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6권 : 2)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 (231/520)

2)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

둥!둥!둥!둥!

페일은 활을 들고 산속을 달렸다.

"진짜 내가 한 번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위드가 없는 사이에 그들끼리 모험을 하는 것은 일상적으로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려 니플하임의 4대 보물 중 하나의 회수!

마판에게 단서를 듣고 할메른 산에 오긴 했는데, 이 주변 에 있는 어썌신 순찰대가 장난이 아니었다.

동료들은 각자 의견을 냈다.

"저 나무 성채에 잠입을 해야겠어요."

"우리 중에는 몰래 침입할 만한 직업이 없잖아요. 놈들의 직업도 어썌신이라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거에요."

"그럼... 누군가 시선을 끌어 줘야 되겠죠."

그리고 동료들 모두의 시선이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페일 에게로 모였다.

로뮤나가 말했다.

"어쌔신들에게 쉽게 잡히지 않을 정도로 잘 달리고......"

이리엔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대 맞아도 죽지 않아야 해요. 생명력이 낮으면 멀리 유인하지도 못할 테니까요."

수르카는 양심의 가책을  0.3초 정도 느끼며 말했다.

"반격도 틈틈히 가해야겠죠! 어려워도 페일 오빠라면 할 수 있을것 같아요."

페일의 이름이 직접 거론!

화령, 벨로트는 뭐 당연하지 않냐는 입장이었다.

"이럴 떄 페일 님이 있어서 정말 든든해요. 남자라면 이 정도는 해야죠."

"리더십도 있고, 모험에서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정말 매력이......"

페일은 연애 경험은 많지 않지만 주변에 항상 여성들이 있는 편이라 눈치가 빨랐다.

'이런 게 몰아가기구나. 벨로트 님도, 지금 주말 황금 시간대 드라마에서 하던 목소리 톤으로 연기를 하고 있어.'

뭇 남성들은 보통 페일을 부러워하기 마련이었다.

모라타의 선술집에서 가볍게 한잔이라도 하고 있으면 시선들이 그에게로 꽂혔다.

'저런 은하게를 구한 놈.'

'대대로 독립투사 가문일 거야.'

'얼마나 행복할까. 나도 저렇게 인기 있게 살고 싶다. 안되겠지,아마'

정작 질투와 시기를 받는 페일의 입장에서는 좋은 것도 아니었다.

여자들이 먹은 음식 값은 대부분 그가 내야 하며, 복잡한 수다들도 지겨운 내색 하지 않고 들어 줘야 된다.

특히 여자들은 가방 이야기를 할 때에 진지하기 짝이 없었는데, 화령은 아예 한평생 무두질만 하고 살아온 가죽 장인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 이론은 대학교수 수준이었다.

여자들과 같이 다녀 봐야 맨날 심부름에 잔소리를 들으며 지낸다.

페일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건 어쌔신들을 유인해야 하는 위험한 임무에 메이런도 남자 친구인 자신을 추천했다는 것이다.

"무사히 살아 돌아오시리라 믿어요."

메이런도 레인저로서 직업이 거의 비슷해서 임무를 맡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페일이 대신 가 주기를 바랐다.

또 다른 남자인 제피는 평소의 화려한 언변은 다 어디다 치웠는지 조용히 물만 마셨다.

낚시꾼은 아무래도 생명력은 굉장히 높지만 이동속도가 느려서 적들을 유인하며 도망치는 역할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제피는 어썌신들과의 전투에 정면으로 나서서 몸으로 때워야 하는 임무도 갖고 있었다.

그를 향해서 응원을 보내는 귓속말들.

-멀리 데려가. 이 근처에 있으면 우리가 위험하니까!

-잘하리라 믿어요.

-멋진 모습 보여주세요

여자들로부터 아무리 응원을 받거나 칭찬을 들어도 그건 그때뿐이란 걸 페일은 몸으로 절절히 깨닫고 있었다.

예쁜 여자들 사이에서 불행한 남자 페일!

하지만 혼자가 되고 나니 그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회귀 화살"

페일은 산을 달리면서 앞으로 화살을 쏘았다. 정면으로 쭉 날아가던 화살은 방향을 정반대로 바꾸어서 되돌아왔다.

페일의 귀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화살은 뒤쫓고 있던 어썌신의 가슴에 꽂혔다.

"캬악!"

피부가 푸른 종족이라서 비명 소리도 인간과 약간 달랐다.

