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7권 : 5. 로아의 명검 (318/520)

5. 로아의 명검

뒤집힌 판!

네크로맨서는 신앙심과 체력의 감소라는 극악의 페널티를 받지만, 시체를 부하로 일으키거나 폭발시키는 강력한 한방이 존재했다.

"크르르르."

"끽끽!"

"살점을 씹고 싶어. 살점을 줘!"

스켈레톤들이 뼈마디를 달그락거리며 끊임없이 거인들에게 덤벼들었다.

"후케에악!"

스켈레톤이 쓰러진 거인의 몸에 올라가서 뼈칼을 내려 쳤다.

우지직!

단숨에 부러진 뼈칼.

"쿠엣?"

스켈레톤이 해골을 갸웃하더니 자신의 다리뼈를 들고 거인을 마구 때렸다.

막강한 거인의 생명력!

한시간 동안이라도 스켈레톤에게 맞아도 될 정도였지만 그래도 어쨌든 피해를 주고는 있었다.

"싸워라. 뼈다귀들아!"

위드가 일으키는 스켈레톤 궁수와 스켈레톤 마법사들은 어설프게라도 진형을 갖추고 원거리 공격을 했다.

푸슈슛!

뼈 화살을 쏘고, 푸른 불꽃을 거인들을 향해 던졌다.

"크으으으!"

위드가 일으킨 언데드들은 텅 빈 눈동자에서 푸른 광망을 일이켰다.

"크아아악!"

양손에 도끼를 하나씩 들고 포효하는 스켈레톤!

로열 로드의 각종 마법의 위력이나 효과에 대해 할 일 없는 수많은 대학생들이나 학자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전문적인 이론과 수학 공식들.

일반인들은 전혀 알 수 없고 잠을 쏟아지게 만드는 수학 공식들로 가득한 논문까지 내놨다.

언데드 소환은 특히 까다로워서 몬스터와 네크로맨서의 스탯, 마법 스킬 등을 기본으로 하고 특수한 지리적인 환경이나 배경까지도 감안을 해야 했다.

각 시체들의 생전에 능력이나 성향, 과거까지도 언데드 소환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준다.

하지만 대체로 언데드 소환은 스킬 레벨과 스탯이 75% 정도, 시체의 품질이 25% 정도라고 봤다.

물론 토끼의 시체를 일으킨다고 해서 어둠의 기사인 둠 나이트를 만들 수는 없다.

지고의 경지에 달한 네크로맨서 마스터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유저들 중에서는 아직 누구도 가본적이 없는 영역!

상황에 따라 한계는 있었지만 보통의 경우 시체의 품질이 사분의 일 정도는 영향을 주었다.

북부 유저들의 시체들이 뛰어나서 높은 스탯을 가진 꽤나 튼튼한 스켈레톤이 되었고, 가끔씩은 보스급도 출현했다.

"육체의 주인! 나는 피와 살육을 원한다!"

보스급 스켈레톤이더라도  외모상으로 위압감을 줄 뿐, 거인에게 큰 피해를 못 입히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콜 데스 나이트 반 호크. 콜 뱀파이어 토리도!"

시커먼 연기를 일으키면서 반 호크와 토리도가 등장.

그들은 바람을 일으키면서 정중하게 무릎을 꿇었다.

"드이어 죽음의 힘을 얻기 위한 길을 걸어가는 것인가. 주인."

"위대한 군주의 소환에 응했다."

오랜만에 소환한 반 호크와 토리도의 태도는 정중했다.

네크로맨서로 전직을 하면서 언데드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졌다.

위드는 부하들을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

"너희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자주 언데드 군단을 이끌어야 할 테니까."

암흑군대의 총사령관이었던 반 호크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베르사 대륙을 모조리 죽음으로 물들이는 것인가? 죽음의 기사들이 말을 달릴 수 있는건가?"

전쟁과 죽음의 광기!

데스 나이트 반 호크가 모처럼 활력을 찾으려고 하고 있었다.

바르칸 데모프의 강력한 불사의 군단은 대륙을 집어삼킬 뻔했다.

위드가 네크로맨서가 된 이상 거침 없는 언데드들이 대륙을 휩쓸 수 있는 것이다.

"아니. 귀찮고 힘든 짓을 왜 해. 그냥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네크로맨서 한 거야."

"..."

"사막 전사였을 때도 시원하고 기분은 좋았지만... 생각해보니깐 부하들 키워봐야 배만 아프더라고."

대륙 최강자가 되었던 헤스티거만 떠올리면 아직도 라면 맛이 뚝 떨어 졌다.

"대륙을... 죽음으로 물들이기 위해 지고한 네크로맨서가 된 것 아닌가."

"언데드 끌고 다니면서 혼자 다 해 먹으려고 네크로맨서 한 거야. 그리고 죽음으로 물들이기는 무슨. 베르사 대륙이 도살장이냐. 특히 아르펜 왕국에서 니들 데리고 사냥하면 악취 때문에 민원 들어와서 안돼. 집 값도 떨어져. 푸홀 워터파그 반경 천킬로 부근에서는 절대 언데드 소환 금지다."

모라타에서도 네크로맨서 길드는 집값을 하락시키는 혐오 시설!

그런 측면에서는 조각사보다 더 무시받는 네크로맨서!

위드는 쓰러진 거인들이 일어나기 시작해서 길게 말할 시간이 없었으니 스킬부터 사용했다.

"언데드 강화!"

[ 데스 나이트 반 호크의 생명력이 6% 증가합니다.

공격력이 4% 강해집니다.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

1레벨의 언데드 강화 스킬!

반 호크의 움푹 파인 눈가가 번뜩였다.

"이게 뭔가 주인?"

"지금 최선을 다한 거야."

"..."

"무기 부여나 방어구 생성 같은 스킬도 있긴 한데, 그냥 안 쓰는 게 낫겠다."

위드가 기본적인 언데드 강화나 장비 스킬을 쓸 수는 있지만 현 시점에는 별 도움이 안 됐다.

반 호크는 암흑 군대의 총사령관이라는 전직은 제쳐두더라도 얼마 전에 어비스 나이트가 되기도 했던 보스급 언데드.

꾸준히 퀘스트와 사냥을 함께 하며 레벨이 500을 넘었고, 토리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녀석들을 잘 부려먹기만 해도 네크로맨서로 성장하는 건 쉽지.'

위드는 단단히 결심했다.

지금까지의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부려먹어 주리라!

목표는 오로지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언데드들을 이끌어라."

"알겠다. 주인. 근데 언데드들의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반 호크는 스켈레톤들을 보면서 불만을 가졌다.

데스 나이트 반 호크는 스스로도 강한 기사였지만 부하들을 이끌면 그들의 능력을 더 크게 이끌어낼 수 있었다.

"데스 나이트는 없는가?"

"어."

"...듀라한은?"

"아직 수준이 안돼서."

"내가 지휘할 병력은 약하다. 그리고 적은 너무 강하다."

