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4권 : 4) 제국의 추락 (301/520)

4) 제국의 추락

용기사 뮬의 충격적인 사망!

그라디안 왕국과 네스트 왕국의 군사령관으로서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던 그가 죽임을 당했다.

헤르메스 길드는 물론이고 일반 유저들조차 경악을 금치 못할 대사건이었다.

동시에 블랙소드 용병단에서는 전력을 기울여서 노드 그라페를 정복하고 말았다.

맹활약을 벌이던 뮬이 어느 순간 나타나지 않자 그의 지배에 있던 제국군 병사들과 그리폰들이 심하게 동요했다.

총지휘관의 사망으로 군대의 사기가 꺾이고 말았다.

그리폰 라이더들의 활약이 주춤했던 사이에 성문과 성벽이 차례로 뚫리고, 블랙소드 용병단의 정예가 성채 내부로 대거 들어가게 되었다.

하벤 제국군에서는 어쩔 수 없이 노드 그라페를 포기하고 퇴각, 왕성인 버겐 성에서 수비에 나섰으나 채 전열이 갖춰지지도 않은 상태였다.

버겐 성에서도 다시 막대한 피해를 입고 다시 퇴각하여 국경 부근까지 물러서게 되었다.

블랙소드 용병단은 그라디안 왕국의 왕성을 회복했지만 국토 전역에서 반란군과 옛 그라디안 왕국 부흥군, 하벤 제국군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미헬은 판단을 내렸다.

"큰 것을 얻었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지키진 못한다. 그러나 하벤 제국 놈들도 못 먹게 하자."

세금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군대를 조직하더라도 제국과 맞설 힘을 기를 시간이 없다.

용병단은 군대 시설을 파괴하고 창고에 쌓여 있는 재물을 사람들에게 마구 나눠 주었다.

그 이후에 수도를 포기하고 흩어져서 반란군과 같이 제국군과 싸우기로 했다.

그라디안 지역이 극심한 혼란에 빠지면서, 네스트에서도 반란군의 봉기가 잇따랐다.

★★★★★★★★★★★★★★★★★★★★★★★★★★

"세상에 내게도 이런 일이……."

위드는 감격했다.

뮬을 해치우고 나서 획득한 전리품. 번쩍거리는 물품들을 보며 감동하고 있었다.

"이건 정말로… 이 세상은 나쁘게 살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원칙이 진짜란 뜻이야!"

뮬은 목숨을 잃으면서 무려 세 가지나 되는 아이템을 떨어뜨렸다.

허리띠, 장갑, 창.

함정에 빠진 뮬은 선더 스피어를 휘두르며 끝까지 버텼지만 아쉽게도 몸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그리폰 수색대가 도착하기 전에 속전속결로 해치우기 위해 위드와 바하모르그가 동시에 전투에 나서고, 다른 이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지키고 섰다.

뮬은 2개의 광대한 지역을 아우르는 제국군 총사령관이었다.

위대한 용기사로서 사람들의 추앙도 대단했다.

하지만 현실은 함정에 빠져서 두들겨 맞다가 아무것도 못해 보고 사망!

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비겁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전쟁이라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춰 가며 일대일로 싸워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그런 기준에서라면 전투에 나선 군대도 매복이나 기습 같은 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무조건 비슷한 병력을 동원해서 싸워야 하고, 정면 돌격만 가르쳐야 하리라.

헤르메스 길드와는 전쟁 상태에 있는 만큼 비겁하거나 치졸한 수단에 의해 죽었다는 건 변명거리도 되지 않았다.

헤르메스 길드도 위드를 방해하기 위해 지골라스까지 공격대를 보내오고 전쟁에서는 암살단을 활용했던 만큼 뮬의 죽음에 있어서는 비겁하다고 항의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뮬까지도 위드에 의해 죽었다는 점을 널리 홍보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으리라.

다만 위드는 뮬의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동정했다.

강도 중에서도 지독한 강도를 만나서 목숨을 잃은 꼴이었으니까.

위드는 일단 가장 간단한 허리띠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가, 검정!"

『 위대한 승리자의 벨트 : 내구력 110/110. 방어력 156.

스물한 가지의 보석이 박힌 백금 허리띠.

칼라모르 제국의 영웅 할라드가 착용하던 역사적인 보물이다.

한 시대에 이름을 날렸던 위대한 전사들이 대를 이어서 사용했다.

제한 : 레벨 495.

       명예 300. 기품 300.

옵션 : 모든 스텟 25 증가.

       생명력과 마나의 최대치 21,890 상승.

       기품, 명예, 인내, 카리스마, 예술 +50.