페일은 달리면서 등 뒤의 화살통에서 화살 5개를 꺼내 한꺼번에 시위에 장전했다. 화살을 끼우는 것은 수없이 많이

반복적으로 경험했던 일이라 어려울 것은 없었다.

그리고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로만 긴장했다.

'나 정도의 위기는 아무것도 아니야. 위드 님은 매번 바늘 구멍 같은 생사의 갈림길을 넘잖아. 조금 많이 위험한 정도는 헤쳐

나가 봐야지.'

모진 놈 옆에 있다 보니 간도 커졌다.

"분산 사격!"

페일이 번개처럼 뒤돌아서며 어쌔신들이 있는 방향으로 화살을 쐇다.

20여 개로 늘어난 화살들이 어썌신들을 덮쳤다.

"케엣!"

"꽥!"

비명 ㅅ리를 들으면서 페일은 다시 달렸다

독을 바른 단검, 사슬낫, 독화살 같은 것들이 날아와서 아슬아슬하게 뒤쪽에 틀어 박혔다.

페일은 풀숲과 나무들을 장애물 삼아서 도주했다. 속도뿐만 아니라 순간적인 판단이 매우 중요했다.

'놈들은 그냥 단순하게 추격해 오지않아.'

10명이 넘는 어썌신들이 중간에 다른 곳으로 빠졌다.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리라.

'왼쪽, 오른쪽? 왼쪽이다.'

페일은 짧은 순간 지형을 분석하고 예감을 믿었다.

전투와 모험을 하면서 쌓아 온 감각이 즉흥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했다.

나무 위에서 어쌔신이 뛰어내리면서 단검을 찔러왔다.

"크힛,인간, 죽음이다."

페일은 활대로 막고 한 걸음 물러서면서 바로 머리에 화살을 쐇다.

"그건 네 얘기야!"

바로 코앞에서 어썌신을 처치!

궁수는 근접전에 약하다는 인식이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대체로 활 외에도 비상용을 무기를 하나 정도 더 다루긴 한다. 엘프들은 타고난 지혜덕에 정령술이나 마법을 익히지만

인간들은 대부분 단검을 선택한다.

하지만 궁수는 힘에 스탯을 많이 투자하지 못해서 단검의 위력은 많이 낮은 편이었다. 위드처럼 힘이나 민첩성에 무지막지한

스탯을 가지고 있는 쪽이 비정상적인 것이다.

그래서 사냥을 하면서도 가급적이면 화살로 쏘아서 이길 수 있는 유리한 거리를 항상 유지하도록 한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단검을

드는 상황 자체가 전투 실패로 간주되는 것이다.

레벨이 더 오르더라도 단검술 스킬들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고, 몬스터에게 맞아서 맷집이나 방어력으로 버텨야 하는 경우도 드물다.

근접전이 벌어지게 되면 고레벨 궁수들도 허무하게 무너지는 이유였다.

페일은 몬스터들 근처에서도 빨리 달리면서 화살을 쏘는 연습을 많이 했다. 떨지 않고 차분히 준비하면 한 번씩의 기회는 있다.

그리고 몬스터의 공격도, 광역 스킬 같은 걸 쓰지 않는다면 잘 보고 최대한 비껴서 맞으려고 한다.

위드의 전투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보면 왠지 안전하고 편안한 곳에서 활시위만 당기는 것은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그동안 제대로 한사람의 몫을 다하기 위해서 노력해 온 결실이 나타나고 있었다. 다른 궁수들은 엄두도 낼 수없는 냉정한 움직임이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로 쏘아져 나가는 화살!

갑자기 휘어지고 솟구치면서 어쌔신들이 매복해 있는 지역에 작렬했다.

"크엑!"

밀려난 어쌔신이 부상을 무릅쓰고 덤벼 오려고 하는데 다시 화살이 가슴에 작렬했다.

"잘 가라."

페일은 잡템까지도 정확히 챙겨서 다시 도주해다.

몬스터나 적을 죽이고 나서 아이템을 회수하지 않는 건 낭비 중의 낭비라고 느낀 탓이었다.

사실 레벨이 오를수록 잡템이 살림에 크게 보탬이 되지는 않지만, 가끔 퀘스트를 하면서 도움이 된 적도 있다.

'이쪽이 활로가 맞는 것 같아.'

2명의 어썌신이 기습을 해 왔지만 페일은 스스로의 판단을 믿었다.