"싸워서 이길 생각은 안 해도 돼. 그냥 언데드들을 데리고 버텨라. 미끼 역할만 해주면 된다."

"미끼라고?"

"시간만 오래 끌어주면 된다. 언데드 계속 일으켜줄 테니깐 부서지면서라도 버텨."

"암흑 기사의 긍지를... 불사의 군단의 자부심을 버리라는 말인가."

"긍지나 자부심 같은 게 떠오르다니 요즘 맞은 지 오래됐나? 해골 좀 단단해진 거 같다?"

"..."

위드가 네크로맨서가 되어 더욱 고통 받게 된 반 호크!

"토리도. 너도 거인의 피를 빨면서 버텨라."

"알겠다. 주인."

토리도는 서둘러 명령을 받아들였다.

유서 깊은 뱀파이어 귀족으로서 기품을 지키기위해 눈치 빠르게 안 맞는게 최선.

반 호크가 등장하면서 언데드의 생명력과 전투 능력은 더욱 향상되었다.

빨라지고, 생명력도 늘었다.

최소 한 등급씩은 강해졌다고 할 수 있었다.

"습격하라! 피에 흠뻑 취해라! 우린 불사의 존재들이다!"

"키키킷!"

반 호크의 지휘에 따라 스켈레톤들이 날뛰면서 거인들을 공격했다.

두려움 따위는 모르는 해골 부대!

일반적인 사냥터에서는 언데드들이 꽤 도움이 되었을 테지만 막강한 거인들에게는 덤벼들어도 제압하기는 무리였다.

"온통 썩은 것들이구나!"

"비겁한 놈들. 으아아아아!"

기절이나 혼란 상태에서 점점 회복된 거인들이 분노하며 스켈레톤들을 짓밟았다.

높은 적대도로 인해 언데드들이 첫번째 표적이 되고 있었다.

물론 거인들의 눈에 띄기만 한다면 모든 녀석들이 위드를 공격하게 될 것이다.

시체 폭발에 호되게 당한 거인들은 함부로 날뛰지 않았다.

생명력이 심하게 떨어진 거인들은 후방으로 빠져서 동료들의 보호를 받았다.

언데드를 일으키기에도 부족해진 시체를 폭발시키면서 추가적으로 사냥할 기회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곧 거인들의 활동 반경 역시 위축되었다는 의미.

위드는 페일에게 귓속말을 했다.

"언데드들이 시간을 끌어줄 겁니다. 부상자들을 회복시키고, 빨리 포로들을 구출해요."

- 페일 : 예. 알겠습니다.

페일은 북부 유저들을 지휘하여 포로들을 구출하도록 했다.

벨로트, 화령, 제피, 수르카, 로뮤나.

모두 원정대의 한 무리를 이끌고 있었으니 움직임이 빨랐다.

"지금입니다. 빨리 움직이세요."

위드가 등장해서 유저들의 부담이 가벼워지기는 했다.

그렇다고 해도 북부 유저들은 크게 지쳐 있어서 전투적으로 사냥에 나서기는 무리가 있었다.

거인들이 언데드와 싸우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북부 유저들은 포로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건물 사이로 뛰어들었고, 감옥으로 돌진했다.

이판사판이라 위험을 감수하는 일을 거리끼지 않았다.

위드는 무작정 언데드를 일으키고, 그들의 지휘는 반 호크에게 맡겼다.

[ 언데드 소환 스킬의 레벨이 3으로 상승했습니다.

스켈레톤의 뼈가 단단해집니다.

일정 확률로 소환되는 구울이 빨리 움직입니다.]

시체의 품질 때문에 언데드 소환 스킬이 빠르게 늘었다.

신선한 해물이 있다면 라면 스프만 넣어도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것.

물론 지금의 전장에서 큰 의미는 없었지만 스켈레톤이 조금 강해지긴했다.

네크로맨서들에게 스켈레톤의 생명력이 100, 200씩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뿌듯해하는 재미도 있긴 했다.

초보 유저들일수록 비록 스켈레톤이나 좀비라도 애착을 갖고 돌보기 마련이니까.

스켈레톤은 앞으로 영원히 부려먹어야 할 부하들.

"조각 소환술!"

위드는 조각 소환술로 누렁이를 불러들였다.

[ 조각 소환술이 사용되었습니다.

마나 53,203이 소모되었습니다. ]

조각 생명체와의 거리로 인해서 엄청난 마나 소모가 일어났다.

15만이 넘던 마나도 3만 이하로 줄어들었다.

"음머어어어어!"

붉은 기운까지 모락모락 뿜어내면서 등장한 성난 누렁이!

건장한 근육질의 몸에는 위엄까지 깃들어 있었다.

감히 황소라고 할수도 없을 정도로 큰 소!

"주인. 좀 어두워진 것 같다. 음침한 기운이 느껴진다."

"인생이 다 그렇지. 누구도 앞일은 모르는 거야. 한달만 안 씻어도 간지럽고 그렇잔아."

"음머어어어. 한달 정도는 괜찮다."

"하긴 나도 그렇 긴 해. 전투 준비는 되었겠지?"

"싸움은 무섭다."

"처자식 먹여 살리려면 부지런히 벌어야한다."

"알겠다. 주인!"

소심하기 짝이 없던 누렁이는 오랜만의 소환에 온몸에서 투지를 뿜어내며 뒷발로 땅을 긁었다.

위드가 조각술을 마스터하면서 조각 생명체들도 덩달아 강해졌다.

누렁이의 경우에는 평소에는 온순하기 짝이 없지만 분노 상태가 되면 무서운 전투력을 발휘한다.

"주인. 저놈들을 이길 수 있는가?"

"못 이겨. 그러니까 도망쳐."

위드는 누렁이의 등에 탄 채로 거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잔악한 벌레!"

"맛있는 소고기다."

거인들이 위드와 누렁이를 손으로 잡으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날쌘 움직임 때문에 쉬운 게 아니었다.

재빠른 질주와 자유자재의 방향 전환.

위드와 누렁이를 쫓아오는 거인만 대여섯이 되었다.

쿵쿵쿵?

"벌레다. 고기다!"

"저놈들은 내것이다!"

거인들이 무거운 몸으로 달릴 때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저놈들에게 잡히면 어떻게 될지 알지?"

"죽는 건가?"

"난 죽겠지만 넌 정확히 말하자면 잡아먹힐 거야. 맛있는 부위의 살점들은 신선하게 육회를 뜨겠지. 그리고 부위부위마다 잘라서 굽고 삶으면서 아마 꼬리도 남겨놓지 않을 거야."

"음머어어어."

"울지 마. 자존심을 지켜. 넌 최상급 소고기니깐."

장애물과 건물의 구조를 통해서 생쥐처럼 빠져나가는 누렁이!

'아쉽군. 거인들이 조금만 약했더라도 잡아볼 수 있을 텐데.'