       전투 스킬 +1.

       지휘력 +2.

       정령술의 위력 11% 증가.

       모든 마법의 피해를 최소 21%에서 최대 89%까지 감소시킨다.

       독, 저주 마법으로부터 빠르게 벗어남. 』

"카아!"

소주를 통째로 한 병을 마셨을 때에나 나오는 감탄성!

"옵션이나 방어력이 미쳤군. 이건 뭐 팔더라도 가격조차 결정하기 어렵겠구나."

판매 가격을 적지 않고 그냥 경매에 올리면 될 것이다.

경쟁이 붙을수록 어마어마한 가격이 책정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이었다.

"이런 장비를 차고 사냥을 했다니, 완전히 사기잖아?"

모든 장비를 직접 구해야 하는 위드에 비해서,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중앙 대륙이라는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온갖 수단을 다 썼으니 이런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위드는 그나마 특별한 퀘스트와 직접 제작까지 했기에 망정이지 일반 유저들에게는 따라올 수 없는 벽과도 같으리라.

"으음, 허리띠는 당분간 팔지 말고 내가 사용해야 되겠군. 웬만해선 더 좋은 것을 구하기도 힘들 테니까."

허리띠만 쓰더라도 전투력이 훨씬 향상되리라.

본래 장비발이란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위드의 눈길이 이번에는 장갑으로 향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이것도 보자. 감정!"

『 탁월한 지휘력의 전설 기사 장갑 : 내구력 90/90. 방어력 54.

제작 연대는 대략 250년 전에서 370년 전까지로 추측.

대륙 최고의 재봉사, 대장장이 비밀 조합 블랙스미스에서 만든 작품.

고매한 기사 라르크에게 선물한 장갑으로, 그의 사후에는 칼라모르 제국 황실 보물로 보관되어 왔다.

제한 : 레벨 490.

       검술 고급 7레벨.

옵션 : 전투 중에 힘 +170.

       모든 스킬의 효과를 15% 추가함.

       치명적인 공격을 가했을 때 다섯 가지의 특수 피해를 가산함.

       일시적으로 상대의 검술 스킬 약화.

       명예, 기품이 더 빨리 증가.

       기사도 스킬 +2

       높은 내구도로 인해 쉽게 손상되지 않음.

       왕국을 위한 업적 달성 시에 80%의 공적치가 추가됨. 』

"실로 명품이군. 명품이야."

위드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장갑 같은 건 구경해 보기도 어려웠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뛰어나게 잘나가는 유저를 처리하지 않았다면 언제 가질 수 있었겠는가.

"말로만 듣던 백화점 명품관이 따로 없구나."

위드는 장갑도 본인이 쓰기로 했다.

"뭔가 강해지는 느낌이 드는군.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외모가 좀 멋있어진 것 같기도 해."

장갑이나 부츠, 망토와 같은 장비들은 대장장이와 재봉 스킬을 이용해서 만들어서 많이 썼다.

여신의 기사 갑옷이나 레드 스타에 비한다면 아무래도 전체적인 균형이 맞이 않았는데,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해치우고 최고의 물품을 얻었다.

"내가 장비발까지 갖추게 될 줄은 몰랐는데."

스킬과 스텟으로 먹고살던 위드에게 날개가 달린 셈!

위드의 눈길이 마지막 남은 창으로 향했다.

눈에 익숙한 검은 창.

창의 손잡이 부분에는 번개 모양의 문장까지 새겨져 있었다.

"에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믿겼다.

"설마하니, 모습이 비슷한 다른 창이겠지. 이건 그냥 팬을 만나면 선물로 나눠 주는 기념품 같은 것일 거야."

그럼에도 가슴이 마치 택배 상자를 열어 볼 때처럼 떨렸다.

"감정!"

『 봉인된 선더 스피어 : 내구력 136/150. 공격력 146~223.

지고의 드워프 대장장이 론드핸드가 만든 최고의 역작.

드워프 론드핸드는 말년에 단순한 마법 무구를 넘어서 자연의 파괴력을 무기에 담으려고 하였다.

이 창은 수십 번의 담금질을 마치고 수베인 왕국의 벼락이 그치지 않는 산에 버러졌다.

수억 번의 벼락을 견뎌 낸 창은 마침내 그 힘을 간직한 채로 다시 태어났다.

제한 : 기사 전용.

       레벨 570.

       창술 고급 6레벨.

옵션 : 벼락을 일으키는 창.

       마나를 소모할 때마다 일정 거리를 휩쓰는 광역 벼락을 내려친다.

