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하벤 제국의 만만치 않은 적
"어서 짐을 쌓아!"
"오늘 내로 모라타로 돌아간다. 서둘러!"
서윤은 상인들의 행렬을 묵묵히 따라갔다.
초보 여행자들이 안전을 위해 상인의 뒤를 따라다니는 사람들 틈에 뒤섞인 상태였다.
"모라타에서 오랜만에 맛있는 거 먹을까 "
"응. 요즘에 문 연 식당들 많아. 모라타 맛집 검색도 해놨어."
유저들은 즐거워하면서 바쁘게 걸었다.
상인들의 빈 마차나 수레에 약간의 돈을 내고 탄 유저들도 많이 있었다.
북부 대륙을 마차로 여행하는 일이 최근에 대단한 유행을 일으켜서, 레벨이 70을 넘으면 누구나 다들 돌아다니기를 바랐다.
거친 바람과 몬스터로부터 위험하며, 웅장한 자연과 낭만이 함께 하는 2달간의 마차 여행.
여행자들끼리 눈이 맞거나 친해지는 경우도 흔하게 생겼다.
과거에 유럽 여행이 유행이었다면 최근에는 북부 대륙 여행이었다.
대부분의 도시들이 발전도가 낮지만 의외로 배울 점들이 많다면서 대학교에서 휴학을 하고 대륙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물론 그러다가 어떤 퀘스트 물품이라도 줍게 되면 정신없이 빠져들게 되었지만.
아르펜 왕국이 아직 개발되지 않고 발전하고 있는 중이라서 더욱 신을 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상인들과 여행자들이 부지런히 모라타로 돌아가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6백기의 기병들이 나타났다.
"흐흐흐. 살이 여린 인간들이군."
"죽여! 죽여! 죽여!"
하벤 제국의 살인귀들!
북부 대륙에 침투시킨 살인귀 부대가 커다란 이동 행렬들을 보고 약탈하고 전멸시키기 위해 나타난 것이었다.
"하필 여기에… 어서 방어진형을. 용병들은 적을 막아라!"
정보에 빠른 상인들은 그냥 당해줄 수는 없었기에 마차를 모아서 전투 준비를 갖췄다.
"저거 뭐야 "
"좀 이상한데. 아르펜 왕국군 아니야 "
초보 유저들은 백주대낮에 무슨 일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곧 하벤 제국의 살인귀 부대라는 사실이 금세 퍼졌다.
"으어어어."
"제, 젠장. 조금만 더 가면 모라타인데."
절망이 퍼져나가고 있는 사이, 서윤은 묵묵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스르릉!
등에 둘러메고 있던 대검이 뽑아졌다.
그 순간, 서윤의 눈이 붉게 빛났다.
- 살윤의 기욱에 반응하여 광전사의 눈을 뜹니다.
힘이 73% 증가합니다.
공격 속도가 41% 빨라지며, 연속 공격을 가할 때 약간의 체력을 소모하는 대신에 머뭇거림이 최소화됩니다.
전투가 끝날 때까지 투지가 최대치가 됩니다.
더 많은 적들을 학살학수록, 싸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투 능력은 강해지게 될 것입니다.
띠링!
『 검을 뽑은 광전사
불의한 적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들을 상대로 인정을 베풀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적들을 남김없이 처단해야 합니다.
난이도 : 광전사 퀘스트.
보상 : 힘 1.
퀘스트 제한 : 고급 6레벨 이상의 검술.
투지 스탯 600. 』
서윤은 앞으로 달려가며 강하게 대검을 휘둘렀다.
★★★★★★★★★★★★★★★★★★★★★★★★★★
페일, 메이런, 로뮤나, 이리엔, 수르카, 제피 등은 각자가 모라타 주변이나 마을에서 전투를 치렀다.
살인귀와 헤르메스 길드의 강자들을 막기 위해 주변의 유저들과 함께 싸웠다.
그들은 이미 위드의 동료로 알려지면서 북부에서는 대단히 유명했다.
"존경합니다. 신궁 페일님."
"흠흠. 별 말씀을요."
대지의 궁전 전투 등의 활동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페일에게는 궁수들이 너나할 것 없이 달려와서 인사를 했다.
로뮤나에게는 화염 계열의 마법사들이 가르침을 받기 위해 찾아왔고, 이리엔이 있다는 소식에 그녀를 지키기 위해 은혜를 입은 유저들로 북적였다.
