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3권 : 6) 비상사태 (293/520)

6) 비상사태

골드마인 던전에 있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하픈 : 누군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 벌써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베덴 길드의 친구에게 들은 바로는 그쪽은 이미 전멸했다는 소식이다.

조드러커 : 각 파티별로 전투를 대비해. 함부로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적들은 상당한 실력자들로, 최소 3명에서 5명까지로 파악이 된다.

마로마스터 : 무조건 주의하라. 놈들의 신상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만약 싸움이 벌어지면 수비를 위주로 하고 위치를 알려서 지원군을 기다려라. 내가 직접 던전 순찰을 돌아서 놈들을 없애겠다. ]

던전 내부에 있던 레벨 460대의 유저들이 헤르메스 길드의 내부 통신망을 통해 경고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골드마인 던전의 사태는 길드 통신망을 통해서 멀리 있는 유저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었다.

다른 길드라면 이런 사소한 도전이 자주 벌어질지도 모르지만,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오늘은 재미있는 날이군. 하룻강아지처럼 덤벼든 녀석은 확실히 죽어 가겠지. 길드의 보복은 그걸로 끝나지 않고 척살령이 떨어지게 될 것이야.'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무덤덤하게 결과를 기다릴 뿐이었다.

[하픈 : 또 하나의 파티가 당했다. 절대 방심하지 마! 우린 헤르메스 길드다. 더 이상의 피해가 생겨서는 안 돼!

조드러커 : 놈들은 개개인이 아주 강하다. 죽은 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바바리안 워리어야말로 일찍이 만나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강하다고 하니 주의해. 싸움이 벌어지면 이기려고 하지 말고 동료를 기다려.]

이후로도 골드마인 던전에서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계속 죽어 나갔다.

1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에는 7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골드마인 던전은 워낙 크고 유명한 곳이라서 사냥하던 유저들이 대략 100여 명에 달했다.

이미 7할에 가까운 피해가 생겨났다.

또한 레벨이 470에 달했으며 길드내에서도 강자로 대접받는 마로마스터도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는 전투가 벌어지자마자 길드 통신망을 통해 계속 보고했다.

[마로마스터 : 놈들을 발견했다. 여자 1명과 바바리안 워리어. 1명은 악기를 들고 있는 바드이지만… 수상한 게, 건드려 보겠다. 비상사태이니만큼 한두 놈 정도는 그냥 죽여 봐야지.

마로마스터 : 전투가 벌어졌다. 이놈들이 맞다. 구경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동쪽 지하 3층 던전으로 와라.

마로마스터 : 이놈들,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하다. 개개인이 우리 쪽을 능가하는 것 같다. 벌써 2명이 사망. 나머지도 위태롭다.

마로마스터 : 우리도 저, 전멸이다. ]

마로마스터의 파티는 골드마인 던전에서 가장 강했다.

그의 죽음과 파티의 전멸은 헤르메스 길드에 큰 경각심을 안겨 주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골드마인 던전의 모든 유저들이 사망할 판국이라 대외적으로 창피하기도 했으며 심상치 않은 위급 사태였다.

인근 던전들과 포르모스 성에 있는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긴급 출동했다.

중앙 대륙이라서 순식간에 300명이 넘는 고레벨 유저들이 동원되었다.

"이럇!"

"전부 비켜라!"

일반 유저들이 눈을 휘둥그레 뜰 정도로 말을 타고 다급하게 달려가는 유저들.

하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무렵에는 2개의 파티가 더 전멸했으며, 정작 범인들은 감쪽같이 빠져나가 버린 후였다.

★★★★★★★★★★★★★★★★★★★★★★★★★★

"이런 곳을 지금까지 내버려 두었다니 어리석었구나. 마늘밭에 현금을 묻어 놓고 잊어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위드는 골드마인 던전을 쓸어버린고 나서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중앙 대륙이야말로 좋은 사냥터였어."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 개개인의 실력은 그럭저럭 이름값만큼 강했다.

