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드래곤의 보물
위드는 방송국들의 협조를 얻어 모든 유저들에게 알렸다.
- 토르의 드워프 유저 여러분들께.
우린 케이베른의 레어에 대해 빈집 털이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일의 성공 유무를 떠나서 어쩌면 토르 지역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퀘스트는 어디까지나 케이베른을 물리치기 위한 과정 도중에 얻게 된, 드워프 종족 퀘스트입니다.
그렇기에 드워프들을 위해서도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수적인 피해가 예상이 됩니다.
케이베른 레어와 가까운 곳에 사시는 드워프들은 가급적 피난을 권고합니다.
아르펜 제국으로 오시면 편안히 머무를 수 있는 34평형대 통나무집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맥주, 대장간을 무료로 제공하겠습니다.
위드의 공지가 있고 나서 로열 로드의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설마 했는데 진짜 하네.”
“크. 최고다.”
“가서 장비 하나만 건지면 완전 초대박 되는 건데.”
실력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참여하고 싶어 했는데, 1%의 가능성만 있더라도 덤벼들 기세였다.
목숨을 걸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지 않은가.
“정말 하는 건가?”
“위드가 진행하는 일이니 하겠지. 아. 나도 가고 싶다.”
드워프 유저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아르펜 제국으로 이주를 선택했는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잊을 정도의 혜택 덕분이었다.
대륙 전역에서 철광석이나 전리품으로 얻어지는 금속들이 아르펜 제국으로 모여들고 있다.
막대한 투자로 대도시의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드워프들은 이주를 택했다.
드래곤의 복수
악룡 케이베른은 인간들의 문명을 파괴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정령과 요정들이 다시 경고하고 있다.
“일주일 후에 케이베른이 바웰 성으로 향하게 될 거예요.”
케이베른이 하벤 지역의 욱튼 성을 파괴하고 말았다.
다음 목표는 바웰 성.
노튼 지역 서쪽의 항구 도시로 초창기에는 강력한 해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이후에 반복되는 전쟁과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황폐화되어서 복구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거대한 무역 도시의 흔적으로 많은 인구가 살아가고 건물들이 많았다.
“바웰 성이라…… 토르 지역에서 멀기도 하고 영토가 넓어서 조건이 좋네요. 작전 개시입니다.”
위드는 건축가들에게 연락을 전했고, 그들은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바웰로 향했다.
북부와 중앙 대륙의 실력 있는 건축가들이 10분마다 백여 명씩 도착했다.
“이런 멋진 항구 도시가 사라진다고 하니 너무 아쉬운걸.”
“거리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예술이 올랐어. 건축 관련 스킬들도 향상되었고.”
“정말. 진작 이 도시에 와 봤다면 좋았을 뻔했는데.”
에메랄드빛 바다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항구와 언덕을 따라 지어진 멋진 건물들이 있는 도시.
해상 무역의 발달로 도시의 중심가에는 높고 큰 상업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으며, 웅장한 조선소들은 바닷가에 형성되었다.
대륙의 남서쪽에 있어서 유저들의 관심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평화로운 시대에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도시였다.
날림, 부실 공사를 단단히 마음먹고 온 건축가들이 도시를 둘러보고는 모였다.
“다 좋은데 건축 자재가 부족할 것 같은데? 숲이 너무 작아서 나무를 베어도 많이 짓지 못해.”
“성이나 도시 안의 건물들을 부숴서 쓰자고. 모래를 구워서 활용해도 되고.”
“내구성이 약하지 않나?”
“며칠만 버티면 되잖아.”
“흠. 도시의 역사적인 건물들을 부수기에는 아까운데…….”
“우리 손으로 부수나, 드래곤에게 부서지나 마찬가지지.”
“그렇게 보면 슬프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네. 작업을 시작하자고.”
건축가들은 도시 안에 있는 건물들의 자재를 빼내기 시작했다.
대형 건축물들은 드래곤에 밟히거나 마법 공격에 간단히 붕괴되니 남겨 두더라도 의미가 없었다.
건축가들은 파괴 위험이 높은 건물들은 철저히 해체해서 건축 자재로 확보했고, 성벽과 도로, 다리까지도 걷어 냈다.
처음에는 정사각형으로 대충 형태를 갖춘 건물들을 만들어 냈지만 곧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비바람을 막지 않아도 되고, 단열도 중요치 않잖아.”
“맞네. 주거 공간도 필요가 없어.”
사람이 살지도 않을 빈집들을 만드는 일!
건축가들은 생각보다도 더 부실, 날림 공사를 해도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붕이 뾰족한 집을 만들어 볼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나쁘지 않은 시공법이야. 어떻게든 짓기만 하면 그다음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잖아.”
