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광의 착취자
아르펜 왕국의 도시와 마을에는 사람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한 시간 동안 죽은 사람만 3백 명이 넘어."
"동쪽 이동로는 "
"막혔어. 밤나무 숲 인근 마을은 전부 폐허로 변했고."
성문을 빠져나가서 마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걸어가다 보면 하벤 제국의 살인귀 부대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습격을 했다.
어느 곳이든 안전한 장소가 없었다.
지키는 병사들이 없으면 성문 앞까지도 와서 아르펜 왕국의 유저들을 공격했다.
"이런 나쁜 놈들."
"레벨 15짜리도 죽였대. 아예 사람을 안 가려."
레벨이 100에도 이르지 못하는 초보 유저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여러분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악당 테드론이 적들을 쫓아낼 것입니다."
"행운의 검사 카론도 같이 갈 겁니다. 1시간 내로 물리치고 돌아올 테니까요."
도시에서 제법 강하다고 인정을 받는 유저들이 길을 뚫겠다고 성문 밖으로 나섰지만 역시 목숨을 빼앗겼다.
암살자, 레인저, 기사, 마법사 등.
베르사 대륙에서 최강의 유저들이 모여 있는 헤르메스 길드에서 지원자를 받아 무려 2만 명이나 침투를 시켰다.
넓은 영토를 다스리는 아르펜 왕국에서는 마을과 마을 사이의 공백이 넓었고, 높고 튼튼한 성벽으로 구분되지도 않았다.
하벤 제국의 군대와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침투해서 날뛰더라도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수천 개의 무리로 나뉘어져서 게릴라전을 펼쳤기에 그 위험함은 끝도 없이 커져갔다.
북부 유저들은 이동과 사냥의 자유를 빼앗겼으며, 마을과 도시의 방어가 허술하다고 판단되면 어김없이 침략을 받았다.
헤르메스 길드의 적극적인 습격과 파괴 공작에 의하여 베르사 대륙의 북부 전체가 마비되었다.
딱 사흘!
아르펜 왕국의 국력 3%가 날아가는데 들어간 시간이었다.
대도시와 성, 그리고 산 속의 아주 작은 마을들을 제외한 수많은 지역이 표적이 되었다.
번듯한 마을이 적고, 주민들이 부족한 아르펜 왕국으로서는 중대한 피해였다.
처음으로 중앙 대륙처럼 주민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하냐 앉아서 죽을 수는 없잖아."
"모라타로 가면 괜찮을 텐데……."
"거기까지 가려면 열 번은 습격을 당할 걸."
"다수가 모여서 단체로 이동한다면 "
"우리 목숨이야 건지겠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죽은 거야. 그리고 이 마을도 우리가 떠나고 나면 부서져버릴 테고."
"이러든 저러든 절망적이구나."
이틀이 지나고부터 작은 마을마다 유저들이 모여서 웅성거렸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레벨 400대 이상의 강자들이 모여서 침략자들을 찾으려고 하면 나타나지 않고 숨어버렸으며, 다른 약자들의 무리를 공격했다.
몇몇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습격 도중에 격퇴되어 죽었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만, 그런 경우란 드물었다.
마을마다 유저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해봐도 이 사태를 수습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하벤 제국의 살인귀 병력 3만,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 2만 명이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었으니 도시 밖은 온통 위험하게만 느껴졌다.
아르펜 왕국의 전면 마비 사태였다.
한편으로 모라타, 바르고 성채, 항구 바르나, 벤트 성, 새벽의 도시 등에는 북부 유저들이 엄청나게 모여들었다.
★★★★★★★★★★★★★★★★★★★★★★★★★★
- 하벤 제국의 북부 습격!
- 미친 병사들과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무차별 학살 중!
위드는 드래곤 라투아스를 위한 조각품을 마치고 나서 침략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모든 방송국들이 이 사실을 속보로 전덜하고 있었으며, 아는 사람들의 귓속말을 통해서도 전해졌다.
ㅡ 페일 : 큰일 났습니다. 헤르메스 길드가 쳐들어왔습니다.
ㅡ 이리엔 : 어떻게 해요… 아흑.
ㅡ 마판 : 돈벌이에 지장이 생겼습니다.
ㅡ 제피 : 음… 최근에 많은 일들로 인하여 심려가 많은 줄은 알고 있습니다만 유린이 언제쯤 시간이 날까요
ㅡ 서윤 : 먼저 가서 죽이고 있을게요.
ㅡ 유린 : 오빠. 큰일 났다.
ㅡ 로뮤나 : 위드님. 제 실력 아시죠 화염 마법으로 몇 명이나 한꺼번에 태울 수 있을 거 같아요
ㅡ 수르카 : 뼈마디를 부숴놓을 게요.
정말 나쁜 놈들이라던가, 빌어먹고 썩을 놈들이라고 헤르메스 길드를 비난해야 마땅한 상황. 그렇지만 헤르메스 길드의 움직임을 전달 받고 나서도 위드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올 것이 왔구나!"