하지만 막상 싸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위드와 서윤, 세빌, 게르니카, 바하모르그 전원이 순간적으로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워리어와 기사가 막더라도 일제 공격으로 무너뜨리거나 없는 빈틈을 만들어서라도 쇄도했다.

상대의 진형을 뒤죽박죽으로 헝클어 버리면서 당황하게 만들면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바하모르그의 존재도 헤르메스 길드에는 상당한 불리함이었다.

눈부신 양손 공격으로 불과 10여 초도 되지 않아 맞붙은 적을 1명씩 없애 버리고 마법 공격 같은 것도 몸으로 막아 주는 철혈의 워리어!

헤스티거만큼은 아니었지만 가히 전쟁터에나 대적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법할 강자라고 할 수 있었다.

"정말 유익한 곳이군."

위드는 골드마인 던전에서 모은 전리품들을 쌓아 놓고 감상했다.

불과 한나절 만에 최소 2백만 골드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중앙 대륙은 아이템과 황금이 흐르는 곳이었어."

누런 황금들과, 레벨 420대 이상의 장비들과 소모품들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상인이 도착했다.

위드와 상인은 암호를 교환했다.

"크헤헤헤헤."

"음헤헤헤헤."

"마판 상회?"

"위드 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판 님에게 일을 좀 배우고 있습니다."

마판 상회의 중앙 대륙 지부장!

아직 마판 상회의 활동 범위는 중앙 대륙까지는 뻗어 있지는 못했다.

한때 중앙 대륙과의 교역도 진행했지만 대륙 봉쇄령이 떨어지고 나서 막히고 말았다.

그럼에도 돈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인 마판은 은밀하게 지부를 설립해 놓았다.

"이 물건들은……."

"마판 님에게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판매 수익의 6할을 드리겠습니다."

"흠, 길게 따질 것 없이 그 정도라면 좋은 거래로군요."

위드도 흥정을 벌이지 않고 거래를 받아들였다.

어디까지나 중앙 대륙에서였고 장물 거래였기 때문에 마판 상회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했다.

게다가 어서 이 무거운 물건을 처분해야 중앙 대륙의 곳곳에 갯벌 속 꼬막처럼 널려 있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없애러 다닐 게 아닌가.

상인이 싱긋 웃었다.

"거래 대금은 편의상 북부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쪽에서는 물건을 처분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도 하고, 중앙 대륙에서의 사업을 더 확장하라는 지침이 있었거든요."

"좋습니다. 마판 상회의 약속이니 믿지요."

"계속 거래가 가능할까요?"

"다음 거래는 오늘 저녁 정도로 하지요."

"후후후후.":

"크크크큭."

위드와 상인은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잘 맞았다.

은밀하게 저지르는 나쁜 짓이야말로 추억으로 남을 만한 짜릿함!

위드가 먼저 제안을 했다.

"그럼 앞으로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서 친구 등록을 하겠습니다."

"영광입니다."

친구 등록을 마치고 난 상인의 이름은 '검은돈'이었다.

마판 상회에서는 중앙 대륙에도 욕심을 내고 있었다.

거상들이 즐비하였으며, 헤르메스 길드에서 즉각 보복을 가할 수 있기에 밀무역과 장물들을 위주로 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평범하게 성장하던 마판은 위드를 만나고 나서 양심은 줄어들고 욕심은 끝없이 늘어나게 되었다.

★★★★★★★★★★★★★★★★★★★★★★★★★★

위드는 전리품 거래를 마치자마자 서윤과 바하모르그 등을 데리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3명에서 5명으로 숫자를 늘리는 방식은 이미 한번 써먹었던 것이기 때문에 게르니카와 세빌도 함께했다.

 - 아타로그 마굴에 들어오셨습니다.

