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6권 : 3) 최고의 제물 (232/520)

3) 최고의 제물

하벤 제국의 정복 지역에서는 매일 피바람이 불었다.

"엠비뉴! 엠비뉴를 따르라. 이 세계는 완전히 타락했다. 무너지고 파괴해서 사라져야만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

거리마다 엠비뉴 교단의 신봉자들이 나타나서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포교 활동을 했다.

제국의 치안이 좋지 않고 불만도가 높은 만큰 주민들 중에도 금세 빠지는 자들이 나타났다.

"엠비뉴 신이여, 저를 받아 주소서."

"어서 오시게. 그대가 우리의 동료가 된 것ㅇ르 환영하는바...커어억!"

하벤 제국의 암살자들이 돌아다니면서 엠비뉴의 신봉자들을 처치!

그러나 제국의 영역을 배회하는 엠비뉴의 종교재판관들과 암흑 기사들은 여전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과거에는 다른 왕국들을 피폐하게 했던 엠비뉴가 이제는 하벤 제국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물감은 가져왔지?"

"응. 아쪽 벽을 완전히 다 칠해 버리자."

"아침까지밖에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해."

"당연하지."

몬테리움 성에서는 화가들이 그들만의 저항운동을 했다.

하벤 제국의 전쟁이나 통치에 대한 비난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경비병에게 들키지 않고 그림을 완성해 내면 스킬 숙련도도 많이 오르고, 특히 명성과 영향력이 높아진다.

다만 하벤 제국에서는 악명도 올라서, 황실에서 개최하는 그림 대회에 참가하거나 중요한 직위에 오를 수는 없게 된다.

"저쪽이다!"

"에잇, 벌써 들켰다."

"빨리 가자. 물감 챙길 시간 없어."

"저게 내 전 재산인데...."

초보 화가들은 필사적으로 도망을 쳤다.

하벤 제국의 치안대가 그들의 뒤를 쫓으면서 소동이 크게일어났지만, 유저들과 주민들은 외면하였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도 했거니와 괜히 끼어들어서 헤르메스 길드의 보복을 받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 대륙 완전 정복을 눈앞에 둔 헤르메스 길드에 밉보여서는 편하게 살아가기 힘들었다.

"아, 막다른 길이야."

화가들은 복잡한 골목길을 통해 도망치려고 했지만 막혀 있는 곳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후후, 오늘도 제법 피 맛을 보겠군."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 로베르토는 학살자라는 직업을 가졌다.

사실 이미지가 좋은 직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장점이 있었다.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적을 상대로 싸울 때 힘이 굉장히 강해지며 전투력이 오른다.

레벨이 훨씬 높은 적에게는 반대로 제대로 맥을 못 추지만, 터무니 없이 약한 이들을 죽여도 경험치를 제법 많이 얻었다.

하벤 제국에 빌붙어서 유저들을 박해하기에는 정말 좋은 직업!

"하벤 제국의 개!"

"하필 로베르토 저놈한테 걸리다니 재수도 없네."

"잘됐군. 여성 초보들을 죽일 때가 가장 재미...컥!"

로베르토가 갑자기 쓰러지더니 회색빛으로 변했다.

"어?"

"적인가?"

치안대 병사들은 고개를 두리번거리고만 있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것이다.

화가들 역시 눈 깜짝할 사이에 시커먼 것이 스쳐 지나간다싶었는데 로베르토가 쓰러져서 사망하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달이 구름에 가리면서 골목길 안이 조금 어두워 졌다.

"욱!"

"악!"

"꽥!"

연달아 비명이 들려오고 나서 사위가 조용해졌다.

두려움에 떨던 화가들이 비틀비틀 일어났을 대에는 거리에 시커먼 로브를 착용한 사람 1명만이 서 있었다.

훨칠하니 큰 키에 조각 같은 외모. 단검이라기보다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제사 도구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목소리까지도 맑고 나직하니 좋았다.

"네, 저희는 다친 곳은 없어요. 혹시 저희를 구해 주신 건가요?"

"그저 지나가다가 눈에 띄길래 조금 거들었습니다."