“기둥 하나짜리 집도 며칠 버틸 텐데. 벽도 거의 없애고 말이야.”
“자재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이군.”
“최대한 가볍게. 무겁고 단단한 자재들은 옮길 시간도 아까우니 남겨 둬.”
“드래곤에게 보여 주기만 하면 되니 간단한 잡동사니들을 채우는 것도 방법이야. 말린 풀이나 채워 넣고, 지붕은 얇은 나무로 슬쩍 씌우자.”
빠르게 발전하는 부실 시공 건축 공법!
건축가들은 상식을 벗어난 집들을 만들었다.
풀이나 흙으로 지지대를 세우고 얇은 나무판자로 지붕을 씌웠다.
비가 새도 되고, 천장이 삐뚤어져 있어도 완공!
“설계를 왜 해. 그거 신경 쓸 시간에 열 채는 더 짓겠다.”
“나무가 없네. 가져오기 귀찮아. 없으면 없는 대로 해.”
부실 공사를 넘어서서 점점 건물들을 대충 지어 간다.
건축가 백 명이 뚝딱뚝딱 작업을 하면 마을 하나가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여기가 나 바죠가 지은 마을이다. 바죠의 마을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알록달록 색상들로 지어진 300채의 마을의 이름은 건축가 바죠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주민이 살지 않는 유령 마을이긴 했지만, 그래도 바웰 성의 한쪽 구석에 건축가의 이름을 딴 마을이 생겨난 것이다.
건축가들이 묘한 감정에 사로잡혀서 경쟁이 불타올랐다.
“내 마을도 만들어야지.”
“설계를 시험해 볼 좋은 기회로군.”
밤샘 작업이 즉시 이루어졌다.
자잘한 하자는 따지자면 끝도 없다.
기둥이 기울어지고, 벽의 일부가 무너진 정도는 그냥 내버려 두었다.
어마어마한 속도전으로 주민들이 살지 않은 유령 마을이 생성됐다.
이 광경들은 방송국들에 의해 대대적으로 중계도 이루어졌다.
- 저 건물을 보십시오. 이틀 전에 지어진 것인데요. 기둥에는 석재를 썼죠. 색과 무늬로 봐서 바웰 성의 성문 근처에서 빼 온 재료로 보입니다.
- 기둥을 세우고 목판을 대충 씌운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 이 근방에서는 최고의 고급 주택입니다.
- 뒤쪽으로 갈수록 집들이 더 놀랍네요. 종이로 지은 집이 있습니다. 세상에…… 믿어지십니까? 저 집은 정말 종이 집입니다.
- 사람이 뚫고 지나간 흔적이 보이네요!
- 경사진 언덕을 건축가들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평지 위주로 확장 전략을 썼는데, 이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언덕 지형에는 대충 경사에 맞춰서 걸쳐 놓는 느낌으로 짓고 있습니다.
- 건축가 엘르마를 보십시오. 칼라모르 지역에서 유명한 유저인데요. 지푸라기로 집을 지었습니다. 인터뷰에서는 재료로 쓰기 편해서 대충 방향에 맞춰서 던지기만 하면 집이 지어진다고 말했습니다.
- 지푸라기를 토끼가 뜯어 먹고 있습니다. 무너진 집들이 보이는데…… 그걸 수리할 시간에 다섯 채를 더 짓겠다는 전략이랍니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바웰 성의 도시 환경들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성벽 부근에 빈민촌들이 생겨나는 느낌이었다면, 순식간에 평야에까지 건물들의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도로는 깔려 있지도 않았으며, 구획 정리도 당연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근의 흙과 바위, 나무들을 이용하여 대충 지은 집들은 건설 현장의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 주고 있었다.
< 구조물의 내구 한계를 초월한 건물을 완공하셨습니다.
건축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하셨습니다. >
작업에 참여한 건축가들도 깜짝 놀랐다. 대형 건축물을 지을 때보다도 숙련도가 훨씬 빠르게 향상되고 있었다.
“이게 뭐라고 스킬이 오르냐?”
“이상한 짓을 해도 건축 스킬이 늘어나는구나. 맨날 튼튼하게 잘 지으려고만 했었는데.”
“제대로 된 건물 하나보다는 부실 공사 열 개가 나은 건가. 뭔가 좀 아닌 거 같으면서도 일리가 있네.”
“아마도 이런 건물들을 짓는 건 우리한테도 처음이라서 그렇겠지.”
건축가들은 많은 집을 지어 보면서 구조와 평면에 대해 자유로운 시도를 해 보게 되었고, 한정된 재료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 * *
라페이는 헤르메스 길드가 중앙 대륙을 통치하던 시절에 비해 훨씬 적은 일을 했다.