   이 마굴이야말로 톨렌 왕실이 감추고 싶어 했던 비밀이 숨겨져

   있는 장소 입니다.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는

   몰라도 이 근방에서는 심심치 않게 실종 사건이 자주 벌어졌습니다.

   현재는 톨렌 왕국이 멸망하고 말았지만 악령들이 남아 임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흑마법사들은 마굴을 탐험할 때 좋은 게, 몬스터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는다.

마굴 내의 시설들을 이용하여 마법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으며, 몇몇 특수한 기초 마법을 익힐 수 있었다.

예전에는 마굴 안에서 톨렌 왕국의 기사들, 경비병, 마법사들을 물리치면 고위 귀족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귀족은 흑마법으로 저항을 하다가 위험에 빠지면 목숨을 살려 달라면서 상당한 양의 재물을 내놓는데, 거래를 받아들이는 건 자신의 결정에 달렸다.

재물을 얻고, 약간의 악명과 명예 스텟 하락을 감수할 수도 있었다.

혹은 재물을 거절한다면 다시 전투가 벌어진다.

"그럴 줄 알았다. 정의를 내세우는 인간들이 가장 혐오스럽지."

귀족이 더 위험한 흑마법을 사용하여 침입자와 싸운다.

승리를 한다면 상당히 높은 명예와 명성, 전투 스텟을 얻을 수 있어서 인기가 많은 마굴이었다.

설혹 최후의 보스까지가지 않더라도 기사, 마법사 들을 해치우기만 해도 전리품이 짭짤하다.

주변 마을 주민듣과의 친밀도도 적잖게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역으로 기사에게 당한다면 톨렌 왕실과의 적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페널티가 상당히 큰 장소.

톨렌 왕국의 멸망 이후에는 전부 악령들로 변해서 마굴의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워낙 인기가 있던 사냥터라서 과거에는 흑사자 길드가 차지하다시피 했고, 지금은 베덴 길드가 양보하여 헤르메스 길드에서 독점하고 있었다.

입장료만 해도 무려 1천 골드를 납부해야 했다.

"그야말로 황금 알을 낳는 암탉이로구나."

위드는 들어가자마자 헤르메스 길드에서 입장료를 받아 내는 유저들을 공격했다.

"적이다!"

"그놈들이 여기에도 왔다!"

골드마인 던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마굴인 만큼 위드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습격자가 위드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평범한 외모탓이 지대했다.

기본적으로 골드마인 던전과 아타로그 마굴은 지하인 만큼 어둡다.

전투가 벌어지면 자세한 얼굴의 윤곽을 보기도 어렵거니와, 위드는 평소에 착용하던 여신의 기사 갑옷을 아직 꺼내 입지 않고 있었다.

평범한 중급자용 갑옷을 입고 있는 것도 정체를 감추는 장치가 되었다.

골드마인 던전에서 헤르메스 길드를 사냥하기 시작한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은 무렵에 불과하기도 했다.

조각 변신술을 쓰면 완벽한 위장이 되겠지만 전투가 벌어지면 별 의미는 없다.

위드와 싸웠던 전투 영상을 헤르메스 길드에서 분석하기 시작한다면 정체를 알아차리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입장료를 받던 헤르메스 길드의 4명은 금방 죽음의 위기에 몰렸다.

"어디서 온 놈들인지 몰라도 길드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오늘 일을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다."

"후후후, 어서 돈을 내놔라!"

위드는 적들을 망설임 없이 베었다.

마법의 대륙에서 전쟁의 신으로 불리던 과감함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황금, 황금이다."

물론 거기에는 헤르메스 길드를 해치우고 얻는 전리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지만.

위드는 입구를 제압한 이후로 동료들과 함께 단숨에 마굴의 깊숙한 곳으로 달려 들어갔다.

이곳은 광물을 캐다가 새로운 길이 형성되기도 하는 골드마인 던전처럼 복잡하지 않다.