중앙 대륙에서 활약을 하면서 그들도 보복을 한다면서 비슷한 방법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염려는 했었다.
그러나 자신은 혼자서 활동했던 반면에 규모면에서는 차이가 심하게 났다.
대규모 군대의 동원은 하벤 제국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했다.
"이게 영세 자영업자와 대기업의 차이지."
달걀을 하나 까먹었더니 토종닭 수천 마리가 쫓아오는 스케일!
그러나 이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아르펜 왕국을 죽이려고 하는 자들이었다.
"빚쟁이가 쫓아와도 도망갈 구멍은 있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위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현실이 각박하다보니 하벤 제국의 위협 따위는 오히려 간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인생을 밝히는 꼼수란 어디에나 있는 법.
위드는 라투아스의 레어에서 내려와서 기다리고 있던 마판을 만났다.
"현재 중앙 대륙의 정확한 상황은 어떻습니까 "
"그럭저럭 입니다. 반란군은 실속을 거두고 있지 못하지만 제국에 자잘한 피해는 많이 입히고 있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으니까 헤르메스 길드에서 원하는 만큼 수습은 안 될 겁니다."
"마판 상회는요 "
"암거래를 기반으로 해서 자리를 잡고 있는 중입니다. 중앙 대륙의 상권이 위축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식량은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이니까요."
마판 상회는 이 와중에도 밀무역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주민들은 치안이 불안정해지고 전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면 식량을 마구 사들인다.
어쩌면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중앙 대륙의 곡물 생산량은 매년 꾸준히 감소했다. 반란군이 들끓으면서 농민들이 제대로 농사를 짓지 못했으니 대륙적인 식량난까지도 일어날 수가 있었다.
마판 상회에서는 이 기회를 노려서 북부의 넘쳐나는 농작물들을 해상 운송으로 동 대륙을 거쳐 중앙 대륙으로 수출했다.
위드의 사전허락이 없었더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
'식량난으로 중앙 대륙의 경제가 위축되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 하지만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장기적인 효과가 낮은 일에 매달릴 수는 없어.'
전 대륙적인 식량난이 일어나더라도 하벤 제국은 무너지지 않는다.
위드는 로열 로드에서 군사 제국의 성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전쟁의 시대에 퀘스트를 하며 사막의 낙타 기병을 이끌고 중앙 대륙을 침략해본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군사력이 강하다는 건 어쩔 수 없이 큰 장점이다. 주민들의 반란이 집단으로 일어나더라도 쉽게 진압을 할 수 있지. 비정상적으로 강한 군사력은 어떤 도전도 힘으로 꺾을 수 있으니까.'
주민들이 굶더라도 최소한의 사냥을 할 수 있는 이상 유저들끼리 굶주리는 경우는 벌어지지 않는다.
중앙 대륙의 주민들이 고통스러워 할 테지만 정작 굶어죽는 이들은 거의 없을 테고, 하벤 제국은 그런 시련을 버텨낼 수 있다.
단지 주민들의 충성심이 낮아지고 경제력이 꾸준히 약화될 뿐이다.
위드가 세웠던 팔로스 제국이 그런식으로 역사에 발자취를 남겨놓고 무너지지 않았던가!
역사적으로 보면 짧은 83년의 지배였지만 현실에서 보자면 대단히 긴 기간이다.
위드는 그 틈을 이용해 마판과 손잡고 북부의 식량을 수출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할 작업은 적극적인 매수입니다."
"매수요 "
"최근 하벤 제국에서는 기술자들과 생산 시설 건물들에 대한 가격이 많이 하락을 했더군요."
"그야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질 못하니까요."
"후후후. 지금이 기회입니다. 주민들을 노예로 삼아서 착취… 아니, 감언이설로 꾀어내 그들을 마구 부려먹… 흠흠. 그들을 싼 값에 고용하는 것이지요."
"그런 훌륭한 사업이라면 가진 자금을 쏟아 붓겠습니다."
위드와 마판은 죽이 척척 맞았다.
평생을 두고 꿈꾸어오던 땅 투기와 인재에 대한 투자!
하벤 제국의 바닥 경제를 장악한다면 이후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매우 많으리라.
위드가 훌륭한 정치인으로 보기에는 의구심이 많았지만 이런 디테일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어디서든 크고 작은 이권을 파악하여 호주머니를 채우는 능력!
그래도 마판 상회의 재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제국의 수도 부근은 위험도가 높아서 자유도시들과 다른 왕국 지역의 두 번째, 세 번째 도시들을 위주로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그때 마판이 물었다.
"아르펜 왕국으로 침투한 자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매일 손해가 엄청납니다만… 상회 차원에서 마땅히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고요."
마판 상회에서도 헤르메스 길드의 기습으로 무수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목장이 박살나고, 농장은 불태워졌다.
