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시간 조각술
"막아라! 사제들은 신성 마법으로 적을 물리치지 않고 무엇을 하는가!"
"전멸입니다! 모두 죽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지?"
"적들이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와서 암살을 해 버렸습니다.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은화살이 다 떨어졌습니다. 일반 화살은 물론이고 강철 화살도 전혀 먹히지를 않는데 어떻게 할까요?"
"성문, 성문을 막아라앗! 성문이 뚫리면 우린 모두 끝장이야!"
하벤 제국의 도시 레인스타뎀!
교통의 요지이며 질 좋은 포도주가 생산되어, 과거 칼라모르 왕국에 속해 있을 때에는 여러 세력의 쟁탈전 속에서 매일 공성전에 휩싸였다.
그리고 헤르메스 길드가 이끄는 하벤 제국에 의해 점령되고 나서부터는 과중한 세금을 납부하느라 치안이 떨어져서 가끔 저항군의 공격을 받곤 했다.
하지만 보통 저항군 정도야 성벽으로 틀어막고 화살 몇 발 쏘면 알아서 흩어지고, 혹은 기마대를 보내서 싹 소탕해 버리면 끝장이다.
그러나 어비스 나이트 반 호크와 영예로운 제국 기사 출신 둠 나이트 800인의 공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어둠 속에서 침투하여 도시 내를 활보하면서 중요한 인물들을 암살했다.
"주변 도시의 지원은?"
"모릅니다. 연락이 되지 않아요!"
"어떻게 그런 일이……."
길드 채팅이나 귓속말은 대부분 어떠한 경우에라도 통한다.
전쟁에서 화려하고 복잡한 전술을 실행할 수 있는 것도 그러한 신속한 전달 체계에 의해서였다.
하지만 반 호크의 심연에서 솟아 나온 암흑 투기는 모든 종류의 마나를 흩트려 놓아서, 텔레포트나 귓속말 같은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둠 나이트들은 유렁처럼 성벽을 통과하거나 혹은 날개가 달린 것처럼 수십 미터를 뛰어올라서 넘어왔다.
철컹철컹.
성벽 너머에는 반 호크가 어느새 일으킨 녹슨 갑옷을 입은 언데드 부대가 있었다.
레인스타뎀 인근에는 전쟁의 결과물인 원혼들이 가득하다.
그들을 일으켜서 휘하 부대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반 호크의 힘이 워낙 뛰어다나 보니 칼라모르 제국 시절의 원혼에서부터 최근에 사망한 자들의 시체까지 모조리 일어났다.
이전에 이곳에서 죽음을 경험했던 유저들에게는 퀘스트 발동!
『 어비스 나이트 반 호크가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레인스타뎀에서 목숨을 잃은 그대여, 드디어 복수의 칼날을 휘두를 날이 왔다.
언데드가 되어 칼라모르 왕국을 재건하기 위한 전쟁에 참여하겠는가?
퀘스트를 받아들이게 되면 일정 시간 동안 언데드로서 전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죽음을 경험하더라도 어떠한 페널티도 입지 않으며, 언데드 소환에 따라서 즉시, 혹은 나중에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투를 하면서 경험치를 획득 가능합니다. 』
로열 로드의 접속률은 위드의 모험 때문에라도 상당히 높은 상태였다.
"이건 또 뭐지? 퀘스트라면 받아들여 봐야 하나?"
"몰라. 뭔가 재밌을 것도 같은데."
대륙의 각 지역, 심지어 북부에 있던 유저들도 퀘스트를 받아들이는 순간 레인스타뎀의 언데드가 되어서 땅을 파헤치고 일어났다.
자신의 레벨에 맞는 종류의 언데드가 된 유저들은 신기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으우어?"
"크오와아아앗!"
혀가 썩거나 턱이 빠져서 제대로 발음이 되지를 않는다.
사냥을 하다가 죽은 초보들은 냄새가 풀풀 날리고 파리가 들끓는 좀비가 되어서 비틀거리면서 걸었다.
그래도 레벨이 꽤 높아서 데스 나이트 이상으로 일어난 유저들은 몸을 움직이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자유로웠다.