몇 개의 갈림길이 있을 뿐이었고, 창고와 연구실, 기사단 숙소, 마법사 숙소 등이 있었다.

사냥을 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헤르메스 길드의 파티들을 거침없이 격파했다.

★★★★★★★★★★★★★★★★★★★★★★★★★★

"하룻강아지가 어리석게도 우리 길드의 무서움을 전혀 모르는 격입니다."

"죽은 자들의 보고나 단기간의 피해를 감안하면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합니다. 도대체 어디서 갑자기 이런 실력자들이 나타났을까요?"

"톨렌 지역에 있던 유저 중에 범인이 있겠지요."

"안 그래도 반란군과 흑사자 길드의 부활로 뒤숭숭한데, 독립이니 뭐니 말이 나오기 전에 철저히 짓밟아 버리도록 합시다."

골드마인 던전에는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 3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포르모스 성에서 딱히 할 일이 없던 유저들이 타격대의 형식으로 비상 출동을 했다.

막상 골드마인 던전에 도착해 보니 흉수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분풀이를 할 곳이 없어서 그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텐진 : 아타로그 마굴에 침입자들의 급습!]

헤르메스 길드의 통신망을 통해 누군가가 외쳤다.

[텐진 :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접수대는 이미 전멸했음. 골드마인 던전의 습격자들과 동일인으로 파악됩니다.]

"아니, 이놈들이 겁도 없이?"

"잘됐습니다. 누군지 신원을 파악해서 척살령을 내리려면 시간도 걸리는데 우리가 가서 소탕합시다."

"이왕 모인 김에 확실히 한 건을 처리하면 좋겠지요."

골드마인 던전에 있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즉시 아타로그 마굴로 이동을 시작했다.

험난한 지형의 탓에 아타로그 마굴까지는 산을 3개나 넘어가야 했다.

기사들은 자신의 말을 타고 전력 질주했으며, 마법사들은 몇 명씩 모아서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

위드는 짧은 시간 동안 아타로그 마굴에서도 4개의 파티를 격파했다.

적들을 소탕하자마자 이동과 동시에 정비, 즉각적이고 빠른 사냥이었다.

아타로그 마굴의 일반 유저들도 어느새 소문을 들었는지 위드의 파티가 지나가면 두 손을 들어서 박수를 쳤다.

"꼭 헤르메스 놈들을 무찔러 주시길!"

"조심해서 잘 싸우시기 바랍니다."

사제들이 들어 있는 파티에서는 지나가는 위드와 동료들에게 아무 말 없이 축복과 회복 마법을 걸어 주었다.

"으흠, 역시 사람은 약하게 살면 보답을 받는군."

위드 입장에서야 이런 대접이 나쁠 것 없었다.

그리고 몇몇 유저들은 정보도 알려주었다.

"골드마인 던전 쪽에 있는 친구가 그러는데, 놈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답니다."

적진 한복판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유저들은 위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한계 역시 명확한 것이, 헤르메스 길드의 보복이 두려워서 몰래 소극적인 도움을 건네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놈들이 우릴 잡으러 올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유저들이 걱정을 해 주었다.

"지금 빠져나가지 않으시면 잡힐 텐데요. 어서 도망치세요!"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만, 저는 수금하는 동안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습니다."

수금무퇴의 정신!

위드는 외부에서 쳐들어올 병력에 대한 걱정은 뒤로한 채로 아타로그 마굴의 깊숙한 곳으로 진격했다.

구경꾼들 몇 명은 호기심 때문에 사냥도 포기하고 위드의 뒤를 따라왔다.

로열 로드의 패권을 장악한 헤르메스 길드에서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면 그건 매우 큰 화제가 된다.

인터넷에 동영상이 퍼지거나 방송국이 취재를 할 만한 사건이었기에 뒤를 따랐다.

구경꾼들을 저지할 수도 있었지만, 위드는 내버려 두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목숨을 잃는 광경이야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놈들이 벌써 여기까지 도착했다!"