포위망이 완벽하게 구성되고 있었다면 어썌신들은 성격상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기다렸을 것이다.어딘가 조급하게 덤벼오는

모습들이, 채 준비가 안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페일은 어썌신들에게 포위당하지 않고 있었다.

"스물하나,스물둘,스물셋!"

추격해오는 어쌔신들을 화살로 차례차례제압!

어쌔신들이 숨어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수풀과 나무 뒤에는 먼저 화살을 쐈다.

"관통화살!"

"크욱!"

화살이 두꺼운 나무를 꿰뚫고 지나갔는데 신음소리가 났다.

고레벨 궁수가 작정하고 제대로 쏜 화살을 이 거리에서 맞는다면 치명타였다. 비슷한 레벨에 방어구가 좋은 기사정도 라면

몇 발쯤은 버틸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생명력이 크게 떨어진다.

"감속화살!"

대장급 어썌신에게는 목표의 속도를 늦추는 화살을 연속으로 쏘았다.

방어력보다는 은닉에 관심이 많은 어쌔신들은 살아님기 힘들었다.

"연속화살!"

멀리서 달려오는 어쌔신들을 발견하면 회피 동작까지도 예측하고, 그다음 공격들도 이어 나가며 제압했다.

페일은 탁 트인 평원이 아니라 이 숲에서 활 하느를 들고 어쌔신들을 몰아내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뒤로 도망치지 않고 이리저리 녀석을들 유인하면서 싸웠다.

어쌔신들의 공격이란 한 번만 허용하더라도 죽음에 이를 수있다. 당장 가진 생명럭으로 잠깐 버티기야 하겠지만

지독한 독에 의해서 출혈이 심해지거나 환각, 마비에 시달려서 결국엔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위험하고 중요한 순간이기에 심장이 거세게 뛴다.

그럴수록 더 냉정해지고 차분해져서 실수도 하지 않으며 대범하게 어썌신들을 처리!

순간적이지만 페일의 분위기는 작은 산에서 느껴지는 것 만 같은 단단함이었다.

띠링!

-할메른 산의 어쌔신 추격대가 전멸해습니다.

 어썌신 63명을 활로 처치했습니다.

 화살 적중률 49.7%

 치명적인 공격 52회

 일격 필살 24명

 어떠한 도움도 없이 기적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어쌔신들을 처치하여 큰 전투 명성을 날리게 됩니다.

 호칭 '할메른 산의 사냥꾼'을 얻었습니다.

 신속하고 정확한 사냥으로 민첩이1 높아집니다.

페일은 승리를 거두자마자 어쌔신의 성채가 있던 장소로 뛰어갔다.

"이런 큰일이 없어야 할 텐데."

기쁨을 만끽할 틈도 없이, 다른 동료들이 위험에 빠졌으면 구원을 해 주기 위해서였다.

다행이 성채의 외곽에 있던 어썌신들은 대부분 페일을 뒤쫓다가 사망했고, 동료들은 무사히 안으로 들어가서 단서 아이반슈타인의 비밀

기록을 구해냈다. 할메른 산을 장악하고 순찰하고 있는 어썌신의 본거지에 무언가 있을 거라는 예측이 사실로 맞아 떨어진 셈이다.

로뮤나가 페일을 보더니 귀신을 본 것처럼 눈을 크게 떳다.

"어 살아 있었네!"

"그게......"

"죽은 줄로만 알았어."

"어떻게 살아온 거야?"

애초에 죽을 위험이 가득한 역할을 맡긴 것이 잘못이 아니냐고 따져 보고 싶기도 했지만, 동료들도 할 말은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나 많은 어썌신들이 페일의 뒤를 쫓아갈 줄은 몰라 당황했다고 했다.

그러나 페일과 어썌신들이 순식간에 너무 빨리 멀어졌고, 그 속도를 쫓아갈 수 있는 건 메이런 정도뿐.

어썌신들은 추격하다 보면 오히려 놈들이 메이런을 발견하고 한꺼번에 덤벼들어서 완벽하게 일을 그르칠 수도 있기에 당시에는

빤히 보면서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제피가 다가와서 신가하드는 듯이 물었다.

"따라가던 어쌔신들을 설마 혼자서 다 처리하신 겁니까?"

"그랬죠"

페일은 이제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고 동료들에게 자랑도 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다소 스릴만점의 위기가 있었지만 무난히 잘 넘겼고 대단한 경험도 쌓았다면 괜찮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언니는 예약 몇 번쨰에요?"

