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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97화 (97/350)

97화 드래곤 슬레이어 (1)

이 멀고 먼 필드 맵의 끝자락.

죽음의 지역으로 악명 높은 드래곤의 레어 앞에 다른 유저가 있다고?

뜬금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황급히 뒤돌아보니, 실제론 처음 보지만 익숙한 아이디의 유저가 서 있었다.

“어? 정말 산드로 님 맞으시네요! 이곳엔 뜨지 않는 레드 드레이크가 보여서 혹시 따라와 봤는데…….”

“아…… 안녕하세요? 유명하신 랭커 분을 여기서 만나네요. 반갑습니다, 산드로입니다.”

“와! 너무 반가워요! 정말 뵙고 싶은 분이었는데 이런 곳에서 만나서 더욱요! 저 완전 산드로 님 팬이거든요!”

로브 방어구를 둘렀으면서 활을 든 언발란스한 차림의 ‘라푼젤’이라는 여성 유저.

활 때문에 일견 궁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엄연히 힐러 랭킹 상위권을 장기간 유지 중인 유명인이었다.

또한 그녀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어 준 한 가지가 더 있는데, 그건 바로 현(現)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이저’와 연인관계라는 사실이었다.

“이거 참 공교롭군. 이 앞에서 너를 만나게 될 줄이야?”

힐러인 그녀 혼자 이곳에 있을 리 없다.

그 생각이 들던 찰나, 아니나 다를까 나무 옆에서 또 한 명의 유저가 걸어 나왔다.

바로 태성과 한창 필드전을 벌일 때 우연히 만났던, 카이저였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또 만나게 됐네요. 반갑습니다 카이저 님.”

“그래. 며칠을 사냥해도 유저 한 명 구경하기 힘든 곳에서 만나게 되니, 나 또한 반갑군.”

“전에 해주신 조언이 제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조언이라고? 아! 타이탄과 관련된 정보를 조금 말해줬던 걸 말하는 건가?”

“네. 덕분에 태성이 가질 뻔한 타이탄을 스틸할 생각을 떠올렸거든요.”

“그런 것 가지고 무슨 거창하게 도움이라고까지 하나? 전부 네가 출중했던 탓이다. 태성이 타이탄을 갖지 못한 소식을 듣고는 나도 간만에 통쾌했다. 건너서 들었는데, 태성이 그 던전을 오픈하기 위해 3달도 넘게 고생했다고 들었거든! 하하하!”

지하 도시가 그렇게까지 고생하며 활성화시킨 인던이었나?

하긴 워낙 맵이 넓고 NPC도 많은, 그리고 퀘스트 클리어 단서에 관해 무척이나 인색한 타연이라면 그럴지도 몰랐다.

“하하! 애초에 제 직업이 ‘도둑’ 아닙니까? 뭐, 직업적 특성을 잘 살린 셈으로 쳐 주시죠. 그나저나 이곳엔 무슨 일이세요? 혹시 드래곤을 구경하러 오신 건가요?”

“구경이라니? 구경 따위나 다닐 수 있을 만큼 랭커들의 삶이 한가로울 줄 알았나? 여긴 우리의 사냥터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곳에서 둘이 사냥을 시작한 지도 벌써 보름이 넘었다.”

“네? 사냥이요? 여기서요?”

“네, 산드로 님! 사실 이곳처럼 경험치 잘 주고, 또 안전한 사냥터는 별로 없거든요!”

보통 꿀 사냥터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숨길 법도 한데, 라푼젤은 물어보지 않은 것까지도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이런 곳에서 만나 반가운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내게 호의를 갖고 있었다는 말이 사실인 듯싶었다.

이곳에 돌아다니는 오우거나 싸이클롭스 등의 몬스터는 맵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흉폭한’이 붙은 강화형 몬스터였다.

또한 대형 몬스터인지라 잡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대신 한 마리가 다른 곳 네다섯 마리 이상의 경험치를 주었다.

그런 놈이 여기저기에 깔려 있는 침묵의 숲이었으니, 어찌 보면 꿀 사냥터라고 할 법은 했다.

다만 조금 버거운 필드 사냥터라면 언제나 그렇듯, 가끔 몹이 몰리는 경우만 없다면 말이다.