       전격 계열 마법으로부터 97% 이상의 면역, 그 힘을 흡수할 수 있다.

       전격 계열 마법과 전격 공격 스킬의 효과를 228% 상승.

       공격 속도 21% 향상.

       적과 무기를 부딪치면 일정 확률로 감전시킴.

       자신보다 약한 적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을 때에는 33%로 기절을 시킨다.

       7회의 연속 공격이 성공하면 주변으로 연쇄 번개 분산, 번개 방패가 무작위로 형성됨.

       전격 계열 스킬 뇌격의 비상, 파동, 번개 폭풍, 번개 흔들기, 뇌전 중심 진격, 휘몰아치는 전역 천둥 사용 가능.

 #현재는 선더 스피어의 힘이 봉인되어 있다.

  창이 가지고 있는 공격력의 60%만 발휘 가능.

  충분한 능력을 가진 이가 창을 사용하면 봉인은 해제될 것이다. 』

"이, 이, 이것은… 진짜다!"

봉인된 선더 스피어.

뮬은 일찍이 헤르메스 길드의 중역이었고 군대를 거느린 군단장의 신분이었던 만큼, 악명이나 살인자 상태에 구애받지 않았다.

로열 로드의 초기 이후로 목숨을 잃었던 적도 없으니 죽고 나서 푸짐하게 장비를 떨어 뜨리게 된 것이다.

"기가 막힐 정도로구나. 지금까지 이렇게 좋은 무기의 위력이 완전히 발휘되지 못했다니 너무 아쉽군."

위드는 선더 스피어를 손에 잡아 보았다.

찌릿한 전기가 온몸을 타고 흘렀다.

 - 다룰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여 봉인된 선더 스피어를 착용할 수 없습니다.

   고급 대장장이 2레벨의 스킬로 인해 무기의 사용 제한이 감소하여 창술이 중급 3레벨이 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당장 내게는 창술이 없기는 하지만… 손재주와 통찰력이 있으니 중급까진 금방 올릴 수 있지."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템.

창은 일반적으로 다루기가 쉽고 공격 거리가 길다. 공격력도 매우 강했다.

다만 무거워서 연속 공격과 방어에 검만큼 편하진 않았다.

이 창도 자신이 사용을 하다가 검치나 수련생들의 실력이 창을 사용할 정도가 되면 검과 바꾸기로 했다.

그들은 무기술을 익히고 있으니 창술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대충 멋진 영상 1~2개 보여 주면 되겠지. 뮬이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것들을 구경시켜 주면 될 거야."

검에 미쳐 있지만 또 한없이 가벼운 성격이기도 했다.

위드는 드래곤을 찾아가기 전 사흘의 시간 동안에는 대륙의 북부를 떠돌며 사냥에 푹 빠졌다.

레벨도 440에서 뮬을 처치할 때의 전투로 1개, 사흘간의 사냥에서 또 1개를 올렸다.

대장장이 스킬로 창을 하나 만들어서 써서 창술도 초급 6레벨까지 쉽게 달성했다.

위드는 사막의 대제왕 시절에 필요에 따라 창을 써 본 적도 있었으며 무기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전투에 능숙했다.

검술이 고급 5레벨에 있는 만큼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는 창술도 숙련도가 쌓이는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

 - 창술을 이해함으로써 통찰력 스텟이 2만큼 증가합니다.

"조금만 더 성장하면 되겠군!"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끊임없이 습격할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뜸을 들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생각하게 될 것이다.

용기사 뮬마저 목숨을 잃었다. 과연 헤르메스 길드에서 무사할 사람은 몇이나 되겠는가!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심하게 위축되는 한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오히려 여유를 보여 준다.

충분히 공포심이 조성되고 나면 이후의 습격은 훨씬 쉬워질 테니까!

"원래 이 바닥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

   

★★★★★★★★★★★★★★★★★★★★★★★★★★

대륙 최고의 암살자.

타인에게 이름을 밝히기를 싫어하는 그는 하벤 제국의 수도로 은밀하게 잠입해 있었다.

"위드. 그가 큰 사고를 쳤군."

암살자는 조금 더 분발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사냥에는 졌지만… 암살에서는 내가 최고다."

용기사 뮬은 중앙 대륙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의 유명인이었다.

그가 멋진 그리폰을 타고 도시의 분수대 위를 날아가거나 전투를 치르는 영상은 로열 로드 명예의 전당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용기사라는 직업은 비행 생명체들을 길들이고 다룰 수 있기에 기사 중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뮬 개인의 뛰어난 전투 능력은 물론이고, 멋진 그리폰 군단 때문에라도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했다.

