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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122화 (122/350)

122화 체크 메이트 (3)

“신의 선물 뽑기에서 신검이 나올 확률이 1%도 안 되는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 근데 그걸 모를 리 없는 네 놈이, 어떻게 신검이 나올 줄 알고 그딴 계획을 세웠다는 건데! 하여간 태생부터 치사한 새끼. 넌 뭐든지 간에 뒤로 수작 부리지 않고는, 아무것도 못 하는 새끼지?”

역시 마지막인 척 물어보길 잘했다.

자뻑에 잘난 척하길 좋아하는 녀석 성향상, 혹시 말실수하지나 않을까 싶었는데 그대로 들어맞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특급 정보.

카이저의 예상대로, 다리우스 이놈이 운영자와 관련 있다는 빼도 박도 못할 정황 증거를 확인하게 되었다.

“응? 운영자? 이게 뭔 소리지?”

“그러게? 군주님이 운영자와 연관 있다고?”

“근데 군주님이 겜 접으려고 했다는 얘기는 뭐야? 그럼 우리 태성은 어떻게 되는 건데?”

녀석이 흥분한 탓에 밝히게 된 내용들이 다소 충격적이었기에, 둘러싼 태성 길드원들이 한꺼번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늦게 그게 의식됐는지, 다리우스가 마침내 내게 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인제 그만 닥치고 죽어라! 다들 공격!”

“볼포 소환!”

하지만 대화가 시작된 이래.

줄곧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던 난, 곧바로 나의 사랑스런 펫들 중 하나를 소환했다.

이 방의 천장까지 꽉 찰 정도로 거대한, 내 아이언 골렘 1호기를!

“다들 어떻게든 도망치세요!!”

“어, 어디로?”

“일단 창문 쪽으로요!”

그리고는 함께 배신당한 데몬킬러와 살살치세요 등, 곁에 있던 도둑들을 향해 외쳤다.

지금은 앞뒤로 전부 막힌 상황.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다 함께 동시에 움직이면 오히려 타겟팅이 분산될 여지가 있었다.

[그림자 분신!]

일단 뛰기 전에 그림자 분신부터 시전하고, 분신과 함께 다른 도둑들처럼 창문을 향해 달려나갔다.

“뭐, 뭐야? 뭐가 진짠데?”

“그냥 잴 것 없이 전부 달라붙어!”

[차징!]

그러자, 당황한 태성의 탱커들이 반사적으로 차징을 써대며 모두를 향해 골고루 따라붙었다.

하지만 잠깐 당황시킨 그 사이, 난 이미 창문이 있는 벽에 도착했다.

[재빠른 몸놀림!]

쨍그랑!

다른 도둑들이 창문을 깨뜨리며 밖으로 뛰어드는 것과 달리.

착!

난 창문이 있는 벽을 수직으로 밟았다.

그리고는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천장까지 뛰어오른 뒤, 방의 입구를 향해 달렸다.

마치 칼젠 성 오크족 땅굴 천장을 달리던 그때와 똑같이, 거꾸로!

“저게 진짜다! 산드로만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

“아이스 포그!”

천장을 달리면서도 잠시 뒤를 돌아보니, 볼포가 그사이 역소환당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하나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망설임 없이 열려있는 입구 쪽 천장을 달려 방 밖까지 달려나갔다.

“파이어 볼!”

“파워 샷!”

하지만 이 성의 천장은 유난히 높아 근접 딜러들의 무기가 닿지 않았고, 당장은 원거리 공격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나 쉴드가 1,660의 마법 피해를 흡수합니다.]

[마나 쉴드가 2,552의 물리 피해를 흡수합니다.]

……………………

그것 또한 마나 쉴드 덕에 별 위협은 되지 않았다.

하나 복도 또한 태성 길드원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 상태.

그래서 쿨타임이 돌아온 테이밍 몬스터 스킬을 다시 한번 사용했다.

“폴보 소환!”

내 아이언 골렘 2호기.

폴보가 입구 바로 뒤에 소환되며 또 한번 태성 길드원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윽! 골렘을 도대체 몇 마리나 갖고 있는 거야!”

“미친! 저 자식, 도둑 맞아?”

한순간이지만 잠시 병력을 분리하는 데 성공한 난, 곧장 복도 끝에 있는 창문을 향해 달려갔다.

복도 또한 태성 길드원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허무하게도 놈들 머리 위를 유유히 지나칠 수 있었다.

“잡아!! 절대 놓치면 안 돼!”

