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습격의 날
위드는 과거 툴렌 왕국의 영토였던 포르모스 성에 혼자 도착했다.
현지 분위기 파악과 정탐을 위해 조각 생명체들과 서윤은 함께 오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많군."
성문에서부터 교역을 위해 돌아다니는 유저들과 주민들이 아주 많이 있었다.
최근 1년 사이에 초보자들은 북부에서 많이 시작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중앙 대륙의 인구에는 현저히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로열 로드의 초창기부터 사람들은 꾸준히 중앙 대륙에서 시작을 해 왔다.
그들이야말로 무시할 수 없는 세금 납부자들!
"아르펜 왕국에도 이런 성이 있으면 좋을 텐데. 현실은 그나마 가지고 있는 영토나 빼앗기고 있으니 원."
위드는 사람들이 오가는 성문 근처를 둘러보다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하벤 제국군의 병사들이 창을 들고 가로막았다.
'설마.'
위드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아르펜 왕국의 존엄한 국왕인 나를 알아보는 것인가.'
성문 앞에서 잡담을 나누며 서 있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도 그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었다.
'들켰다.'
방송을 통해 수십 차례나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모험을 하면서 명성까지 드높아져 있다.
바드레이를 제외하고 가장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위드.
'조각 변신술도 쓰지 않고 혼자 왔다고 해서 병사들과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몰라보길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이었구나.'
위드가 자책하면서 도망칠 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병사가 말했다.
"성 입장료."
"예?"
"일주일에 2골드다."
"……."
아무리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고 해도 여신의 기사 갑옷이나 레드 스타를 들고 있지 않는 한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 못했다.
특히 가르마만 반대쪽으로 타더라도 완벽한 위장이 되는 평범한 얼굴!
대단한 인물들은 온몸에서 카리스마나 위엄, 후광이 비친다고 하지만 위드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금방이라도 편의점 창고에 물건을 쌓아 놓거나 택배를 배달할 것만 같은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위드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저기, 할인은……."
"안 돼."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NPC였다.
위드는 그에게 다가가서 귓가에 속삭였다.
"제가 사실 좀 유명한 모험가인데. 직위도 좀 높은 편이고 말입니다."
"입장료를 내놓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딱 하루만 있을 건데요."
"예외는 없다."
위드는 어쩔 수 없이 2골드를 고스란히 상납해야 했다.
'헤르메스 길드, 모조리 죽여 주마!'
★★★★★★★★★★★★★★★★★★★★★★★★★★
포르모스 성은 자유도시들이 몰려 있는 옛 브리튼 연합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일 뿐만 아니라 하이네프 산악지대와도 가까웠다.
소위 1급 던전들로 쌓여 있는 천혜의 사냥터가 몰려 있는 축복받은 지역.
던전들이 가깝기도 할뿐더러 몬스터들이 다수 나오며, 이 지역의 특성상 전리품으로는 금괴와 마정석을 얻을 수도 있어서 고레벨 유저들이 많이 몰렸다.
"반란군이 성 밖 마을을 점령했다는데 무사했으면 좋겠군."
"전쟁이야, 전쟁. 이 끝없는 전쟁으로부터 우리를 구해 줄 용사는 어디 있을까?"
위드는 성을 돌아다니면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주민들과 이야기만 하더라도 대략적인 민심을 추측할 수가 있다.
주민들의 성향에 따라서 반란군 퀘스트들이 발생하기도 할 테니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위드는 잡화점에 가서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좋은 물건이 많군요. 장사는 잘되십니까?"
"뭐, 최악이지. 전쟁이 끝나서 호황이 찾아올까 했더니 물건들도 잘 팔리지 않고, 지금은 죽지 못해서 사는 거라오."
"하벤 제국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나 보죠?"
"다 그렇지. 톨렌 왕국 시절에는 지금 같지는 않았는데… 쉿! 내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건 누구에게도 알려 줘서는 안 되오. 제국을 비난하기만 해도 단두래로 끌고 간다는 소문이 있으니. 요즘 같은 시기에는 몸조심하는 게 제일이야."
길거리의 노인에게도 말을 걸었다.
"어르신, 하벤 제국에 대해서 물을 게 있는데요."