대도시에 있는 생산시설들이야 무사했지만 북부를 번영하게 만들었던 상인들이 위험에 빠져 교역을 다닐 처지가 아니었다.
왕국 내부의 교역이 전면 중단되면 경제적인 손해도 손해지만 계속 지속되면 더 큰 문제다.
변방의 작은 마을들은 니플하임 제국의 몰락 이후로 다시 돌아가는 셈이었다.
아르펜 왕국에 대한 영향력이 축소되면 변방 마을들은 독립할 여지마저도 있었다.
'어떤 방법으로 저 많은 놈들을 해치우는 게 가능하지 '
마판도 정말로 궁금했다.
과연 위드에게는 하벤 제국의 습격을 막을 숨겨진 전력이나 기발한 방법이 있을까
'위드 님이라면 회심의 계책 같은 게 있을 만도 한데.'
자신이나, 혹은 아르펜 왕국의 유저들 전부가 궁금해 하고 있었다.
'위드 님은 머리가 뛰어난 분은 아니야, 그러나 남을 믿지 않고 절대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지. 밟혀도 그냥 안 죽는 게 능력이라고 할까. 지금의 상황도 극복할 수 있을 거야.'
상식선에서는 아무리 생각을 굴려보더라도 영토 내에 침투한 5만 명이나 되는 병력을 해치우고 왕국을 보호할 수단은 떠오르지 않았다.
라페이가 전략가로 이름이 높다면 위드는 잔머리 하나로 험한 대륙에서 살아왔다.
위드는 라페이처럼 큰 그림은 그리지 못해도, 시시때때로 생겨나는 빈틈은 잘 노렸다.
특히 본인의 이득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민감했다.
하벤 제국의 혼란을 틈타서 밀무역으로 한탕을 하자는 최초의 제안을 했던 것 역시 위드였다.
밀무역에 필요한 자금도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을 처치해서 현지에서 조달하기까지 했다.
상인 마판으로서는 끝없이 존경하고 따를 수밖에 없는 대상이었다.
위드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 역시 그들을 당장 아무 피해도 없이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옛 정말이요 "
"애초에 허점을 정확하게 노린 것이니까요. 군사력이나 인구 밀도가 낮은 아르펜 왕국으로서는 피해 없이 막을 방법이란 없습니다."
마판이 목청을 드높였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국가 멸망인데요. 아르펜 왕국에서 멀쩡할 건 모라타나 벤트 성, 바르고 성채 뿐일 겁니다. 새벽의 도시도 제대로 지어지지 않을 것이고요."
아르펜 왕국의 이름까지 지워질 수 있는 대위기!
북부 대륙에 막대한 투자를 해놓았던 마판은 두툼한 볼 살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마판은 방심하지 않았다.
위드가 어떤 인간이던가!
누가 3골드만 뺏어갔어도 잠을 못이룰 사람이다.
아르펜 왕국에 위기가 닥쳤는데 이렇게 태연한 걸 보면 그냥 당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완벽한 대책은 아니더라도 놈들을 물리칠 방법이 있으시군요 "
"물론입니다."
"어떤… 제게 말해주실 수 있나요 "
"후후후."
위드는 낮게 웃은 후에 이야기했다.
"복잡할수록 간단히 생각해보면 돼요. 산 속에서 곰을 만나면 무섭죠. 근데 집에 들어온 곰은 곧 돈 덩어리입니다."
"예 "
카카오페이지 1편
"버릴 게 하나도 없다고 할까요. 좀 피해야 입히겠지만… 뭐 아르펜 왕국은 원래 그렇게 많이 부술 게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마판이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이나 가몽을 비롯한 상인들이 전면적인 교역을 바탕으로 북부 대륙을 융성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마을의 생산력이 대대적으로 늘어나기보다는 주민들이 정착해서 살기 시작하는 정도의 시기였다.
아르펜 왕국의 영토가 북부 대륙의 전역으로 퍼져나갔다고 해도 마을 사이마다 비어 있는 땅 역시 너무나도 넓다.
북부 대륙 전체가 아르펜 왕국이지만, 또 막상 영토라고 할 만한 도시는 적은 것이다.
상인들이기에 산간벽지까지 가서 간신히 교역로를 뚫기도 했다.
모라타나 도시들을 들어갈 수 없는 처지인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그런 곳까지 찾아다니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광산이나 곡창 지역을 파괴해도 뭐 큰 타격까진 아니다.
광산은 인력부족이나 교통망이 연결이 안 되어서 개발 못한 곳이 넘쳐나는 실정이었고, 곡창도 씨만 뿌려놓은 곳들이 대다수였다.
베르사 대륙의 북부는 그동안의 방치되어 있던 비옥한 평야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고 있었다.
몰락한 니플하임 제국으로 인한 이득이었는데, 수확량이 다소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식량은 여전히 넉넉했다.
"곰이 집에 피해를 입히겠지만, 결국 결말은 자신이 잡아먹히게 되죠."