언데드 군대가 활동하면서 북부 유저들이 퀘스트를 하는 데에는 훨씬 편해졌다.

거인들이 도망 다니는 언데드를 때려잡고 위드와 누렁이에게 신경 쓰는 동안에 북부 유저들은 바퀴벌레나 쥐처럼 샛길과 개구멍을 이용해서 포로들을 구출했다.

"틀림없이 난이도 S급의 대단한 퀘스트였는데. 이거 뭔가 모양새가 좀..."

"좀 전까지 결사항전의 자세로 싸우고 있었는데요. 그래도 안 죽은건 좋긴 한데."

북부 유저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사히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어딘가 드는 찝찝함.

위드는 땅에 쓰러져 있는 거인들의 시체에도 다가갔다.

"영혼 갈취!"

[ 거인 발로쓰의 영혼을 얻어냈습니다.

포획한 영혼으로 언데드에 대한 연구나 스킬 강화를 할 수 있습니다. ]

네크로맨서 길드에서 받은 퀘스트 완료를 위해 거인이나 북부 유저들의 시체에서 영혼을 갈취했다.

어차피 획득한 영혼의 개수에 따라서 보상을 받는 것이었지만 주변에 널려 있는 시체들을 알뜰히 챙겼다.

누렁이를 탄 목적도 그것에 있었으니까!

영혼을 얻어내면서 구석에서 포로를 구출하고 있는 모험가 체이스도 만났다.

"위드 님. 반갑습니다."

"예. 저도 반가워요."

"여기까지 오셔서 우릴 도와주시다니..."

모험가 체이스의 눈이 글썽였다.

위드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이곳에 찾아왔단 말인가.

북부 유저들이 위급에 빠진 걸 보고 두 발 벗고 나섰다고 하니 진한 감동이 밀려들어왔다.

위드가 마치 받을 돈이 있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대화는 나중에 하고요."

"아,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지금 언데드를 지휘하시느라 바쁠 텐데."

"그게 아니라 퀘스트 공유 좀요."

"예?"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잖아요. 저도 숟가락 하나만 올릴께요."

"..."

거인성채의 포로 구출 퀘스트!

위드는 북부 유저들과 같이 지하에 갇혀 있는 포로들까지 탈출시켜서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 감금된 노예 완료!

거인들에게 붙잡혀 있던 포로들중에 절반이 넘는 인원은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들은 기꺼이 가지고 있던 보물을 넘겨줄 것이며 안전한 지역으로 안내해줄 것이다.

- 명성이 1,458 올랐습니다.

-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퀘스트에서 놀라운 공을 세웠습니다.

베르사 대륙인으로서 최초로 거인 4기를 한꺼번에 사냥했습니다. ]

[ 호칭! 거인 사냥꾼을 획득하셨습니다.

무자비한 거인을 사냥한 이에게 붙는 영광된 호칭!

거인을 공격할 때에 피해를 9% 만큼 높입니다.

거인들의 땅 지역에서 명성의 효과를 크게 발생시킵니다. ]

북부 유저들 중에 총 8백여명이 죽었지만 퀘스트가 끝났다.

살아남은 유저들은 큰일을 해냈다는 감격과 함께 아쉬움을 나누었다.

"너무 많이 죽었어."

"후... 난이도 높은 퀘스트가 어렵긴 하구나."

"방송도 나오고... 우리도 유명해지는 건가?"

"당연하지. 어쨌든 위드 님과 같이 했잖아.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들에 대해서 알게 될걸."

북부 유저들이 차려 놓은 밥상을 당당히 떠먹은 위드!

"고맙습니다. 위드 님 덕분입니다."

"뭘요. 할 수 있었기에 했을 뿐입니다."

"크흑. 기왕이면 조금만 일찍 와주셨으면..."

"그게, 바쁜 일이 좀 있어서요."

위드는 차마 서윤의 다리를 베고 누워서 낮잠을 자다가 늦었다는 고백은 할 수 없었다.

강력한 지지 단체인 풀죽신교!

수많은 유저들로 이루어진 그 단체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시던 풀죽을 뒤집어 엎어버리고 검을 뽑아 들테니까!

'그녀에게 반찬투정이라도 한번 하면... 혹시 큰일 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 * *

생존한 북부 유저들은 어딘가 허전함을 느꼈다.

"그게... 에휴."

"아. 아쉽네. 이런 거까지 바라면 안 되지만."

"그러게. 그래도 한마리 사냥하기도 힘들던 거인인데."

"한마리 사냥 할때마다 대박 이라고 했었잖아. 우리."

유저들은 포로들을 구출해서 간신히 목숨만 건져 거인 성채를 벗어났다.

뒤늦게 돌아보니 거인들에게서 나온 전리품을 거의 대부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저들이야 죽을 때마다 친한 이들 끼리 유품을 챙겨주긴 했지만, 거인들에게서 나왔을 게 틀림없는 아이템들!

"크으. 다 버려두고 나왔네."

"어쩔 수 없지."

승리를 거두었는데도 유저들의 어깨가 조금 처졌다.

"아이템을 챙길 기회가 없던 건 아니었는데. 위드님이 숨어 있으라고 해서."

"그런 데까지 신경 쓸 정신이 어디 있었어? 싸우다보면 어쩔 수 없지. 퀘스트 성공한 걸로 만족하자. 방송도 탔고 말이야."

"응."

북부 유저들은 지나간 옛일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들이 건물 잔해에 숨어서 돌아다니는 동안, 당당하게 거인 성채를 활보 했던 건 위드 뿐이었다.

위드가 모든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더라면 승리는커녕 몰살을 면치 못했을 테니 원망을 하기도 어려웠다.

루다라는 유저가 웃으면서 말했다.

"설마 위드님이 다 챙긴 건 아니겠지?"

"에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근처에 있던 유저들은 모두 웃고 넘기고 말았다.

그들이 보기에도 거인들의 아슬아슬한 추격에 위드는 몇번이고 목숨의 위기를 넘긴 걸로 같았으니까.

비록 몇번 도주하다가 거인들의 시체를 지나갔다고 해도 쫓기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유저들의 머릿속에 비슷한 의혹이 스쳤다.

'만약이긴 한데... 진짜 아니겠지?'

의심은 가지만 물증은 없는 상태!

훗날 거인 성채로 다시 들어가서 확인을 하더라도 시체들은 사라지고만 후일 것이다.

완벽하게 감춰진 진실.

다만 튼튼한 누렁이의 다리가 무거운 짐으로 후들거리고 있었다.

* * *

구출된 포로들은 가지고 있던 거인들의 광물 미그리움을 내놓았다.

"가진 건 이것밖에 없습니다. 저희들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니 받아주세요."

황금처럼 반짝이는 미그리움.

퀘스트에 참여한 유저들은 각자 황금 20킬로그램과 5덩이씩의 미그리움을 받았다.

위드는 물건의 상태부터 확인해보기로 했다.

"감정!"

