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7권 : 4. 두번째 직업 (317/520)

4. 두번째 직업

거인족의 세계.

"공격해요. 공격!"

"세마리 입니다. 우리 할 수 있어요."

"풀죽, 풀죽, 풀죽!"

북부의 고레벨 유저들을 주축으로 한 원정대가 거인들의 땅에 진출했다.

진홍의 날개 길드가 주축이 되어서 개척한 새로운 영토를 모험했다.

- 으쿠와아아아아!

[ 거인 발레투스가 포효했습니다. ]

[ 투지가 꺾입니다.

이동속도 감소.

모든 스킬의 숙련도가 일시적으로 25%만큼 감소합니다.

최대 생명력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10초 동안 받은 모든 공격은 치명적인 피해를 줍니다.

거인들은 강했지만 그만큼 승리하면 얻는 것도 많았다.

베르사 대륙에서 구하기 힘든 무기와 방어구, 마법 재로, 광물등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엘프들에게는 거대 식물과 씨앗을 얻는 퀘스트가 대량으로 발생하여 거인들의 땅까지 진출했다.

"대장님, 공격 준비가 되었습니다."

유저들이 다가와서 말하자 페일은 턱을 슬쩍 들어올렸다.

"네. 그럼 생강죽 공격대도 전진공격에 나서도록 하죠."

"출동이다."

거인들은 맺집과 생명력이 높아서 최소 백여명 이상의 유저들이 한꺼번에 공격해야 잡을 수 있기에 공격대가 필수!

페일은 만장일치로 원정 대장을 맡았다.

"여러분들. 어째서 부족한 저를 믿고 대장으로 삼으십니까?"

"당신은 위드님의 전투 노예입니다."

"..."

위드의 전투 노예라는 수식어는 로열 로드 어디에서나 통했다.

메이런, 로뮤나, 이리엔, 수르카, 벨로트, 화령, 제피까지도 크고 작은 무리를 이끌었다.

테로스와 진홍의 날개 길드에서는 기꺼이 주도권을 넘겨줬다.

"저희들을 원정대의 대표로 삼아도됩니까? 여기까지 개척해 오신 건 진홍의 날개 길드의 고된 노력이 있어서인데요."

제피는 원정대를 맡으라는 제안에 의심부터 했다.

지금까지 탐험에 결정적인 공적을 세웠고, 탐험대를 이끌면서 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데도 뒤로 빠진다는게 납득이 안 됐다.

'무슨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제피의 의혹에 테로스가 힘없이 웃었다.

"여러분들이 나서주셔야 됩니다. 우리들 힘만으로는 무리였죠. 북부 유저들이 주축이 된 이상 제가 이끌 자리가 아닙니다."

"과거에 진홍의 날개와 관련된 사건을 사람들도 잊을 때도 되었는데요."

"모험으로 조금의 공을 세웠으니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여기서 원정대를 이끄는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위드님께 잘  말해 주셔서 아르펜 왕국에 작은 땅이라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기니긴 떠돌이 생활을 하던 진홍의 날개 길드는 내부 회의 끝에 아르펜 왕국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아르펜 왕국에서 북부 유저들과 함께 마을을 발전시키면서 사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위드님께는 좋게 말씀해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페일과 제피는 서로 눈을 마주쳤지만 곧 슬그머니 외면하고 말았다.

'믿을 사람을 믿어야지. 그래도 후환이 두려우니 내가 알려주진말자.'

'세상의 인식과 실제와는... 정말 큰 차이가 있어.'

페일은 위드로부터 아르펜 왕국의 영주가 되었다.

드넓은 평야와 곡창지대, 아름다운 강이 있는 북부 대륙이었지만 그가 맡은 땅은 산맥이 우거진 곳이었다.

"왜 하필이면...'

"궁수니까요. 궁수에게는 산맥이 잘 어울리죠. 그리고 이 땅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비밀요?"

"저 산맥에 잠자고 있을 광대한 자원! 그것을 파내면 대륙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는거죠."

말은 좋았지만 결국 걸어서 들어가기도 힘든 산골 마을의 영주가 되었다.

자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산맥을 파봐야 알텐데 그것도 전부 다 노동과 돈이 필요했다.

"여,영주님 배가 고픕니다."

"먹고 잘 곳이 없어요,"

막상 페일은 다스리고 있는 주민을 무시할 성격도 아니었다.

빈곤한 산골 마을의 주민들을 위해 가진 돈을 털어넣어야 했다.

제피에게는 강가에 있는  인구 2백명의 어촌 마을을 주었다.

"경치가 멋진 곳이네요."

산골 마을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행이었지만 위드의 여동생인 유린을 좋아하는 처지라서 따질 입장도 아니었다.

그런데 위드의 요구사항이 뒤따랐다.

"항구를 개발해서 무역의 중심지로 만드세요."

"무,무역요? 여긴 특산품은 물론이고 시장이나 교역소도 없는데요?"

"이대로 멈춰 있으려고 하지 말고 발전을 해야죠. 주변 도로망도 연결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고급 주택과 별장도 지어서 휴양 도시로도 개발을 하고, 생산 기반 시설도 좀 있었으면 좋겠군요. 이렇게 좋은 땅을 놀리면 안 되니까요."

"저 그럼 아르펜 왕국의 자금 지원 이라도..."

"크고 예쁜 강이 있잖아요. 강이 있는데 따로 돈이 왜 필요합니까?"

"..."

"도시를 발전시키면 유린이랑 같이 구경 오도록 하죠. 6개월이면 항구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겠죠?"

제피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악마다. 악마.'

유린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가진 돈을 다 마을에 털어 넣었다.

낚시꾼으로 유유자적 지내던 그였기에 가진 재물은 꽤 많았고, 그 돈을 다 투자한 후에 빈털터리가 되어 거인들의 땅에 사냥하러 왔다.

그가 벌어야만 매달 도시에서 적자나는 금액을 메울 수 있었다.

'크흑.'

'아이고,'

페일과 제피는 곡소리나는 걸 참으면서 테로스의 예정된 불행을 내버려뒀다.

'어쩌면 자유로운 떠돌이 생활이 나을 수도.'

'아르펜 왕국의 영주가 되는 건 탈탈 털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

페일은 거인들의 땅에서 모험가 유저들을 바탕으로 지도부터 만들었다.

"여기에도 꽤 넓은 대륙이 있네요. 이곳의 산들은 감히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높고, 연못은 바다정도의 면적이고."

북부의 레벨이 400대 후반에서 500을 넘은 유저들도 회의에 끼었다.

"거인들의 집과 성채도 있습니다. 여긴 왠만한 병력으로는 어림도 없겠네요."

"거인 한마리가 레벨 700대 정도니까 지금으로서는 엄두도 못 낸다고 봐야죠."

"불가능입니다. 확실히."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고레벨 유저들 백여명이 자리를 했는데도 페일의 지휘를 얌전히 기다렸다.