하벤 지역을 관리하면 될 뿐이고, 그나마도 많은 유저들이 떠나서 도시들이 갈수록 한적해졌다.
“발전도가 낮아지니 앞으로는 케이베른에게 공격받을 일이 줄어들겠어.”
라페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블랙 드래곤 케이베른을 활동시킨 이후에 아렌 성을 포함하여 하벤 지역이 공격 대상이 되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강력한 전력으로 몬스터들은 무리 없이 격퇴했지만 유저들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지역 전체가 쇠퇴하면서 경제력과 인구, 기술, 발전도 등이 함께 하락해 간다.
하벤 지역은 더 이상 중앙 대륙에서 압도적인 발전도를 자랑하지 못했다.
라페이는 남는 시간 동안에는 로열 로드와 관련된 방송들을 봤다.
“케이베른의 레어를 터는 계획이라. 이건 상당히 위험한 계획인데.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시도하지 않을 무모한…… 위드니까 가능한 일이겠지.”
위드를 찬양하는 내용들로 방송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때는 헤르메스 길드도 방송국에 대단한 영향력을 끼쳤지만 지금은 관심 가져 주는 이들이 거의 없다.
하벤 지역에 대한 프로그램도 별로 없고, 어쩌다 헤르메스 길드가 거론되더라도 나쁜 내용들만 나온다.
출연자들에 의해 아르펜 제국이 천국이라면, 옛 하벤 제국은 지옥에 가까운 수준으로 묘사가 되고 있었다.
“솔직히 그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라페이는 방송을 보며 드워프 마을이나 위드의 계획에 대해서 파악했다.
“성공의 환상에 빠져 있지만 기본적으로 위험해. 더군다나 일을 망칠 정도의 방해꾼이 있다면…….”
방해를 하고 싶긴 했지만 솔직히 성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전력이 멀쩡할 때에도 위드를 암살하려는 시도들은 번번이 실패했다.
“단순히 퀘스트를 망치는 정도라면 되지 않을까?”
라페이는 마땅한 사람을 떠올리다가 칼쿠스를 불렀다. 그는 가르나프 평원 전투를 패배하고 나서 위드를 증오하고 있었다.
“토르로 가서 이번 일을 방해해 주십시오.”
“위드를 죽이는 일입니까?”
“그러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하지만 큰 소란만 일으켜도 케이베른에 의해 죽게 될 겁니다.”
대규모 마법 몇 개 정도만 드워프 마을에서 터트리더라도 케이베른의 영역 근처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드래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칼쿠스가 어떤 계획인지를 이해하고는 웃었다.
“위드가 꾸민 일이 처참하게 실패하겠군요.”
“칼쿠스 님이나 함께 가는 길드원들도 위험할 겁니다. 살아서 돌아오긴 거의 불가능하겠죠.”
“그런 위험은 감당하겠습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위드. 그놈만 처참하게 망가뜨릴 수 있다면 말입니다.”
TO BE CONTINUED
칼쿠스는 위험하지만 쉬운 임무라고 생각하고 결사대를 조직했다.
“위드를 공격하기만 하면 된다. 공격이 성공하지 않아도 좋아. 나머지는 드래곤이 알아서 해 줄 거야.”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강한 무력을 가진 유저들로 700명을 구성해서 텔레포트 게이트에 올랐다.
“목표물이 있는 데브라도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로.”
옷차림도 간단한 여행복 정도로 바꿔 입고 텔레포트 게이트를 작동시켰다.
환한 빛이 그들을 감싸고 차례차례 목적지에 도착!
토르의 드워프 마을 렝산에 와서 그들이 본 것은 무기를 뽑아 들고 있는 대규모 유저들이었다.
헤르메스 길드 소속이었다가 변절한 뮬이나 파이톤처럼 유명한 유저들이 대거 눈에 띄었다.
“와…… 위드 님이 쟤들이 올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정말 왔네.”
“소름. 점쟁이 아닌가?”
“헤르메스 길드는 부지런하니 4일 정도 전에 온다고 했는데 날짜까지 맞췄어요!”
“마법사 몇 명은 꼭 끼어 있을 거라고 했는데 인원 구성까지도 콕 짚었네요.”
아르펜 제국에 속한 유저들이 웃으며 스킬들을 준비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칼쿠스와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이를 악물고 전투를 준비했지만 눈으로 보이는 압도적인 전력 차이가 있었다. 괜히 왔다가 목숨을 잃고 아이템까지 빼앗길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 * *
“역시 왔단 말이지. 안 오면 괜히 찝찝할 뻔했는데 다행이군.”
