬의 여자들은 정신을 다 잃어버릴 정도였다고 하네."
"힐데른? 힐데른은 그리 예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어. 말도 더듬거리면서 하고, 다리를 불편하게 절었다더군.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이야기니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지?"
"노들레를 그린 그림도 어딘가에 하나쯤은 남아 있지 않을까?"
"관청 안쪽의 건물로 가 보게. 거기에 노들레의 집이었으니 남겨진 물건들이 있을거야. 그런데… 우럭죽인데 대체 왜 우럭이 안 나오지?"
재료를 최대한 아낀 맛있는 음식들로 정보들을 입수했다.
요리 스킬의 큰 장점으로는, 맛으로 친밀도를 획득하기가 쉽다는 점!
"노들레를 위주로 알아봐야 되겠군."
위드는 섬의 행정을 맡아 하는 관청으로 이동했다.
평화로운 섬이라서 갑옷도 입지 않은 가벼운 옷차림의 경비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무슨 일이오?"
"조사해 볼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저는 위드 입니다."
"이름은 들어 본 것 같군. 그대라면 누구든 만나고 싶어 할 테니 얼마든지 들어가도 좋소."
경비들은 길을 열어 주었다.
엄청난 금액을 투자한 상인이나 섬에서 유명한 모험가가 아니면 관청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모험 명성으로나 지위로나, 위드는 기ㅣ꺼이 입장이 가능했다.
넓은 관청에는 보로타 해군을 지휘하는 해군본부가 있는 구역이 있었고, 그 뒤편으로는 과거에 노들레 가족이 살았다는 대저택이 있었다.
"최근 상선들을 노리는 도적 떼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는데 나서 볼 생각이 없는가?"
"초록색 아가미를 가진 상어의 습격이 계속되고 있는데, 놈은 아마 해초들이 있는 곳주변에 자주 나타나는것 같아."
해군본부에서 퀘스트를 받는 유저들도 많았다. 항해사도 있지만 대부분이 선장이라서 옷차림들이 화려했다.
위드느 해군본부를 지나서 곧바로 대저택이 있는 후원으로 향했다.
저택은 오랫동안 그래로 방치되어 있었지만, 사방에 나무들이 커다랗게 자라서 아늑한 느낌이었다.
위드는 바람결에 실려 오는 꽃 냄새를 맡으며 보로타 가문의 저택 열쇠를 꺼냈다.
-보로타 가문의 저택문이 열렸습니다.
오래된 녹슨 열쇠가 깨졌습니다.
"멀정히 남아 있는 것들은 별로 없군."
건물 내부의 가구들은 낡고 부서져 있었으며 따로 챙길만한 골동품도 없었다. 복도와 방에는 거미줄과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채 그림들이 방치되어있었다.
위드는 먼지를 털어 내고 쓸 만한 것들을 살폈다.
"감정!"
보로타 가문의 그림
보로타 가문의 가족을 그린 그림
당시에 유행하는 화풍에 따라 선과 색을 강조하여, 이름 모를 화가가 그렸다.
예술적 가치 : 19
-지식이 1증가합니다.
그림에는 보로타 가문의 가족들뿐만 아니라 주변에 여러가지 부를 과시하는 물품들도 같이 그려져 있었다.
비싼 유리 제품이나 융단, 은세공품, 치장하고 있는 보석들로 봐서 보로타 섬이 무역을 많이 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위드는 먼지와 거미줄들을 치우면서 걸어 다녔다.
"여기 돈 될 만한 그림이 있을 것도 같은데……."
말을 탄 노들레
보로타 가문의 후계자 노들레가 말을 몰고 언덕을 오르는 그림이다.
예술적 가치 : 45
수십 점의 작품들을 둘러본 후에 노들레의 그림도 발견!
"노들레가 잘생겼다는 소문은 사실인 것 같아. 음, 외모도 봐서는 거의 내 수준이로군."
뚜렷한 이목구비와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깊은 눈동자, 짙은 눈썹, 날렵한 턱 선!
백마와 노들레는 더 이상 잘 어울릴 수가 없을 정도로, 그 자체만으로 그냥 한 폭의 멋진 그림이었다.
"돈과 외모, 가문까지 받쳐 주다니… 분면 성격은 개망나니였겠지. 가학적 변태성욕자에 잔인무도한 성품이었을거야."
위드느 대저택을 뒤져서 노들레가 쓴 양피지들을 몇 장 찾아냈다.
이상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기도 했다.