"방어선을 통과 못 하게 해. 여길 놈들의 무덤으로 만들자!"

아타로그 마굴 안쪽에서 헤르메스 길드의 3개 파티가 연합해서 전투단을 형성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길드 내부의 통신망을 통해 습격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들끼리 대비를 위해 뭉쳤다.

이번에야말로 조금 크고 위험한 전투!

위드와 바하모르그, 서윤이 앞장서고 있었는데 바로 이글거리는 불덩어리가 날아왔다.

맹렬한 화염 덩어리.

검으로 베거나, 원거리 공격 스킬로 불덩어리를 파괴하면 즉시 폭발하여 주변에 피해를 입힌다.

레벨 430대의 마법사가 시전이 가능하며, 주문을 외우는 데 아주 긴 시간이 필요했다.

전쟁터가 아니고서는 거의 쓰기 힘들 정도의 광역 주문이었는데, 위드의 전투 행적을 길드 통신망을 통해 듣다가 마법을 완성해 놓고 기다린 것이다.

"바하모르그, 가라."

"얼마든지!"

바하모르그가 앞으로 뛰어나갔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맺혔다.

"어리석은 애송이."

"마법이 뭔지도 모르는 촌놈이구나."

마법의 특성도 모르고 감히 막으려고 드는 바하모르그를 보자니 한심하고 우습게 느껴졌다.

바하모르그는 곧바로 숯덩어리가 되고 옆의 동료들도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의 기사들과 전사들은 앞으로 달려 나갈 준비를 했다.

마법이 계획대로 작렬한다면 도망칠 기회 따위는 주지도 않을 생각이었다.

바하모르그가 크게 소리쳤다.

"크레아아아아아!"

암벽 육체!

이글거리는 불덩어리가 바하모르그에게 작렬했다.

"이때다. 끝장을 내자."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정면을 향해 달렸다.

마법사들과 샤먼들로부터 질주 속도를 늘리는 보조 스킬들을 부여받았다.

강렬한 화염 줄기와 파편들을 뛰어넘어서 멋지게 습격자들을 공격하겠다는 게 그들의 의도였다.

화염 폭발이 일어난 지역으로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가까워졌다.

그런데 마법 폭발로 일어난 눈부신 빛이 사그라지면서, 그대로 건재한 바하모르그의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짓말이지? 이게 뭔 몰상식한 장면이야."

"터무니없다!"

"마법사, 무슨 멍청한 실수를……. 마지막에 마법 유지를 못한 거야?"

전사들과 기사들이 동료들을 탓하고 있을 때였다.

정작 넋을 놓고 있는 건 마법 공격을 가한 마법사였다.

"마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상이었어. 어떻게 이럴 수가……."

맹렬한 화염 덩어리는 전쟁터에서도 한꺼번에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마법이다.

기본적으로 광역 마법이기는 하지만 개인도 적중당하면 버텨 낼 수가 없을 정도로 강했다.

마나의 삼분의 이 이상을 소모한 필살의 공격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걸 맞고도 살아남다니 기가 막혔다.

바하모르그가 공격을 시작했다.

"몰아치는 가르기!"

도끼와 철퇴를 연속으로 휘두르며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강타했다.

방패로 막더라도 10미터 이상을 뒤로 날려 버리는 엄청난 위력.

게르니카와 세빌이 좌우를 받쳐 주면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과 팽팽하게 싸웠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볼품없이 나가떨어졌지만 다시 일어나서 싸웠다.

그들에게는 장기전으로 갈수록 든든한 사제들이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우리 편을 지원해 줘."

"계획대로 버티기만 하면 된다."

사제들은 전사들을 향해 치료 마법을 분주하게 걸어 주었다.

그런데 전사들이 바하모르그와 싸우면서 싹둑싹둑 줄어드는 생명력이 믿기지 않았다.