수르카는 외딴 마을의 방책을 지켰다.
살인귀 부대는 밤이 되고 나서 더욱 활개를 치기에 작은 마을들은 병사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하룻밤이 지났다.
아르펜 왕국의 마을은 17개나 사라지게 되었다.
유저들도 4천 명의 사망, 주민들도 몰살을 당했다.
수르카와 로뮤나, 이리엔의 죽음!
끝까지 유저들과 함께 마을을 지키려고 했지만 하벤 제국의 살인귀들을 막진 못하였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도 그들에 일부 섞여 있으면서 공격을 했던 것이다.
아르펜 왕국의 마을들이 불타서 검은 연기를 뿜는 동영상이 인터넷 게시판들을 휩쓸었다.
- 아… 아르펜 왕국은 안 되나요
- 하벤 제국과 힘의 격차가 너무 심하네요. 그냥 요리되는 정도인 듯.
- 망했네요. 하벤 제국이 대륙 통일한 거나 마찬가지에요.
하벤 제국의 습격으로부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방송국들은 현재까지 입은 아르펜 왕국의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 국토에 걸쳐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비옥한 곡창 지대는 절반이나 불에 타버렸으며, 도로와 다리. 교통망도 끊어지고 교역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변방의 마을들은 계속 침략의 위협을 겪고 있으며… 현재까지 벌어진 피해에 대한 통계를 잡기 어렵습니다만 주민들도 십만 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유저들의 죽음은 그보다도 훨씬 많을 것입니다."
하벤 제국의 살인귀 부대도 전투를 치르면서 소모되었지만 중앙 대륙에서 얼마든지 추가로 넘어올 수 있었다.
방송국들이 아르펜 왕국의 위기를 열심히 보도하는 한편으로는 위드의 전투 영상을 오후의 메인시간대에 특집으로 편성해서 내보냈다.
조각 생명체들과 함께 끊임없이 빠르게 움직이며 헤르메스 길드 유저와 살인귀 부대를 척살하는 영상.
잠깐의 쉴 틈도 없이 움직이는 그의 모습, 대적할 상대가 없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도 버티지 못하고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위드의 전투 영상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내면서 잔잔하면서 서글픈 음악을 배경으로 깔았다.
진행자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열을 올렸다.
"7명 격파! 격파에 걸린 시간은 불과 31초입니다. 헤라임 검술이라는 공격 스킬을 24번이나 작렬시키는 신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매번 놀랐지만 이번 역시 가히 묘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신혜민씨 방금 광역 공격 스킬을 피하는 모습을 보셨어요 "
오주완과 신혜민 역시 '베르사 대륙의 이야기.'를 진행하며, 2부에서는 위드를 생중계했다.
"네. 물론입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참화의 땅이라는 창술 스킬인데요. 세 명 이상의 창술가가 동시에 사용해야 시전이 되는 기술이죠."
"조금 더 보충 설명을 드리자면 공격에 휘말리게 되면 연속으로 타격을 입게 되면서 빠져나오지도 못히게 됩니다. 아직까지 깨진 적이 없는 스킬이었습니다만 위드는 마찬가지로 창을 꺼내서 이를 막아내고 반격했습니다. 벌써 게시판이 달아오르고 있네요. 신혜민씨도 위드와 사냥을 같이 다녔던 것으로 아는데 이런 모습을 자주 보셨나요 "
"보기는 많이 봤죠. 말도 안 되는 모습들을요."
신혜민은 끔찍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방송 진행자로서 표정 관리가 안 되었다.
"에… 가장 놀라웠던 건 어떤 게 있나요 "
"그때 맷집을 올린다면서 아슬아슬하게 초죽음이 되어서 전투를 끝냈죠. 생명력을 0.3% 정도로만 남기고요."
"대단한 전투 감각이네요. 그런 수준이라면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고도의 단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네. 근데 그 전투가 끝나고 나서 몸에 붕대를 감으면서 요리를 하다가 칼을 갈고, 방어구를 닦으면서 조각품까지 만드는 광경이 가장 놀라웠어요. 잡캐가 보여 줄 수 있는 최대의 경이로운 장면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고 할까요."
"……."
"위드님과 사냥을 하면 1초를 딴 생각하면 그만큼 움직임에서 뒤처지게 돼요. 너무나도 빠른 진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2초 동안 가만히 있으면 위드님의 잔소리가 어김없이 날아와요."