전사 파이톤.

일대일의 승부로는 누구도 이길 자신이 없는 강자도 페일의 말을 듣고 있었다.

'위드와 사냥을 쭉 해왔다니 인정해 줘야돼. 와. 이건 역사서에 따로 기록이라도 해놔야 할 인물이 아닌가?'

페일과 양념게장, 파이톤은 위드라는 대악마에 의해 단단히 결속되었다.

그들의 우정은 어지간해서는 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 * *

거인들의 땅 원정대.

모험가 체이스가 며칠 만에 원정대로 복귀하며 정보를 가져왔다.

"포로들이 있답니다."

"포로요?"

"거인 성채 안에 사람들이 갇혀 있답니다. 요정과 엘프들도 있고요. 그외 다양한 종족들이 있습니다."

모험가 체이스의 말에 원정대가 들썩였다.

"정말입니까?"

"예. 자세히 설명 하기보다는... 그냥 퀘스트를 보시는 편이 빠를 것 같네요."

모험가 체이스는 원정대원들에게 자신의 퀘스트를 공유했다.

띠링!

[ 감금된 노예 ]

[ 놀랍게도 거인들에게 갇혀있는 포로들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비참한 생활을 하면서 사는 포로들을 구출하라!

구원을 받은 그들은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모든  일에 협력할 것이다! 

난이도 : S

보상 : 포로들의 협력과 거인들의 보물

퀘스트 제한 : 거인들의 땅 ]

"오오. S급 난이도의 퀘스트."

원정대원들은 눈치만 봤다.

과거에 S급 난이도의 퀘스트는 절대 불가능한 난이도였다.

방송으로 위드가 퀘스트를 해결하는 걸 보며 얼마나 혀를 내둘렀던가. 그렇지만 진홍의 날개 길드가 거인들의 땅을 밝혀낸 자체도 S급 난이도의 퀘스트였다.

'전투 퀘스트라면... 위드님처럼 복잡하게 생고생할 일은 없겠는데.'

'여기 북부 최고 수준의 유저들만 모였다. 머릿수로 밀더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매번은 힘들겠지만 한번 정도라면.'

북부 유저들만 천여명.

진홍의 날개 길드에서 시작해서 거인들의 땅으로 넘어온 최상위권 유저들이 계속 늘어난 덕분이었다.

심지어는 중앙 대륙의 유저들도 헤르메스 길드가 아니라면 거인들의 땅에 탐험을 왔다.

"한번 가보죠. 이런 퀘스트가 존재하니까 로열 로드가 멋진 거 아니겠습니까?"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수백명이 죽을 수 있어요. 거인들이 지키고 있는 성채에서 포로를 구하는 퀘스트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요."

"방법을 찾아야죠. 방법을. 무조건 안 되는 퀘스트는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인원 숫자가 많다고 유리하지도 않죠. 거인들이 일제 돌격이라도 하면 큰일인데요. 죄다 밟혀 죽을 겁니다."

"거인들의 성채에 방어 시설은요?"

"성벽 외에는 딱히 없어 보였습니다. 그들 하나하나가 공성병기니까요."

"성채를 함락시키진 못하더라도 우리 정도의 전력으로 해볼 만은 할거 같은데요."

사람들은 격렬한 토론을 벌이다가 원정대장인 페일의 선택을 기다렸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저야, 뭐..."

페일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이럴 때에 화끈하게 퀘스트를 받자고 하면 그 뒷감당이 어떻겠는가.

'거인들과 싸우다가 망해서 다 죽으면...'

실패했을 때의 사태를 고려하니 도저히 선뜻 내키지 않았다.

'하지 말자고 해야 하나. 너무 중요한 결정이야.'

페일은 별의 조각품을 완성해낸 위드에게 귓속말을 보내기로 했다.

위드는 조각술  마스터를 하고 친한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선물을 받기 위해 귓속말을 잠시 열어둔 상태였다.

"...사정이 이렇습니다. 퀘스트를 받을까요. 말까요?"

- 위드 : 좋네요. 퀘스트 받으세요.

"알겠습니다."

페일은 위드의 확인을 거치고 나서 원정대원들에게 말했다.

"퀘스트를 하도록 하죠."

"와아. 난이도 S급 퀘스트다!"

최고 수준의 유저들일수록 죽음으로 잃는 패널티는 막대했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수준이 낮은 전투나 퀘스트만 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믿음직스러운 원정대원들과 같이 거인들과 싸우며 퀘스트를 할 생각을 하니 북부 유저들의 분위기는 매우 밝았다.

"퀘스트 공유해드리겠습니다."

모험가 체이스는 북부 유저들에게 자신의 퀘스트를 나눠주었다.

페일은 결정을 내리고 나니 한결 가벼워진 기분으로 위드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조언 고맙습니다.'

- 위드 : 뭘요.

"위드님이 보시기에는 이 퀘스트의 승산이 충분했기 때문에 받으라고 하신 거겠죠?"

페일은 믿는 구석이 단단히 있었다.

불가해의 난이도로 여겨지던 퀘스트를 공략하고, 엄청난 끈기로 조각술 마스터까지 마친 위드라면 페일이나 다른 동료들이 못 본 측면까지 봤으리라.

'상상도 못할 공략법이나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었을거야. 그 길을 따르면 퀘스트는 어렵지 않다.'

페일은 스스로도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하면서 위드로부터 설명을 듣고자 기다렸다.

- 위드 : 승산요? 모르겠는데요?

"예?"

- 위드 :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기... 우리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봐서 퀘스트 받으라고 한 거 아닌가요?"

- 위드 : 성공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고. 다 하기 나름이죠. 인생이 그런 것처럼.

"그럼 왜 퀘스트 받으라고 하셨는데요?"

- 위드 : 어차피 제 일 아니라서 대충 대답한 건데요?

"헉!"

페일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 * *

이현은 오랜만에 집 청소도 하고 요리도 준비했다.

"전복 삼계탕이나 해볼까? 든든하게 보신도 하고 말이야."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의 방송으로인해 돈과, 명예, 인기를 얻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두둑한 현금뿐!

죽을 때는 재물이 하나도 필요 없다지만 죽기 전까지는 가장 소중한게 아니던가.

"특별히 너희들도 호강을 좀 해봐라."

이현은 키우던 닭과 강아지들에게도 며칠 전에 먹다 남긴 새우깡을 던져줬다.

푸드득

닭들이 경쟁하며 새우깡을 쪼아 먹긴 했지만, 강아지들은 하품을 하면서 먼 곳으로 달려가버렸다.

장난치며 뛰어노는 강아지들의 털에서 좌르르 흐르는 윤기!

서윤이 고급 음식을 듬뿍 먹여서 키우다보니 강아지들에게는 매일이 천국이었다.

"저런 배부른 녀석들."