위드는 칼쿠스와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토르 지역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했다.
‘단순하게 방해나 하려고 했다니 역시 순박한 놈들이야.’
헤르메스 길드도 돌아보면 허술한 면이 많은 악당이었다.
자신들이 나쁘고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진정한 악당들은 세상에 드러나지도 않는다.
온갖 나쁜 짓을 하면서도 시민들의 존경을 받고, 권력을 손에 쥐고 휘두른다.
‘과학이나 수학만 연구를 하는 게 아니지. 나쁜 짓도 꾸준히 연구를 해야 돼.’
악덕 사장들도 알고 보면 평생을 착취에 대해 연구한 사람들.
‘나쁜 짓을 쉽게 생각하다니…… 발전도 없는 어설픈 태도야. 그래서는 성공하기 어려운 세상이지.’
위드는 그사이에도 드워프 마을에서의 준비를 착착 진행시켰다.
“마판 상단 토르 지부장 ‘땅파면돈나와’입니다. 땅파돈이나 파돈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네, 수레는요?”
“완벽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꼼꼼하게 일곱 번이나 점검을 했으니 고장 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마판 상단에 요청해서 튼튼한 짐수레와 북부의 황소들을 조달했다.
“음머어어어.”
“음머!”
누런 소, 검은 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누렁이의 본바탕은 원래 흑우!
위드의 취향 때문에 누런색으로 염색을 하고 다니면서, 북부의 수많은 암소들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 덕에 후손들은 흑우, 황소, 얼룩소 등으로 다양했다.
위드가 조각 소환술로 누렁이를 불러들였다.
“네 자식들이다. 인사라도 나누어라.”
“음머어어어.”
다른 소들보다 두 배는 거대한 누렁이가 근육질의 몸을 뽐내며 걸어갔다. 그러자 그 후손들인 소들이 얼굴을 비비며 친근함을 드러냈다.
“음머어어어.”
“음머…….”
위드는 레어에 쌓여 있을 산더미 같은 보물들을 상상했다.
‘레어의 보물을 전부 빼돌린다면 아르펜 제국의 몇 년 예산이 될까?’
금과 보석, 골동품, 마법 물품들. 그야말로 팔기만 하면 전부 돈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돈이 모자랄 수 있는데. 흠. 상관없어. 할부로 팔면 되니까. 나중에 돈을 벌면 된다고 생각하고 일단 지르겠지. 아!’
자동차 같은 물품을 구입할 때 주로 쓰는 할부 제도!
위드는 왜 할부가 존재하는지를 깨닫고 말았다.
‘물건을 비싸게 팔아먹기 위한 수단이었어. 충동구매도 유도하고, 거기에 이자까지 뒤집어씌우고…… 세상에는 정말 배울 게 많아.’
현금 장사만 하는 이들은 얼마나 순진하단 말인가.
세상의 법과 원칙은 역시 착취를 위한 좋은 수단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나쁜 짓을 또 하나 배우는군. 교과서 위주로 공부해서는 절대 알려 주지 않지. 세상은 한시도 방심해서는 안 돼. 그 무엇도 먼저 의심을 해 봐야 된다.’
위드는 광산의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드워프 유저들이 곡괭이를 들고 갱도를 파내려 가고 있었다.
드워프 전사 빈델!
흑사자 길드의 최상위권 서열에 있는 그는 위드의 호출을 받고 달려와서 땅굴을 파는 일의 총책임을 맡았다.
“진행 상황은요?”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원래 뚫고 있던 방향이 조금 어긋나긴 했지만 크게 차이가 나는 건 아니었습니다.”
빈델은 광부 특유의 위치 파악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땅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살필 수 있다.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함정이 있었군요. 그냥 광산을 계속 뚫었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 버리는…….”
“광산이 그래서 방심할 수 없죠.”
“케이베른이 바웰 성을 파괴하는 날 레어로 들어가야 합니다. 일정에 무리는 없을까요?”
“드워프들이 갱도를 뚫는 속도는 대단합니다. 의지도 있죠.”
빈집 털이로 한탕을 해 먹자는 연설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 그리하여 드워프들이 무서운 속도로 밤낮 없이 땅을 파내는 중이었다.
“레어에 너무 가깝게 뚫진 마세요. 소리와 진동 때문에 들킬 수 있습니다.”
“예. 근처까지만 뚫어 놓고 대기하겠습니다.”
도둑 나이드도 복면을 쓰고 도착했다.
“왔구나.”
“네, 형. 현장이 진짜 굉장하네요. 이렇게 규모가 클 줄 몰랐어요.”
“뭐든 제대로 하는 거지. 인생 한 방이잖아.”