- 미그리움 : 내구력 230/230.

거인들의 땅에만 묻혀 있는 단단한 금속.

마나가 포함되어 있진 않지만 대단히 단단하다.

이것으로 무기나 방어구를 만든다면 매우 훌륭한 물품을 제작할 수 있다.

1등급 대장장이 아이템.

옵션 : 대장장이 숙련도 상승에 도움을 줌.

무기로 만들면 높은 내구도와 더불어 날카롭게 연마할 수 있음.

물리 저항력에 특화된 방어구를 제작할 수 있음.

은은하게 빛나는 재질.

위드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괜찮군."

미그리움을 무기나 방어구로 만들면 장비를 두개는 갖출 수 있어서 대단히 큰 소득이었다.

포로 구출 퀘스트의 특성상 도중에 죽은 이들도 임무가 성공으로 끝났으니 나중에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거인을 사냥한 경험치를 못 얻었고, 전투 업적을 달성하지 못했으니 상당히 아쉬운 일이었다.

"이건 나중에 시간 조각술을 늘리는 데 써야 되겠군."

위드는 미그리움을 아끼지 않고 조각술에 쓰기로 했다.

헤르만이나 파비오가 아니라면 직접 착용할 정도로 좋은 장비를 만들기는 힘들었다.

조각술 마스터로서 미그리움의 작품을 만든다면 부여되는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예전이었다면 이렇게 아까운 재료를 고작 조각품을 만드는 데 쓰지 않았겠지."

거침없이 무시하는 조각술!

마스터를 했다고 조각사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건 눈곱만큼도 아니다. 

네크로맨서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긴 했지만 조각사로서 가졌던 비기들도 그대로 쓸 수 있었다.

조각 검술, 정령 창조 조각술,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조각 변신술, 조각품에 생명 부여.

다섯 가지의 비기와 스스로 창조한 조각 부활술.

최후의 비기인 시간 조각술!

다양한 스킬들이 있긴 하지만 무작정 스킬들만 많다고 해서 강한 건 아니다.

그냥 스킬들만 많이 익히고 싶다면 아예 로열 로드를 시작하고 50레벨까지는 검사, 100레벨까지는 마법사, 200레벨까지는 궁수.

이런 식으로 전직을 거듭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최악의 잡캐가 되어버렸을 테니까.

'조각술의 비기들을 완벽히 익해야해. 이 스킬들이 내 기본기가 되어줄 것이고, 가장 든든한 밑천이야.'

조각술의 비기들은 공격적으로 가장 탁월하지도 않고, 또 완벽하지도 않다.

결함이라면 중대한 결함을가진 스킬들.

조각 부활술과 생명 부여는 레벨이 하락하는 심각한 결함까지 있었고,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한번밖에는 쓰지 못한다.

그마저도 예술 스탯 20개를 영구적으로 잃어버리고, 사흘 동안 모든 스탯이 15%씩 하락한다.

대재앙의 효과야 넓은 지역 전체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지만 몬스터들이 그 정도까지 뭉쳐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더군다나 레벨 500대가 넘는 몬스터들이 대재앙으로 몰살당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조각술의 비기들은 특정 상황을 뒤집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탁월했다.

검술이나 궁술, 언데드 소환이 전투에서 성과를 보는 능력이라면 조각술은 전략 자체를 뒤집어 놓을 수 있는 무기들!

조각술의 비기만에 다른 스킬이나 전투력과 결합되었을 때는 상상하기 힘든 위력을 만들어낼 것이다.

'네크로맨서로 전직한 이유도...네크로맨서의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몇가지 꼼수가 조각술에 있기 때문이지.'

위드가 사악하게 웃을 때, 구출된 포로들이 말했다.

"가까운 곳에 거인들로부터 안전한 은신처가 있습니다. 우리들이 살고있는 마을이죠. 저희들이 그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위드와 북부 유저들은 거인 성채 부근을 떠나서 포로들의 안내를 따라 이동했다.

마을로 가는 동안에는 오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위드 님. 조각술의 마스터. 꼭 해내실 줄 알았어요! 역시 타고난 노가다 꾼."

"축하드려요. 결국 해내다니... 집요하네요."

수르카와 로뮤나의 얄미운 축하!

위드는 여유롭게 받아넘겼다.

"뭘요. 다 제가 잘난 덕이죠."

이리엔은 보조개를 드러내며 웃었다.

"처자식 조각상 정말 예쁘게 잘 봤어요. 그렇게 가정적인 감성이라니... 뭘 만들지는 정말 중요하잖아요. 저는 조각품으로 황금의 독재자나 네크로맨서 상 같은 걸 만드실 줄 알았는데."

"예?"

"기왕 네크로맨서가 될 거였다면 조각술의 효과를 보는 게 좋았잖아요. 언데드 같은 것도 조각해놨으면 끝내줬을 텐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위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화령과 벨로트와도 인사를 나눴다.

"잘 지내셨죠?"

"네. 위드 님도요."

오랜만에 화령이 다정하게 웃어주었다.

벨로트가 은근히 둘이 대화를 나누도록 사람들에게 눈치를 주려고 할때였다.

페일이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위드 님. 이쪽은 진홍의 날개 길드의 대표인 테로스 님과 그 동료 분들입니다."

"반갑습니다. 전쟁의 신 위드 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북부 원정대에서 잠깐 함께했던 적도 있었습니다만... 거인들을 상대하는 모습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한때는 명문 길드로서 대단한 힘과 영향력을 가졌던 테로스. 그가 먼저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해왔다.

"뭘요. 그보다도 저를 찾아오신 용건은 뭔가요?"

위드는 웃으면서 물어봤다. 하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조각 생명체들 중에서도 누렁이의 갈비살을 볼 때처럼 날카로운 눈빛!

"그게 우리 길드가 통채로... 아르펜 왕국에 정착하고 싶습니다."

"예?"

"중앙 대륙에서 친하게 지내던 몇몇 길드와도 이야기를 나누어놓았습니다."

"어떤 이야기를요?"

"전쟁에서 패배하고 해체된 길드들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철저한 감시를 받으면서 헤르메스 길드의 힘에 눌려서 지낸 이들. 길드가 와해되어서 사람들도 흩어졌지만... 그래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던 사람들이 아르펜 왕국으로 오고 싶어 합니다."

"몇명이나 되죠?"

"구체적인 건 연락을 해봐야 하겠지만 저와 친한 이들, 그리고 그 지인들까지 포함하면 천여명은 될 것 같습니다."

헤르메스 길드에 의해 격파된 명문 길드들.

중앙 대륙의 고레벨 유저들이 대거 넘어오겠다는 것이다.

"아르펜 왕국은 오는 사람을 막지 않습니다. 근데 왜 제 허락을 받으시려고 하죠?"

"그게... 욕심입니다만 영주가 되어 작은 땅이라도 다스리고 싶어서요. 물론 세금은 꼬박꼬박 바칠 생각입니다."