"한정판 나왔다는 소식 듣고 바로 걸어 놨는데 그래도 37번이야 . 올가을은 되서야 싸넬가방을 들 수 있을것 같아."

"완전부럽다. 전71번인데."

화령과 벨로트는 진지하게 대화중이었다.

그녀들에게는 처으무터 별로 기대할 것도 없었다.

가수와 배우가 가방과 구두에만 신경을 쓰면서 어떻게 작품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녀들에게는 그게 활력의 원천이라는데

어쩔 것인가. 연예인에게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부분이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보니 이해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로뮤나와 수르카, 이리엔에게 기대어 봐야 했다. 

"나보다 잘 싸우네.완전 운이야. 짜증 나"

"위험한 일이 생기면 다음에 또 부탁해요."

"휴우, 이러면 안되는건 알지만 사제로서 할 일이 없으니 서운하네요."

"......"

그래도 최후의 보루,여자친구인 메이런이 있지 않은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메이런은 염려스러운 눈빛으로 페일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내가 다치진 않았다 걱정하는구나. 역시......"

페일은 감격에 푹 빠졌다.

"어디 숨겨놓은거 없어요?"

"없는데요"

"혼자 좋은 아이템 장비하고 치ㅏ게헤 말 안 해주는거 아니죠?"

"......"

인생 혼자라는 말이 절실하게 실감나는 페일이었다.

서정적이고 잔잔하게 시작된 위드의 모험방송!

각 방ㅅ공국들은 연일 특집 방송을 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둘째날에는 바다신의 세력을 피해 중앙 대륙을 횡단하여 도망을 다니다가 서윤이 사로잡히고 포르투 왕성에서 구출을 하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방송국들은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배경음악도 깔아주고, 자막과 특수 효과도 화려하게 넣어줬다.

-아...완전히 한편의 드라마네요.

-힘이 없어도 사랑이 있으면 이렇게 해낼 수 있죠. 그대로 정말 아슬아슬 했네요

-위드랑 힐데른 역할의 여자는 포탈을 통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그게 내일방송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죠.

-노들레와 힐데른의 이야기에 이렇게 깊은 사연이 있었을 줄은 몰랐어요.

각 게시판마다 위드의 모험과 관련된 이야기들 외에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위드의 골수팬들은 다소 따분하게 보았다.

로맨틱한 분위기, 바다, 무너지는 성에서의 구출.

"지겨워.지긋지긋해."

위드라고 하면 거대한 규모의 전투에서의 눈부신 활약, 불가능함을 극복하는 짜릿한 모험이 좋았다.

-여자와 돌아다니다니 실망입니다. 나태해졌군요. 모험에서의 박진감도 많이 무뎌졌어요. 성에서의 구출은 나름 흥미로워서

시간 가는줄 모르기는 했지만요.

-위드의 전투 장면을 못 보니 영 성이 차질 않는군요. 도망이나 다니고, 피하기 급급한 모습을 볼 줄이야.

-이렇게 하찮고 나약한 모습을 보길 원했던 게 아닙니다.

-위드를 도와주던 남자는 누구인가요?

-아마 검술 마스터로 보입니다

-인맥이 대단하긴 하군요

로열로드에서의 위드의 골수팬들은 모험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었다.

북부에서 시작하여 풀죽신교에 막 가입한 초보자들이라도 모험과 연관된 지식만큼은 깊디깊은 경우가 많다.

전형적으로, 머리와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는 케이스!

위드가 한 모험들이라면 수십번씩 본 그들에게 있어서는 아무튼 조금 식상하고 실망이었다. 물론 팬으로서는 여전히

좋아하지만,이번 모험에 대한 만족도는 지극히 낮았다.

-우리가 보고싶었던 모습은 이런게 아니란 말입니다.

-날짜가 남았습니다. 이제 고작 이틀쨰이니 좀 더 기다려 봅시다.

-사막의 도시들, 중앙 대륙의 도시 파괴. 이게 다 모험의 영향일텐데 왜 빨리 보여주지 않는 것인지 원망스럽군요.

-풀죽,풀죽,풀죽!

닷새간의 방송일정.

시청자들은 애를 태우면서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

방송이 진행되고 있는 이틀째는 일요일이었다. 그날 저녁에 각 방송국들은 시청률이 가장 높은 저녁 8시를 맞춰서 동시에 다음 날 예고를

띄웠다.