"와, 고맙습니다. 그래도 조심하셔야 되요. 헤르메스 길드가 알면 큰일인데요!"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만 저는 헤르메스 길드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부근 하벤 제국의 치안대는 제가 모두 해치웠으니 원하시는 대로 그림을 그리셔도 될 겁니다. 그럼 이만, 좋은 밤 되시길."

어쩌면 이렇게도 뭇 여심을 울리는 행동만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사내가 서서히 돌아서려고 하는데 화가 하나가 간절하게 말했다.

"실례가 아니라면 친구 등록을 할 수 있을가요?"

"그건...."

"저희가 레벨이 낮아서 싫으신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조금 복잡한 사정이 있을 뿐입니다. 제 이름은 양...."

"예?"

"휴우, 아무것도 아닙니다.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다시 뵙게 되겠죠."

사내는 서둘러 어둠 속으로 걸어가싿.

어찌나 빨리 이동을 하는지, 화가들이 바로 따라갔는데도 이미 사라져 버린 후였다.

"완전 멋있다. 바람처럼 떠나 버리는 것도 정의의 사도같아."

사내는 몬테리움 성에서 하벤 제국의 기사들과 엠비뉴 교단의 종교재판관 등을 닥치는 대로 족족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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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재판관 브룩쉴더가 살망했습니다.

엠비뉴의 강제 포교 활동에 지장이 생깁니다.

임시로 치안이 3회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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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벤 제국의 기사 롱라더가 영문을 알 수 ㅇ벗이 죽엇습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의문은 남지만 이유를 밝혀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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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리움 성 유저들의 메시지 창이 계속 울렸다.

"습격이다!"

하벤 제국에서도 뒤늦게 비상령이 내려져서 기사들이 대비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성 내부에 있는 기사들과 귀족들조차도 귀신처럼 암살당한다. 거리를 돌아다니던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도 어디선가 날아온 활, 단검, 독침 그리고 땅에서 솟아나는 함정들에 의하여 사망!

암살자란 직업은 뚜렷한 흔적을 남기거나 다른 이에게 발각되지 않는 한, 최소한의 페널티로 살인을 할 수 있었다.

더구나 악명이 높은 유저들을 처리하고 나면 얻게 되는 전리품이나 명성, 경험치도 몬스터와는 비교가 안 되었다.

하벤 제국의 암살단도 대거 활동하고 있었지만, 사내에게는 그저 어린이들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아서 그들도 손쉽게 제거했다.

"암살자의 칼날의 정의롭게 쓸 수도 있군. 헤르메스 길드는 나쁜 짓을 ㅁ낳이 했으니 양심의 가책도 없어서 좋아."

사내는 하벤 제국의 여러 도시들을 돌아다니면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 죽을을  내렸다.

"죽음의 선포에 대해서 아는가? 밤이 오면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몰려온다는군. 악인들이 밤을 무서워하게 되었다네."

"검은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면 시체가 생겨. 어두운 곳, 글늘진 곳에 가기가 무서워졌지."

"깔끔한 솜씨를 보니 몬토냐의 그 암살자가 떠오르는군."

"아, 그 죽음을 몰고 오는 그림자 양념게장 말인가?"

하벤 제국 내에서 활약을 하는 건 양념게장만이 아니었다. 스타이너는 이제 수많은 도둑들을 거느린 산적 연맹의 대표가 되었다.

"두목, 제국 놈들이 몰려옵니다."

"그래?이번 근거지는 버린다. 하지만 놈들에게 괴롭힘은 줘야 되겠지. 투석 공격을 실시하고 산에 불을 질러라!"

"옛!"

주인 없이 비어 있는 하벤 제국의 산맥들을 장악해 가면서 영토를 넓혀 나갔다.

산맥 장악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몬스터들이 성채를 지어 놓고 있으면 산적 떼를 데리고 빼앗아야 한다. 그리고 성벽을 더 두껍게 쌓아서 산적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시설도 지어야 했다.

산적들은 병사나 기사 들과는 다르게 최고 수준으로의 성장이 느리고, 훈련도도 잘 늘어나지 않았다. 조금만 살기 어려워져도 이탈하는 자들이 속출했으니 나름 관리가 쉽진 않았다.