위드는 주저하며 이야기하는 테로스의 손을 덥썩 잡았다.

" 아르펜 왕국에는 좋은 땅이 많이 있습니다.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맑고 아름다운 강이 있고..."

"..."

멀리서 제피가 시선을 회피했다.

"산에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관광지가 있죠. 사냥터와도 가까울 거고,  아르펜 왕국의 숨어 있는 보물도 어딘가에 흩어져 있을 겁니다. 반드시요!"

페일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들의 행동이 갖는 의미도 모르고 테로스는 기뻐했다.

"그럼 정말 저희들을 영주로 삼아 주시는 겁니까?"

"네. 자리는 얼마든지 있으니 아르펜 왕국으로 정착하세요. 돈 많은... 능력 있는 분들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아르펜 왕국에는 주민들이 늘어가고 있었지만 영주가 없는 마을이 많았다.

모라타에서 먼 곳일수록 영주가 될 정도의 공적치를 쌓은 직업이 모험가나 상인밖에 없는데, 그들이 한곳에 정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어 있는 마을들.

지금 이 순간에도 주민이 늘어나고 개척지가 생기고 있었으니 영주 자리는 얼마든 임명할 수 있었다.

'혼자 다 해먹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도 영주나 귀족들이 필요하긴 해.'

위드의 머릿속에 있는 아르펜 왕국의 정치 체계는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

영주들이 마을을 확장시키면 결국 늘어나는 것은 세금이 될 것이다.

진홍의 날개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사이에 포로들이 안내하는 은신처에 도착했다.

[ 마을 데릭을 발견하였습니다.

비밀스럽고 불가사의한 발견!

거인들의 땅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마을을 발견했습니다.

위대한 모험의 여정에 새로운 발견을 추가합니다.

이 발견물을 세상에 알리면 크게 이름을 떨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식이 2 높아집니다.

통찰력이 3 증가합니다. ]

인구 5천명 정도의 마을이 숲 속에 숨어 있었다.

거인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큰 건물들은 없어도 땅을 파서 지하에 집을 짓고 살아갔다.

"여보!"

"흑흑. 돌아오셨군요!"

포로들과 주민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끌어안았다.

어린 아이들까지 있어어서 상당히 가슴 찡한 분위기였다.

"여기도 도시라고 봐야 할까요?"

"앞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하면 될 것 같네요."

북부 유저들은 그 광경을 잠시 지켜보다가 곧바로 흩어졌다.

거인들의 땅에 있는 새로운 도시!

조금이라도 빨리 구경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위드도 마을의 상점가를 향해 먼저 걸음을 옮겼다.

인간뿐만 아니라 수인족의 상점들이 있었고, 무기점, 방어구점, 농작물 상점, 잡화점, 보석 세공점, 교역소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교역소의 앞에는 말린 고기들을 많이 늘어놓았다.

상인은 늑대를 닮은 인간.

두툼한 뱃살로만 보면 상인 마스터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게 뭔가요?"

"음. 인간들의 세상에서 온 여행자인가?"

"네."

"이곳까지 오는 인간은 아주 오랜만인데... 로드시커라는 여행자와..."

모험가 로드시커!

모험가로서는 불세출의 영웅이 가장 먼저 거인들의 땅을 밟았다.

위드는 헤스티거로부터 그와 관련된 퀘스트를 받기도 했지만 시치미를 뚝 떼기로 했다.

'어떻게 퀘스트의 홍수를 벗어났는데... 벌써 끌려들어갈 수는 없지.'

위드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네. 처음 듣는 이름이로군요. 그보다도 이 고기는 파는 건가요?"

"그렇지. 한번 살펴보게."

상인은 말린 고기를 구경하라고 넘겨줬다.

"감정!"

[ 말린 아그작 고기 : 사나운 맹수의 고기.

고소하며 탁월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구워먹는 요리법을 기반으로 한다.

아그작을 사냥할 때의 공격력을 3 높여주는 효과를 가짐.

자주 먹다보면 생명력의 최대치가 영구히 50 증가한다.

데릭 마을의 특산품.

음식 고기 재료 2등급. ]

"음. 훌륭한데."

요리로도 강해질 수 있다!

위드의 입가에 군침이 고였다.

사냥과 퀘스트 때문에 요리 스킬이 고급 2레벨에 머무른 지 꽤 오래됐다.

매번 비슷한 음식만을 해먹어서는 요리 스킬은 잘 안 올랐다.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연구해야 했는데 좋은 음식 재료는 스킬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보면 요리사야말로 새로운 조리법과 재료를 찾아서 대륙을 떠돌아야 하는 운명!

'요리사를 안 하길 천만다행이지. 매번 음식을 만들어어 팔려면 바가지를 씌우기도 힘들어.'

식당 장사만큼 쉽게 시작해서 손목 뼈 빠지게 고생하고 망하기 간단한 업종도 없으리라.

교역소에서 판매하는 물고기나 과일, 그 외에 잡다한 물품들도 품질이 대단히 뛰어났다.

"얼마입니까?"

"55골드야."

"이 고기 한 덩어리에요?"

"아니. 한점이다."

"헉..."

위드는 살인적인 물가에 침을 꿀꺽 삼켰다.

"저... 혹시 아르펜 왕국이라고 아십니까?"

"모르겠군."

"제가 그곳의 국왕인데요."

"안 살거면 가게. 어설픈 수작은 하지마. 한푼도 깍아줄 수 없어."

 마을 데릭은 흥정이 통하지 않는 지역이었다.

물건의 품질이 좋긴 하지만 거인들의 땅 특성상 수량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정해진 가격으로 사야 하며 만약 유저들이 몰려오기라도 한다면 판매 가격은 더 오르게 될 것이다.

'안 살 수도 없겠군. 어쨌든 이 고기로 요리 스킬을 높여야 하고, 베르사 대륙으로 돌아가면 먹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설 테니 말이야.'

생명력의 최대치를 조금이나마 늘려주었으니 비싼 가격에 팔더라도 먹지 않는 유저들은 드물 것이다.

'그래도 바가지를 씌울 수는 없으니 마판 상회를 통해서 50배 정도만 남겨먹을까? 아냐. 그래도 100배 쯤은 되어야지.'

데릭 마을의 특산품으로는 고기와 과일 열매, 무기와 방어구가 있었다.

거인들로부터 강제 노동을 하다 탈출한 대장장이들이 대장간에서 바위에서 추출한 신물질로 무기와 장비들을 만들었다.

거인을 사냥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덫과 길다란 창!

사냥에 도움은 되겠지만 레벨이 500대 후반에서 600대 유저들이 쓸 수 있는 것들이었다.

"가격은 10만 골드. 20만 골드가 넘는 것도 있네. 소모품인 덫도 수천골드씩 해."

"비싸도 파는 게 어디야. 소모품 중에서 몇가지는 쓸 수 있겠네."