이현은 인상을 쓰면서 새우깡을 잘 숨겨놨다.

"다음에는 하루 굶기고 먹여야지."

간만에 시간이 조금 남았다.

대학을 휴학하고 하루 종일 시간이 날 때마다 로열 로드를 하는 일상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틀에 한번씩 할머니에게 병문안을 다녀오고, 이혜연에게 뭔가 트집을 잡아서 잔소리를 했다.

"너 치마가 너무 짧아."

"오빠. 무슨 말이야. 무릅 아래까지 내려오는 치마인데?"

"음. 요즘 매일 머리 감는 거 같은데 연애 하는 거 아냐?"

"그냥 감는 거야. 이틀째 아무데도 안 나가고 집에만 있잖아."

이현이나 이혜연이나 서로 그러려니 하고 대화를 나눴다.

이현이 괜한 트집을 잡을 때야 말로 기분이 최고라는 사실을 여동생도 알고 있었다.

정말 먹고 살기 힘들 때는 멍하니 벽만 보고 있던 오빠를 기억하고 있던 이혜연이었으니까 잔소리를 대충 넘겼다.

'그래도 여자 친구한테는 잔소리를 안하겠지. 저렇게 이쁜 언니니깐.'

이혜연은 강아지들과 놀고 있는 서윤을 보면서 가끔 놀랐다.

햇살에 비치는 장면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예뻐서 부럽다.'

여자들도 예쁜 여자는 좋아했다.

편한 반바지를 입어서 드러낸 매끈한 다리에 잠시 시선을 뺏길 정도였다.

그리고 이현이 등장했다.

두둥!

대악당처럼 나타난 이현이 서윤에게 눈을 찌푸렸다.

"밥?"

"먹었어요."

"반찬은?"

"냉장고에 있는 걸로 대충 챙겨 먹었어요."

마당에 앉아 있던 이혜연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오빠가 서윤을 챙기는 광경이 그렇게 아기자기하고 행복해보였다.

"바지가 그게 뭐야?"

"집에서만 입는 거에요."

"오래 쪼그려 앉아 있으면 다리에 피 안 통해."

"병원에서 혈관 건강 하다고 했어요. 그리고 몇분 안 됐어요."

"강아지 알레르기가..."

"없어요."

"오늘도 머리 감은 거 같은데?"

"내일은 안 감을 거예요."

이현은 서윤과 이혜연과 같이 든든하게 삼계탕을 먹었다.

과거에는 시장에서 닭을 조금 사서 며칠에 나눠서 먹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1인1닭!

"꺼억!"

이현은 길게 트림을 하며 거실에 드러누웠다.

'실컷 먹고 배부르다. 이게 행복이지.'

이현이 슬며시 눈을 감고 졸자, 서윤이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무릎으로 머리를 받쳐줬다.

이혜연이 보고 있어서 뺨이 붉게 달아오른 모습이었지만 이현을 바라보는 눈가에는 사랑으로 가득했다.

이혜연은 혀를 찼다.

'저런 언니가 뭐가 아쉬워서... 우리 오빠가 정말 우주를 구했나?'

이혜연은 심술이 나서 잠든 이현과 서윤만을 놔두고 방으로 들어가기 싫었다.

'부럽다. 정말.'

거실에서 버티기 위해 텔레비전을 켰다.

방송국에서 선물로 받은 곡선 대형 텔레비전!

이혜연이 평소에 드라마를 좋아하긴 했지만 요즘에는 잘 안 봤다.

여자 주인공들의 외모가 서윤보다 훨씬 못해서 몰입이 안 됐다.

태양에 반딧불 정도라고 할까.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좋아 하면서도 오해하고, 싸워봐야 서윤이 등장한다면 대번에 초토화가 되어버릴 상황이었다.

'음악 방송도 효린 언니가 요즘 활동을 잘 안하고.'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다가 도착한 곳은 KMC미디어!

"어. 혜민 언니다."

로열 로드와 관련된 방송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에 하나인 신혜민.

베르사 대륙 이야기의 MC인 그녀가 오주완과 같이 특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거인들의 땅.

난이도 S급 퀘스트.

- 혜민 씨도 저곳에서 함께 모험을 하고 있다고요?

- 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동료분들과 같이 있었답니다.

- 생방송을 진행 해야해서 퀘스트를 못 하다니 정말 아쉽겠습니다.

-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시청자 분들에게 현장의 더 잘 설명해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혜연은 금방 텔레비전에 집중했다.

'참. 오빠 동료들이 모험을 하고 있었지. 북부 유저들과 같이.'

북부 유저들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이현의 표현대로라면 북부 유저들은 '풀어서 기르는 닭' 이라고 할까.

'나도 빨리 강해지면 같이 다닐 수 있을텐데.'

이혜연이 아쉬워하면서 텔레비전을 봤다.

서윤은 방송에 어떤 이야기가 나오거나 상관하지 않고 이현이 잠든 모습만 보고 있었다.

- 거인들의 땅까지 진출하시다니 혜민씨의 모험도 나중에 방송으로 중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에이. 거기까지는 아니에요. 동료들이 워낙 뛰어나셔서 같이 끼어 있는 정도랍니다.

- 동료 분들이라면 구체적으로 누굴 말씀 하시는 건가요?

- 그게... 너무 많은 분들이 계셔서요.

- 굳이 꼭 집어서 한분의 이름을 댄다면? 역시 위드님의 전투 노예라고 할 수 있는 그분이겠지요?

- 네. 잡담은 이정도로 하고 방송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이제 북부 유저들이 거인 성채에 도착했습니다.

신혜민이 페일과 사귀는 건 이미 로열 로드 내에서는 파다하게 소문이 퍼져서 방송을 위한 소재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짖굳은 농담을 받아넘기면서 타이밍 좋게 화면이 로열 로드로 전환되었다.

페일을 비롯한 천여명의 북부 유저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온 북부 유저들과 중앙 대륙의 유저들까지 합세해서 2백여명 정도가 더 불어나 있었다.

거인들의 성채는 큰 산처럼 보일 정도로 거대했다.

성벽의 높이만 100미터를 넘었다.

- 실제로 보니 더 기가 막힌 광경입니다. 안개가 조금 끼어서 성벽의 높은 부분이 제대로 안 보일 정도네요. 혜민씨. 저길 대체 어떻게 공략한다는 말씀이죠?

- 일반적인 공성 무기는 당연히 통하지 않을 거예요. 거인 성채에 대해 지금까지 모은 정보로는 부실한 곳이 꽤 있다고 해요.

- 부실한 곳이라면 혹시... 개구멍 말씀하십니까?

-네. 거인들의 기준으로 성벽의 틈새 같은 개구멍을 통해 잠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어요.

- 성채로의 잠입이라. 듣기만 해도 위험할 것 같습니다. 그럼 밤까지 기다리게 되나요?

