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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235화 (235/350)

235화 듀얼 클래스 (2)

살짝 흥분한 내 말을 듣고도, 아직 믿지 못하겠단 표정을 짓는 라챤이.

곁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현중이도 역시나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지환아, 내가 보기엔 이번 네 결정은 너무 성급했던 게 아닌가 싶다. 우리와 충분히 상담을 하고 결정하는 게 옳았어. 뭘하나 싶었는데 고작 극 회피 테크라니…… 그게 과연 마쉴을 대체할 수 있을까?”

“저도 형님께 태클 걸긴 싫지만, 현중이 형 말에 동의해요. 당장 형님이 가진 달켄의 건틀릿만 해도 무조건 명중한다는 ‘필중’ 옵션이 붙어 있잖아요? 그리고 유저들은 몰라도 레벨이 더 높은 보스 몹들한테도 회피 테크라는 게 잘 통할까요? 마지막으로…… 물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쉴도 없이 민첩만 찍으면 마법은 어떻게 커버하실 건데요?”

“…….”

“연석이 말을 듣고 보니 더 그러네! 직업은 정했어도 아직 제루티안의 축복은 쓰지 않았으니까 늦지 않았어. 일단 마쉴 테크는 계속 유지하면서, 악마 사냥꾼의 스킬들을 적절히 활용해 볼 테크를 차근히 찾아보자. 응?”

심지어 부정적인 걸 넘어, 절대 하지 말라고 설득까지 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날 잘 알고 생각해주는 둘마저 이렇게 나올 정도로, 지금 내가 말한 새로운 테크트리는 매우 위험하고 도박성이 짙은 루트였다.

아무도 걸어보지 않았기에, 누구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길.

마쉴 테크를 시작할 때도 같은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많이 달라졌다.

그때와 달리 현재는…… 이 길을 혼자 걸어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마쉴이 현존하는 최강의 방어 스킬인 건 변함 없어. 그걸 부정하려는 것도 아니고. 근데 지금 내게는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보다는, 뭐든지 뚫을 수 있는 창이 더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정말 괜찮겠어요, 형님?”

“괜찮아. 이젠 모든 걸 나 혼자 짊어질 필요가 없는 상태잖아? 내가 부족한 부분은 우리 길드원들이나 동맹들이 채워 줄 수 있잖아. 또 내가 이 테크릍 타면 영혼 연결이나 힐을 받을 수도 있고 말야. 얘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일단 성으로 귀환부터 하자. 거기서 모든 걸 말해주고 보여줄게. 내 결심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이 둘의 진심 어린 조언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을 한 번쯤 마주하게 된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더욱 더, 나 자신을 믿어봐야 하는 순간이!

* * *

마법 공격에 ‘저항’이 있다면, 물리 공격엔 ‘회피’가 있다.

공격에 적중되더라도 단 1의 데미지도 입지 않으며, 마법 상태 이상이 저항되는 것처럼 물리 상태 이상도 회피되는 가장 좋은 방어 판정.

정말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기존에 극 마법 저항 세팅에서 그저 극 물리 회피 테크로 노선을 변경하는 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제루티안의 축복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 시 모든 스탯과 스킬 포인트가 초기화됩니다.]

이미 타연 유저의 절반 넘게 읽어봤을 메시지창.

그들이 앞서 경험했던 길에 들어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지금의 내 모습을 추억하기 위해 상태창을 열어봤다.

[산드로(도둑, 악마 사냥꾼), Lv. 400]

* HP: 22854/22854 * MP: 88266/88266

* 근력: 515 * 체력: 654 * 민첩: 516 * 지력: 606 * 마력: 2136

* 공통 스킬: 마나 쉴드(심화), 매직 미사일, 몬스터 라이딩, 무기 던지기, 무기 방어, 소드 마스터리, 쉴드, 연속 베기, 회전 베기(심화)

* 고유 스킬: 그림자 밟기(도둑), 그림자 분신(도둑), 난도질(도둑), 덫 설치(도둑), 라이트닝 배리어(마검사), 약점 포착(도둑), 은밀한 일격(도둑), 은신(도둑), 재빠른 몸놀림(도둑), 집중 회피(도둑)

* 특별 스킬: 급소 공격, 테이밍 몬스터

‘참 내가 봐도…… 마력 스탯이 무지막지하긴 했구나.’

지금껏 성장하며 주어진 자유 스탯들은 모조리 마력에만 올인해 왔다.

그런 만큼, 현재 내가 가진 풀 MP 수치와 마법 방어력은 말도 안 되는 오버 스펙을 자랑했다.

물론 지금껏 획득한 뛰어난 업적들과 어마어마한 템들 덕분에, 다른 스탯들도 준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준수’한 수준이었기에, 앞으로 내가 추구해야 할 방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제 난 이빨 빠진 호랑이가 아닌, 최강의 송곳니를 가진 진짜 맹수가 되고 싶었으니까!

[YES]

주저 없이 터치한 승낙 버튼.

그러자 곧바로 어디선가 빛 덩어리들이 나타나 내 몸을 감쌌다.