“어차피 밖으로 나가 봤자 도망칠 곳은 없어! 은신만 쓰지 못하도록 광역 공격만 계속 날려!”

“아니, 메즈기 없어? 메즈기 좀 날려봐! 쫌!”

[‘속박의 손길’에 저항했습니다.]

[‘아이스 터치’에 저항했습니다.]

‘메즈기를 안 쓰는 게 아니란다. 지금 내 마방이 얼만 줄 알면, 그따위 소린 하지도 못 할걸?’

하지만 역시 태성은 태성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내 8성 은신에 대한 대비만큼은 철저히 대비했는지, 대부분의 원딜러들이 타겟팅 스킬보다는 광역 스킬 위주로 끊임없이 공격해왔다.

데미지는 약하지만 어떻게든 한 대라도 맞추겠다는 의도.

덕분에 이 상태에서 은신을 썼다가 곧바로 피격당해 벗겨지게 되면, 쿨타임만 날려버려 위험할 수도 있었다.

물론 은신을 써서 빠져나갈 생각 따위는, 애초에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말이다.

‘도망쳐 빠져나갈 거였으면, 여기까지 들어오지도 않았단다. 저 개자식을 어떻게 내 앞까지 나타나도록 만든 기횐데!’

지금으로부터 약 2달 전.

혼자 칼젠 성을 먹자마자 도닥통이 귓속말로 접근해왔을 때는, 사실 긴가민가했다.

녀석의 계획을 들어보고 생각해보니, 제법 그럴싸하고 괜찮은 계획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자연스럽게 놈이 다른 꿍꿍이로 접근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근데 지환아, 너 도닥통이란 놈을 정말로 믿냐? 만약 놈이 배신하면 어쩌려고? 난 왠지 그 자식이 좀 못미덥다…….

-현중아, 내가 바보냐? 당연히 안 믿지. 난 타연에서 우리 버닝스타 말고는 아무도 안 믿어!

-응? 그게 무슨……? 그럼 왜 그 자식과 함께하겠다고 한 건데?

-이제는 확신이 들어서지. 녀석이 분명히 나를 노리고 함정을 판 거라고.

-아, 자꾸 그딴 식으로 말할래? 함정은 또 뭔데?

-잘 생각해 봐 현중아. 답은 이미 뻔히 나와 있어. 이미 몇 달 전부터 암살단을 꾸려서 태성만 PK 하겠다고 접근했던 놈이, 나 혼자 필드전을 개시한 지가 언젠데 왜 아직도 PK를 개시도 안 했겠냐?

-어? 그럼 설마?

-맞아. 애초부터 태성 길드를 PK할 생각도 없이, 나한테 입만 번지르르하게 털었던 거야. 그 자식…… 무조건 다리우스가 붙여둔 첩자가 분명해. 애초에 다리우스 다음으로 귓속말 왔던 거부터 왠지 께름칙했어!

놈이 암살단을 운운했던 진정한 목적.

그건 어떻게든 나를 포섭한 다음, 결국엔 다리우스 앞까지 날 대령해줄 임시 용도로 만들었던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진작부터 눈치챈 나는, 오히려 놈의 함정을 역으로 이용할 작정으로 녀석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더 늦기 전에 꼭꼭 숨어있는 다리우스를 당장 내 눈앞까지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데 심지어는 나를 다 잡았다고 방심하게 만들어줄 카드로, 제대로 써먹을 수 있었으니까!’

쿵!

어느새 복도 끝에 있는 창문까지 도달해, 곧바로 몸을 던져 건물 밖 지상으로 착지했다.

그리고는 주성 정문에 있는 광장 쪽을 향해 뛰어갔다.

그런 날 밖에 있던 나머지 태성 길드원들이 발견하자, 우르르 몰려와 또다시 나를 가두듯이 둘러쌌다.

“그만!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놈을 치지 마라!”

챙! 챙!

멀리서 다리우스의 음성이 들려왔지만, 듣지 못했는지 둘러싼 놈 중 근접 딜러 몇몇이 나를 공격했다.

[차징!]

퍼엉! 쿵!

그러자 황급히 주성에서 막 빠져나온 다리우스가, 나를 치던 기사에게 차징을 시전해 고꾸라뜨렸다.

“내가 치지 말라고 한 거 못 들었어? 너도 내 신검을 탐내는 거야!!”

그리고는 넘어져 있는 자신의 부하를 향해, 난도질하듯 몇 번이고 검을 휘둘렀다.

광기(狂氣)에 찬 격앙된 모습.