"그 말뜻은……."
"놈들은 저에게 착취당하고 말 겁니다."
확고한 착취 선언!
북부 대륙의 짧은 역사를 떠올리며 위드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모라타가 커지면서 제 투자액수가 많아지고 문화적인 영역인 전면 확대되면서 말입니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으로 주민들을 착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하느라 거의 한 달간은 제대로 잠을 못 이뤘습니다."
"……!"
진정한 착취자는 미리부터 계획을 세우고 고민을 해야 마땅했다.
위드는 국왕으로서 진지한 고민에 빠졌었다. 길거리를 걸어가다가 넘어질 수는 있지만 착취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이를 놓치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세금을 높인다 그러면 사람들이 싫어하겠죠. 바로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올 겁니다. 중앙 대륙이나 아르펜 왕국이나 차이가 줄어들면 얼마나 북부 대륙에 올까요 "
아르펜 왕국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역시 세금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하다.
위드가 계속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한동안 세금을 높일 수는 없고, 이주민을 받아들이고 신규 유저들을 바탕으로 왕국을 성장시키려면… 에휴,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하더라도 앞으로 몇 년은 걸리게 되겠죠."
베르사 대륙의 북부에는 몇 가지 호재가 있었다.
프레야 교단의 축복이나 비옥한 땅, 니플하임 제국의 이후로 흩어졌던 주민들.
그럼에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왕국이 다른 지역을 능가하는 번영을 하기란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마판과 같은 상인들은 왕국의 초기부터 투자해서 이익을 거두고 있었으니 그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고 컸다.
"그렇다고 헤르메스 길드를 착취한다고요 "
"중앙 대륙에서야 사방이 적들이었으니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을 사냥하기가 위험하고 조심스러웠어요. 뭐 겨우 얻은 큰 소득이 용기사 뮬 정도 그만한 강자를 해치울 기회는 자주 생기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북부 대륙에서 그들의 편이 되어줄 사람은 드물어요. 지금 저지르고 있는 짓 때문에 더더욱이나요. 제 입장에서는 베르사 대륙의 북부에 흩어져 있는 녀석들을 추적해서 사냥하기가 좋죠. 얼마간 왕국에 피해를 입더라도요."
세상에 그 누가 헤르메스 길드를 착취의 대상으로 여길 수 있었겠는가.
위드는 자신의 낮은 레벨을 빨리 올리고, 전투 스킬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먹잇감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조각 생명체들의 진면목을 아직 잘 모른다.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인적이 뜸한 산과 들판에 숨어 있더라도 조각 생명체들은 금방 찾아낼 능력이 있었다.
지옥개 켈베로스의 후각이나, 황금새, 은새 등의 기동력과 넓은 시야를 이용해서 발견하면 해치우는 것은 금방이다.
조각 변신술을 써서 동료의 모습을 하고 다가갈 수도 있었으며 시간 조각술이 있는 이상 웬만한 싸움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더구나 그들은 모두 붉은 색의 살인자 신분이기에 잡았을 때의 경험치나 전리품도 상당하다.
당분간 적극적으로 헤르메스 길드 사냥만 나설 작정이었다.
"그래도 아르펜 왕국의 유저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요 "
"자고로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법입니다."
"……."
"그래도 우린 별 거 없으니까 좀 죽더라도 복구하면 되죠. 머릿수로만 피해를 계산하면 안 돼요. 초보자들 천 명이 죽어봐야 피해는 얼마 안 되잖습니까. 그리고 이건 제가 믿고 있는 마판님에게만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네 "
"후후후 북부 유저들이 죽으면서 장비를 잃어버리거나 손상이 가해지면 다시 구입을 하겠죠. 다른 친한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사냥도 열심히 하게 될 거고요. 그건 또 왕국의 입장에서는 세금을 납부 받을 수 있는 기회죠."
"허억!"
마판은 진심으로 경악과 함께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유저들이 입는 피해까지도 냉정히 계산하여 착취할 수 있다는 국왕 위드의 생각을 누가 헤아릴 수 있단 말인가.
"왕국의 경제력 감소는요 "
"당장은 경제력이 줄었다고 해도 상인들이 교역을 재개하면 다시 메꿔질 것이고요. 애초에 우린 생산 시설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어쩌면 서글픈 현실!
아르펜 왕국은 한 지방이 침탈을 당하더라도 파괴될 시설물이 별로 없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떼로 몰려가서 광산을 점거한다거나 해도 어차피 다 관리도 못하는 판국이니 내버려두면 된다.
대도시까지는 덤벼들지 못할 테니, 모라타와 곡장 치대 등을 바탕으로 해서 몇몇 곳의 교역이나 생산에만 집중하더라도 현재는 충분했다.
아르펜 왕국의 경제력 중의 대략 70%는 불과 3, 4곳에 모여 있었던 것이다.