제국군이 토벌을 하려고 오면 도망을 다니는 신세였지만, 새로운 터전으로 이전하면 한동안 산적질을 하기에는 더 좋았다.

상인들도 털고, 제국의 수도로 향하는 세금 마차들을 습격하면 엄청난 재물을 얻어 냈다.

"인생 두 번 사는 거 아니지. 한 번 사는 만큼 나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 돼. 우하하하하!"

헤르메스 길드의 척살령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했지만 스타이너는 통쾌하게 웃으면서 산적질을 했다.

"역시 사과는 아삭한 것이 제맛이지. 어, 내가 먹고 있던 과일이 왜 없어졌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분명히 손에 들고 있었는데 없어졌어!"

보물을 찾아서 세상을 돌아다니는 도둑 잭슨도 하벤 제국으로 왔다.

'내가 온 이유는 여기서 꼭 훔쳐야 될 게 있어서지. 가장 진귀한 보물은 나의 것이 될 것이다.'

명문 길드들이 몰락함녀서 중앙 대륙에는 상당한 전력의 공백 지역이 나타났다.

하벤 제국의 승승장구 이후로 이렇게 개인적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유저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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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붉은 칼 부대의 병사들이 잔인무도한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엠비뉴의 광신도 일부가 범죄행위에 가담하였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군대의 총지휘관으로서 악명을 45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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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끼리 난투극이 벌어졌습니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아무 의미도 없이 시작되었던 말다툼이 칼부림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난투극에 참여한 병사들은 420명으로 늘었고, 빨리 수습하지 않는다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병사들의 사기와 기강이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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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레의 시민들이 병사들의 도둑질에 항의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병사들의 범죄행위를 중단시키지 않는다면 폭동으로 번지게 될 것입니다.

도시 치안이 13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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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고들이 귾이지 않고 터져 나왔다.

"어떻게 할까요?"

"에휴, 이것들은 강제로 끌고 왔더니 자꾸 사고만 치네. 광신도들, 이놈들이 특히 문제야."

"적당히 다독일까요?"

"아니, 그냥 다 죽여! 그래도 아까우니까 따로 분류해 놓고 다음 전투에 선봉으로 세우면 되겠지."

어지간한 일은 병사들을 죽이는 것으로 해결!

매사에 이런 식이었지만, 전투가 거듭되면서 병사들은 계속 모집된다.

어마어마한 대군이 모였음에도 부구하고 숙련병들에게 충성심을 심어 주면서 장기적으로 써먹지는 못했다. 군대의 사기와 기강도 엉망이고, 정복한 땅의 관리마저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강제로 징병한 병사들은 약탈을 했으며, 위드에게 투항한 간사한 귀족들은 주민들이 먹을 것까지도 탈탈 털어 냈다.

이런 방식으로는 위드가 대제국을 세우고 나면 불과 1년도 버텨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위드 입장에서는 중앙 대륙에서 한참 분탕질을 치고 엠비뉴 교단과 싸울 때까지만 군대를 유지하면 된다. 게다가 중앙 대륙에 피해를 입히는 건 원하던 바였으니, 병사들이 어떤 나쁜 짓을 하더라도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토리도야."

"네, 주인님."

토리도는 극도로 공손해졌다.

간교하고 얍삽한 성품에서 기인한 정확한 판단으로, 지금의 위드의 무력에 압도당하여 꼬리를 내린 상태였다.

적당히 얕잡아 보던 반 호크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강자가 되었으니 밤의 귀족으로서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지만.

"너도 놀지 말고 부하들을 이끌어라."

"제 뱀파이어 권속들은 이 시대로 오지 못했습니다만."

"날카로운 이빨은 둬서 어디에 쓸래? 밤에 돌아다니다가 병사들 중에서 고향 이야기 꺼내는 녀석들 있으면 피 빨고 부하로 만들어."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향을 떠올리며 감상에 푹 빠지는 병사들은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뱀파이어로 처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도시에 여자들 보이지?"

"예. 젊고 예쁜 처자들이 많은데요."

토리도는 슬며시 눈치를 보았다.

아르펜 왕국에서는 한창때의 아가씨들을 흡혈하는 건 절대 금기였다.