“형은 성실하게 노력하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요.”
“인생에서 평소에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 근데 돈 벌 기회를 놓치면 안 돼.”
나이드가 주위를 둘러보자 감탄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보통 도둑질이란 조용히 들어갔다 감쪽같이 나온다.
지금까지 나이드가 털었던 장소는 나쁜 귀족이나 왕가의 재산, 무덤 같은 곳들이었다.
보통 혼자서 작업을 하고는 했는데, 이 정도의 규모의 도둑질이라니!
어디서든 실력으로 우대받는 고레벨의 드워프들이 짧은 다리를 바쁘게 놀리며 수레들을 나르고 있었다.
이들 모두가 위드의 눈치를 보는 것도 대단하지만, 광산 밖에 준비한 수레와 황소의 수량은 기가 질릴 정도였다.
‘이 정도면 가구 하나까지도 남김없이 쓸어 오는 수준 아닌가?’
위드가 어깨에 손을 슥 올리며 물었다.
“어때. 성공할 것 같아?”
“글쎄요.”
나이드는 워낙 큰 규모의 도둑질이라서 조심스러웠다.
“저는 사실 기본적인 정보 외에는 드래곤에 대해서 잘 아는 게 없어서요.”
“솔직히 말해도 돼.”
“에…… 너무 갑작스럽기는 해요.”
나이드는 드래곤의 레어를 털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고작 일주일 만에 준비를 끝내 버리는 게 어이가 없었다.
무려 드래곤의 레어를 터는 일이었다.
적어도 한두 달의 준비 과정은 있는 것이 예의 아니겠는가.
“물론 위드 형이…… 전설적인 모험가니까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는 믿지만요.”
“그런 거 없는데.”
“예?”
“일단 저지르고 나서 상황에 맞춰 갈 거야.”
나이드는 이런 상황에서도 보여 주는 여유에 안심이 되었다.
‘나라면 퀘스트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밥도 잘 안 넘어갔을 텐데…… 역시 배포가 다르구나.’
그동안의 업적이 증명해 주듯이 위드이기에 믿음이 갔다.
드래곤의 레어에서도 차분함과 냉정함만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순간! 위드의 입가에서 맑은 침이 줄줄 흐르는 것을 발견하고 말았다.
“드래곤의 보물이 기대되지 않니?”
“기대되긴 해요.”
“보물. 흐흐. 보물…….”
“……”
“지금껏 쌓여 있는 보물을 몽땅 털어 오자. 그래. 전부, 싹쓸이를 해 버리는 거야.”
* * *
레드 드래곤 랜도니.
대륙의 동부에 나타난 그에게는 오크 학살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방송이나 유저들의 관심은 덜하기는 하지만, 레드 드래곤 역시 베르사 대륙의 안정을 위협하는 존재.
“취익, 취익!”
세에취는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 중의 보드미르가 모는 해적선을 타고 대륙의 동쪽 오크랜드에 도착했다.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췻!”
황량한 해안가에 도착해서는 인근 오크 부락을 찾았다.
“침입자다. 취췻!”
“형제다. 췻!”
오크들과 적당히 글레이브를 휘두르며 어울려 주고, 북부에서 가져온 말린 소고기도 나눠 먹었다.
세에취처럼 북부에서 활동한 오크 유저들은 모라타의 포도주나 치즈도 좋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크들은 고기만 많이 먹어도 만족했다.
“랜도니? 췩?!”
“레드 드래곤 말이다. 취이잇!”
“카아앗. 츄췩!”
사나운 오크들이 두려움에 떠는 이름이었다.
“무섭다. 모른다. 취췻취!”
“우리 형제들 죽인다. 취추취앗췻. 나쁜 드래곤.”
“다 죽이고, 또 죽인다. 췻!”
세에취는 단순한 정보들을 모으다가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랜도니가 오크들의 마을을 파괴하고 그다음에는 폐허가 된 곳을 자세히 살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한 명도 살려 두지 않기 위해? 오크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케이베른처럼 브레스도 쏘지 않는다고 하네. 대규모 마법 공격도 하지 않고. 레드 드래곤의 일반적인 성향과는 한참 다르잖아?’
세에취는 오크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수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지능이 떨어지고 단순한 오크들이지만 거짓말을 하진 않는다.
대충 흘려들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정보지만 헛소문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정말 그 이유를 알아봐야 할 것 같아.’
세에취는 위험을 무릅쓰고 랜도니의 영역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케이베른처럼 몬스터들을 대거 지배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발견되지만 않으면 돼.’
오크답게 죽더라도 두려움이 없기도 했다.