"욕은 헤르메스 길드 놈들이 먹고, 피해는 북부 유저들이 보겠죠. 뒷감당도 북부 유저들이 알아서 할 겁니다."
마판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 이미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말씀하신대로 되긴 할 것 같습니다만, 근데 원래 국왕이 군대를 이끌고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국경 밖에서 적을 막아야 정상 아닌가요 "
"주민들이 알아서 막는 거죠."
"…… "
"국가란 원래 다 그런 겁니다."
고도의 착취 방법.
악덕 국왕으로서 점점 눈을 뜨고 있었다.
★★★★★★★★★★★★★★★★★★★★★★★★★★
위드는 조각 생명체들을 모아놓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쌀밥은 김이 모락모락 날 때 먹어야 든든한 법!
"전부 나가서 하벤 제국 녀석들을 찾아라."
"쿠카카캇. 알았다."
"크오오오오!"
빙룡과 와이번들이 세찬 돌풍을 일으키며 출동했다.
"사냥이다. 다 태워죽이리라."
"독으로 녹여야지. 드래곤이 무엇인지 미개한 인간들에게 보여주마."
위험한 불장난을 원하는 불사조. 짝퉁 드래곤이지만 제법 센 이무기.
초대형 생명체인 불사조와 이무기가 구름보다도 더 높이 날면서 광범위한 지역을 넓게 살폈고, 황금새와 은새도 그들을 따르는 새떼를 데리고 참여했다.
작은 새들이 은신하기 좋은 숲과 산을 수색 영역으로 삼아서 날아다녔다.
켈베로스는 코를 킁킁 대며 도시 근처를 전담하기로 했으며, 악어 나일이는 강가를 지키면서 지나가는 유저들을 감시하기로 했다.
조각 생명체들을 기반으로 한 전 방위 감시체계!
북부 대륙 전역을 감당하진 못하겠지만 유저들이 많은 지역들만 신경쓰더라도 충분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침입자들도 인적이 뜸한 산악지대에서 멍하니 며칠씩 사람이 지나가는 것만 기다리고 있진 않을 것이다.
북부 유저들이 많은 지역이나 이동 경로에 집중적으로 숨어 있다고 보는 게 당연했다.
"놈들을 찾으면 바로 사냥이다! 전부 나가라!"
바하모르그, 기사 세빌, 여잔사 게르니카, 하이엘프 엘틴 등도 바쁘게 위치를 향해 뛰었다.
주요 길목들을 차단하고 하벤 제국의 살인귀나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을 발견하면 공격할 것이다.
'은밀한 기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병력을 작은 부대로 나눴겠지. 그렇다면 탐색도 필요 없지. 보이는 족족 죽여주면 된다.'
위드에게는 아르펜 왕국 전역이 최상의 사냥터가 되었다.
★★★★★★★★★★★★★★★★★★★★★★★★★★
"오늘 몇 명이나 죽일까 "
"50명 정도 "
"길드에서는 20명 이상만 죽이라고 했는데… 너무 많은 거 아냐 "
"쓸 만 한 놈이 한 명도 없으면 죽여 봐야 실속이 없어. 북부 대륙에는 레벨 300을 넘는 놈들도 흔하진 않으니 기다리느라 시간을 다 보내네."
"그래도 학살하는 재미가 있긴 하지. 크흐흐."
4명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산속에 숨어 있었다.
마을들을 오가는 길목이었으니 사람들이 지나가는 걸 보면 해치우면 된다.
째재잭.
시원한 바람이 불고, 산새들이 맑게 우는 야트막한 산이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었지만 그들에게는 관심 밖에 속했다.
"중앙 대륙에서 활동할 때가 참 좋았는데… 그땐 약탈하는 맛이 제대로였잖아."
"대여섯 건만 해도 그날은 대박이었지."
"적당히 치고 빠지려고 했는데 통 쓸 만 한 놈들이 없네. 여기서는 지나가는 상단이나 털어야 실속이 있을 것 같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벌써 2백 여 명이나 죽였지만 그럭저럭 상대할만한 강자들은 만나보질 못했다.
북부 유저들끼리는 긴밀한 협력 관계가 유지되어 있었다.
그들이 습격을 가한다는 소식이 펴지고 나서 겁 없는 초보 유저들은 활동을 계속 했지만, 고레벨 유저들은 감쪽같이 숨어버렸다.
"길목에서 기다릴 게 아니라 사냥터로 쫓아가볼까 "
"그것도 귀찮다. 사냥터에서는 한꺼번에 덤비니까 위험할 수도 있고. 여기 있으면 많이 죽일 수는 있잖아. 대량학살이야 말로 싸움의 묘미. 무방비의 북부 놈들을 실컷 죽일 수 있으니까."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
두두두두두두.
땅을 울리는 진동에 그들은 말을 멈췄다.
"온다."
"한 명인가 "
"말이 아니라 소 같은데……."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수풀 사이에 바싹 엎드렸다.