하기야 맨날 퀘스트와 사냥터에만 끌려다니다 보니 흡혈을 하여 부하들을 늘릴 시간도 모자랐다. 오죽하면 그가 그렇게도 공을 들였던 꽃집 프리나를 만날 기회도 없었겠는가.

"여자들도 잡아서 뱀파이어로 만들어."

"나쁜 짓이지 않습니까?"

"들키지만 않으면 돼."

여기가 아르펜 왕국이 아닌 이상 어떤 짓이라도 저지를 수 있다.

어차피 부하로 써먹기에는 엠비뉴의 광신도나 뱀파이어퀸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기왕이면 사막 전사들을 희생시키기보다는 광신도나 주민 들을 바치는 편이 나으리라.

"이 시대를 제패하지 못한다면 어차피 우리 군대는 몰살하고 말겠지."

위드의 침략군은 점점 거센 저항에 직면하고 있었다.

마폰 왕국을 지나 베이너 왕국의 국경을 넘어오고 나니 수비군이 겹겹이 진을 치고 기다렸다. 멀리서 산마다 연기를 피워서 다른 왕국의 군대들도 불러 모았다.

"조금 전의 전투에는 베이너 왕국과 마폰 왕국의 병력이 동시에 보였어."

위드의 군대는 대규모이고 강하지만, 여러 왕국들의 연합공격에 물어뜯겨서 무너질 위험도 높았다.

이 시대의 왕국들은 군사적으로만 놓고 볼 때에는 보통 강대국이 아니었다. 미래의 시간대에 있었다면 유저들이 성과 도시, 왕국 등을 무력으로 장악하기까지 훨씬 오래 걸리게 되었을 정도로 군사력이 막강했다.

"전쟁의 시대의 왕국들은 서로 원한이 깊어서 뭉치지 못하리라고 봤는데, 내가 너무 심하게 침략을 한 건가?"

직간접적으로 도시들만 50개도 넘게 부숴 버리고 나서야 드는 짤막한 후회!

"싸움을 시작한 이상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마폰 왕국과 베이너 왕국을 초토화시킨다는 목표는 어떻게 해서든 달성 한다. 헤스티거!"

"옛!"

"너에게 기병 3만을 준다. 오푸스 성을 공격하고 그 부근 일대를 점령하라. 적들과의 전투느 최대한 피하면서 도시들을 파괴하도록."

"명령을 따릅니다!"

헤스티거가 기병 3만을 데리고 동쪽으로 떠났다.

전략에 따라 버리는 병력!

베이너 왕국에서는 헤스티거의 병력을 내버려 둘 수가 없기 때문에 그보다 몇 배나 되는 군대로 뒤를 쫓아갈 수밖에 없다.

전쟁의 시대에서는 오랜 혼란기를 겪으며 전략자원인 말이 귀하고 비싸졌다.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게 될 테지만, 끊임없는 약탈로 채워 넣었다.

헤스티거가 데리고 간 3만의 기병은 베이너 왕국을 교란하면서 크게 약화시킬 수 있으리라.

"이젠 드디어 저놈을 다시 볼 일이 없겠지. 속이 다 후련하군. 제베커."

"옛!"

"너에게도 비슷한 명령을 내린다. 4만의 병력을 줄 테니 남쪽으로 가라. 우리가 진군해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며 들르지 못했던 주변 도시들을 철저히 부숴라."

"제왕의 말씀을 따릅니다."

4만의 병력이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떠났다.

7만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위드의 군대는 여전히 25만의 대군을 자랑했다.

사막 군단은 이 시대의 왕국들을 상대로 무적에 가까웠다.

공성전이 벌어지면, 제 아무리 철벽의 요새라도 위드가 직접 접근해서 단숨에 성문을 격파하거나 성벽을 통째로 무너뜨려 버렸다.

"내가 노아의 군대를 이끄는 기사 레반후트다!"

"아, 그래?"

싹뚝!

위드가 직속 부하들을 이끌고 돌진해 왕국을 책임지는 기사들만 쏙쏙 골라서 먼저 처리해 버렸으니 지휘 계통이 무너져 버린 적을 쓸어버리는 데에는 대군도 필요하지 않다.