"아무것도 묻지 마시오. 난 귀도 안들리고 눈도 보이지 않소. 그냥 이런 세상에서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사는 게 제일 편해. 내가 조금만 젊었더라도 나무창이라도 들고 저놈들과 싸워 보겠지만 지금은 죽을 날만 기다리는 힘없는 노인이지."
길거리의 아이들과도 대화를 나눴다.
"얘들아,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검술을 열심히 갈고닦아서… 반란군요!"
확실히 밑바닥 인심은 최악!
'반란군이 일어나서 헤르메스 길드가 고생을 하고 있다더니… 확실히 그렇군.'
위드는 게시판과 방송국에서 떠들어 댔던 이야기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하벤 제국의 통치 방식이 워낙 주민들을 핍박하는 것이다 보니 충성도와 치안이 바닥까지 내려가며 한꺼번에 반란이 일어났다.
제국의 상황이 불안정해져서 일어날 수 있는 반란은 몽땅 터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톨렌 왕국은 통치 방법이나 권력 구조가 더욱 복잡하다.
흑사자 길드를 물리치는 와중에 얼굴마담으로 베덴 길드를 앞세우다 보니 일종의 자치령처럼 다스려지고 있었다.
베덴 길드는 톨렌 왕국을 지배하고 있으면서도 헤르메스 길드의 관리를 받아야 했다.
한밑천 챙기고 싶어도 헤르메스 길드에 이익의 상당 부분을 떼어 줘야 했으니 그만큼 더 혹독하게 유저들과 주민들에게 세금을 물렸다.
그로 인한 반발이 극심하게 일어나는 지역이 구 톨렌 왕국령 지역이었다.
칼라모르 왕국령 역시 하벤 제국이 처음 지배한 장소이기 때문에 극심한 수탈로 주민들의 삶이 피폐해져서 반란군이 심각할 지경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가 중앙 대륙을 정복하고 욕심을 부려서 곧바로 북부로 쳐들어오지 않았으면 상황이 훨씬 좋았을 텐데.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모르겠군. 아마 내가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얻는 퀘스트를 진행하는 걸 보며 배가 아팠던 것일까? 하기야 사람의 욕심이란 게 다 똑같긴 하지. 나라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대륙 각 지역에서 근간이 흔들리고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하벤 제국이 군사력으로는 어마어마했다.
"울고르 고원에서 헤르메스 길드의 지원을 받은 베덴 길드에 의해 반란군이 대패를 했데."
"또 졌어? 흑사자 길드에서는 대응책이 뭐야?"
"별거 있겠어? 정면에서는 안 되니까 잘 숨어 다니면서 반격을 하는 것이겠지."
선술집에서 유저들이 하는 최신의 이야기도 귀담아들었다.
"음, 대충 알아보니 포르우스 성에는 3만 정도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군. 이 성을 점령할 것도 아니니까 나와는 상관이 없겠지만 말이야."
반란군이 워낙 설쳐 대고 있기에 주요 도시와 성마다 주둔구늘 늘렸다고 하더니 정말이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 숫자는 성을 돌아다니는 사람들만 몇백 명쯤 될까?"
위드는 잠깐 동안 성을 돌아보고는 말았다.
베덴 길드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점령군의 신분으로 으스대며 걸어 다니고 있었다.
성문 근처나 가게, 별장, 인근 던전에도 전투 실력이 뛰어난 유저들이 있을 테지만 그들의 숫자까지 계산할 필요는 없었다.
상세하게 머릿수를 세지 않아도 사고가 벌어지고 나면 금세 대대적으로 몰려들게 될 테니까.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전투에 능숙하다.
그리고 레벨이 높은 유저들이 널려 있었다.
강한 무력을 상징하지만 한편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먹잇감이기도 하다.
"그곳에도 상당히 많겠지?"
포르모스 성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골드마인 던전.
제법 강한 몬스터들이 우글우글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이곳이 더 널리 알려지게 된 이유는 중앙 대륙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금광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하 생활을 하는 몬스터들을 퇴치하면 높은 확률로 금붙이, 금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맥을 발견해서 직접 파낼 수도 있다.
행운을 원하는 초보나 고레벨 유저나 할 것 없이 곡괭이를 반드시 챙겨 가는 던전이었다.
"어디든 먹잇감들이 널려 있군. 그럼 수확이나 하러 가 볼까?"
위드는 황금을 챙기기 위해 가벼운 걸음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부터 생겨나게 될 여파는 절대로 작을 수가 없었다.