갑자기 그들이 튀어나가서 놀라게 만들며 공격을 하는 재미!
누런 황소를 탄 사람이 급한 일이라도 있는 지 질풍처럼 달려오고 있었다.
유저들은 이때부터 낮게 속삭였다.
"장비는 "
"허접하진 않아. 레벨 400대 정도로 보인다."
"대박이구나. 기다렸던 보람이……."
"동시에 튀어나가는 거다."
헤르메스 길드의 살인자들답게 장비를 먼저 주의 깊게 살폈다.
그 다음에는 황소에게도 시선이 갔다. 넓고 탄탄한 가슴과 허벅지에는 터질 듯한 근육이 팽창했고, 곧고 길게 뻗은 뿔은 위압감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말보다도 두 배는 빠를 듯한 속력을 내고 있었다. 남자와 황소는 순식간에 가까이 다가왔다.
"놓치면 안 되니까 확살히 하자."
"모두 준비해."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튀어나가려고 했다.
그때 남자가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달빛 조각 검술!"
검이 휘둘러지며 푸르른 검 빛이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예상치 못한 역공에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잠깐 동안 몸이 굳었다.
"원거리 공격 "
"잠깐만… 우리가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고……"
"그런 말 할 시간이 어디에 있어. 빨리 피해!"
콰과광!
검에서 뿌려진 빛이 그들이 있는 장소를 박살을 냈다.
암살자, 레인저, 기사 두 명의 팀으로 구성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살인을 밥 먹듯이 기회만 있으면 저질렀던 자들이라서 피하는 데에도 미리 짜맞추어놓은 듯이 효과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진정한 사냥꾼을 만나보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적이 단 한 명이라도 흩어지는 것보다는 다함께 정면으로 덤벼드는 게 나았을 테니까!
위드는 누렁이를 탄 채로 귀찮을 수 있는 레인저를 향해 돌진했다.
"하필 나야. 빌어먹을!"
레인저는 땅을 박차고 옆으로 몸을 날렸지만 달려오는 누렁이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다른 곳으로 피하지는 못하고 누렁이에게 화살을 겨누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황소를 쓰러뜨린 후에 동료들과 힘을 합쳐서 적을 쓰러뜨리려는 계산이었다.
푸슉!
화살이 쏘아졌지만 누렁이는 앞다리와 뒷다리에 순간적으로 힘을 주더니 마치 호랑이라도 되는 것처럼 날쌔게 뛰어넘었다.
누렁이의 돌진은 전혀 늦춰지지 않았다. 위드의 검의 간격에 가까이 다가오고 말았다.
"헤라임 검술."
푹컥꽥!
말이나 황소를 타고 있으면 속도에 따라서 공격력이 높아졌다.
레인저의 떨어지는 방어력을 감안하더라도 헤라임 검술의 3연속 공격에 의해 사망하고 말았다.
"나 폴크스가 이렇게 허무하게……."
카카오페이지 2편
레인저가 회색빛으로 변하기도 전에 위드의 왼손이 그 자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전리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0.1초도 지나지 않아서 수거가 되었다.
가히 전문가다운 아이템 회수의 속도. 공격 이후에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전리품까지 획득했다.
위드는 손에 묵직함을 느끼며 만족스러웠다.
'헬멧에 가죽 갑옷. 개시치고는 좋았어!'
누렁이는 멈추지 않고 이어서 바로 암살자에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암살자는 단거리 이동은 어느 직업을 막론하고 가장 빠르다. 그러나 먼거리를 연속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한계도 가졌다.
"제기랄."
암살자는 레인저가 목숨을 잃는 순간 은신술을 펼치려고 했다.
암살자의 특권이 무엇인가. 숨어서 공격을 한다는 점에 있었다.
자신의 모습이 사라지면 기사들과 싸움이 벌어질 테고 언제든 유리할 때에 기습을 할 수 있다.
설혹 정 불리하다면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선택도 가능했다.
목숨을 잃으면 받게 되는 페널티가 다른 직업보다도 훨씬 높은 만큼 몸을 숨기거나 피해야 하는데…
위드와 누렁이가 어느새 정면에 있었다.
"치잇! 맹독 쌍검!"
독을 바른 단검을 양 손에 나눠 쥐고 휘두르고 찔렀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다운 반응 속도였으며 재빨리 외치기까지 했다.
"이 독은 마비의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생명력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릴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이 위축되는 것까지 노린 것이었다.
위드가 가볍게 상체를 움직이면서 그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하듯이 다 피해버렸다.
"어어 "
푸슈슈슉!
헤라임 검술이 그의 몸을 가볍게 연속으로 베고 지나갔다. 강력하게 쳐낼 수도 있었으나 암살자란 원래 생명력이 높거나 방어력이 강하지 않다.
사냥 속도를 올리기 위해 조각 파괴술을 써서 모든 예술 스탯을 힘으로 바꿔놓았다.