"보통 힘든 게 아니었겠군요."
"대부분의 인간들은 참 편하게 살고 있으며, 저는 평소에 행복했구나 라고 느꼈어요. 앗.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벌써 전리품을 수습하고 이동하고 있습니다. 와이번에 타고 이번에는 어디로 가게 될까요 "
방송국에서는 위드의 전투 영상을 보도하면서 영웅 만들기에 돌입했다.
이번에도 위드가 메인 주인공이 될 수밖에는 없었다.
중과부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적들을 상대로 누렁이를 탄 채로, 혹은 바하모르그나 다른 조각 생명체들을 끌고 돌진한다.
나름대로 혁혁한 명성을 가진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었는데 막상 싸움이 벌어지면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실낱같은 구멍을 만들어내서 비집고 들어가서 끝장을 보는 능력.
고군분투를 펼치는 위드에 사람들이 다시금 열광하고 있었다.
바드레이나 헤르메스 길드의 주요 간부들이 안전한 사냥터에 머무르면서 강해지는 것과 비교되었다.
북부의 여론도 달아올랐다.
"막아냅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지켜야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힘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습니다."
북부 유저들이 도시마다 머무르면서 수비군의 역할을 했다.
공성전이 펼쳐졌지만 때때로 적을 격퇴하고, 어떤 때는 마을이 잿더미로 변했다.
이때부터는 천공의 성에 있는 조인족들의 활약이 큰 역할을 했다.
조인족들 중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밤 부엉이 모그가 있었다.
그는 원래 모라타에서 시작했던 초보자였지만 인간보다는 조인족이 좋아서 특수한 퀘스트를 통해 종족을 바꿨다.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전부 버리고 알로 다시 태어났다.
그 후에 빠르게 성장을 했지만 동료들도 챙길 줄 알아서 조인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북부의 모든 하늘을 장악하고 병력 이동을 파악합시다. 우리 조인족들만이 할 수 있습니다. 조인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봅시다!"
천공의 성 조인족들이 움직였다.
산의 정상과 숲의 나무꼭대기, 강과 평원 위를 날아다니며 지상의 정해진 구역들을 감시했다.
짙은 먹구름에서 떨어지는 천둥과 비속에서 대지를 주시하는 조인족들.
하벤 제국의 살인귀 부대 이동을 발견하면 풀죽신교의 전투 병력이 출동했다.
그들이 도망갈 길을 완전히 차단하는 인해전술로 침략자들을 격퇴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그에 비하면 몸을 잘 숨길 수가 있었다.
그들은 주로 밤에 활동하면서 아르펜 왕국의 유저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
검치와 검둘치, 검삼치, 검사치!
하벤 제국의 북부 정복 지역에서 마적단을 만들어서 활약하고 있는 그들!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던 그들에게 바르고 산맥에서 온 오크 투사들이 합류했다.
위드처럼 특별한 퀘스트를 부여받거나, 높은 명예 스탯으로 이끌 자격을 얻은 것도 아니다.
오크들을 감언이설로 구슬린 것이 아니었다.
"취익. 인상 더럽다. 취췻!"
"니가 더 더럽게 생겼다."
검치와 오크들이 성질을 내며 한 판 붙더니 부하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따른다. 취췩. 밥만 먹여줘라."
- 묵사발 군대의 총지휘관이 되셨습니다.
휘하 병력은 총 13만 4982마리입니다.
- 오크 투사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과격하여 카리스마가 영구적으로 13만큼 증가합니다.
명예와 지력이 2씩 하락합니다.
"드디어 군단장이군."
검치는 감개무량했다.
검을 닦으며 살아가던 그에게 드디어 군대가 생겼다.
"난세에 남자라면 마땅히 가야 할 길. 어쩌면 내 손으로 대륙 정복을 이루게 될 지도 모르겠구나."
검치는 최근에 드물게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사막의 대제왕 위드를 방송한 내용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멋있던지 한 무리의 늑대 같은 군대를 이끌고 대륙을 평정하고 싶었다.
아마 그 영상을 본 남자라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검둘치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스승님. 그렇다면 막내가 세운 아르펜 왕국도 정복하시겠습니까 "
"으음."
검치가 진심으로 고민했다.
난세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인정에만 휘말려서는 안 된다.