★★★★★★★★★★★★★★★★★★★★★★★★★★
『 골드마인 던전
대륙 최고의 황금 광산.
이곳에서 사냥이나 채광을 하고 싶다면 입장료를 납부해야 함.
입장 요금 : 광부 하루 10골드.
전투 계열 직업 하루 250골드.
특별 약정 : 12인 이상 단체, 혹은 일주일 이상의 장기 입장시에는 10%의 요금 할인.
던전 내에서 1,000골드가 넘는 전리품과 황금을 획득하였을 경우에는 판매 금액의 25%의 추가 요금을 징수함.
외출 시에는 절반에 해당하는 입장료를 다시 지불.
하벤 제국. 』
"날강도가 따로 없군."
위드는 던전 입구에 쓰인 표지판을 보며 잠시 머릿속에서 계산했다.
포르모스 성과는 가깝기도 하고, 대륙 전체에서 유명한 던전.
광부들이야 제쳐 놓고 전투 계열로만 따지더라도 1인당 250골드다.
하루에 입장객이 1,000명 정도라면 무려 25만 골드.
1달이면 750만 골드나 간단히 벌어들일 뿐만 아니라, 전리품과 채굴한 황금에도 소유권을 주장한다.
"이렇게 부러울 수가!"
위드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던전 하나에 천만 골드도 가능하다.'
천문학적인 부는 이럴 때 쓰는 단어이리라.
'고작 하나. 대륙에서 이름 높은 곳이기는 하지만, 포르모스 성 주변의 던전들도 괜찮은 곳들이 수십 개나 되는데.'
던전 입장료란 시설 투자나 운영비, 보수 비용도 전혀 들지 않는 노다지 사업.
이렇게 거둬들인 돈으로 고레벨 유저들을 길드원으로 거느리고 군사력을 증강하는 게 아니겠는가.
"역시 이놈의 사회는 썩을 만큼 썩었어!"
위드는 매우 기분이 나빴다.
자신이 이렇게 해 먹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 더러운 기분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민심이 위드와 아르펜 왕국을 지지하고 있다.
북부를 낙원으로 여기고 헤르메스 길드에 맞서 함께 기꺼이 싸워 주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위드의 배가 상한 치킨을 먹었을 때처럼 살살 아파 오는 신호가 왔다.
설상가상으로 골드마인 던전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몽크가 직업 구해요. 2차 전직에서 빛의 계열을 선택해서 간단한 치료 마법도 사용 가능. 단, 서로 고생하기 원치 않으니 전문적인 사제가 있는 파티에만 가입합니다."
"성기사 레벨 390대의 3명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중규모 이상 파티 원합니다. 연차를 전부 질러서, 일주일 이상 사냥에 푹 빠지고 싶습니다."
"날다람쥐보다 빠른 호칭을 가진 샤먼. 긴말 안 합니다. 파티 가입해드릴 테니 지분율 먼저 제시요!"
던전이 워낙 사람들로 인기를 끌다보니 도시와 성에서 먼저 파티를 구해서 오는 게 아니라 즉석에서 구한다.
혹은 미리 약속을 잡고 던전 입구에서 바로 모여서 들어갔다.
전리품과 보급품을 매매하기 위해 구석에서는 상인들도 좌판을 열고 있었으니 작은 시장이나 다름없었다.
최적의 파티를 구성해서 가면 골드마인 던전 같은 곳에서는 무섭게 레벨과 전리품들을 획득할 수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나름 이름이 알려진 유저들이 여기저기서 초대를 받으며 파티에 속했다.
"사제님, 오세요!"
"이쪽이에요, 이쪽. 지난번에 란들과 사냥하셨잖아요! 이번에도 전리품 얻으면 더 챙겨 드릴게요!"
사제의 직업을 가진 유저가 오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파티에 가입 권유를 해 댔다.
목숨을 잃으면 손실이 너무 커서, 파티의 생존력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2명 이상의 고급 사제를 원하는 것이다.
가끔 베덴 길드와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쳐서 던전 내부로 들어갔다.
최신 고급 갑옷을 착용하고 말을 탄 채로 던전으로 들어가는 위풍당당한 모습들.
중앙 대륙의 정복자다운 위용이었다.
위드가 잠시 서 있으니 서윤과 바하모르그가 도착했다.
"오래 기다렸어요?"
"아니. 금방 왔어."