"그런 뮬까지 죽였으니… 누구든 죽음이 두려워지겠지."

암살자가 볼 때에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이미 하벤 제국의 수도에서조차도 조심하고 있었다.

진작 사냥터로 웃으면서 떠났을 이들이, 최소한 몇 명 이상 모이지 않으면 술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위드가 언제 조각 변신술 같은 것으로 습격할지 모르기 때문에 몬스터 사냥을 하면서도 심각할 정도로 주의를 기울였다.

심지어는 위드가 켄타우로스로 변신해서 무차별로 화살을 쏜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지면서 조금도 방심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위드에 대한 강박관념!

헤르메스 길드에서 위드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저는 거의 없었다.

성을 몇 개씩이나 소유한 대영주라고 할지라도 몸을 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앞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되겠군."

암살자는 로브 속에서 여자들을 매혹시킬 만한 멋진 미소를 지었다.

혼란스럽고 어두운 밤은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세상이다.

영혼을 파괴하며, 피하지 못하는 죽음을 내리는 잔혹한 살육지배자가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위드가 뮬을 죽였다면, 내 목표는 보에몽이다. 뮬에게도 그다지 뒤처지지 않는 목표지."

거인 기사 보에몽.

바드레이의 친위대 소속으로, 하벤 제국의 정복 전쟁들을 지휘했다. 그가 정복한 영토만 해도 한 국가의 규모를 넘어설 정도였다.

헤르메스 길드를 대표하는 이름 중의 하나인 보에몽!

그러나 그는 의외로 부하들을 많이 거느리고 다니지 않는 허술함이 있었다.

스스로의 전투 능력을 바드레이 외에는 닫할 자가 없다고 과시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암살자에게는 딱 좋은 먹잇감의 태도였다.

헤르메스 길드에 비상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수도 아렌 성만큼은 아직 잠잠하다.

길거리에서도 헤르메스 길드원들을 흔하게 마주칠 수 있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방심.

암살자는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위험하지 않으면 암살이 아냐. 진정한 기회는 위기 속에서 나온다."

보에몽에게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로 뒤를 따랐다.

그가 시내의 상점에 있는 최고급 무기점에 들어갔다. 마침 무기점에는 헤르메스 길드원이 아닌 일반 유저들만 있었다.

암살자는 천장에서 뚝 떨어져 내리면서 보에몽을 단검으로 찔렀다.

"죽음의 습격!"

 - 치명적인 일격이 성공했습니다.

   대상의 생명력과 마나, 체력의 최대치가 45%로 감소합니다.

   뿌리 단검의 독성이 대상의 움직임을 봉쇄합니다.

"쾌액! 웬 놈이냐!"

보에몽이 자랑하는 양손도끼를 꺼내기도 전에 무려 일곱 번의 연속 공격이 성공을 거뒀다.

암살자는 장기간의 전투보다는 표적의 빈틈을 노린 단기간의 집중력으로 승부를 본다.

"이노옴!"

간신히 양손도끼를 꺼내서 휘둘렀지만 암살자는 이어서 그의 가슴에 단검을 다섯 개나 꽂았다.

필살의 다섯 단검!

독을 바른 단검을 적에게 꽂을 때마다 효과가 누적되었다.

독의 가짓수가 늘어나면 서로 섞여서 그 어떤 대상이라도 죽이는 극독이 된다.

마스터하면 최대 12개까지의 단검을 쓸 수 있는 암살자의 비기.

보에몽이 바바리안 기사가 아니었더라면 사용할 필요도 없었을 기술이었다.

 - 적색 기사단 단장 보에몽이 사망했습니다.

   하벤 제국 5대 기사단장 중 1명의 목숨을 거두었습니다.

  보에몽은 많은 도시를 정복하며 악명을 드높인 기사입니다.

  그의 죽음을 기뻐하는 주민들이 많을 것입니다.

  

 - 명성이 7,921 올랐습니다.

  

 - 암살 성공으로 민첩이 2만큼 증가합니다.

  

 - 암살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하였습니다.

  

 - 단검술의 숙련도가 증가하였습니다.

보에몽의 커다란 몸이 회색빛으로 변해서 사라졌다.

암살자는 살짝 웃었다.

"간단하군."

정말 강한 자들이 순식간에 버티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다.

삶과 죽음을 나누는 그 순간이야말로, 죽음을 몰고 오는 그림자라는 자신의 호칭에 가장 잘 맞았으니까.

이미 암살자 그에게도 헤르메스 길드가 이를 갈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있었다.

"그럼 가 볼까."