사막을 배경으로 위드가 서윤과 함께 힙겹게 걸어가는 장면.

시청자들은 여기까지의, 영상을 보고 내일도 고난이 가득찬 사막 행군이 이어지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뭐,중간에 죽진않았겠죠. 방송이 닷새끼자 이어지기로 했으니까 말입니다.

-위드라면 잘 버텨냈겠죠.

-아 저래서 사막으로 갔구나.

-별별 곳을 다 다니네요. 저라면 진짜 퀘스트고 뭐고 다 포기했을듯. 무슨 보상을 받으려고 이렇게 고생을 하나요

-오늘은 8시라면 조금 일찍 끝나는거 아님? 저녁 약속까지 포기하고 다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라, 그러고보니 일찍 끝나네요. 방송 편성표엔 저녁 12시 까지로 되어 있는데요.

시청자들의 의견도 평범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위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계 퀘스트의 장면들이 처음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위드 그 위대한 모험의 시작.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위드가 로디움의 조각사 길드로 가서 퀘스트를 받는 장면.

별의 눈물이 은은하게 빛나는 장소에서 노인과 대화를 나눈다

"어서오시게. 별의 눈물이 반기는 것을 보니 빛의 조각술을 깨달은 분이 오셨군."

"찬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왔습니다."

"로디움이 존재하고 나서 수백 년, 드디어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이 나타났구려."

-뭐,뭐지?느닷없이 보통 분위기가 아닌데요.

-어라, 찬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 이건 무슨 스킬을 배우려는 것 같은데요.

-조각술?위드가 익히지 못한 조각술도 있어요?

-비기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하게 갖고 있었잖아요. 재앙하고 부하 만드는거, 그리고 여러 종족으로 변신하는 것도 있던데.

모험가들, 그리고 열성 팬들은 갑자기 잠에서 확 깨어난 것 같았다.

체감온도 영하40도 정도의 찬물을 뒤집어쓴 것같은 기분!

어떤 방송국을 보더라도 똑같은 영상이 나오고 있었기에 그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방송국들이 다 연합해서 똑같은 장면을 틀어주고 있어요. 갑자기 완전 짜릿한 느낌.

-위드니까 보통 모험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대체 뭘까요.

-그냥 재밌다고 쭉 지켜보고 있었는데... 연계 퀘스트가 좀 길고 위험하다고만 생각을 했지요. 근데 이거 뭔가 있을법한 분위기 인데요!

-정말 장난 아님. 긴장돼서 계란후라이도 못뒤집고 있음.

위드와 노인의 대화가 이어졌다.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정말 듣고 싶으시오?"

"물론입니다."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해 듣고 나면 그것에 빠져서 예전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라오. 그래도 좋겠소?"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이것은 단지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이야기일 뿐.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졌으니 설화라든가 조각술의 전설이라고 해도 좋을테지.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오. 믿는 사람도 거의 없는 이야기지."

-지금 이게 노들레와 힐데른,그리고 사막까지도 이어졌다면 엄청난 난이도의 퀘스트가 분명합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대 서사시라고 볼수 있겠네요.

-지금 위드님이 벌새로 변신해서 대륙을 날아다니는 장면이 나왔어요.

-뭘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두근거리기도 처음인듯.

-아,맞다! 저번에 위드가 대 재앙을 일으키고 다녔잖아요. 그것도 이 퀘스트와 연관이 있을까요?

-도대체 이 퀘스트가 어떻게 이어지는 거에요?상상이 안 가는데.

폭풍속에서 빛의 검을 익히고, 자연의 조각품을 만들기까지 한다.

위드의 모험이 초반부부터 방송될수록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갔다.

노들레와 힐데른은 그냥 중간에 얻어서 적당한 보상을 받고 끝나는 모험 아니었던가. 조각사 길드에서부터 이어진 것이라면 도대체 그 스케일이란!

어느 집에서도 채널을 돌리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분위기였다.

위드의 열성 팬들이 따로 대화하는 공간에는 반성의 글들이 계속 올라왔다.

-제 신앙심이 부족하였나이다.풀죽!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이것이 위드의 모험일지어다.

-오크 카리취의 그 포스가 다시 나타날 것인가. 혹은 그 이상일까!

-찬란한 아름다움의 표현법.스킬 같은데요.위드가 조각술을 얻는다, 이거 스킬의 비기?