서윤이 가면 쓰고 있는 모습까지도 예뻐 보이는 현상!
그녀를 조각하면서 외모에 대해서는 빠짐없이 알고 있었으니 목소리만 들어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애 초기인 만큼 가끔 그녀의 머리 냄새까지도 향기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바하모르그도 어깨를 당당하게 폈다.
바바리안 워리어.
훤칠한 키, 밀도 있게 짜인 근육.
그 강렬한 존재감이란 보통이 아니었다.
던전 입구에서 사람들이 시선을 보냈지만, 정작 착용한 장비들을 처음봐서 레벨이 얼마나 되는지를 몰랐다.
바하모르그의 레벨은 자그마치 562.
조각 생명체 중에서 황금새의 레벨이 지금은 더 높았지만, 전투형으로서는 최강자였다.
"이곳인가?"
"그래."
"전부 쓸어버리면 된다고 했지."
"맞아. 여러 말 할 것 없이 들어가자."
위드는 서윤과 바하모르그와 함께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 골드마인 던전에 들어오셨습니다.
한때 이곳은 톨렌 왕실의 재정 수입 중 3할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의 황금이 채굴되는 광산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에 의해 불행한 사건이 벌어진 이후 광부와
그의 가족들은 이곳에 갇혀 굶어 죽게 되었습니다.
누런 욕망이 대지의 악귀들을 불러오게 되어, 이 던전은 왕실
차원에서 폐쇄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던전에는 아직 캐내지 못한 황금이 아주 많습니다.
폐쇄된 던전의 지하로 내려간다면 그대가 볼 수 있는 것은
황금과 악귀들일 것입니다.
"3명이군. 이용 요금은 입구에서 봐서 알고 있겠지? 선불이다."
던전의 내부, 헤르메스 길드 유저 2명과 기사 20명이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역시 돈 받는 일은 베덴 길드에 맡겨 놓지 않았군. 헤르메스 길드는 참 꼼꼼하기도 하단 말이야.'
이름은 붉은색으로 떠 있었는데 데롤드, 추케.
어디선가 최근에 유저를 죽인 적이 있다는 뜻이었다.
베덴 길드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 중에는 살인자가 아닌 이들이 드물었다.
여러 왕국들이 자리를 잡고 있던 과거에는 경비병과 기사가 두려워서 살인자의 상태로 도시로 들어오지 못했다.
하지만 하벤 제국의 세상이 된 이후로는 훈장처럼 살인자 상태를 드러내고 다녔다.
스릉!
위드는 검을 뽑아 들었다.
데몬 소드!
레벨 제한 440으로 공격력이 훌륭하며, 균형감이 좋았다.
몬스터들을 위축시키는 특성 때문에 실제 사냥시 상당히 편했다.
위드가 서윤, 바하모르그와 함게 다가가는데도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웃었다.
"초짜들인가? 하루에도 몇 명씩 저렇게 긴장을 하며 오는지 모르겠군."
"골드마인 던전이 그만큼 유명하기 때문이지. 그런데 고작 3명으로 왔어? 이곳의 난이도에 대해 제대로 소문을 듣지 못했나? 뭐, 죽더라도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말이야."
위드의 평범한 레벨 300대가 착용하는 중급자용 복장을 보고는 자신들보다도 훨씬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무기를 들었는데 경계도 하지 않았다.
위드는 데몬 소드를 그대로 휘둘렀다.
"쿠엑!"
헤르메스 길드의 데롤드를 베었다.
데몬 소드의 막강한 충격에 의해 땅을 구르면서 볼품없이 뒤로 밀려 나간 데롤드.
"갑자기 무슨 짓이야. 이놈이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고 공격해?"
"입장료를 받아먹으려면 목숨을 걸어야지!"
위드는 전면으로 걸어가면서 빛살처럼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정확히 방어의 틈을 노리고, 수비와 공격 스킬을 사용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퍼버버벅!
- 살인유희자 데롤드가 사망하였습니다.
약자들을 죽이는 것을 즐기는 데롤드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 명성이 296 증가하였습니다.
- 인근 마을의 주민들로부터 소정의 현상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포르모스 성 인근 마을 주민들과의 친밀도가 높아집니다.
추케가 소리를 질렀다.
"반역이다!"