헤르메스 길드에서 이 소식을 아는 것은 시간문제.

서둘러 하벤 제국의 수도에서 빠져나가지 않으면 고립될 수가 있었다.

무기점을 나온 암살자는 간단한 여행자 복장을 하고 미리 봐 둔 도주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위장술은 기본이라서, 이 지역 주민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알아차릴 수도 없다.

그가 빠져나가고 난 이후 하벤 제국의 주민들은 이야기했다.

"들었는가. 수도에서 기사 보에몽이 아뭄것도 못 해 보고 목숨을 잃었다지?"

"무서운 일이야. 자신의 집에서도 편안히 지낼 수가 없게 되었어."

"그에 대해서는 대충 들어 본 바가 있네. 몬타냐의 양념게……."

"쉬잇! 그의 이름을 함부로 꺼내지 말게. 그를 부르면 정말 나타나서 목숨을 가져간다는 이야기가 있어."

"허억, 그렇군!"

★★★★★★★★★★★★★★★★★★★★★★★★★★

위드가 떠난 있는 동안에도 아르펜 왕국의 거센 활력은 멈춰지지가 않았다.

어려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대지의 궁전도 무섭게 재건설에 돌입하여 형태를 갖춰 가고 있었다.

왕궁 건설은 북부에 자리를 잡은 건축가들에 의해 진행되었고, 수많은 북부 유저들의 노동력이 동원되었다.

마무리 작업은 대륙의 조각사들과 화가들이 참여하여 총집결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하지만 건설 사업에서는 예산 초과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법!

"여러분, 왕궁 건설 자금이 모자랍니다. 더 이상 자재를 구입할 돈이 없어서 작업을 중단하고 완공 일정을 미루어야 합니다."

"납부! 납부! 납부!"

딱 1시간 후!

"왕궁 건설 자금의 마련이 종료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새벽의 도시 수로 건설 자금을 모집하겠습니다."

"납부! 납부! 납부!"

단숨에 모이는 건설 자금!

돈을 내면 명성과 국가 공적치가 쌓이고, 또 광장에 깔린 벽돌 한 장에라도 자신의 이름이 새겨졌다.

북부 유저들은 레벨은 낮더라도 돈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상인들의 활약과 낮은 세금으로 인해서 기본 생활 물가가 대단히 저렴했다.

오랫동안 버려진 비옥한 땅을 적극적으로 개간한 농부들, 숲에서 자란 나무 열매를 따서 팔아 치우는 엘프들, 바다의 해산물을 싹쓸이하는 어부들로 인해 식료품의 가격이 부담 없다.

무기와 방어구도 대장장이들의 노력에 의해 저렴하게 생산되었고, 퀘스트로도 많이 입수되었다.

심지어 하벤 제국과의 전쟁에서 적들을 전멸시키면서 얻은 무기류도 산더미처럼 쌓였다.

원래 퀘스트 등으로 물품을 얻었다고 해도 중앙 대륙에서는 함부로 도시의 상점에 팔지 않았다.

상점에서 매각을 하면 물품 가격의 30%에서 최대 65%까지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

상인 유저들에게 판매하더라도 최소 세율은 20% 이상이었다.

그나마 레벨이 낮은 장비나 잡템 같은 것은 처리하기도 곤란했다.

소속 국가에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 많으니만큼 물품을 원하는 유저들끼리의 물물교환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이에 반해 북부에서는 세금이 저렴한 만큼 상점을 이용한 공식적인 교역과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유저들은 무엇이든 쉽게 돈으로 바꿀 수 있었고, 낭비되는 시간도 절약 할 수 있었다.

하루 중에 조금만 일하거나 사냥을 하더라도 편안한 생활을 하기에 넉넉한 돈을 벌 수 있었다.

특히 아르펜 왕국에서는 전설처럼 회자되는 잡템에 대한 일화가 있었다.

"내가 모라타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그건 예쁜 여자들이 많거나 도시가 아름답기 때문은 아니야. 퀘스트가 재미있거나 세금이 저렴해서는 더더욱 아니지!"

까칠한 초보 유저 키르!

그는 사냥 중에 얻은 4쿠퍼 13쿠퍼짜리 잡템은 모두 버렸다. 상점에서 팔거나 상인 유저에게 거래해 달라고 하기 창피했던 것이다.

"이런 거 아니더라도 먹고살 수 있으니까. 돈 벌기도 쉬운데 배낭만 무겁잖아."

초보 유저들이라면 비슷한 고민을 누구나 다 한 번쯤은 했다.