“이 레어 안으로 들어오면 몹들의 어그로가 초기화되거든요. 밖의 몹들은 이 드래곤 레어 안으로는 못 들어가게 되어 있나 봐요. 그린 드래곤도 어차피 안까지 제법 들어가야지만 어그로가 끌리니, 이 레어 입구는 완전히 안전지대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맞다. 사실 이제는 여러 마리가 몰려도 크게 위협되진 않지만, 사일런스 마법을 거는 ‘비홀더’가 난입하는 것만큼은 아직도 꽤 위험한 편이지. 그래서 여전히 이 근처에 자리를 잡고 사냥하는 중이었다.”

침묵의 숲이라는 이름 지어진 이유.

그것은 이곳에 ‘사일런스’ 마법을 걸어 유저들의 마법을 봉쇄시키는 특별한 몬스터가 출몰하기 때문이었다.

물리 방어력과 HP가 높은 대형 몬스터와 마법 봉쇄를 거는 몬스터라는 환상적인 조합.

어지간한 고레벨이 아니라면 이곳 드래곤 레어까지 도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이유였다.

“역시 두 분 다 랭커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실 만하네요. 이런 곳에서 사냥하고 계시니 다른 유저들이 따라잡지를 못하죠. 게다가 이런 노하우도 자체적으로 개발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타연을 오래 하다 보면 기존 몹들이 갖고 있는 AI 시스템에 익숙해져, 새로운 사냥터라 해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말이야 쉽지, 최초로 사냥하는 곳에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이런 노하우를 개척한다는 건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한두 번이라면 요행일 수도 있지만, 이들은 랭커였기에 언제나 새로운 사냥터에서 레벨업 해왔을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곳은 어쩐 일이지? 보름 동안 유저라고는 한 번도 구경해보지 못한 곳이 여기 드래곤 레어인데?”

“아…… 갑자기 드래곤의 모습이 궁금해 져서요. 타연 유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드래곤을 실제로 보고 싶어들 하잖아요?”

“네가 레드 드레이크를 테이밍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지금에서야 드래곤이 보고 싶어져서 찾아왔단 말인가? 가뜩이나 공성전과 태성과의 필드전, 그 와중에 레벨업까지 하느라 무척 바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네? 아, 네…….”

카이저와 라푼젤이 이런 방식으로 레벨업하고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하고 칭찬할 만한 일이었지만, 사실 내게는 안 좋은 소식이었다.

어떠한 유저도 이곳을 찾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기에 몰래 레이드에 도전하려 한 것인데, 그들의 말대로라면 거의 문지기마냥 이곳에 죽치고 있다는 말이지 않은가?

레이드에 앞서 몇 가지 시험해 봐야 하는 것들도 있는데, 이들이 눈치채지 않도록 몰래 진행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에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계시네요. 산드로 님도 퀘스트를 얻으신 거죠? 저희와 비슷한 종류의?”

“그만!”

카이저가 급히 라푼젤의 말을 멈췄지만, 이미 중요한 단어를 들어버린 후였다.

“퀘스트라고요?”

“뭐예요? 퀘스트 땜에 온 거 아니었어요? 힝. 나 또 혼나겠넹……. 자기야 미안…….”

“내가 정말 우리 라푼수 때문에 못 살겠다니깐? 왜, 왜, 항상 잘하다가도 가끔씩 그런 미운 짓을 하는 거야? 잘못 했어, 안 했어?”

“잘못했또…….”

이건 또 뭔 시츄에이션이지?

내게는 처음부터 반말로 일관하며 냉소적이던 카이저가, 지금 라푼젤에게는 소름 돋는 닭살짓을 부리고 있는 게 맞는 건가?

“저…… 갑자기 죄송한데, 두 분 나이를 여쭤봐도 될까요? 카이저님이 처음부터 반말하셔서 저보다는 윗사람일 거로 생각했는데, 혹시나 해서요. 일단 전 스물여덟 살입니다.”

“말을 낮춰서 기분이 나빴나? 그렇다면 사과하지. 난 올해로 서른여섯이다.”

“아, 엄청 형님이시네요! 그럼 계속 하시던 대로 반말하세요. 전 괜찮습니다.”

“전 스물다섯 살이에요! 저보다 오빠시네요. 괜찮으시면 제가 산드로 오빠라고 불러도 될까요?”

