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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118화 (118/350)

118화 암살단 가입 (2)

“와, 이게 얼마 만이에요? 전 영영 산드로 님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을 거라고 포기하고 있었어요!”

“오랜만이네요, 도닥통 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번스타인 성의 여관방.

오랜만에 먼저 연락을 건넨 도닥통을, 태성의 심장부인 이곳에서 만났다.

“저야 잘 지내고 있었죠. 다만 산드로 님께서 태성을 상대로 혼자서 필드전을 시작하셨길래,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리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근데…… 아무래도 생각이 바뀌셨나 보죠?”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처음 도닥통 님을 만나 뵐 때와는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요. 솔플만 하던 제가 길마가 되기도 했고, 다리우스는 마신검을 손에 넣게 됐죠. 아무래도 혼자서 해내려고 했던 것들이 자꾸만 어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역시……. 하긴 다리우스가 마신검까지 갖게 되었으니 더욱 죽이기 힘들어지긴 했죠. 길드야 어차피 저희도 필요할 때마다 파티 플레이를 할 거라서 별 상관은 없어요.”

올(all) 은신 암살단.

참여 필수 조건이 은신이 가능한 도둑 직업일 뿐이라서, 무조건 같은 길드여야 한다는 제한은 없다고 했다.

아무리 같은 길드더라도, 파티나 공격대를 해야지만 동료가 은신 상태인 것을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혹시 지금도 예전과 같이 실시간 정보망이 갖춰져 있는 건가요?”

“그럼요! 오히려 두 명이 늘어서 더 촘촘해졌습니다. 혹시 산드로 님은 현재 다리우스가 어디에서 레벨업을 하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사실 저번 공성전에서 한번 마주쳤던 것 말고는, 다리우스의 동선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봐도 다리우스를 어디서 봤다는 글은 올라오지 않더라고요.”

“일반 유저들은 당연히 알 수 없겠죠. 다리우스는 현재 마계에서 레벨업 중이거든요.”

“네? 마계라고요?”

분명 전에 테오시스를 만났을 때, 향후 마계가 업데이트될 것이라는 언급을 듣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다시 말해, 아직은 마계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한데 벌써 마계에서 사냥 중이라고?

“정확히 말하자면 마계와의 중간 지점인 ‘시공의 틈새’라는 곳입니다. 마신검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특별한 업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다리우스는 그곳에 들어갈 수 있었죠. 그게 바로 최근 통합 랭킹 2위까지 순식간에 치고 올라온 비결입니다.”

“특별한 업적이라면…… 앗! 설마?”

그러고 보니 투 메르타스를 잡고 얻은 ‘자격을 갖춘 자’ 같은 경우에도, 설명창에 비슷한 효과가 적혀있었다.

타연에 존재하는 각종 ‘금지’에 출입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어? 짚이는 부분이라도 있으신가요?”

“혹시 그 위치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잘하면 저도 들어갈 수 있겠는데요? 한번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산드로 님…… 지금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저는 뜻이 맞아 함께하려는 동업자지, 일방적으로 도와주려는 조력자가 아닙니다. 혼자서 마신검을 드실지도 모르는데 찾아가시도록 알려드릴 수도 없을뿐더러, 만약 실패하게 된다면요? 분명 어디서 자신의 위치 정보가 누출됐는지 알기 위해 저희 정보원이 노출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그런 손해를 도대체 왜 감수해야만 하는 거죠?”

“아…… 그렇죠. 제가 잠시 착각했네요. 죄송합니다.”

이 모임.

속칭 ‘도닥통 암살단’의 목적은 여러 개가 있겠지만 최우선 목표는 어디까지나 ‘돈’이었다.

다리우스를 비롯한 태성의 랭커진을 암살하려는 이유.

그건 그들이 드랍할 값비싼 아이템에 있었고, 따라서 내가 다리우스의 정보를 얻어 혼자 잡으러 가는 일 따위를 절대 용납할 리 없었다.

워낙 지옥불이나 카이저 같은 호인들만 자주 접하다 보니 깜빡하고 말았다.

세상에 아무 조건도 없는 호의와 도움은, 매우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그러면 어떻게 하죠? 그곳에서만 사냥한다면 저희가 뒤치기하기도 힘들 텐데요? 당최 만날 수가 있어야 뒤치기를 하든가 말든가 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제부터 작전을 세워야겠죠. 다리우스가 먼저 모습을 드러내도록 만들어줄…….”