처음에는 전리품이라면 닥치는 대로 무조건 줍다가 나중에는 1실버라도 돈이 안 되면 버린다.

그러나 위드가 지골라스에 다녀와서 전리품을 처분하는 과정을 많은 유저들이 보았다.

아이템이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엄청난 모험을 하고 오셨나 봐. 진짜 끝내준다."

"우리도 위드 님처럼 환상적인 모험을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그 아이템이 상인 마판에 의해 처분이 되기 시작했다.

달걀 껍질, 뾰족한 돌 조각, 버려진 붕대, 발톱 조각, 철광석 부스러기, 시들어 버린 꽃, 말린 과일 조각,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래된 뿔, 썩은 동물 뼈 등등.

아득하게 먼 북쪽의 바다의 끝 지골라스에서 배로 운반해 온 아이템들치고는 정말 보잘것없었다.

심지어 위드는 그 잡템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유령선을 소환하여 하벤 제국 함대까지 격파했다지 않은가!

아르펜 왕국의 위드와 북부의 대상인 마판은 잡템의 가격을 일일이 평가하며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위드 님, 이 낡은 지도는 도저히 상태가 거래할 수 없을 정도인데요."

"훗, 그거 항궁 바르나에서 숙련된 뱃사공에게 팔 수 있습니다. 37실버짜리지요. 항해 성공에 대한 추가 보수도 지급받을 수 있지요."

"오, 과연 그렇군요. 한 수 배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바다 쪽은 잘 몰라서요."

"바르나에서 무역 선단을 운영하는 마판 님이 모르실 리가 없을 텐데."

"흠흠, 최근 관심을 조금 두고 있는 정도지요."

알뜰하게 모은 잡템들로 자잘한 퀘스트들을 해결하고 흥정을 통해서 몇 푼이라도 더 올려 받는 광경!

유저들은 입안 가득 짭짤함을 느꼈다.

"자, 자린고비다.'

'으악, 저렇게 살고 싶진 않아!'

국왕이며 북부의 절대자라고 할 수 있는 위드의 근검절약을 보며, 북부 대륙에서 잡템 판매는 하나의 당연한 문화처럼 되었다.

사냥터에서 잡템을 함부로 버리는 사람을 보면 큰 낭비라도 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알뜰한 잡템 거래 문화는 키르와 같은 유저들까지도 사냥터에 빠뜨리지 않고 전리품을 주워 오게 만들었다.

그렇게 모인 잡템들도 국가적으로 보면 큰 재산이 되었다.

경제 규모가 커질 뿐만 아니라, 필요로 하는 잡템들을 원활하게 구할 수 있게 되어 간단한 퀘스트들이 빠르게 완수되었다.

유저들과 주민들의 성장 속도에 미미하더라도 긍정적인 요인이 틀림없이 작용되었다.

대지의 궁전, 새벽의 도시가 새로운 중심이 되었지만, 모라타의 끝없는 확장, 모드레드, 오크 성채 등의 도시들의 건설도 한창이었다.

비옥하고 넓은 땅을 가진 아르펜 왕국은 생산과 모험, 교역으로 경제력을 키워 나가고 영향력을 넓혔다.

과거 니플하임 제국 시절의 교통망을 중심으로 말과 마차가 돌아다니고, 유저들과 주민들이 모여 옛 도시와 마을이 재건되고 있었다.

왕국 전체가 개발의 붐을 타고 발전하고, 유저들은 끊임없이 유입된다.

모라타와 인근 위성도시, 옛 니플하임 제국 도시들의 개발로 인해 아르펜 왕국은 더 이상 불편하다고 말할 수 없는 단계였다.

유저들이 북부 대륙 떠돌며 퀘스트와 사냥, 교역을 왕성하게 수행했다.

왕국의 한 달간의 경제성장률 38% 로열 로드 초창기 중앙 대륙의 경제 성장률을 완전히 압도하는 쾌거였다.

모라타의 기적이 아르펜 왕국 전역으로 옮겨붙어 활활 타올랐다.

상인들은 북부를 누비면서 자유롭게 활동했고, 부족한 교통망이나 생산 시설을 부지런한 노력으로 극복해 나갔다.

아르펜 왕국에서 상인은 촉망받는 직업이었다. 막중한 세금에 허덕이는 중앙 대륙에 비해서, 상인을 선택하는 유저들이 훨씬 많았다.

아르펜 왕국의 유저들은 점차 부유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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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트는 하벤 제국의 북부 정복 지역의 영주가 되었다.

그녀가 처음 본 건은 1,000여 명의 이주민들과 간이식으로 지어진 주택들.