친족까지 베는 무정함이 있어야 대업적을 세울 수 있을 게 아닌가.
"결국 그렇게 되는 것이더냐."
검치가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헤르메스 길드 유저를 없애고 빼앗은 명검이 뜨거운 햇빛에 번뜩였다.
"막내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때 검삼치가 웃으며 초를 쳤다.
"에이, 사형. 스승님이 그럴 분이 아닙니다. 제가 스승님을 따르기로 한 이유가 의로움에 있지 않습니까."
"흐험."
검치가 슬그머니 검으로 시선을 돌렸다.
카카오페이지 4편
날카로운 검광.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 검의 마력.
'막내에게는 미안해도… 사나이 인생은 한 번 뿐이지 않느냐. 내 바로 아래 자리를 주도록 하면 되지. 황제는 내가 되겠지만 실질적으로 제국을 다스리는 역할을 주면 서운해 하지 않을 것이다.'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저 넓은 하늘과 땅을 품기로 했다.
뜨거운 야망이 들끓었다.
'전부가 헛된 꿈이라고 해도 칼춤 한 번에 불과할지니…… 무릇 큰 꿈을 가지고 살아가야 남자가 아니던가.'
검치에게 일어난 호연지기!
그때 검사치가 결정적인 한 마디의 초를 쳤다.
"근데 저 오크들은 어떻게 먹여 살리실 겁니까, 스승님 "
"으응 "
"배고프다고 밥 달라는데요."
"…저게 몇 마리라고 "
"십만 마리가 넘습니다."
하늘과 땅을 품을 듯 했던 검치의 가슴이 조금 쪼그라들었다.
검둘치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스승님. 십만 마리가 아닙니다."
"그러면 "
"무슨 구르취라는 녀석에게 들었는데, 오늘 내로 저만한 무리가 열 덩어리 더 온답니다."
"그러면 백만씩이나 "
"오는 동안에 더 늘었을 지도 모른다는데요."
백만 대군의 총지휘관.
검치의 얼굴이 순간 환하게 펴졌다. 이 정도의 규모라면 실로 일군을 이끄는 총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어서 보급을 준비하자. 식량과 병장기들을 갖춰주고 술과 고기를 풀어라!"
"스승님. 우리 먹을 것도 없지 않습니까 "
"상인에게 사라."
"전 재산을 털어도 무리입니다. 우린 돈 생길 때마다 무기부터 바꿨으니까요."
"검삼치도 우물쭈물하다가 이야기했다.
"스승님. 저 오크들을 데리고 전술은 어떻게 세우실 겁니까 "
"전술이라면 당연히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냥 돌격하면 되겠죠 첫 번째 전투에 절반은 죽겠네요."
"……."
다들 이야기를 하니 검사치도 다시 끼어들었다.
"근데 오크들이 앞으로 계속 우릴 따를까요 "
"왜 "
"저것들은 맨날 배부르면 자기들끼리 싸우고 누가 대장인지를 가르는 녀석들이라서요. 멍청해서 스승님이 대장인 것도 내일이면 다 잊어버릴 텐데요."
"아아……."
검치의 입에서 허탈한 신음소리가 나왔다. 하늘과 땅을 품을 만한 기개는 다 사라지곡 각박한 현실로 돌아왔다.
"이 넓은 세상… 전부를 가지려고 하면 끝없이 머리를 쓰면서 괴롭게 살아야하짖. 그저 감 한 자루면 기쁘게 살아가기에는 충분한 것을."
의기소침해진 검치는 군단장의 역할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그 분위기를 느낀 검둘치, 검삼치, 검사치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미소를 지었다.
'성공이다.'
'후후후. 해냈군.'
'아, 다행이다.'
검둘치는 검치가 큰 야망을 갖는 것에 대해 반대였다.
'스승님께서는 분명 무언가를 이루시면서 뒷일까지 생각하실 분이 아니다. 모든 잡일은 내가 맡아서 해야 되겠지.'
검삼치는 투신이 인정한 투쟁의 파괴자로서 전투력만 놓고 보면 그들 중에서 가장 우월했다.
'그냥 싸우는 게 좋다. 관리직 같은 건 몸은 편한데 머리가 고생한단 말이야. 그런 골치 아픈 일을 뭐 하러 힘들게 해 생각할 시간에 몸을 조금만 더 놀리면 되는데.'