-스킬의 비기들은 대부분 마스터에게 전수받거나 혹은 모험을 통해서 바로 습득하잖아요.

-스킬의 비가얻기가 엄청 어렵고 힘들긴 하지만 이정도로 긴 모험이 계속 이어지게 되나요? 이러면 아무도 얻을 수가 없을 듯.

-저는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 정도네요.인생을 송두리쨰 바쳐야 하는 정도 아님?

-방송국에서 아직 이야기는 해 주지 않았지만 위드의 일정을 살펴보면 이후에 간 곳이 로드릭의 미궁인데, 여기 한 곳만 해도 불가해의

던전입니다. 들어가면 반 죽는 장소죠.

-로드릭 미궁이 퀘스트 중간에 징검다리 역할로 끼었다면 이건 말이 안 돼요.

-워낙 노가다가 심한 분야가 조각술이니 그럴 수고 있으리라고 보지만,아무래도 이상하긴 해요.

-노인과의 대화도 이해가 안돼요 되돌릴 수 없다? 그리고 실현 가능성을 따지고, 조각술의 전설이라뇨?

열성 팬 게시판, 모험가 게시판,고레벨 유저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모두의 위드의 모험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로열로드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섣불리 꺼내기 힘든 단어가 나오고 말았다.

-이거 느낌이 최후의비기?

-조각술 최후의 비기요?

-말도 안 됨!

-누가 그런걸 얻어요 푸하하하하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근데 최후의 비기를 얻으려면 관련 직업의 다른 비기들을 먼저 다 모아야되는데... 확률적으로 불가능.

-과거의 역사가 바뀌고 미궁을 파해하고... 퀘스트 내용이나 난이도로 보니 가능성 있겠는데요?

-왜 말이 안돼요? 위드잖아요!

몇곳에서 조각술 최후의 비기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그에 대한 내용이 각 커뮤니티마다 급속하게 퍼져 나갔다.

-진짜 최후의 비기 퀘스트에요?

-완전 최고다.

-아...현기증 나려고 그래요

-역시 위드,과연 위드,배 아픈 위드!

-앞으로 어디서 위드의 모험담이 들리지 않으면 더 긴장해야 되겠군요. 이런 엄청난 모험을 진행하고 있었을 줄이야.

-아직 최후의 비기를 얻는 게 확실하지도 않습니다. 유언비어일 뿐인데,너무 앞서 가시네요!

-위드가 최후의 비기 퀘스트를 한다면.... 모험만으로도 대단한데 정말 성공을 해버린다면 어찌될까요?

-천상천하유아독존?

-에이,설마요......

-무슨 스킬인지도 모르는 판에 정말 너무 앞서들 가시는 듯.

-쉽진않을거에요.실패할게 뻔해요

-위드가 한 모험중에서 쉬운건 뭐가 있는데요? 지금 어제오늘 방송한 것도 위드니까 납득하고 받아들이는거지,우리가 저런 모험을 해야된다고

생각을 해 봐요.누가 성공할 수있겠어요?

-부러움.그래도 성공하길 바람.

게시판은 최후의 비기에 대한 이야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위드를 찬양하는 사람, 최후의 비기에 대한 추측을 하는 사람, 불신하는 사람,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까지 아주 다양했다.

그리고 저녁9시가 되는 순간, 방송국들이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발표를 했다.

"위드의 모험에 대하여 많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데요, 오주완씨 어떤 퀘스트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예.시청자 게시판을 통해서 퀘스트 내용을 보다 상세히 알려 달라는 요구들이 빗발치고 있는데요. 잠시만요, 저도 방금 방송국에서 쪽지를

받았습니다."

신혜민과 오주완이 진행하는 베르사 대륙 이야기. 가장 많은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방송이었다.

쪽지를 펼쳐 보던 오주완의 얼굴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다.

위드의 모험은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얻기위한 장대한 연계 퀘스트임. 차후 방송될 내용은,아직 진행중이지만 전쟁의 시대에서 엠비뉴 교단의

군대와의 전면 전쟁,총본영 파괴로 이어지게 될 듯. 그리고 혼돈의 드래곤도 사냥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

수많은 시청자들이 자기 표정만 보고 있을 걸 알변서도 오주완의 창백한 얼굴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해설자인 그도 위드의 모험이 조각술 최후의 비기라는 사실을 미리 알진 못했다.