- 밤에는 거인들의 시각과 청각이 더 예민해진답니다. 그래서 아마 곧 잠입이 시작될 예정이에요.

페일과 북부 유저들이 장비를 챙기는 과정들이 나왔다.

밝고 화려한 색상의 갑옷을 입고, 밧줄이나 갈고리 같은 장비도 챙겼다.

거인들이 유난히 어두운 것에 반발하는 특성을 노린 것이었다.

- 지금 북부 유저들이 거인 성채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KMC 미디어에서는 장중한 배경음악을 깔았다.

천여명이 훌쩍 넘는 고레벨 유저들이 몸을 낮추고 거인들의 성채로 다가갔다.

성채의 높은 곳에서 경계를 서는 거인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진입 합니다. 모두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살아서 만납시다. 파이팅!"

북부 유저들은 제각각 흩어져서 벽의 틈새로 들어갔다.

그때부터는 화면이 전환되어서 각 유저들의 시각을 바탕으로 한 것들이 나왔다.

거인 성채 내부의 광활한 광장과 큰 건물들.

거인들은 잠을 자는 시간이기 때문인지 돌아다니지 않았다.

"지역 안전부터 확보합시다. 레인저와 암살자 부대는 정찰을 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북부 유저들은 그간 같이 사냥을 하기도 했지만, 레벨들이 높아서 자기 밥값은 스스로가 할 정도가 되었다.

사방으로 흩어져서 정찰 업무를 하는 북부 유저들.

그들은 성채의 각 건물들에서 감금 되어 있는 포로들을 찾아냈다.

모험가 체이스가 잠금 장치를 풀어냈다.

"이리 나오세요."

"쉿. 조용히. 여러분들을 구하러 왔습니다."

[ 노예 82명을 해방하셨습니다. 금속 기술자 7명, 마법사 4명, 예술가 3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과 엘프, 드워프, 요정들을 구출해서 성채 외부로 이끌었다.

"갇혀 있는 이들이 더 많습니까?"

"네. 지하까지 적어도 천명은 될 꺼예요."

"인원이 그렇게 많아요?"

"여긴 금광이 있는 장소라서요. 성채 지하에는 가끔 단단한 금속도 나와요."

"그걸로는 뭘하죠?"

"거인들이 쓰는 물건을 만들어요. 정말 단단해서 쉽게 부서지지 않죠."

북부 유저들은 포로들을 구출하고 정보를 입수하면서 이 퀘스트의 규모나 보상이 크다는 걸 짐작했다.

그리고 계속 이루어진 구출 작전!

다수의 포로들을 구하면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잠든 거인들의 옆을 북부 유저들과 포로들은 발걸음소리까지 죽여가면서 이동했다.

"크르릉."

"푸에취!"

하지만 경계를 서던 거인 중에서 잠에서 깨어난 놈이 있었다.

"어디 싱싱한 인간 냄새가 나는데..."

거인의 눈에 성벽의 틈새로 빠져나가는 포로들이 보였다.

"크와아아아아! 포로들이 도망친다아!"

경비를 하던 거인은 날벼락과도 같은 외침을 터트렸다.

"끌. 뭐라고? 포로들이 도망쳐?"

"일어나라. 모두 일어나!"

거인 성채 곳곳에서 포효성이 들리면서 잠든 거인들이 깨어났다.

거인들의 움직임은 느렸지만 쿵쾅대며 뛰어다니자 땅이 흔들렸다.

"도망치긴 틀렸어요. 거인들이 성벽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싸웁시다."

"그냥 싸우면 다 죽어요."

"숨고, 싸우고 해야죠. 퀘스트를 받을 때부터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은 짐작했을 거 아닙니까? 도망치려고 하면 추격당해서 몰살입니다."

북부 유저들은 힘을 합쳐서 싸우기로 했다.

페일이 통신 채널로 유저들을 지휘했다.

- 페일 : 걸렸습니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지만 아직 퀘스트는 실패한게 아닙니다. 도망칠 수 있는 상황에 있는 유저들은 포로들을 데리고 가십시오. 성채 내부에 갇혀있는 분들은 동료들과 함께 싸울 준비를 하세요. 죽더라도 버디면서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한번의 죽음을 겪더라도 퀘스트는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퀘스트 성공에 대한 희망!

처음부더 어려움을 알고 있던 북부 유저들이었기에 당황은 했지만 자기 할 일을 찾았다.

"한 두번 죽어본것도 아니고."

"생방송까지 타고 있을텐데. 도망치다가 죽는건 싫어. 멋지게 싸워보자."

"갇혀 있던 분들은 어서 나오세요! 저희들이 안전한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북부 유저들의 움직임이 재빨라졌다.

포로들을 구출하고, 일부는 거인들과 싸우고 저지할 준비를 갖춰갔다.

KMC미디어를 비롯한 각 방송국에서는 거인들에게 발각된 순간부터 상승하는 시청률 곡선을 보며 환호성을 터트렸다.

"7%입니다. 5분 만에 2%가 더 치솟았어요."

"다른 방송국들은?"

"2%씩은 찍고 있습니다."

"편집팀 더 투입하고... 동시 영상 중계 시스템 더 확보해!"

생중계로 방송되는 화려한 영상들.

북부 유저들 중에서도 정예들만 모여 있다보니 거인들을 상대로 뛰어난 수준의 전투가 벌어졌다.

과거 명문 길드들이 경쟁을 위해 무리하게 보스급 몬스터를 사냥하던 것처럼 박진감이 넘쳤다.

"벌레들아. 평생 너희들의 운명은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거인들이 땅을 짓밟고, 북부 유저들을 쳐서 성벽으로 날려버렸다.

북부 유저들은 포로들을 데리고 도망쳤던 이들까지 다시 돌아와서 용감하게 싸웠다.

"해낼 수 있습니다. 거인을 전부 쓰러뜨려요!"

유저들 중의 일부는 성채 내의 건물들을 파괴했다.

거대한 건물이 무너지게 되면 장애물들이 생긴다.

유저들에게도 불편 하겠지만 몸집이 작은 탓에 훌륭한 은폐물이 된다.

거인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는걸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다.

"풀죽, 풀죽, 풀죽!"

북부 유저들은 마약과도 같은 단어를 외치면서 덤벼들었다.

풀죽신교!

이젠 그 기원을 떠나서 여럿이서 싸우는 전투가 벌어지면 풀죽 이라는 단어를 외치면 된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힘은 없다.

막강한 적이 약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그 단어가 있는 한 동료들이 자신을 버리고 도망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기에!

"풀죽, 풀죽, 풀죽!"

북부 유저들은 가진 모든 스킬을 퍼부으며 높은 거인을 향해 뛰어올랐다.

* * *

- 굉장합니다. 쉽게 밀리지 않아요. 모두가 놀라운 전투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한명이 죽었지만, 그 틈을 타서 거인의 머리 위로 누군가가 뛰어올랐습니다.