“이를 테면요?”

“다리우스는 대범한 척하지만 욕심과 의심이 많은 편이죠. 만약 그가 필드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다면 정말 그래야만 할 피치못할 이유가 있어서일 겁니다. 가령 아주 중요한 것이 얻고는 싶은데, 굳이 본인이 직접 나서야만 할 경우와 같이 말이죠.”

“그러니까 그게 도대체 뭔데요? 자꾸 방송에서 그러시던 것처럼 그렇게 약 올리듯이 얘기하실 거예요? 그냥 속 시원히 좀 말씀해 주시죠?”

“하하! 놀리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다만 이게 산드로 님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서 먼저 충분히 설명해 드린 것이죠. 산드로 님, 부디 저희의 미끼가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네? 미끼요? 제가요?”

“네. 만약 산드로 님이 자신의 레이더 망 안에 들어오게 된다면, 다리우스는 분명히 나타날 것입니다. 만약 산드로 님이 죽게 된다면 떨구게 될, 그 신검을 직접 줍기 위해서 말이죠.”

도닥통은 내가 차고 있는 신검과 드래곤 슬레이어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며 말을 마쳤다.

사실 나 또한 도닥통과 같은 생각이었다.

이 싸움은 어떻게 보면 상대방의 왕을 죽이면 끝이 나는, 체스 게임과 비슷해 보였다.

둘 다 단 한 번이라도 죽게 되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되어 싸움은 끝날 수밖에 없게 될 테니 말이다.

누군가의 모든 것을 파멸시키고자 한다면, 나 또한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게 마땅한 법.

내 안전을 완전히 보장하면서 녀석을 죽일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세상에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렇기에…… 나는 선택했다.

“좋습니다. 심해 깊숙한 곳에 있는 놈을 수면 위로 떠 오르게 하려면, 저 정도 되는 대박 미끼가 필요하겠죠. 대신 물으면 무조건 죽을 수밖에 없도록…… 판 만큼은 어디 한번 제대로 짜보도록 합시다, 우리!”

“좋지요! 화끈해서 좋군요, 산드로 님!”

* * *

“카이저가 그렇게 말했으면 진짜 운영자인가 본데? 미쳤네, 이거 나중에 밝혀지면 타연만 아니라 세상이 뒤집히는 거 아냐? 일루전이 지금 세계적으로도 보통 큰 회사야?”

“밝혀진다면 말이지. 어쨌든 나를 한 번 노렸으니 언제 또 노리지 말라는 보장도 없어. 다리우스와 태성만으로도 복잡한데 운영자까지 꼈다니…… 참 강지환 인생, 스펙터클해졌다 정말.”

갑자기 큰 사건들에 휘말려버리자, 항상 든든하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현중이의 의견이 듣고 싶어졌다.

그래서 늦은 시간이지만 집 앞 치킨집으로 불렀다.

문 닿기 직전이라 그런지 손님이 적어, 둘만의 중요한 대화를 나누기에는 썩 괜찮아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박태후가 배후에서 운영자까지 휘두른다는 건 말이 안 돼. 일루전 운영자들은 하나같이 타연의 개발자 출신이라서 명예와 부를 전부 다 손에 넣은 사람들이야. 그런데 그런 꼬봉 짓거리를 한다고? 뭔가 다른 속셈이 있다고 보는 편이 맞는 거 아닐까?”

“아직까지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 정말로 태성과 연관이 있을 수도, 혹은 전혀 없을 수도 있는 거지. 중요한 건 그들의 취할 태도야. 내가 태성과 박태후를 무너뜨리려는 걸 조금이라도 방해하려다가 들통이 난다면, 그땐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란 거지.”

“새끼 지가 뭐라고? 요즘 좀 잘 나가니깐 운영자를 잡겠다는 헛소리까지 하고 있네? 크크.”

“너야말로 요즘 잘 나가던데? 친구 잘 둔 덕분에 요즘 성기사들 사이에서 엄청 유명해진 것 같더라?”

공성전과 제국군과의 전투에서 레벤다스가 등장한 후, 현중이는 많은 기자들과 유저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는 현중이의 아이디 때문인지, 팬을 자처하는 여성 유저들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믿지 못할 얘기마저 들리고 있었다.