톨렌 왕국을 정복하고 있는 헤르메스 길드의 입장에서는 반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
그러나 바하모르그의 큰 도끼가 떨어지자 추케는 단숨에 목숨을 잃었다.
기본 조건 레벨 400이 넘는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
그러나 위드는 전투를 작정하면서 이미 조각 파괴술로 모든 스텟을 힘으로 몰아넣었다.
방심한 상대라면 몇 번의 공격으로 가볍게 해치울 수 있었고, 바하모르그라면 어떤 특별한 기술을 쓰지 않더라도 당연하다.
"아니, 저들이!"
"단장님과 부단장님의 복수를 하자."
"제국의 반역도들을 무찌르자!"
20인으로 구성된 기사단.
던전에 배치된 포르모스 성의 기사단이 뒤늦게 검을 뽑아 들고 덤벼들었다.
바하모르그가 크게 포효했다.
"어리석은 자들아, 모조리 꺾일지어다!"
- 전장의 울부짖음!
철혈의 워리어 바하모르그가 외쳤습니다.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아군의 생명력을 2.5배 높여 줍니다.
아군의 보호 스킬들이 3단계 강화되어 적용됩니다.
공포를 발산하는 몬스터들을 무시합니다.
적의 투지를 절반 이하로 감소시킵니다.
생명력의 피해를 최대 39%까지 증가시킵니다.
무시무시한 워리어 스킬.
"분쇄의 돌풍!"
바하모르그는 철퇴와 도끼를 휘두르며 기사단 사이로 뛰어들었다.
"질 수 없지. 내 몫을 빼앗아 가던건 헤스티거로 충분해."
"저도 맡을게요!"
위드와 서윤이 기사 1명씩을 제압하는 동안 바하모르그는 기사단을 단숨에 모조리 쓰러뜨렸다.
아르펜 제국의 선봉장이였던 바하모르그에게 포르모스 성의 기사단은 광역 공격 몇 번에 와해될 정도로 간단한 상대일 뿐이었다.
"으아."
"어어어어, 무슨 일이야. 말도 안 돼."
뒤늦게 던전의 입구로 들어온 사냥 파티는 벌어진 광경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정도 사건이라면 단순히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감히 톨렌 왕국을 정복하고 있는 베덴 길드와 헤르메스 길드에 정면으로 도전하다니!
그들이 보는 사이에 위드는 전투를 마무리하고 전리품들을 챙겼다.
"기사의 목 보호대. 레벨 430 제한이 있는 물건으로 항상 인기가 있는 품목이니 쉽게 팔리겠군. 그리고… 후후후."
위드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맺혔다.
갓 시작에 불과했는데 무려 5만 8천 골드를 전리품으로 얻었다.
막대한 금액을 입장료로 받는 징수원들을 해치웠기 때문이다.
"영업 개시로는 훌륭하군. 역시 이곳은 현찰이 주유소 수준이었 어! 바하모르그."
"왜 부르는가."
"어서 수금하러 가자."
위드는 바하모르그, 서윤과 같이 던전의 깊은 곳을 향해 뛰어 들어갔다.
장사는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되는 법!
던전으로 막 들어와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 파티는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저렇게 강한 게 말이 돼?"
"너무 빨라서 제대로 볼 수도 없었어."
그 뒤로 또 새로 들어온 파티가 있었다.
"뭐예요? 기사들이 왜 없죠?"
"여기 입장료 안 받나요?"
★★★★★★★★★★★★★★★★★★★★★★★★★★
골드마인 던전의 대형 사고!
시작은 입구 주변에서부터였다.
베덴 길드 유저들은 던전에서 좋은 자리들을 선점하고 사냥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단 3명에게 습격을 당해서 목숨을 잃었다.
"크윽, 이런 가공할 힘이……."
"워리어를 조심해라. 터무니없이 강하다!"
그저 세 사람이 나타났을 뿐이다.
그들은 발소리도 숨기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온다.
베덴 길드 유저들은 당연히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사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중앙 대륙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불문율.
베덴 길드 유저들 역시 톨렌 왕국에서는 그 정도의 대우는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도 관심이 없었다.
베덴 길드에 속해 있다는 점은 대단한 자부심일뿐더러,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
다른 유저들이 덤벼드는 일 따위는 보복이 두려워서라도 거의 벌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위드는 일단 일을 저지르기로 했으면 확실하게 끝장을 봤다.