"그래도 흠... 운 좋으면 사냥이나 퀘스트로 얻는 게 편한데."

"돈을 모아서 구하기 힘든 것들은 어쨌든 살 수도 있는 거지."

먼저 무기점과 방어구점으로 달려갔던 유저들끼리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다.

여러 상점에서는 베르사 대륙에는 없는 새로운 품목들을 판매했다.

거인들이 착용하는 비취 반지 같은 것을 비롯하여 이 지역만의 예술품이나 공예품, 귀금속, 향신료, 광물, 주류 등이 취급됐다.

가격은 비싸지만 상인들이 베르사 대륙을 오가면서 큰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농산물 상점에서는 퀘스트를 완료하면 100미터의 높이까지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의 씨앗까지 판다고 한다.

"교역이란 좋은 거지."

위드는 만족스러웠다.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아르펜 왕국의 세금 수입이 크게 늘어날 테니까!

경제력이나 기술력이 향상되는건 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인들의 땅이라. 여기도 언젠가는 전부 정복해야 할 텐데.'

장기적으로 아르펜 왕국군과 함께 쳐들어올 계획까지 수립!

마을 주민들과 구출한 포로들을 통해 수많은 퀘스트들이 발생했고, 몬스터를 퇴치해달라거나  거인에 대한 복수와 관련된 의뢰들이 주를 이루었다.

북부 유저들은 거인 성채의 퀘스트를 마친 직후라 피곤함에 지쳐 휴식을 취하거나, 조심스럽게 마을에 대한 조사를 해나갔다.

위드에게는 주민들이 알아서 찾아왔다.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극악한 네크로맨서님."

"네크로맨서님 덕분에 거인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놈들에게 복수도 해주셨습니다. 언데드들은 혐오스럽긴 하지만 거인들보단 낫겠지요."

"인간 중에서 강한 힘을 가지고있는 분이라고 하더군요. 정말일까요? 믿어지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신뢰가 가네요."

명성이 주는 효과!

위드의 30만에 달하는 명성은 베르사 대륙 전역에 자자했다.

그동안 교류가 없었던 마을 데릭 이었지만 유저들이 오면서 위드의 명성도 따라서 퍼지게 되었다.

"거인을 퇴치해주세요. 네크로맨서님이라면 꼭 하실 수 있어요."

"복수를 꿈꾸고 있습니다. 저를 키워주십시오. 저를 마법사로 만들어주시면 집 안에 내려오는 가보를 바치겠습니다."

"이 부근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설마 몬스터들의 침략일까요? 거인들에 의해서 전부 먹혀버린 줄로만 알고있었는데."

주민들의 말을 들으면서 쏟아지는 메시지창!

'퀘스트에 함부로 휘말려서는 안 돼.'

위드에게는 난이도 A급 이상의 퀘스트를 가진 주민들이 계속 찾아왔다.

가끔 난이도 S급의 느낌을 주는 퀘스트들.

알 수 없는 어딘가를 조사하라는 의뢰들은 곧바로 거절해야 할 대상이었다.

새로 발견된 거인들의 땅에는 무궁무진한 퀘스트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으흐흠."

"엣헴."

"커험."

멀리서 파이톤과 양념 게장, 페일과 이리엔, 로뮤나 등의 동료들이 위드를 지켜봤다.

"거인들의 땅까지 와서 위드를 만나다니 무슨 수로 빠져나가지?"

"저는 은신술로 숨어야겠습니다."

큰 덩치의 파이톤도 떨었고, 양념 게장은 그냥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었다.

그 심정은 이리엔과 로뮤나, 수르카와 페일도 마찬가지였다.

"설마하니 오늘 바로 사냥하러 가자고 하진 않겠죠?"

"왜 아니겠어. 위드님이 조각품을 만들 때를 제외하면 항상 사냥을 했지."

"조각술도 마스터를 했으니... 특별한 일이 없다면 사냥을 계속 하겠군요."

제피는 침울하게 말했다.

"그것도 밤샘 사냥이 확정이죠."

오랜 동료라는 의리로 빠져나갈수도 없는 그들!

그들이 큰 각오를 하고 먼저 위드에게 걸어왔다.

"사냥을 같이 해주긴 하겠지만 딱 하루만이네. 연장하더라도 최대 사흘이야!"

"4시간마다 10분씩 휴식 시간은 꼭 지켜주셔야 됩니다."

파이톤과 양념게장이 먼저 자신의 요구를 이야기했다.

전투 노예인 페일은 기준을 조금 낮췄다.

"저야 언제든 혹사당할 각오가 되어 있지만 식사 시간이라도 지켜 주세요. 전투를 하면서 보리빵을 먹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답게는 살아야하지 않습니까?"

애절한 그들의 말.

다른 동료들은 눈동자를 굴리면서 어떻게 빠져나갈까만 고민을 했는데, 위드는 대번에 인상을 썼다.

"같이 사냥하러 가려고요?"

"응? 안 갈 건가?"

"사냥은 하러 가겠지만 아직은 언데드 소환이 부족해서요. 스킬 노가다를 해야 하거든요."

* * *

위드는 마을 주민으로부터 기본적인 정보를 듣고 나서 간단한 B급 퀘스트를 받았다.

동료들과의 의리!

어쩔 수 없이 사냥에 끼겠다면 데려가겠지만 쉬어도 괜찮다고 했더니 오늘은 따라오는 사람은 없었다.

* 던전 탐험

마을 데릭에는 가끔씩 사라지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마을의 어딘가에 위험한 던전이 있다는 소문인데...유일한 단서는 벌레의 더듬이다.

마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던전을 찾아 토벌에 성공해야 할 것이다.

난이도 : B

퀘스트 제한 : 명성 10만 이상.

보상 : 주민들의 인정. 공적치에 따른 광물 보상.

위드는 퀘스트를 수락하며 시커먼 벌레의 더듬이를 받았다.

"전부 쓸어버리면 된다고요?"

"예. 모험가님의 실력은 잘 모르겠지만... 어렵다면 몬스터를 몇 마리라도 처리해주시면 됩니다. 몬스터를 없애는 만큼 광물을 드리겠습니다..."

"몇 마리나 전부나 사작하면 다 마찬가지죠. 금방 끝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위드는 언제 이렇게 자신 있는 말을 했었는지가 까마득했다.

전전긍긍했고, 어떻게든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서 있는 힘껏 발버둥 쳤다.

하지만 그런 고생들도 이제 안녕이었다.

"초반에는 직업에 적응을 해야겠지만 나중으로 갈수록 네크로맨서의 장점이 살아나게 되겠지. 힘든건 조각 생명체들에게 다 떠넘기면 돼."

위드는 마나를 모아서 조각 생명체 중에 켈베로스를 소환했다.

"크우워어어어!"

머리가 셋 달린 지옥의 파수꾼!

켈베로스의 포효성은 투지가 약한 몬스터들을 얼어붙게 만든다.