검사치는 위드로부터 미리 접대를 받았다.
"앞으로 스승님이 어떤 큰 꿈을 꾸실 수 있습니다. 그럴 때가 되면 말려주세요. 그 대가로는 모라타에 검술 훈련장을 내드리겠습니다."
"막내야 네 걱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스승님의 꿈을 꺾자는 뜻인데 어떻게 제자로서 그럴 수가 있겠느냐."
"검술 훈련장의 입지가 아주 좋을 겁니다. 광장과 강가를 끼고 있는 곳으로 해드리죠."
"막내야. 내 말을 똑바로 들어라. 검술 훈련장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요즘 광장과 강가에는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미녀들이 자주 나오는데요."
"후엇."
"로열 로드에서는 누구나 강해지기를 원하지 않습니까. 그 미녀들이 훈련장에서 제자가 되면……."
"미녀가 제자……."
"땀을 흘리면서 검술을 가르치는 모습들이 지나가는 미녀들이 보다보면 없던 인연도 생기죠. 인연이 어디 그냥 만들어지는 거겠습니까. 낚싯대에도 튼실한 밑밥이 있어야 되죠."
검사치는 언제쯤 검치가 큰 야망을 갖게 되나 기다려왔다.
워낙 싸우는 거만 좋아하는 스승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무난하게 살아왔지만 드디어 큰 야망을 가졌고, 제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들어서 전부 반대했다.
그 후에 검치는 제자들과 함께 오크들을 이끌고 유격대를 이끌며 점령 지역을 공략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영주들이 맨 땅에 일구어놓은 터전을 그대로 휩쓸어버린다.
북부 점령지에서는 그들을 격퇴하기 위해 기사단을 내보냈지만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기사단끼리의 승부에서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승마술과 창술, 검술, 도끼 투척 등에 밀렸던 것이다.
레벨 차이가 어느 정도 나더라도 말이나 황소를 전력 질주하며 벌이는 근접전에서는 검치나 다른 사범들의 전투 감각을 따라가질 못했다.
그들을 섬멸하기 위해서는 두뇌를 쓴 고도의 함정을 필요로 했다.
그렇지만 검치나 사범들 역시 온갖 싸움을 다 겪어보았다.
"냄새가 나는군."
"들어갈까요 "
"걸려 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전속력으로 돌파한다. 낙오자들은 그냥 버린다."
"옛!"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승승장구하는 그들이었다.
본인들은 무작정 돌격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경험에 의한 감각을 의존하는 것이었다.
어떤 복잡한 전술도 필요 없이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대로 움직이는데 그게 대부분 적중한다.
속도전이 필요한 유격단 활동에서는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군대와 병사들과 싸울 뿐, 주민은 건드리지 않는다.
약자들에 대한 배려!
나름 협객을 숭상하는 검치와 제자들이었기 때문에 사막의 대제왕 위드처럼 마을을 불태우는 일도 없었다.
"스승님, 애들이 많이 배고파 보이는데요."
어떤 마을에서는 영주의 관심 부족과 흉작으로 인해서 식량이 모자랐다.
주민들도 굶주렸고, 병사들도 전투 도중에 배가 고파서 픽픽 쓰러져버렸다.
"그래 식량 좀 남은 거 있냐 "
"지난 번 마을을 약탈하고 오크들이 거의 다 먹어버렸는데… 한 끼 정도는 남아있습니다."
"얘들 나눠줘라."
"그러면 우리 저녁에 먹을 게 없는데요."
"우린 또 다른 곳 약탈하러 가면 되지. 밥은 먹어가면서 해야 할 것 아니냐."
"옛. 스승님!"
북부 정복 지역의 총사령관 알카트라는 그들과의 전쟁을 매일 겪었다.
"오, 오크들이 떼로 몰려옵니다."
"마법사들을 출동시키고, 기사단을 대기시켜라."
마법사들의 공격에 의해서 검치와 오크들로 이루어진 군대가 절반쯤 박살이 나기도 했다.
이어진 기사단과 병사들과의 전투에서는 상당한 세력을 깎아먹으면서 분투를 펼쳤지만 결국 퇴각하고 말았다.
"크윽… 분하다 패배하다니……."
"스승님."
"이 정도는 해줘야 비통한 거 같지 않냐."
"감쪽같은데요."
"재밌군."
북부 대륙의 오크들이 계속 충원되고 있었다.