ㄱ누신 아트록의 함성만 터트려도 압도적인 군대의 사기로 승부를 볼 수가 있었다.

정복 전쟁이 지금까지 워낙에 순조롭게 진행이 되다 보니 징병과 항복으로 병력은 계속 늘어나기만 했다. 일부 병력이 빠져나감으로써 이제 남은 군대는 오히려 정예에 가까워졌다.

10만의 언데드 군단 그리고 사막 전사 2만여 명, 7만 명은 패잔병들로 구성되어서 전투 경험도 다양한 이들이었다. 전투 노예들도 6만 가량이 남아서, 구성 면에서는 최적의 비율.

"병력을 더 나눠 진군을 빨리 해서라도 마폰 왕국과 베이너 왕국을 초토화시켜 버려야지. 아주 남김없이, 깨끗하게!"

위드는 베이너 왕국의 수도로 향하며 포로로 붙잡은 수비군으로부터 정보를 들었다.

"피와 생살을 뜯어 먹으며 산다는 사악한 괴물이 너로구나. 너를 토벌하기 위하여 우리 국왕 폐하께서 형제국 마폰 왕국에 도움을 청하셨다. 이제 넌 죽은 목숨이다. 퉤!"

위드와 사막 전사들의 무자비한 악명이 퍼지면서 왕국들도 극도로 경계하게 되었다.

베이너 왕국, 마폰 왕국은 휘하의 동맹국들까지 독촉하여 60만의 병력이란 엄청난 숫자를 만들어 냈다.

위드는 소식을 듣고 나서 더욱 만족스러워했다.

"시시했는데 재미있겠군."

엄청난 속도의 정복 전쟁으로 넓은 따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의 긴장감은 전혀 느껴 보지를 못했다.

어린아이 손목만 연달아 비틀면서 여기까지 온 상황!

위드가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사막의 붉은 칼 군대에 있는 전사들이 압도적인 강함을 자랑했다.

애초부터 사막에서 전사로서의 재능이 가장 뛰어난 자들이 모인 판에, 위드는 그들을 험한 길로만 골라서 이끌었다.

부하들은 스스로 싸워서 살아남으면서 알아서 강해졌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직속 사막 전사들의 평균은 500대에서 600대 후반 정도였다. 제대로 실력은 활짝 꽃피운 이들은 검술의 마스터에 거의 근접했고, 700대 레벨의 강자들도 46명이나 된다.

조각 생명체 부하들에 견주어도 그리 꿀리지 않는 실력이었다.

중앙 대륙에서 상대해 본 기사단도 이들이라면 장난감처럼 다룰 수 있었다. 높은 성벽이나 함정으로도 막을 수 없는 전력인 것이다.

단지 전투에서는 변수가 많았는데, 아무리 뛰어난 전사들이라고 하더라도 지치고 저주에 당해 취약해지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보스급 몬스터들이 사냥당하던 때처럼 집단 마법 공격에 의해서 하나 둘 죽어 나갈수도 있다.

또한 과거에 영웅의 탑에서 상대해 봤던 것처럼 드레이크부대 같은 특별한 병력도 얼마든지 있다.

마폰 왕국과 베이너 왕국도 바보들은 아니라서 어설프게 모여서 싸우려고 하지 않고 아예 압도적인 병력으로 토벌을 하기 위해 오고 있는 것이었다.

"적어도 우리보다 2배 이상의 병력, 그리고 마폰 왕국과 베이너 왕국 최고의 기사단이나 마법사들이 몽땅 모였다면 약간은 싸워 볼 만하겠지. 놈들이 우릴 공격할 준비를 갖출 때까지....엿새 정도는 걸릴 것 같군."

위드는 스스로 일구어 낸 대규모의 군대를 바탕으로 전쟁준비에 착수했다.

대군을 지휘하는 그 맛은 얼마나 짜릿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되겠는가!

또한 그 전투는 엠비뉴 교단의 군대와 싸우기 전에 상당한 연습도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복 전쟁은 서장에 불과하였으며, 이제부터 베르사 대륙의 운명을 건 전투가 거듭되게 되리라.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그래도 설마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끝내고 나서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

위드는 이번 퀘스트를 마치고 나면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당분간 푹 쉬고 싶었다.