'이게 뭘까?'
'아, 특별해. 아주 특별한 이벤트야. 방송으로 알려질 가능성도 100%라고 할 수 있겠지. 드디어 전투 천재인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오는구나.'
'잘 싸우면 보상이 있겠지? 근데 공성전이네. 그것도 하벤 제국 상대로!'
'흠, 죽음으로써 잃어버릴 게 없다라. 죽으면 스킬 숙련도와 경험치가 감소해서 지금까지 난 항상 소극적이었지. 던전 사냥에서도 뒤에서 눈치만 보다가 뻑하면 욕을 얻어먹었고. 좋아, 해보자. 다 죽었어!'
'아, 씨! 난 사제인데 왜 언데드가 된 거야, 그것도 해골로 어라, 손에서 불꽃이 나가네?'
언데드가 된 유저들은 턱을 달그락거리면서 웃었다.
어쨌든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지 않은가.
눈치가 아주 느린 유저가 아닌 한, 돌아가는 사정이 어떻게 된 것인지는 대충 파악을 하였다.
하벤 제국의 레인스타뎀!
자신이 과거에 이 부근에서 죽은 적도 있으니 모를 수도 없는 도시다.
'유후, 그냥 싸우기만 하면 되는 거네. 대책 없이 덤벼볼까?'
목숨이 무한대라면 누구나 실컷 싸울 수 있지 않겠는가.
언데드 유저들이 킬킬대고 있는데 그들을 지휘할 둠 나이트들이 나타났다.
"모…두… 죽…이…거…라… 이…곳…은… 우…리…의… 땅…이…다……."
"인…간…들…이…여… 삶…을… 원…하…는…가 굴…복…하…고… 무…릎…을… 꿇…어…라… 새…로…운…삶…을… 내…가… 주…겠…다… 죄…악…의… 대…가…를… 치…르…고… 더…러…운… 뼈…다…귀…로…서 …살…아…가…라……!"
지옥을 지키는 수문장인 둠 나이트들은 보통 기사들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는 존재들로, 언데드들을 이끌고 앞장서서 성벽을 돌파하였다.
'가자, 이거 늦으면 재미 못 본다.'
언데드 유저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격파된 성문을 통과하고, 하벤 제국의 병력에 맞서서 전투를 개시했다.
"자리를 지켜라. 성문에서 막아 내야 한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습니다. 전부 죽어 나가고… 커억!"
방패로 막아 낸다고 하더라도, 둠 나이트의 공격은 생명력뿐만 아니라 영혼에까지 피해를 입힌다.
영혼을 잠식당하면 죽지 않았더라도 둠 나이트의 편이 되어 버리낟.
언데드 유저들은 신바람이 나서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하벤 제국 병사들을 상대했다.
"너무 오래 걸리는군."
반 호크는, 전투는 그저 휘하의 둠 나이트들에게만 맡겨 놓고 이런 곳에서 지체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는 듯이 묵묵히 서 있었다.
2미터나 되는 뼈로 된 검을 들고 어두운 밤하늘을 응시하고 있는 반 호크의 위엄!
위드에게 맨날 맞고 사사건건 잔소리를 듣고 살던 반 호크였지만, 어비스 나이트로서의 지금의 그에게 카리스마가 넘쳐 났다.
심연에서 솟구친 칠흑 같은 어둠이 그를 보호하듯이 둘러싸고 있었으니 그 위압감 역시 어마어마하다.
레인스타뎀의 일반 유저들은 전투가 벌어지자마자 일찌감치 성을 빠져나와서 호기심 때문에라도 가까이에서 구경했다.
"끝내준다. 그렇지?"
"도시 하나가 점령되는 것도 금방이네."
"1시간도 안 걸리는 것 같은데?"
도시의 수비병은 몇 분 사이에 몰살당했다.
인간으로서의 목숨을 잃었을 뿐, 언데드 부하가 되어서 되살아났다.
레인스타뎀은 반 호크의 둠 나이트 부대에 의하여 완벽하게 점령당했다.