오크 로드로 성장한 유저들도 부족민들을 데리고 합류했다.
"여기 오면 새끼 오크들 먹일 수 있다고 해서 왔다. 췩!"
"군대로 넣어서 죽이든 살리든 알아서 해라. 취이익!"
오크들이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지고 있었으니 지더라도 아쉬울 게 없다.
생존한 오크들은 전투 경험을 쌓으며 밥을 더 많이 먹었다.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북부 식민지의 총독인 알카트라도 골머리를 앓았다.
"놈들의 기동력이 빠르고, 판단력이 좋다. 약탈 지역에는 식량 하나를 안 남겨놓다니… 주민들을 안 건드리는게 오히려 더 곤란해."
주민들에게 먹을 것을 베풀면 뭐하겠는가. 고작 한 두 끼의 분량을 베풀면서, 주민들의 충성심을 온전히 가져갔다.
식량 창고가 있는 지역에서는 오크들이 모조리 먹어치워 버렸다.
그들이 떠나고 난 뒤에 주민을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은 하벤 제국이었다.
"고도의 정복 술책 아닌가 "
검치와 제자들, 오크들의 부대를 하벤 제국의 대군으로 에워싸서 섬멸시키려고 해도 귀신 같이 그들은 알아냈다.
검치와 제자들이 각자 천여 마리씩의 오크들을 데리고 사방으로 탈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입게 되는 피해가 엄청났다.
북부 정복 지역이라고 해도 병사들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었다.
오크들과의 교전으로 사망한 병사들은 중앙 대륙에서 충원이 어려웠다.
아르펜 왕국과의 경계 지역에도 90만 명 이상의 막대한 병력이 배치가 되었다.
북부 식민지의 치안은 항상 불안하기 짝이 없어 하벤 제국에 지원군을 요청했지만 되돌아오는 답은 매번 같았다.
ㅡ 반란군부터 종식시키고 난 이후에 황제 바드레이가 직접 모든 군대를 통솔하여 북부를 평정할 것임. 그때까지 치안 확보에만 주력할 것.
"우린 그때까지 쓰다가 버릴 병력에 불과하겠군."
알카트라는 분노를 곱씹었다.
★★★★★★★★★★★★★★★★★★★★★★★★★★
ㅡ 용사들의 후예여… 그대들은 기꺼이 피를 흘릴 각오가 되어 있는가.
"그렇습니다."
ㅡ 이 하늘 아래 감당 못할 적이 있는가
"그건 스승님과 예쁜 여자… 허억. 아닙니다."
ㅡ 팔로스 제국의 후예로서, 사막의 대제왕의 길을 걷는 자여. 마지막 시험을 하겠다.
"어떤 시험입니까 "
ㅡ 그대를 따르는 자들을 이롭게 하라. 끝없이 황폐한 모래에 더 이상 피를 뿌리지 말고, 새로운 터전을 얻어내라. 누구도 주지 않는다면 칼이 제 역할을 할 것이다. 사막의 전통대로…….
띠링!
『 팔로스 제국의 건국
위대한 사막은 하나로 통합되었다.
용맹한 전사들이여.
뜨거운 열사의 모래를 벗어날 때가 돌아왔다.
팔로스 제국의 영광이 있던 그곳으로, 강물이 흐르고 수풀이 있는 땅으로 돌아가자.
가장 많은 영토를 얻은 이가 팔로스 제국의 황제가 되리라.
최대 1년의 시간이 주어지게 됨.
난이도 : 지역 제패.
보상 : 팔로스 제국의 황제.
퀘스트 제한 : 사막 전사 한정. 』
"우오오오!"
"전쟁!"
검오치와 수련생들.
그리고 연계 퀘스트를 최후까지 진행한 사막 전사들에게 부여된 최후의 퀘스트.
통합된 사막 부족의 전사들을 이끌고 중앙 대륙을 침략하는 것이었다.
사막에도 몇몇 대도시들이 있었으며 유랑민들은 대규모로 목축업을 성공시켰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내정에 힘을 쏟을 만도 했지만 사막 전사들은 기다림을 몰랐다.
"낙타. 낙타를 가져와라!"
"출격이다."
흉맹한 사막 전사들로 구성된 병력. 사막 부족들의 남자들 35만 명이 모여서 하벤 제국의 영토이며 옛 아이데른 왕국의 지역을 침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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