오늘 오랜만에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면서 알게 된, 쓸데없는 정보 중의 하나였다.

“아무튼 네가 말한 그거 있잖아, 너무 위험하진 않을까? 여기까지 차근차근 잘 이루어 왔는데, 잘못했다간 한순간에 모든 게 다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 말야. 만약 신검이 없어진다면, 지금 네 사기스러운 스킬 조합들이 오히려 널 똥캐릭으로 만들어 버릴 독이라는 건 알고 있는 거지?”

“내 캐릭인데 내가 모르겠냐? 신검이 없다면 최악의 스킬 조합이 돼버리겠지. 랭커급인 주제에 올 마력 스탯인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오래간만에 먹는 치킨 냄새가 말도 못 하게 향기로웠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손은, 닭다리 대신 자꾸 맥주잔으로만 향했다.

답답하게 얽혀 있는 내 머릿속을 풀어 줄 방법은, 오직 이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인 것만 같아서.

“그런데 왜 위험하게 미끼를 자처하는데?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하는 건 좀 그런가?”

“내가 다리우스 입장이었어도 이 방법 말고는 없겠더라. 녀석도 나처럼 100%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필드에 나올 놈이 아니야. 녀석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오게 만들 유일한 방법은, 오직 내 죽음뿐이겠지. 처음부터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죽어야지만 끝이 나는 싸움이었던 거야. 그러니까 이 방법이 맞는 것 같다.”

“성공 가능성은?”

“내 생각에 70, 아니 80%!”

“오, 생각보다 제법 높은데?”

“도닥통이 잘만 해준다면 더 올라갈 수도 있겠지. 그쪽 멤버들이 관건이야.”

도닥통과 함께하기로 하자 그가 알려준 멤버들의 명단은, 그동안 그가 왜 그렇게 자신만만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화려했다.

도둑 랭커 10명 중 무려 3명이나 포함되어 있었고, 순위는 알 수 없지만 랭커와 레벨 차이가 3도 차이 나지 않는 유저가 무려 7명이 더 포함되어 있었다.

모두 12명의 랭커급 도둑으로 이루어진 암살단.

예전 홍길동의 도둑 암살 부대가 연상됐지만, 이쪽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위협적이었다.

이쪽엔 랭커들 투성인 것도 모자라 최강의 도둑, 바로 나 산드로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근데 우리는? 그럼 우리 버닝스타는 뭐 하냐? 너 설마 잊은 건 아니지? 우린 처음부터 다리우스와 태성에 복수하려고 뭉친 길드였잖아!”

“야 야, 괜한 호들갑 떨지 말고 진정해라. 다 우리 길드원들에게 맡길 역할들은 생각해 뒀으니까.”

“아, 그래? 진작 말하지 짜식이. 근데 난 무슨 역할인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주인공이어야 하는 건 잊지 않았지?”

“지금 말해주긴 그렇고 조만간 알려줄게. 어쩌면 네가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될 수도 있으니까 기대하고.”

나만큼,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복수를 꿈꿔왔던 우리 길드원들을 놔두고 나 혼자 복수를 할 순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 길드원들은 녀석을 잡는 데 가장 중요한 피날레를 담당하게 될 예정이었다.

“짜식이 의뭉스러운 건 여전하네. 아무튼 뭐가 됐든 조만간 결과가 나오겠구나. 네가 웃을지, 다리우스가 웃을지 말이야.”

“원래 이런 건 잘 믿지 않지만…… 이번에 업적을 얻고 나니까 묘한 예감이 들더라. 결국 내가 다리우스를 잡는 건 어쩌면 운명인가 보다, 라는.”

“응? 그건 또 뭔 소리야? 오스타그 쳐들어가서 업그레이드한 업적 말하는 거야?”

귀족 살해자 업적의 최종 진화 단계인 ‘귀족 처단자’.

공격력을 20% 상승시켜주는 것으로 끝난 이 S급 업적에, 따로 특별한 효과가 추가로 붙은 건 아니었다.

그저 업적의 이름이 왠지 내 심금을 울렸을 뿐.

“맞아 그거. 현실에서건 게임에서건 귀족으로 살아왔던 박태후 자식. 이건 마치 그놈을 처단하라는 하늘의 계시 같지 않냐?”

“하여간 넌 타연에 제대로 미친 새끼라니까.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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