그녀는 랜도니가 오크들을 몰살시킨 마을에 가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마을의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네? 이 정도로 멀쩡하게 부쉈어?’
세에취는 마을의 내부를 돌아다녀 보았다.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오크 마을에는 가죽이나 식기류, 목재 가구들이 뒤집혀 있었다.
‘마치 오크들이 가져간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그녀는 직감적으로 이 정보가 매우 중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부턴 혼자서는 무리야.’
세에취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드!
그녀가 알고 있는 최고의 모험가가 있었지만 지금은 한창 바쁜 상태.
“도와줘요. 취익!”
- 검둘치 : 무슨 일입니까?
“모험을 하는데 강한 적들이 많아요. 취췻!”
세에취의 스킬은 단순 전투와 부하들을 지배하는 유형에 있었다.
수백 마리의 오크들을 끌고 다니지 못하면 상당히 약한 상태!
한없이 든든하고 믿을 수 있는 남자 친구를 부르기로 했다.
- 검둘치 : 연장이랑 동생들 챙겨서 당장 가죠.
TO BE CONTINUED
대지의 그림자 파티는 숲길을 걸으며 빠르게 남쪽으로 이동했다.
< 위대한 마법사를 찾아.
바람의 마법사 루클데어.
대륙의 곳곳에 퍼져 있는 위대한 마법사의 흔적을 찾아라.
루클데어는 케이베른과 랜도니에 대해 알고 있다.
7개의 단서를 모아야만 그녀를 만나러 갈 수 있다.
난이도 : S
보상 : 연계 퀘스트 감춰진 드래곤의 비밀로 이어짐. >
난이도 S급 퀘스트!
그들도 드래곤과 관련이 있는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었기에 마음이 급했다.
“위드가 레어를 털다니…….”
“진행이 빨라요. 성공할 가능성도 높고요. 우리도 밀리면 안 돼요!”
대지의 그림자 파티는 뮬에게 그리폰을 빌려서 타고 남쪽으로 날아갔다.
중간중간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보급을 하고, 바다를 건너서 도착하게 된 남쪽 대륙!
“으…… 추워.”
은링은 몸을 덜덜 떨었다.
대지에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없었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땅에 새하얀 눈이 온통 뒤덮고 있는 세상이었다.
“여긴 너무 춥군.”
벤이 서둘러 곰 가죽으로 된 옷을 꺼내 입었다. 다른 두 사람도 옷을 바꿔 입으면서 추위를 이겨 냈다.
“탐험가의 감각!”
엘릭스는 지리 스킬을 활용했다.
반경 1킬로미터 인근에 도시나 마을, 사람이 있으면 알려 주는 스킬. 대지에 특별한 흔적이 남아 있다면 그것을 확인해 준다.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어.”
“우선 돌아다녀 보는 수밖에는 없죠.”
다시 그리폰을 타고 빙하 대륙을 돌아다녔다.
물이 흐르다가 얼어붙은 계곡과 높게 솟아 있는 얼음산들을 발견해 냈다.
그럴 때마다 상당한 모험 업적들을 쌓을 수 있었지만, 바람의 마법사의 흔적을 발견하진 못했다.
벤이 불안한 듯이 말했다.
“우린 이 빙하 대륙이 얼마나 넓은지도 모르고…… 바람의 마법사가 이 근처에 있더라도 찾지 못할 거야. 지금 헛수고를 하고 있는 거 아닐까?”
엘릭스도 동의했다.
“평소라면 지도를 만들어서 차근차근 진행을 하겠지만 시간이 부족하군요. 위드가 먼저 모험을 다 해 버릴 수 있으니.”
은링은 먼 곳까지 살폈지만 온통 보이는 건 새하얀 눈밖에 없었다.
“경쟁을 하려고 모험가가 된 건 아니지만, 매번 뒷북을 치는 건 아쉬워요. 어떻게든 해 봐요.”
“그렇다면 위험하더라도 나눠서 찾아보도록 하지.”
벤의 의견에 따라 대지의 그림자 파티는 뿔뿔이 흩어졌다.
< 극악의 추위가 엄습하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추위에 대한 내성을 80% 향상시킵니다. >
모험가의 생존 스킬은 주변 환경이 나쁘더라도 피해를 줄여 주는 효과가 있다.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흔적들을 찾아보자고 했고, 사흘 후에 다시 모였다.
엘릭스와 벤은 허탕을 쳤지만, 은링은 신비한 발견을 했다.
“동쪽에 얼어붙은 큰 숲이 있었어요. 호수도 있고, 나무와 동물들도 보였어요. 무엇보다 엘프도요.”
“엘프를 만났어?”
“아뇨. 전부 얼어 있었어요.”