- 네. 기회를 놓치지 않네요.

- 대단한 집중력입니다. 신혜민 씨가 보기에 퀘스트가 성공할 것 같습니까?

- 북부 유저들이 주축이 된 원정대잖아요. 퀘스트 성공을 떠나 끝까지 버틸 것 같아요.

- 최후의 일인까지요?

-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아요.

오주완과 신혜민이 흥분을 감추지 않는 진행을 했다.

그만큼 화면에 잡히는 영상은 치열하고 박진감이 넘쳤다.

거인 성채에서 동료들은 버리고 도망친다면 충분히 살 수 있는 틈이 보였다.

그럼에도 북부 유저들 중에서 누구도 개구멍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거인들을 향해 돌격한다.

사제나 성기사들은 땅을 뒤흔들며 거인들이 달려오는 데도 꿈쩍하지 않고 동료들을 치유했다.

거인 성채에서 부서지는 큰 건물들과 작렬하게 마법과 공격 기술들!

"음."

이현이 어느새 눈을 뜨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오빠. 소리 좀 줄일까?"

"아냐. 그냥 놔둬봐."

이현은 거인들과 북부 유저들의 전투를 잠시 구경했다.

마음으로는 당연히 북부 유저들의 승리를 원했다.

'우리 집에 키우는 닭들이 몰려나가서 싸우는 기분이야.'

실제로 거인들의 땅에서 얻은 재물과 마법 재료들은 아르펜 왕국에서 가공과 판매의 과정을 거친다.

생산 직업들만 경제력을 향상 시키는게 아니라 원정대에서 확보하는 재물들도 아르펜 왕국에 소중했다.

이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저 모습을 보니...  다음 직업은 확실히 결정이 되네.'

어쩌다 잘못 선택한 직업이었지만 중간에 바꾸지 않고 조각사의 끝을 봤다.

다음에 선택할 직업도 확실히 중요했다.

대장장이나 재봉사는 조각사만큼이나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관련 스킬을 중급 이상 익혀놓았다.

조각술을 마스터하는 과정에서 얻은 손재주와 습득력을 고려 한다면 생산 계열 직업을 마스터 하는 것도 가능했다.

전투 계열처럼 화끈하진 않지만 조각사처럼 은근히 뒷받침이 되는 직업!

먼 미래를 감안한다면 생산 계열 직업을 한번 거치는 것도 좋았다.

'사막 전사나 검사가 갈등 되서 고민 이었지.'

검술이 고급 6레벨.

검술 역시 끝이 머지않았기 때문에 구미가 당겼다.

부족한 생명력과 공격력을 높이고, 다양한 원거리 공격 기술, 대규모 광역 스킬들을 익히면 전투력이 확실히 강해질 테니까.

고요의 사막에서 조각품을 만들며 헤스티거가 남긴 스킬인 용암의 강 과, 대파멸의 모래 폭풍도 쓸 수 있었다.

그동안은 조각사라서 반쪽짜리였지만 전투 계열로 직업을 바꾸면 완전해진다.

이현의 고민은 앞으로 어떤 직업을 얻느냐였는데 북부 유저들이 싸우는 장면을 보니 대충 마음의 결정이 섰다.

'전투에서 가장 강한 직업. 사실 그런 건 없지. 어떤 직업이라도 상황이나 활용하기에 따라서 달라. 그래... 퀘스트를 한다고 올리지 못했던 레벨도 따라잡을 때가 되었지.'

스탯과 스킬 숙련도.

실속을 지독하게 챙겼기에 로열 로드의 상위권 랭커들에게도 밀리지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마법의 대륙을 제패했던 이현의 성에 찰리가 만무했다.

'레벨을 올려서 다 때려잡아야지. 지금까지 기초를 다져놨으니까. 조금 빨리 달려도 괜찮아.'

이현은 서윤의 다리를 베고 누워있다가 일어났다.

"좀 다녀올께."

위드가 다시 로열 로드에 접속했을 때에는 어두운 밤이었다.

- 아우우우우.

어디선가 늑대 울음소리가 들리고 빛의 탑이 번쩍이는 모라타의 뒷산.

조각품을 만들고 나서 헤스티아의 권능에 의해 베르사 대륙으로 돌아왔다.

"흠흠. 뭐 별로 중요하진 않지만 일단 만들어놓긴 했으니 봐보기나 할까?"

위드가 영 귀찮은 듯이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북쪽 하늘에 떡 하니 큼지막하게 반짝이는 별이 있었다.

[ 대작! 처자식 조각상을 감상하셨습니다.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처자식 조각상!

조각술의 역사를 새로 쓴 본인이 만든 조각품을 봤습니다.

조각술 마스터의 효과로 작품의 감상 효과를 두배로 받습니다.

영구적으로 지력이 5  오릅니다.

행운이 하루 동안 17.5% 늘어납니다.

생명력과 마나의 최대치가 하루 동안 57.5%만큼 증가합니다.

전 스탯 125 상승.

장거리 이동 속도 87.5%증가.

영구적으로 모든 스탯이 3씩 늘어납니다.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의 달성으로 처자식 조각상은 다른 조각품 감상 효과와 중복됩니다. ]

역시 대작 조각품!

"조각품의 효과가 무시무시하구나."

위드는 처자식 조각상으로부터 조각술 마스터로서 두배의 효과를, 그리고 본인의 조각품이라서 50% 효과를 더 받았다.

추가적인 효과들을 전부 뺀다면 대작 조각품 치고는 조금 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그렇지만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은 누구나 볼 수 있기에 모든 이들이 쉽게 조각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 놈들. 그리고 아르펜 왕국에 세금 안내는 녀석들은 못 보게 해야 하는데."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

그것도 최후의 비기를 얻고 난 이후의 작품이라 베르사 대륙 전역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으리라.

"그래도 역시 조각사를 하길 잘 했었지."

달빛 조각사에 대한 아쉬움이 후련할 정도로 사라졌다.

드디어 조각사로서 불이익을 받을게 하나도 없고 그동안 얻은 혜택을 입을 차례였으니까.

솔직히 조각사를 하면서도 검사, 대장장이, 재봉사, 요리사, 낚시꾼, 선박 제작사, 광부, 약초 채집과 관련된 다양한 스킬들을 올려놨다.

이미 잡캐의 정점에 있었기 때문에 2차 직업을 어떤 것을 얻더라도 상관없을 정도였다.

"자. 그러면 새로운 직업을 얻으러 가볼까?"

위드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물론 시간을 아껴야 했기에 발걸음이 대단히 빨랐다.

샤샤샤샥!

* * *

모라타의 뒷골목에서 지하로 이어지는 음습한 터널

어두운 로브를 뒤집어쓴 수많은 자들이 해골 지팡이를 들고 들락거리고 있었다.

"이번에 뼛가루 시세가 너무 오른거 같지 않아요?"