창고는 불타오르고, 도시의 모든 주요 시설들이 철저히 파괴되었다.
주민들이나 유저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일반 상점이나 주택가는 부수지 않았다.
"이들은 칼라모르의 불쌍한 시민들이다. 제국이 이들을 지켜 주지 못하였기에 지배를 당해야 했다. 우리는 미안해해야 한다."
"크크클, 우리의 자식들이 이곳 어딘엔가 있겠군요."
반 호크가 이끄는 언데드 군단은 레인스타뎀에 길게 머무르지 않았다.
다음 날 동이 트기 전 일찍, 부서진 성문을 통해서 다시 빠져나갔다.
"가자. 황궁을 되찾아야 하리라. 폐하를 위해, 그리고 빼앗긴 이 땅을 되찾지 못한 한, 우리의 발걸음은 멈춰질 수가 없다."
"예, 대장님."
언데드들은 움직였다.
"뭐, 뭐야!"
"이것들은 도대체……."
길가에서 그들과 마주친 유저들은 깜짝 놀랐다.
최근에는 대부분 북부에서 시작하지만, 상업과 기술이 발달하고 안정된 중앙 대륙을 선호하는 유저들도 여전히 많았다.
초보들부터 시작해서 마차를 끌고 오던 상인들 역시 별안간 언데드 떼갸 우르르 나타나니 놀라서 도망치거나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언데드는 던전이나 무덤가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몬스터다.
대체로 스켈레톤이나 유령, 구울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위드의 모험 탓에 일반 유저들에게도 많이 친숙해졌다.
어지간한 유저라면 언데드들을 분류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고위 언데드 군단이 나타난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끌끌끌."
"키히히히힛."
언데드 유저들은 다음 전투를 기대하면서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후에 태양이 떠오르고 나니 그들은 길가에서 싹 사라지고 말았다.
태양이 없는 밤에만 활약할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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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페이와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는 갑자기 벌어진 일들에 대한 대책 회의를 열었다.
긴가민가했던 위드의 퀘스트 성공!
북부의 유저들을 앞으로 위드가 직접 통솔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어비스 나이트의 침략!
라페이는 태연하게 웃었다.
"놀랍지만 예상했던 변수들입니다."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는 약 50여 명.
바드레이는 군대를 이끌고, 수뇌부는 하벤 제국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핵심 참모 역할을 한다.
갑자기 벌어진 사건들은 하나같이 하벤 제국에 불리한 것들이었지만, 그들은 사소한 피해 따위야 무시해도 될 정도로 거대한 세력을 결성해 놓고 있었다.
"위드가 상당히 깊은 꿍꿍이를 가지고 있었군요. 어비스 나이트는 오늘을 위해서 일부러 키워 놓은 것일까요?"
"일찍부터 퀘스트에 동참시켜 성장시켰던 이유가 우리 하벤 제국에 피해를 입히기 위해서였다는 건 충분히 의심해 볼만한 여지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칼라모르 왕국의 패망과 언데드 반 호크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정보부의 분석이 있었습니다. 전후 사정을 보면 스토리상 맞물려서 벌어진 이벤트 같은데, 군사부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수뇌부는 여러 부서로 나뉘어서 방대한 하벤 제국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군사부의 제니스데이는 지도를 통해서 몇 가지를 확인하고 나서 말했다.
"레인스타뎀의 전투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언데드의 숫자는 아무래도 3,000에서 5,000 정도로 보이고, 전쟁 중에도 더는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상대하기 곤란한 숫자는 아니군요."
"네크로맨서가 아닌 심연의 기사이기 때문에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데드의 숫자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유저들이 이벤트로 합류를 했고, 그들 중에서 700~1,000 정도의 병력이 둠 나이트입니다."
"둠 나이트라면 고위 몬스터인데요."
"맞습니다. 개별적인 수준도 매우 높고 처리하기 까다롭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황실 기사단 1개 부대면 충분히 제압이 가능할 것입니다."
헤르메스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고레벨 유저는 흘러넘칠 지경이었다.