"마나를 아껴. 장기전에 대비해!"

"정확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만 일대일로 치료를 하도록 하고, 광역 회복 스킬을 아직 자제해. 전사들이 죽지만 않으면 된다!"

사제, 샤먼의 든든한 지원.

던전에서 3개의 파티가 연합한 만큼 바하모르그라고 해도 뚫지 못하는 난공불락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사실 억지로 돌파하려고 한다면 워리어의 철통 돌진과 같은 스킬을 사용하고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면 가능하기도 하다.

방어 진형을 무너뜨리는 대신에 사방에서 포위를 당할 테지만, 바하모르그의 투지는 그 정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얌전히 상대하는 까닭은 미리 계획된 전술.

위드는 어느새 헤르메스 길드 사제들 뒤에까지 다가가 있었다.

그가 몰래 움직인 시기는 공격 마법으로 인해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고 연기 속에서 바하모르그의 건재한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어쌔신의 공간 침투. 도둑의 은신 스킬은 없었지만 인간인 이상 시야가 가로막히면 허점은 쉽게 생긴다.

사람들의 시선이 바하모르그에게 완전하게 쏠려 있을 때를 틈타서 벽을 타고 연기를 뚫고 뒤쪽까지 침투했다.

"쌍검술!"

위드는 데몬 소드와, 골드마인 던전에서 새로 주운 쓸 만한 검을 들고 사제들을 마구 베었다.

"기습, 기습이다!"

쌍검술을 제대로 익힌 건 아니지만 조각 파괴술로 힘을 늘린 이상 무방비 상태의 사제들을 공격하기에는 남아도는 공격력.

위드는 후방 공격을 통해 사제들과 샤먼들을 쓸어버렸 고, 그 이후로 전사들까지도 앞뒤로 합공해서 쓸어버렸다.

"후후후, 간단한 승리로군."

헤르메스 길드의 연합한 3개 파티까지 단기간에 끝장낼 수 있는 전투력.

"으아아아!"

"뭐야, 뭐가 저렇게 강해!"

구경꾼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 성스러운 기품의 사제복을 획득하셨습니다.

 - 백금 허리띠를 획득하셨습니다.

 - 마검 메추리를 획득하셨습니다.

위드는 아이템들을 착실히 수거했다.

몬스터들을 사냥할 때에는 만 마리쯤은 해치워야 정말 좋은 물건이 하나씩 떨어졌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착용하고 있는 물건은 어느 것 하나 유명하지 않는 것도 없고 싸구려도 없었으니 어떤 게 떨어지더라도 이익이 엄청났다.

위드는 입가에 침을 발랐다.

'대박이로군. 이 던전의 사냥도 마치고 나면 레벨이 하나 더 오르게 된다.'

하루에 1개씩의 레벨 업!

위드의 레벨을 감안하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성장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 거의 대부분이 살인마에 가까울 정도로 막대한 악명을 쌓고 있기 때문에 이겨서 얻는 경험치가 많다.

그리고 단순히 빠른 성장이라고만 부를 수는 없는 이유가, 상대하는 이들의 레벨이 퀘스트 때문에 뒤처진 위드보다 높았다.

위험도 또한 보통의 사냥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보니 성장 속도가 대단히 빠른 게 오히려 정상이었다.

★★★★★★★★★★★★★★★★★★★★★★★★★★

아타로그 마굴의 초토화!

3개의 연합 파티들까지 물리쳐 버린 이후에 아타로그 마굴에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였다.

"당장 튀자!"

"놈들이 어느 쪽으로 오고 있는 거야? 어디서 이런 놈들이……."

"안심해도 좋아. 몬스터들이 있는 이상 우리에게까지 오진 못하겠지."

자긍심 높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도주를 선택했다.

마굴 안에서 사냥하던 일반 유저들에게는 황당하고도 생소한 광경이었다.