"아. 죽겠어요. 두꺼비 눈알은 돈을 주고도 사기가 힘들어요."

"좀비 살점 사실분? 떨어져 나온지 얼마 안 된 신선한 살점이 5킬로 정도 있어요."

네크로맨서 유저들!

초보 유저들은 시체를 데리고 사냥을 하기보다 마법 연구와 언데드 소환을 통해 스킬 레벨을 올리고 있었다.

위드는 평소처럼 초보자 복장을 입고 뒷골목으로 들어왔다.

그에게도 조각사 마스터 퀘스트를 끝내면서 대대적으로 방송에 출연했다는 부담감이 눈꼽만큼은 존재했다.

"음... 간단하게 입어야지. 국왕이라고 사람들이 특별하게 여기면 안되잔아."

제법 연예인들의 공항 패션을 의식하고 있었는데, 네크로맨서 유저들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계속 할 일을 했다.

"귤 껍데기 사세요."

"썩은 계란이요. 1실버에 한 바구니 드립니다."

지나치게 평범한 외모에 어두운 뒷골목!

위드에게 신경 쓰는 유저는 아무도 없었다.

"흠흠. 영웅에게는 함부로 다가가기 힘든 구석이 있지. 카리스마에 몸이 떨린다고 할까."

스스로 납득하면서 음습한 네크로맨서 길드로 들어갔다.

* * *

"그대. 고귀한 분이여. 마나의 원리를 탐구하여 죽음과 어둠을 지배하는 길을 걸어가겠습니까?"

"응."

"삶과 죽음을 탐구하는 네크로맨서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다 알고 왔어."

"단단한 심장과 냉철한 두뇌, 그리고 사람들의 질시 어린 시선을..."

"알았으니까 빨리 해."

위드는 오랜만에 네크로맨서 바라볼을 만나서 전직을 의뢰했다.

'또 생고생을 하면서 직업을 얻을 필요는 없겟지.'

아르펜 왕국의 국왕.

게다가 바라볼은 모험을 하면서 만난 인연도 있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네크로맨서는 마법사의 상위 직업!

지혜와 지식, 마법을 다루는 능력을 시험하고 복잡한 전직 퀘스트까지 통과해야만 얻을 수 있는 귀한 직업이었다.

위드의 경우에는 바르칸의 마법서로 인해서 언제든 네크로맨서로 전직이 가능했다.

"알겠습니다. 부디 죽음을 지배하여 불멸의 생명을 얻으시길."

바라볼은 비쩍 마른 손을 위드의 머리 위에 올렸다.

띠링!

- 네크로맨서로 전직합니다.

흑마법과 언데드 소환 마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생명력의 최대치가 10% 증가합니다.

마나의 최대치가 150%로 증가합니다.

명성의 영향력이 20% 감소합니다.

신앙심의 효과가 35% 줄어듭니다.

조각사를 마스터하고 새로운 직업을 얻는 것이기에 조각술 스킬에 패널티는 부여되지 않습니다.

마법사들은 생명력이 작았지만 조각사는 그보다도 못했기 때문에 약간이지만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

전사에서 마법사 계열로 바꾸면 힘이나 민첩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원래 직업이 전투와 관련이 먼 조각사라서 그런 약점도 없었다.

'조각사가 진짜 허접한 직업이긴해. 이럴 땐 오히려 낫군.'

위드는 전직에 대한 고민을 며칠 동안 했다.

조각사의 경우에는 마지막 단계를 넘기까지 수많은 극복을 해왔는데 또 다시 엉뚱한 직업을 얻을 수는 없다.

요리사와 같은 비전투계열 직업으로 사냥터에서 코스 요리나 만들고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다만 그렇게 되다면 국왕의 직업 효과를 받아 아르펜 왕국은 풍성한 맛집들이 있는 미식 왕국으로의 발전에 도움은 되었으리라.

푸홀 워터파크의 음식점들의 바가지가 더욱 심해졌을지도 모를 일!

바라볼이 손으로 기초 교관들을 가리켰다.

"죽음을 다스리는 마법을 익히려면..."

"됏어."

위드는 용건이 끝났으니 그를 무시하고 배낭에서 책을 꺼냈다.

[ 바르칸이 직접 저술한 네크로맨서의 마법서 : 내구력 30/30 ]

[ 흑마법의 두번째로 어려운 학문인 언데드의 제조에 대해 적혀 있는 마법서.

기초 수준에서부터 고급 단계에 이르기까지 언데드에 대한 모든 제조법이 적혀 있다.

천재적인 마법사 바르칸 데모프가 직접 저술하여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언데드를 생성하고 다루는 데에는 막대한 마나가 필요하므로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제한 : 직업 마법사. 레벨 300. 지혜 500. 마나 8,000.

네크로맨서로의 전직이 가능함.

옵션 :  흑마법에 대한 저항력 +25

언데드를 제조하는 능력 +2

지성을 갖춘 보스 언데드를 만들 수 있다.

언데드의 생명력이 향상되며, 신성력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

'사전 준비는 확실해.'

이미 확보하고 있던 네크로맨서의 바르칸의 풀세트!

바르칸의 마법서는 네크로맨서 전직이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언데드의 소환과 제조에 대한 마법들이다.

'온갖 마법들이 다 있지.'

위드는 마법서로 언데드 소환 마법부터 습득했다.

띠링!

[ 스킬. 언데드 소환을 습득하셨습니다.

언데드 소환 초급 1 (0%) : 시체를 활용해서 언데드로 만들 수 있다. ]

"음. 드디어 본격적인 네크로맨서군."

예전에 조각 변신술로 리치가 되어 언데드 소환 스킬을 썼던 적도 있지만 임시로 얻었던 스킬이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걱정되는 마음은 전혀 안 들었다.

'조각술만큼 안 오르는 스킬은 거의 없어. 네크로맨서가 어려워봐야 아무 것도 아니지.'

초반에 피나는 고생을 하는 걸로 유명한 네크로맨서들이다.

사냥은 어렵고, 마나는 부족하고, 기껏 일으킨 시체는 약해서 금방 쓰러져버리거나 지배력을 상실한다.

언데드들을 바탕으로 큰 규모의 전투를 유지할 수 있는 네크로면서라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는데, 그 전까지는 고행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렇지만 위드의 레벨은 이미 454였다.

'초반의 어려움은 빠르게 극복한다. 그리고 네크로맨서로 지내면서도 검술이나 생산 스킬을 올릴 수 있고 말이야.'

네크로맨서를 마스터할 때 쯤에는 상황을 봐서 검사나 무예인, 사막 전사. 혹은 대장장이 쪽의 생산 스킬을 다음 목표로 삼을 수 있을 것 이다.

2차, 3차, 4차 노가다까지 계산이 이미 끝난 상태!