중앙 대륙에서의 전쟁에는 이들이 대거 동원되었지만, 북부 정벌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말이 좋아서 북부 정벌이지 하벤 제국에서 파견된 병력은 거의 NPC로 구성된 일반 병사들이었다.
바드레이도 명목상의 총사령관으로 따라나선 것이지 전투에 끼어들지 않는다.
400대 중후반에서 후반에 이르는 길드의 최고수들은 아직까지 할 일이 없었다.
중앙 대륙을 일통하면서 그동안 경쟁하던 다른 명문 길드에서 영입한 고레벨 유저들도 많다.
헤르메스 길드는 초창기의 멤버들을 중심으로 하였지만 다른 이들을 배척하는 순혈주의는 아니다.
고레벨 유저들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규모를 늘려서, 그 어떤 적대 세력도 출현하지 못하도록 군림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황궁 기사단 1개 부대라면 약 2,000명 정도이넫 그들로 막을 수 있겠습니까? 어비스 나이트를 해치우지 않으면 언데드들은 계속 부활할 텐데요."
"언데드라면 상당히 꺼림칙하고 강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서 크게 까다롭진 않습니다. 각 교단으로부터 언데드를 약화시킬 수 있는 신관들을 지원받아서 대거 파견하고, 신성력을 강화하는 성물들을 미리 지역마다 배치합니다. 그리고 황궁 기사단 1개 부대, 고레벨 유저들이 동원된다면 충분히 저지가 가능합니다."
하벤 제국에서는 엄청난 영토만큼이나 보물도 많이 가지고 있다.
언데드에 상극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성력을 늘려 주는 성물들을 배치한다면 어비스 나이트의 군단도 약화된다.
하벤 제국이 지금까지 상대해 본 몬스터 중에서 어비스 나이트라면 최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기하고 있던 고레벨 유저들이 잔뜩 달려간다면 좋은 볼거리가 될 것이다.
라페이는 정보부의 분석을 듣고 결정을 내렸다.
"여유 있게 가죠. 제국의 위엄을 보여 주어야 할 이때에 주위의 시선도 있는데 딱 맞춰서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황궁 기사단 3개 부대, 길대 내에 레벨 410 이상의 유저 2만명, 사제 4,000명 정도를 파견합니다. 그리고 포상금도 내걸어서 일반 유저들의 지원도 받도록 하죠."
영주 중 1명이 손을 들더니 반대 의견을 말했다.
"너무 과한 것 아닙니까? 점령지의 치안과 내정이 아직 완벽한 상황도 아닌데요. 북부 정벌에 이어서 이런 대규모 전투를 벌인다면 전력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북부 정벌은 그만한 호기를 놓치기가 아까워서 일찍 시행한 것입니다. 엠비뉴 교다닝 사라진 이후에 넘쳐 나게 된 병력을 북부로 보낸 것이고, 예정보다 정복이 조금 지연되고는 있어도 착실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점령 지역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런 이벤트는 필요합니다. 하벤 제국은 어비스 나이트가 나타나는 정도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도 괜찮겠지요."
하벤 제국은 힘으로 일어선 제국인 만큼 그 힘이 약해져서는 곤란하다.
제국의 방대한 영토 내에서 산적, 저항군이 날뛰더라도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다.
라페이는 어비스 나이트와 싸움을 하벤 제국의 힘을 과시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리고 좋은 기회인 만큼, 바드레이 님께서도 준비해 주셔야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어비스 나이트와의 싸움에는 바드레이와 친위 부대도 참여하기로 결정되었다.
하벤 제국에 있어 도시 3~4개의 피해 정도는 별것 아니다.
어비스 나이트 반 호크의 최후를 바드레이가 장식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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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의 모험이 끝난 날, 각 방송국들의 시청률은 믿기 힘들 정도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체 시청률 19.8%.
공중파에서 하는 인기 드라마보다도 높은 시청률이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드래곤을 타고 난 이후의 순간 시청률은 더욱 높다는 점이다.
무려 34.1%.
물론 로열 로드가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이만한 시청률이 나올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압도작인 스케일과 장면들로 인해서 로열 로드의 방송은 재미가 있다.