"다 잊어버리고 지난번처럼 어디 남해안 같은 곳에 가서 쉬다 오는 거야. 한 일주일 정도....."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 주는 꿀맛 같은 휴가를 원했다.

"음, 근데 남해안이 바가지요금은 심하지 않더라도 비쌌는데. 멀어서 교통비도 많이 나오고."

휴가에 대한 현실적인 고뇌가 이어졌다.

"그냥 로열 로드 내에서 휴가를 보낼까. 요즘에는 그러는 사람도 많다고 하니 그거도 꽤 괜찮겠군. 바닷가에서 낚시를 해서 꽁치나 구워 먹어야지. 그리고 보니 일주일은 좀 너무 긴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서 레벨이나 스탯이 뒤처진 걸 복구하려면 한... 사흘정도?"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사막의 대제왕, 그리고 중앙 대륙을 휘젓고 다닐 정도의 군대를 거느리고 있으며 자기 자신의 무력도 엄청나다.

그러나 원래의 몸과 시간대로 돌아가게 되면 레벨도 400대에, 헤르메스 길드에 쫓겨 다니는 신세였다. 바드레이를 만나면 또 당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사흘도 길어. 으음, 일요일 하루 정도는 푹 쉬어 주야...아냐. 밀린 집안일ㅇ르 하고 나서 저녁에 모라타에서 아무 생각없이 따뜻한 햇볕이나 받으면서 시간을 보내야지."

그리고 3분 후 결심했다.

"열심히 사냥하고, 보상 좋은 퀘스트로 뭐가 있나 알아봐야지. 전쟁의 시대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 앞으론 더 열심히 살아야 돼!"

바드레이는 검을 거두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의 친위대가 로암 길드 잔여 병력의 뒤처리를 하고 있었다.

"사, 살려 줘! 헤르메스 길드의 지배를 받아들이겠다."

"늦었어. 그런 말은 전투 전에 했어야지!"

"커억!"

그들은 별의 도시 에르게를 정복하고 로암 길드의 성을 파괴하고 있었다.

끝까지 항전을 하던 로암 길드는 결국 무참히 몰살을 당하게 되었다.

애당초 헤르메스 길드의 무리한 요구는 그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었다.

-로암 길드가 정복하고 있는 땅과 인간, 상권에 대한 조건 없는 권리 양도.

-로암 길드의 해체.

-로암 길드 소속원은 고향을 떠나서 다른 지역에 정착하여 살아야 함.

하벤 제국의 23만 대군이 별의 도시 에르게를 포위하고 생존을 대가로 제시해 온 조건이었다.

"이런 굴욕을 당하면서 머리를 숙이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다."

로암을 비롯한 이들은 전부 싸움을 택하였고, 이는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에서도 바라던 바였다.

바드레이는 친위대와 압도적인 군대를 동원하여 에르게의 수비군을 몰살시키고 외부 성벽부터 차례대로 부숴 나갔다.

로암 길드의 유저들은 죽음을 알면서도 대항하였지만 바드레이의 힘 앞에서는 결과가 바뀌지 않았다.

자타 공인 무신이라고 불리던 바드레이의 무력은 전쟁을 경험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하벤 제국이 중앙 대륙을 정복해 가면서 그는 숱한 대규모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쉽게 얻기 힘든 전투 경험은 레벨과 스탯을 높여 주었고, 엘프의 숲에서 특별한 능력이 깃든 땅을 장악하면서 신비로운 힘도 얻었다.

통솔력과 카리스마가 월등해진 것은 물론이고, 병사들과 기사들이 알아서 머리를 숙일 정도로 위엄도 높아졌다.

"지금까지 먼 길을 걸어왔다. 앞으로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는 조금의 여정이 남아 있을 뿐이로군."

바드레이는 적들의 대표인 로암을 처리하고 나서는 더는 싸울 의욕을 느끼지 못했다.

친위대와 전투단들이 알아서 뒤처리를 하리라.