뭐? 스물다섯?

이 둘이 11살 차이가 나는 커플이었다고?

진짜 도둑놈은 내가 아니라 오히려 카이저였다.

“아무튼! 결국 넌 퀘스트도 없는데 이곳에 왔다 이 말인 거지? 그렇다면 답은 뻔하군. 대단한데 산드로? 벌써부터 드래곤을 잡을 생각을 하다니?”

“아, 아닌데요? 제 렙이 몇인데 잡긴 뭘 잡아요? 그리고 이게 어디 유저들한테 지금 잡히기나 할 놈이에요?”

“그러기엔 당황한 게 너무 티가 나는군? 굳이 부인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너라도 지금쯤이라면 이놈한테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해 봤을 것 같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타이탄이 있다곤 해도 대담한 발상인데? 그렇군. 태성이 타이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으니 늦기 전에 서두르겠다는 생각인 건가?”

“…….”

저렇게까지 단정 지어 말하는데 계속 아니라고 발뺌하기도 뭐했다.

하지만 시작도 해보기 전에 이렇게 레이드 정보가 새어나가는 건 리스크가 있었다.

카이저와 라푼젤, 이 두 사람이 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직 아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혹시…… 비밀로 해주실 수 있나요? 말 그대로 도전해보는 셈이라 성공할 확률도 낮은데 방해까지 받고 싶진 않아서요.”

“비밀? 그럴 필요 없이 내가 제의 하나를 하지.”

“제의요? 갑자기 무슨……?”

“네가 하려는 투 메르타스의 레이드. 거기에 우리 둘도 포함시켜 다오. 그렇게만 해준다면 우리가 힘들게 얻었지만 묵히고만 있던, 이 퀘스트를 너에게 공유시켜 주겠다.”

(카이저: 링크 보낼 테니 읽어보고 잘 생각해 봐라. 분명 너에게도 손해는 아닐 거다. <드래곤 슬레이어(!)>)

[드래곤 슬레이어: 연계 퀘스트, 일회성 퀘스트]

* 퀘스트 난이도: SS

* 신마전쟁 당시 마왕군과 용족들을 토벌한 영웅의 힘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자격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 현재 남아 있는 용족(!)을 토벌하여 당신의 자격을 증명하십시오.

* 퀘스트 클리어 조건: 드래곤(!) 토벌

* 퀘스트 클리어 보상: 특별 스킬 습득 가능(선택), 업적(S) 습득

처음 보는, 아니 들어본 적조차 없는 ‘SS’ 난이도의 퀘스트!

카이저는 현재 토탈 랭킹 1위에 걸맞게 굉장한 퀘스트를 받아 둔 상태였다.

“이게 뭐죠? 특별 스킬을 선택할 수 있는 퀘스트가 있다고요? 그리고 확정적으로 S급 업적도 주어진다고요?”

“맞다. 이 퀘스트를 깨고 나면 랜덤으로 주어지던 특별 스킬을 ‘선택’할 수 있다. 너라면 그것만으로도 이 퀘스트가 지닌 가치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겠지?”

특별 스킬.

흔히 히든 스킬로 불리는 이 스킬은 말했다시피 그렇게까지 ‘대단한’ 스킬은 아니다.

게임인 이상 너무 밸런스를 해칠 만한 스킬이 주어지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특별 스킬을 ‘고를’ 수 있게 된다면 얘기는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달라진다.

내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특별 스킬을 선택해서 익힐 수 있다면!

그리고 신검을 통해 그 스킬을 8성까지 성장시킬 수만 있다면!

스킬 여러 개를 새롭게 익힌 것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우린 이 퀘스트만 깰 수 있다면 더 원하는 것이 없다. 아이템 루팅 권한도 공대장으로 해놓으면 충분히 믿고 받아 줄 만하겠지?”

“그러면 고생한 거에 비해 너무 얻는 게 없지 않으세요? 아이템을 전부 포기하면서까지 레이드에 참여한다니요? 이런 말씀 드리기에는 뭐한데, 혹시 태성에 정보를……?”

“하핫! 또 그 소린가? 내가 정말 태성과 연관이 있었다면 벨루타 해안가에서 만났을 때 너를 가만히 두었을까? 다시 만나면 은혜를 갚겠다고 말했던 건 그저 빈말이었군?”