불과 10여 분 사이에 베덴 길드와 헤르메스 길드의 사냥 파티 네 곳이 전멸했다.
"으아아아아!"
"진짜야? 겁도 없어?"
던전에서 마주친 유저들은 헤르메스 길드 유저를 사냥하는 걸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어엇, 우리도 공격하려나?"
위드는 유저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최첨단 컴퓨터처럼 유저들의 레벨과 착용한 장비들의 가격이 순식간에 계산되었다.
"흠, 일반인이군. 탐나기는 하지만… 골목 시장은 건드려서는 안 되니까."
위드와 바하모르그, 서윤은 일을 마무리 짓자마자 속전속결을 위해 계속 이동했다.
이 던전의 내부, 복잡한 지형에 대해서는 지도를 외워 놓고 있었다.
두 길드의 사냥 파티가 있을 장소들은 가장 좋은 자리들이었으니 찾아가기만 하면 됐다.
"바하모르그, 다음에도 마법사부터."
"알겠다."
갑작스러운 습격의 반복.
대부분의 파티들은 마법사가 목숨을 먼저 잃고 나서 당황하는 사이에 격파되었다.
바하모르그는 협소한 던전에서는 막기 불가능할 정도의 강자!
위드와 서윤 역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빠르게 쓰러뜨렸다.
하나의 파티를 처리하는 동안에 다른 헤르메스 길드의 파티가 나타나면 곤란하기 짝이 없다.
대부분의 파티들은 사냥의 효율성을 위하여 사제나 마법사, 기사의 구성으로 공격과 방어를 균형 있게 갖추고 있었다.
위드는 고전적으로 공격과 방어를 최대한 발휘하면서 정공법으로 싸우지 않았다.
각 개인들이 스스로 자기 몫을 다하면서 공격과 방어, 어느 한쪽의 틀을 허물어 버리면 단숨에 파티는 궤멸했다.
때때로 피해를 감수하는 과감함이 싸움의 틀을 흔들어 버리는 것이다.
"의외로 싸울 줄을 잘 모르는군.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 같은 것들인가."
전쟁으로 중앙 대륙을 정복한 헤르메스 길드라고 해도 사냥 중의 기습에 대한 대처가 완벽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15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에는 골드마인 던전에 소문이 파다하게 났다.
- 베덴 길드와 헤르메스 길드가 사냥당하고 있다!
던전에서 사냥에 열중하고 있던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도 이 소식을 곧 접하게 되었다.
"어떤 놈들이야? 흑사자 길드에서 무모한 도발을 벌이는 것 같은데."
"어처구니가 없군. 이곳은 근처에 반란군이 없어. 완전히 우리 길드의 영역인데,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하나?"
"놈들을 먼저 없애자."
사냥을 하고 있던 헤르메스 길드의 파티들이 수색을 시작했다.
위드를 역으로 잡기 위해서였다.
"3명이면… 저놈들인가?"
"바바리안이 포함되어 있다. 틀림없다."
"쳇, 벌써 들켰군!"
위드의 파티와, 헤르메스 길드 파티 간의 전투가 벌어졌다.
시작은 3명과 7명의 불리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바하모르그가 앞으로 돌격하며 철퇴와 도끼로 2명의 기사를 대번에 무력화시키는 순간 숫자상의 우위 같은 건 사라졌다.
위드가 활을 들어서 마법사와 사제를 향해 화살을 쏘고, 서윤이 막강하고도 신들린 듯한 공격을 날린다.
광전사인 그녀는 유저들과의 전투가 이어지면서 전투 능력이 증가해 있었다.
위드의 무지막지한 힘은 근거리에서 연약한 마법사 따위는 궁술이라도 쉽게 목숨을 앗아 갔다.
최고의 워리어 바하모르그가 중심에서 돌파하는 3명의 파티!
각자가 1~2명 정도는 우습게 죽일 실력자들이니 전술 운용이나 전투 능력에서 차원이 다른 강함을 과시했다.
위드는 리더로서 바하모르그와 서윤을 지휘했다.
"놈들이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렸군. 그렇다면 세빌과 게르니카를 불러오자."
세빌과 게르니카는 바하모르그와 함께 진작 소환되어 있었다.
위드와 바하모르그, 서윤과 던전 안으로 들어오고 난 이후에 그들은 따라 들어왔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계속 뒤를 따르고 있었다.