레드 스타는 들고 있지 않았지만 다른 검으로도 싸움에는 충분했다.
"꽤액!"
정확하게 암살자의 목숨이 끊어지면서 그가 남긴 전리품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수거가 됐다.
간결한 전투가 더하거나 뺄 것도 없다면 이어지는 전리품 수거 동작은 예술 그 자체.
남은 건 기사 둘 뿐이었다. 그들은 어깨를 맞대고 섰다.
"저 황소는 누렁이야."
"그렇다면 전쟁의 신 위드다."
바드레이의 유일한 호적수, 중앙 대륙에서 숱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그에게 목숨을 잃었다.
최근에는 용기사 뮬까지 살해를 당했으니 자신이 둘이라고 해도 승산이 없음을 직감했다.
"빌어먹게도 오늘은 일진이 안 좋군."
"그래도 방송에 나올 수도 있겠어. 상대가 유명하니 개죽음은 아니야."
기사 둘은 누렁이 때문에라도 도망가기는 포기했다.
"차핫. 전쟁의 신 위드여. 당당하게 겨뤄보자!"
기사들이 동시에 덤벼들었지만 위드는 압도적인 힘으로 그들의 검을 쳐냈다.
"음머어어어어."
누렁이는 네 다리로 땅을 박차며 힘을 실어주었으며, 때때로는 게걸음이나 뒷걸음질까지 치면서 기사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짧은 거리에서 민첩하게 움직이는 누렁이. 위드에게는 익숙하지만 기사들의 경우에는 전장을 경험했더라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기사들은 한 번의 공격을 할 때마다 몸의 무게를 잔뜩 싣는다.
그들의 공격을 누렁이가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위드가 사정없이 헤라임 검술로 작렬시켰다.
- 1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었습니다.
민첩이 27% 늘어납니다.
- 2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힘이 48% 늘어납니다.
- 3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민첩이 추가로 51% 늘어납니다.
- 4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파괴력이 44% 늘어납니다.
적을 무력화시켰습니다.
- 5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적이 비명횡사 했습니다.
두 명의 적이지만 헤라임 검술 앞에서는 몇 번 버티지도 못하고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위드가 등장하고 나서 넷을 전부 사냥하는 데 걸린 시간이 1분도 안 되었다.
"쏠쏠하군. 누렁아, 다음 장소로 어서 가자!"
인근에 또 숨어 있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있었다.
그들이 은밀하게 숨어봐야 땅 밑에 기어 다니는 벌레까지 찾아내는 새들의 시야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자원해서 북부까지 나온 살인자들이기 때문에 레벨이 470에 달하는 유저들로 구성된 정예 팀도 있었다.
중앙 대륙에서도 그 지역에서는 악명을 떨친 무리들.
"위드다!"
"놈이 나타났다."
그들은 위드와 누렁이라고 해도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은 자들이었다.
"견적이 좀 나오는 군. 누렁아. 튀자."
"음머어어어어어!"
탐색도 없이 곧바로 돌입을 했지만 상대가 강하거나 위험하다고 판단이 되면 그대로 후퇴했다.
몰래 맨 몸으로 침투한 자들이 누렁이의 기동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전쟁의 신이 도망쳤다."
"크하하하하. 꼴도 좋구나."
그러나 주변의 조각 생명체들을 소환하여 2분도 되지 않아서 재대결을 펼쳤다.
방어력이 좋은 기사와 전사인 세빌과 게르니카가 선봉에 섰고, 위드는 누렁이를 탄 채로 좌우로 휘젓고 다닌다.
와이번들은 공중에서 직각으로 낙하하면서 적들을 괴롭혔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목숨을 잃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부하들을 잔뜩 끌고 오다니 비겁하다! 이것이 전쟁의 신 위드의 방식이냐!"
"싸움에 비겁이 어디에 있어. 이기는 쪽이 정의지."
위드는 저들의 자자한 원성을 칭찬으로 들었다.
위험한 집중 공격을 당할 때는 조각술 최후의 비기 스킬을 사용했다.
"찰나의 조각술!"
잠깐이지만 적들도, 이 세상도 멈춰 버리는 궁극의 기술.
이것이 있기 때문에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분산되어 있다면 말 그대로 학살할 수가 있다.
찰나의 조각술을 익히기 전까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 신중하게 싸움을 결정해야 했다.
다른 이들이 보면 터무니없을 만큼 무모한 전투는 위드는 냉정하게 승산을 따져보고 기회를 만들었었다.
하지만 도저히 들이대더라도 해결이 나오지 않는 몬스터나, 헤르메스 길드에서 상위권 유저들로 구성된 팀은 건드릴 수가 없었다.
가끔이지만 높은 레벨뿐만 아니라 스킬과, 스탯, 무기와 방어구까지도 제대로 갖춘 알짜배기 유저들도 있었던 것이다.
위드가 덤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싸울 줄 아는 이들은 동료들을 이용해서 효과적으로 역공을 가하며 위협할 수 있다.