"이건 무슨 돌로 지은 움막 같은 집인가? 이런 곳에 사람들을 가두 놓고 어떤 변태 짓을 했을지도 모르지. 감정!
보론타 섬에는 폭풍우가 자주 밀려온다
이런 집이라면 주민들이 안심할수 살 수 있으리라.
-주민들이 폭풍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개발한 주택의 설계 도면을 읽었습니다.
-지식이 1 증가합니다.
-건축 지식의 습득으로, 아르펜 왕국에 심한 폭풍에도 파괴되지 않는 주택을 건설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음, 건축 쪽에 제접 관심이 많았나 보군. 다음 양피지로는… 감정!"
섬의 주민들이 파도가 심한 날에도 위험한 항해를 떠나는 것을 보며 걱정스럽지 않읗 수가 없다.
이 연구가 그들을 위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거친 파도를 헤치는 항해용 선박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습니다.
항해용 선박ㄷ에 특수 뱃머리를 제작할 수 있게 됩니다.
-지혜가 2 증가합니다.
-행운이 4 높아집니다.
"그리고 이건 무슨 약초들 같은데. 감정!"
흔하게 보이는 풀과 몇 가지 뿌리들을 조합하면 향토병을 이겨 낼 수 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치료약이 많이 제조되면 주민들이 병마와 싸워서 이겨 낼 수 있으리라.
-지식이 3 증가합니다.
-통솔력이 1 증가 합니다.
"머리도 좋았던 것 같군. 하지만 머리 좋은 놈치고 착한 녀석이 있을 리가 없어. 다 가식일 거야."
다음의 양피지는 힐데른에게 보내지 못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힐데른
오늘은 흰 구름들이 하늘을 많이 지나다녔지. 어떻게 알았냐면, 너를 생각하면서 계속 하늘을 봤거든.
내일 아침에 우리가 함께 함구를 내려다보던 언덕에서 만나자.
경험 많은 선원이 그랬는데, 돌고래들이 오고 있다고 해.
똑똑하고, 배려심이 많은 성품에, 낭만적이까지 하다.
위드의 인식은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과연 독한 놈이군. 쉽게 밝혀낼 수 없는 어떤 음험한 행동이 있겠지. 바람기가 심해서 애가 서른둘이거나 공동묘지로 가서 시체를 뜯어먹는다거나 하는……."
저택 내부를 샅샅이 수색해 봤지만 결과는 그 정도뿐이었다. 혹시나 비밀 공간이 숨어 있지 않을까 해서 탐색도 해봤지만 찾지는 못했다.
그 후로는 경치가 좋은 보로타 섬을 돌아다니며 그들의 이름이 붙은 장소들을 확인해 보았다.
거리에서는 화가들이 노들레와 힐데른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며, 언덕에는 그 둘의 사랑을 기념하는 조각품도 세워져 있었다.
위드는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도 가 보았다.
보로타 섬을 둘러싼 산호초 바다와 옹기종기 아름답게 모여 있는 섬들, 그 사이를 항해하는 배들로 이루어진 최상위 경치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장소에 넓은 석판 같은 것이 보였다.
"이건 뭐지?"
위드는 석판을 만져 보았다.
"돌에 글귀를 새겨 놓은 것 같은데. 바다신의 제단?"
띠링!
보로타 섬의 연인들 완료
노들레아 힐데른의 사랑은 같은 고향에서 태어나서 운명과도 같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힐데른은 바다신의 사제. 평생 결혼을 하지 못하며, 만약 남가를 만나다가 발각이라도 되면 바다에 제물로 바쳐지게 될 운명이었다.
그리고 위드의 눈앞에 영상이 흘러나왔다.
"힐데른, 영원히 너와 함께하고 싶어. 이 나무는 크게 자라서 깊이 뿌리를 내리겠지. 노인이 되어서 함께 이 나무를 보고 싶어."
"나도 그래, 노들레."
꽃이 활짝 피어 있는 언덕에서 노들레와 힐레른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들을 쳐다보는 바다신의 다른 사제들
"사제인 힐데른이 남자를 알게 되면 바다신이 노하실 것입니다."
"바다를 잠잠하게 하기 위하야 원래는 3년 후로 예정되어있던 제물 의식을 지금 치러야겠습니다.
보로타 섬을 비롯하여 몇몇 섬들은 바다신의 관할하에 있었다. 바다신들의 사제가 내린 결단은 영주라고 하더라도 거스르지 못한다.
그들이 힐데른을 제물로 바치기로 결정을 하고 보로토 가문에 통보를 하였다.