위에서 내리쬐는 게 아닌, 전후좌우 전 방향에서 나타나 흡수되는 빛들.

그렇게 들어온 빛은 날 환하게 빛나게 만들더니 곧 스르륵 빠져나가, 이내 전구가 꺼지듯 내 몸은 다시 어두워졌다.

[지금까지 선택했던 모든 스탯 포인트와 스킬 포인트가 초기화되었습니다.]

“이 형님, 진짜로 초기화했네. 와…… 뉴스에 나올 일을 이렇게 망설임 없이 벌이시다니!”

“그러게. 이 자식이 작은 거엔 쪼잔할지 몰라도…… 확실히 큰 결정엔 과감한, 상남자라니까? 천하의 산드로가 지금 이 시점에 마쉴을 버릴 줄이야, 그 누가 상상할 수 있겠냐고?”

2.0 업데이트의 기념 선물로, 모든 유저들에게 제루티안의 축복이 하나씩 주어졌다.

누구는 그간 후회로 점철됐던 선택을 만회할 수 있었고…….

누구는 평소에 동경하던 테크트리로 전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적, 태성 놈들 대부분은…… 나를 저격하기 위한 스탯과 스킬들로 다시 태어났다.

‘니들은 어리석은 선택을 해버린 거야. 할 때 하더라도 이걸 염두에 두고 적당히 했어야지. 나도 완전 초기화를 할 수 있단 사실은, 도대체 왜 간과한 건데?’

이것까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업데이트가 된 지도 벌썬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난 400레벨을 달성하느라 뒤늦게야 이 제루티안의 축복을 사용하는 것.

따라서 얼떨결에, ‘저격을 저격한’ 셈이 돼버렸다.

“그래. 네 말 그대로 놈들의 뒤통수를 치는 조합이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지금을 택한 거기도 해. 마쉴에 맞춰서 초기화했더니, 내가 마쉴을 버리니 얼마나 황당하겠어? 아무튼, 덕분에 놈들은 앞으로 내가 바꿀 테크를 재 저격할 순 없겠지. 이미 한 번뿐인 제루티안은 거의 다 써버렸을 테니까.”

나는 차분히 내게 주어진 여유 포인트를 살펴봤다

모두 1197개의 자유 스탯과 80개의 스킬 포인트들…….

‘많기도 하구나……!’

허나 이미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마음을 정해뒀던 일.

또한 다른 유저들의 스탯 분석 글과 새롭게 악마 사냥꾼을 택한 선배들의 리뷰들을 수도 없이 정독해 두었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그래서 난, 쪼잔하게 하나씩 찍어가며 변화를 살펴보지 않고 다이렉트로 스탯을 전부 다 찍어버렸다.

그런 다음, 앞으로도 계속 써먹을 스킬들을 일단 1성씩 찍어 재활성화시켰다.

“상태창!”

[산드로(도둑, 악마 사냥꾼), Lv. 400]

* HP: 31452/31452 * MP: 48140/48140

* 근력: 515 * 체력: 1122 * 민첩: 1518 * 지력: 606 * 마력: 566

* 공통 스킬: 매직 미사일, 몬스터 라이딩, 무기 던지기, 무기 방어, 소드 마스터리, 연속 베기, 회전 베기(심화)

* 고유 스킬: 그림자 밟기(도둑), 그림자 분신(도둑), 난도질(도둑), 덫 설치(도둑), 라이트닝 배리어(마검사), 약점 포착(도둑), 은밀한 일격(도둑), 은신(도둑), 재빠른 몸놀림(도둑), 집중 회피(도둑)

* 특별 스킬: 급소 공격, 테이밍 몬스터

가장 먼저, 역시나 확 줄어든 MP와 늘어난 HP가 눈에 띄었다.

“히야, 마력은 하나도 안 찍었는데도 아직도 MP가 5만 가까이 되네!”

“헐, 벌써 스탯을 찍었어요? 근데도 마나가 5만이라고요?”

“어. 원래 템들이 대부분 마력 세팅이기도 했고…… 일단 드래곤 하트를 섭취했던 게 가장 크긴 하네. 그게 MP를 15000이나 올려줬으니까.”

“에이…… 그럼 역시나 괜히 바꾸신 거 아니에요? 그걸 먹은 게 너무 아깝잖아요?”

새로운 캐릭으로 재탄생하더라도, 지금까지 획득했던 것들을 포기할 순 없다.

그럴 바엔 라챤이의 말대로, 바꾸는 게 오히려 비효율적인 것이다.

“그래서 라이트닝 배리어를 선택했던 거야. 극심한 마나 소모를 무시할 수 있고, 더불어 내 약점도 보완해 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더 이상 마나가 피통을 대신하지 않으니까, 단테리오의 팔찌도 더 공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겠지.”

“오오, 이놈 진작 이걸로 가려고 작정하고 있었던 거네?”

기존에 마력 스탯에 몰방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2개로 나눠서 찍었다.

바로 체력과 민첩 스탯.