예상 밖의 만일의 사태가 벌어지면 함께 싸우려고 했지만 지금까지는 일방적인 도살!
그렇지만 헤르메스 길드에서 자신들에 대해 알아차린 이상 그 둘이 동료로 가세했다.
곧 그 자리를 지나서 다른 베덴 길드 파티를 발견했다.
마법사만 3명, 도둑 1명, 전사와 워리어, 사제, 궁수, 기사로 구성된 파티였다.
골드 마인 던전에는 몬스터들이 많이 나오는 편이라서 파티의 규모도 컸다.
베덴 길드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어이, 거기."
"예?"
"혹시 3명으로 된 애들 못 봤나? 우리 길드에 싸움을 걸고 다닌다고 하던데."
"그게 정말입니까?"
위드가 무슨 말이냐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시장에서 흥정을 하기 위해서는 비싼 가격에 놀란 표정 정도는 예사로 지어 줘야 했다.
흥정에서는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가는 방식,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베덴 길드 유저들은 정말 모른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입구 쪽에서 와서 물어본 건데 모르는 모양인데. 던전이 넓어서 못보고 지나온 모양인가."
"우리까지 나설 필요가 있었을까? 그런 놈들 따위는 누군가가 진작 죽였겠지."
"그래도 괘씸하잖아. 만약에 안 죽었다면 실력을 과시할 수도 있는 기회고. 운이 좋다면 놈들을 해치우고 쓸 만한 물품을 주울 수도 있겠지."
"너희, 이 앞으로 가서 모퉁이 사냥터는 차지하지 마. 거긴 우리 구역이니까."
위드는 대장장이 스킬 덕분에 이번에는 황토색의 발굴가 전용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세빌과 게르니카가 합류해서 인원이나 남녀 구성, 직업 부분에서 전혀 달라졌다.
"금방 다녀오자고. 확인만 해 보고 다시 사냥이나 하자."
"그러지 뭐. 내내 사냥만 하기 지겹던 참이었으니 돌아다녀 보기나 하지."
위드와 서윤의 파티와 베덴 길드 파티가 교차하며 지나쳤다.
골드마인 던전이 넓다고 해도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거리였다.
위드는 손을 들어 코를 풀었다.
"푸엥!"
경박하기 짝이 없는 공격 신호.
세빌과 게르니카가 신속하게 덤벼들고, 바하모르그는 적들 중에서 기사와 워리어를 한꺼번에 맡았다.
위드와 서윤은 전사와 마법사들을 처리했다.
"습격……!"
"적은 이놈들이다!"
완벽한 기습인 만큼 싱거울 정도로 가볍게 끝났다.
베덴 길드 유저들은 채 전투준비를 갖추기도 전에 얻어터지다가 사망하고 말았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지혜를 모두 나쁜 짓에 활용하는 마법사 할린을 처형했습니다.
명예가 1 증가하였습니다.
- 검술 스킬의 숙련도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크흐흐흐."
위드는 괴소를 터트렸다.
"역시 사람을 상대로 하니 성장이 빠르군."
헤르메스 길드나 베덴 길드 유저들은 대부분이 살인자이거나 악명이 높아서 그들을 없앤다고 해도 페널티가 부여되지도 않는다.
많은 경험치와 훌륭한 전리품을 얻을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위드는 레벨 400대 이상이 쓸 수 있는 마법 스태프와 바람의 마법서까지도 얻었다.
판매한다면 수십만 골드 정도는 그냥 넘어 버리는 고급 아이템이었다.
모니터를 보면서 침만 삼키던 보물이 뜻하지 않게 들어왔다.
"정말 만족스러운 사냥터로군."
베덴 길드와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자신들의 정체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명확했다.
목숨을 잃었던 이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락을 취하게 될 건 틀림없었다.
그 자리에서 잠깐 구경했던 사람들도 어쩌면 일러바치 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 이 시점에서는 어디까지 상세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시시콜콜한 자세한 묘사보다는 간단한 사람의 숫자와 각자의 직업 정도나 서둘러 고자질하게 될 것이다.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쉬울 테니 말이다.
"잠깐 동안은 제대로 한탕 해 먹을 수 있겠어."
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상당한 유리함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통할 수는 없는 방법!
위드는 이후로도 베덴 길드의 파티를 4개 더 전멸시켰다.
베덴 길드와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테니 구경꾼이 있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고 속전속결로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