노들레는 하인들을 통해 그 사실을 아게 되었고, 심한 폭우가 오는 날 저녁 힐데른을 데리고 바다에 작은 족가배를 띄웠다.
다음 날 아침에 둘이 사라진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바다신의 사제들도 그들을 추격하러 바다로 나섰다.
띠링!
성난 바다
노들레와 힐데른은 비가 오고 파도가 심한 날 바다로 배를 띄웠다.
조각배를 타고 그들이 항해한 궤적을 찾아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라.
난이도 :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
퀘스트 제한: 사망했을 시에는 퀘스트 퀘스트 실패.
퀘스트에 참여할 여성 동료 1명을 필요로 함.
연계 퀘스트를 끝까지 함께해야 하며, 그녀에게도 중요한 역할이 부여됩니다.
동료가 사망 시에도 퀘스트 실패.
비가 내림.
"여성 우저 1명을 필요로 하는군."
퀘스트의 내용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항해와 관련이 있었다.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은 모두 남자인데… 다른 여자 항해사 1명을 데려와야 할까?"
하지만 단순한 항해술의 문제는 아닐 것 같았다.
"항해 스킬은 나도 중급에 올라 있으니, 동료는 도움을 주면서도 죽지 않는 게 더욱 중요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지간해서는 죽지 않을 사람이라면 역시 서윤.
르포이 평원에서의 전투에서도 광전사로서 대단한 활약을 벌였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을 무수히 해치우면서 그녀도 집중 공격을 당했지만, 끝까지 살아남았다.
그녀가 챙긴 전리품과 공적에 대한 시샘도 많이 했다.
위험할수록 끈질긴 직업이 광전사였다.
위드는 서윤에게 조심스럽게 귓속말을 보냈다.
-저기, 바쁘지?
-한가해요.
서윤은 던전에서 무섭게 덤벼드는 레벨450정도의 파코스를, 검을 거꾸로 쥐고 내려찍고 있었다.
캐갱!
파코스가 회색빛으로 변해서 사라졌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아직 7마리 정도는 덤벼들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서윤은 이번 던전에 들어와서 무려314마리의 파코스들을 해치우고 뿔과 이빨, 가죽을 모았다.
위드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모르는 채로 계속 귓속말을 보냈다.
-내가 퀘스트를 해야 되는데…도와줄 수 있어?
-바로 갈게요. 어딘데요?
-보로타 섬으로 오면 돼. 와삼이를 보낼게.
서윤으로 도아달라는 요청을 한 뒤에 비행하는 조각 생명체들도 불러들였다. 여차하면 하늘에서도 지원을 받기 위함이었다.
쏴아아아아!
바다로 비가 내렸다.
-성난 바다 퀘스트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계속 비가 내리게 됩니다.
"아,이놈의 비는 언제 그치는 거야?"
"그러게. 무슨 미바 엿새나 계속 쏟아지냐."
"잠깐도 쉬지 않고 내리는데,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
보로타 섬의 유저들은 퀘스트가 진행되는 동안에 불가피하게 비를 맞아야 했다. 해변가에서의 수영이나 연안 낚시도 불가능할 정도의 폭우였다.
위드는 서윤과 함께 단ㄷ나한 삼나무 배를 건조했다.
"조선 스킬이 있으니 이럴 때 또 써먹게 되는군."
항해를 하면서 조선 스킬이 초급 3레벨까지 되었고, 그후에 장식용으로 정밀한 조각품 배를 깎으면서 4레벨이 되었다.
무슨 일이 닥쳐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점이 잡캐의 장점이었다.
위드가 고지식한 기사이거나 검사였다면 이런 퀘스트도 수월하진 않았으리라.
"죽을 고생을 하는 퀘스트만 수행할 수 있다니, 정말 조각사란 직업은 파란만장하기 짝이 없다니까"
바다에서는 4미터,5미터가 넘는 파도들이 밀려들었다.
이런 날씨에 조각배를 띄우기란 아무래도 영 껄끄러웠다.
하지만 기다린다고 해도 퀘스트로 인하여 내리는 비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노들레와 힐데른이 이런 날씨에 출항을 했으니…아무튼 따라가 보는 수밖에 없지."
위드가 선윤과 함께 조각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갔다.
갑자기 출항하게 되었던 노들레와 힐데른의 조각배와는 달리 각종 보급품과 선박 수리용 목재, 식량등을 듬뿍 실은 상태였다.
중형 범선도 이런 날씨에는 가급적 바다로 나가지 않는다.