게다가 엠비뉴 교단과의 전면전에,진짜 드래곤이 나타나게 되는 퀘스트가 이어지게 될 줄이야.

로열 로드의 해설자로서 어디 꿈엔들 상상했을 내용이던가.

"어떤 내용이에요?시청자 여러분도 그렇고 저도 궁금한데, 빨리 읽어주셔야 될 것 같아요."

오주완은 신혜민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위드와 친분이 있었으니 미리 알고 있었으리라.가끔씩 여자들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음...그러니까 시청자분들이 매우 궁금해하시는 내용이 이 쪽지에 담겨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릴까요? 아니면 길게......"

"지금 오주완씨의 안티 팬들이 팬들이 100만 명씩 생기고 있을 것 같은데요?"

"빨리 발표를 해야 겠군요. 현재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며 모험가인 위드가 진행하고 있는 퀘스트는 조각술 최후의 비기가 맞습니다.

그리고 엠비뉴 교단과 제대로 붙을 예정이며,혼돈의 드래곤도 사냥할 거라네요."

신혜민이 어느새 오주완도 방송인이 다 되었다면서 가볍게 웃었다.

"어머 농담이시죠?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그런 농담을 하시다니,시청자 분들이 정말 오주완씨에 대해 악플을 달지도 모르겠는데요."

"혹시 신혜민씨도 모르셨나요?"

"네, 저도 자세히는 몰랐어요. 앗,정말이에요?"

"완벽한 사실입니다."

신혜민도 숨을 큭 들이마셔야 할 정도로 놀랐다.

위드의 모험이 조각술 최후의 비기라는 사실은 미리부터 알고 있었지만,엠비뉴 교단과 제대로 한판 붙을 것이며 혼돈의 드래곤까지 나온다니!

현재 대륙에서도 엠비뉴 교단의 성세는 대단핟.

그들은 매일 빠르게 주민들 사이에서 세력을 확대해 가고 있었다.

유저들의 활동 역역은 줄어들고 있었으며, 대낮에도 광신도들과 엠비뉴에 의해 변형된 괴물들이 활보하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비록 전쟁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 엠비뉴 교단을 격파하고 혼돈의 드래곤을 사냥한다니!

'끝..내주네.'

그녀가 잘못 알고 있었지만 전쟁의 시대이니만큼 엠비뉴 교단의 세력도 더 대단하고 막강했다.

신혜민의 충격 못지않게 시청자들도 경악과 환희를 참지 못했다.

위드의 모험을 보면서 마음껏 열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위드가 과거로 돌아가서 도시를 파괴하면서 나쁜짓을 저지르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엠비뉴 교단과 싸우려니까 반드시 필요했던 게겠죠. 그거때문인지 조금이나마 엠비뉴 교단의 영향력이 줄어들기도 했어요

-엠비뉴 교단이 위드에게 지면 어떻게되요? 그러면 도시들이 사리지는 것처럼 그냥 없어지나요? 점령 지역들도 정상으로 돌아오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KMC미디어에서 따로 설명을 하고있네요. 원래 역사에서 엠비뉴 교단은 전쟁의 시대에 알려지지않은 전성기를 누렸지만

노들레의 모험으로 큰 피해를 입었답니다. 위드가 그시대로 돌아가서 노들레의 모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서 엠비뉴 교단은 더 위축될

수도 있고 더 폭발적으로 큰 위세를 떨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건 내일 방송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회사원인데 월요일 월차 내야겠습니다.

-저는 여름휴가 당겨서 쓰려고요. 앞으로 사흘간은 텔레비젼 앞을 떠나지 않을 거에요.,

-아...계속 위드의 모험을 밤새고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이게계속 이어져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니 로열로드가 미치도록 하고 싶은거 있죠.

그리고 아쉬움의 게시물들!

-난 맨날 가축이나 키우고있는데 이런 살 떨리는 모험은 대체 언제쯤 하게 될까.

-저는 설거지 하고있는데요 하루당 일당 1실버임.

-말똥 치우고 있음

-토끼한테 세번을 맞아죽었음. 토끼한테 이렇게 많이 맞아 죽은사람은 이 도시에서 제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비밀인데요, 톳쿵 님은 일곱번 죽었어요. 그래도 모험 잘하고 사니까 희망을 가지세요

-풀죽신교 독버섯죽의 톳쿵님요? 그분 어제는 언덕에서 풀 뽑다가 염소한테 죽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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