그들은 사냥하던 자리를 벗어나서 던전 안쪽 깊숙이 들어갔다.

아타로그 마굴의 몬스터들의 수준은 상당히 뛰어났으니 거기에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아타로그 마굴에는 악령들이 돌아다녔다.

위드는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몬투스를 해치우고 획득한 악마 투구를 착용했다.

 - 악마 투구를 착용하셨습니다.

   방어력이 161 증가합니다.

   당신의 잔혹한 마음이 모든 이들의 공포를 일으킬 것입니다.

   그 대가로 매일 신앙심이 3씩 감소합니다.

   악마는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끝없는 방어가 발동되어 자신을 향한 공격들을 거리에 따라

   급격하게 약화시킵니다.

   모든 상태 이상에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 방어력은 적들의

   공격을 때때로 무용지물로 만듭니다.

   부상을 입을수록 육체가 강해집니다.

   흑마법과 지옥계의 마법은 당신보다 강한 자가 아닌 한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지혜가 98 늘었습니다.

   지식이 115 오릅니다.

   중급 흑마법까지의 마나 소모가 최소가 됩니다.

   악마적인 두뇌로 마법 발동 시간이 단축됩니다.

   모든 전투 스킬의 위력이 12% 오릅니다.

   이 투구는 절대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전투 명성이 8,000 높아집니다.

   투구를 쓰고 있는 동안 호칭 '악마의 열세 번째 부하'가 적용됩니다.

"후우, 엄청난 능력이군."

악마 투구와 같은 물건은 위험도가 높은 사냥터에서 기꺼이 써 주어야 했다.

전형적인 대인 살상용 장비!

위드를 본 악령들은 온몸을 떨며 전율했다.

 ㅡ캬흐흐흐, 악마의 하수인이시여.

 ㅡ악의 종자를 알현합니다.

악령들은 공포를 일으키기보단 반가워했다.

악으로부터 힘의 원천을 얻는 악령들은 같은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잘 덤벼들지 않는다.

흑마법사, 타락한 네크로맨서가 얻는 특혜의 일부.

하지만 강한 악령들 중에는 오히려 상대가 현저하게 약할 경우에는 악의 힘을 빼앗기 위해서 먼저 덤벼들기도 했다.

위드의 투지는 악령들을 피해 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못해서 넘치는 수준이었다.

 ㅡ꺼림칙한 인긴이다. 어서 길을 비키자! 이히히히.

 ㅡ악마의 하수인이 지나가야 돼. 저 인간이야말로 이 모든 그릇된 것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줄 것이야.

악령들과의 전투를 피해 가면서 쾌속 전진.

일부 악령들, 레벨이 낮은 악령들은 뒤를 따라왔다.

 ㅡ그를 따르자. 그에게서 악이 무엇인지를 배워야 한다.

 ㅡ보아라. 우리가 기다려 왔던 순간이 드디어 도래했다. 저 악마의 종자는 비열함과 비겁, 추악의 새로운 길을 열어 줄 것이다.

위풍당당!

아타로그의 악령들을 이끌고 진격한 위드는 헤르메스 길드의 사냥 파티들을 완전히 박살 내 버리고 말았다.

바하모르그와 서윤만 해도 일대일로는 감히 싸울 수가 없었으며, 위드의 전투 능력도 조각 파괴술을 쓴 이상 감당이 어렵다.

악령들까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대규모로 끌고 다녔으니 헤르메스 길드의 사냥 파티들이 묻히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ㅡ키헤헤헤헤헷. 지옥의 문이 열릴 것이다.

 ㅡ아아아, 이 향긋한 시체 냄새.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가히 엉망진창이었으며, 질겁하여 도망치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삽시간에 학살되었다.

"과연 이 맛이로군. 라면 수프를 넣더라도 맛있으면 됐지."

위드는 가슴을 쭉 폈다.

순수하게 검과 힘으로 굴복시키진 않았지만 어찌 되었건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주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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