'이 정도는 되어야 드래곤 한 마리를 때려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헤르메스 길드도 목표였지만 역시 결국은 드래곤!

장비로는 악마 투구, 타락한 성자의 지팡이, 바르칸의 풀세트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조각사로서 가지고 있던 스킬도 여전히 활용이 가능했다.

[ 스킬. 시체 폭발을 습득하였습니다.

시체 폭발 초급 1 (0%) : 시체를 폭발시켜서 주변을 파괴하는 매우 강력한 마법.

시체의 크기와 품질에 따라 위력이 달라진다. ]

골렘 제작, 저주, 뼈 방어 마법까지 차례로 다 습득했다.

위드의 네크로맨서 스킬이 향상되면 익힐 수 있는 기술은 더욱 많았다.

'초보 네크로맨서지만 무서울 게 없어.'

모든 면에서 초급 네크로맨서와는 차이가 나리라.

네크로맨서 스킬도 스탯이나 장비가 뛰어나서 초반에는 굉장히 빨리 상승 시킬 수 있을것이다.

편의점 알바와 대기업 회장 정도의 격차!

위드는 느긋하게 말했다.

"캐릭터 정보."

[ 캐릭터 이름 : 위드

성향 : 신이 인정한 정이로움

레벨 : 454

직업 : 전설의 달빛 조각사 마스터. 네크로맨서

칭호 : 세상을 바꾸는 조각사

직위 : 아르펜 왕국의 국왕

명성 : 305399

생명력 : 97845        마나 : 69141

힘 : 1847    민첩 : 1255    체력 : 322

지혜 : 440   지력 :517     투지 : 634

지구력 : 449     인내력 : 1315

예술 : 3513    카리스마 :  723

통솔력 : 956    행운 : 304

신앙 : 764 + 435   매력 : 954 + 30

맷집 :  631  기품 : 556  정신력 : 322

용기 : 414   명예 : 887  통찰력 : 101

자연과의 친화력 : 2288

공격력 : 9502      방어력 : 2693

마법 저항

불 : 49%  물 : 46%  대지 : 43%  흑마법 : 44%

+ 모든 스탯에 20개의 포인트가 추가됩니다.

+ 예술에 추가로 80개의 포인트가 부여됩니다.

+ 달이 뜨는 밤에는 30%의 능력치의 향상이 있습니다.

+ 아이템과 특화됨.

+ 모든 생산스킬을 마스터의 경지까지 배울 수 있게 됩니다.

모든 아이템 제조와 제련의 스킬에 우대 적용.

최고급 스킬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 특이하거나, 예술적 가치가 높은 조각품을 만들면 명성이 상승합니다.

+ 조각품과 생산 스킬, 전투 경험, 퀘스트로 인하여 전 스탯이 381 증가합니다.

+ 모든 스킬의 숙련도가 6% 빠르게 향상됨.

+ 착용하고 있는 바하란의 팔찌로 인하여 전 스탯이 15 증가합니다. ]

어마어마한 내용이 담긴 캐릭터 정보창!

'이제 빨리 할 일이 많군. 거인들의 땅에 노다지가 사라지기 전에 말이야.'

로열 로드에 접속하고나서 불과 20분 정도가 흐른 후였다.

거인들의 땅에서는 아직 북부 유저들의 피가 튀는 혈투가 벌어지고 있으리라.

그들이 대부분 죽기를 바라진 않았지만, 또 그렇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맜있는 음식은 나눠먹을 입이 줄어들수록 좋았으니까.

"더러운 진흙을 산다고 하셨씁니까?"

"응.열 뭉치만 줘."

"한 뭉치에 3실버입니다만... 국왕 폐하께서 직접 구입을 원하시니 2실버만 받겠습니다."

"1실버만 낼게."

"그렇게는 도저히 안 됩니다."

"어허... 나 국왕이야."

"안됩니다. 2실버 주세요."

[ 흥정이 실패했습니다.

네크로맨서 상인 그렉과의 친밀도가 하락하였습니다.

명성이 1 감소했습니다. ]

위드는 네크로맨서 길드에서 간단한 마법 재료 몇 가지를 구입했다.

골렘 제작의 경우에는 재료가 꼭 필요했다.

현장에서 대충 쓰면 좋은 품질의 골렘을 만들기 어려웠다.

`일제 슬슬 가볼까.`

그때 네크로맨서 바라볼이 다가와서 말했다.

"네크로맨서 길드에는 좋은 영혼이 부족합니다."

"영혼?"

"크고 강대한 힘을 가진 영혼은 언데드로 만들기도 좋고, 생명의 근원에 대해 연구하기 적합하죠.

어려운 부탁이 되겠지만 영혼을 모아오면 그에 대한 보상을 하고 싶습니다."

띠링!

[ 강한 영혼 포획 ]

네크로맨서 길드에서는 영혼을 원하고 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영혼을 모아오면 그만한 보상을 해줄 것이다.

난이도 : B

퀘스트 제한 : 스킬.영혼 갈취 보유. 한달 내로 완수.

`난이도 B급이라.`

위드는 오랜만에 미소가 흘러나올 지경이었다.

난이도 S급!

혹은 그 이상의 대륙 전체의 영향력을 가진 퀘스트만 하다가 B급 정도의 난이도라니 반가웠다.

서울대에 수석으로 입학한 학생에게 조금 과장해서 구구단을 물어보는 격!

`단순한 재료 확보의 퀘스트야. 전투 계열의 퀘스트란 말이지.`

예술이란 노력을 하더라도 결과를 짐작하기 어렵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각술 퀘스트가 아니었다.

전투 계열 길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리품 획득의 퀘스트.

전투를 해서 승리를 거두고 퀘스트로도 경험치와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의뢰.

`이렇게 단순하고 좋은 걸 주네.`

영혼 갈취는 네크로맨서에게는 필수 스킬이었다.

언데드와는 상관이 적지만, 중급 이상의 보호 마법을 발휘하거나, 저주를 퍼부을 때 주로 사용한다.

바르칸의 마법서에 당연히 적혀 있는 스킬이었다.

"뭐 어렵지 않지. 기꺼이 모아오마."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

"방어 진형을 버려요!"

"꺄아악!"

"제자리에 있지 말고 움직여요. 위치를 바꾸면서 흩어지세요."

북부 유저들은 집요하게 항전을 했지만 1200명을 넘어가던 숫자는 절반 정도로 줄어든 상태였다.

"풀죽, 풀죽!"

그럼에도 도망치는 유저는 없었다.

끝까지 거인들을 향해 공격을 할뿐!

"빨리 갑시다."

"이쪽 방향으로 거인들이 모여들고 있어요. 도주로를 바꾸세요."

"포로 구출은요?"

"4팀이 아직 안 왔습니다. 거인들을 따돌릴 미끼가 더 필요해요."