경쟁 세력이었떤 로암 길드마저 부수고 나니 지금까지의 길고 길었던 과정들이 한꺼번에 압축되어 떠올랐다.

마법의 대륙을 떠나서 철저한 준비 끝에 로열 로드를 시작 하고 곧바로 헤르메스 길드를 창설했다.

로열 로드의 초창기에는 그야말로 아무 정보도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유저들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밤에 멋모르고 성 밖으로 나갔다가 길을 잃어버리고 헤매다가 죽고 나서 며칠 만에야 간신히 되돌아 오는 경우도 너무나 흔했다.

성문 근처에서 나갈지 말지를 고민하는 유저들의 모습이 일상적이었다.

상인이라는 직업을 가져도, 장거리 교역은 꿈도 못 꾸고 안전한 도시 내에서만 장사를 했다.

도시는 북적였고, 초보 유저들은 미지의 세계에 대하나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바드레이와 헤르메스 길드는 초창기부터 남다른 단결력과 정보력으로 다른 경쟁 세력들보다 앞서서 치고 나갔다.

하벤 왕국의 수도 아렌 성에서 차근차근 길드의 영향력을 쌓아 나갔으며, 바드레이는 모든 종족에서 최강자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숱한 군소 길드와 세력, 성주들이 난립하던 시대.

하벤 왕국을 재빨리 장악하고, 그 여세를 몰아서 미처 준비가 되지 않은 칼라모르 왕국을 점령했다.

패권 동맹을 결성하며 외부 세력들과 줄다리기도 해 나가면서 지금의 단계에 이르렀다.

중앙 대륙, 나아가 베르사 대륙 전체가 그의 지배 아래에 놓일 날이 머지 않았다. 일찍부터 꿈꾸고 준비해 온 영광의 시기가곧 도래하는 것이다.

"대륙을 지배하는 황제라....."

바드레이는 전쟁을 끝내고 나면 세율도 적당한 수준으로 낮춰서 조절하고 유저들을 위한 정책도 많이 세우리라 결심했다. 제국의 기틀을 확고히 다지고 나서 통치로 접어드는 것이다.

바드레이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보이지 않았고, 현재까지 원활하게 진행되어 온 것처럼 앞으로의 계획도 순탄하게 이루어지리라 믿었다.

"위대한 정복자로의 도전이 나 바드레이의 손으로 성취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로암 길드를 박살 내는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방송국들의 취재 경쟁이 벌어지지 않았다.

생방송으로 중계를 하는 방송국도 두 곳밖에 없고, 다른 방송국들에서는 저녁 뉴스로 편집이 되어 나온다고 했다.

이 사실은 바드레이의 자존심을 심하게 긁었다.

방송국들에서는 위드의 모험이 훨씬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었던 탓이다.

헤르메스 길드와 로암 길드의 싸움은 승부가 이미 결정 난 것이나 다름이 없기에 방송국들의 흥미가 높지 않았다. 시청률로 따지더라도, 지긋지긋하게 이어졌던 전투보다는 위드의 모험 쪽이 훨씬 압도적이다.

제니스 미디어라는 유럽의 신생 방송국이 독점 중계를 욕심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헤르메스 길드가 부르는 천문학적인 중계료에 손을 털고 나가 버렸다.

"위드라는, 예정에 없었던 과정이 마지막에 생긴 셈이 되었지."

바드레이는 위드를 만만하게 보진 않았다. 지난번의 승리이후로도 여전히 꺼림칙하게 여기고 있었다.

위드의 모험을 방송을 통해서 지켜보진 않지만 주민들로부터 들을 때가 있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라는 말에,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당황하여 분석실을 통하여 자료 수집에 한창이었다.

위드의 모험이 실패하기를 가장 바라는 이들이 바로 헤르메스 길드!

필요하다면 대규모 타격대라도 보냈겠지만, 먼 과거로 돌아가서 벌이는 모험을 방해할 방법이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화가 나는 것은, 위드의 침략 아래 과거가 뒤틀리면서 하벤 제국이 피래를 입고 있는 상황이었다.

"살기 위해 발악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지. 놈은 반드시 내 손으로 잡는다. 지고 무상한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바치는 최고의 제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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