위드는 퀘스트를 받으면서 얻은 벌레의 껍질을 켈베로스에게 줬다.

"시끄러우니까 울지 말고 이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봐."

"컹컹!"

켈베로스를 통해 마을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던전 입구를 찾도록 했다.

세 개의 머리가 열심히 냄새를 맡으면서 마을을 탐색했다.

위드는 그 사이에 마나가 회복되어 조각 생명체를 불러들였다.

"많이 올 필요도 없지. 조각 소환술!"

켈베로스 다음에 불러들인 생명체는 철혈의 워리어 바하모르그!

위드가 퀘스트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 사냥과 전투를 했던 바하모르그의 레벨은 588이나 되었다.

'골렘 제작술이 형편없기는 하지만... 바하모르그를 쓰면 되지.'

네크로맨서로서 골렘 제작은 기본적으로 마스터해야 하는 필수 스킬이었다.

시체 폭발이 아니고서는 일반 마법사보다도 훨씬 공격력도 약한 네크로맨서.

가까운 거리에서 사냥과 보호 역할을 해주는 골렘이야 말로 네크로맨서에게는 가장 소중한 부하였다.

다만 위드는 전투가 익숙했고, 든든한 조각 생명체들까지 있었으니 근접전의 약점이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위드는 누렁이와 바하모르그를 이끌고 냄새를 맡은 켈베로스를 뒤따랐다.

"컹컹!"

켈베로스는 우물 안의 통로에서 던전의 입구를 찾아냈다.

- 단전. 라보스 홀의 최초 발견자가 되셨습니다.

혜택 : 명성 1,000 증가. 일주일간 경험치, 아이템 드랍률 2배. 첫 번째 사냥에서 해당 몬스터에게 나올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물건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좋군. 전군 진격."

위드는 소환해제 되지 않은 10마리의 스켈레톤 워리어들을 전진시켰다.

달그락달그락

진흙에 죽음의 기운을 불어넣어서 만든 진흙 골렘도 함께 앞으로 가도록 했다.

보잘 것 없는 십여 기의 언데드 군단!

'함정이나 기습을 당할 염려가 없기도 하단 말이야.'

언데드들은 뒤따라가니 마음이 편안했다.

거인 성채에서부터 서두른 덕분에 조각 파괴술의 효과도 유지가 되고 있었다.

"크우와앙!"

던전의 몬스터들이 포효하며 나타났다.

베르사 대륙에서는 생전 처음 본 몬스터!

악어처럼 긴 주둥이를 가지고 있었으며 두 발로 걸어 다닌다.

행동은 인간과 유사하지만 덩치는 4미터에 달할 정도로 키가 컸다.

"먹잇감! 다 썩어서 먹지 못할 먹이들이 있구나!"

라보스.

2마리의 몬스터들은 단단한 팔을 휘둘러서 스켈레톤을 가볍게 박살냈다.

그 모습을 위드는 보면서 판단을 내렸다.

'거인들의 레벨이 700대. 기본적으로 이 지역은 레벨대가 높은 지역이지. 은신처인 마을은 좀 더 낮으리라고 짐작했다. 지금의 전투력을 보면... 600이 안 될 것 같아. 특성은 좀 더 연구를 해봐야 되겠지만.'

수많은 몬스터들을 상대한 덕분에 정보가 없더라도 파악이 빨리 이루어졌다.

위드는 바하모르그에게 명령했다.

"나가서 싸워라."

"알겠다. 주인."

바하모르그는 누렁이를 타고 도끼와 철퇴를 휘두르며 라보스들을 향해 돌진했다.

"콜 데스 나이트 반 호크. 콜 뱀파이어 토리도!"

데스 나이트 반 호크와 토리도 역시 소환!

"바하모르그를 도와서 싸워. 너도 놀지 마라."

냄새로 던전을 찾아낸 켈베로스까지 전투에 참여시켰다.

"크우오오오오!"

전장의 울부짖음!

바하모르그는 워리어 스킬로 방어력과 생명력을 높인 채 싸웠다.

라보스 두 마리를 쉽게 제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튼튼한 방어력을 가져서 밀리지도 않는다.

"크르릉!"

켈베로스가 기회를 노리다가 라보스를 물어 뜯었다.

그러나 곧 발길질에 걷어차였다.

"켕!"

라보스의 피부는 굉장히 단단했지만 바하모르그의 철퇴와 도끼질에 의해 조금씩 부서졌다.

오랫동안 싸운다면 바하모르그가 힘들어도 이길 수는 있는 몬스터.

'과연 바하모르그는 최강의 조각 생명체로군. 이 정도 던전에서 거뜬히 버티다니 말이야.'

위드가 조각술을 마스터하면서 조각 생명체들의 힘과 체력이 늘어났기 때문에 바하모르그의 안정감은 더욱 향상됐다.

반 호크와 토리도가 옆에서 거들면서 라보스들의 생명력이 30%이하로 줄어들었을 때였다.

"반 호크!"

"말하라. 주인."

"최선을 다해서 싸우고 있지?"

"그렇다."

"이제부터는 천천히 해."

위드는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라보스의 생명력이 20%이하로 줄어들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10%로 체력이 떨어졌을 때에 반 호크와 토리도에게 물러서라고 지시했다.

"바하모르그. 날 지켜라."

"알겠다. 주인."

위드는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허리에서 천천히 검을 뽑았다.

콜드림의 데몬 소드를 꺼낼 때는 이렇게 신중했던 적이 없었다.

드래곤의 검인 레드 스타의 경우에는 당당히 대놓고 썼다.

어차피 계속 검을 사용하다가는 드래곤에게 잡혀 죽을 운명이라서 언젠간 잃어버릴거라고 체념을 하고 썼다.

하지만 헤스티거가 남긴 검은 달랐다.

로아의 명검.

엘프들의 보물이었고, 인간들이 최고의 명검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검.

레벨 제한이 650에 고요의 사막을 최초로 정복하여 헤스티거의 유산을 찾은 사람만 얻을 수 있었던 보물 검.

집으로 친다면 강남이나 해운대의 펜트하우스 아파트도 부럽지 않을 정도의 최상급에 해당했다.

스르릉!

맑고 깨끗한 소리.

[ 로아의 명검을 무장하셨습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높아집니다.

민첩이 26% 향상됩니다.

모든 스탯 +42.

대형 몬스터에게 3배의 피해를 입힙니다.

피해의 절반만큼 적의 최대 생명력을 감소시킵니다.

치명적인 일격을 발동시키면  상대의 방어력을 7%씩 약화시킵니다.

불과 바람, 물, 땅의 정령이 기운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방어력이 117 오릅니다.

검을 활용한 스킬 사용시 마나 소모가 절반으로 됩니다.

상대의 마법 보호를 76%만큼 무시합니다.

아름다운 검으로 인해 예술이 35 늘어났습니다.

보호 마법 '큰 숲의 가호.'가 사용 가능합니다. ]

"드디어 최초로 써보는 구나."