유저들의 시선에서 방송 화면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모험을 하고 탐험을 하는 느낌이 절로 든다.
으스스한 숲에서 바람이 불면서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낙엽을 밟아서 부서지는 소리까지 전부 생생했다.
환상적인 자연의 경치와 중오심 가득한 몬스터들로 인해서, 시청률은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는 추세였다.
"우리 방송국에서 이 시청률이 달성되다니 믿기지가 않는군."
"국장님, 지금 게시판마다 처음부터 못 본 사람이 많다고 바로 재방송을 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바로 재방송 시작하고……."
"국장님!"
"또 뭔가?"
"광고주들의 만나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위드가 출연하는 다음 방송이 뭐냐고 사방에서 전화가 오고 있는데요!"
위드의 모험은 단순히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베르사 대륙에 중대한 변화까지 몰고 오다 보니 방송국들은 밤샘 작업에 돌입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직장인들과 학생들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캬하, 그거 봤지?"
"응. 크흐!"
"아주 시원해."
"참, 어제 새벽 2시까지 방송 보다가 잤는데, 엠비뉴 교단은 어떻게 됐지?"
"완전히 사라졌어. 흔적도 남아 있지 않더라고."
위드가 진행할 것은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였다.
하지만 퀘스트 내용을 따라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엠비뉴 교단 멸망 퀘스트로도 많이 알려졌다.
베르사 대륙을 온통 뒤덮었던 엠비뉴 교단의 흔적은 일부러 찾으려고 해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왕국 자체가 무너졌던 로자임 왕국을 비롯하여, 중앙 대륙의 여러 지역들이 과거의 영광을 완벽히 회복했다.
사람들은 그날의 일과가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집에 가자마자 로열 로드에 접속했다.
먼저 한 것은 시장에서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가 보는 것이었다.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과거에는 대지에 깃든 저주로 검붉은 색으로 변했던 들녘이 풍요로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그 감동과 흥분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엠비뉴 교단에 파괴된 고향 도시로 가서 정든 주민들도 만났다.
"이야, 잡화점의 노델른 할아버지! 오랜만이에요."
"허허, 무슨 소리인가. 얼마 전에도 물건을 판매하지 않았는가. 그보다도, 오늘 좋은 물건이 들어왔는데 좀 사 주지 않을 텐가? 며칠 후면 자식 놈을 결혼시켜야 하는데 돈이 좀 모자라서 말이야. 자네에게만 특별히 싸게 주지, 응?"
주민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저들에게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엠비뉴 교단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었던 로자임 왕국의 세라보그 성에도 유저들이 다시 돌아왔다.
그들은 엠비뉴 교단을 피해서 산적들처럼 숲이나 동굴에서 살아갔지만, 더 이상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에잉, 간단한 심부름을 시켰는데 이렇게 늦게 돌아오다니!"
"그게, 일찍 끝냈는데, 아저씨가 광신도가 되어서 떠나고 없었잖아요."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꿈이라도 꾼 건가? 아무튼 늦게 돌아왔으니 금화 5개에서 3개는 빼고 돌려주겠네. 대신 늦게라도 약속을 잊지 않고 일을 해 주었으니 다음에 특별히 심부름을 시킬 일이 있으면 꼭 자네를 찾도록 하지!"
오랫동안 완료하지 못했던 퀘스트도 보고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퀘스트를 중간에 포기한 사람들도 다수였지만, 어쨌든 참고 기다린 유저들은 친밀도를 통해 그만한 보상을 얻었다.
대홍수에 쓸려 나갔던 평원도 원래대로 돌아오고, 위드와 유저들이 건축했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도 되돌아왔다.
엠비뉴 교단에 의하여 큰 피해를 입었던 유저들의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를 않았다.
"위드 님도 이제 돌아오겠지?"
"그러게 엄청난 환영 인파가 반겨 주지 않겠어?"
"조각술 최후의 비기! 다 끝냈으니까 어떤 기술을 얻었을지 엄청 궁금하다."
"방송국들도 그거 때문에 난리가 났잖아."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엄청난 퀘스트나, 헤르메스 길드를 물리칠 계책을 마련하고 계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