체력은 어느 정도의 HP 수준을 갖춰놓기 위해서였고, 민첩은 이번 테크트리의 메인 스탯이었기에 가중치를 좀 더 주었다.

물리 방어력과 HP 최대치, 무게 게이지 등에 영향을 주는 ‘체력’ 스탯.

반면 ‘민첩’은 원거리 공격 데미지와 공격 속도, 회피율과 연관된 스탯이었다.

“악마 사냥꾼들이 적은 글을 보고, 이 직업의 메인 스탯은 민첩이란 사실을 깨달았거든. 그때부터 이 테크트리에 대한 구상이 구체화됐어. 올마력 마쉴만큼은 안 되더라도, 상당한 생존력을 겸비하면서 최강의 공격력을 갖게 될 조합이!”

“공격력이요? 그러려면 근력을 찍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민첩은 궁수들이나 찍는 건데 형님은 두 디바인 무기가 전부 검이잖아요?”

“라챤이 너, 레벨업에 바쁘다고 요즘 정보 획득에는 관심 없었구나? 방금 내가 말했잖아. 악마 사냥꾼의 메인 스탯은 ‘민첩’인 것 같다고.”

다양한 마물과 마족들을 상대하기 위해 다양한 무기들을 활용하는 직업, 악마 사냥꾼.

그런 만큼, 악마 사냥꾼은 석궁이나 활을 활용한 ‘원거리’ 공격에 치중한 테크트리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궁수만큼의 데미지는 나오지 않았고, 근접 공격을 해야 하는 고유 스킬들도 갖고 있었다.

즉, 원거리와 근접 공격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형 데미지 딜러.

그것이 악마 사냥꾼의 모토였고 본질이었다.

[산드로: 다들 내가 지금 배운 스킬들을 한 번 살펴봐 봐. 그럼 왜 내가 듀얼 클래스로 악사를 선택했는지 알게 될 테니까. <치명 공격(!)>, <웨폰 마스터리(!)>, <귀신 발걸음(!)>, <사냥꾼의 춤(!)>, <유령화(!)>]

말이 나온 김에, 난 가지고 있는 악마 사냥꾼의 스킬북을 일단 1성씩 익혀 파티창으로 스킬들을 링크 걸어줬다.

[치명 공격(고유 스킬): ★☆☆☆]

* (passive) 동일 대상에게 일반 공격이 4회 누적될 때마다, 공격력의 180%에 해당하는 치명 공격을 입힙니다.

공속이 빠를수록 데미지가 증가되는 구조인 ‘치명 공격’.

특히 이도류를 쓰는 내게는, ‘4회’마다 패시브가 발동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웨폰 마스터리(고유 스킬): ★☆☆☆]

* (passive) 모든 무기의 명중률과 공격력, 가드 성공률이 +8% 추가됩니다.

역시나 같은 패시브 스킬 중 하나인 ‘웨폰 마스터리’.

이건 공통 스킬인 소드 마스터리와도 중복되는 고유 스킬인지라, 거의 공짜로 공격력과 명중률이 올라가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귀신 발걸음(고유 스킬): ★☆☆☆]

* 마나 소비: 120

* 사용 대기시간: 30초

* 움직이는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이동합니다. (제한 거리: 3.5m)

무엇보다 메리트가 느껴졌던 악마 사냥꾼의 고유 이동기.

도둑의 그림자 밟기보다 쿨타임이 훨씬 적어, 함께 사용한다면 더없이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된 스킬이었다.

[사냥꾼의 춤(고유 스킬): ★☆☆☆]

* (passive) 물리 공격에 피격 시, 1%의 확률로 회피합니다.

* (active) 마나 소비: 160, 사용 대기시간: 300초

-10초 동안 회피율을 2배로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내가 극 회피 테크트리를 생각하도록 만든 스킬, ‘사냥꾼의 춤’.

비록 도둑이나 궁수가 가진 집중 회피보단 패시브 효과가 떨어지긴 했으나, 활성화 상태가 되면 전체 회피율이 2배로 증가됐다.

일정 시간에 불과하겠지만, 이론상으로는 회피율이 100%를 넘어서는 상태로 돌입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유령화(고유 스킬): ★☆☆☆]

* (passive) 마법 방어력이 20% 상승합니다.

* (active) 마나 소비: 200, 사용 대기시간: 600초

- 5초 동안 물리 공격에 면역인 이터리얼 상태로 변환됩니다. 이터리얼 상태에서는 공격 및 마법 사용이 불가하고 160%의 마법 피해를 입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터리얼 상태(ethereal form)라는 특이한 방식의 생존기까지…….

화려하고 폭발적인 딜링은 없었으나, 종합적으로 보면 솔플에 최적화된 훌륭한 스킬들을 보유한 직업이었다.

내가 우선 선택한 이 스킬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현중이와 라챤이.

이윽고 둘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와…… 이 형님은 진짜 계획이 다 있으셨구나?”

“이 자식 이거 진짜 칼을 갈았네. 으하하하, 이제 태성 놈들은 다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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