“모험의 향기가 느껴지는군. 바람의 마법사와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어쩔 수 없는 모험가였다.
빙하 대륙에 얼어붙은 숲!
이 괴상한 일에 호기심을 갖지 않았다면 도저히 모험가의 직업을 택하진 못했으리라.
벤이 그리폰에 올라탔다.
“시간이 없으니 가 보고 이야기하세.”
“안내할게요!”
* * *
모험가 체이스.
그는 미궁 조드에서부터 모험가들을 이끌었다.
“위드 님의 모험을 우리가 도와야 되지 않겠는가?”
“맞죠. 아무래도 혼자서는 힘들 테니까요.”
모험가들은 언제든 할 일이 있다면 기꺼이 나설 생각이었다. 위험을 무릅쓰는 일은 오히려 반겼다.
“케이베른은 위드 님이 진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랜도니까지 맡기는 힘드시겠지.”
“둘 다 맡기는 건 무책임한 일입니다.”
모험가 스펜슨도 말을 받았다.
그들을 따르는 모험가들만 해도 천여 명이 넘었다.
용사 퀘스트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면 당연히 해야 하지만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크랜드. 그 지역을 뒤져 볼 필요가 있겠어.”
“풀죽신교로 세에취 님의 도움 요청도 있었습니다.”
“으음. 랜도니가 파괴한 마을들을 자세히 조사할 필요도 있겠고…… 하지만 난 더 동쪽으로 떠날 생각이네.”
“동쪽이라면?”
모험가들은 체이스의 말에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지도상으로 알려진 대륙!
그것도 상점에서 판매되는 오래된 골동품 지도에 우연히 동쪽 대륙의 형태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었다.
베르사 대륙처럼 크지는 않지만, 엄청난 높이의 산들과 숲이 있는 미지의 땅.
체이스도 동쪽 대륙으로 배를 타고 가 본 적이 있지만, 수시로 발생하는 지진과 화산 폭발로 인해 위험을 느끼고 돌아왔었다.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불의 고리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했다.
“랜도니는 불의 고리에서 왔지. 그쪽에 레어가 있을 수도 있고, 무언가 참고할 만한 흔적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가능성은 많지. 퀘스트가 발생할 수도 있고 말이야.”
“레어 근처에 간다고 해서 반드시 퇴치 방법이 나오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위드 님처럼 빈집 털이를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요.”
위드의 빈집 털이는 드워프들이 파 놓은 광산이 있어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불의 고리의 위험한 지형을 감안하면 아마 불가능할 것으로 추측했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뭐든 해 보고 싶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망설이지 않겠네. 모험가로서. 오직 모험가로서 말이네.”
체이스의 말에 모험가들은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중앙 대륙은 전사들의 세상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와의 전투에서도 전투 능력이 높은 이들이 활약을 했는데, 모험가들의 자신감은 많이 떨어져 있었다.
때때로 오랜 시간을 들여 발굴이나 퀘스트를 진행해서 전리품을 얻더라도, 그 시간에 사냥을 하는 것만 못할 때도 많다.
모험가들의 중요성을 잃어버릴 때가 자주 있었는데, 대륙을 최초로 개척하며, 위험한 일에 가장 먼저 뛰어드는 직업이다.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체이스 님!”
모험가들이 불의 고리로 떠나기로 했다.
* * *
3일이 더 지나고 마침내 기다려 오던 빈집 털이의 거사일이 밝았다.
“하늘은 맑고…… 빈집 털기 정말 좋은 날씨군.”
위드가 이토록 기다려 온 퀘스트는 처음이었다.
- 날쌘 찬바람 : 위드 님. 지금 케이베른이 레어에서 날아올라서 서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조인족 유저가 상황을 알려 주었다.
위드는 조각 변신술로 드워프의 상태에서도 모습을 조금 바꾸었는데 손가락이 비정상적으로 길고 두꺼웠다. 한꺼번에 많은 보물들을 긁어모으기 위함이었다.
“다시 한 번 확실히 장비들을 점검하세요. 우리에게 두 번의 기회는 없습니다.”
“옛!”
빈집 털이에 참여하는 드워프 유저들은 배낭과 물품들을 확인하며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이게 진짜 될까?’
‘빈집 털이가 정말 성공한다고?’
위드의 연설에 꿈을 꿀 때는 좋았지만 막상 닥치니 현실이었다.
드래곤의 레어에 들어가려니 본능적으로 두려움이 밀려왔다. 레벨이 400을 넘더라도 드래곤에게서 도망칠 능력은 없다.
토르에서 성장하던 초보 시절부터 주민들에게 숱하게 드래곤의 위대함에 대해서 들어 왔었다.