페일은 원정대의 대장으로서 무모한 죽음을 원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희생자들을 위해서라도 퀘스트는 완수한다.`

북부 유저들과 협력하여 거인 성채에서 포로들을 구출하고 빼돌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구한 사람이 4백여명. 아직도 포로는 많이 남았는데.`

페일은 거인들이 지어놓은 큰 집의 지붕에 뛰어올랐다.

등 뒤에 메고 있던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 전광석화처럼 시위에 걸었다.

"다연발 관통 화살."

페일이 쏜 화살이 갈라지더니 주변의 거인들을 맞췄다.

"쿠어어!"

거인들이 조금 괴로워했지만 백만이 넘는 생명력과 맷집 때문에 쓰러지지 않았다.

"벌레!"

거인이 페일을 반결하고는 득달같이 달려왔다

.

페일은 날렵하게 공중제비를 돌면서 거대한 건물들 사이를 뛰어다녔다.

화살을 시위에 걸어서 쏠 여유도 없어서 그대로 던졌다.

[ 미약한 타격!

상대의 단단한 피부에 의해 3의 피해를 입힙니다.

화살 던지기.

궁수들이 비상용으로 쓰는 공격 보조 스킬이긴 했지만 그래도 데미지가 1, 2천은 나왔는데 어림도 없었다.

"간지럽구나. 벌레야!

거인은 페일의 공격을 무시한 채로 달려와서 건물을 몸으로 들이받아서 통째로 부숴버렸다.

"큭!"

페일이 건물과 함께 부서지지 않기 위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민첩이 높은 궁수인 만큼 십여 미터를 높이 뛰어오를 수가 있었지만 그래봐야 거인의 눈 높이였다.

거인의 양손이 박수를 치듯이 겹쳐질 때에 페일에게 날아오는 한줄기 얇은 낚싯줄.

"꽉 잡아요!"

페일은 낚싯줄을 단단히 잡았다.

그 순간 놀라운 탄력으로 끌어당겨져서 거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낚시꾼 제피가 지켜보다가 페일의 생명을 구한 것이었다.

"고맙습니다."

"뭘요."

페일은 다른 건물에 착지해서 거인을 향해 화살을 쐈다.

거인들의 몸에 화살뿐만 아니라 마법이나 스킬들이 작렬하고 있었지만 약한 공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북부 유저들이 거인 한 마리씩에게 한참동안 맹공을 퍼부어야 쓰러뜨릴 수 있었는데, 성채에서 다수의 적에게 짓밟혔다.

"도저히..."

페일은 절망했다.

전투가 계속 이어졌지만 북부 유저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더 많이 생겼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맷집, 생명력을 가진 거인들에 비해 북부 유저들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마나까지 고갈되어 갔다.

거인들은 성벽에 기대 쉬면서 빠른 속도로 생명력을 보충했지만 북부 유저들은 사방에서 쫓기면서 사냥을 당했다.

간신히 무너진 건물 틈새로 숨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렵다. 이건..."

페일이나 북부 유저들의 힘과 체력이 떨어져나갔다.

도망치자니 죽어간 동료들이 떠오르고, 그렇다고 싸움을 이어나가기에도 승산이 안 보였다.

그때, 성벽이 있는 방향에서 들리는 노랫소리.

- 오늘 날씨가 참 좋구나.

딱 빨래가 빳빳하게 마르겠어.

이불도 빨고, 속옷도 빨고.

햇볕도 쨍쨍.

내가 왔네. 내가 와.

"커억."

"이, 이건..."

음정, 박자를 기묘하게 비틀어버린 노래 솜씨에 북부 유저들의 귀가 괴로웠다.

거인들이 커다란 발로 짓밟는 걸 간신히 피하는 와중에도 선명하게 들리는 노랫소리.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고 알아서도 안 될 것만 같은 가사!

"이것은?"

"이 소음이 익숙해요!"

"악. 귀가 썩을 것 같아."

간신히 버티고 있던 수르카.

다친 사람들에게 모든 마나를 퍼부어서 치료를 하고 있던 이리엔.

큰 집 안에서 마법을 시전하던 로뮤나.

그녀들이 먼저 노래의 주인공을 밝혀냈다.

"노래방을 수 십 년 다녀도 절대 만나기 힘든 음치야."

"그건 위드님인데?"

"비슷한 음치는 많아도 위드님 같은 음치는 없어!"

북부 유저들은 노래가 들리는 성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태양을 뒤로 하고 나타난 초보 전용 마법사 로브.

전쟁의 신 위드의 등장이었다.

"위드님이다."

"위드님이 오셨어!"

북부 유저들 중에서도 고레벨들로 구성된 이들은 위드의 얼굴을 알았다.

방송을 통해서나 하벤 제국과의 전쟁에서 멀리서라도 봤던 덕분이었다.

위드의 등장에 겨우 버티던 페일이 환호성을 올렸다.

"왔다!"

거인들에게 밀리고 있던 지금까지의 전황이란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

불가능을 뒤집어버리던 위드의 기적이 이곳에서도 벌어지리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 삐약삐약.

병아리도 신이 나지.

꼬끼오.

살찐 양념 반 후리이드 반이 울고 있네.

오늘은 날씨가 좋은 날.

대청소를 시작해보세.

위드는 노래를 마치고 3초 정도의 여운을 즐겼다.

음악이 주는 감동과 환희!

살아남은 북부 유저들이 얼마나 감격에 찬 눈동자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노래는 진짜 끝판왕이다.'

'직업이 조각사가 아니라 바드 였다면 100% 망했다.'

위드는 함성을 터트렸다.

"전투 중지. 모두 알아서 숨어!"

- 스킬 : 사자후를 사용하셨습니다.

사자후 스킬의 영향 범위에 있는 모든 아군의 사기가 200% 상승합니다.

존재하는 모든 혼란 상태가 해제됩니다.

5분간 통솔력이 300% 추가 적용됩니다.

오랜만에 터트린 사자후!

유저들을 상대로 통솔력이 발휘가 되진 않겠지만 거인 성채에 있는 이들이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커다란 소리였다.

"어라."

"뭐라고요?"

"왜 숨으라는 거지? 이제 없던 힘까지 쥐어짜내서 싸워야 하지 않나?"

북부 유저들은 갑자기 등장한 위드의 고함 소리를 따르기 힘들었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라는 지위나 그동안의 업적을 감안한다면 존중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수많은 동료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힘을 쥐어짜내서 버텨오던 자신들이다.

위드가 등장하자마자 숨으라는 말에는 심한 거부감이 들려고 했다.

그때 원정대장인 페일이 따라서 소리를 질렀다.

"모두 숨으세요! 위드님이 이 전투를 책임지실 겁니다."

위드의 충실한 전투 노예 페일!

원정대장의 말까지 듣고 나니 북부 유저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선 말을 따르고 보자."

"그래. 위드님이잖아."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도 하고."

대지의 궁전을 몽땅 무너뜨렸던 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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