위드는 생명력이 낮은 만큼 저주나 마법 공격, 행운으로 터지는 치명타 등을 항상 경계해야 하는 신세였다.
혹은 그들이 미리 대비를 하여 함정을 파놓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도 해봐야 한다.
찰나의 조각술을 익힌 후에는 최소한 도망을 칠 수 있었으므로 싸움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약간의 망설임도 사라졌다.
'아직은 그래도 적극적으로 써먹을 때는 아니야. 헤르메스 길드에서 분석하거나 대비하지 못하도록 감춰두어야지.'
세상의 시간을 짧게 멈춰놓고, 공격을 피하거나 마법사, 사제들의 뒤로 돌아가는 정도로만 활용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로 구성된 팀들은 마법사와 사제들이 먼저 제거가 되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 손재주 마스터로서 상대방과 싸우며 방패 올려치기를 익히셨습니다.
- 로마냑 지방의 기사 검술을 습득했습니다.
힘을 위주로 하여 복잡하지 않은 간단한 검술입니다.
중급 2레벨까지의 스킬 숙련도를 곧바로 터득합니다.
『 기사 검술에서 세 가지 공격 스킬을 익혔습니다.
멀리 가르기 : 검에 마나를 모아서 크게 가르는 기술입니다. 가까이 있는 적을 밀어서 치는 효과가 있으며, 20미터 내의 적을 한꺼번에 공격할 수 있습니다. 마나 소모 3,500.
땅을 내려치기 : 6미터 범위에 있는 모든 적들의 균형을 일시적으로 잃게 만듭니다. 마나 소모 1,470.
힘겨루기 : 로마냑 지방에서 기사들은 힘을 자랑하기를 즐겼습니다. 검끼리 맞부딪치며 밀쳐낼 때에 24%의 힘을 더하게 됩니다. 마나 소모 410. 』
상대방의 전투 기술을 그대로 습득하는 능력.
위드에게는 각종 무기들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들이 상당히 많이 쌓이게 되었다.
"손재주를 마스터하니 여러모로 좋군. 무예인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강해지고 스킬 습득이 빨라졌어."
조각사임에도 실제 직업은 검사나 전투 계열 직업이 아니냐는 의심을 끝없이 받았다.
타고난 투사에 가깝던 위드에게 손재주의 마스터는 확실한 날개를 달아주었다.
만만한 적들에게는 처음부터 창술을 활용하여 중급 3레벨까지도 달성했다.
용기사 뮬을 상징하던 무기인 썬더 스피어를 착용하고 난 이후부터는 다수를 상대로 하는 전투가 한결 쉬워졌다.
적들이 몇 명이든 창을 휘두르면 된다. 창은 공격 범위가 넓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마나가 가득 찼을 때는 광역 스킬을 연거푸 사용하여 사냥 속도를 높였다.
적이 막더라도 무기나 방어구를 통하여 전기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누렁이를 탄 상태에서 마음껏 공격을 할 수 있었으니 전투력이 최소 30%정도는 더 강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청술도 본격적으로 올려봐야겠어. 손재주를 마스터했으니까 앞으로는 뭐든 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검술도 마스터를 할 것이다.
사막의 대제왕 퀘스트에서 이미 끝을 봤던 스킬이기에 앞으로 시간 문제였다.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며 고생을 필요로 하는 조각술이야 말로 거의 마스터에 도달해 있었으니 그 이후부터는 성장에만 모든 여력을 쏟아 부을 수 있다.
위드는 그날 하루에만 1개의 레벨을 올렸다. 레벨이 442에서 단숨에 443이 되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보이기만 하면 바로 쳐들어가서 끝장을 내버렸기 때문이었다.
부지런히 하루 동안 없앤 적들도 150여 명에 달했다.
"수입이 정말 짭짤하군. 중앙 대륙보다도 먹잇감이 널려 있으니까."
철야 작업까지도 마다하지 않으며 경험치를 쌓고, 전투 스킬을 올렸다.
레벨이 높아지는 것도 강점이었지만 각종 스킬들이 손재주 마스터로 인하여 향상되면서 전체적으로 전투력이 향상되었다.
최고의 성장법은 역시 몬스터보다는 사람에 있었다. 아르펜 왕국의 휘청거리는 이때, 위드는 자기 자신의 실속을 챙기고 있었다.
"앞일을 누가 알겠어. 세상에 확실한 건 내가 강해지는 것과 돈 밖에 없지."
이미 먹고 살 돈은 충분히 모았다. 그러나 돈은 모을수록 더 많은 욕심이 생겼다.
돈을 쓸 때의 기쁨도 알아가고 있었다.
"나도 나중에 가족들과 사치를 하고 살 거야."'
위드는 잔뜩 돈이 모이면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부동산 투기에 이은 부의 대물림! 노후에는 요플레를 먹으면서 뚜껑도 핥지 않을 정도의 사치가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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