“네? 아…… 맞다, 제가 그런 말을 했었죠…….”

그렇다.

카이저의 조언이 있었기에 발 빠르게 길드원들을 소집해서 던전의 퍼스트 클리어를 가져간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레벤다스는 태성이 획득했을 게 분명했다.

결국 그가 먼저 호의를 베풀었던 것이나 다름없었고, 나 또한 은혜를 갚겠다고 말했었으니 계속 의심할 수만은 없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내가 이 퀘스트를 깨게 되면 특별한 보상을 하나 더 얻을 수 있게 된다. 내심 짐작했겠지만 나도 드디어 타이탄 라이더가 되는 길이 열리는 거지. 그러니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다. 어때, 이래도 못 믿겠나?”

“흠…… 역시…….”

사실 난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타이탄 얘기를 듣고 나니, 조금은 믿음이 갔다.

카이저는 타연 내 퀘스트의 최선두에 있는 통합 랭킹 1위의 유저.

그러니 이러한 퀘스트를 진작 얻게 되었고, 또 이어진 연계 퀘스트의 보상으로 받을 보상이 따로 있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애초에 다른 것도 아닌 ‘드래곤’을 레이드하는 게 선행 조건인 엄청난 퀘스트라면 더더욱!

‘사실…… 이 정도 조건이라면 내가 손해 볼 것도 없어.’

이번 레이드는 특성상 정보가 외부로 누출되면 리스크가 굉장히 컸다.

무엇보다 뒤치기를 당한다면 나부터가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기에, 피닉스 길드에게도 비밀이었다.

따라서 오직 우리 버닝스타 길드로만 레이드를 할 생각이었다.

하나 그러기엔 다소 벅찬 구석이 있었는데, 이 둘과 같은 랭커의 합류는 배신만 없다면야 얼마든지 환영이었다.

“좋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퀘스트 공유는 저뿐만 아니라 레이드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모두? 그건 좀 곤란한데? 굉장히 어렵게 획득한 퀘스트라 공대원들 수십 명에게 나눠줄 수는 없다.”

“수십 명이라니요? 그리고 공대요?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전 공격대 규모로 드래곤에 도전하려는 게 아닙니다.”

“네 산드로 님? 그럼 어떻게 잡는다는 말씀이세요? 설마 피닉스와 함께 수백 명이 도전하려는 건 아니죠?”

옆에서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라푼젤이 되물었다.

“저희 길드원 4명. 저까지 딱 5명만으로 투 메르타스 레이드에 도전할 겁니다. 그러니 저를 포함한 5명에게만 퀘스트를 공유해 주시면 됩니다. 그 정도는 가능하시겠죠?”

“네에에?”

“말도 안 된다! 고작 5명으로 드래곤을 잡겠다고? 산드로, 지금까지 나와 말장난한 거였나?”

지금이라면 드래곤에 도전할 만하단 생각도 했다는 양반이 이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긴 최초 히드라 레이드에 도전한 인원이 100명이 넘어가는 공격대였던 걸 감안하면 이해 못 할 반응도 아니었다.

“카이저 님과 라푼젤 님이 합류하게 된다면 5명이 아닌 7명이 되겠죠. 참고로 전 절대 죽어선 안 되기에 승산이 없는 일은 쳐다도 보지 않습니다. 했던 말을 돌려드리죠. 어때요, 이래도 저를 믿고 함께 레이드에 함께 하시겠습니까?”

“흠…….”

랭킹 1위의 자리.

죽게 되면 경험치뿐만 아니라 막대한 아이템을 드랍할 수도 있는 리스크가 존재했다.

하지만 만약 레이드에 성공하게 된다면, 그걸 몇십 배 상회하는 보상을 얻을지도 몰랐다.

“무슨 생각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만…… 좋다! 앞으로도 드래곤을 잡을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는 않겠지. 7인이라니……. 하핫! 함께 레전드를 만들어 볼까?”

카이저.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좋습니다. 함께,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가 돼보도록 하죠!”

“드래곤 슬레이어……? 자기야, 그 말 들으니까 나 왠지 가슴이 두근두근해!”

설렘으로 호들갑을 떠는 라푼젤을 옆에 두고, 난 카이저가 내민 손을 잡아 악수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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