고요의 사막과 우주에서 조각품을 만들면서 얼마나 손이 간질거렸는지 모른다.

천리행군을 갓 마친 군인에게 초코파이를 주고 먹지 말라고 하는 격!

위드는 야비하게 웃으며 달려들었다.

바하모르그와 싸우고 있던 라보스의 등을 베었다.

- 검이 정확히 상대의 등을 찔렀습니다.

빠르고 정확한 공격에 성공했습니다.

치명적인 일격!

상대의 방어력을 약화시킵니다.

생명력을 3,481 감소시켰습니다.

"음..."

위드는 감동을 느끼며 1초 정도 가만히 있었다.

바하모르그가 입히는 피해량이 2천 정도였는데 그보다 두 배의 공격력을 발휘했다.

'왜 사람들이 뒷산을 오르는데 히말라야에 오르는 등산복을 입는지 알겠다.'

어마어마한 장비빨.

순간 네크로맨서로 전직한 것을 후회할 정도로 로아의 명검이 가진 위력은 대단했다.

베르사 대륙의 역사가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찾기 위한 위드의 모험에 의해서 바뀌었고, 그러면서 인간 중의 최강자였던 헤스티거가 남긴 검.

"명품이야. 쓸 만 해."

위드는 그를 향해 날아오는 날카로운 꼬리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파고 들었다.

'조각사로서 했던 전투 방식은 버려도 된다.'

그동안은 생명력과 마나가 너무 낮아서 스킬도 제대로 못 쓰고 신중하게 싸웠다.

자린고비 정신!

검을 휘두를 때에도 체력 소모까지도 감안해가면서 싸웠다.

전투 계열이 아닌 직업, 조각사의 뚜렷한 한계!

인내와 맷집을 늘려서 방어력을 키운건 그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자 노력.

다른 동료들이 볼 때에는 지독하고 무모할 정도로 보였겠지만 그러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강해질 수 없었다.

조각사를 극복하기 위한 피나는 도전이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 기본 생명력도 조금이지만 늘어났고, 체력이 떨어졌을 때는 스킬 위주로 싸우면 되지. 마나의 회복 속도와 최대치가 대폭 커졌다.'

검사나 사막 전사만큼의 공격력은 얻지 못했지만, 네크로맨서가 되었으니 스킬을 듬뿍 사용할 수 있었다.

"신성한 불!"

아름다운 로아의 명검이 붉게 타올랐다.

여신 헤스티아로부터 받은 공격 스킬!

[ 신성한 불이 로아의 명검에 부여되었습니다.

신앙심에 따라 화염 공격력이 105 ~ 271만큼 부여되었습니다.

신성한 불에 의해 일시적으로 언데드 소환 스킬의 위력이 46% 약화됩니다.

가까이 있는 언데드들이 매초마다 피해를 입습니다. ]

화르르륵!

로아의 명검이 환한 불길을 내뿜으며 공격력이 두배로 늘어났다.

동시에 쓰러져 있던 스켈레톤들의 뼈마디에서도 불길이 치솟았다.

[ 신성한 불에 의해 스켈레톤들이 603의 피해를 입습니다. ]

'숟가락이 좋아야 밥이 맛있는 건 아니지만, 사냥은 역시 장비빨이야!'

위드는 다시 한 번 네크로맨서로 전직한 것을 후회하면서 라보스를 베었다.

[ 위대한 공격!

검의 날카로움과 신성한 불이 상대의 생명력을 4,391 감소시켰습니다. ]

치명적인 일격이 아니었는데도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몬스터의 방어력이나 특성, 생명력에 따라서 입히는 피해의 양도 당연히 달라진다.

위드는 만족하면서 공격 스킬을 추가로 사용했다.

"헤라임 검술!"

- 1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민첩이 20% 늘어납니다.

- 2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힘이 40% 늘어납니다.

- 3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민첩이 추가로 40% 늘어납니다.

- 4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힘이 추가로 40% 늘어납니다.

- 5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라보스가 불에 타 죽었습니다.

착착 감기는 손맛!

로아의 명검은 가볍기까지 해서 일찍이 느껴본 적이 없는 빠른 속도로 휘두를 수 있었다.

몬스터가 목숨을 잃자마자 반사적으로 앞으로 뻗어나가는 왼손.

- 라보스의 심장을 습득하셨습니다.

- 라보스의 귀한 고기를 3개 습득하셨습니다.

- 불멸의 지혜 목걸이를 습득하셨습니다.

전리품 획득.

위드의 손이 부들거리면서 떨려왔다.

'불멸 세트다.'

최소한 레벨 제한이 600을 넘는 액세서리.

목걸이는 생명력, 힘, 지혜나 지식.

다양한 스탯과 스킬 레벨, 마나의 최대치를 올려준다.

경매에 내놓아도 가격도 비싸게 팔렸으며 직접 사용하더라도 도움이 많이 되리라.

위드의 손이 떨리는 것은 금전적인 이유만은 아니었다.

던전을 발견했을 때에 첫 사냥 전리품은 최고의 것을 얻을 수 있으리란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몬스터의 레벨이 600에 가까운 신규 던전이라면 이 정도 전리품이 나오는 게 정상이다.

'검으로 입히는 공격력이 엄청나다. 사냥 속도가 앞으로 어마어마하게 빨라질 거야.'

전투의 달인이었기 때문에 검을 통한 공격이 강해진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검사를 할 걸. 그랬다면 더 큰 효과를 봤을 텐데. 만약 검술을 마스터라도 했으면...'

로아의 명검을 가지고 검사가 되어 사냥한다면 그 위력을 온전히 다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커억!"

그 순간 아직 살아있던 라보스 한 마리가 바하모르그의 견제를 피해서 위드의 등을 꼬리로 강타했다.

[ 꼬리 공격에 등을 맞았습니다.

일시적인 마비!

높은 인내력으로 마비 증상을 0.4초로 최소화합니다.

생명력이 7,325 줄어듭니다. ]

[ 바르칸 데모프의 장비 효과. 생명 그릇이 발동되었습니다.

음습한 구석에 보관된 생명력 3,291을 꺼내옵니다.

생명 그릇에 남아 있는 총 생명력 : 203,281 ]

[ 취약!

라보스의 생명력을 매초마다 820씩 흡수합니다. ]

"주인. 조심해라."

위드가 큰 타격을 입자마자 바하모르그와 켈베로스가 보호에 나섰다.

헬리움으로 만들었던 여신의 기사 갑옷은 헤르만에게 맡겨놓았고, 바르칸의 지옥 군주의 로브를 입고 있었다.

마법 방어력이 대단히 높고, 최고 수준의 마나 재생 능력, 무엇보다도 지혜와 언데드 지배 능력을 올려주는 장비다.

기본 방어력은 약했기에 위드의 생명력이 크게 떨어졌지만 생명 그릇이 있으니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됐어. 그냥 빨리 잡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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