하벤 제국군이 근처에 주둔하고 있어서 몬스터의 침략은 없다지만 난감한 상황이었다.

"마을 성장을 어떻게 해야 한담?"

화령이 헤르메스 길드 쪽으로 넘어오니 친분 때문에 충동적으로 같이하기로 결정한 그녀였지만 욕심은 있었다.

"상당히 멋지고 고급스러운 도시를 지어 봐야지."

교통의 중심지에 위치하여 관광을 기반으로 매일 축제가 벌어지는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도시.

그렇지만 현실은 쟁기를 들고 있는 농부가 그녀에게 일할 밭을 달라고 요구하는 수준이었다.

하벤 제국에서는 지원금으로 3백만 골드를 주었다. 물론 필요하다면 추가 대출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주민도 마을이 커지면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앙 대륙에서도 반란군이 날뛰고 있는 만큼, 도시의 기반 시설이 파괴된 지역들이 상당수였고 많은 유랑민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들을 모아서 북부의 정복 지역을 개발하겠다는 게 하벤 제국의 방침이었다.

"군대는 필요가 없을 거야. 기본적으로 마을의 규모를 키워 놔야 하니까 광산 개발과 농지 개간, 그리고 마을 주택 건설 사업을… 에휴."

벨로트는 견적을 뽑아 보다가 이미 250만 골드 정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자포자기했다.

마을을 시작부터 성장시키자니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영주님께서 우리의 목숨을 원하시면 드려야지. 고향을 떠나서 이 먼 곳에서 묻히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엄마가 보고 싶어요. 죽기 전에 봤으면 좋겠어요."

대부분 중앙 대륙의 강제 이주민이라서 주민들의 의욕이 떨어져 있다는 점도 불리한 부분이었다.

벨로트는 도움을 얻기 위해 마판과 접촉했다.

위드에게는 어떤 일이든 불가능이 없다면, 마판은 돈에 대한 감각이 매우 뛰어났다.

마판은 하벤 제국 몰래 평범한 방문객으로 벨로트의 마을을 둘러보고 나서 충고했다.

"도시 발전요? 그런 걸 뭐하러 합니까?"

"예?"

"헤르메스 길드에서 이주민들을 계속 제공한다고 했죠?"

"분명히 약속했어요."

"중앙 대륙의 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으니 이주민을 많이 보내 달라고 해서 전부 노예로 삼으세요."

"노예라니요, 왜요?"

"그야 강제 노동을 시키면서 막대한 착취를… 대충 재우고,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이면 되니……. 노예들을 투입할 만한 사업은 제가 따로 몇 가지 챙겨 드리죠. 노예들에게는 세금을 거둘 필요가 없습니다. 노예 자체가 그냥 다 영주의 재산이니까요. 자, 그렇게 충분한 돈을 모으면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관광 시설들만 짓는 겁니다. 주택 건설을 위해 낭비할 돈이 아까워요."

"허걱!"

"여긴 좋은 위치예요. 나중에는 일반 유저들을 위한 건물도 많이 지어 놓고 세금을 낮게 유지하세요. 그러면 마을이 커지고 도시로 발전할 겁니다. 계속 도시에 노예를 받아들이시고요. 재정 수입의 상당수는 노예를 통해 조성하는 것입니다!"

명쾌한 결론!

마판의 눈에는 벨로트의 리마르 마을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노예 천국으로 보였다.

벨로트는 인간적인 고뇌 끝에 그 조언을 버리기로 했다.

주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주택과 농지 개간, 그리고 남는 개발 비용으로는 지나다니는 유저들을 위한 필수 건물들을 건설했다.

그녀가 마을을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약 1달간의 시간이 흘렀다.

주민들은 1,000명에서 4,000명까지 증가하고, 중앙 대륙에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도 사냥과 개척을 위해서 조금씩 찾아왔다.

그들이 가끔씩 쓰는 돈을 알뜰하게 모아서 도시 개발에 재투자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호화 호텔, 위대한 건축물 같은 건 꿈도 꾸기 어려웠다.

주민들은 불평했다.

"이렇게 살다가 늙으면 죽어야지. 의료 시설도 없으니 깔끔하게 죽을 수 있겠군."

"하루하루 아무 희망도 없다는 걸 영주님은 알고 있을까?"

"아이들을 위한 교육 시설은? 능숙한 사냥꾼이 모자라서 고기도 배부르게 먹을 수가 없어!"

아무리 잘해 줘도 주민들은 더 많은 것을 바랄 뿐이었다.