먼바다에서는 파도가 더 심해질 수 있으며 해류의 흐름이 바뀌는 장소에서는 위험한 소용돌이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워낙 험한 파도로 인해서 노를 젓기도 어려웠지만 아직까지는 버틸 만했다.
정확히는 원하는 방향으로 항해하는 게 아니라, 파도에 이리저리 떠밀려서 갈 뿐이었지만.
띠링!
-거친 파도로 인하여 선체의 내구도가 1감소합니다.
선체의 내구도 : 44/45
"우선 보로타 섬을 그대로 빠져나와서…그다음에는 어느쪽으로 갔을까"
시간의 모래가 있지만 함부로 막 쓸 수는 없다.
퀘스트가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모르고, 혹시라도 쓰고 남는다면 비싼 값에 팔아먹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
위드느 보로타 섬 주변 지도를 펼쳐 놓고 대략 추리를 했다.
"노들레가 구했을 배는 그리 좋은 게 아니었겠지. 파도가 심하고 비까지 내리는 날에 먼바다로 가진 못했을 거야."
수심이 깊지 않은 장소, 그리고 파도에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항로를 짜야 했으리라.
보로타 섬 출신의 노들레와 힐데른이었으니 그들이 선택할 항로는 두 가지뿐이었다.
하나는 파힐 섬에서부터 3개의 섬을 경유하며 곧바로 대륙으로 가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해양 몬스터에 암초까지 많은 벨라스케스 해역을 통하는 것이다.
위드는 퀘스트 아이템 중에서 멈춰 버린 나침반을 꺼내서 지도에 올려놓았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정확히 벨라스케스 해역을 가리켰다.
"벨라스케스 해역으로 갔겠군."
"왜요?"
서윤이 결론이 내려진 근거를 물어봤다.
나침판은 확실한 증거가 되지는 못했으니까.
"이것 봐. 파일 섬 쪽으로 가면 대륙으로 넘어가기가 아주 쉽잖아."
"그러네요. 보급도 편하고 항로도 안전하다는 평가가 있어요."
"그러니까 벨라스케스 해역이지. 내 고생문은 언제든 활짞 열려 있을 테니까."
보로타 섬 주면 지도에 벨라스케스 해역은 극도로 위험하다고 적혀있었다.
노들레와 힐데른이 구태여 그곳으로 갔다는 점은 좀 이상하다.
그렇지만 도망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추격자들을 곤란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벨라스케스 해역을 택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우선 가 보도록 하자. 아니면 반대쪽으로 돌아가면 되니까."
위드가 힘껏 노를 저었다.
힘과 민첩이 높기 때문에 노 젓기는 스킬이 없어도 아주 빨랐다.
"도저히 일직선으로 가진 못하겠어. 파도를 고려해서 저어야겠군."
서윤은 조각배에 차오른 빗물을 퍼내고, 마법이 걸려있는 찻잔을 사용해 딱느한 차를 만들었다.
어두은 밤에 파도가 심하고 비까지 내리고 있었지만, 단둘이 바다에서 조각배를 탄다는 낭만도 있었다.
노들레와 힐데른.
연인들이 섬을 탈출하여 항해하고 있을 때에도 얼마나 깊고 따스한 사랑의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졌겠는가.
서윤에게는 따스한 차를 마시면서 바다를 여행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거친 파도로 인하여 선체의 내구도가 1 감소합니다.
새벽의 무시무시한 바다!
위드는 조각배를 잠깐씩 수선하며 밤새도록 노를 젓는 일을 쉴수가 없었다.
그다음 날 아침. 해가 지평선에서부터 떠오르면서 어스름한 어둠이 몰려가기 시작했다.
고생 후의 벅찬 감동!
여전히 주변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서 서윤도 밤새 배에 고인 물을 퍼내야 되었다.
서윤이 고생 끝의 낙이라는 것처럼 활짝 웃었다.
"그래도 좋은 추억이 되었네요."
위드에게밖에는 보여 주지 않는 다정하고 따스한 미소.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내기를 해도 좋아. 내 더러운 팔자가 여기서 끝날리가 없어."
그리고 잠시 후, 보로타 섬이 있는 저 멀리에서부터 대형 선박 12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내걸고 있는 깃발에는, 지금은 사라졌다는 바다신이 그려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바다신은 그냥 이야기 속에만 있는거 아니었어요?"
"몰라.확실한 건 이놈의 고생길은 땅과 하늘, 바다를 가리지 않는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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