드워프들에게 드래곤이란 절대적인 존재였다.
가르나프 평원에서도 얼마 전에 증명이 되었고, 그다음에도 매주 도시들을 파괴하며 위력을 보여 주고 있다.
‘내가 미쳤지. 왜 보물에 눈이 멀어서…… 이성을 완전히 잃었어.’
‘정말 위험한 거 아냐?’
드워프 유저들은 꺼림칙하긴 했어도 돌아서서 떠나기에는 너무 많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들을 이끄는 존재가 위드라는 점에서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전쟁의 신 위드…… 아르펜 제국의 황제. 로열 로드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 우릴 이끈다.’
‘해내겠지. 내가 아니라 위드니깐.’
그저 위드만 믿고 따르면 어떻게든 해 주리라는 믿음.
여기서 포기했다가 정말 빈집 털이에 성공한다면 몇 년 동안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다.
빈집 털이에 참여한 유저들은 그렇게 보물에 눈이 멀어 있는 위드에게 목숨을 걸었다.
“빨리 가죠.”
위드는 드워프들을 이끌고 광산의 깊은 곳으로 달려 들어갔다.
레어의 근처까지 미리 파 놓았기 때문에 조금만 뚫으면 됐다.
“작업 시작합시다!”
쿵! 쿵! 쿵!
미리 선발된 채광 중급 이상의 드워프 유저들이 곡괭이질을 했다. 순식간에 광석들이 부서지고 길이 뚫려 갔다.
위드는 곡괭이를 내려치며 땅을 파 갔다.
“잔해들은 걸리적거리지 않게 치워 주세요.”
“예!”
지난 일주일 동안 드워프들은 광부 역할을 충실히 했다.
드래곤의 레어로 향하는 출구만이 아니라, 광산을 넓히기 위한 전반적인 갱도 확장 작업을 수행했다.
짐수레가 들어오기에 충분한 공간이었으며, 구석구석에는 방어용 시설에 피난 공간과 창고까지 만들어 놨다.
- 땅파면돈나와 : 수레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마판 상단은 준비 완료.
돈이 걸려 있으면 무엇보다 신속, 정확을 자랑하는 마판 상단이었다.
어떤 물품이든 편하게 실어 나를 수 있는 튼튼한 수레 1천대가 대기 중!
드래곤의 레어에는 무거운 광물이나 몬스터의 부산물이 많을 테니 그것까지 몽땅 챙길 작정이었다.
- 양념게장 : 타격대는 정해진 위치에서 전원 대기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칼쿠스의 무리들을 제압한 타격대.
헤르메스 길드를 제외한 아르펜 제국 최정예 유저들로 이루어진 타격대가 광산 내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위드와 드워프 유저들이 레어로 들어가자마자 타격대도 뒤를 따라올 것이다.
‘가능한 용아병들에게 안 걸리면 좋겠지. 근데 융통성을 발휘해야 돼. 도둑질은 100% 실전이니까. 필요하다면 상황에 따라 억지로 돌파하며 시간을 절약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어.’
도둑질을 하면서 안 걸릴 때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걸려도 성공해야만 제대로 된 도둑질!
레어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쓸 수 있는 수단은 모두 준비를 해 놓았다.
“갑시다.”
위드와 드워프 유저들이 곡괭이로 땅을 파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마법 등불들을 환히 밝혔기 때문에 어둠은 문제가 아니었으며 빠르게 계획대로 전진했다.
30분 후에, 레어를 바로 앞에 남겨 두었을 때였다.
- 마판 : 바웰 성에 케이베른이 도착했습니다. 바로 브레스를 쏘진 않고 도시 주변을 천천히 선회하고 있습니다.
“시간에 정확히 맞췄군요. 목표가 위치에 있습니다. 이제 들어갑시다. 드디어 드래곤의 레어입니다!”
위드와 드워프들이 곡괭이를 내려치자 단번에 얇은 벽이 무너지면서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레어에 도착한 것이다.
“진입! 빨리 빨리 서둘러요.”
좁은 구멍으로 위드와 드워프들이 몸을 비집고 통과했다.
드래곤의 레어로 들어오자마자 그들의 눈에 비친 광경은 경이로운 장관이었다.
상상 속에나 존재하던 진짜 금은보화가 산을 이룬 모습이 보였다.
번쩍거리는 황금들.
대륙의 값비싼 보물이며 골동품들이 넓은 레어에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와아아.”
“이게 다 무슨…….”
“진짜, 진짜 말도 안 돼.”
드워프 유저들은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미쳤다. 여기가 천국이야.’
위드마저 이성을 잃을 정도로 보물의 유혹은 강렬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