벨로트의 명성이나 도시에 대한 공적치가 낮기 때문에 통치가 정말 쉬운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북부 대륙에서 넘치는 활기가 느껴지지 않아서 재미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르펜 왕국에서 영주가 될 걸. 주민들 수만 명은 금방이었는데. 친한 유저들과 놀거나, 가몽 님이나 마판 님이 교역을 해 줄 수도 있고."

벨로트는 비로소 후회했다.

하지만 과정이야 어떻든 상관없었다.

★★★★★★★★★★★★★★★★★★★★★★★★★★

위드는 중앙 대륙에서 신 나게 깽판을 치고 있으며, 아르펜 왕국의 주민들도 가만히 팔짱을 끼고 지켜보진 않았다.

검치와 수련생들을 중심으로 그들을 따르는 상당한 북부 유저들이 조인족들과 함께 하벤 제국의 정복지에서 전투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미 몇 개의 마을을 박살 냈으며 제국군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하벤 제국과 아르펜 왕국은 반드시 다시 붙는다.

마판은 떠나기 전에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상인은 물건을 팔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직업입니다. 시류를 올바르게 읽지 않으면 돈을 못 벌어요. 하벤 제국은 비교가 안 되는 강대국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어려워졌죠."

"저도 소식은 듣고 있어요. 반란군이나 과거의 잔당과의 전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반란군은 계속 패배하고 있지 않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일은 벌이기는 쉬워도 수습은 힘들죠. 그쪽은 앞으로도 계속 어려워질 겁니다."

"설마 지금까지의 이 모든 일들을 위드 님이 의도하신 건……."

벨로트는 최근까지 벌어진 상황들을 정리해 보며 전율을 금치 못했다.

헤르메스 길드와 아르펜 왕국의 전력 차는 너무 심해서, 같은 반열에 올려놓기가 어려웠다.

중앙 대륙을 통일한 하벤 제국의 경제력이나 군사력은, 가만히 놔두었다면 따라가기가 불가능했을 정도다.

대제국을 이룩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빈틈이 클 때가 중앙 대륙을 정복한 직후다.

'위드 님이 일부러 빈틈을 드러내서 하벤 제국군의 무리한 공격을 유도해서 전멸시키며 그들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것을 증명했다. 이어서 준비된 계획에 의해 황궁까지 무너뜨렸다면? 하벤 제국에 혼란을 일으킨 후에 더 많은 저항 세력을 모으려는 게 아닐까.'

헤르메스 길드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위드를 싫어하진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헤르메스 길드에 굴복하거나, 혹은 반발하고 있다.

그들의 뜻을 하나로 모을 수만 있다면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풀죽신교라는 활발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맹목적인 충성 단체까지 거느리고 있지 않은가.

마판 상회도 실제로는 위드의 지분이 상당하다.

북부 대륙의 상권에 삳당한 지분율 가졌을 뿐만 아니라 중앙 대륙의 암시장에도 진출했다.

'대륙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상상을 실현시키고 있어.'

벨로트는 여러 영화를 하며 배역을 맡아 봤지만 위드처럼 치밀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치사하고 야비하고 쪼잔한 노가다의 화신일 뿐이지만… 그런 식으로 얕보게 만든 거야. 대륙의 모든 움직임이 그의 손 아래에 있어. 적의 행동까지도 이끌어 내는 야망의 화신이었다니!

벨로트의 생각이 어떻거나, 마판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리 아르펜 왕국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요. 위드 님이 중앙 대륙에서 활약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숨은 의미가 있나요?"

"예전에는 보복이 두려워서 못 했지만 이젠 참을 필요도 없어졌거든요. 때린 놈은 잊어버리고 살지만 맞은 놈은 늙어서도 마음고생을 하다가 화병으로 죽는다고… 복수나 보복처럼 시원한 단어가 없다고 하셨죠."

"……."

"흠흠, 하벤 제국과 아르펜 왕국의 관계도 나중엔 분명히 바뀌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를 기다려 보세요."

벨로트는 이대로라면 그녀가 다스리는 땅도 언젠가 아르펜 왕국에 포함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날이 오면…….

"위드 님을 국왕으로 모셔야 하는데, 설마 나마저 착취를 하진 않겠지?"

벨로트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위드가 훌륭한 선정을 펼치는 국왕으로 평가받고 있다곤 해도, 그의 본성만큼은 더욱 의심스러워졌다.

자신에게 아직도 미련을 갖고 가끔 귓속말로 속닥거리는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이 해적단으로 거센 바다를 평정하고 있는 것들을 봐라.

그들은 위드에 대한 배신은 꿈도 꾸지 않고, 그야말로 진정한 스승으로 우러러 모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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