검을 멈춘 다리우스는 매서운 눈빛으로 인의 장벽을 형성하고 있는 부하들을 둘러본 다음, 나를 향해 천천히 뒤돌아섰다.

그리고는 뒤늦게 애써 호탕한 척 웃으며 말했다.

“하하! 고작 튄다고 튄 게 여기였나? 네 그 잘난 드레이크를 소환해 보려고? 한데 어떡하지?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소환해봤자 곧바로 역소환 당해버릴 텐데?”

“다리우스. 아니, 박태후……. 내가 예전부터 정말 궁금했던 게 하나 더 있는데 말야.”

난 녀석의 질문은 무시한 채,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정말 궁금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녀석의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 뭐?”

“네가 쓰는 그 말투. 진짜 오글거리고 역겹다는 거, 사실 너도 알고 있지? 이 찐따 새끼야!”

[산드로: 지금이다!]

[축복받은얼굴: 옥케이!!]

드디어 도래한 결전의 순간!

스스로 생각해도 여기까지는 정말 잘 해냈다.

이보다 더 잘 연기할 수는 없을 만큼!

‘널 죽이기 위해서…… 나도 내 목숨을 걸었다. 어때? 너완 달리 난, 정말 공평한 놈이지?’

다리우스의 뒤로 수많은 태성 길드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놈이 죽음을 전혀 떠올리지 못하는 게 당연할 만큼, 무척이나 안전한 모습.

하지만 내 목숨을 건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남은 것은…… 잠시 후, 내가 죽든지 녀석이 죽든지 누군가는 죽고 만다는 단 하나뿐인 결말이었다.

“뭐? 나보고 찐따라고?”

“그래 이 자식아! 너 말이야, 근데 내가 정말 도닥통한테 속았다고 생각하냐? 아무리 니네 성안에다가 식구들 많다고, 너무 방심해버린 거 아니냐고?”

“무, 무슨 헛소리를!”

“그만 다물고 고개 좀 들어 봐. 위를 한번 봐보란 말야, 위!”

하늘을 가리키는 내 검지를 따라 녀석이 얼떨결에 고개를 들었다.

그 끝에는 높이 떠 있던 와순이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지고 있었다.

[축복받은얼굴: 간다! 마침내 주인공의 등장!!!!]

펄럭이는 새하얀 롱 코트.

어느새 드라코닉 갑옷 세트의 외형변경을 마친 현중이가 낙하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현중이는, 곧 커다란 외침과 함께 거대한 타이탄의 모습으로 변했다.

거체의 절반을 가리고도 남을 만큼 큰 방패가 돋보이는, 레벤다스의 강림이었다.

“저게 뭐야!”

“으, 으악! 피해!”

우리 둘을 둘러싼 수백 명의 태성 길드원이 모두 그 모습에 당황해하는 순간, 다리우스만큼은 침착하게 소리쳤다.

“데이네스 소…… 컥!”

펑!

하지만 그 순간.

녀석의 발밑에 마법이 날아와 터지면서 넉백당해 소환이 캔슬 돼버리고 말았다.

벌써 성벽 위에서만 몇십 분째 숨어있었던, 축볼 누님이 쏜 에어밤이었다.

“예스! 나이스 샷!”

이곳엔 수백 명이 넘는 유저들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함정에 빠진 도둑 캐릭 하나가 은신도 쓰지 않은 채 갇혀있었다.

그러니 굳이 간파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처음 우리 뒤를 따라 잠입했던 축볼 누님은, 은신 망토를 뒤집어쓴 채 광장 바로 이 자리까지 사정거리가 닿는 성벽 위에 숨어있었다.

비록 1성 은신 효과만 낼 수 있는 은신 망토.

하지만 이번만큼은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게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데, 데이네스 소……!”

[쉴드 어택!]

쾅!

다리우스의 넉백이 끝나 일어나는 순간.

마침내 우리 앞에 레벤다스가 떨어졌고, 현중이는 곧바로 녀석을 향해 쉴드 어택을 사용해 스턴을 걸어버렸다.

‘축복받은’ 남매의, 축복받아 마땅한 연계기였다.

칭!

그 모든 게 진행되는 동안 난 차분하게 자버프부터 모조리 활성화했다.

그리고는 막 스턴에 빠진 다리우스에게 접근하며 차고 있던 팔찌를 맞부딪쳤다.

녀석을 ‘무한 경직’ 상태로 빠뜨리게 만들 비장의 무기.

마침내 급소 공격이라는 숨겨왔던 특별 스킬을 공개하며 소리쳤다.

“이번에는 내 차례 맞지? 체크- 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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